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에 해당되는 글 29건

  1. 2017.06.26 [번역] 우리 종(種)의 기원에 대해, <Nature>, 2017.
  2. 2017.06.25 [번역] 앨버타(Alberta)에서 발견된 새로운 공룡 화석이 너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마치 조각상처럼 보인다. - <ScienceAltert>, 2017
  3. 2017.06.09 [번역] 유전체학으로 전 세계 인류 정착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 <Nature>, 2017.
  4. 2015.03.04 언어 기원 논쟁이 다시 불붙다 - "Language origin debate rekindled" <Nature>
  5. 2013.10.20 [과학 기사 번역] 180만 년 된 호미닌 두개골이 완전한 형태로 발견되다. 2
  6. 2013.10.19 [과학 기사 번역] 아프리카 대호수가 우리 조상의 뇌를 키웠는가?
  7. 2013.01.31 [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3) 2
  8. 2013.01.31 [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2)
  9. 2013.01.31 [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1)
  10. 2013.01.23 [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4)
  11. 2013.01.23 [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3) 1
  12. 2013.01.23 [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2)
  13. 2013.01.23 [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1)
  14. 2013.01.04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4)
  15. 2013.01.04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3)
  16. 2013.01.04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2)
  17. 2013.01.04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1)
  18. 2013.01.03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5)
  19. 2013.01.03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3)
  20. 2013.01.03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2)
  21. 2013.01.03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1)
  22. 2012.12.17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5)
  23. 2012.12.17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4)
  24. 2012.10.11 [서평]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를 읽고
  25. 2012.09.18 다세포의 출현, 실험적으로 재현하다 2
  26. 2012.09.11 DNA, RNA, TNA 그리고 생명의 탄생
  27. 2012.09.06 보노보 원숭이, 창조적으로 도구를 제작하다 2
  28. 2012.08.19 진화의 기본 원리 — Douglas Futuyma의 『Evolution』에서 발췌 및 번역
  29. 2012.08.14 진화란 무엇인가? 1


올해 6월 초에 300,000년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논문이 <Nature>에 두 편 발표됐다 [링크1] [링크 2]. 이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는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약 200,000년 전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발견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이 훨씬 더 앞당겨졌다. 물론, 해부학적 형태를 놓고 본다면 오늘날 우리와 완전히 같은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핵심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예를 들어, 두개골이라든지 뇌용적이라든지 등등) 오늘날 우리와 크게 다르진 않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화석에서 DNA를 뽑으려고 몇 번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것인데, DNA까지 분석할 수 있었다면 인류진화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역시, DNA를 추출하고 라이브러리를 만들기에 300,000년이란 시간은 너무 긴 시간인가? 모르지 ... 나중에 기술이 더 발전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호모 날레디(Homo naledi)와 이 화석 덕분에 인류 진화의 역사가 꽤 복잡해지고 있다.


사족: 지명은 가급적 원어의 발음을 따르기도 했다. 예를 들어, "Jebel Irhoud"는 몇몇 기사에서 "제벨 이로드"로 표기하는데, 아랍어 발음에 따르면 "자발 익후드" 이런 비스무리한 식으로 표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물론, 이것도 정확한 표기는 아니지만, ... 뭐 그렇다는 말이다.


마지막 단락에 번역이 이상한 곳이 있는데, 내가 잘 이해를 못한 건지, 아니면 글쓴이가 글을 이상하게 쓴 건지 (아마,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게 맞겠지 ...) 모르겠다. 아무튼, 대충 번역은 했놨는데, 나중에 제대로 이해하는 그날이 오면 아무말도 없이 수정하리라 ... !! 그리고 이 문장은 지워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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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On the origin of our species


우리 종(種)의 기원에 대해


CHRIS STRINGER & JULIA GALWAY-WITHAM


Nature 546, 212–214 (08 June 2017)


화석기록의 간극(間隙)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진화한 방식을 이해하는 데 제약이 되어왔다.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모로코(Morocco)에서 발견된 일은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인류진화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Letters p.289 & p.293


현생 호모 사피엔스(modern Homo sapiens)는 화석 유골에서 인지할 수 있는 어떤 골격 특징을 공유한다. 여기에는 (뇌를 감싸는 두개골 부분인) 높고 둥근 두개(braincase, 頭蓋), 그 아래에 놓인 작은 안면(顔面, 또는 얼굴), (눈구멍 위의 뼈 능선[bone ridge]인) 작고 분리된 눈두덩(brow ridge)이 포함된다. 인류진화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화석과 이용 가능한 DNA에 주로 근거한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Homo) 속(屬) 내의 조상 인류로부터 언제 그리고 어디서 진화했는지에 관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간극은 여전하다. 289쪽에서 후블린(Jean-Jacques Hublin)과 그의 동료는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호모 사피엔스 화석을 보고했으며, 이들 유골의 크기와 모양을 분석해 제시했다 [1]. 293쪽에는 리히터(Daniel Richter)와 그의 동료가 화석의 연대측정 근거를 제시했다 [2]. 관련된 석기도구와 함께 출토된 인간 화석은 호모 사피엔스 진화의 초기 단계에 대한 중대한 정보를 제시한다.


화석 유골에 따르면 초기 현생 호모 사피엔스가 약 200,000년 전 출현해 아프리카에 존재했으며, 이들 개체는 오늘날 인류와 비슷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졌다고 나타난다 [3]. 하지만 현존하는 인간과 화석의 DNA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혈통이 근연종(close relative, 近緣種)인 유라시아(Eurasia)의 네안데르탈(Neanderthal)인과 데니소바(Denisova)인 혈통으로부터 500,000년보다도 훨씬 전에 분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4], 최초로 확인된 초기 현생 호모 사피엔스보다도 상당히 더 오래됐다. 이러한 사실은 현대적인 골격 형질을 완전히 갖춘 개체가 출현하기 전에 현생인류의 특징보다는 그 대신에 고대인류의 (원시인류의) 특징을 좀 더 많이 가졌던 호모 사피엔스 혈통의 초기 구성원이 존재했음을 암시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런 화석을 찾아내기란 어려웠었다.


인류 화석이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Morocco)의 자발 익후드(Jebel Irhoud)에서 네안데르탈인 유적과 관련된 유물 이름인 ‘무스테리안(Mousterian)’으로 묘사된 석기도구와 함께 1961년과 1962년 사이에 회수되었다 [5] [그림 1]. (지금은 잘못된 생각인)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당시의 대중적 관점을 고려해서, 이 화석은 아프리카의 네안데르탈인이라고 불렸다. 이들은 약 40,000년 전에 살았다고 추정되었다 [6]. 1970년대에 수행된 화석 크기 및 모양 분석은 두개골 하나가 네안데르탈인과는 매우 다른 안면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오히려 호모 사피엔스와 상당히 닮았다고 보고했다 [7]. 하지만 이 화석은 비교적 최근의 화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후기 호모 사피엔스의 잠재적인 조상으로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7].


1968년에 어린아이의 턱뼈가 같은 장소에서 발견됐으며, 치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생인류를 닮은 성장 양상을 보였다 [8]. 현생인류는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나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고대인류보다 훨씬 더 천천히 그리고 오랜 시기에 걸쳐 성숙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은 의미가 있었다 [8, 9]. 현생인류를 훨씬 더 닮은 인간 화석이 비슷한 연대의 동아프리카 유적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10], 자발 익후드 화석이 아프리카 위치를 고려했을 때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에 대해서는 지엽적이라는 관점이 끈질기게 지속됐다.


그림 1 | 두개골 모양의 차이. 고대 두개골의 구조적 차이로 진화 단계를 설명할 수 있다. 원래 두개골의 복제 주형이 그림에 나와 있다. a, 스페인(Spain)의 시마 델 로스 우에소스(Sima de los Huesos)에서 발견된 약 430,000년 된 두개골은 네안데르탈인의 초기 형태를 대표한다고 생각된다. 시마(Sima) 두개골에서는 가장 최근의 네안데르탈인에서 관찰되는 특징적인 눈두덩 모양과 같은 몇몇 형질이 나타나지만, 후기 네안데르탈인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훨씬 더 넓은 안면 및 평균적으로 더 작은 뇌 크기와 같은 조상의 특징 또한 여전히 더 많이 유지하고 있다. b, 라 페가지(La Ferrassie)에서 발견된 약 60,000–40,000년 된 두개골은 후기 네안데르탈인의 사례 가운데 하나다. c, 후블린과 리히터는 호모 사피엔스 진화의 초기 단계를 대표할 수 있는 350,000–280,000년 된 화석을 모로코의 자발 익후드에서 발굴해 보고했다 [1, 2]. 이전에 이곳에서 발견된 자발 익후드 화석의 안면 모양은 섬세한 광대뼈처럼 현생인류의 신체구조와 더욱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5]. 하지만, (뇌를 둘러싼 두개골 부분인) 두개(頭蓋) 모양은 형태 측면에서 고대인을 닮았으며, 현생 호모 사피엔스보다는 덜 둥글고 길쭉한 모습이다. d, 프랑스의 아브리 빠뚜(Abri Pataud)에서 발견된 약 200,000년 된 호모 사피엔스는 둥그런 두개를 가진다 [16]. 축적막대, 5 cm.



그림 2 | 모로코의 자발 익후드. 후블린과 리히터가 조사한 유적의 전경 [1, 2]. 초기 인간이 그 지역에 거주했을 때 여기는 동굴이었을 테지만, 이곳을 뒤덮은 암석과 많은 퇴적물은 1960년대에 그 지역에서 이루어진 작업으로 제거되었다.



후블린과 리히터가 보고한 자발 익후드 발굴로 추가적인 석기도구와 인간 화석을 밝혀졌는데, 여기에는 부분적인 두개골 뼈와 아래턱뼈가 포함된다. 1960년대에 회수된 화석과 함께 이들 발견물을 분석한 결과, 적어도 5명분의 개별 화석이 확인되었다. 저자들이 밝히길, 부싯돌과 인간 치아를 분석했을 때 이들 화석은 약 350,000–280,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층에 모여 있었다. 연대측정 기술의 개선, 특히 발광 연대측정법(luminescence dating) 덕분에, 모든 표본이 발굴되었던 이 지층은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대략 두 배는 더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다.


저자들이 발견한 도구는 (약 300,000–40,000년 전인) 중석기 시대의 것으로 지정되었으며, 아마도 불의 사용 및 제어가 있었음을 가리키는 인간에 의한 변형 및 숯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는 동물상(fauna, 動物相)과 함께 발견되었다. 비슷한 중석기 시대의 유물이 아프리카 남동부 유적에서 보고된 적이 있지만, 이들 유물은 자발 익후드의 것보다 일관되게 오래되지 않았다. 화석과 도구에 대한 확실한 연대를 고려한다면 자발 익후드 유적은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중석기 시대의 호모 사피엔스 관련 유적과 유물을 대표한다.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은 오늘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지만, 동물상 증거와 고대 기후의 모델링에 따르면 이 지역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으며, 이 때문에 아마도 인간 및 이들이 소유한 기술이 대륙을 가로질러 있었으리라고 제시했다 [11]. 이런 주장과는 다르게, 중석기 시대의 기술은 아프리카의 다양한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출현한 것 같다는 가설도 있다.


후블린과 그의 동료는 발굴한 화석을 1,800,000–150,000년 전 사이의 고대인류 친족의 화석, 과거 130,000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 화석, 그리고 네안데르탈인 화석과 비교하기 위해 모양분석 통계법(shape-analysis statistical technique)을 사용했다. 안면부에 대해서,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인간 화석 대부분은 자발 익후드 표본과 분명히 구별되는데, 이 표본은 현생 호모 사피엔스와 매우 비슷했다. 또한, 자발 익후드에서 발굴된 아래턱뼈 화석은, 비록 훨씬 더 클지라도, 현생 호모 사피엔스 턱과 비슷한 모양을 나타냈다. 하지만, 자발 익후드의 화석은 특히 눈두덩 크기에서 구조적인 차이를 일부 보였는데, 이것은 아마도 종(種) 내 성 차이와 관련되었으리라 추측된다.


자발 익후드 화석의 두개뼈는 과거 130,000년 전 이내의 호모 사피엔스 화석의 두개뼈와 비교했을 때 길쭉한 모양과 낮은 높이 같은 고대인의 특징 일부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고대인 두개뼈의 내부 모양은 고대인 그리고 상대적으로 현생인류와 좀 더 비슷해 보이는 화석의 중간에 해당하지만, 탄자니아(Tanzania)의 래톨리(Laetoli)에서 출토된 후반기의 고대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이스라엘(Israel)의 카프체(Qafzeh)에서 발굴된 초기 현생 호모 사피엔스와 가장 비슷하다 [10, 11]. 아마도, 지난 130,000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인 둥그런 뇌 모양의 진화를 이끈 궤적이 시작된 시기 근처에 있었던 (해부학적) 구조를 대표하리라 생각한다 [1].


자발 익후드의 화석이 호모 사피엔스 진화에서 초창기 ‘선(先)-현생화(pre-modern)’ 단계의 연대가 가장 잘 측정된 증거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후블린과 그의 동료가 내놓은 주장에 동의한다. 스페인 아따뿌에르까(Atapuerca)에서 발굴된 초창기 네안데르탈인인 시마 델 로스 우에소스 화석이 네안데르탈인의 진화적 발달에 통찰을 제공해왔던 방식과 동일하게, 이들 표본은 아마도 우리 종의 진화를 분명히 밝힐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 혈통의 초창기를 대표하는 구성원 같다.


저자들은 자발 익후드 화석이 아프리카 전역을 통틀어 진행된 호모 사피엔스 진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제안한다. 두 개의 두개골이 가진 안면부 형태는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에게 발견되는 것보다 더 큰 것처럼 보이는데, 후블린과 그의 동료는 때때로 초기 호모 사피엔스로 분류되는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대략 260,000년 된 플로리스배드(Florisbad) 화석과 비교했다 [10]. 하지만, 현생인류의 섬세한 안면부가 우리의 가계도에서 비(非)사피엔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점점 더 있어 보인다 [10]. 만일 그렇다면, 익후드와 플로리스배드 화석 사이의 그런 유사성은 아프리카를 전역에서 나타나는 친족성을 가리킨다기보다는 원시 조상의 특징이 비슷하게 유지되어 나타났을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이 당시의 사하라 주변 또는 그곳을 가로질러 나타났던 인간 사이의 연결에 관한 자료가 없으므로, 자발 익후드 집단이 어떻게 고립된 채로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더욱이, 자발 익후드 출토물과 이스라엘의 주티예(Zuttiyeh) 및 타분(Tabun)에서 출토된 화석 사이의 유사성은 300,000년 전 아프리카 주변부의 회랑(回廊)이 아프리카 북부와 아시아 서부를 주기적으로 연결했을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13, 14].


후블린과 그의 동료는 ‘고대(archaic)’ 또는 ‘해부학적 현생(anatomically modern)’으로 화석을 설명하는 용어처럼 호모 사피엔스 진화의 분명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화석기록이 개선됨에 따라 사라지리라 제시한다. 비록 지난달에 보고된 것처럼 [15] 남아프리카의 원시 종(種)인 호모 날레디(Homo naledi)의 연대가 약 300,000년 전임을 포함해 고대인류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걸쳐 함께 존재했던 기간이 더 연장된 상황에서, 이들이 찾아낸 화석 증거가 (이러한 연장된 중첩 시기에) 추가된다 할지라도, 그들이 맞을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추가적인 연대측정 연구가 이들의 함께 존재했던 시기와 현생인류의 진화를 이끌었던 과정을 분명히 밝힐 것이다. 저자들은 오늘날 인간의 둥그런 뇌 모양이 비교적 최근에 진화했을 수 있으며, 이것 때문에 뇌가 인간 현대성(human modernity)의 특징을 정의하는 잠재력을 부여받았다고 제안한다. 뇌 크기와 모양 모두가 적어도 400,000년 동안의 시기에 걸쳐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혈통을 따라 독립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진화했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인지(認知)의 차이가 그 시기 동안 두 종 사이에서 생겨났을 가능성을 또한 시사한다.


참고문헌

  1. Hublin, J.-J. et al. Nature 546, 289–292 (2017).
  2. Richter, D. et al. Nature 546, 293–296 (2017).
  3. Brown, F. H., McDougall, I. & Fleagle, J. G. J. Hum. Evol. 63, 577–585 (2012).
  4. Meyer, M. et al. Nature 531, 504–507 (2016).
  5. Ennouchi, E. ĽAnthropologie 66, 279–299 (1962).
  6. Briggs, L. C. Am. J. Phys. Anthropol. 29, 377–385 (1968).
  7. Stringer, C. B. in Origins of Anatomically Modern Humans (eds Nitecki, M. H. & Nitecki, D. V.) 149–172 (Springer, 1994).
  8. Smith, T. M.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04, 6128–6133 (2007).
  9. Grün, R. & Stringer, C. B. Archaeometry 33, 153–199 (1991).
  10. Stringer, C. B. Phil. Trans. R. Soc. B 371, 20150237 (2016).
  11. Larrasoaña, J. C. in Modern Origins: A North African Perspective (eds Hublin, J.-J. & McPherron, S. P.) 19–34 (Springer, 2012).
  12. Arsuaga, J. L. et al. Science 344, 1358–1363 (2014).
  13. Freidline, S. E., Gunz, P., Janković, I., Harvati, K. & Hublin, J.-J. J. Hum. Evol. 62, 225–241 (2012).
  14. Rak, Y., Ginzburg, A. & Geffen, E. Am. J. Phys. Anthropol. 119, 199–204 (2002).
  15. Berger, L. R., Hawks, J., Dirks, P. H. G. M., Elliott, M. & Roberts, E. M. eLife 6, e24234 (2017).
  16. Oakley, K. P., Campbell, B. G. & Molleson, T. I. Catalogue of Fossil Hominids:Part II, Europe (Br. Mus. Nat. Hist., 1971).





Posted by metas :


2011년 캐나다 앨버타의 밀레니엄 광산에서 온전한 외형을 지닌 1억 1천만 년 전의 공룡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조각상 ... 아닙니다. 이건 노도사우루스(nodosaur) 화석이예요 ... 화석! [링크]


그리고 최근 들어 캐나다의 Royal Tyrrell Museum of Paleontology에서 이 화석을 공개했다는 소식이 떴습니다. [링크] 캐나다에 있었으면 한 번 보러갔을텐데 .... (....) ... 아쉽 ....


제가 고생물학 전공은 아니지만 (전공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 지나가다 한 번쯤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덕후로써 말씀드리자면 ... 이런 화석을 발견하는 건 (뉴스에서도 언급했듯이) 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차라리, 길에서 100원짜리 동전 줍는 확률이 더 높을 듯?


아무튼, 기쁜 마음으로 아쉬움을 담아(?) 기사를 번역해 공유합니다.


사족 1: 아프리카 열대우림지대에서 공룡이나 고인류 화석이 발견되면 정말 최고일텐데 .... 그럴 일은 거의 없을테니 ... (...)

사족 2: 1억 년 전의 화석 뼈에서 DNA를 추출하기엔 아직 무리일까? 10만 년 된 뼈에서 DNA를 추출하는 것도 아직 버거운데 말이죠. 그래도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전하면 1억 년 전의 공룡 뼈에서도 DNA를 추출해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시퀀싱을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죠. 아 ... 이건 불가능에 가까운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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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A New Dinosaur Fossil Found in Alberta Is So Well-Preserved It Looks Like a Statue


앨버타(Alberta)에서 발견된 새로운 공룡 화석이 너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마치 조각상처럼 보인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 드문 일이다”


TRAVIS M. ANDREWS, WASHINGTON POST, 12 MAY 2017


박물관에서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로 조립되기 전에, 대부분의 공룡 화석은 평범한 관찰자에겐 흔한 암석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누구도 1억 1천만 년 이상 된 노도사우루스(nodosaur) 화석을 평범한 돌과 혼동하진 않을 것이다.


캐나다(Canada)의 왕립 티렐 고생물학 박물관(Tyrrell Museum of Paleontology)에서 오늘 공개된 그 화석은 너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마치 조각상처럼 보인다.


심지어 더욱 놀라운 것은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6월호에서 밝힌 것처럼 이 화석이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2011년 3월 21일, 숀 펑크(Shawn Funk)가 “주변 암석보다 훨씬 더 단단한 무언가”를 내리쳤을 때, 그는 앨버타(Alberta)의 밀레니엄 광산(Millennium Mine)에서 굴착기로 땅을 파고 있었다.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 물체는 숀 펑크가 봐왔던 돌과는 딴판이었으며, 마치 “모래로 뒤덮인 갈색 디스크가 열을 맞춰 포금(砲金)이 섞인 회색 돌에 각각 고리처럼 끼워진 듯” 했다.


그가 발견했던 것은 2,500 파운드짜리 (즉, 1,130 kg) 공룡 화석이었으며, 곧바로 앨버타에 있는 박물관으로 운반되어 기술자들이 화석화된 뼈 외부의 암석을 긁어낸 후 전문가들이 그 표본을 조사했다.


로버트 클라크(Robert Clark) / 내셔널지오그래픽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건 공룡이에요.” 박물관의 공룡 큐레이터인 도널드 헨더슨(Donald Henderson)이 <앨버타 오일 매거진(Alberta Oil Magazine)>에서 말했다.


“그 사진을 처음 봤을 때 (흔하게 발견되는 해양 파충류인) 플레시오사우루스를 볼 것 같다고 확신했어요.” 훨씬 더 특별히 말하자면, 그 화석은—스미스소니언(Smithsonian)의 설명에 따르면 백악기 동안 살았던 중무장한 앙킬로사우루스(ankylosaur)의 하위집단에 속하는 구성원인—노도사우루스의 주둥이와 둔부를 아우르는 부위였다.


네 발로 움직였던 이러한 육중한 초식동물 무리는 아마도 도마뱀과 사자를 혼합한 것과 닮아 보이지만, 몸은 비늘로 덮여 있었을 것이다.


로버트 클라크(Robert Clark) / 내셔널지오그래픽


앙킬로사우루스 하위집단의 사촌과는 다르게, 노도사우루스는 꼬리 끝에 뼈로 된 곤봉이 없으며,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the Smithsoni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의 설명에 따르면 장갑판, 두꺼운 혹(knob) 그리고 장갑판 측면을 따라 나 있는 20 인치 (50 cm) 길이의 가시(spike) 두 개를 방어를 위해 대신 사용한다. “얘네들은 다리가 네 개 달린 탱크 같아요”, 공룡 사냥꾼인 레이 스탠포드(Ray Stanford)가 2012년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서 말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특별한 화석은 길이가 18 피트(5.4 m)에 무게는 약 3,000 파운드 (1,360 kg) 정도 나간다.


마이클 그레쉬코(Michael Greshko)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그 정도 수준의 보존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썼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생각이 들어요. 화석화된 피부 흔적이 공룡의 두개골에 점점이 퍼진 울퉁불퉁한 장갑판을 덮고 있어요. 오른쪽 앞발이 측면에 배치해 있고, 다섯 개의 발가락이 위를 향해 펼쳐져 있어요. 발바닥에 있는 비늘을 셀 수도 있죠.”

박물관의 박사후연구원인 캘럽 브라운(Caleb Brown)이 내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단지 뼈만 가진 건 아니죠”라며 나중에 말했다. “본연 그대로의 공룡이에요.”


이처럼 특별한 공룡이 아주 잘 보존된 이유는 뜻밖의 행운 때문일 수도 있다. (글쎄, 아마도 불쌍한 노도사우루스에겐 뜻밖의 불행 아닐까?)


결국, 바다로 떠내려 흘러가 버린 그 육상 생명체는—그 공룡이 발견된 광산이 한때 있었던—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연구자들은 강변에서 물을 마시던 공룡이 홍수 때문에 강물에 휩쓸렸다고 믿는다.


거기서, 미네랄이 “재빨리 피부와 장갑판에 침투해 몸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그 결과로 영겁(永劫)의 가치를 지닌 암석이 죽은 공룡 위에 차곡히 쌓였기 때문에 노도사우루스의 진정한 모습이 유지될 수 있었다.”


특히 이빨과 뼛조각이 훨씬 더 자주 발견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노도사우루스 화석은 연구자에게 은혜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부분적으로는 완전한 뼈조차도 찾기 어렵다”고 스미스소니언은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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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racing the peopling of the world through genomics


유전체학으로 전 세계 인류 정착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Rasmus Nielsen, Joshua M. Akey, Mattias Jakobsson, Jonathan K. Pritchard, Sarah Tishkoff & Eske Willerslev


Nature 541, 302–310 (19 January 2017)


현대인과 고대인 양쪽의 유전체(genome) 시퀀싱(sequencing) 및 분석법의 진보로 인류의 진화 역사를 이해하는 데 많은 약진이 있었다. 여기에는 (1) 해부학적 현생인류(現生人類)와 멸종한 호미닌(hominin) 사이의 이종교배(異種交配) 발견, (2)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복합적인 경로를 거쳐 전 전 세계로 퍼져나갔음을 점점 더 상세히 밝힌 것, (3) 현지 환경 조건에 노출된 인류의 수많은 유전적 적응(genetic adaptation) 규명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새로운 유전체 자료 분석 덕분에 인류의 진화 역사와 적응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변모하고 있다.


고고학적·고생물학적 자료의 도움으로 우리는 해부학적 현생인류의 출현과 확산을 이끌었던 여러 진화적 사건들을 이해해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자료는 서로 다른 사람 또는 인간 집단 사이의 유전적 관계를 밝히는 데 사용할 수 없다. 비록 문화(culture)의 확산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고고학 연구가 매우 성공적이었다 할지라도 문화의 확산이 인간의 이동 때문인지 아니면 지식(idea)의 이동 때문인지를 밝히는 역량에 있어서는 종종 한계가 있다. 현대인 또는 고대인의 유전체 자료 분석을 인류의 진화 역사를 규명하는 작업에 포함한다면 인간 사이의 계보관계(genealogical relationship)를 직접 밝히는 일뿐만 아니라 인류의 이동 경로, 인류의 분지(diversification), 그리고 다양한 인간 집단 사이에서 일어났던 유전자 혼합(genetic admixture)을 규명하는 작업이 용이할 수 있다.


1980년대에 현대인의 유전체 자료가 출현으로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론을 직접 검증하는 게 가능해졌다. 미토콘드리아 DNA(mitochondrial DNA; 이하 mtDNA)를 포함한 단순 유전자 표지(genetic marker)에 대한 연구 덕분에 몇 가지 중요한 진화적 이해가 도출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전 세계 인간 mtDNA 염기서열의 차이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로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현생인류 집단이 외부로 팽창해나갔다고 주장하는 가설인 아프리카 기원 모델(out-of-Africa model)이 받아들여진 점을 꼽을 수 있다 [1]. 해부학적 현생인류가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에 진화했고 이러한 진화가 인간이 서로 다른 지역으로 꾸준히 이동하면서 발생한 유전자 확산(gene flow)으로 말미암아 촉진됐다고 주장하는 다지역 기원 모델(multiregional model)로 알려진 대체 가설은 널리 기각됐다.


그림 1 | 인간 진화 유전체학에서 중요하고 획기적 사건을 나타낸 연표. 유전체 자료를 이용한 상당히 많은 연구가 인류 역사에 대한 중요한 통찰에 기여해왔는데, 이들이 내놓은 자료 및 그 분석의 측면을 고려했을 때 특별한 영향을 미친 연구 가운데 일부를 그림에 표시했다.


