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질성'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11.02 하나의 개체 그리고 두 종류의 미토콘드리아 DNA



유성생식(sex reproduction)으로 번식하는 생명체의 핵 DNA(nuclear DNA) 가운데 절반은 부계 쪽에서 나머지 절반은 모계 쪽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생물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미토콘드리아 DNA(mitochondrial DNA)은 모직 모계 계통을 통해서만 자손에게 전달되는데, 이것을 좀 유식하게 표현하면 모계 유전(maternal inheritance)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우리 인간의 가장 오래된 최근 공통 조상으로 유전자 흔적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고 가정했을 때, 핵 DNA를 길라잡이로 사용한다면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경로를 거쳐야만 우리의 공통 조상에 도달할 수 있지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사용한다면 우리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브"의 기원을 파악할 수 있다. 단, 오해는 마시라. 비교를 위해 단순히 "쉽다" 또는 "어렵다"란 표현을 썼지만, 원래 이런 역주행은 매우 어려우니 말이다.


그런데 핵 DNA는 부모 양쪽에서 정확히 절반씩 물려받으면서 미토콘드리아 DNA는 왜 모계 계통으로만 자손으로 전해질까? 진화적으로 왜 그리되었는지 본인도 아는 바가 없으므로 뭐라고 답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그 이유는 꽤 명확하다. 왜냐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fertilization)이 일어나면서 난자 안으로 들어가는 정자의 구성 물질은 DNA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즉, (정자의 핵 DNA에 결합한 히스톤 단백질 등을 제외한) 정자 단백질 대부분과 정자의 미토콘드리아 등은 난자 안으로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만약에, "정말로 정말로 만약에" 정자의 미토콘드리아가 난자 안으로 들어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까? 그 수정란은 여느 개체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자랄까? 아니면 제 삶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한 채 죽어버리고 말까?


최근 『Cell』에 「Heteroplasmy of Mouse mtDNA Is Genetically Unstable and Results in Altered Behavior and Cognition」란 제목으로 하나의 실험용 쥐 개체 안에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존재할 때, 다시 말하면 쥐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이형질성(heteroplasmy) 상태에 있을 때, 이 생명체 안에서 생물학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어떻게 이런 쥐를 만들었는지에 관한 세부적 실험 기법이야 나도 잘 모르므로, 그 부분을 확인하고 싶다면 논문을 직접 확인하시길 바라면서 결과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다들 예상했겠지만, 결과는 명확하다. "정상적인 쥐와 비교했을 때, 이형질성 실험 쥐는 생체의 신진대사 과정뿐만 아니라 쥐의 행동이나 기억 등 모든 면에서 비정상적인 양상이 나타났다 [아래 그림 참조]." 즉,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조합은 유전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다.



[출처: Cell]



쥐를 이용한 이 연구는 다세포성 생명체의 이형질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다. 그런데 만일 효모나 아메바 같은 단세포성 진핵세포나 히드라, 말미잘 같은 다세포성 무척추동물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말미잘 같은 다세포성 무척추동물은 필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 진핵세포에서는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세포 안에 존재하더라도 별 탈 없는 건 아닐까? 과거에 이런 연구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심각하게 뒤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런 실험이 가능하다면 이런 생명체가 이형질성 미토콘드리아 DNA를 갖고 있을 때 생물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확인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 문헌
Sharpley MS, et al. 2012. Heteroplasmy of Mouse mtDNA Is Genetically Unstable and Results in Altered Behavior and Cognition. Cell. 151: 333-343. [링크]






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