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선생은 민주화 운동의 결과가 오늘날에 이르지 못하고 민주주의가 더욱 나빠진 이유는 정당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 근본적 원인 중 하나가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와 사회운동이 학생 운동 출신 엘리트들에 의해 지배된 것"에 있다고 봤다. 덧붙어, 그는 "현실 삶과 유리된 조건에서 의식화되면서 갖게 된 과잉 이념화된 사고방식과 도덕적 우월의식은 그것이 지속되는 시간에 비례해 부정적 효과를 더 크게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공허한 담론과 추상적 이념의 언어가 지배하는 곳"으로 전락한 학생운동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 민주주의 없는 민주주의를 만들었다고 봤다.

그런데, 과거 학생운동에 이념적 실체라는 것이 존재했을까? 오히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이념이 있었다면 그들이 저리도 쉽게 기득권 세력에 편입될 수 있었을까?

김문수, 이재오, 심재철, 유시민, 이명박... 이들은 과거 독재정권에 열렬히 저항했던 '운동권'에 포함된 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어떠한가? 서로 대척점에 두고 있지만, 이들은 신자유주의를 찬양하며 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다. 이들이 진정 과거에 제대로 된 이념을 가지고 있었다면, 오늘날처럼 노동자를 외면하는 정치를 했을까? 뭐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은 과거에 자신이 그토록 저항했던 세력과 양손을 붙잡고 합심하여 오늘도 씩씩하게 노동자와 프롤레타리아 대중을 억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장집 선생이 다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실패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최장집 선생이 언급한 것처럼 학생운동에 내재된 이념의 과잉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 학생운동의 동력을 사회로 내 딪게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이념이 부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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