인간 mtDNA 염기서열의 계통수(phylogenetic tree)는 아프리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아프리카 기원 모델에 부합한다. 하지만 mtDNA는 오직 모계유전(female inheritance)만을 반영하고 유전자 재조합(genetic recombination)을 안 하므로 단일 유전자 표지에 대한 정보량만을 담고 있다. 오로지 한 가지 유전자 표지로만 추정된 계통수는 인류 진화의 전반적인 유전체적 양상과 역사를 대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 인류 진화의 역사를 설명하는 복합적인 모델을 엄밀히 검증하려면 핵 유전체(nuclear genome) 분석 또한 필요하다. 따라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진행된 mtDNA (그리고 Y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 표지 분석으로는 인류 진화의 역사와 관련된 수많은 의문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예를 들어, 해부학적 현생인류와 다른 호미닌(hominin) 사이에 유전자 확산이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 [2].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원 또한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었고 [3]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 진행된 농업의 출현 및 확산과 같은 문화의 전환(cultural transition)에서 사람과 지식의 이동이 차지하는 상대적 중요성도 여전히 불분명한 채로 남아 있다 [4]. 지난 10년 동안 DNA 시퀀싱 기술과 고대(古代) DNA (ancient DNA) 추출 및 농축법의 괄목할만한 발전 덕분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인류 역사와 진화에 대한 이러한 많은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1]. 그러한 기술적 진보에 힘입어 연구자들은 수천 년 전에 사망한 고대인과 같은 호미닌의 유골(遺骨)에 담긴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5, 6]. 광범위한 역사적 시간과 장소로부터 획득한 표본을 포함함으로써 시간적·지리적 측면을 유전체 시퀀싱 결과에 덧붙이는 작업은 인류 진화의 역사를 향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


이 리뷰에서 우리는 많은 인간 유전체를 확보해 그 염기서열을 시퀀싱 함으로써 촉진되었던 인류 진화의 역사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개략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몇몇 사례에서는 새로운 유전체 자료 분석이 과거 고생물학적·고고학적 증거로 뒷받침됐던 주류 이론을 지지하는 추가 증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다른 사례에서는 그러한 유전체 분석이 현존하는 자료를 근간으로 해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관점의 발견으로 이끌었다.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

해부학적 현생인류에 대한 가장 오래된 증거는 에티오피아(Ethiopia)에서 발견된 약 150,000–190,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화석에서 나왔다 [7, 8]. 아프리카 말고도 중동과 중국 남부에서 약 100,000년 전 그리고 약 80,000년 전의 해부학적 현생인류 화석 증거가 각각 보고되었다 [9, 10]. 하지만 화석 기록상으로 약 40,000년 전에 자취를 감춘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과 같은 호미닌 화석은 유라시아(Eurasia) 전역을 통틀어 400,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발견되었다 [11] [그림 2].


그림 2 | 인류의 진화 역사에 대한 간소화된 모델. 여기에는 현생인류 집단 사이 및 현대인과 고대인 사이의 중요하면서도 잘 정립된 (실선) 그리고 잠정적으로 밝혀진 (점선) 유전자 혼합 사건이 포함되어 있다. 이 모델에는 초기에 아프리카로부터 이동해 나온 고대인으로부터 파생한 오세아니아(Oceania) 인간 집단의 잠재적 계보 또한 작은 비율로 표시되어 있다 (청록색). 고대 DNA 연구로 인간 집단의 진화 역사에 상세한 통찰을 얻을 수 있어서 오늘날 유럽인이 세 무리의 조상집단 사이에 있었던 유전자 혼합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57] [그림 내 삽화]. ANE, 고대 북부 유라시아인(ancient north Eurasian); EEF, 초기 유럽 농경인(early European farmer); WHG, 서유럽 수렵·채집인(west European hunter-gatherer).


인간의 mtDNA 계통수 뿌리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증거와 일관되게, 초기 유전체 다양성 연구는 현존하는 인간 집단 가운데 광범위한 인구 하부구조(population substructure)와 더불어 가장 높은 수준의 다양성이 현존하는 인간 집단 중에서 아프리카인에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제시했는데 [12], 3,000명 이상의 아프리카인을 대상으로 한 미소부수체(microsatellite) DNA의 차이를 전체 유전체 수준에서 조사한 연구는 지리, 문화, 그리고 언어적으로 폭넓은 관련성이 있는 14가지의 조상 집단 클러스터(cluster)를 밝혀냈다 [13]. 전체 유전체 수준에서 단일 염기 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이하 SNP)에 대한 유전자형 연구(genotyping study)는 이러한 관찰 결과를 상당히 뒷받침했다 [14, 15, 16, 17, 18]. 이들 연구를 포함한 여러 연구에서 발견한 사실은 아프리카인 집단이 자신들의 진화 역사를 통틀어 크고 세분화된 구조를 유지해왔으며 [16, 19], 인간 집단 사이의 극심한 유전적 분리가 사하라 이남(sub-Sahara)에서 일어났음을 가리킨다 [18, 20]. 또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서 현대인과 고대인 사이에 광범위한 유전자 혼합뿐만이 아니라 이들 사이에 왕래가 있었다는 증거 또한 존재한다 [13]. 아프리카의 유전체 전경 대부분을 형성한 아프리카인 집단의 이동으로는 과거 4,000년 전에 반투어(Bantu language) 사용 집단이 나이지리아(Nigeria) 및 카메룬(Cameroon) 고지대에 위치한 그들의 고향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역으로 이동했던 일이었으며 [13] [그림 2와 3], 나중에 반투어 사용 집단은 토착 수렵·채집인 집단과 유전적으로 혼합되거나 이들을 대체했다. 또 다른 중요한 이동으로는 약 7,000년 전에 가축을 기르는 농경인으로 구성된 목축인 집단이 수단(Sudan) 남부에 위치한 그들의 본향(本鄕)에서 아프리카 중동부로 이동한 일과 약 5,000년 전에 (가축을 기르고 작물 재배에 종사하는) 농경·목축인 집단이 에티오피아에서 케냐(Kenya) 및 탄자니아(Tanzania)로 이주한 일 등을 들 수 있다 [13].


전체 유전체 시퀀싱(whole-genome sequencing)과 SNP에 대한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자료 분석에 따르면 흡착어(click language, 吸着語)를 사용하는 남아프리카의 산(San) 집단의 유전적 혈통에는 약 160,000년–110,000년 전 사이에 분기(分岐)했으리라 추정되는 인간 집단 사이의 가장 극심한 유전적 분열이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15, 18, 20, 21, 22] [그림 2]. 하지만 단위생식유전(uniparental inheritance)으로 전해지는 유전자 표지 및 언어학적 연구에 따르면 흡착어로 의사소통하는 수렵·채집인 집단이 원래는 훨씬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가 남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는 다른 인간 집단으로 대체되었거나, 또는 이들 수렵·채집인이 동아프리카에서 기원했으며 지난 50,000년 전에 남아프리카로 이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13, 23]. 실제로, 하드자(Hadza)와 산다위(Sandawe) 사람을 포함한 흡착음(吸着音)을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는 수렵·채집인 집단은, 비록 이들의 유전체가 남아프리카의 산(San) 사람의 유전체에 대해 제한적인 유사성을 나타낸다 할지라도, 현재 동아프리카의 탄자니아(Tanzania)에 거주하고 있다 [15, 18].


그림 3 | 유전체 자료 분석으로 추론한 인류의 전 세계적인 주요 이동 경로. 몇몇 이동 경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대륙을 향한 여정에 이용된 경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몇 가지 불확실한 점이 있다. 초창기 이동이 있은 후 뒤이은 인간 집단의 이동은 유전체 자료와 구별되는 지리적 양상을 파악하기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인류의 이동 경로를 자세히 밝히는 데 있어서 유전체 자료는 제한적이다. 제시된 이동 경로 가운데 여전히 논쟁 중인 부분은 점선으로 표시했다. CA, 아나톨리아 중부(Central Anatolia); FC,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 IP, 이베리아 반도(Iberian Peninsula); PCS, Pontic–Caspian steppe. 흑해-카스피해 스텝지대.


해부학적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정확히 언제 어디서 기원했는지는 여전히 알려진 바가 없는데, 주로 아프리카 열대 지방에서 발견되는 화석 및 고고학적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서 인간이 이동해 유전자 혼합이 일어났을 기회를 특별히 고려한다면 유전자 확산으로 이어진 몇몇 지역에서 단편적인 방식으로 현대인의 형질(形質)이 진화한 곳인 아프리카의 다양한 지역에서 현생인류가 출현했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24].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해부학적 현생인류와 고대인 집단 사이에 유전자 혼합이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 [25, 26, 27]. 약 10,000년 전 이상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사람의 유골에서 획득한 유전체의 특징을 규명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고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프리카의 현지 기후조건을 포함해 DNA를 추출할 표본이 놓인 환경이 유전물질이 보존되기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다양한 위치에 살고 있는 수렵·채집인 집단으로부터 얻은 전체 유전체 시퀀싱 자료에 대한 통계적 분석은, (이종교배를 통한 유전물질 교환인) 유전자 이입(introgression)을 겪었으며 멀게는 1,200,000년 또는 1,300,000년 정도 전에 [25, 27, 28] 가깝게는 35,000년 전에 [26] 현대인 계통에서 갈라져 나온 고대인 계통이 존재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에서 고대인의 유전자 혼합이 어느 정도 일어났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며, 현재 진행 중인 많은 연구가 이러한 질문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탈(脫) 아프리카 그리고 네안데르탈인과의 조우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주목할만한 사건인 해부학적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외부로 퍼져나간 일은 모든 비(非) 아프리카인 인간 집단의 유전자 변이에 강한 흔적을 남겼는데 [그림 2와 3], 여기에는 낮은 수준의 다양성과 [29] 높은 수준의 연관 불균형(linkage disequilibrium)이 포함된다 [30]. 그러나 주요 확산의 횟수, 지리적 기원, 이동 경로 및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여전히 모호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현대인이 아프리카 동부, 중부 및 서부에서 기원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고 [18, 31, 32, 33], 단 한 번 또는 여러 차례 아프리카 바깥으로 퍼져나갔다는 가설에 대한 증거가 있으며 [7, 34, 35, 36], 북쪽 또는 남쪽 확산 경로를 따라 이동했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가 있고 [37, 38], 인류가 아프리카 바깥으로 퍼져나간 시기가 약 50,000년–100,000년 전 사이라고 추정하는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도 있다 [20, 39, 40, 41, 42, 43]. 전 세계적으로 270곳 이상 되는 다양한 지역 출신의 사람들로부터 얻은 고품질의 새로운 전체 유전체 시퀀싱 자료를 균형 있게 이용한 세 가지 연구 덕분에 이러한 질문 가운데 몇 가지를 풀 수 있었다 [44, 45, 46]. 또한, 이들 연구는 오늘날 모든 비아프리카인의 공통 조상 집단이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동한 일이 단 한 차례 있었음을 지적하는데, 이 공통 조상 집단은 이들보다 더 일찍 오세아니아를 향해 이동한 인간 집단으로부터 적게나마 유전자를 기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46]. 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를 떠나자마자 현생인류는 곧바로 두 파(波)로 나뉘어 확산되었다 [44]. 참고문헌 36과 47에서 제시했듯이 하나는 궁극적으로 오스트랄라시아(Australasia)인과 뉴기니인의 근간이 되었고 다른 파는 오늘날 유라시아 본토 사람들의 유전자 계보에 기여했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떠난 사람들이 처음 다양성을 나타내고 있을 때 이들의 정확한 이동 경로는 아직도 연구 중이며 논란에 싸여 있다.


오늘날 모든 비아프리카인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과 조우해 이들과 유전적으로 혼합되었음은 이제 명백하다 [48]. 이제껏 연구된 모든 비아프리카인 유전자에 대략 2% 정도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계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프리카를 떠난 해부학적 현생인류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이들과 유전자 혼합 주로 일어났음을 뜻하며 [49, 50, 51], 이것은 단일 확산에 기초한 아프리카 기원 모델의 주장에 잘 부합한다 [그림 2와 3]. 연관 불균형 양상을 근거로 했을 때 해부학적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의 이종교배가 일어난 시기는 약 50,000년–65,000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52], 네안데르탈인과의 유전자 혼합이 일어난 시기를 아는 것은 아프리카를 떠난 해부학적 현생인류의 성공적인 확산이 궁극적으로 언제였는지를 명확히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대인의 유전체에 존재하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계보의 비율을 추정했을 때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 사이의 상호작용 역사가 훨씬 더 복합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51, 53]. 특히, 동아시아인은 유럽인과 비교했을 때 네안데르탈인에서 유래한 염기서열을 약 20% 더 많이 가지는데, 이것은 (i)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으로 나타난 영향이거나, (ii) 오늘날 동아시아인의 조상 집단이 유럽인 조상 집단과 분리된 후에 유전자 혼합이 일어났거나 [50, 53, 54] [그림 2], (iii) 유럽인의 조상 집단이 네안데르탈인 염기서열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 집단과 만나 유전자 혼합을 겪었기 때문에 유럽인에서 네안데르탈인 계보가 희석된 일 등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놀랍게도 약 40,000년 전 루마니아(Romania)에서 살았던 초기 현생인류를 대상으로 한 SNP 유전자형 연구에서, 비록 이 고대인이 오늘날 인간 집단의 유전자 계보에 측정 가능한 수준의 기여를 하진 않았지만, 몇몇 시기에 유라시아 몇몇 지역에서 유전자 이입이 있었다는 확고한 증거가 도출되었다 [55]. 최근 연구에서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유전자 혼합 역사가 있었으리라 제시되었으므로 [50],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유전자 혼합 모델은 현재로서는 유동적이며 향후 인구학적 모델 또한 지금까지 관찰된 유전체 분석 결과와 양립해야만 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럽을 향한 이동

유럽인 집단은 세 무리 이상에서 기원한 유전적 요소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서로 다른 시기에 유럽으로 유입됐다 [56, 57, 58, 59, 60, 61] [그림 2와 3]. 최초의 해부학적 현생인류는 일찍이 43,000년 전에 유럽에서 살았다 [11, 62]. 아마도 기후의 주기적 변화와 관계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마지막 빙하 극대기(Last Glacial Maximum; 이하 LGM) 이전 유럽인의 유전자 구성에 전환이 있었다는 증거가 있으므로 이들 초기 구석기 시대 유럽인은 오늘날 유럽인에게 소규모 유전적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61, 63], 초기 유럽인으로부터 정확히 어느 정도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61]. LGM이 물러난 후 약 11,000년 전에 축산, 농경, 정착 생활을 기반으로 하는 — 신석기 생활양식으로 알려진 — 새로운 생활 방식이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소규모 지역에서 출현하기 시작했다 [64] [그림 3]. 고대 DNA 분석에 따르면 이들 농경인 집단은 아나톨리아(Anatolia) 중부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확장했지만,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다른 지역에서 온 인간 집단도 초기 유럽 농경인의 유전자 구성에 제한적으로나마 기여했다 [61]. 이들 농경인 집단은 대략 7,000년 전에 이베리아 반도(Iberian Peninsula)에 도달했으며 약 6,000년 전에 브리튼(Britain) 섬과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 일대에 도착했다 [61]. 신석기 시대 인간 유골에서 얻은 유전체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과정이 농경인 집단의 대규모 이동과 현지 수렵·채집인과의 동화(同化)로 추진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61, 63], 이러한 사실은 신석기 시대의 생활 방식이 오로지 지식과 문화의 전파보다는 인간의 이동으로 말미암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음을 증명한다. 고고학적 자료에 따르면 농경인으로 살았던 사람의 건강 상태는 이들의 유골에서 드러나는 영양실조와 치아 부식과 같은 풍부한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때때로 좋지 않았지만 [66, 67], 유전체 분석 자료를 근거로 생성된 유효 집단크기(effective population size) 추정에 따르면 신석기 생활 방식이 집단의 크기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 [66].


유럽인의 유전자 구성에 3번째로 기여한 유럽을 향한 또 다른 이동은 후기 신석기 시대와 초기 청동기 시대 사이 동안에 일어났다. 얌나야(Yamnaya) 문화에 속하는 흑해-카스피해 스텝지대(Pontic–Caspian steppe) 출신 목동 집단이 약 4,500년 전 유럽 중부를 향한 이동과 관련이 있다 [58, 60]. 목동 집단 자신들은 (오늘날의) 러시아와 코카서스(Caucasus)에서 살았던 여러 수렵·채집인 집단의 후손이었다 [58, 68]. 이러한 이동은 아마도 정복 활동 및 승마기술과 같은 기술적 진보와 연결되어 있었을 것이며 이들의 이동 덕분에 인도·유럽어가 유럽으로 퍼졌을 것 같지만 [58, 60], 몇몇 언어학 연구자는 신석기 시대 농경인이 이미 인도·유럽어로 의사소통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한다 [69]. [58, 60]. 분명히 말하자면, 후기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는 흑해-카스피해 스텝지대 목동 집단의 유전자가 유럽 서부와 북부 전역으로 확산되었던 역동적인 시기였다 [58, 60].


오늘날 유럽인 집단을 구성하는 세 가지 주요 유전자 구성요소는 (i) LGM 이후 수렵·채집인의 유럽 재정착, (ii) 신석기 시대 농경인의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유럽으로 이동, 그리고 (iii) 후기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 사이에 (얌나야 목동의) 유럽 동부 지역에서 (중부) 유럽으로 이동한 일을 반영한다. 이러한 유전자 구성요소를 근거로 오늘날 유럽인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다양성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65]. 예를 들어, 신석기 시대의 유전자 구성요소는 사르데냐(Sardinia)인과 같은 남유럽인 집단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처럼 보인다 [56, 57, 66]. 오늘날 유럽인들 간에 나타나는 유전적 차이는 지형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70, 71] 북위도로 향할수록 다양성의 정도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72]. 비록 유전적 다양성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별개의 이동을 통해 유럽으로 유입했지만, 지리적 이유 때문에 제한적으로 나타난 훗날의 유전자 확산 과정은 오늘날과 같은 유럽인의 유전적 전경을 형성했다. 따라서 문화와 생활방식은 지리적 여건보다 선사시대 유럽의 수많은 시기 동안 있었던 유전체적 분화와 유사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61].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향한 이동

상당수 증거에 따르면 초기에 있었던 적어도 두 차례의 이동을 통해 아시아에 인류가 정착했다. 하나는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인과 파푸아(Papua)인의 조상이 포함되어 있고 다른 하나에는 동아시아인의 조상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두 집단 사이에는 유전적 혼합이 있었지만 [47], 다른 증거에 따르면 아시아를 향한 이동은 오직 한 번밖에 없었다고 한다 [45]. 하지만 인류가 아시아에 어떻게 처음 정착했는지 세부 사항은 여전히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아시아에서 발굴된 초기 현생인류 두 구(具)를 대상으로 유전체 시퀀싱이 이루어진 적이 있다. 첫 번째 유전체는 약 24,000년 전 시베리아 중서부 말타-부렛(Mal'ta-Buret') 문화에 속한 사람의 유골에서 얻었는데 [73], 이 고대인은 서유라시아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모두에 대해 강한 유전적 동질성을 보이지만 동아시아인과 시베리아인에 대해서는 약한 동질성을 보이는 것으로 봐서, 오늘날과 비교했을 때 상부 구석기 시대 동안의 유전적 특징이 지리적으로 매우 다르게 분포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유전체는 약 45,000년 전 시베리아 서부 우스트-이쉼(Ust'-Ishim) 지역에 살았던 사람의 유골에서 얻었는데 [74], 서유라시아인 및 동아시아인 [74], 그리고 데니소바(Denisova)인과의 유전자 혼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차이를 감안한다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Aboriginal Australian)과 거의 동일한 유전적 친화가 보인다 [44]. 러시아의 유럽 지역에서 발굴한 36,000년–38,000년 전의 코스텐키 14(Kostenki 14)라 불리는 인간의 유전체가 동아시아인보다는 당대의 서유라시아인과 밀접한 유전적 친화를 보인다는 증거와 함께 [75], 말타-부렛과 우스트-이쉼 유전체 자료는 약 36,000년–45,000년 전 사이에 동아시아인과 서유라시아인 사이에 분지가 있었음을 가리킨다. 청동기 시대 유라시아 지역에서 살았던 101구의 고대인 유전체를 대상으로 수행한 낮은 수준(low-coverage)의 시퀀싱 결과를 포함한 연구에 따르면 후발 주자로 유럽과 서아시아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로 팽창한 두 인간 집단이 이 지역에서 말타인으로 추정되는 수렵·채집인과 유전적으로 혼합되어 현지인들을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60]. 첫 번째 사건은 얌나야(Yamnaya) 목동이 약 5,000년 전에 아시아로 팽창한 일인데, 이 일은 얌나야인이 유럽으로 팽창한 때와 동일한 시기다. 훗날, [아판나시에보(Afanasievo) 문화를 형성했던] 중앙아시아의 얌나야인은 2,500년 전에서 3,500년 전 사이에 신타쉬타(Sintashta) 문화에 속한 사람들로 대체되었는데 [60], 이들 신타쉬타인은 우랄(Ural)과 유럽에서 출발해 이곳으로 이동했으며 동아시아인과 유전적으로 혼합되었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약 475,000년–55,000년 전 오세아니아에 인류가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76, 77].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출토된 고대인 두개골의 형태학적 차이 연구는 오늘날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과, 뉴기니(New Guinea) 섬 그리고 태즈메이니아(Tasmania) 섬으로 구성된 고(古)대륙인 사훌(Sahul) 대륙에 적어도 두 차례에 걸쳐 인류가 독립적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하는 데 사용되었다 [78]. 비슷한 주장이 언어학적 자료, 석기 제작 기술(lithic technology) 또는 딩고(dingo)와 같은 순화종(domesticated species)의 유입을 근거로 제시된 적이 있다 [36]. 하지만 지금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파푸아인을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집단 유전체 연구만이 이들 집단의 근간이 되는 사훌 대륙으로의 이동이 오직 한 번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아냈는데 [44], 최초의 이동 후에 파푸아인 조상 집단과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조상 집단 사이에 분지가 일어났으며,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집단에서도 사막화와 같은 환경 변화와 동시에 일어났으리라 짐작되는 유전적 분지가 훗날 뒤따랐다. 따라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상대적으로 최근 시기까지도 높은 수준의 고립 속에서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오세아니아의 현대인을 대상으로 얻은 전체 유전체 SNP 자료는 [이스터(Easter) 섬으로도 알려진] 라파 누이(Rapa Nui)로 둘러싸인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 삼각지대(Polynesian Triangle)부터 그 동쪽 전역에 분포하는 폴리네시아인이 멜라네시아인과 동아시아인의 유전자 계보가 섞인 사람들이 오세아니아 전역으로 확산했음을 대표한다는 고고학적 추측이 타당함을 확증했다 [79]. 멜라네시아인 계보는 폴리네시아인이 처음으로 오세아니아 전역으로 팽창하기 시작한 후에 동아시아 원인(源人)의 계보에 추가됐다 [80]. 약 1,000년 전까지 폴리네시아인이 동쪽을 향해 팽창하는 동안 이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해 현지인과 유전적으로 혼합되었는지 여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남아메리카에서 발굴된 고대의 닭 유골을 대상으로 한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시나리오가 타당해 보이지만 [81], 그런데도 여전히 의문점이 있다 [82]. 대략 서기 1650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가며 남아메리카에 폴리네시아인 노예 무역이 있었다는 기록보다 이전 시기에 존재했던 브라질에서 출토된 인간 유골들에 대한 유전체 시퀀싱에 따르면 이들이 오늘날 폴리네시아인과 유전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83]. 이러한 연구 자료는 폴리네시아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이 오래전에 상호 접촉했었음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를 제시했지만, 이들이 유럽인에 의해 아메리카로 끌려온 사람들의 후손일 수도 있다. 더욱 확실한 증거는 오늘날 이스터 섬에 거주하는 원주민을 대상으로 한 전체 유전체 수준의 연구 결과에서 나왔는데 [84], 이 연구는 유럽인이 1722년 이스터 섬에 도착하기 수백 년 전인 1280년–1495년 사이에 폴리네시아인이 아메리카 원주민과 유전적으로 혼합되었음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에 인류가 정착했던 때보다 앞선 시기의 인간의 유골에 있음 직한 폴리네시아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의 유전자 혼합에 대한 증거를 찾아야지만 오직 이러한 논쟁에 대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을 향한 이동

아메리카 대륙에 인간이 존재했었음을 뒷받침하는 가장 오래되었고 널리 인정받는 증거는 약 15,000–1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85], 아메리카 대륙의 광범위한 인간 정착은 (약 12,600–13,000년 전의)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연구가 잘 된 고고학적 유적인 클로비스(Clovis) 유적의 출현과 함께 나타난다. 하지만 약 13,000년 전까지 북아메리카 대륙 대부분은 거대 빙하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늘날의 시베리아 북동부와 북아메리카 북서부에 있는) 베링 육교(Beringia)에서 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지역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웠다. 빙하가 녹으면서 대략 1,500 km 정도 길이의 부동(不凍) 회랑(回廊)이 내륙에 형성되었다 [3]. 캐나다의 여러 호수 중심부를 대상으로 한 범유전체학(metagenomic) 분석에 따르면 이 회랑은 약 12,600년 전에 처음으로 생명체가 서식 가능한 곳이 되었으므로 [86] 선(先) 클로비스(pre-Clovis) 집단과 클로비스 집단의 사람들이 남쪽을 향해 이동하는 초기 경로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바이슨(bison)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내놨다 [87]. 어떻게 그리고 언제 아메리카인의 가장 먼 조상이 홍적세(洪積世)의 빙하를 건너 북아메리카 남단으로 이동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마찬가지로 선 클로비스 집단과 클로비스 집단이 같은 경로로 이동했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이들이 14,000년보다도 더 이전에 북아메리카 대륙의 서안(西岸)을 따라 이동했고 아마도 나중에 내륙을 통해 남쪽 또는 북쪽으로 거슬러 이동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그럴싸해 보인다 [그림 3].


두개골 형상과 언어학 분석을 근거로 했을 때 초기 아메리카인은 오늘날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니지만, 이들은 오스트랄로-멜라네시아인(Australo-Melanesian), 폴리네시아인, 일본의 아이누(Ainu)인, 또는 나중에 시베리아에서 건너온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으로 대체되었거나 이들과 동화되었던 유럽인과 관련되어 있다고 제시된 적이 있다 [88, 89, 90]. 하지만 몇몇 유전체 연구는 이 모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클로비스 문화와 유일하게 연관되었고 12,600년 전에 살았던 [미국 몬태나(Montana)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간의 유전체가 2014년 학계에 발표되었다 [91]. 이들 분석에 따르면 이 유전체가 유래된 클로비스인 집단은 오늘날 수많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직계 조상이었다. 비슷하게, 미국 워싱턴(Washington)주에서 발견된 약 9,500년 된 케너윅 인간(Kennewick Man)은 그 두개골의 형상으로 판단했을 때 아이누인 및 폴리네시아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두개골에서 추출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연구는 케너윅 인간이 오늘날 아메리카 원주민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92]. 더욱이, 초기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한 인간의 잔류 집단이자 오스트랄로-멜라네시아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리라 생각되는 인간 집단이 오늘날 아메리카 원주민과 유전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나타났다 [93, 94].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바탕으로 시베리아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의 분지 시기를 추정했을 때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전자 풀(pool)은 일찍이 약 23,0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93], 이러한 사실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이 아메리카 대륙에 오래전에 진입했음을 더욱 지지하는 증거가 된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고고학적 유적에 대해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연도를 고려했을 때, 대략 8,000년 전까지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이 시베리아나 베링육교에서 고립된 채로 살았을 수 있으며,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동쪽으로 이동하기 전에 이들이 시베리아 조상으로부터 분리되었을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하면 오늘날 시베리아인이 아메리카 원주민과 가장 가까운 동족이지만, 24,000년 정도 오래된 말타(Mal'ta)인의 뼈에서 얻은 유전체 시퀀싱에 따르면 아메리카 원주민은 말타 계통뿐만이 아니라 하나 이상의 알려지지 않은 동아시아 계통과 관련된 집단과의 유전자 혼합으로 파생되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73]. 클로비스인과 연관된 유전체와 오늘날 아메리카 원주민은 (14–38%에 달하는) 비슷한 양의 말타인 유전자 특징을 보이므로, 아메리카 원주민을 있게 한 유전자 혼합이 일어난 사건은 대략 12,600년보다도 더 이전에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자 혼합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했는지 아니면 바깥에서 이미 일어났는지 아닌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전체 자료는 약 14,000년–1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기저 분리(basal division)가 어디에서 일어났는지를 결정하는 데 사용되었다 [73, 91]. 남쪽으로 갈라져 이동한 무리에는 아메린디아(Amerindia)어(語)로 말하는 인간 집단이 포함되며 북쪽으로 이동한 무리에는 애서배스카(Athabasca)어, 크리(Cree)어 또는 알곤킨(Algonquin)어로 말하는 집단이 포함되어 있다. 전체 유전체 시퀀싱 자료를 기반으로 분지를 추정한 연구에 따르면 두 집단은 시베리아인으로부터 동시에 갈라져 나온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아메린디아인과 애서배스카인 집단 모두의 유일한 근간이 되며 유전자 확산을 통해 훗날 아시아로부터 유전자가 유입된 분지 사건이 단 한 번 있었음을 암시한다 [93]. 두 아메리카 원주민 분파(分派) 사이의 분지가 시베리아에서 일어났는지 또는 아메리카 대륙 빙하의 북부 또는 남부에서 발생했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므로, 차후 고대인의 유전체 분석이 이러한 쟁점 해결에 필요하다. 비슷하게, 오늘날의 몇몇 브라질 원주민의 유전체에서 발견되는 오스트랄로-멜라네시아인의 유전자 특징이 나중에 발생한 유전자 확산 때문인지 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기반 집단(founding population)으로 부터 물려받아서 나타난 것인지도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93, 94]. 지금까지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고대인 유전체를 대상으로 한 어떤 연구 결과에서도 이러한 유전적 특징을 보인 적은 없다.


