2012년 08월 27일 『한겨레』 온라인판에 「고양이판 ‘연가시’…감염 여성 자살기도 1.8배 높아」란 제목으로 정말 황당한 과학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1]. 솔직히 이 기사를 보고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왜냐하면, 기사에서 인용한 논문의 연구 목적과 결론이 저 멍청한 한겨레 과학 기사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당연히 기사에서 인용한 논문 가운데 하나를 읽었기 때문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한겨레 과학 기사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다른 것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니 핵심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미국 메릴랜드약대의 테어도어 포스톨라치 교수는 최근 의학전문 학술지 <일반정신의학회보>에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높다고 밝혔다. ......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살을 기도한 경우가 1.8배 높았고, 자살을 생각한 경우도 2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인 자살 위험도는 1.54배 높았다. 미국 미시간대 약대의 레나 브룬딘 교수도 <임상정신의학> 8월호에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했다. [1] [굵은 글씨체는 필자가 임의로 표시했다]


위에서 인용한 단락 다음에 톡소포자충(toxoplasma, toxo胞子蟲; 학명은 Toxoplasma gondii 또는 T. gondii)의 다양한 감염 경로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인 톡소포자충 감염자 수를 설명하면서, 갑자기 숙주를 조종하는 바이러스 이야기를 늘어놓는 의도를 (또는 그런 전개 방식을 취한 이유를)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1], 그건 그것대로 넘어간다고 치자. 어차피 내가 문제 삼는 것은 글의 전개 방식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판 ‘연가시’”라는 제목 일부와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높다”란 문장이다. 왜 이게 문제냐 하면, “고양이를 자살의 원인 제공원”으로 몰고 가면서 객관적 근거라고 인용한 두 논문, 즉 미국 메릴랜드 약대(University of Maryland, School of Medicine)의 테어도어 포스톨라치(Teodor T. Postolache) 교수 연구팀과 미국 미시간 주립대 약대(Michigan State University, College of Human Medicine)의 레나 브룬딘(Lena Brundin) 교수 연구팀이 독립적으로 진행한 두 연구 결과가 사실 “고양이와 자살”의 연관성을 살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연구한 것은 단지 “톡소포자충 감염과 자살의 연관성”일 뿐이다 [2, 3, 4, 5].


우선 포스톨라치 교수 연구팀이 밝힌 연구 목적부터 살펴보자. 연구 목적은 논문 초록에 명시되어 있다 [2].


To examine whether T gondii–infected mothers have an increased risk of self-directed violence, violent suicide attempts, and suicide and whether the risk depends on the level of T gondii IgG antibodies.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엄마에게서 자기를 향한 폭력(self-directed violence), 폭력적인 자살 시도(violent suicide attempts) 그리고 자살 위험이 증가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위험이 톡소포자충에 대한 IgG 항체 양(量)에 의존적인지를 조사하는 것임.


브룬딘 교수 연구팀의 연구 목적도 살펴보자. 마찬가지로 논문 초록에 명시되어 있다 [3].


The primary aim was to relate Toxoplasma gondii seropositivity and serointensity to scores on the self-rated Suicide Assessment Scale (SUAS-S). Another aim was to reevaluate the previously reported positive association between T gondii serointensity and a history of nonfatal suicidal self-directed violence.
일차적인 목표는 톡소포자충의 혈청 반응 양성(seropositivity)과 혈청 내부 존재량(serointensity)을 자가 자살 평가 척도(self-rated Suicide Assessment Scale, SUAS-S) 작성과 연계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톡소포자충의 혈청 내부 존재량과 비치명적 자살 충동성 자기 폭력(nonfatal suicidal self-directed violence)에 대한 전력(history, 前歷) 사이의 이전에 보고된 결정적인 연관성을 재평가하는 것이다.


두 논문의 연구 목적 어디에도 “고양이”에 관한 언급은 없다. 단지 본문에서 톡소포자충을 설명할 때 “잘 알려진 숙주”로 잠깐 나올 뿐이다. 다시 포스톨라치 교수 연구팀의 논문을 살펴보자 [2].


Felids have been identified as definitive hosts of T gondii, with the parasite multiplying sexually in the cats’ gut and spreading oocysts. Humans are infected by ingestion of oocysts spread from feces of infected cats (eg, contaminated sandbox and ingestion of unwashed vegetables), eating undercooked meat infested with T gondii cysts, using knives used to cut infested meat to further cut vegetables, and, occasionally, drinking water from a contaminated water source.
고양이과 동물(Felids)은 톡소포자충의 확실한 숙주(definitive host)로 확인되었으며, 고양이의 장(gut, 臟)에서 유성 생식으로 증식하고 접합자낭(oocyst, 接合子囊)으로 퍼진다. 인간은 감염된 고양이의 접합자낭을 삼키거나 (예를 들어, 오염된 모래 상자에서 놀거나 씻지 않은 채소를 삼키는 것) 섭취하거나, 톡소포자충 접합자낭에 감염된 덜 익힌 고기를 먹거나, 감염된 고기를 자를 때 사용한 칼로 채소를 잘랐거나, 때때로는 오염된 물을 마심으로써 감염된다.


포스톨라치 교수 연구팀 논문의 후반부에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2].


