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도 궂은데 공부하느라 연구하느라 업무 보시느라 많이 힘드시죠. 저는 생명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XXX입니다. 포비스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화두가 복지회 직원의 불친절함에서 시작된 서비스이다 보니, 저도 분위기 전환 및 자유게시판의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뜬금없긴 하지만 간단하게라도 제 글의 첫 시작은 친절함과 정이 듬뿍 담긴 인사말로 시작해봤습니다. 그러니 너그러이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선 OOO 학생의 글을 읽고 구성원 다수가 작성하신 답글을 보니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많은 분이 OOO 학생이 작성한 글에는 수긍하시는 듯해도 글쓴이의 의도를 달리 이끄시는 것 같아 좀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 안쓰러움을 달래보고자 OOO 학생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궁극적으로 이런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유추해봤습니다.

교내게시판에 복지회 서비스 불친절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최근 복지회 쪽과 관련해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다수의 복지회 직원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을 알았다..... 서비스제공 측면에서 본다면 친절함은 소비자에게 제공돼야 하는 당연하지만 그분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섣불리 비난만은 못하겠다..... 그래서 복지회 직원의 열악한 노동여건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이 일을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원글을 쓰신 분의 글에 의도치 않게 감정적인 면이 많이 두드러져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본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우리가 그분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요구할 수는 없다."라는 식으로만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글을 작성한 OOO 학생의 뜻을 생각해본다면 너무 저평가되는 게 아닌가도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글에 담긴 감정을 걸러내고 글 안에 담긴 진정한 의도를 면밀히 살펴본다면 글쓴이가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쨌든, 전 이번 일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해당 재화 혹은 사용가치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구매자의 측면에서 본다면 정말 중요합니다. 이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에 터전을 잡고 있는 포항공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우리는 학교의 구성원이기 이전에 포항공대라는 배움의 터에서 교육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포항공대 복지회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생활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등록금 혹은 기타 소비행위 등을 통해서 우리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일정하게 지불하고 있고, 그러한 측면에서 미루어본다면 우리가 포항공대 및 복지회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일차적으로 우리가 포항공대 구성원이란 사실을 떠나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구매자의 측면에서 봤을 땐 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이치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학교에서 서비스 구매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학생식당과 매점 등에서 일하고 있는 다수의 복지회 직원이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포항공대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는 구성원이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낮은 임금으로 저평가된 값싼 노동을 통해 우리에게 생활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더불어 알았으면 합니다. 굳이 한국사회의 낮은 최저임금 및 노동에 대한 저평가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여러 사회문제를 이번 일과 관련해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학교의 일부 구성원이 낮은 임금으로 저평가된 노동으로 우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서비스는 서비스고 임금과 처우의 문제는 별개다라구요. 맞습니다.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구매자로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소비자로서 우리는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고, 복지회 직원의 임금 문제는 우리와는 관계없는 순전히 복지회가 해결해야 할 사안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별개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또는 우리가 상관할 일은 아니라고 단정 짓기 전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수의 복지회 직원은 포항공대의 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면 - 우리가 당연히 그렇게 여기고 있다면 그분들의 저평가된 노동과 열악한 처우는 우리가 그분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요구하기 이전에 혹은 양질의 서비스 제공 문제와는 별개로 다룬다고 할지라도 포항공대 구성원 모두가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초에 문제를 제기하신 분이 언급했던 복지회 직원이 이번 일로 큰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분이 항상 불친절했다면 제가 달리 할 말은 없지만, 한 번쯤은 "그분도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랬겠지."라고 우리가 그분을 이해의 눈길로 봐줄 수만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또, 복지회 직원의 처우 문제가 한 분의 불친절로 말미암아 우연히 거론됐지만 이 일이 내 문제가 아니라고 가볍게 여기시지 마시고 많은 구성원께서 진지하게 마음속에 담아주시길 진정 부탁합니다.

2011/05/04 19:46 이글루스에서 작성한 글



 
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