아메리카 대륙의 북극권에서 살고 있는 이누이트(Inuit)는 다른 아메리카 원주민과는 별개로 이동해온 집단에서 기원했던 것처럼 보인다 [95, 96]. 하지만 약 5,000년 전에 아메리카 대륙에 출현했으며 현재는 멸망한 고대 에스키모(Paleo-Eskimo) 문화에 속하는 아메리카의 북극권에 최초로 정착한 인류가 오늘날 이누이트의 조상을 대표하는지 또는 시베리아에서 온 별개의 기반 집단인지 아닌지가 오랫동안 논의됐다 [96] [그림 3]. 그린란드(Greenland)에서 발견된 약 4,000년 정도 된 머리 다발에서 추출한 DNA를 시퀀싱 한 결과에 따르면 이 고대인이 속한 집단은 아메리카 원주민과 이누이트의 이동 경로와는 독립적으로 시베리아에서 출발해 북아메리카 북극권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5, 97]. 그리하여 이 집단은 혹한의 환경 조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전략과 기술을 재발명함으로써 북극권에서 약 4,000년 동안 살아남았지만, 결국 약 700년 전 정도에 이누이트로 대체되었다.


데니소바인과의 조우

다른 형태의 고대인이자 수수께끼로 둘러싸인 데니소바(Denisova)인은 네안데르탈인과 마찬가지로 최초의 현생인류가 유라시아에 출현하기 시작했을 때 이곳에서 살고 있었다. 데니소바인의 해부학적 형태와 지리적 분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으며, 시베리아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뼈 한 개와 치아 세 개에서 추출한 유전체 시퀀싱만이 오직 이들의 존재를 확인해줄 뿐이다 [98, 99, 100].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들 사이의 유전적 분화는 현대인 사이에서 나타나는 가장 극심한 유전적 분열과 비슷한 정도의 유전적 차이를 보이지만, 이들이 분지한 시기는 아마도 대략 200,000–400,000년 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가리라 추정된다 [48]. 데니소바인에게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되는데, 예를 들어,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라고 추측되는 초기 인간으로부터 (유전자 혼합으로 획득한) 유전물질을 물려받은 것처럼 보인다 [48] [그림 2]. 거의 틀림없이, 데니소바인은 유라시아의 (그리고 아마도 그 이외의 지역의) 동쪽과 남쪽 양단에 걸친 폭넓은 지역에 살았던 고대인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네안데르탈인은 유라시아의 서부까지 분포했던 고대인의 분포를 반영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비슷하게 데니소바인은 해부학적 현생인류와 이종교배를 했다. 오세아니아의 멜라네시아인을 포함한 몇몇 인간 집단의 유전체 기원을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유전체의 약 3–6% 정도가 데니소바인과 유사한 조상 집단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된다 [48, 98] [그림 2]. 아시아 동남부의 대륙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유전체 가운데 0.1–0.3% 정도는 데니소바인으로부터 물려받았다 [48, 101].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유전체 모두 유전자 이입에 따른 유전적 선택을 받아왔다. 인류의 자연선택 대부분은 유입된 DNA에 반(反)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처럼 보이는데, 유전체의 생물학적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 근처에서 유입된 DNA가 극히 소량으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51]. 더욱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모두로부터 유래한 염기서열이 전혀 없는 부분이 인간 유전체의 상당 부분에서 확인되었는데 [102], 이것은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염기서열이 유전체에서 재빨리 제거된다는 사실에 잘 부합한다. 하지만 티베트(Tibet)인이 고(高)지대에 적응한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유입된 DNA 일부는 인류가 특정 지역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 [103].


최초의 신뢰할만한 고대인 유전체 자료 연구에 따르면 해부학적 현생인류와 고대인 사이에 단속(斷續)적이며 매우 특이적인 유전자 혼합이 두 번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6, 98]. 그 이후로, 우리는 그러한 유전자 혼합이 훨씬 더 흔했음을 알았고, 그러한 일이 다양한 현대인 및 고대인 집단 사이에서 수차례 발생했으며 [48, 50, 101, 103], 양방향으로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104] [그림 2]. 오늘날, 데니소바인 DNA가 멜라네시아인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인으로 이입한 곳이 오스트레일리아였는지 또는 아시아였는지 불분명한데, 이것은 현대 오스트레일리아인의 조상이 대륙을 건너 이동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유전자 이입이 아시아에서 발생했었다면, 오늘날 아시아인은 훗날 있었던 대규모 이동 과정 동안 아시아에 도착한 다른 인간 집단의 후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유사하게, 동아시아인에게 나타나는 데니소바인과의 유전자 혼합이 동일한 유전자 혼합 사건의 결과인지 아니면 오스트랄라시아인에게 영향을 준 여러 진화적 사건들의 결과인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유전자 자료 분석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진화 역사뿐만 아니라 자연선택이 우리 인간 종(種)에 어떤 영향을 미쳤었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아프리카 대륙 내부에서 그리고 나중에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인류는 선택적 섭생(攝生)을 이끈 새로운 환경 조건에 맞닥뜨렸는데, 여기에는 마지막 빙하기 동안의 아메리카 대륙 및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난 극한의 추위, 일조량의 변화 그리고 이전에는 마주치지 않았던 병원균이 포함된다. 사냥 및 낚시법의 개선 같은 문화적 진보와 식물과 동물을 길들이는 방법의 개발 또한 새로운 환경 조건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섭식(攝食)의 변화가 포함된다. 유전체 시퀀싱 자료 세트 덕분에 자연선택의 표적이 되어왔던 인간 유전체가 어디인지 체계적으로 조사할 기회를 얻었다. 오늘날 인간 유전체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자료 덕분에 자연선택의 표적이 되었던 개별 유전자 변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결과 DNA 염기서열 분석으로 발견한 자연선택의 증거와 인간이 현지 환경에 적응할 때 이들 염기서열의 역할을 연결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현재 고대 DNA를 대상으로 한 연구 덕분에 대립유전자 빈도(allele frequency)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직접 관찰하는 게 가능해졌다 [105, 106].


현지 환경 적응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가 맞닥뜨렸던 가장 극명한 환경 변화 가운데 하나는 바로 위도의 상승에 따른 일조량의 감소였다. 적도 인근에 사는 인간 집단은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 및 엽산(葉酸)의 광분해(photolysis)를 막기 위해 검은 피부를 가진다 [107]. 하지만 자외선은 골격의 발달과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 D 합성 촉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위도에 살수록 자외선에 노출되는 정도가 적은 집단에게 엷은 피부색은 더욱 효율적인 비타민 D 합성에 이점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고위도에서 살수록 엷은 피부색을 선호하도록 이끈 자연선택 때문에 몇 가지 유전자가 영향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MC1R, SLC24A5 그리고 (MATP라고도 알려진) SLC45A2가 포함된다 [108, 109].


인류가 지역 환경에 적응한 또 다른 사례는 티베트(Tibet) 같은 저산소(hypoxia)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인간 집단에서 발견된다. 빌(Beall)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고지대의 생활에 적응한 티베트인에게 저산소 상태에 따라 적혈구 생성을 조절하는 과정에 어떤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110]. 티베트인 유전체 연구는 이러한 적응이 저산소 반응 기전에 관여하는 두 가지 유전자인 EPAS1 및 EGLN1의 대립유전자 빈도 변화 때문에 발생했다고 제시했다 [111,112,113,114].


섭식(攝食)의 변화, 특히 새로운 사냥법과 농경법의 출현과 관련이 있는 변화 또한 인간 유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가장 잘 알려진 예로 [락토스(lactose) 과민증을 피하고자] 락토스 분해효소가 유전체 안에 계속 존속하도록 한 자연선택인데, 이것은 유럽과 아프리카의 낙농업 집단에서 LCT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데 영향을 준다 [115, 116, 117]. 비슷하게, 고도불포화지방산(poly-unsaturated fatty acid) 합성을 촉진하는 FADS 유전자군(gene family)에 속한 유전자들은 인류가 채식을 하거나 또는 채식에서 멀어졌던 몇몇 전환기 동안 자연선택 아래 놓였던 것처럼 보인다 [118, 119, 120, 121].


하지만 현지 환경 적응을 이끌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아마도 현지 환경의 감염원일 텐데 [122], 이러한 사례에는 면역세포가 인지한 외래 펩타이드(foreign peptide)를 세포 바깥에 표시하는데 관여하는 주요 조직 적합 유전자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를 발현하는 유전자 [123]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이형접합체 보균자(heterozygous carrier)일 때 말라리아(malaria)에 대한 저항성을 나타내도록 하는 베타-글로빈(β-globin) 및 G6PD 유전자가 포함된다 [124, 125]. [지역 환경에 적응한 인류의 사례를 소개하는 상세한 리뷰는 참고문헌 126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선택에 대한 유전체 분석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인간 유전체에 작용한 자연선택을 규명한 전체 유전체 수준의 여러 연구로부터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인간에 대한 자연선택을 조사한 초창기 연구 대부분은 자연선택이 새로운 돌연변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수많은 사례를 고려했을 때 자연선택은 지속적인 변이 — 즉, 이러한 돌연변이가 선호되기 전 일부 시기 동안 나타났던 대립유전자에 대해서만 작용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 [127]. 더욱이, 이러한 변이는 많은 경우에 다른 호미닌과의 이종교배로 이입되었다 [128, 129].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으로부터 이입되었으며 자연선택의 작용으로 해부학적 현생인류에게 선호되었다고 밝혀진 유전자 변이 목록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129]. 예를 들어, 티베트인의 고지대 적응에 영향을 준 EPAS1 단상체(haplotype)는 데니소바인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보이며, 주요 조직 적합 유전자 복합체와 MC1R 유전자에 대한 자연선택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의 유전자 이입 때문에 촉진되었으리라 생각한다 [130, 131].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전 세계로 이동한 인류가 새로운 환경에 마주하면서, 이미 현지 환경에 적응한 다른 종류의 호미닌과의 이종교배를 통한 유전자 이입은 이들 현생인류가 현지 환경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촉진했던 중요한 요소였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감염에 대한 면역 및 저항에 관련된 유전자에 대해서는 사실로 보이는데, 해부학적 현생인류가 아직 면역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서로 다른 호미닌 사이에서 감염이 가능한 병원체를 만났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인간 유전체에 영향을 줬던 자연선택 대부분은 사람 때문에 발생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나타났다. 여기에는 문화의 혁신으로 추진된 섭식의 변화 및 사회 구조의 변화와 도시의 출현 때문에 급증한 집단 내 감염원 유입의 증가가 포함된다 [132]. 우리가 주변 환경을 바꿀수록, 그 결과로 야기되는 환경 조건의 변화는 새로운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을 유도한다. 따라서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세 번째로, 자연선택 과정에 놓였던 유전자 변이와 인간 건강에 강한 영향을 주었던 변이 사이에는 종종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의학 유전학에서 인간 진화 연구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고지대 적응을 위해 선택되었다고 밝혀진 변이는 고혈압 연구에 유의미한 모델을 제시한다 [133]. 비슷하게, FADS 유전자군의 유전자 변이처럼 섭식 적응과 관련되어 자연선택을 겪은 유전자 변이는 유전체 정보를 통해 알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식량(personalized diets)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


네 번째, (토착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메리카인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인과 같은) 대륙에 살고 있는 인간 집단 사이의 대립유전자 빈도에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유전자는 피부, 머리카락 그리고 눈의 색소처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형질과 연관되어 풍부하게 나타난다 [103]. 흥미로운 사실은 지리적으로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인간 집단 사이에서 색소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 차이가 이들 사이의 평균적인 유전체 차이보다 더 많이 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머리카락 및 피부 색깔처럼 육안으로 나타나는 형질을 근거로 예상한 것보다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 분포하는 인간은 유전적으로 더욱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눈 색깔, 머리카락 색깔, 또는 락토스 분해효소의 존속에 영향을 준 유전자처럼 상당한 영향을 끼친 유전자 변이는 흔치 않다. 대신에, 그러한 형질은 매우 복합적인 것처럼 보이며 유전체 전역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전자좌(locus)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개별적인 유전자 위치에 작용하는 자연선택과는 달리 — 복합적인 형질에 작용해서 나타나는 자연선택의 결과인 — 다유전자성 적응(polygenic adaptation)은 심지어 몇 세대밖에 지나지 않았어도 재빨리 나타날 수 있지만, 개별 유전자좌에 작용한 자연선택의 족적(足炙)은 극단적으로 희미해서 표준적인 분석방법으로는 찾아낼 수 없다 [134]. 가장 잘 규명된 인간의 다유전자성 적응 사례로 북유럽인 키의 적응 증가 [135], 비유럽인 대비 유럽인 키의 소폭 적응 증가 [136], 그리고 사르데냐인 키의 감소에 작용한 자연선택을 들 수 있다 [137]. 키에 작용한 자연선택은 인간 유전체 대부분을 통틀어 유전자좌에 작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138]. 또한 다유전자성 적응은 북유럽인 유아의 머리 및 신체 크기 증가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적 형질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138]. 인간에게 작용한 자연선택을 구성하는 요소 상당수가 다유전성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한 부분은 자연선택 중인 유전체 영역이 어디인지를 조사하는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만 한다.


인간 진화 유전체학을 위한 도전

인간의 유전체 자료를 기반으로 한 진화적·인구학적 추정은 때때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주제였다. 인류의 진화는 오직 한 번 있었던 자연의 실험이므로, 지난날의 인구 변동을 추론하는 일은 태생적 한계를 지닌 역사적 과학이다. 더욱이, 인류의 조상이 지리적으로 어디에 위치했는지는 현대인의 유전체로는 직접 추정할 수는 없어도, 고대인의 표본이 발견된 장소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전학적 분석이 사람 사이의 조상 관계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지만, 조상 DNA가 지리적 위치에 관한 정보까지 담고 있진 않다. 또한, 분지와 유전자 혼합이 발생했던 시기를 결정짓는 연대측정은 시간을 재는 시계만큼 유용하다. 돌연변이율은 인간 유전체 전체를 통틀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서, 인구통계학적 연구에 사용해야만 하는 돌연변이율은 상당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연간 0.5 × 109 염기쌍(0.5 × 109 bp/yr)이라는 수치로 합의된 돌연변이율이 과거 몇 년 전에 출현했지만 [43], 돌연변이율 추정값은 그 값을 도출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추정값은 훗날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 결과로 말미암아 과거에 진행되었던 연구에서 유전체 자료를 통해 추측한 진화적 사건의 연대측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과 고대인 유전체 모두를 대상으로 한 분석의 진보는 인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여러 측면에서 변화시켰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및 해부학적 현생인류 사이에 이종교배가 실재(實在)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누적됨에 따라 인류 진화에서 유전자 이입이 차지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거의 30년 전에 mtDNA 증거가 학계에 보고된 후 종종 인용되었던 아프리카 기원 모델의 가장 엄격한 버전이 주장하는 것처럼 [1] 해부학적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외부의 다른 호미닌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런 연구를 통해서 발견되었다. 현생인류와 호미닌 사이에 있었던 이종교배의 수준은 — 때때로 느슨한 대체 모델(leaky replacement model)로 언급되는 — 인류 진화의 진정한 모델이 다지역 기원 모델과 아프리카 기원 모델 사이에 있다고 제시한다 [139]. 사실, 현대인의 유전체에서 나타나는 네안데르탈인과의 유전자 혼합 수준은 이들 호미닌의 유전자 이입이 있었던 시기에 현생인류의 유전체 안에 혼합되어 있었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양보다 상당히 과소평가되어 있다고 본다 [55, 140].


상당한 양의 네안데르탈인 DNA가 유전자 부적합성 때문에 또는 단순히 네안데르탈인에게 있었던 높은 수준의 근친교배 때문에 누적된 해로운 돌연변이 때문에 현대인의 유전체에서 제거되었다는 증거가 많이 있다 [51].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혼합 비율 변화가 선형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유전자 혼합이 발생했을 시기에 현생인류 유전체 안에 포함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의 비율이 약 5%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63]. 하지만 자연선택은 유전자 혼합 비율을 시간에 따라 선형적으로 줄이진 않았는데, 더욱 면밀한 수학적 분석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체 안에 존재했던 네안데르탈인 DNA 비율은 원래 10%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140]. 네안데르탈인의 유효 집단 크기(effective population size)는 그 당시 인간 집단의 약 10% 정도였을 것이므로, (자연선택을 고려했을 때) 관찰된 유전자 이입은 인간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의 유전자 혼합 정도가 유효 집단 크기에 비례해 진행되었음을 시사한다 [140]. 달리 말하면, 네안데르탈인은 환경에 대해 적응을 하지 못했거나 또는 인간과의 경쟁 또는 전쟁 때문에 멸종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현생인류라는 종(種)에 단순히 흡수되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라시아에서 발굴된 좀 더 오래전에 살았던 고대인의 유골을 대상으로 한 시퀀싱 분석을 통해 흡수 모델(absorption model)을 테스트할 수만 있다면 많은 논쟁의 대상인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이유를 드디어 해결할 수도 있다. 비슷한 질문을 데니소바인에게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오늘날 오스트랄라시아인에 존재하는 데니소바인에서 유래했다고 짐작되는 유전자 계보의 수준과 양상에 [해로운 돌연변이에 대한 역선택(negative selection)인] 정화선택(purifying selection)이 어떤 기여를 했는가? 데니소바인의 지리적 분포는 어떠했나? 그리고 인간과 데니소바인 사이의 유전자 이입은 어디에서 발생했나? 훗날 데니소바인 표본을 더 찾아내 그 유전체를 분석한다면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에 고대 호미닌의 유전자 혼합을 연구할 수 있다면 복잡하게 얽힌 인류 진화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전 세계 어딘가에 한 번도 발굴된 적이 없는 지역에서 찾아낸 표본의 유전체 자료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고대인 혈통이 훨씬 더 많이 존재했는가와 같은 질문을 포함한 인류 진화 이론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진실로, 오늘날 아프리카인 집단으로부터 얻은 예비 자료는 유전자 확산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고대 호미닌 혈통에서 일어났다고 말한다 [25, 26, 27].


한 세기가 넘은 시간 동안 연구자들은 현대 인간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생물학적·문화적 차이가 이들 집단의 오랜 고립 때문에 진화해 나타났는지 그리고 (문화적) 혁신은 지식의 확산을 통해 일어나는지 [141], 또는 인류의 이동과 집단 사이의 유전자 혼합이 유전적 차이와 문화적 변화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는지를 두고 토론해왔다 [142]. 일부 인간 집단은 오랜 시간 동안 여전히 고립된 채 살고 있지만 [44, 97], 지금까지 확보한 유전체 자료 분석을 놓고 판단한다면 인간 집단의 이동과 유전자 혼합이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유전적·문화적 양상을 낳게 하는 데 상당히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56, 57, 58, 60, 66]. 또한, 이러한 유전체 연구는 수많은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특징의 지리적 분포가 인류 진화의 역사에 상대적으로 늦게 정립되었다고 말한다 [60]. 그런데도 전 세계 많은 지역,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같은 곳에서 오늘날과 같은 유전적·문화적 차이의 분포를 이끈 역사적 사건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여전히 매우 파편화되어 있다.


고대인 유전체 연구는 빠르게 발전해왔으며, 지난 수년 동안 우리의 관심은 단일 유전체 연구에서 수백 구의 고대인 개체를 포함하는 집단 유전체 연구로 이동했다. 비록 이러한 일이 인간 진화 유전체학에 풍부한 통찰을 제공해왔지만, 이 분야는 여전히 걸음마 상태다. 전 세계 어딘가에 있는 한 번도 발굴된 적이 없는 지역에 초점을 맞추면서 현대인과 고대인 모두의 유전체를 시퀀싱하고 분석하고자 지속해서 노력한다면 오늘날 인류의 문화적·유전적 차이를 형성했던 사건을 묘사하는 더욱 완벽한 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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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 Rasmussen, M. et al. The ancestry and affiliations of Kennewick Man. Nature 523, 455–45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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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Callaway E. 2015. Language origin debate rekindled. Nature 514: 284-285.


언어 기원 논쟁이 다시 불붙다


유라시아 스텝 지대가 인도-유럽어족(語族) 발생지로 유력해지다.


By Ewen Callaway


아이슬란드인에서 스리랑카인을 위시한 약 30억 명의 사람이 인도-유럽어족(語族)에 속하는 400여 종류 이상의 언어와 방언(方言)을 구사한다. 최근 발표된 두 논문—하나는 고인류(古人類) DNA를 연구한 논문이며, 다른 하나는 새로 구축한 언어 가계도(genealogical tree of languages)에 관한 논문—은 이들 주요 어족의 기원지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일대의 스텝 지대를 지목했는데, 이 때문에 오래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학자들은 오랫동안 고대 산스크리트어와 같은 남아시아 아대륙(亞大陸)의 언어뿐만이 아니라 독일어, 슬라브어, 라틴어를 포함하는 인도-유럽어군을 인식해왔다. 하지만 이들 어족의 기원은 논란에 휩싸여있다.


몇몇 연구자는 약 8,000-9,500년 전에 초기 인도-유럽어가 중동 지역에서 살았던 농부에 의해 퍼져나갔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스텝 지대(Steppe in time)’를 볼 것]. 이와 같은 생각을 대변하는 ‘아나톨리 가설(Anatolian hypothesis)’은 이 지역 출신의 농부가 유럽으로 이주해 그 지역의 수렵채집인 원주민을 대체하거나 이들과 교배했다는 잘 입증된 사실로 뒷받침된다. 2012년, 뉴질랜드(New Zealand) 오클랜드 대학(the University of Auckland)의 진화생물학자인 퀜튼 앳킨슨(Quentin Atkinson)이 이끄는 연구팀은 인도-유럽어의 계보도를 작성했는데, 마찬가지로 이들의 연구도 8,000년보다 더 오래된 시기에 인도-유럽어가 아나톨리 지방에서 기원했음을 시사했다.


아나톨리 가설과 경쟁하는 이론의 경우, 말의 가축화와 바퀴 달린 운송수단의 발명으로 양치기가 자신의 영역을 재빨리 넓히는 게 가능해졌을 때인 약 5,000-6,000년 전 즈음에 인도-유럽어가 유라시아 스텝 지대에서 출현했다고 가정한다. ‘스텝 가설(steppe hypothesis)’ 지지자는 초기 인도-유럽어를 복원했을 때 바퀴 달린 운송수단과 연관된 언어가 포함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데, 이것은 중동 지역에 거주하던 농부가 유럽에 도착하고 난 뒤 한참 지나서도 발명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에 있는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the 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 소속 언어학자인 파울 헤가르티(Paul Heggarty)는 “언어학자 대부분이 스텝 가설을 지지해왔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스텝 가설을 향한 비판 가운데 하나가 이 시기에 유라시아 스텝 지대에서 유럽으로 대단위 이주가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2월 10일경에 bioRxiv.org의 프리프린트(preprint) 서버에 게재된 고인류 DNA에 대한 연구 결과가 그러한 간극을 메운다 (W. Haak et al. http://doi.org/z9d; 2015). 미국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의 보스턴(Boston)에 위치한 하버드 의대(Harvard Medical School) 소속 진화유전학자이자 집단유전학자인 데이빗 라이히(David Reich)의 연구팀은 8,000년에서 3,000년 전 사이에 유럽 지역에 걸쳐 살았던 94명의 몸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8,000년에서 7,000년 전 사이에 당시 중동 지역 출신의 농부가 유럽 지역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 결과에서 첫 번째 이주가 일어났던 시기에서 몇 천 년이 흐른 뒤에 두 번째 이주가 시작됐다는 증거도 또한 밝혀졌다. 약 5,000년 전에 오늘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일대에서 살았던 얌나야인(Yamnaya)이라 불리는 스텝 지대의 양치기로부터 채취한 DNA가 오늘날 독일 지역에서 발굴한 4,500년 전의 사람들로부터 채취한 DNA와 상당히 일치했는데, 이들은 북유럽 대부분을 아우르는 새김무늬토기 문화(the Corded Ware culture)로 알려진 집단의 구성원이었다. 이러한 유사성을 근거로 “동쪽 변방으로부터 유럽 중심부로의 대단위 이주”가 있었음을 뜻한다고 연구팀은 논문에 기술했다.


얌나야인의 혈통은 현대 유럽인의 유전체에서 살아남았는데, 노르웨이인, 스코틀랜드인, 그리고 리투아니아인과 같은 북유럽인이 그러한 유전적 관계를 가장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얌나야인이 지리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이주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연구자들은 중동 출신의 이주자가 당시 유럽 지역, 적어도 오늘날 독일 지역에 존재하던 집단을 완전히 대체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 이주자가 사용한 언어를 알기란 불가능하지만, 스텝 지대에 위치한 얌나야인의 고향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UC 버클리(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역사 언어학자인 앤드류 개럿(Andrew Garrett)은 “이 연구는 적어도 인도-유럽어족의 다양화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스텝 모델의 일부분에 관해서는 매우 잘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앳킨슨 연구팀이 2012년 인도-유럽어족 가계도로부터 얻은 결과를 개럿 연구팀이 고대 인도-유럽어의 대략적인 연령을 고려하면서 재분석했을 때, 그들은 인도-유럽어족의 기원이 약 6,000년 전이라고 추정했는데, 이것은 스텝 가설의 주장과 일치한다 (W. Chang, et al. Language; in the press).


그러나 앳킨슨은 개럿 연구팀의 분석이 라틴어와 고대 아일랜드어와 같은 고대어(古代語)가 공통조상어(共通祖上語)에서 갈라져 나온 분지어(分枝語)가 아니라 현대어의 직접 조상이라고 가정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가정은 이들 언어가 실제보다 더 빨리 진화했던 것처럼 만들어 가장 최근 공통언어(more-recent common language)에 관해 부정확한 주장을 펼칠지도 모른다고 그는 언급한다.


헤가르티는 라이히의 고인류 DNA 연구가 스텝 가설에 대한 최종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얌나야인이 훗날 슬라브어, 독일어 등과 같은 북유럽어로 발전하는 언어를 사용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얌나야인의 언어가 모든 인도-유럽어의 조상이라는 것에는 의문을 품는다. “내게 있어서 이 결과는 스텝 지대의 고인류 집단이 인도-유럽어의 분지어로 말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라이히의 연구팀은 모든 인도-유럽어의 기원이 얌나야인의 이주의 결과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인도와 이란처럼 훨씬 동쪽에서 발굴한 표본에서 얌나야인의 유전적 특징을 발견하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의 진화생물학 연구소(the Institute of Evolutionary Biology) 소속 진화생물학자인 까를레스 랄루에자-폭스(Carles Lalueza-Fox)는 중동과 남아시아의 기후가 고(古) DNA 보존에 좋지 않다고 언급한다. “해당 시간대의 좋은 표본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림 출처: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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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만 년 된 호미닌 두개골이 완전한 형태로 발견되다.


[원제: Complete skull of 1.8-million-year-old hominin found, New Scientist]


19:00 17 October 2013 by Michael Mars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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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New Scientist]


180만 년 전에 살았던 멸종한 호미닌(hominin)에 속하는 완전한 형태의 두개골이 그루지야(Gruziya, 영어로는 Georgia로 표기)에서 발견되었는데, 이제껏 발견된 화석 가운데 가장 초기의 완전한 형태며, 이 화석이 속한 종(種)인 에렉투스(Homo erectus)가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외형이 다양했음이 확인되었다. 사실, 이 화석의 발견자는 고대 인류 가계도(家系圖)에서 많은 종이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그것은 단순히 호모 에렉투스의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


이 화석을 연구한 스위스 취리히(Zurich) 인류학 연구소 박물관(Anthropological Institute and Museum)의 마르샤 팬서델리온(Marcia Ponce de León)은 “이것은 이제부터 가장 완전한 성인 두개골이다”라고 말한다. 인류학자는 몇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훨씬 더 오래된 호미닌 화석을 발견한 적이 있었지만, 두개(braincase, 頭蓋), 안면 그리고 아래턱으로 이뤄진 완전한 두개골은 드물다.