A study among pregnant women in Norway found an increased risk of recent maternal T gondii infection associated with consumption of raw or undercooked meat, incompletely washed fruits and vegetables, cleaning the cat litter box, and washing the kitchen knives infrequently after preparation of raw meat, prior to handling another food item.
노르웨이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날고기나 덜 익힌 고기 섭취, 완전히 씻지 않은 과일과 채소의 섭취, 고양이 용변통 청소, 날고기를 손질한 뒤에 잘 씻지 않은 부엌 칼로 다른 음식을 손질하기 등과 관련된 어머니를 통한 태아의 톡소포자충 감염 위험이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브룬딘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기사 두 편에서도 마찬가지로 톡소포자충 감염 경로에 대한 간단한 언급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고양이 때문에 톡소포자충 감염이 증가해 자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하진 않는다 [4, 5]. 다시 말하면, 위 두 논문이 다루는 내용은 고양이와는 전혀 상관없다.


그렇다면 두 연구팀이 표본을 선정하고 분석할 때, 고양이와의 접촉 여부를 고려했는가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이들 연구팀은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적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만 조사했을 뿐, 이들이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는지(또는 키운 적이 있는지), 고양이와 어느 정도 접촉했는지 등과 같은 사항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2, 3]. 그러니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연구는 고양이와 전혀 상관없단 소리가 되겠다. 사실이 이런데도 이근영 선임 기자는 두 연구팀의 결론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톡소포자충 감염으로 인한 자살 증가 가능성”을 애꿎은 고양이한테 뒤집어씌우고 있다.


더 웃긴 게 뭔 줄 아는가? 지난 5월 21일 한겨레 신문 온라인에 올라온 「고양이가 태아 유산 유발? 애호가들 ‘부글부글‘」이란 기사에서는 “톡소포자충 감염과 고양이 사이의 과도한 연관 짓기”에 대해 비판을 가한 적이 있으면서도 [6], 8월 27일 기사에서는 마치 일이 없었던 것처럼 “고양이를 자살 증가 원인” 가운데 하나로 규정짓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이처럼 “고양이”를 바라보는 과학적 시선에 일관성이 없다는 건 한겨레 신문 데스크에 어떤 문제가 있거나, 기자들 사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든지, 아니면 소속 기자가 자기 신문에 올라오는 기사를 확인 안 한다는 뜻이 되겠다. 이것도 아니라면 기자가 고양이에 대해 “개인적 원한”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해볼 수 있겠지만, 이건 또 지나친 비약일께다.


매번 느끼지만, 과학 기자들은 기사 쓸 때 제대로 된 전문가를 찾아가 제대로 된 조언을 받길 바란다. 조언만 제대로 받아도 기사가 뻘소리 탑재할 빈도수는 많이 줄어든다. 그리고 어떤 논문을 근거로 기사 쓸 때도 논문을 제대로 읽고 글쓰길 바란다. 솔직히 기사를 읽다 보면 글의 내용과 수준에 의구심이 들 때가 많은데, 대부분이 기자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논문을 읽다가 모르면 포기하지 말고 전문가한테 문의하는 성의라도 보였으면 한다. 그게 기사를 읽는 독자에 대한 예의 아닐까? 앞으로 불쌍한 “고양이”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길 바랄 뿐이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지 요원(遙遠)하기만 하다.



참고 문헌

[1] 이근영. 2012년 8월 27일. 「고양이판 ‘연가시’…감염 여성 자살기도 1.8배 높아」. 한겨레 신문 온라인. [링크]
[2] Petersen MG, et al. 2012. Toxoplasma gondii Infection and Self-directed Violence in Mothers Toxoplasma Gondii and Self-directed Violence. Arch Gen Psychiatry. 10.1001/archgenpsychiatry.2012.668. [Epub ahead of print] [링크] : 한겨레 기사에서 언급하고 인용한 “미국 메릴랜드약대의 테어도어 포스톨라치 교수” 연구팀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이 논문은 공공에 무료로 공개되지 않으므로, 허가를 받지 않으면 이 논문은 읽을 수 없다. 대신 논문 초록만 열람 가능하다. 하지만 필자는 어떤 경로로 이 논문을 직접 입수해서 논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Zhang Y, et al. 2012. Toxoplasma gondii Immunoglobulin G Antibodies and Nonfatal Suicidal Self-Directed Violence. J Clin Psychiatry. 73: 1069-1076. [링크] : 한겨레 기사에서 언급하고 인용한 “미국 미시간대 약대의 레나 브룬딘 교수” 연구팀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이 논문도 공공에 무료로 공개되지 않으므로, 오직 논문 초록만 열람 가능하다. 애석하게도 이 논문의 본문은 확인할 수 없었다.
[4] Paddock C. 2012. Common Parasite Linked To Suicide Risk. Medical News Today. [링크] : 레나 브룬딘 교수 연구팀의 연구를 소개한 온라인 기사다.
[5] Cody J. 2012. Common parasite may trigger suicide attempts. Michigan State University News. [링크] 위의 것과 마찬가지로 레나 브룬딘 교수 연구팀의 연구를 소개한 미시간 주립 대학의 소식지다.
[6] 김양중. 2012년 5월 21일. 「고양이가 태아 유산 유발? 애호가들 ‘부글부글‘」. 한겨레 신문 온라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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