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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4 공룡의 진실 ― 항온 동물인가 변온 동물인가?



우리는 흔히 공룡을 냉혈 동물(cold-blooded animal, 冷血動物) 또는 변온 동물(ectotherm, 變溫動物)로 알고 있다 [그림 1]. 그런데 꼭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가 「계절에 따른 뼈 성장과 항온 동물의 생리 기능이 공룡의 생리 기능을 밝히다(Seasonal bone growth and physiology in endotherms shed light on dinosaur physiology)」라는 제목으로 『네이쳐(Nature)』에 발표되었다(앞으로 이 논문을 「Köhler, et al.」이라 부르겠다) [1].



그림 1. 다양한 조각류(ornithopod, 鳥脚類) 공룡과 헤테로돈토사우루스류(heterodontosaurid). 맨 왼쪽이 캄프토사우르스(Camptosaurus), 왼쪽이 이구아노돈(Iguanodon), 가운데 뒤쪽이 샨퉁고사우르스(Shantungosaurus), 가운데 앞쪽이 드라이오사우루스(Dryosaurus), 오른쪽이 코리토사우루스(Corythosaurus), 맨 오른쪽 작은 개체가 헤테로돈토사우루스(Heterodontosaurus), 맨 오른쪽 큰 개체가 테논토사우루스(Tenontosaurus) [출처: 위키피디아].



공룡 뼈에는 근모 조직(fibromellar tissue, 根毛組織)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근모 조직은 빨리 성장하는 포유동물의 뼈에서 흔히 발견된다. 따라서 고생물학자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는 공룡이 오늘날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체내 신진대사 활동이 계절과 관계없이 활발히 일어나는 항온 동물(endotherm, 恒溫動物) 또는 온혈 동물(warm-blooded animal, 溫血動物)이었으리라 생각했다 [2]. 하지만 1980년대에 공룡 뼈에서 성장지연선(line of arrested growth 또는 LAG, 成長遲延線)이라는 해부학적 특징이 발견되었다 [1] [그림 2].



  

그림 2. (왼쪽, 가운데) 공룡 화석 뼈에서 나타나는 지연성장선 [출처: Nano Patents and Innovations, Monash University]. (오른쪽) 도마뱀의 한 종류인 Chalcides chalcides의 대퇴부 뼈 단면 [4] [출처: Zoologischer Anzeiger]. 화살표는 전부 성장지연선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성장지연선 또는 LAG이란 무엇인가? 재미있게도 이것은 변온 동물로 잘 알려진 현존하는 파충류(raptile, 爬蟲類)와 양서류(amphibia, 兩棲類)의 뼈 단면에서 자주 나타나는 해부학적 특징으로, 주변에서 에너지를 흡수해 체온을 유지하는 변온 동물이 온도의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성장을 멈췄다가 다시 성장할 때 생성되는 것으로 비유하자면 일종의 나이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성장 속도가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 포유류와 같은 항온 동물 대부분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러한 성장지연선이 뼈에 생성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그런 해부학적 특징이 멸종한 공룡 뼈에도 있음이 밝혀졌다. 그 결과, 공룡이 항온 동물이냐 냉온 동물이냐는 진실 게임은 지난 30년 동안 논쟁의 한 가운데 서게 되었다 [2].


그런데 「Köhler, et al.」에서는 성장지연선이 변온 동물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후와 환경에서 서식하는 포유동물인 40종 115마리에 해당하는 반추 동물(ruminant animal, 反芻動物)의 대퇴골(femur, 大腿骨)에도 존재함을 발견했다 [그림 3] [1]. 즉, 성장지연선이 변온 동물만의 독특한 해부학적 특징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빈약해졌다. 덧붙여, 성장을 빨리 하느냐 늦게 하느냐는 성장지연선의 형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 3, 왼쪽 그림과 오른쪽 그림의 화살표 비교]. 결과적으로, 공룡 뼈에 존재하는 성장지연선을 근거로 “공룡은 변온 동물이다”라는 주장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림 3. (왼쪽) 지연된 성장을 보이는 반추 동물의 뼈 단면. (오른쪽) 빠르게 성장하는 반추 동물의 뼈 단면. 화살표는 성장지연선을 가리킨다 [1] [출처: Nature].



그렇다고 「Köhler, et al.」의 연구가 “공룡은 온혈 동물이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연구에서 강조하는 바는 성장지연선이 “더이상 변온 동물의 특징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더불어 연구팀은 멸종한 공룡이 정말 변온 동물인지는 앞으로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밝혀져야 할 일이며, “성장지연선”과 같은 단편적인 근거만으로 쉽게 단정 짓는 오류는 가급적 피해야 함을 주장한다. 어쨌든, 「Köhler, et al.」의 연구 결과는 기존에 거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던 성장지연선에 대한 과도한 믿음과 이 때문에 야기된 “공룡은 진실로 변온 동물이다”라는 오해를 일소(一掃)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본다.


참고 문헌
[1] Köhler M, et al. 2012. Seasonal bone growth and physiology in endotherms shed light on dinosaur physiology. Nature. 487: 358-361. [링크]
[2] Dunning H. June 27, 2012. Dinos Not Necessarily Cold-Blooded: The leading argument for dinosaurs being cold-blooded is overturned as a nearly identical bone structure is found in mammals. The Scientist. [링크]
[3] 「공룡은 온혈동물이었을지도」. 2012년 06월 29일(금). 『사이언스 타임스』. [링크] : 본문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연합뉴스』를 참조한 이 기사는 기본적인 수치부터 잘못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기사 본문 가운데 “…연구진은 양이나 소처럼 온혈 포유류에 속하는 야생 반추동물 100여 종의 다리 뼈…”란 구절이 있는데, 연구진이 사용한 반추 동물 종의 수는 필자가 언급했듯이 40종이고, 사용한 동물 수가 약 100여 마리(정확히는 115마리)다.
[4] Guarino FM. 2010. Structure of the femora and autotomous (postpygal) caudal vertebrae in the three-toed skink Chalcides chalcides (Reptilia: Squamata: Scincidae) and its applicability for age and growth rate determination. Zoologischer Anzeiger. 248: 273-283.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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