이 발견에 관여하지 않은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의 프레드 슈푸어(Fred Spoor)는 “그것은 환상적인 표본이며, 그 시기 동안 보존된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한다. 비슷한 조건에 있으며 이전에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호미닌 유골(遺骨)로는 유명한 투르카나 소년(Trukana Boy) 뼈가 있는데, 이것은 150만 년 되었다.


이 두개골은 그루지야 남부 드매니시(Dmanisi) 현장에서 발굴되었다. 아래턱은 2000년에 발견되었고, 여기에 맞는 두개(頭蓋)는 2005년에 찾았다.


이 두개골은 드매니시 현장에서 다섯 번째로 발견된 가장 잘 보존된 두개골로, 이 발굴 현장에서는 단순한 석기(stone tool, 石器)와 많은 동물의 유골도 발굴되었다. 종합하면, 그 연구를 이끄는 트빌리시(Tbilisi) 그루지야 국립박물관(Georgian National Museum)의 다빗 로드카파니야지(David Lordkipanidze)에 따르면, 그 두개골은 급진적인 생각을 시사한다.


모두가 하나의 종(種)이다?


로드카파니야지와 그의 동료는 새로 발견된 두개골이 이 시기 동안 공존(共存)했었다고 여겨지는 많은 호미닌 종이 사실은 호모 에렉투스라 불리는 하나의 종이며, 이것은 호모 에렉투스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단순히 외형적으로 더욱 다양하다는 생각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섯 구의 드매니시 호미닌 사이에서 나타나는 안면 차이를 측정했다. 그들 모두는 대략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살았으므로, 이것은 호모 에렉투스 개체군(個體群) 사이의 변이 정도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들은 드매니시 개체군을 같은 시기에 살았던 고대 아프리카 호미닌에 속하는 다양한 화석과 비교했으며, 현대 인류와 침팬지를 대조군(control group, 對照群)으로 사용했다.


호미닌 화석이 현대 인류 및 침팬지와 분명히 다를지라도, 그 분석 결과로 나머지 화석이 다양성 있는 하나의 분류군(分類群)으로 구별됨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와 호모 루돌펜시스(Homo rudolfensis) 같은 호미닌이 단순히 호모 에렉투스에 속함을 뜻한다.


연구팀 구성원인 스위스 취리히 인류학 연구소 박물관의 크리스토프 졸리코퍼(Christoph Zollikofer)는 “우리는 200만 년 전에 다양한 종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운을 떼며 “하지만 종 사이를 구분할만한 충분한 화석 증거가 우리에게 없다”고 말한다.


아니다, 아마도 그렇지 않다.


다른 인류학자는 이들의 주장을 납득하지 못한다. 슈푸어는 드매니시에서 출토된 표본이 모두 호모 에렉투스며 그 종이 다양함에는 동의하지만, 모든 아프리카 화석이 호모 에렉투스에 속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는 로드카파니야지의 분석은 심지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genus Australopithecus)에 속하는 훨씬 더 유인원과 닮은 호미닌이 호모 에렉투스 분류군에 포함됨을 지적한다. 그래서 새로운 분석 결과가 사람 종 사이에서 나타나는 더욱 미묘한 형태 차이를 파악하지 못했음은 놀랍지 않다.


영국 런던 국립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크리스 스트링어(Chris Stringer)는 “이들 초기 아프리카 화석 가운데 일부는 합리적으로 다양한 호모 에렉투스 종에 연결될 수 있다는 그들의 생각이 들어맞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인간 진화의 가장 초기 단계에 관한 심오한 기록이 있는 커다란 대륙이며, 확실히 200만 년 전보다 앞서 거기에서는 종 수준의 다양성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초기 ‘사람’ 화석 모두가 진화 중인 호모 에렉투스 계통으로 무리 없이 합쳐질 수 있다는 생각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그 연구팀의 주장은 호미닌 화석 기록은 불완전하며 인류학자는 하나의 표본에 근거해 종 전체를 억지로 정의하려 든다는 가정에 부분적으로 기초하는데, 이것은 종종 불완전하다. 슈푸어는 여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슈푸어는 “모든 것이 신발장에 어울린다(everything fits in a shoebox)라는 대중적 믿음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화석 기록은 매우 좋다. 수백 개의 화석이 있다.” 적어도 호모 에렉투스의 것으로 알려진 30개의 완전한 두개(頭蓋)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호모 에렉투스는 곳곳에 있다.


연구팀의 급진적 주장은 의심받고 있지만, 새롭게 발견된 두개골은 호모 에렉투스의 중요성과 성공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호미닌은 일반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진화했다고 생각되고, 호모 에렉투스는 넓은 의미에서 아프리카를 떠난 첫 사람 종으로 간주되며, 이것은 현대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것보다 오래전 일이다.


로드카파니야지는 “드매니시의 호미닌은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 존재하는 사람 속의 가장 초기 형태를 대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 인류와 비교했을 때, 그들은 작은 뇌를 가지며 단지 가장 단순한 도구만 제작할 수 있었다. 이것은 그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데 그 어떠한 엄청난 지적 능력이 필요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180만 년 전, 또 다른 전 세계적인 하나의 종이 있었다”라고 졸리코퍼는 말한다. 호모 에렉투스는 오스트레일리아나 아메리카 대륙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그곳을 제외하고 그들은 지구의 대륙 대부분에 정착했다. 또한, 호모 에렉투스로부터 인도네시아 제도의 플로레스(Flores) 섬에서 발견된 매우 작은 ‘호빗’이 아마도 출현했을지도 모른다.


새롭게 발견된 두개골은 호모 에렉투스가 두개골의 몇몇 측면이 다른 것보다 앞서 변하는 모자이크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우리에게 말한다고 슈푸어는 언급한다. 두개(頭蓋)의 형태가 가장 먼저 변했는데, 새로운 두개골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호모 에렉투스와 같은 두개(頭蓋) 모양을 나타낸다. “안면과 치아는 처음에는 호모 하빌리스와 더 유사한 형태인 채였다”라고 그는 말한다. 나중에, 호모 에렉투스는 더 작은 안면과 더 작은 턱을 가졌다.


Journal reference: Science, DOI: 10.1126/science.1238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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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호수가 우리 조상의 뇌를 키웠는가?


[원제: Did Africa’s Great Lakes boost our ancestors’ brains?, New Scientist]


23:00 16 October 2013 by Bob Holmes


[그림 출처: New Scientist]


과거 2백만 년 동안 이루어졌던 인류 진화의 위대한 전성기는 아프리카 대륙의 사바나(Savannah) 지역이 아니라 같은 대륙의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Great Rift Valley)에 위치한 호수에서 진행되었을지도 모른다. [1] [2] 이번 주에 [PLOS ONE에] 출판된 이러한 독창적 의견은 종분화(speciation, 種分化)에서 뇌 크기의 엄청난 증가까지 초기 인류의 진화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모든 발전이 왜 아프리카 동부에서 발생했던 것처럼 보이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몇 년 동안 인류학자는 점점 변덕스러워지는 기후에 대처하기 위해 과거 몇백만 년 동안 매우 크고 강력한 뇌가 초기 인류 또는 호미닌(hominin)에서 진화했으리라 추측해왔다. [3] 그러나 이 가설을 시험한 연구의 결론은 불분명했는데, 아마도 이들 연구 대부분이 대양(大洋)으로 유입해 심해(深海) 퇴적물 안으로 들어간 마른 대지의 부유분진(airborne dust, 浮游粉塵) 양의 추세를 연구하는 것처럼 지구 또는 대륙 규모의 기후 측정을 이용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신,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고기후학자(paleoclimatologist, 古氣候學者) 마크 매즐린(Mark Maslin)과 그의 동료인 맨체스터 대학(University of Manchester)의 수잰 슐츠(Susanne Shultz)는 리프트 밸리에서 호수의 존재 여부가 그곳에 살았던 호미닌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함으로써 지역적 접근을 시도했다.


매즐린의 직감은 인류 진화에서 중요한 시기이자 극도로 변화무쌍했던 260만, 180만, 100만 년 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에 위치한 대형 호수에서 격변(激變)이 있었던 시기와 일치했다는 것이다. 광대한 지역에서 모여든 강우(降雨)가 이 계곡을 통해 상대적으로 작은 분지(盆地)를 향해 모여들기 때문에, 이들 호수는 강우량에 매우 민감하며 기후에 따라 그 규모가 팽창하거나 사라진다.


“이들 호수는 적은 강우량에도 급격히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지역의 분지는 기후 변동에 증폭기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매즐린은 말한다. 또한, 그는 이들 대형 호수 덕분에 주변 대지가 수풀로 더욱 우거지고 생산성이 더 좋아진다고 강조한다.


호수의 변천


자신의 견해를 시험하기 위해, 매즐린은 슐츠와 함께 지난 5백만 년 기간에 해당하는 지구 및 지역 기후 기록을 수집했으며, 여기에 리프트 밸리 호수의 존재 여부 기록을 보충했다. 그러고 나서, 이 기후 기록을 초기 사람 종(種)의 출현과 멸종, 그리고 인간 뇌 크기 변화와 비교했다.


매즐린과 슐츠는 호수가 급격히 변천하는 시기 동안 일어났던 가장 중요한 진화적 사건 때문에 리프트 밸리에 있는 호수의 존재가 지구 또는 지역 기후보다도 인간 진화를 더 잘 예측함을 발견했다.


특히, 호미닌의 다양성은 약 190만 년 전 6종으로 정점에 달했는데, 이 시기는 리프트 밸리 호수의 유동(流動)이 정점에 막 달했을 때다. 이 시기는 또한 사람속(genus Homo, -屬)이 처음으로 출현했고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출현과 더불어 뇌 크기에 엄청난 도약이 있다는 특징으로 두드러진다.


강우량 변화와 맞물려 그 변화 정도를 증폭하는 호수 크기의 격변으로 당시의 호미닌은 더 건조하고 더 혹독한 시기가 수없이 교차하는 시기를 수반하는 매우 험난한 생태적 도전에 직면했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더 커진 뇌를 포함한 생태적 혁신과 새로운 종의 출현이 이 지역의 호미닌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보인다. 이것을 근거로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 살았던 호미닌에서는 왜 뇌 크기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는지 설명할 수 있다고 매즐린은 말한다.


매즐린과 슐츠의 연구는 지구 기후보다는 지역 기후의 변화를 진화적 변화와 연결하기 때문에 진일보(進一步)한 것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가 실제로 인류에게 끼친 수준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캐나다 밴쿠버(Vancouver)에 있는 사이먼 프레이져 대학(Simon Fraser University)의 마크 칼러드(Mark Collard)는 말했다.


불행히도, 호미닌 화석의 표본 수가 적어 이러한 명백한 추세를 더 자세히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메즐린과 슐츠는 방목 가축 및 육식동물 등과 같은 다른 포유류에서도 호수의 격변과 동일한 연관성을 나타내는지 알아내기 위해, 이들 동물의 진화 역사를 앞으로 연구하기로 계획했다. “호수 크기의 변화가 정말 중요한 과정이라면, 우리는 호미닌 이외의 종에서 그러한 연관성을 볼지도 모른다”라고 슐츠는 언급한다.



역자 주


[1] 아시아 남서부 요르단(Jordan) 강 계곡에서 아프리카 대륙 동남부 모잠비크(Mozambique)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대의 지구대(地溝帶).

[2] Rift valley는 본래 두 개의 평행한 단층으로 둘러싸인 좁고 긴 계곡인 열곡(裂谷)을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지명을 가리키므로 따로 번역하지 않았다.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음 링크를 참조하라. [Great Rift Valley, Kenya in Wikipedia]

[3] (1) 호미닌(hominin): 사람아과(subfamily Homininae) 사람족(tribe Hominini)에 속하는 구성원으로 사람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인 파니니족(tribe Panini)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속(genus Homo)과 지금은 멸종한 사람 분기군의 다른 구성원을 포함한다. (2) 호미니드(hominid): 사람과(family Hominidae)에 속하는 [침팬지와 고릴라 같은] 판속(genus Pan), 고릴라속(genus Gorilla), [오랑우탄 같은] 퐁고속(genus Pongo), 사람속을 포함한 영장류 분류군의 구성원을 가리키는 집합적 용어다. 하지만 이 용어는 침팬지보다 사람에 더 가까운 [지금은 멸종한] 사람의 근연종과 더불어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3) 호미노이드(hominoid): 사람상과(superfamily Hominoidea)에 속하는 구성원을 가리키는 용어로 최근의 호미니드, 긴팔원숭이 그리고 성성잇과 유인원과 [신생대 중신세에 살았던 멸종한 원시 아프리카 영장류인 프로콘술(Proconsul)과 중신세와 선신세에 걸쳐 살았던 원시 아프리카 영장류인 드리오피테쿠스아속(subgenus Dryopithecus) 등의] 조상형을 포함한다. (4) 호미나인(hominine): 사람아과에 속하는 구성원을 가리키는 용어로 성성잇과와 분리된 이후 독립적으로 진화한 모든 계통을 가리키는데, 여기에는 고릴라속, 판속, [멸종한 사람의 근연종을 포함한] 사람속이 포함된다. [출처: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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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1)
[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2)


6.5 계통지리학


계통지리학(phylogeography, 系統地理學)은 특히 동일 종 내에서 그리고 계통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종 사이에서 유전자 혈통의 지리적 분포를 좌우하는 과정에 관한 기술(記述)과 분석이다 [Avise 2000]. 이러한 과정은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명체의 확산을 포함하므로, 계통지리학은 과거에 있었던 종의 이동과 이들이 현재의 분포를 이루게 된 역사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 계통지리학은 종 내의 다양한 유전자의 계통분석, 즉 유전자 계보를 추론하는 데 상당히 의존한다 [2장 참조].


예를 들어, 많은 북반구 종이 홍적세 빙하기 동안 현재의 분포보다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출현했으며, 빙하가 후퇴한 이후에 이들이 북쪽으로 이동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5장 참조]. 화석, 특히 꽃가루 화석은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에 대한 정보 일부를 제공하지만, 그 기록이 불완전하다. 더욱이, 서로 다른 종은 서로 다른 빙하기 피난처를 차지했으며 서로 다른 경로로 움직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종이 자신들의 이동 경로에 대한 화석흔적을 남기지 않았지만, 계통지리학 분석은 이들의 이동 경로를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Taberlet et al. 1998; Hewitt 2000].



그림 6.15 Chorthippus parallelus라는 메뚜기가 빙하기 피난처로부터 유럽으로 다시 이주한 경로를 유전자 변이 양식으로 추론했다. (A) [약 1만 2천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최고조였을 동안의 유럽. (B) 오늘날 메뚜기 개체군 사이의 유전적 관계. 선분의 길이는 단상형 사이의 돌연변이 차이 개수와 해당 지역이 가리키는 개체군 사이의 단상형 비율 차이 모두를 반영한다. (C) 화살표는 빙하가 녹아 후퇴한 뒤에 Chorthippus parallelus의 추론된 확산을 나타낸다. [A after Taberlet et al. 1998; B after Cooper et al. 1995; C after Hewitt 2000.]


꽃가루 화석은 가장 최근의 빙하기 동안 유럽에서는 낙엽성 식생(落葉性植生)의 빙하기 피난처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Iberian Peninsula), 이탈리아, 발칸 반도(Balkan Peninsula) 일대였으며 [그림 6.15A], 발칸 반도에 있던 식생이 빙하가 후퇴하면서 가장 빠르게 확장했음을 보여준다. 유럽 전역에서 채집된 Chorthippus parallelus라는 메뚜기 가운데 이베리아 반도와 이탈리아 채집된 개체는 독특한 단상형을 가지지만, 중유럽과 북유럽에서 발견되는 메뚜기의 단상형은 발칸 반도에 서식하는 메뚜기와 계통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그림 6.15B]. 따라서 이들 초식성 메뚜기는 자신들의 분포영역을 주로 발칸 반도로부터 확장했지만,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피레네(Pyrenees) 산맥을 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알프스 산맥을 넘지 못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림 6.15C]. 이와는 대조적으로, Erinaceus europaeusErinaceus concolor라는 고슴도치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분석 결과에서는 이들 식충포유류(食蟲哺乳類)가 세 군데의 모든 피난지역으로부터 북유럽으로 퍼져 그곳에 정착했다고 나타났다.


계통지리학은 우리 인류의 분포에도 적용된 적이 있다. 우리는 4장에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약 백만 년 전쯤에 아프리카와 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광범위하게 분포했으며, 약 3십만 년 전 무렵에는 “고대 호모 사피엔스”(archaic Homo sapiens)로 진화했었음을 알았다. 이러한 고대 개체군이 오늘날의 서로 다른 인류 개체군과 계통적으로 어떻게 연관해 있는지는 줄곧 논란이 많은 문제였다 [Relethford 2001; Klein and Takahata 2002; Templeton 2002].



그림 6.16 현대 인류의 기원에 관한 두 가지 가설. (A) 다지역 기원설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와 유럽 일대로 호모 에렉투스가 단 한 차례 퍼져 나갔으며, 그 후손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B) 대체설은 아프리카 조상에서 파생된 호모 에렉투스에서 고대 사피엔스가 출현했지만, 현대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이주해 나와 두 번째 정착을 시작했을 때 고대 사피엔스의 아시아∙유럽 개체군이 멸종했다고 시사한다.



화석표본의 형태에 근거하여 다지역 기원설(multiregional hypothesis, 多地域起源說)을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모든 고대 사피엔스 개체군이 현대 사피엔스로 진화했으며, 현대적인 형질이 유전자 확산으로 다양한 개체군 사이에 퍼졌다고 주장한다 [그림 6.16A]. 이 가설에 따르면 거의 백만 년 전의 에렉투스와 고대 사피엔스 개체군 사이에서 발생했던 유전적 차이에서 유래한 유전적 차이가 현대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시아인 사이에서도 존재해야만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체설(replacement hypothesis, 代替說) 또는 아프리카 기원설(out-of-Africa hypothesis)은 고대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진 후에 아프리카의 고대 사피엔스에서 진화한 현대 사피엔스가 제2차 확장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각 지역에 존재하던 고대 사피엔스 개체군과 그 어떤 이종교배도 없이 이들을 대체했다고 주장한다 [그림 6.16B]. 즉, 아프리카의 고대 사피엔스에서 진화한 현대 사피엔스는 유라시아에 분포하던 고대 사피엔스와 생식적으로 격리되었으며, 이들은 서로 별개의 생물종이란 뜻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전 세계에 분포했던 고대 사피엔스의 개체군 대부분은 경쟁으로 멸종했으며, 오늘날 개체군의 유전자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퍼져 나간 개체군이 보유한 유전자에서 유래했다.



그림 6.17 전 세계의 인간 개체군에서 얻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전체 서열에 근거한 유전자 계통수. [초록색 배경에 있는] 아프리카의 개체군에서 얻은 단상형은 사람 종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음을 고려할 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계통적으로 기저이며, [분지 길이로 나타낸 것처럼] 높은 서열 다양성을 보인다. 이들 개체군이 규모가 작은 조상 개체군에서 최근에 파생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노란색 배경에 있는] 아프리카 이외의 전 세계에 분포하는 개체군에서 얻은 단상형은 [짧은 분지로 나타낸 것처럼] 매우 비슷한 단상형의 단일 분기군을 형성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일부 개체군은 하나 이상의 개체로 대표된다. 숫자는 부트스트랩 값을 나타낸다 [2장의 Box 2B 참조]. [After Ingman et al. 2000.]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Templeton 2002], 많은 유전학 연구 결과가 대체설을 지지한다 [Nei 1995; Jorde et al. 1998; Underhill et al. 2001]. 그러한 것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된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서열 다양성을 이용했다 [Cann et al. 1987; Vigilant et al. 1991].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한 보다 광범위한 연구는 다양한 지리적 기원을 가진 53종류의 인류 집단에서 얻은 미토콘드리아 전체 서열을 사용했으며, 침팬지를 외군으로 사용했다 [Ingman et al. 2000]. 이러한 계통분석에서 아프리카 단상형의 몇몇 기본 분기군, 그리고 아프리카 단상형 일부와 더불어 전 세계에 분포한 비(非)아프리카 개체군 모두를 포함하는 파생 분기군이 나타났다 [그림 6.17]. 더욱이, 비아프리카 단상형의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은 아프리카 단상형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다양성이 떨어졌다. 이러한 관찰은 대체설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다지역 기원설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오늘날 일부 아시아 개체군이 고대 호모 사피엔스의 토착 개체군에서 [그리고 토착 호모 에렉투스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수백만 년 전으로 이어지는 별개의 가계(家系)를 가진다면, 우리는 이들의 유전자 일부에서 오늘날 관찰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돌연변이 차이가 축적했다고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네안데르탈인 화석에서 얻은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은 현대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과 매우 다르다 [Ovchinnikov et al. 2000]. 따라서 현대 인류는 아프리카의 고대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진화해서 단지 약 2십만~3만 년 전 사이에 전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 정착했으며 [10장 참조], 이종교배 없이 해당 지역에 존재하고 있었던 고대 사피엔스를 대체했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인류의 지리적 개체군 사이에 존재하는 그러한 유전적 차이가 매우 최근에 발생했으며, 사람 종은 전 세계를 통틀어 유전적으로 동일함을 뜻하므로 가장 중요한 결론이다.



그림 6.18 약 5만~1만 년 전 사이에 있었던 인간 개체군의 이동. (A) Y 염색체에 관한 유전자 계통수는 10가지 주요 “집단”을 가진다. 세계의 각 지역에 고유한 주요 집단은 플러스 기호로 표시했다. (B) Y 염색체와 같은 유전적 자료에 근거해 과거 몇몇 시기에 있었던 인간 개체군의 확산에 대한 일부 경로가 가정되었다. [After Underhill et al. 2001.]



인류 개체군 사이의 유전적 유사성과 차이는 훗날 있었던 이동을 추적하는 데 또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직 남자만이 가지는 Y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군(遺傳子群)에서 나타나는 서열 변이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연구된 적이 있다 [Underhill et al. 2001]. 개체군은 서로 다른 단상형의 비율 모두와 이들 단상형이 서로 간에 DNA 서열에서 얼마만큼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 둘 다 달랐다. 그러한 자료의 해석은 부분적으로 개체군 사이에서 사람의 이동이 이주의 원래 과정으로부터 형성되었던 유전적 양식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호하게 할 수 있으므로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그림 6.18A에 나와 있는 집단 I과 집단 II 같은] 유전자 계보에서 기저에 위치한 Y 염색체 단상형의 두 집단은 아프리카에 국한해 있는데, 이것은 대체설을 지지한다. 비아프리카 개체군은 유전자 계통수의 나머지에 위치하는 단상형을 가지는 특징을 나타내는데, 이들은 각각 어떤 지역보다는 특정 지역에서 더 중점적으로 나타나는 일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집단 V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서 발견되는데, 이들의 조상은 다른 인류가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던 시기인 약 5만 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했다 [그림 6.18B]. 다른 단상형 집단은 유럽과 시베리아를 포함한 아시아의 다양한 지역에서 분화했으며, 잇따른 개체군 이동으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시베리아 개체군에서 발견되는 단상형에서 유래한 집단 X의 단상형은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모두에서 살고 있는 아메리카의 토착 개체군에서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던 일부 개체군이 아마도 1만 5천~1만 2천 년 전에 시작해 서로 다른 시기에 북아메리카로 확산했을 수 있다 [Santos et al. 1999]. [여기에서 설명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Y 염색체가 시사하는 역사는 이전에 다른 종류의 유전자 자료에서 이끌어냈던 추론을 지지한다. 개체군 사이의 유전적 관계는 어느 정도 이들의 언어 관계와 유사한데, 이것은 유전자와 언어 모두 격리로 말미암아 분기했다는 공통된 역사를 가짐을 나타낸다 [Cavalli-Sforza et al. 1994].


6.6 생물지리학에 대한 생태학적 접근


계통분류학자는 어떤 분류군의 분포를 있게 한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종종 진화 역사를 우선으로 고려하지만, 생태학자는 지금 작용하거나 가장 최근 과거에 영향을 미쳤던 요인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 또는 생태적 전망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적합한지는 당면한 특정 문제와 연구하고 있는 생명체가 분포하는 공간적인 범위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계통 역사는 선인장이 아메리카 대륙에만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지만, 사와로 선인장(saguaro cactus 또는 Carnegiea gigantea)이 왜 소노라 사막(Sonoran Desert)의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강우와 기온에 대한 사와로 선인장의 내성이나, 아마도 경쟁자, 초식동물, 병원체 등의 영향과 같은 생태적 요인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서 이 종의 분포 영역이 평형상태에 있다고 [즉,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선택적으로, 사와로 선인장이 여전히 빙하기 피난처로부터 확장 중이라는 진술인 비평형설(nonequilibrium hypothesis, 非平衡說)을 고려할 수 있다. 어떤 종이 분포하는 영역 한계가 이들의 현재 생리적 내성 때문에 단기(短期)적인 평형에 도달할 수 있지만, 이들의 내성이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면 진화적 평형상태에 도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6.6.1 섬 생물지리학의 이론


생태적 생물지리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지역 또는 서식지 사이에서 나타나는 종 다양성의 변화다. 예를 들어, 무엇이 섬에서 종의 숫자를 결정하는가? 섬은 전형적으로 대륙에 있는 동일한 넓이의 지역보다 더 적은 종을 가진다. 전통적인 비평형설은 대륙 종 대부분이 아직 그 섬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종은 그곳에 도달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림 6.19 섬 생물지리학의 이론. (A) 새로운 종의 이주속도(移住速度)와 거주 종의 멸종속도를 주어진 시기에 섬에 서식하는 종의 숫자에 대해 도표로 나타냈다. 섬에 정착한 생명체가 원래 존재했던 지역과의 거리와 섬의 규모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 이주속도와 멸종속도의 차이는 서로 다른 평형상태를 낳는다. (B) 서인도 제도에 서식하는 양서류 종과 파충류 종의 숫자를 섬 면적에 대해 로그-로그 도표로 나타냈다. 더 큰 섬이 항상 더 많은 수의 종을 부양한다. [After MacArthur and Wilson 1967.]



대신에, 로버트 맥아더(Robert MacArthur)와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은 평형설(平衡說)을 제안했다 [MacArthur and Wilson 1967; 그림 6.19A]. 어떤 섬에 서식하는 종의 숫자는 새로운 이주(移住)로 증가하지만, 멸종으로 감소한다. 새로운 이주의 속도가 증가하는 동안 종의 숫자는 증가하지만, 이주속도와 멸종속도가 같아질 때 종의 숫자가 더는 변하지 않으며, 평형상태가 된다. 맥아더와 윌슨은 개체군이 작을수록 멸종을 겪을 가능성이 크므로 섬의 규모가 작을수록 멸종속도는 더 크다고 제안했다. 섬 생물지리학의 이러한 이론은 섬의 면적과 토착종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 6.19B].


6.6.2 생태적 군집의 구조와 종 다양성



림 6.20 종이 서로 무작위적으로 대체하는 “서양 장기판” 형태의 분포. 뉴기니의 다양한 산악지역 사이에 알파벳 문자 O, R, B로 표시된 꿀빨이새인 멜리덱테스(Melidectes) 세 종이 한 쌍씩 분포해 있다. 각각의 쌍은 포개진 글자로 표시한 대로 상호배타적인 고도범위(高度範圍)를 나타낸다. 세 종은 어떤 산악지역에서도 절대 공존하지 않는다. [After Diamond 1975.]


생태학자는 많은 군집에 속한 종의 숫자가 평형상태에 있는지 논쟁해왔다. 일관된 군집구조를 낳는다고 추정되는 주요 요인은 종 사이의 상호작용, 특히 경쟁이다. 경쟁은 자원 사용이 매우 비슷한 종의 공존(共存)을 막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는 일관된 방식으로 자원을 나누는 동지역종(同地域種)의 일관된 숫자다. 매우 비슷한 자원을 필요로 하는 계통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종은 상호 배타적인 분포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뉴기니의 산맥에는 꿀을 먹고 사는 꿀빨이새 세 종이 있지만, 각각의 산악지역에는 단지 두 종만이 있으며 이들 두 종은 상호배타적인 고도분포(高度分布)를 보인다. 어느 종이 산악지역에서 빠지는지는 순전히 우연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림 6.20].


6.6.3 군집수렴


개별 분류군의 수렴진화에 관한 많은 예가 알려졌다. 예를 들어, 전 세계 많은 지역에 분포하는 사막식물에서는 비슷한 형태적 형질이 독립적으로 진화했으며 [그림 6.1 참조], 일부 조류군(鳥類群)은 길고 가느다란 부리처럼 꿀을 먹고 살기에 적합한 형질을 독립적으로 진화시켜왔다 [그림 3.8 참조]. 그렇다면, 이러한 개별 사례는 전체 군집의 수렴진화에 관한 더 큰 양식의 일부분일까? 만일 두 지역이 서식지와 자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면, 앞의 사례와 같은 방식으로 이들을 사용하고 배분하도록 종이 진화할까? 만일 그렇다면, 군집은 진화적 평형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림 6.21 서인도 제도의 아놀도마뱀에서 나타나는 수렴형태 또는 “생태형”. (A) 자메이카 섬의 Anolis lineatopus. (B) 히스파니올라 섬의 Anolis strahmi. A. lineatopusA. strahmi 모두는 나무 몸통 아래쪽과 땅 위에서 서식하는 데 적합한 독립적으로 굳센 머리와 몸, 긴 뒷다리, 짧은 꼬리 등을 진화시켰다. (C) 자메이카 섬의 Anolis valencienni. (D) 히스파니올라 섬의 Anolis insolitus. A. valencienniA. insolitus모두는 더욱 날렵한 머리와 몸통, 더 짧은 다리, 긴 꼬리를 수렴적으로 진화시켰다. [Photographs by K. DeQueiroz and R. Glor, courtesy of J. Losos.]



군집 수준에서 수렴진화의 대표적인 예는 서인도 제도에서 서식하는 아놀도마뱀(anole 또는 Anolis)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부터 기술됐다 [Williams 1972; Losos 1990, 1992; Losos et al. 1998]. 아놀도마뱀은 주로 나무 위에서 사는 신열대권 식충도마뱀으로 수많은 종이 존재한다 [그림 6.21]. 서로 다른 아놀도마뱀이 먹이를 두고 경쟁한다고 알려졌으며, 이러한 경쟁은 아놀도마뱀의 군집구조에 영향을 미쳤다. 소앤틸리스 제도(Lesser Antilles)에 속하는 여러 작은 섬에는 한 종 또는 두 종의 아놀도마뱀이 서식한다. 한 종이 홀로 서식하는 경우에는 도마뱀이 일반적으로 중간 크기이지만, 규모가 더 큰 섬에는 작은 종과 큰 종이 크기가 다른 곤충을 먹이로 삼으며 또한 각 종을 위한 미소서식지(microhabitat, 微小棲息地)가 다르므로, 이들은 이 섬에서 서로 공존할 수 있다. 여러 섬에 서식하는 작은 종은 단계통군이며, 큰 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각 섬은 작은 크기와 큰 크기의 분기군에서 온 한 쌍의 종을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쿠바(Cuba), 히스파니올라(Hispaniola), 자메이카(Jamaica),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와 같은] 대앤틸리스 제도(Greater Antilles)를 구성하는 커다란 섬에서는 엄청난 수의 아놀도마뱀 종이 서식한다. 이들 각각의 섬에 서식하는 아놀도마뱀의 서로 다른 종은 수관(樹冠), 잔가지, 나무 몸통과 같은 특정 미소서식지에서 거주한다. 서로 다른 미소서식지를 차지하고 있는 생태형(ectomorph, 生態形)이라 불리는 생명체는 일관된 적응형태를 가진다 [그림 6.21 참조]. 이들 생태형은 반복적으로 진화해왔는데, 왜냐하면 어떤 섬에서 서식하는 종이 생태적∙형태적으로 다른 섬에 서식하는 종과 비슷한 종으로 적응방사를 했던 단계통군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군집구조와 다양성이라는 매우 극단적인 진화는 마치 특정 숫자의 “적소”(niche, 適所), 또는 자원을 나누는 방법이 있고 이들 모두가 충족된 것처럼 평형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모든 군집이 종으로 포화한 것처럼 보이진 않으며, 아놀도마뱀에서 나타나는 그런 일관된 구조는 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사례는 종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기본 원리가 진화와 생태에 동일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함을 시사한다.


6.7 오늘날 다양성 양식에 대한 진화 역사의 영향


종(種) 수의 지리적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경쟁을 비롯해 오늘날 일어나는 다른 형태의 생태적 과정은 분명히 어떤 역할을 하지만, 장기간의 진화적 사건 또한 오늘날의 다양성 양식에 영향을 미쳤다 [Ricklefs and Schluter 1993]. 북반구 온대지방에 분포하는 나무의 종 다양성은 중요한 예를 제공한다 [Latham and Ricklefs 1993]. 습한 온대림은 주로 유럽, 북아메리카 동부,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발견된다. 이들 지역에 존재하는 나무 종 숫자의 비율은 1:2:6으로, 단연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종이 나타난다. 이러한 종 다양성의 차이는 상위 분류군 수준에서도 비슷하다. 유럽이나 아메리카보다는 아시아에서 더 많은 비율의 분류군이 주로 열대생물군에 속했다. 이러한 차이는 오늘날 기후 양식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림 6.22 백악기 말의 난대성((warm temperate, 暖帶性), 냉대성(cool temperate, 冷帶性), 습윤열대성(wet tropic, 濕潤熱帶性) 생물군계(biome, 生物群系) 분포. 습윤열대성 식생의 회랑지대가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동부보다는 동아시아에서 남쪽으로 더 멀리 확장됐는데, 이 식생은 주요 열대지역으로부터 분리되었다. [After Latham and Ricklefs 1993.]


신생대 첫 약 4천만 년 동안 지구는 오늘날보다 따뜻했다. 삼림은 아메리카 대륙 북부와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퍼졌고 많은 속(屬)이 오늘날보다 훨씬 더 넓은 지역에 분포했다. 북아메리카 온대 식물상(植物相)은 넓은 해로에 의해 아메리카 열대 식물상과 분리되었고, 유럽 온대 식물상은 아프리카 식물상으로부터 분리되었지만, 북아시아 식물상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시베리아부터 말레이 반도까지 점점 열대 식물상으로 변했다. [그림 6.22]. 따라서 아시아에서는 열대 혈통이 온대기후로 퍼져 나가면서 적응할 기회가 더욱 많았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신생대 제3기 때 동아시아는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동부보다 더 많은 나무 속(屬)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신생대 제3기 말과 제4기에는 전 지구적인 기온 하강이 홍적세 빙하기 때 절정을 이루었으며, 빙하기의 영향이 아시아보다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북부에서 훨씬 더 남쪽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빙하기는 북아메리카와 특히 유럽의 식물상을 완전히 파괴했는데, 유럽 식물상의 남하는 알프스 산맥, 지중해, 사막에서 그 움직임이 막혔다. 그러나 아시아 열대지방으로 이어진 연속한 회랑지대는 아시아 식물상을 위한 피난처를 제공했다. 아시아보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훨씬 더 많은 비율의 속(屬)이 멸종했다. 따라서 이들 지역 사이에서 나타나는 오늘날 다양성의 차이는 두 가지 요인으로 비롯했다고 보이는데, 그것은 바로 확산, 적응, 다양화를 꾀할 기회에 대한 차이라는 신생대의 오랜 역사와 차등적 멸종이라는 최근 역사다.


6.8 요약


  1. 생명체의 지리적 분포는 다윈과 월리스에게 진화의 실재(實在)에 관한 매우 강력한 증거를 제공했다.
  2. 생명체의 지리적 분포를 연구하는 생물지리학은 역사적이며 생태적인 요소 모두를 가진다. 어떤 분포는 장기간 동안 일어난 진화 역사의 결과며, 어떤 것은 오늘날 생태적 요인으로 말미암은 결과다.
  3. 상위 분류군의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과정에는 멸종, 확산 그리고 [장벽의 등장으로 말미암은 연속한 분포의 단편화인] 분단분포가 포함된다. 이러한 과정은 환경변화, 적응, 종분화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동반해 일어날 수 있다.
  4. 확산 또는 분단분포의 역사는 종종 계통자료로부터 추정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식하는 종 사이의 계통관계 양식이 많은 분류군에서 반복해 나타난다면, 분단분포의 공통 역사도 마찬가지로 반복해 나타난다.
  5. 격리분포는 어떤 상황에서는 분단분포가 원인이며, 다른 경우에서는 확산이 원인이다.
  6. 종 내의 유전적 양식, 특히 서로 다른 지리적 분포를 특징짓는 유전자 사이의 계통관계는 종의 분포에서 나타나는 역사적 변화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7. 종의 지역 분포는 환경이라는 비생물적 요소와 경쟁자 및 포식자와 같은 생물학적 특징 모두를 포함한 생태학적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8. 어떤 지역에서 종의 다양성은 평형상태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종(異種)간의 상호작용, 특히 경쟁은 종 다양성을 제한할 수 있으며 비슷한 구조를 가진 서로 다른 군집을 낳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자원을 나누도록 종이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9. 특정 지역에 있는 상위 분류군의 종 다양성은 종종 현재 생태적 요인과 장기간의 진화적 요인 모두에서 비롯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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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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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역사적 생물지리학의 가설 검증


생물지리학자는 분포의 역사를 추론하기 위해 다양한 지침을 사용해왔다. 이들 지침 가운데 일부는 잘 정립됐다. 예를 들어, 어떤 분류군의 분포는 그 분류군이 기원하기 전에 있었던 사건으로 설명될 수 없는데, 중신세 때 어떤 속(屬)이 출현했다면 백악기 때 일어난 대륙이동으로 그러한 분포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일부 다른 지침은 더욱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과거에 일부 학자는 어떤 분류군이 오늘날 가장 다양한 지역에서 그 분류군이 기원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말과(family Equidae)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이러한 가정이 꼭 그렇다고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오늘날 말의 원산지가 오직 아프리카와 아시아일지라도, 말은 북아메리카에서 서식하던 조상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분류군의 분포를 설명하는 주요 가설은 확산과 분단분포다. 예를 들어, 주금류(走禽類)가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확산했는지, 몇몇 남반구 대륙으로 갈라진 하나의 단일 대륙에서 살았던 조상에서 유래했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설을 평가할 때 계통분석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얻은 증거도 마찬가지로 유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서 매우 “불균형한” 생물상이 나타난다면, 즉 이 지역이 다른 지역과 연결되었다면 존재했을지도 모를 상당히 많은 분류군이 실제로 이 지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종이 확산으로 이 지역에 유입했을지도 모른다고 종종 추정된다. 이러한 가정은 특히 양서류나 비행할 수 없는 포유류가 드문 바다 섬에 적용되었다. 또한, 화석기록은 [임의의 분류군이 한 지역에 출현하기 전 다른 지역에서 번성했음을 보일 수 있는 것처럼] 중요한 증거를 제공할 수 있으며 [Lieberman 2003], 지질학적 기록은 장벽의 등장과 소멸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르마딜로 화석은 신생대 제3기를 통틀어 남아메리카에 국한되었다가, 파나마 지협이 형성된 이후에는 오직 선신세와 홍적세에 이르러서야 북아메리카 지층에서 발견된다 [그림 6.3A 참조]. 이러한 분포 양식은 아르마딜로가 남아메리카에서 북아메리카로 확산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어떤 분류군은 드문 화석기록이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기원했으며 어떤 지역에 더 오랫동안 서식했을 수 있으므로 고생물학 자료는 조심스럽게 해석되어야 한다.


계통분석법은 오늘날 대부분 역사적 생물지리학 연구의 토대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분석법이 지리적 양식을 분석하기 위해 특히 다니엘 브룩스(Daniel Brooks), 로더릭 페이지(Roderick Page), 프레드릭 론퀴스트(Fredrik Ronquist)에 의해 개발되었다 [Brooks 1990; Page 1994; Ronquist 1997]. 이들 분석법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지만, 이들 모두는 현존하는 분류군의 분포 자료로부터 조상 분류군의 지리적 분포를 재구성하기 위해 파시모니한 접근법을 사용한다. [계통으로부터 조상 분류군의 분포를 추정하는 작업은 조상형질상태를 추정하는 일과 어느 정도 닮았다; 그림 3.3 참조.] 확산-분단분포 분석(dispersal-vicariance analysis 또는 DIVA)라고 불리는 론퀴스트의 분석법은 확산의 중요성을 가장 잘 설명하므로, 생물학적으로도 가장 현실성 있다. 이 방법은 분단분포가 분포의 변화를 설명하는 “귀무가설”(歸無假說)이라고 가정하며, 새로운 종이 일반적으로 지리적 격리 동안 형성된다는 잘 지지되는 원리와 일치한다 [16장 참조]. 분포를 설명하기 위해 확산이나 멸종이 언급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노력”이 요구된다. 가장 적은 “노력”으로 종의 분포를 설명하는 역사적 가설이 가장 파시모니하거나 최적화된 가설로 간주된다.



그림 6.8 생물지리학적 역사의 지표로써 계통관계. (A) 분기가 있기 전에 발생한 A 지역에서 B 지역으로의 확산은 계통적으로 연관된 종의 분포에 관한 다계통적 양식을 낳을 수 있다. (B) 동물상의 연속적인 분리인 분단분포의 역사는 그 지역의 분단과 병행하는 분류군의 계통을 낳을 수 있다. (C) 그 밖의 분단분포 역사에서 복합적인 상황이 [여기에서는 C 지역에서 일어난] 멸종과 [A 지역에서 일어난] 지역 내 종분화를 포함한 몇몇 이유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분단분포 가설 아래에서 우리는 단계통군이 서로 다른 지역을 점유하며, 계통이 내포하는 지리적 격리의 순서가 이 지역 자체가 분리된 순서와 일치하리라 예측한다 [그림 6.8]. 예를 들어, 아프리카는 곤드와나 대륙에서 가장 먼저 분리된 대륙이므로,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아메리카에 걸쳐 분포하는 분기군에서 오스트레일리아와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종은 아프리카에 분포하는 종보다 계통적으로 서로 더욱 연관해 있어야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B 지역에 분포하는 종이 A 지역에 분포하는 분기군 내에 포함된다면, A 지역에서 B 지역으로의 확산이 가장 그럴싸하다 [그림 6.8A]. 일부 생물지리학자는 분단분포로 수많은 분류군의 개체군이 동시에 분리되어야 하며, 결과적으로 분류군이 분포의 공통적인 계통 양식을 명백히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확산을 막는 장벽이 사라질 때, 확산은 또한 서로 다른 분류군 사이에서 공통적인 양식을 낳을 수 있다 [Lieberman 2003].


6.4.1 역사적 생물지리학 분석의 사례



그림 6.9 하와이 제도와 일부 하와이 귀뚜라미의 계통. (A) 현재의 하와이 제도. 하와이 섬으로 불리는 빅아일랜드(Big Island)는 점선으로 그린 원으로 나타낸 “열점”(hot spot, 熱點)의 바로 북서쪽에 있는데, 이 열점에서 시작해 섬이 연속적으로 형성되었다. (B) 5백만 년 전의 하와이 제도로, 카우아이(Kauai) 섬이 열점 위에 생겨나고 있었다. (C) 하와이 제도에서 서식하는 귀뚜라미 종인 라우팔라(Laupala)의 계통에서 각 종(種)의 이름은 이들 종이 출현하는 섬 이름의 약자로 대체했다. 비록 두 종이 더 젊은 섬인 하와이 섬에서 이주해 마우이(Maui) 섬에 정착했을지라도, 잇따라 더 어린 생물군이 생성 시기가 더 최근인 섬에서 발견된다. [A, B after H. L. Carson and D. A. Clague 1995; C after Shaw 1995.]



하와이 제도의 생명체. 태평양 한복판에 있는 하와이 제도는 지각판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열점”(hot spot, 熱點) 위를 지나 북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형성되었는데, 이러한 지각운동의 결과로 화산추(火山錐)가 연속해서 만들어졌다. 이러한 과정은 수천만 년 동안 계속 일어났고 있었으며, 한때는 해양 표면 위로 돌출했어도 지금은 물속에 잠긴 일련의 화산은 오늘날 하와이 제도의 북서쪽에 놓여 있다. 현재의 섬 가운데 하와이 제도의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카우아이(Kauai) 섬은 약 5백1십만 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남동쪽 끝에 있는 섬인 하와이 제도의 “빅아일랜드”(Big Island)는 5십만 년도 안 된 가장 어린 섬이다 [그림 6.9AB].


하와이 제도의 지질 역사를 고려했을 때, 하와이에 서식하는 종(種)의 분류군으로 예상되는 가장 단순한 계통은 “빗살 형태”로, 가장 기본적인 혈통이 카우아이 섬에서 서식하며, 가장 어린 혈통은 하와이 섬에 있다. 만일 종(種)이 새로 생성되는 섬으로 연속해서 확산하고, 더 어린 섬에서 더 오래된 섬으로 확산하지 않으며, 멸종을 겪지 않는다면, 이러한 양식이 나타날 것이다. 케리 쇼(Kerry Shaw)가 귀뚜라미의 거대한 속(屬)인 라우팔라(Laupala)에 대해 분자계통분석을 시행했을 때, 바로 이러한 양식이 발견됐다 [Shaw 1995] [그림 6.9C]. 하와이 섬에서 이주해 마우이 섬에 정착한 두 종을 제외하고, 이주(移住)는 더 오래된 섬에서 더 어린 섬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일은 각 섬에서 단지 한 번씩 발생했다. 각 섬 안에서 종분화의 속도는 매우 높았었다.


그림 6.10 (A) 오늘날 남극의 중심에 위치한 [약 1억 2천만 년 전의] 백악기 초기의 곤드와나 대륙의 모습으로, 남반구 땅덩어리 사이의 연결이 잘린 대략적인 시기가 그림에 표시되어 있다. 대륙의 현재 위치는 검은색 선으로 나타냈으며, 이들 검은색 선 바깥의 녹색 지역은 백악기 초기 동안 [수면 밖으로] 노출되었던 육지다. (B) 곤드와나 대륙의 분리 역사를 설명하며, 종종 “지역분기도”(area cladogram, 地域分岐圖)라 불리는 분지도(分枝圖). “그레이터 인디아”(Greater India)는 오늘날의 인도 아대륙(亞大陸)과 스리랑카(Sri Lanka)을 포함하는 커다란 땅덩어리였다. 이러한 분지수(分枝樹)는 그림에 나와 있는 지도처럼 [남아메리카 같은] 일부 대륙의 서로 다른 인접 지역이 다른 시기에 어떻게 분리했는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A after Cracraft 2001.]



마다가스카르 섬의 동물. 아프리카 동부에는 마다가스카르(Madagascar)라는 큰 섬이 있으며, 이곳의 매우 토착적인 [그리고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상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여우원숭이 같은 많은 분류군을 포함한다 [그림 6.10B 참조]. 인도와 함께 마다가스카르는 곤드와나 대륙으로부터 분리된 나온 최초의 대륙이며, 마다가스카르는 약 1백6십만~1백2십만 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림 6.10]. 인도는 약 8천8백만~6천3백만 년 전에 마다가스카르에서 분리했으며, 약 5천만 년 전에 남아시아와 충돌했다. 여러 해 동안 생물지리학자는 마다가스카르의 고유 분류군이 남반구의 다른 대륙에 살고 있는 근연종으로부터 분단분포적인 분리로 기원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최근 분자계통연구는 확산이 주요 역할을 해왔다고 가리킨다.



그림 6.11 (A) 마다가스카르의 팬더카멜레온(panther chameleon 또는 Chamaeleo pardalis)은 사출되는 혀로 곤충을 잡는다. (B) 아프리카[A], 인도[I], 마다가스카르[M], 인도양의 세이셸 제도(Seychelles Islands)[SE]에 분포하는 일부 카멜레온 종의 계통. 이들 지역에 대한 계통분포는 각 지역이 분리된 순서와 다르므로 [그림 6.10B 참조], 카멜레온의 분포는 곤드와나 대륙의 분리로 말미암은 분단분포보다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시작한 확산으로 가장 잘 설명된다. [A © Stephen Dalton/Photo Researchers, Inc.; B after Raxworthy et al. 2002.]



랙스워시(Raxworthy)와 그의 동료 연구팀은 기이하게 생긴 사출되는 혀로 곤충을 사냥하며 느리게 움직이는 도마뱀인 카멜레온의 계통을 분석했다 [Raxworthy et al. 2002; 그림 6.11A]. 카멜레온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인도와 인도양의 섬에 주로 분포한다. 분단분포설(分斷分布設)은 마다가스카르와 인도의 카멜레온이 함께 아프리카 형태의 자매군을 형성해야 한다고 암시하지만, 카멜레온의 계통은 곤드와나 대륙이 분리된 후에 카멜레온이 마다가스카르에서 기원했고 수면을 가로질러 아프리카, 인도 그리고 인도양의 섬으로 확산했다는 가설을 강력히 지지한다 [그림 6.11B]. [영장목인] 여우원숭이와 몽구스(mongoose)를 닮은 마다가스카르의 육식동물을 대상으로 시행한 비슷한 계통분석연구는 이들 생명체가 다른 방향으로 확산했음을 가리키는데,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가 분리되고 오랜 후에 두 분류군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마다가스카르로 이주했다 [Yoder et al 2003].


곤드와나 분포. 많은 형태의 흥미로운 생물지리학적 문제가 남반구의 서로 다른 대륙에 서식하는 구성원을 가진 분류군을 통해서 제기된다. 물론, 가장 단순한 가설은 곤드와나 대륙의 분리가 어떤 공통조상의 후손을 격리시켰다는 순수한 분단분포를 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통분석 결과는 이야기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일부 분류군의 역사는 여전히 격렬히 논쟁 중이다. 세 가지 사례에서 그러한 논쟁의 핵심을 살피도록 하자.



그림 6.12 [파란색으로 표시한] 시클리드과(family Cichlidae)의 계통을 이들 어류의 지리적 분포를 표시한 지도 위에 나타냈다. 상자 안의 연도는 DNA 서열 차이로 추정된 분기군 사이의 분기 시기를 가리키는데, 이들 분기군의 분기 연대는 [쌍촉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륙이 분리된 연대보다 더 최근이다. [After Vences et al. 2001.]



시클리드어류(cichlids)는 아메리카 열대지방,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인도에 분포하는 민물 어류다. 몇몇 연구자가 수행한 분자계통연구 결과에서 두 종류의 자매 분기군이 발견되었는데, 두 단계통군 가운데 하나는 인도와 마다가스카르 종으로 구성되며,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종으로 구성된다 [Vences et al. 2001; Sparks 2004]. 이러한 결과는 [인도,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네 대륙의 분리와 정확히 함께하므로 분단분포설로 예측되는 분명한 분지 양식이다 [그림 6.12]. 그러나 DNA 서열의 진화속도에 관해 세심히 연구한 결과, 시클리드어류 분기군 사이의 분열이 대륙이 분리된 시기보다 훨씬 더 최근에 일어났다는 결론이 나왔다 [Vences et al. 2001]. 예를 들어, 인도/마다가스카르 분기군과 아프리카/신열대권 분기군 사이의 분리는 고작 5천6백만 년 전이지만, 마다가스카르 섬과 인도 아대륙은 적어도 1천2백만 년 전에 분리됐다. 게다가, 시클리드어류는 곤드와나 대륙이 분리되고 난 뒤 오랜 후인 백악기 후기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가시지느러미를 가진] 극기어류(棘鰭魚類)의 거대한 분기군 내에서도 상당히 파생된 분류군이다. 따라서 시클리드어류는 곤드와나 대륙의 분리보다는 확산으로 오늘날의 분포를 이뤘다고 보인다.



그림 6.13 [왼쪽의] 주금류(走禽類)의 분자계통과 [오른쪽의] 이들이 서식하는 지역의 분리 역사에 관한 비교. 선으로 각 조류와 서식지를 연결했으며, 각 분지의 추정 연대는 백만 년 단위다. 키위와 타조를 제외하고, 분지 순서와 연대는 곤드와나 대륙의 분리와 일치한다. 키위와 티나무(tinamou)는 다른 종보다 크기가 훨씬 더 작으므로, 같은 척도로 그리지 않았다. [After Van Tyne and Berger 1959; Haddath and Baker 2001.]



주금류(走禽類)는 한 가지 점에서만 곤드와나 분단분포를 일부 지지한다 [Haddath and Baker 2001]. 대부분이 몸집이 매우 큰 날지 못하는 이들 새는 고대 조상에서 유래했는데, 티나무(tinamou)와 함께 이들은 모든 현존하는 조류의 자매군이다. 여기에는 현존하는 타조, 레아, 화식조(cassowary, 火食鳥), 에뮤, 키위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의 모아도 포함되는데, 이 조류는 뉴질랜드의 토착민에 의해 멸종됐지만 DNA를 추출할 수 있는 뼈를 남겼다. 이들의 “곤드와나 분포”와 분기군의 상당한 연령 때문에 주금류는 곤드와나 대륙의 분리로 말미암은 분단분포의 예로 여겨졌다. 실제로,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전체 서열을 이용한 계통연구는 모아가 약 7천9백만 년 전에 최초로 분기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는데, 이것은 뉴질랜드가 곤드와나 대륙에서 처음 분리된 시기인 약 8천2백만 년 전과 일치한다 [그림 6.13]. [약 6천9백만 년 전인] 나중에 일어난 남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주금류 사이의 분기 시기는 [약 5천5백만~6천5백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오스트레일리아가 훗날 남아메리카와 남극 대륙에서 분리된 시기와 일치한다. 그러나 [6천5백만 년 전인] 아프리카 타조의 분기와 [6천2백만 년 전인] 뉴질랜드 키위의 분기는 곤드와나 대륙에서 [아프리카 대륙은 1억 년 전이며 뉴질랜드는 약 8천2백만 년 전인] 이들 대륙이 분리된 시기보다 훨씬 더 나중에 일어났는데, 이들은 확산의 일부 유형을 취했다고 보인다.



그림 6.14 세 종류의 조류 목(目)에 속하는 주요 혈통의 계통이 대륙과의 연관관계를 나타내며, 오늘날 남극을 중심으로 놓은 그림에 백악기 초기의 대륙 위치를 표시했다. 현재의 대륙 경계는 검은색 선으로 표시했으며, 녹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백악기 동안 수면 밖으로 노출된 부분이다. (A) 닭목(order Galliformes)과 기러기목(order Anseriformes)은 함께 조류의 가장 오래된 분기군 중 하나를 형성한다. 각각의 목에서 기본 혈통은 [봉관조(curassow, 鳳冠鳥)와 외침새처럼] 남아메리카와 [무덤새와 까치기러기처럼]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에서 나뉜다. [꿩과(family Phasianidae)와 오리과(family Anatidae)처럼] 각각의 목에서 더욱 파생된 혈통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B) [참새류 또는 명금류 같은] 참새목은 아명금류, 뉴질랜드 굴뚝새류, 명금류 같은 세 가지 주요 분기군을 가진다. 이들 세 가지 분기군 모두는 남반구 대륙에 기본 혈통을 가지며, 곤드와나 대륙에서 기원했던 것처럼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참새하목(infraorder Passerida)에 속하는 과(科) 사이의 계통관계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서, 이들도 역시 곤드와나 지역에서 기원했는지 결정할 수 없다. [After Cracraft 2001.] *


* [용어설명] family Phasianidae, 꿩과; pheasant, 꿩; quail, 메추라기; family Cracidae, 봉관조과(鳳冠鳥科); curassow, 봉관조(鳳冠鳥); family Megapodiidae, 무덤새과; mound builder, 무덤새; family Anhimidae, 외침새과; screamer, 외침새; family Anseranatidae, 까치기러기과; magpie goose, 까치기러기; family Anatidae, 오리과; suborder Tyranni, 산적딱새아목(-亞目); flycatcher, 딱새; family Pittidae, 팔색조과(八色鳥科); pitta, 팔색조; family Eurylaimidae, 숲발발이과; broadbill, 넓적부리새; family Philepittidae, 눈매팔색조과; asity, 눈매팔색조; family Acanthisittidae, 굴뚝새과; New Zealand wren, 뉴질랜드 굴뚝새; superfamily Meliphagoidea, 꿀빨이새상과(-上科); honeyeater, 꿀빨이새; superfamily Corvoidea, 까마귀상과(-上科); infraorder Passerida, 참새하목(-下目); order Galliformes, 닭목; order Anseriformes, 기러기목; suboscines, 아명금류(亞鳴禽類); oscines, 명금류(鳴禽類); order Passeriformes, 참새목.



조엘 크라크래프트(Joel Cracraft)는 조류의 계통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분지 가운데 일부가 곤드와나 기원과 분단분포와 일치함을 보였다 [Cracraft 2001]. 심지어 단지 소수의 조류 목(目)의 화석만이 백악기 후기 이전에 발견되었을지라도, DNA 서열 분기 연구는 조류 목(目) 대부분이 곤드와나 대륙의 분리에 영향받았을 정도로 충분히 오래됐다고 강력히 시사한다. 몇몇 조류 목의 계통은 이들이 곤드와나 대륙에서 기원했음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닭목(order Galliformes)과 기러기목(order Anseriformes) 모두의 기본 혈통은 남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에서 나뉘며 [그림 6.14A], 참새류의 거대 목(目)인 참새목(order Passeriformes)의 거의 모든 기본 혈통도 마찬가지로 곤드와나 대륙에서 분리된 땅덩어리 사이에 분포한다 [그림 6.14B].


6.4.2 지역 생물상의 조성


어떤 지역 생물상의 분류학적 조성은 일부는 고대에 일어났고 일부는 더 최근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의 결과다. 어떤 분류군은 외래 분류군(allochthonous taxon, 外來分類群)인데, 이것은 이들 분류군이 이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기원했음을 뜻한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분류군은 토착 분류군(autochthonous taxon, 土着分類群)으로, 이들 분류군이 이 지역 내에서 진화했음을 뜻한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 대륙의 생물상은 (1) 곤드와나 생물상의 잔여 생물군이며 [폐어류나 레아처럼] 남반구의 다른 대륙과 공유하는 일부 토착 분류군, (2) 대륙이동으로 남아메리카가 격리된 후에 신생대 제3기 동안 외래 조상(allochthonous progenitor)으로부터 다양해진 [신대륙 원숭이, 기니피그, 그리고 계통적으로 연관된 설치류 같은] 생물군, (3) 홍적세 동안 북아메리카로부터 유입한 [북아메리카에서도 발견되는 퓨마(Panthera concolor) 같은] 일부 외래 종(allochthonous species), (4) 역사시대 동안 남아메리카로 이주했던 [그림 6.6에 나와 있는 1930년대에 아프리카에서 분명히 이주해 온 황로(Bubulcus ibis) 같은] 소수의 종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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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2)
[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3)



그림 6.0 구대륙 원숭이와 신대륙 원숭이. [왼쪽의] 콜로부스(Colobus) 같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원숭이는 협비원소목(parvorder Catarrhini, 狹鼻猿小目) 분류군에 속한다. [아래쪽의] 짖는원숭이(howler monkey)인 Alouatta palliata 같은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의] 신대륙 원숭이는 아주 다른 분류군인 광비원소목(parvorder Platyrrhini, 廣鼻猿小目)에 속한다. [Colobus © Charles McRae/Visuals Unlimited; Alouatta © Roy P. Fontaine/Photo Researchers, Inc.] *


* 목(order, 目)은 범주의 크기에 따라 큰 순서대로 ["large", "great", "important"를 뜻하는 라틴어 magnus에서 파생한] 대목(magnorder, 大目), ["above"를 뜻하는 라틴어 접두어 super-를 붙인] 상목(superorder, 上目), (order, 目), ["under"를 뜻하는 라틴어 접두어 sub-를 붙인] 아목(suborder, 亞目), ["below"를 뜻하는 라틴어 접두어 infra-를 붙인] 하목(infraorder, 下目), ["small" 또는 "unimportant"를 뜻하는 라틴어 접두어 parv-를 붙인] 소목(parvorder, 小目)으로 나타낼 수 있다. 1998년에 말콤 맥켄나(Malcolm C. McKenna), 수잔 빌(Susan K. Bell), 조지 심슨(George Gaylord Simpson)이 『Classification of Mammals: Above the Species Level』이란 책에서 상목(上目)과 목(目) 사이에 크기 순서대로 ["large"를 뜻하는 라틴어 grand에서 파생한] "grandorder"와 ["wonderful" 또는 "strange"를 뜻하는 라틴어 mirus에서 파생한] "mirorder"를 고안했지만,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인류는 어디에서 기원했으며 어떤 경로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을까? 왜 캥거루는 호주에서만 발견되고, 왜 설치류는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가? 왜 온대림(溫帶林)보다 열대림(熱帶林)에 훨씬 더 많은 종의 나무, 곤충, 조류 등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생명체의 지리적 분포를 연구하는 생물지리학(biogeography, 生物地理學)이 풀고자 하는 문제다. 동물지리학(zoogeography, 動物地理學)과 식물지리학(phytogeography, 植物地理學)은 각각 동물과 식물의 분포를 연구하는 생물지리학의 세부 연구 분야다. 생명체의 분포에 관한 진화 연구는 지질학, 고생물학, 계통분류학, 생태학 등과 밀접하게 연관해 있다. 예를 들어, 대륙 분포와 기후의 역사에 관한 지질학 연구는 때때로 생명체 분포의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반대로, 생명체의 분포는 종종 지질학적 사건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 사실, 생명체의 지리적 분포는 지질학자가 대륙이동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동의하기 오래전에 일부 과학자에게 대륙이동의 증거로 사용됐다.


몇몇 사례에서 어떤 분류군의 지리적 분포는 역사적 정황으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오늘날 작용하는 생태적 요인이 최선의 설명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생물지리학 분야는 대략 역사적 생물지리학(historical biogeography)과 생태적 생물지리학(ecological biogeography)으로 세분할 수 있다. 지리적 분포에 관한 역사적∙생태적 해석은 상호보완적이며 둘 다 중요하다 [Brown and Lomolino 1998; Myers and Giller 1988; Ricklefs and Schluter 1993].


6.1 진화의 생물지리학적 증거


다윈(Charles Darwin)과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는 둘 다 생물지리학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월리스는 그의 훗날 연구 대부분을 이 주제에 헌신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동물지리학의 주요 양식을 기술했다. 생명체의 분포는 다윈에게 진화가 일어났었다는 영감(靈感)과 증거를 제공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생물지리학의 특정 사실에 관한 이유는 매우 자명하므로 거의 언급할만한 것이 못 된다. 만일 누군가가 우리에게 하와이 제도에는 왜 코끼리가 살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당연히 코끼리는 거기에 도달할 수 없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러한 대답은 코끼리는 섬이 아닌 다른 곳, 즉 대륙에서 기원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다윈과 월리스가 맞서 싸우고 있었던 신에 의한 특수창조(特殊創造)라는 관점인 진화 이전 세계의 관점에서 그러한 대답은 유효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창조주가 각각의 종을 곳곳에 또는 동시에 많은 지역에 배치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창조주가 어떤 종을 열대림처럼 그 종에게 적합한 서식지가 나타나는 장소라면 어디에나 배치했다고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일지도 모르겠다.


다윈은 만일 어떤 종이 (1) 한정된 위치 또는 지역에서 기원해, (2) 확산으로 더 널리 퍼졌으며, (3) 이들이 이주한 다양한 지역에서 변형되어 자손 종이 출현했다면, 특수창조설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많은 생물지리학적 사실이 매우 잘 들어맞음을 보이기 위해, 『종의 기원』 두 장(章)을 할애했다. [다윈의 시대에는 대륙이 움직였다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오늘날, 대륙의 이동도 분포의 특정 양식을 설명한다.] 다윈은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했다.



그림 6.1 사막식물에서 나타나는 수렴적인 성장형태. 광합성을 하는 줄기를 가지며 잎이 없는 다육성(多肉性)인 이들 식물 모두는 계통적으로 서로 멀리 연관된 세 과(科)에 속한다. (A) [선인장과(family Cactaceae, 仙人掌科)에 속하는] 북아메리카 선인장. Lophocereus schottii라는 이 종은 바하 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의 토착종이다. (B) 협죽도과(family Apocynaceae, 夾竹桃科)의 스타펠리아(Stapelia)에 속하는 시체꽃(carrion flower). 파리에 의해 수분(受粉)되는 이들 다육성 식물은 남아프리카와 동인도에 걸쳐 발견된다. (C)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Namib Desert)에 서식하며 대극과(family Euphorbiaceae, 大戟科)의 대극(Euphorbia, 大戟)에 속하는 종. [A~C © Photo Researchers, Inc. A by Richard Parker; B by Geoff Bryant; C by Fletcher and Baylis.] *, **


* carrion flower 또는 corpse flower는 우리말로 시체꽃이라 불리며 꽃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

** Baja California는 영어로 “바하 캘리포니아”라고 읽지만, 멕시코 지명이므로 원어를 그대로 살려 “바하 칼리포르니아”라고 번역했다.


첫 번째로, 다윈은 “다양한 지역에 서식하는 생명체 사이의 유사성(類似性)과 비유사성(非類似性) 어느 것도 기후와 물리적 조건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막과 열대림 같은 비슷한 기후와 서식지는 신대륙과 구대륙 모두에서 나타나지만, 이곳에서 서식하는 생명체는 계통적으로 연관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선인장과(family Cactaceae, 仙人掌科)의 선인장은 신대륙에 국한되어 있지만, 구대륙 사막의 선인장을 닮은 식물은 다른 과(科)에 속하는 구성원이다 [그림 6.1]. 신대륙에 있는 모든 원숭이는 하나의 거대 분류군인 광비원소목(parvorder Platyrrhini, 廣鼻猿小目)에 속하지만, 모든 구대륙 원숭이는 다른 분류군인 협비원소목(parvorder Catarrhini, 狹鼻猿小目)에 속한다. 심지어, 이 장 서두에서 보인 짖는원숭이와 콜로부스원숭이처럼 서로 비슷한 서식지와 먹이를 가질지라도 말이다.


다윈의 두 번째 강조점은 “어떤 종류의 장벽이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장애물은 다양한 지역의 생명체 사이에서 드러나는 차이와 밀접하고 중요한 방식으로 관련 있다”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다윈은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과 서해안에 서식하는 해양 종(種)이 서로 매우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다윈의 “세 번째 위대한 사실”은 종 자체는 비록 장소마다 서로 다를지라도 같은 대륙이나 바다에 서식하는 생명체는 계통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윈은 [뉴트리아(coypu 또는 nutria)와 카피바라(capybara) 같은] 남아메리카의 수생(水生) 설치류를 예로 들었는데, 이들은 [비버(beaver)와 사향쥐 같은] 북반구의 수생 설치류가 아니라 산과 초원에서 서식하는 북아메리카 설치류와 연관해 있다.


다윈은 “우리는 이러한 사실로부터 시공을 통틀어 같은 지역의 땅과 물에서 물리적인 조건과는 무관한 어떤 심오한 유기적 결합을 본다. … 그러한 결합은 [공통가계(common ancestry, 共通家系)처럼] 단순히 유전되는 것으로, 우리가 분명히 아는 한 유일하게 단독으로 서로 매우 닮은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다윈에게는 종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창조된 게 아니라 단일 기원지(起源地)에서 비롯했음을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섬에 서식하는 생명체로부터 특히 주목할만한 증거를 끌어냈다. 첫째, 멀리 떨어진 바다의 섬에는 일반적으로 장거리 확산(long-distance dispersal) 능력이 있는 바로 그러한 종류의 생명체가 있으며, 그런 능력이 없는 생명체는 서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많은 섬의 토착 포유류로는 박쥐가 유일하다. 둘째, 식물과 동물의 수많은 대륙 종(種)이 사람을 통해 운반되어 바다 위의 섬에서 번성했다. 따라서 다윈은 “각각의 독립된 종이 창조되었다는 교리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최적으로 적응한 식물과 동물 가운데 아주 많은 수가 바다의 섬을 위해 창조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셋째, 섬에서 서식하는 종 대부분은 가장 가까운 본토에 사는 종과 계통적으로 분명히 연관해 있는데, 이것은 대륙 종이 섬으로 유입했음을 암시한다. 다윈이 말한 대로, 이것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거의 모든 조류와 식물에 해당하는 사례다. 넷째, 어떤 섬에 사는 고유종(固有種)의 비율은 그 섬으로의 확산 기회가 낮을 때 특히 높다. 다섯째, 섬에 서식하는 종(種)은 종종 대륙에 사는 조상의 특징을 지닌다. 예를 들어, 다윈은 씨앗 표면의 갈고리는 포유류를 통한 확산에 적응한 것이지만, 포유류가 없는 바다 위의 섬에서도 많은 토착식물이 갈고리가 난 씨앗을 가짐에 주목했다.


거의 한 세기 반에 걸친 연구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들 다섯 가지 핵심 모두는 바로 다윈의 지식과 통찰에 대한 증거다. 화석기록과 대륙이동 및 해수면 변화와 같은 지질학적 사건에 관한 지식의 더 많은 확장으로 생물지리학에 관한 우리의 이해가 늘어났지만, 다윈이 지적한 다섯 가지 주요 핵심 가운데 어느 것도 지금껏 부정되지 않았다.


6.2 분포의 주요 양식


거의 모든 종의 지리적 분포는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으며, 많은 상위 분류군 역시 어떤 특정한 지리적 지역에 한정되어 나타난다 [또는 고유하다(endemic)]. 예를 들어, 도롱뇽 속(屬)인 플레토돈(Plethodon)은 북아메리카에 국한되어 있으며, Plethodon caddoensis은 오직 아칸서스(Arkansas) 서부의 카도 산맥(Caddo Mountains)에서만 서식한다. 비둘깃과(family Columbidae) 같은 일부 상위 분류군은 거의 전 세계에 분포하지만, [뉴질랜드에 국한된 키위과(family Apterygidae)처럼] 일부는 국소적으로 나타난다 [그림 6.13 참조].



그림 6.2 생물지리권. 월리스가 인정한 생물지리권은 구북권(Palearctic realm, 舊北圈), 에티오피아권(Ethiopian realm, -圈), 동양권(Oriental realm, 東洋圈), 오스트레일리아권(Australian realm, -圈), 신북권(Nearctic realm, 新北圈), 신열대권(Neotropical realm, 新熱帶圈)이다. 일부 연구자는 남아메리카 남부의 일부 지역, 아프리카, 뉴질랜드를 남극권(Antarctic realm, 南極圈)로 간주한다. *


* [용어설명] Tropic of Cancer, 북회귀선(北回歸線); Tropic of Capricorn, 남회귀선(南回歸線); Wallace's Line, 월리스 선; Equator, 적도(赤道).



월리스를 비롯한 초기 생물지리학자는 많은 상위 분류군이 대략 비슷한 분포를 나타내며, 생물상의 분류학적 조성이 지역 사이보다 지역 내에서 더욱 일정하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러한 관찰에 근거하여 월리스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널리 인정되는 육상 및 민물 생명체에 대한 몇몇 생물지리권(biogeographic realm, 生物地理圈)을 지정했다 [그림 6.2]. 여기에는 [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온대 및 열대를 포괄하는] 구북권(Palearctic realm, 舊北圈), [북아메리카의] 신북권(Nearctic realm, 新北圈),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의] 신열대권(Neotropical realm, 新熱帶圈),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일대인] 에티오피아권(Ethiopian realm),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인] 동양권(Oriental realm, 東洋圈),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뉴질랜드 그리고 인근 섬을 포괄하는] 오스트레일리아권(Australian realm)이 있다. 이들 생물지리권은 오늘날 기후 또는 육지 분포보다는 지구 역사로 나타난 결과다. 예를 들어, 월리스 선(Wallace’s line)은 가까운 위치와 비슷한 기후가 나타남에도 동물상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 섬을 구분한다. 이들 섬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서로 인접한 두 지각판(lithospheric plate, 地殼板) 위에 있으며, 각각 동양권과 오스트레일리아권이라는 서로 다른 두 생물지리권에 할당되었다.



그림 6.3 신열대권의 생물지리권에 고유한 분류군의 예. (A) 이절상목(superorder Xenarthra, 異節上目)인 아르마딜로. (B) 이절상목인 개미핥기. (C) 신열대권에서 아명금류의 엄청난 진화방산을 대표하는 개미잡이새과(family Formicariidae)에 속하는 개미때까치. (D) 남아메리카에 국한된 민물 메기류의 수많은 과(科) 가운데 하나인 칼릭티이대과(family Callichthyidae)의 갑주메기. [A, B after Emmons 1990; C after Haverschmidt 1968; D after Moyle and Cech 1983.]



그림 6.4 조류의 분포 양식에 근거한 오스트레일리아의 고유성 지역 또는 지방. 다른 척추동물의 분포도 비슷한 양식을 형성한다. [After Cracraft 1991.]



각각의 생물지리권에는 그 어느 곳보다 해당 영역에서 훨씬 더 다양하거나 심지어 그곳에만 국한된 수많은 상위 분류군이 서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의] 신열대권에 서식하는 고유 분류군에는 [개미핥기와 그 근연종인] 이절상목(superorder Xenarthra, 異節上目), [거미원숭이와 마모셋(marmoset) 같은] 광비원류(platyrrhines, 廣鼻猿類) 등의 영장류, 벌새류, 딱새와 개미잡이새 같은 아명금류(suboscines, 亞鳴禽類)의 거대한 집합체, 수많은 메기류의 과(科), 파인애플과(family Bromeliaceae) 같은 식물의 과(科) 등이 있다 [그림 6.3; 이 장 서두의 그림 참조]. 각각의 생물지리권 내에서 개별 종(種)은 더욱 제한된 분포를 나타내는데, 서식지가 두드러지게 다르거나 산맥과 같은 장벽으로 분리된 지역은 다소 다른 종의 집합을 나타낸다. 따라서 어떤 생물지리권은 종종 동식물구(faunal and floral provinces, 動植物區) 또는 고유성 지역으로 나뉠 수 있다 [그림 6.4].


생물지리권 [또는 지방] 사이의 경계는 일부 분류군이 인접한 지역의 경계를 넘어 두 권역(圈域)에 다양한 정도로 퍼져있으므로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의] 신북권에서 들소, 송어, 자작나무 같은 일부 종은 구북권의 분류군과 계통적으로 연관해 있다. 그러나 신북권의 다른 종은 신열대권의 종과 계통적으로 연관해 있거나 이들로부터 파생되었는데, 일례로 아르마딜로, 주머니쥐, 남아메리카의 나무에 붙어서 자라는 파인애플과 식물인 스페인 이끼(Spanish moss 또는 Tilandsia usneoides) 등을 들 수 있다.


일부 분류군은 격리분포(disjunct distribution, 隔離分布)를 나타내는데, 즉 이들의 분포에 틈새가 있다. 격리되어 분포하는 상위 분류군은 이들이 서식하는 각 지역에서 전형적으로 서로 다른 대표 종을 가진다. 예를 들어, 주금류(ratites, 走禽類)로 알려진 전혀 날지 못하는 조류에는 아프리카의 타조, 신열대권의 레아(rhea),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의 에뮤(emu)와 화식조(cassowary, 火食鳥), 뉴질랜드의 키위와 최근에 멸종한 모아(moa)가 있다 [그림 6.13 참조]. 폐어류, 유대류, 시클리드어류 [그림 6.12 참조], [Nothofagus라는] 남부 자작나무 등과 같은 다른 많은 분류군이 둘 이상의 남반구 대륙 사이에서 또한 공유된다 [Goldblatt 1993]. 일반적인 다른 격리 양식은 악어(Alligator), 앉은부채(skunk cabbage 또는 Symplocarpus), 튤립나무(Liriodendron) 등으로 설명되는데, 이들은 북아메리카 동부와 동아시아의 온대지역 모두에서 발견되는 많은 속(屬) 사이에 있지만, 두 지역 사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Wen 1999]. 우리는 이번 장 후반부에서 이러한 양식이 나타나는 이유 가운데 일부를 살필 것이다.


6.3 지리적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요인


어떤 분류군의 지리적 분포는 당대와 역사적 요인 모두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한 종의 분포에 대한 한계는 그 종이 한 번도 횡단한 적이 없는 지질학적 장벽이나 적응하지 않은 생태적 조건으로 결정될 수 있다. 이 절에서 우리는 분류군의 오늘날 분포를 있게 한 역사적 과정인 멸종, 확산 그리고 분단분포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어떤 종의 분포는 일부 개체군의 멸종으로, 어떤 상위 분류군의 분포는 일부 대륙 종의 멸종으로 감소했던 적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말과(family Equidae)는 북아메리카에서 기원해 다양해졌지만, 훗날 그곳에서는 멸종했다. 다만, 아프리카 얼룩말 그리고 아시아의 야생 나귀와 야생마만은 생존했다. [말은 유럽계 식민지 이주민이 북아메리카 대륙에 다시 도입했다.] 마찬가지로, 멸종은 동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동부에 서식하는 계통적으로 연관된 분류군 사이에서 나타나는 분리의 원인이다. 신생대 제3기 초기 동안 많은 식물과 동물이 북아메리카 북부 지역과 유라시아 전역으로 펴졌다. 이들의 확산은 따뜻하고 습한 기후 그리고 북아메리카와 유럽-시베리아 사이의 육지를 통한 연결로 촉진됐다. 이들 분류군 가운데 많은 수가 북아메리카 서부에서는 신생대 제3기 때 발생한 산맥의 융기(隆起)와 더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멸종했으며, 유라시아에서는 홍적세 빙하기 때문에 멸종했다 [Wen 1999; Sanmartín et al. 2001].



그림 6.5 1896년 유럽찌르레기(Sturnus vulgaris)가 뉴욕 시에 유입한 이후 나타난 영역확장의 역사. [After Brown and Gibson 1983.]



그림 6.6 앨라배마(Alabama)에서 젖소와 함께 있는 황로(Bubulcus ibis). 이 왜가리는 신대륙과 구대륙 양쪽에서 풀을 뜯는 우제류에 놀라 뛰어오르는 곤충을 먹고 산다. [Photo A. Morris/Visuals Unlimited.]



종은 [개체군의 이동과 같은] 확산(dispersal, 擴散)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힌다. 일부 연구자는 대략 연속하며 생존에 적합한 서식지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영역확장(range expansion, 領域擴張)과 장벽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도약확산(jump dispersal, 跳躍擴散)이라는 두 종류의 확산으로 구별한다 [Myers and Giller 1988]. 일부 식물과 동물은 자신들의 서식 범위를 매우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지난 2백 년 동안 사람을 따라 유럽으로부터 우연히 건너온 많은 식물 종이 뉴욕과 뉴잉글랜드로부터 북아메리카 전역에 걸쳐 확장했으며, 찌르레기(Sturnus vulgaris)와 집참새(Passer domesticus) 같은 일부 조류는 한 세기도 안 되어 마찬가지 방식으로 동부 전역에 퍼졌다 [그림 6.5]. 어떤 종은 스스로 주요 장벽을 가로지른 적도 있다. 황로(Bubulcus ibis, 黃鷺)는 약 75년 전까지 오직 구대륙의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만 발견되었지만, 사람의 도움 없이 남아메리카에 분명히 도달했다 [그림 6.6]. 그 이후에 황로는 신대륙의 온난한 지역 전체로 퍼졌다.


확산을 막는 장벽이 사라질 때 많은 종이 대략 동시에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게 되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확산에 대해 상관관계가 있는 양식을 낳는다 [Lieberman 2003]. 예를 들어, 선신세 무렵에 파나마 지협(the Isthmus of Panama)이 형성되었을 때 많은 식물과 동물이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대륙 사이를 이동했으며 [5장 참조], 신생대 제3기 초기 때는 많은 생명체가 대서양 횡단 육교(trans-Atlantic land bridge)를 건너 유럽과 북아메리카 대륙 사이를 이동했다 [Sanmartín et al. 2001].


분단분포(vicariance, 分斷分布)는 지질, 기후 또는 서식지 변화로 발생한 장벽 때문에 널리 분포하는 종의 개체군이 분리됨을 말한다. 분리된 개체군은 분기하여, 종종 서로 다른 아종(亞種), 종(種), 또는 상위 분류군이 된다. 예를 들어, 수많은 물고기, 새우, 그리고 다른 해양동물군에서 파나마 지협의 태평양 쪽에 서식하는 종의 가장 가까운 근연종은 파나마 지협의 카리브 해 쪽에서 사는 종이다. 이러한 양식은 널리 분포하던 조상 종이 선신세 때 파나마 지협의 출현으로 찢어져서 개체군이 분기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Lessios 1998]. 분단분포는 때때로 격리된 지역에 서식하는 계통적으로 연관된 분류군의 존재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림 6.7 북반구의 북부와 산악 지역에 서식하는 범의귀(saxifrage 또는 Saxifraga cernua)의 격리분포. 빙하기 때 거주한 남쪽 지역으로부터 이 종이 후퇴했을 때, 잔존 개체군은 고지대에서 계속 살아남았다. [After Brown and Gibson 1983; photo © courtesy of Egil Michaelsen and the Norwegian Botanical Association.]



확산과 분단분포는 모두 중요한 과정이며, 어느 것도 종의 분포에 관한 선험적인 단일 해석으로 가정할 수 없다. 많은 경우에 확산, 분단분포 그리고 멸종은 모두 어떤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홍적세 빙하기 동안 종(種)이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함으로써 자신들의 영역을 옮기는 것을 살폈다 [그림 5.29 참조]. 북반구의 추위에 적응한 종 일부는 멀리 남쪽까지 분포하게 되었다. 기후가 더욱 따뜻해졌을 때, 추운 산 정상에서 생존했던 일부 종을 제외하곤 남쪽 개체군은 멸종하게 되었다 [그림 6.7]. 이러한 경우에 생존하기 어려운 중간 서식지의 형성으로 개체군의 분단분포적 분리는 멸종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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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1)
[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2)
[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3)


5.8 신생대


신생대(Cenozoic era, 新生代)는 효신세(Paleocene epoch, 曉新世)에서 홍적세(Pleistocene epoch, 洪積世)에 이르는 6개의 기(紀)를 아우른다. 실제로 우리는 여전히 홍적세에 살고 있지만, 지난 1만 년은 종종 일곱 번째 기인 완신세(Holocene epoch, 完新世) 또는 현세(現世)로 구분된다. 전통적으로 [6천5백5십만 년 전에서 1백8십만 년 전 사이의] 처음 다섯 기는 제3기(Tertiary period)로, [1백8십만 년 전에서 현재까지의] 홍적세와 현세는 제4기(Quaternary period)로 불린다. 일부 고고학자는 신생대를 [6천5백5십만 년 전에서 2천3백만 년 전 사이의] 고제3기(Paleogene period, 古第三紀)와 [2천3백만 년 전에서 현재까지의] 신제3기(Neogene, 新第三紀)로 나눈다.


신생대가 시작될 즘에 북아메리카가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동쪽의 유럽과 나뉘었지만,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사이에 넓은 베링육교(Bering Land Bridge)가 형성되었고 신생대 대부분을 통틀어 해수면 위에 머물렀다 [그림 5.17D 참조]. 곤드와나 대륙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디아 그리고 남쪽 멀리 [시신세 때 분리되는] 남극 대륙과 호주가 합쳐진 덩어리와 같이 분리된 섬 대륙으로 쪼개졌다. 약 1천8백만 년에서 1천4백만 년 사이 중신세 동안 아프리카는 남서쪽의 아시아와 접촉했고, 인도와 아시아의 충돌로 히말라야가 형성됐으며, 호주는 북쪽으로 이동해 동남아시아 쪽으로 접근했다. 약 3백5십만 년 전 선신세 동안 파나마 지협이 생겨나 처음으로 남북아메리카가 연결됐다.


이러한 대륙과 해양의 재구성으로 주요 기후 변화가 나타났다. 시신세 후기와 점신세 때 전 지구적으로 춥고 건조했으며, [드문드문 숲으로 뒤덮인 초원인] 광대한 사바나가 처음으로 생겨났고, 남극에는 빙하가 생겼다. 해수면은 요동쳤고 [약 2천5백만 년 전인] 점신세 후기에 엄청나게 낮아졌다. 선신세 동안 온도가 다소 올라갔지만, 말기에 다다르면서 온도가 떨어져 홍적세 내내 지속했던 일련의 빙하 작용이 시작되었다.


5.8.1 수중 생명체


K/T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해양생물군 대부분은 신생대 초반에 그 수가 급증했으며, 연잎성게류로 알려진 천공성(burrowing, 穿孔性) 성게 같은 새로운 일부 상위 분류군이 진화했다. 신생대 해양 군집의 분류학적 조성은 오늘날과 매우 비슷했다. 경골어류는 신생대 내내 계속 다양해져 단연코 가장 다양한 수생 척추동물이 되었다.


홍적세의 빙하기 동안 매우 많은 물이 빙하에 갇혀서 해수면은 지금보다 100m나 내려갔다. 북아메리카의 대서양 연안을 따라 서식하는 연체동물 종의 70% 정도가 이 시기에 멸종했는데, 이러한 멸종은 특히 열대 지방에서 뚜렷했다.


5.8.2 육상 생명체


오늘날 존재하는 속씨식물과 곤충의 과(科) 대부분이 시신세 또는 그 전에 분화했고, 시신세 후기와 점신세의 많은 화석 곤충은 현존하는 속(屬)에 속한다. 점신세 때 발달했던 사바나(savannah)의 우점 식물(優占植物)은 이 시기에 주요 적응방산을 겪었던 볏과(family Poaceae) 식물과 목본 조상에서 진화한 것이 대부분인 초본식물(草本植物)의 많은 분류군이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해바라기, 데이지, 돼지풀 등을 포함하는 국화과(family Asteraceae, 菊花科)다. 이것은 오늘날 가장 큰 두 종류의 식물 과(科) 가운데 하나다.


조류의 수많은 현생목(現生目)과 현생과(現生科)가 [5천5백8십만 년 전에서 3천3백9십만 년 전 사이의] 시신세와 [3천3백9십만 년 전에서 2천3백만 년 전 사이의] 점신세 때 존재했다고 나타난다. 가장 큰 조류 목인 참새목(order Passeriformes)은 [2천3백만 년 전에서 5백3십만 년 전 사이의] 중신세에 처음으로 엄청난 다양성을 나타냈다. 또 다른 거대 적응방산은 뱀에서 나타나는데, 이들의 다양성은 점신세 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뱀은 벌레와 흰개미부터 새의 알과 야생 돼지까지 매우 다양한 동물 먹이를 먹고 살며, 이들은 물속에서 살거나, 천공성(穿孔性)이기도 하며, 때로는 나무에서 살기도 하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날 수도 있다.


5.8.3 포유류의 적응방산




그림 5.24 DNA 서열 자료에 근거한 유대류와 태반 포유류의 현생 분류군에 대한 계통. 분지점의 시기 지정은 서열 분기에 기초했으며, 고생물학 자료로 보정했다. 이 자료는 목(目) 대부분이 백악기 동안 서로 분기했음을 가리킨다. K/T 경계 이전 포유류 화석의 부족은 이들 모든 혈통의 초기 포유류가 작고 또는 드물었음을 뜻한다. [After Springer et al. 2003.] *


* [용어설명] superorder Laurasiatheria, 로라시아상목(-上目); superorder Euarchontoglires, 영장상목(靈長上目); superorder Xenarthra, 이절상목(異節上目); superorder Afrotheria, 아프로테리아상목(-上目); order Perissodactyla, 기제목(奇蹄目); order Cetartiodactyla, 고래소목; order Carnivora, 식육목(食肉目); order Pholidota, 유린목(有鱗目); order Chiroptera, 박쥐목(-目); order Eulipotyphla, 진정식충목(眞正食蟲目); order Rodentia, 설치목(齧齒目); order Lagomorpha, 토끼목(-目); order Dermoptera, 날원숭이목(-目); order Scandentia, 나무두더쥐목(-目); order Primates, 영장목; order Pilosa, 유모목(有毛目); order Cingulata, 피갑목(被甲目); order Afrosoricida, 아프리카땃쥐목(-目); order Macroscelidea, 코끼리땃쥐목(-目); order Tubulidentata, 관치목(管齒目); order Sirenia, 바다소목(-目); order Hyracoidea, 바위너구리목(-目); order Proboscidea, 장비목(長鼻目); infraclass Marsupialia, 유대하강(有袋下綱); llama, 라마; tapir, 맥; rhinoceros, 코뿔소; pangolin, 천산갑; flying fox, 큰박쥐; free-tailed bat, 큰귀박쥐; hedgehog, 고슴도치; shrew, 뾰족뒤쥐; mole, 두더지; flying lemur, 날다람쥐원숭이; tree shrew, 나무두더지; lemur, 여우원숭이; sloth, 나무늘보; anteater, 개미핥기; tenrec, 텐렉; elephant shrew, 코끼리땃쥐; aardvark, 땅돼지; manatee, 바다소; hyrax, 바위너구리; eutherian lineage, 진수류(眞獸類) 혈통; marsupials, 유대류(有袋類).



현대적인 목으로 지정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포유류 화석은 [6천5백5십만 년 전인] K/T 경계(KT boundary) 이후에 출현한다. 그럼에도, DNA 서열 진화속도를 계산하기 위해 많은 화석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분석한 DNA 서열 차이는 목(目) 대부분이 백악기 때 서로 분기했으며, 각 목 내의 주요 혈통은 [영장목(order Primates, 靈長目) 주요 현생 혈통에 대해서] 약 7천7백만 년 전에서 5백만 년 전 사이에 분기했음을 가리킨다 [그림 5.24; Springer et al. 2003]. 다양화 시기에 대한 DNA에 기초한 추정과 화석에 기초한 추정 사이의 큰 차이로 미루어봤을 때, 비록 많은 포유류 혈통이 백악기 동안 진화했더라도 신생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크기가 작은 채로 머물러 있었고, 비교적 흔치 않았으며, 아마도 이들의 독특한 생태적∙형태적 특징이 아직 진화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거대 공룡의 멸종으로 이들의 지배 아래에 있었던 포유류의 경쟁과 포식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었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적응방산이 가능해졌다는 가설이 때때로 제시되기도 했다.


유대류는 남극 대륙을 포함한 모든 대륙에서 화석으로 발견된다. 오늘날 이들 유대류는 [북아메리카의 주머니쥐를 제외하면] 호주와 남아메리카에만 국한해 있다. 캥거루, 웜뱃(wombat) 그리고 호주에서 서식하는 다른 현생 유대류를 포함한 여러 유대류 과는 신생대 제3기 중기 때 진화했다. 남아메리카에서 유대류는 엄청난 적응방산을 경험했는데, 일부는 캥거루쥐를 닮았고, 일부는 검치고양이를 닮았다. 남아메리카 유대류 대부분은 선신세 말엽에 멸종했다.



그림 5.25 노트로테리움(Nothrotherium)이라 불리는 땅나무늘보는 태반 포유류 계통의 가장 초기 분지 가운데 하나인 홍적세의 대표적인 이절상목(superorder Xenarthra, 異節上目)이었다. [After Stock 1925.]



유대류 이외에도 태반 포유류의 많은 분류군이 다른 대륙으로부터 고립되었던 오랫동안 남아메리카에서 진화했다. 여기에는 홍적세 후기까지 생존했던 땅나무늘보(giant ground sloth) [그림 5.25],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소수의 아르마딜로, 개미핥기, 나무늘보 등의 이절상목(superorder Xenarthra, 異節上目)이라는 [또는 다계통군인 빈치목(order Edentata, 貧齒目)이라는] 고대 태반군(placental group, 胎盤群)이 포함된다. 양, 코뿔소, 낙타, 코끼리, 말, 설치류 등을 닮은 발굽 달린 포유류의 적어도 6개의 목(目)이 남아메리카에서 진화했지만, 선신세 후기 때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가 연결된 후 감소해 완전히 멸종했다. 수많은 남아메리카 포유류의 멸종은 소위 육상 생명체의 “아메리카 대교환”(Great American Interchange)이라 불리는 이 시기에 남아메리카로 이동했던 곰, 너구리, 족제비, 페커리(peccary), 낙타 등과 같은 북아메리카 포유류군이 몰고 온 생태적 충격 때문이다.



그림 5.26 초기 영장류인 효신세의 플레시아다피스(Plesiadapis). [After Simons 1979.]



태반 목(目) 중에서 가장 초기의 형태이며 여러모로 구조적으로 가장 원시적인 목은 영장목이다. 이 목으로 배정된 가장 초기의 화석은 기본적인 진수류(eutherians, 眞獸類)와 너무 닮아서 이들을 영장류로 부를지는 다소 임의적이었다 [그림 5.26]. 최초의 원숭이는 점신세부터 알려졌으며 [사람상과인] 최초의 유인원은 약 2천2백만 년 전 중신세부터 알려졌다. 6백만 년 전부터 시작한 호미닌 진화에 관한 화석자료는 4장에서 설명했다.



그림 5.27 포유류의 수렴진화. (A) 효신세의 다구치동물(多丘齒動物)인 태니올라비스(Taeniolabis)와 (B) 시신세 설치동물인 파라미스(Paramys). 백악기부터 점신세까지 번창했던 다구치류(多丘齒類)는 [커다랗고 계속 자라는 앞니와 같이 비슷한 형태적 특징을 가진] 다람쥐 및 다른 설치류와 생태적으로 비슷했던 무태반 포유류였다. 설치류와의 경쟁으로 이들 포유류는 멸종했을 것이다. [After Romer 1966.]



영장목과 계통적으로 연관된 [설치목(order Rodentia, 齧齒目)인] 설치류는 효신세 후기부터 처음 기록되었다. 아마도 직접적 경쟁으로 이들 설치류는 쥐라기 후기의 기반 포유류에서 기원했던 [태반은 없어도 생태적으로 비슷한] 분류군인 다구치목(order Multituberculata, 多丘齒目)을 대체했을 것이다 [그림 5.27]. 설치류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다양한 목이 되었는데, 부분적으로는 쥐상과(superfamily Muroidea)의 구성원인 쥐(rat)와 생쥐(mouse)가 지난 1천만 년 동안 보여준 놀라운 번식 때문이다.



그림 5.28 코끼리의 목인 장비목(order Proboscidea, 長鼻目)에는 단 두 가지 현생속(現生屬)만 존재하지만, 한때는 매우 다양했다. 멸종한 형태 중 일부로 (A) 초기의 일반적 장비목 동물인 [시신세 후기에서 점신세 초기의] 뫼리테리움(Moeritherium), (B) [점신세 초기의] 피오미아(Phiomia), (C) [중신세의] 곰포테리움(Gomphotherium), (D) [중신세의] 데이노테리움(Deinotherium) 그리고 (E) [홍적세의] 털 매머드인 맘무투스(Mammuthus)가 있다. [After Romer 1966.]



DNA 증거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아프로테리아상목(superorder Afrotheria)의 단계통군에는 뾰족뒤쥐를 닮은 텐렉류(tenrecs), 수생 바다소류(manatees), 코끼리류처럼 매우 다르게 보이는 생명체가 포함된다. 이 분류군은 시신세 때 처음으로 기록되었지만, 태반 목 가운데 가장 초기에 갈라진 생물군 중 하나를 대표한다 [그림 5.24 참조]. 장비목(order Proboscidea, 長鼻目)인 코끼리는 가장 큰 다양화를 겪었으며, 적어도 40종류의 속(屬)으로 분화했다. 털 매머드는 약 1만 년 전 가장 최근의 빙하기를 거쳐 생존했으며, [아프리카코끼리와 인도코끼리의] 두 속은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그림 5.28].


측계통적 기반군인 과절류(condylarths, 顆節類)에서 적응방산으로 육식동물, 초기 구성원이 단지 조금만 달랐던 기제목(order Perissodactyla, 奇蹄目) 그리고 우제목(order Artiodactyla, 偶蹄目)에 속하는 발굽 달린 포유류인 유제류(ungulates, 有蹄類)가 시신세에 출현했다. 기제목 또는 홀수 발가락을 가진 유제류는 시신세부터 중신세까지 매우 다양했지만, 훗날 코뿔소, 말, 맥(tapir, 貘) 등의 몇몇 현생종으로까지 줄어들었다. [오늘날 일부 연구자는 고래소목(order Cetartiodactyla)이라 부르는] 우제목은 이 목의 특징인 복사뼈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빼곤 그 이후에 출현한 돼지, 낙타 그리고 반추동물과 그 어떤 유사성도 없는 토끼 크기의 동물로 시신세 때 처음 알려졌다. 중신세 때 반추동물은 주로 구세계(Old World)에서 초원의 점차적인 확장과 관련이 있는 지속적인 방산을 시작했다. 이 당시 급증했던 과(科) 가운데에는 사슴, 기린과 그 근연종, 그리고 영양, 양, 염소, 소 등 다양한 구성원을 포함하는 솟과(family Bovidae)의 동물이 있다. 최근 연구에서 시신세 동안 우제류 혈통 중 하나가 수생 생명체가 되어 돌고래와 고래 같은 고래류로 진화했다고 나타났다 [그림 4.11 참조].


5.8.4 홍적세 사건


신생대 마지막인 홍적세(Pleistocene period, 洪積世) 단지 1백8십만 년 동안 지속했지만, 이 시기가 비교적 최근이며 극적이기 때문에 오늘날 생명체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림 5.29 홍적세 빙하로 해수면이 적어도 100m까지 낮아져서, 지금은 바다 장벽으로 분리된 많은 육지 영역이 연결되었다. (A) 동아시아와 북아메리카는 베링육교로 연결되었다. 북아메리카의 빙하 범위에 주목하라. (B) 인도네시아와 그 밖의 섬은 동남아시아 또는 호주와 연결되었다. [After Brown and Lomolino 1998.]



홍적세가 시작할 무렵, 대륙은 오늘날과 같은 곳에 있었다. 북아메리카는 오늘날 알래스카와 시베리아가 거의 만나는 지역인 베링육교를 통해 동아시아의 북서쪽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림 5.29A].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파나마 지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멸종한 종을 제외하면 홍적세에 살았던 종은 이들로부터 유래한 현생종과 매우 비슷하거나 거의 구별할 수 없었다.


전 세계 온도는 약 3백만 년 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홍적세 당시에는 약 십만 년을 주기로 극심한 요동을 겪었다. 온도가 떨어졌을 때 대륙 빙하는 고위도에서 약 2km 두께로 형성되었다가 따뜻한 기간에는 줄어들었다. 적어도 네 번의 주요 빙하 확대와 여러 번의 작은 빙하기가 발생했다. 가장 최근 빙하기는 약 1만 8천 년 전에 북아메리카의 위스콘신(Wisconsin)과 유럽의 리스-뷔름(Riss-Würm)까지 최대로 확장했다가 [그림 5.29A], 1만 5천 년 전에서 8천 년 전 사이에 녹아서 그 세가 수그러졌다. 빙하기 동안 해수면은 오늘날보다 100m나 더 떨어졌다. 이러한 해수면 하강으로 대륙붕(大陸棚) 일부가 노출되었으며, 대륙 경계의 많은 부분이 오늘날보다 더 확장되어 많은 섬이 근처 땅덩어리와 연결되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아시아의 반도였고, 뉴기니는 호주와 연결됐으며, 말레이 군도는 동남아시아의 확장부였다.] [그림 5.29B] 적도 지역의 온도는 거의 오늘날만큼이나 높았음이 확실하므로, 위도에 따른 온도 변화는 오늘날보다 더 급격했다. 빙하기 동안 세계 기후는 일반적으로 더 건조했다. 따라서 중습성 삼림(中濕性森林)과 습윤 삼림(濕潤森林)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유리한 지역에 국한되었고, 초원이 확대되었다. 간빙기 동안에는 기후는 더 따뜻해지고 일반적으로 더 습했다.


이러한 사건은 생명체 분포에 엄청나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6장 참조]. 해수면이 더 낮아졌을 때는 많은 육상 종이 지금은 서로 떨어진 땅덩어리 사이를 이동했다. 예를 들어, 얼음이 없는 베링육교는 털 매머드와 들소 그리고 사람을 위한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였다. 빙하기 동안에는 많은 종의 분포가 저위도 쪽으로 이동했고 간빙기 때는 열대 종이 오늘날보다 훨씬 더 멀리 퍼짐으로써 고위도로 확장했다. 코끼리, 하마, 그리고 사자의 화석이 영국의 간빙기 퇴적층에서 발굴되었으며, 빙하기 동안에는 가문비나무나 사향소 같은 북극의 생물 종이 미국 남부에서 서식했다. 많은 종이 넓은 지역에 걸쳐 소멸했다. 예를 들어, 홍적세 동안 영국에서 발생한 딱정벌레 종은 오늘날 북아프리카나 시베리아 동부같이 멀리 떨어진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Coope 1979]. 넓지만 다소 일정하게 분포했던 많은 종이 빙하기 동안 생존에 적합한 조건을 유지했던 [피난처(refuges) 또는 레퓨지아(refugia)로 불리는] 분리된 지역에 고립되었다. 그러한 고립된 개체군 일부는 유전적으로 그리고 표현형적으로 분기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서로 다른 종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체군 분포의 빈번한 변화로 이들이 섞이면서 서로 다른 종이 되는 것을 막았을지도 있다 [16장 참조]. 몇몇 경우에는 개체군이 빙하기 피난 지역에 그대로 머무르면서 그 종의 주요 분포 지역으로부터 고립되었다 [그림 6.8 참조]. 반면에, 많은 종은 소수의 지역 피난처로부터 넓은 지역으로 빠르게 퍼졌고, 단지 지난 8천 년 정도 만에 현재 분포를 이루게 되었다. [빙하기 이후 역사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는 Pielou 1991를 참조하라.]



그림 5.30 가장 최근 빙하기 이후에 네 종류의 북아메리카 나무 종이 서로 다른 속도로 레퓨지아에서 북쪽으로 퍼져 나갔다. 빙하기 이후 단풍나무(maple)와 밤나무(chestnut)는 걸프 지역(Gulf region)에서 북쪽으로 이동했으며, 스트로부스소나무(white pine)와 솔송나무(hemlock)는 대서양 중부 연안 평지에서 북쪽으로 퍼져 나갔다. [After Pielou 1991.]



기후와 서식지가 분포 지역의 한쪽 끝에서는 적당해지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음에 따라서 많은 종의 분포는 다소 점차적으로 풍경에 따라 변했다. 서로 다른 시기의 화석 화분 분포에 관한 연구에서 오늘날 군집에서 전형적으로 연관된 식물 종은 다소 독립적이며 서로 다른 속도로 육지를 따라 이동했음이 명백해졌다. 따라서 생태적 군집의 종 구성은 변화무쌍하게 변화했다 [그림 5.30].


종의 지리적 분포 외에도 홍적세 때 가장 뚜렷한 사건은 멸종이었다. 얕은 물에 사는 많은 해양 무척추동물 종, 특히 열대 종이 멸종했는데, 이들은 보통의 추위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매우 빈약했으리라 본다. 그러나 그 어떤 주요 분류군도 완전히 멸종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육지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비록 소형 척추동물은 기후 변화로 고통받지 않았더라도, 몸집이 큰 포유류와 조류가 상당히 높은 비율로 멸종했다. 여기에는 매머드, 검치고양이, 대형 들소, 대형 늑대, 대형 나무늘보,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토착 유제류가 포함되었다. 이들 동물이 기후와 서식지 변화에 굴복했을 수도 있지만, 고고학적 증거와 수학적 개체군 모형 모두는 이러한 “거대동물상 멸종”(megafaunal extinction, 巨大動物相滅種)이 무기를 휘두르는 인류로 말미암은 것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Martin and Klein 1984; Alroy 2001; Roberts et al. 2001].


가장 최근 빙하가 후퇴하자마자 새로운 주요 혼란이 곧 시작되었다. 약 1만 1천 년 전 인류에 의한 농업의 출현은 거기에 또 육지 환경의 모양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지나친 방목의 충격으로 사막이 확장되었고, 삼림은 산불과 벌목에 굴복했으며, 식생(植生)이 변형되거나 파괴됨에 따라 기후가 변화했다. 현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와 현대 기술의 영향 아래에서 종(種)이 풍부한 열대림(熱帶林)은 거의 완전한 전멸의 순간에 처해 있고, 온대림(溫帶林)과 대초원은 세계 곳곳에서 사라졌으며, 해양 군집은 오염과 끔찍한 남획에 시달리고 있고, 화석연료의 소비로 발생한 지구 온난화는 기후와 서식지를 너무 빠르게 변화시킬 조짐을 보여 많은 종이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Wilson 1992; Kareiva et al. 1993]. 그 수치가 아주 정확하지는 않을지라도, 우리가 지금 그것을 막으려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전대미문의 가장 큰 대멸종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5.9 요약


  1. 현존하는 생명체에서 얻은 증거는 모든 생명체가 단일 공통조상에서 유래했음을 가리킨다.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2. 생명체에 대한 최초의 화석증거는 약 35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구가 형성되고 난 후 10억 년 만이었다. 우리가 증거를 가지고 있는 가장 최초의 생명 형태는 원핵생명체였다.
  3. 진핵생명체는 적어도 15억 년 전에 진화했다. 이들 생명체의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공생세균(symbiotic bacteria, 共生細菌)에서 진화했다.
  4. 화석기록은 캄브리아기가 시작할 무렵인 약 5억 4천2백만 년 전에 동물 문(門)이 폭발적으로 다양해졌음을 보여주지만, 이 기록은 이보다 훨씬 오래전에 분기했던 혈통에서 단단한 구조물이 진화했음을 반영할 수도 있다. 이러한 빠른 다양화의 원인은 논쟁 중이지만, 아마도 유전적∙생태적 사건의 조합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5. 육상식물과 절지동물류는 실루리아기 후기와 데본기 초기에 진화했으며, 양서류는 데본기 후기 때 총기어류에서 진화했다.
  6. 전대미문의 가장 파괴적이었던 대멸종이 [약 2억 5천1백만 년 전인] 페름기 말에 발생했다. 이것은 지구 생물상의 분류학적 조성을 완전히 바꿨다.
  7. 종자식물과 [“파충류” 등의] 양막류는 [약 2억 5천1백만 년 전에서 6천5백5십만 년 전 사이의] 중생대 동안 다양해졌으며 생태적으로도 우점하고 있었다. 현화식물과 식물과 연관된 곤충은 백악기 중기부터 매우 다양해졌다. [“K/T 멸종”이라 불리는] 중생대 말의 대멸종에는 마지막 비조류성 공룡의 멸종도 포함되었다.
  8. 포유류 목(目) 대부분이 백악기 후기에 기원했지만, 이들은 [약 6천5백5십만 년 전에서 5천만 년 전 사이의] 신생대 제3기 때 적응방산을 겪었다. 비조류성 공룡의 멸종은 포유류가 다양해질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다.
  9. 신생대 동안 기후는 더 건조해져, 초원의 발달과 초본식물 및 초원에 적응한 동물의 진화를 도왔다.
  10. 빙하기와 간빙기가 [지난 1백8십만 년에 해당하는 기간인] 홍적세 동안 계속해서 발생했는데, 이 기간에 일부 종의 멸종이 발생했으며 종의 분포가 크게 변했다.
  11.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구 생물상의 조성은 오늘날 조성과 점점 비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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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1)
[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2)
[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4)


5.6 고생대 생명체: 석탄기에서 페름기까지


5.6.1 육상 생명체


[3억 5천4백만~2억 9천만 년 전의] 석탄기 동안 남반구에서는 광활한 땅덩어리가 뭉쳐 곤드와나 대륙(Gondwanaland)이라는 초대륙(超大陸)을 형성했으며, 북반구에는 몇몇 작은 대륙이 존재했다. 광범위한 열대기후는 속새류, 석송류, 양치류 등이 우점(優占)하는 대규모 늪지 삼림의 발달을 도왔는데,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채굴하는 석탄층(coal bed, 石炭層)으로 보존되었다. 종자식물은 고생대 후기에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바람을 타고 퍼지는 화분(花粉)을 가졌는데, 이로써 식물은 수정(受精)을 물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났다. 종자의 진화로 어린 식물이 빨리 성장하고 불리한 조건을 이겨낼 수 있도록 영양분을 저장할 뿐만 아니라 배아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이들 식물 가운데 어느 것도 꽃을 가지지 않았음을 명심하라.


석탄기 동안 최초의 날개 달린 곤충이 진화했으며, 원시 잠자리, [바퀴, 메뚜기, 그리고 그 근연종 같은] 직시류(orthopteroids, 直翅類), 그리고 [매미충과 그 근연종인] 반시류(hemipteroids, 半翅類)를 포함한 많은 목(目)으로 빠르게 다양해졌다. 페름기에 [뚜렷한 애벌레와 번데기 시기가 있는] 완전 변태(完全變態)를 하는 최초의 곤충군이 진화했으며, 여기에는 딱정벌레, [원시 파리 같은] 쌍시목(order Diptera, 雙翅目), 계통적으로 가깝게 연관된 [날도래 등의] 날도래목(order Trichoptera)과 [나방과 나비의] 인시목(order Lepidoptera, 鱗翅目)의 조상이 포함된다. 이때 출현한 곤충 목 일부는 페름기 말에 멸종했다.


양서류는 석탄기에 다양해졌지만, 페름기 말에 대부분 멸종했다. [안트라코사우루스류 같은] 석탄기 후기와 페름기 초기의 몇몇 혈통은 양서류나 파충류로 다양하게 분류됐다. 이들 생명체에서 캡토라이노모프(captorhinomorph)라는 최초의 양막류가 출현했다 [그림 5.19 참조]. 이들 원시 양막류에서 곧바로 단궁류(synapsids, 單弓類)가 출현했는데, 여기에는 포유류의 조상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점점 포유류와 닮은 특징을 획득했다 [4장 참조]. 주요 파충류 무리이며 그 후손이 중생대 풍경을 점유한 이궁류(diapsids, 二弓類) 또한 최초의 양막류에서 출현했다.


5.6.2 수중 생명체



그림 5.17 지질시대의 여러 시점에 따른 대륙의 분포. (A) 삼첩기 가장 초기에는 육지 대부분이 [판게아(Pangea)라는]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B)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은 쥐라기 후기 말엽에 상당히 분리되었다. (C) 백악기 후기 무렵 곤드와나 대륙은 분열되어 대부분 남쪽의 주요 대륙으로 나뉘었다. (D) 점신세 후기 무렵에 대륙은 오늘날의 배치에 가까워졌다. 오늘날 대륙의 윤곽을 모든 지도에서 실선으로 나타냈다. 이외의 다른 검은색 선은 중요한 지질구조판(tectonic plates, 地質構造板)의 경계를 나타낸 것이다. [Maps © 2004 by C. R. Scotese/PALEOMAP Project.]



페름기 동안 대륙은 서로 근접했으며, 페름기 말에는 하나의 완전한 대륙인 판게아(Pangea)를 형성했다 [그림 5.17A]. 해수면은 역사상 가장 낮은 지점으로 떨어졌고 기후는 육지와 바다의 배열로 엄청나게 변했다. 이러한 변화는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인 페름기 말 대멸종(end-Permian mass extinction)에 중요했다 [Erwin 1993]. 이제껏 지구 역사에서 일어난 가장 엄청난 대량 멸종 사건으로 골격을 가진 해양 무척추동물 과(科) 가운데 적어도 52% 그리고 아마도 96%에 달하는 모든 종(種)이 5백만 년에서 6백만 년이라는 기간 사이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암모나이트류, 눈자루(eye-stalk)가 달린 극피동물류, 완족류 그리고 태형동물류 같은 분류군은 엄청나게 감소했으며, 삼엽충류 같은 주요 분류군과 주요 산호 분류군은 멸종했다. 곤충의 일부 목(目)과 양서류 및 포유류를 닮은 파충류의 많은 과(科)가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기묘하게도 육상의 멸종은 훨씬 덜 확연했다.


5.7 중생대 생명체


[2억 5천1백만~2억 년 전의] 삼첩기(Triassic period, 三疊紀), [2억~1억 4천5백만 년 전의] 쥐라기(Jurassic period) 그리고 [1억 4천5백만~6천5백5십만 년 전의] 백악기(Cretaceous period, 白堊紀)로 나뉘는 중생대(Mesozoic era, 中生代)는 종종 파충류 시대로 불린다. 중생대 말엽까지 지구의 동식물상(動植物相)은 다소 현대적 형태를 갖추는 과정에 있었지만, 이것은 전대미문의 가장 기이하고 놀라운 생명체 일부가 진화하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판게아가 갈라지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이에 테티스 해로(Tethyan Seaway)가 쥐라기 때 형성된 것을 시작으로 북쪽에 있는 로라시아(Laurasia) 대륙이 남쪽에 있는 곤드와나 대륙에서 완전히 분리됐다 [그림 5.17B]. 로라시아 대륙은 쥐라기 동안 몇 개의 조각으로 나뉘기 시작했지만, 북동쪽의 북아메리카, 그린란드 그리고 서유럽은 백악기까지 잘 연결된 채로 있었다. 남쪽 대륙인 곤드와나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인도,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남극 대륙으로 이루어졌다. 이들 땅덩어리는 쥐라기 후기와 백악기 때 천천히 갈라졌지만, 그때까지도 남대서양은 단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에 있는 좁은 해로였을 뿐이다 [그림 5.17C]. 중생대를 통틀어 해수면은 상승했으며, 많은 대륙 지역은 얕은 연해(沿海)로 덮여 있었다. 극지방은 냉각되었지만, 지구 대부분 지역은 따뜻한 기후를 누렸으며, 백악기 중기에 전 세계 온도가 사상 최고로 높이 올라갔지만, 이후 상당한 냉각이 발생했다.


5.7.1 해양 생명체


페름기 말 대멸종 기간에 대량으로 죽어나갔던 많은 해양 생물군이 삼첩기 동안 다시 다양해졌는데, 예를 들어 암모나이트류는 두 속(屬)에서 시작해 삼첩기 중기에는 백여 종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림 5.14 참조]. [껍질을 가진 원생생물인] 플랑크톤성 유공충류(foraminiferans, 有孔蟲類)와 현대적인 산호가 진화했으며, 경골어류가 계속 진화방사를 했다. 삼첩기 말에 또 한 번의 대멸종이 발생했으며, 암모나이트류와 쌍각류 같은 분류군이 다시 대량으로 죽어나갔다. 그러나 이들 분류군은 중생대 동안 또 다른 적응방산을 겪었는데, 이것은 “중생대 해양 변혁”(Mesozoic marine revolution, MMR)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였으며, 연체동물의 껍질을 부술 수 있는 게류와 경골어류의 진화 그리고 오늘날 많은 연체동물이 가진 특징인 두꺼운 껍질과 가시 같은 여러 종류의 보호 메커니즘을 가진 연체동물의 진화 때문에 이런 식으로 불렸다 [Vermeij 1987]. 오늘날의 우점군(優占群)인 경골어류가 진화하면서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쥐라기와 백악기 동안 [달팽이와 그 근연종 같은] 현대적인 복족류(gastropods, 腹足類) 분류군, 쌍각류 그리고 태형동물류가 출현해 번성했고, [루디스트(rudist) 같은] 거대한 고착 쌍각류(固着雙殼類)가 산호초를 형성했으며, 바다에는 몇몇 해양 파충류의 분류군이 살았다. 백악기 말은 확실히 가장 잘 알려진 [중생대 백악기를 가리키는 약자 ‘K’와 신생대 제3기를 가리키는 약자인 ‘T’를 사용해 K/T 멸종(K/T extinction)이라고 종종 불리는] 대멸종이 특징이다. 암모나이트류, 루디스트, 해양 파충류, 그리고 많은 무척추동물의 과(科)와 플랑크톤성 원생생물이 완전히 멸종했다. 최후까지 남은 조류가 아닌 공룡도 이 시기에 멸종했다. 고생물학자 대부분은 소행성 또는 몇몇 다른 외계 물체의 충돌로 이러한 멸종이 일어났다고 믿는다 [7장 참조].


5.7.2 육상 식물과 절지동물류



그림 5.18 종자식물. (A) 한때 다양했던 분류군의 구성원인 현존하는 소철(cycad, 蘇鐵). (B) 현존하는 은행나무(Ginkgo biloba)의 잎. (C) 효신세(Paleocene epoch, 曉新世)의 화석화된 은행나무 잎. (D) 미모사류와 아카시아류를 포함하는 콩과 식물로 효신세/시신세 화석 구성원인 프로토미모소이데아(Protomimosoidea). [A © John Cancalosi/Peter Arnold, Inc./Alamy Images; B photo by David McIntyre; C ©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D courtesy of W. L. Crepet.]



중생대 대부분 동안 식물상(flora, 植物相)에서는 “겉씨식물”(gymnosperm), 즉 꽃이 없는 종자식물이 우세했다. 주요 분류군으로는 소철류(cycads, 蘇鐵類) [그림 5.18A], 침엽수(針葉樹)와 “살아 있는 화석”으로 생존해 있는 한 종(種)만을 남긴 채 대부분 멸종한 삼첩기 속(屬)인 은행나무(Gingko)와 같은 침엽수의 근연종이 있다 [그림 5.18B]. 속씨식물(angiosperm) 또는 현화식물(顯花植物)은 백악기 초기에 처음 출현했다 [그림 5.18C]. 꽃을 닮은 구조를 포함한 속씨식물의 많은 해부적 특징은 다양한 쥐라기 “겉씨식물”의 분류군에서 개별적으로 진화했는데, 이들 겉씨식물 가운데 일부는 거의 확실히 곤충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졌다. 약 1억 3천만 년 전 백악기에 시작된 속씨식물은 빠르게 다양해지기 시작했으며 “겉씨식물”에 대한 생태학적 우세를 점유했다.


해부학적으로 가장 “진보한” 곤충의 분류군이 중생대에 출현했다. 백악기 후기 무렵에 개미와 집단생활을 하는 벌을 포함한 현존하는 곤충 과(科) 대부분이 진화했다. 백악기와 그 후를 통틀어 곤충과 속씨식물은 서로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으며 서로의 다양성을 더욱 증가시켰을지도 모른다. 꽃가루 매개충(pollinating insect)의 서로 다른 분류군이 진화하면서, 다른 꽃가루 매개자에게 적합한 꽃의 적응 변형으로 오늘날 식물에서 엄청난 꽃의 다양성이 나타났다. 육상 생명체의 다양성이 이전보다 한층 더 큰 이유는 속씨식물과 곤충의 극적인 증가 때문이다.


5.7.3 척추동물



그림 5.19 양막 척추동물류에 속하는 주요 분류군의 계통관계와 존재 기간. 존재 기간은 두꺼운 막대로 나타냄. 일부 연구자는 “파충류”를 양막류의 두 가지 주요 혈통 중 하나로 정의하지만, 나머지는 이들을 포유류를 포함하는 단궁류로 정의한다. [After Lee et al. 2004.] *


* [용어설명] synapsids, 단궁류(單弓類); therapsids, 수궁류(獸弓類); pelycosaurs, 반룡류(盤龍類); parareptiles, 측파충류(側爬蟲類); mesosaurs, 메소사우루스류; procolophonids, 프로콜로포니대과(class Procolophonidae)의 구성원인 프로콜로포니대류; pareiasaurs, 파레이아사우로이데아상과(superfamily Pareiasauroidea)의 구성원을 가리키는 용어인 파레이아사우루스류; captorhinids, 캡토리니대과(family Captorhinidae)의 구성원인 캡토리니대류; protorothyridids, 프로토로티리디대과(family Protorothyrididae)의 구성원인 프로토로티리디대류; diapsids, 이궁류(二弓類); archosauromorphs, 조룡하강(infraclass Archosauromorpha, 祖龍下綱)에 속하는 조룡류(祖龍類); rhynchosaurs, 린코사우리아목(order Rhynchosauria)의 구성원인 린코사우루스류; archosaurs, 조룡 분기군(clade Archosauria, 祖龍分岐群)에 속하는 조룡류(祖龍類); crocodylians, 악어목(order Crocodylia, 鰐魚目)의 악어류(鰐魚類); ornithodirans, 아베메타타르살리아 분기군(clade Avemetatarsalia)의 오르니토디라 아군(subgroup Ornithodira)의 구성원인 오르니토디라류; pterosaurs, 프테로사우리아목(order Pterosauria)에 속하는 익룡(翼龍); lepidosauromorphs, 인룡하강(infraclass Lepidosauromorpha, 鱗龍下綱)에 속하는 인룡류(鱗龍類); euryapsids, 파충류의 다계통군인 유리압시다(Euryapsida)에 속하는 구성원인 유리압시다류 또는 어룡류; lepidosaurs, 인룡상목(superorder Lepidosauria, 鱗龍上目)에 속하는 인룡류(鱗龍類); rhynchocephalians, 옛도마뱀목(order Rhynchocephalia)에 속하는 구성원 또는 옛도마뱀류; tuatara, [뉴질랜드 전역에서 서식하며 도마뱀을 닮은 생명체인] 투아타라; squamates, 유린류(有鱗類).



양막류의 주요 분류군은 [적어도 각 혈통 기반군의 구성원에서는] 두개골의 측두엽(側頭部)에 있는 구멍 수로 구별한다 [그림 5.19]. 그러한 것 가운데 하나로 삼첩기 후기에서 백악기 말까지 번성했으며 새끼를 낳으며 돌고래를 닮은 어룡류(ichthyosaurs, 魚龍類)를 포함하는 해양 파충류의 분류군이다 [그림 5.20]. *


* euryapsids와 ichthyosaurs는 둘 다 어룡류(魚龍類)로 번역하지만, 전자가 파충류의 다계통군인 유리압시다(Euryapsida)에 속하는 구성원인 유리압시다류를 가리키는 반면에, 후자는 어룡목(order Ichthyosauria, 魚龍目)에 속하는 어룡류를 가리킨다.



그림 5.20 어룡(ichthyosaur). 돌고래의 꼬리지느러미는 수평으로 달려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 멸종한 해양 파충류의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는 겉보기에 상어와 돌고래와 비슷하다. [The Field Museum, negative #GE084968c, Chicago.]



2개의 측두엽 구멍이 있는 이궁류(diapsids, 二弓類)는 파충류 중에서 가장 다양한 분류군이 되었다. 주요 이궁류 혈통 가운데 하나인 [인룡하강(infraclass Lepidosauromorpha, 鱗龍下綱)에 속하는] 인룡류(lepidosauromorphs, 鱗龍類)에는 도마뱀류가 포함되는데, 이것은 쥐라기 후기 때 오늘날의 아목(亞目)으로 분화했으며 백악기 후기 때 오늘날의 과(科)로 분화했다. 도마뱀류 가운데 한 분류군이 뱀으로 진화했다. 이들은 쥐라기 때 기원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단지 백악기 후기에서만 이 동물의 화석기록이 드문드문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림 5.21 삼첩기의 조치류 조룡(thecodont archosaur, 槽齒類祖龍)인 라고수쿠스(Lagosuchus). 공룡으로 진화했던 기반군의 일반적인 신체 설계가 나타나 있다. [After Bonaparte 1978.]



그림 5.22 엄청나게 길어진 네 번째 손가락으로 지지가 되는 날개막, 비상근(flight muscle, 飛翔筋)이 붙어 있는 대형 가슴뼈, 그리고 이 속(屬)에서 발견되며 방향 조종에 사용했으리라 추측되는 말단 부위의 꼬리막(tail membrane)이 있는 쥐라기의 익룡(pterosaurs, 翼龍)인 람포린쿠스(Rhamphorhynchus). [After Williston 1925.]



[조룡하강(infraclass Archosauromorpha, 祖龍下綱)에 속하는] 조룡류(archosauromorphs, 祖龍類) 같은 이궁류는 중생대 파충류 중 가장 극적이며 다양하다. [조룡 분기군(clade Archosauria, 祖龍分岐群)에 속하는] 페름기 후기와 삼첩기의 대부분 조룡류(archosaurs)는 길이가 1m 정도인 매우 일반적인 포식자였다 [그림 5.21]. 이런 일반적인 신체 설계에서 수많은 전문화된 [또는 특화된] 형태가 진화했다. 가장 많이 변형된 조룡류 중에 동력 비행을 진화시켰던 세 가지 척추동물군 가운데 하나였던 [프테로사우리아목(order Pterosauria)에 속하는] 익룡류(pterosaurs, 翼龍類)가 있었다. 날개는 매우 길어진 네 번째 손가락의 뒤쪽 가장자리부터 몸쪽으로 늘어난 날개막으로 구성되었다 [그림 5.22]. 한 가지 익룡은 가장 큰 비행 척추동물로 알려졌으며, 다른 것은 참새만큼 작았다.


공룡은 그림 5.21에 그려진 것과 계통적으로 연관된 조룡류(archosaurs)에서 진화했다. 공룡은 단순히 오래전에 멸종한 대형 파충류가 아니라 용반목(order Saurischia, 龍盤目)과 조반목(order Ornithischia, 鳥盤目)의 구성원이며, 이들은 골반 형태로 서로 구별된다. 이들 두 목(目)에는 이족보행 조상에서 파생한 이족보행 동물과 네발 동물이 포함된다. 두 목 모두 삼첩기에 출현했지만, 쥐라기가 될 때까지 어느 것도 다양해지지 않았다.



그림 5.23 공룡의 엄청난 다양성. 여기 제시된 계통의 뿌리는 위쪽 근처 중앙에 있다. 공룡의 두 가지 대형 분기군인 [왼쪽 1번의] 조반목(order Ornithischia, 鳥盤目)과 [오른쪽 2번의] 용반목(order Saurischia, 龍盤目)이 페이지 크기에 맞춰 아래쪽으로 굽어 있다. 용반목에는 [3번인] 용각류 분기군(clade Sauropoda)과 [4번인] 수각아목(suborder Theropoda, 獸脚亞目)이 포함되며, 수각아목 가운데 [5번인] 조류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조반목에는 [6번] 검룡류(stegosaurs, 劍龍類)와 [7번] 각룡류(ceratopsians, 角龍類)가 포함된다. 모든 조반목 혈통은 오늘날 멸종했다. [From Sereno 1999, Science 284: 2139. Copyright © AAAS.]



공룡은 매우 다양해졌으며, 39과(科) 이상이 확인되었다 [그림 5.23]. 용반목에는 이족보행을 하는 육식성 수각류(theropods, 獸脚類)와 사족보행을 하는 초식성 용각류(sauropods, 龍脚類)가 포함된다. 주목할만한 수각류 중에는 먹이의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는 데 사용했음 직한 거대하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데이노니쿠스(Deinonychus), 키는 15m에 몸무게는 약 7,000kg인 [백악기 후기의]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 그리고 조류로 진화한 소형 수각류가 있다. 작은 머리와 긴 목을 가진 초식동물인 용각류에는 아파토사우루스(Apatosaurus) 또는 브론토사우루스(Brontosaurus)처럼 육지에서 살았던 초대형 동물, 무게가 80,000kg 이상인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 길이가 약 30m에 달했던 디플로도쿠스(Diplodochus) 등이 포함된다.


먹이 섭취에 특화된 때때로 수많은 이빨을 가진 초식동물인 조반목에는 아마도 체온 조절에 사용했음 직한 등판이 있는 유명한 검룡류(stegosaurs, 劍龍類)와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로 가장 잘 알려진 뿔이 난 공룡인 각룡류(ceratopsians, 角龍類)가 있다.


백악기 말 각룡류의 멸종으로 오직 한 혈통의 공룡만이 남았는데, 이들은 백악기 후기 또는 신생대 제3기 초기에 광범위하게 방산(放散)했으며 오늘날에는 약 1만 종류의 생존종(生存種)이 있다. 일반적으로 조류로 더 잘 알려진 이들 공룡 외에도 현존하는 조룡은 오직 22종의 악어류뿐이다.


측두엽 구멍을 하나 가진 고생대 후기 단궁류(synapsids, 單弓類)에서 수궁류(therapsids, 獸弓類) 또는 “포유류를 닮은 파충류”가 출현했는데, 이 동물은 중생대 중기까지 번성했다. 포유류의 경계로 간주되는 최초 수궁류의 후손은 삼첩기 후기와 쥐라기 초기의 모르가누코돈트류(morganucodonts)였다 [그림 4.10F 참조]. 중생대 후기 퇴적층에서 나타나는 포유류 대부분은 단지 이빨과 턱 조각으로만 알려졌지만, 소형 포유류 혈통 다수가 분명히 번성했었다. 이들 대부분은 현존하는 후손을 남기지 않았지만, 현생 포유류 대부분이 유래한 기반군인 진수류 포유동물(therian mammal, 眞獸類哺乳動物)은 백악기 초기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졌다. 여기에는 유대류와 가깝게 연관된 것처럼 보이는 한 형태가 포함되지만, 백악기가 되었을 때 현생 포유류의 두 가지 주요 아강(亞綱)인 유대류와 [태반(胎盤)을 가진 포유류인] 진수류(eutherians, 眞獸類)가 화석기록에 나타난다. 이 시기의 많은 포유류는 일반적인 포유류의 원시적 “기본 설계”를 가졌으며, 이것은 전체적인 형태에서 주머니쥐 같은 현생종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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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고생대 생명체: 캄브리아기 폭발


고생대는 약 5억 4천2백만 년 전의 캄브리아기부터 시작했다. 첫 1천만 년 동안 동물의 다양성은 매우 낮았지만, 곧이어 단지 1천만 년에서 2천5백만 년 동안에 멸종한 많은 분류군과 더불어 골격을 가진 해양동물의 거의 모든 현대적 문(門)과 강(綱)이 화석기록에 출현했다. 이 기간은 완족류(brachiopods, 脘足類) [그림 5.8A], 삼엽충류(trilobites, 三葉蟲類) [그림 5.8B] 그리고 절지동물류(arthropods, 節肢動物類)의 많은 다른 강(綱), 연체동물류(molluscs, 軟體動物類), 극피동물류(echinoderms, 棘皮動物類) 그리고 많은 다른 동물의 다양한 강이 처음 출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의 버제스 셰일(Burgess Shale)에 나타난 매우 잘 보존된 캄브리아기 동물상(Cambrian fauna)에는 이들 이후에 출현한 동물과는 다소 다른 동물이 포함된다 [그림 5.9와 이 장 처음의 사진]. 캄브리아기 다양화에는 [무악류(agnathans, 無顎類)처럼] 턱이 없는 매우 초기의 척추동물이 포함된다. 최근에 발견된 캄브리아기 초기의 하이코우익티스(Haikouichthys)는 눈, 아가미 주머니, 척삭, 분절된 근육 조직, 그리고 칠성장어류의 유생을 닮은 특징을 가졌으며 [그림 5.10A; Shu et al. 2003], 캄브리아기 후기의 코노돈트류는 세포성 뼈로 이루어진 이빨을 가졌다 [그림 5.10B]. 동물에서 알려진 [종종 “설계도”(construction plan) 또는 “청사진”(blueprint)이란 뜻의 독일어 바우플래네(Baupläne)로 불리는]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신체 설계 대부분은 명백히 캄브리아기 동안에 진화했으며, 아마도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적응방산일 것이다.



그림 5.8 캄브리아기 폭발 동안에 처음 출현했던 두 가지 동물 분류군. (A) 데본기 완족류(brachiopods, 脘足類)인 완족문(phylum Brachiopoda, 脘足門)의 무크로스피리퍼(Mucrospirifer). 완족류는 대합조개와 비슷한 모양의 껍질을 가졌지만, 연체동물문(phylum Mollusca, 軟體動物門)의 구성원인 실제 쌍패류(bivalves, 雙殼類)와는 계통적으로 가깝게 연관해 있지 않다. 오늘날에는 단지 소수의 완족류 종만이 살아남았다. (B) 실루리아기에 출현했던 삼엽충인 Calymene blumenbachii. 삼엽충은 절지동물군이며, 고생대를 통틀어 매우 다양했다. 이들은 페름기 말에 멸종했다. [A photo by David McIntyre; B ©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캄브리아기 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 불리는 이러한 다양화가 일어난 이유는 격렬한 논쟁의 주제가 되어 왔다 [Erwin 1991; Lipps and Signor 1992]. 어떻게 그리고 왜 그렇게 많은 엄청난 변화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진화했을까? 그레고리 레이(Gregory Wray)와 그의 동료는 현존하는 동물 문(門) 사이의 DNA 서열 분지에 분자시계를 적용함으로써 이들이 화석기록에 처음으로 출현하기 오래전인 아마도 약 10억 년 전에 기원했음을 보였다 [Wray et al 1996]. 그러나 “캄브리아기 폭발” 이전의 동물 대부분은 골격이 없거나 너무 작아서 이들의 선캄브리아기 유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캄브리아기 폭발은 훨씬 전에 진화했던 분기군 내의 빠른 다양화, 즉 껍질과 골격의 진화를 포함하는 다양화로 구성된다. 유전적 그리고 생태적 원인의 조합으로 이러한 다양화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Knoll and Carroll 1999; Knoll 2003]. 신체 부분의 분화를 통제하는 [Hox 유전자 같은; 20장 참조] 조절 유전자는 이 시기에 주요한 진화적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게다가, 산소 농도 감소로 야기되었을지도 모를 고대 에디아카라 동물의 멸종은 경쟁에서 생존자를 해방함으로써 공룡 멸종 이후의 포유류처럼 이들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했다 [7장 참조].



그림 5.9 캄브리아기 버제스 셰일의 독특한 동물 두 종류를 화가가 재구성한 그림. (A) 절지동물이라 추측되는 오파비니아(Opabinia). (B) 환형동물(annelid, 環形動物)과 계통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리라 추측되는 위왁시아(Wiwaxia). 여러 화석에서 확인된 특성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으므로, 때때로 단일 화석표본에 대한 사진보다 더 분명하게 구조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이 장에서는 분류군을 종종 사진보다는 그림으로 묘사한다 [Drawings by Marianne Collins, from Gould 1989.]



분자계통연구는 동물이 단세포성 깃편모충(choanoflagellates)과 계통적으로 가장 가깝게 연관해 있음을 보여준다. 깃편모충과 비슷한 세포를 많이 가지는 [해면동물문(phylum Porifera, 海綿動物門)의] 해면(sponge, 海綿)은 총체적으로 후생동물(Metazoa, 後生動物)이라고 알려진 다른 동물의 자매군이다 [그림 5.11]. [해파리와 산호처럼] 방사대칭인 자포동물문(phylum Cnidaria, 刺胞動物門)과 [빗해파리(comb jelly) 같은] 유즐동물문(phylum Ctenophora, 有櫛動物門)은 종종 구지(口肢), 감각 기관, 그리고 뇌가 장착된 머리를 가지는 양방향 대칭인 좌우대칭동물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기저 가지(basal branch)다. 좌우대칭동물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 분지를 포함한다. 즉, 낭배 형성 중에 만들어지는 원구(原口)가 항문이 되는 후구동물(deuterostome, 後口動物), 그리고 원구가 입이 되는 전구동물(protostome, 前口動物)의 두 가지 분류군이다. [규모가] 가장 큰 후구동물 목은 [불가사리와 그 근연종으로 구성된] 극피동물문(phylum Echinodermata, 棘皮動物門)과 [척추동물류, 피낭동물류(tunicates, 被囊動物類) 그리고 활유어(amphioxus, 蛞蝓魚)를 포함하는] 척삭동물문(phylum Chordata, 脊索動物門)이다. 전구동물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주요 분기군을 형성한다. 즉, [절지동물류, 선충류(nematodes, 線蟲類), 그리고 몇몇 소규모 문(門)을 포함한] 탈피동물상문(superphylum Ecdysozoa, 脫皮動物上門) 그리고 [연체동물류, 환영동물류(annelids, 環形動物類), 완족류, 그리고 다양한 다른 분류군을 포함한] 촉수담륜동물상문(superphylum Lophotrochozoa, 觸手膽輪動物上門)이다.



그림 5.10 캄브리아기 초기 척추동물. (A) 캄브리아기 초기의 가장 초기 척추동물 가운데 하나인 하이코우이크티스(Haikouichthys)에 대한 사진과 그림. 눈, 척삭(notochord), 척추 요소(vertebral elements), 등지느러미(dorsal fin), 식도(esophagus), 아가미 주머니(gill pouches), 배지느러미(ventral fin) 그리고 척추동물의 특징인 항문 후부 꼬리 부분을 가리키는 항문(anus)으로 해석되는 특징에 주목하라. (B) 캄브리아기 코노돈트류의 경골성 유사 치아 구조. 코노돈트류는 [칠성장어류처럼 턱없는 척추동물인] 무악류(agnathans, 無顎類)와 연관되었다고 여겨지는 가느다랗고 지느러미 없는 척삭동물이다. [A photo courtesy of D. G. Shu, after Shu et al. 2003; B courtesy of James Davison, M.D.]



[약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의 마지막은 대멸종이 특징이다. 캄브리아기에 90가지 이상 존재했었던 삼엽충 과(科)는 엄청나게 줄었고, 극피동물류의 일부 강도 멸종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강조했듯이, 만일 초기 척추동물 또한 이 시기에 멸종했더라면, 우리는 오늘날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Gould 1989]. 잇따른 중요한 지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의 조상 혈통도 수많은 멸종한 혈통 가운데 하나였다면 인류는 진화하지 못했으며, 아마도 우리 인류와 같은 어떤 형태도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그림 5.11 rRNA를 암호화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기초로 한 동물 문 사이의 계통관계에 대한 최근 추정. 문(門) 사이의 계통관계 일부는 불확실해서 [이 그림의 후구동물 혈통에서 나타난 것처럼 완전히 두 갈래로 분지되는 양식과는 대조적으로 단일 줄기에서 다양하게 분지하는] 풀리지 않는 다분지(polytomy, 多分枝)로 나타난다. [After Adoutte et al. 2000.] *


* [용어설명] subphylum Vertebrata, 척추동물아문(脊椎動物亞門); subphylum Cephalochordata, 두삭동물아문(頭索動物亞門); subphylum Urochordata, 미삭동물아문(尾索動物亞門)으로 현재는 피낭동물아문(subphylum Tunicata, 被囊動物亞門)이란 명칭이 대신 사용된다; phylum Hemichordata, 반삭동물문(半索動物門); phylum Echinodermata, 극피동물문(棘皮動物門); phylum Bryozoa, 태형동물문(笞刑動物門); phylum Brachiopoda, 완족동물문(脘足動物門); phylum Platyhelminthes, 편형동물문(扁形動物門); phylum Pogonophora, 유수동물문(有鬚動物門), 현재 이 문에 속하는 종은 모두 수염벌레류가 속하는 시보글리니대과(family Siboglinidae)로 재분류됨; phylum Rotifera, 윤형동물문(輪形動物門); phylum Annelida, 환형동물문(環形動物門); phylum Mollusca, 연체동물문(軟體動物門); phylum Nematoda, 선형동물문(線形動物門); phylum Tardigrada, 완보동물문(緩步動物門); phylum Arthropoda, 절지동물문(節肢動物門); phylum Ctenophora, 유즐동물문(有櫛動物門); phylum Cnidaria, 자포동물문(刺胞動物門); choanoflagellates, 깃편모충류; superphylum Lophotrochozoa, 촉수담륜동물상문(觸手膽輪動物上門); superphylum Ecdysozoa, 탈피동물상문(脫皮動物上門).



5.5 고생대 생명체: 오르도비스기에서 데본기까지


5.5.1 해양 생명체


[4억 8천8백만~4억 4천4백만 년 전인] 오르도비스기 때 많은 동물 문이 엄청나게 다양해졌으며, 21종류에 달하는 극피동물류를 포함해 많은 종류의 새로운 강(綱)과 목(目)이 출현했다 [그림 5.12]. 이들 강은 서로 매우 달랐으며 [불가사리 그리고 성게처럼] 현존하는 극피동물류 강(綱)의 5종류와도 달랐다. 캄브리아기에 우세했던 많은 생물군은 가장 초기의 다양성을 회복하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오르도비스기 동물상은 캄브리아기와 매우 다른 특징을 가졌다. [대합조개와 그 근연종처럼] 일부 쌍각류가 [굴을 파는 습성이 있는] 내생동물(infauna, 內生動物)로 진화했지만, 오르도비스기 동물 대부분은 [해저 표면에 사는] 표생동물(epifauna, 表生動物)이었다. 주요 대형 포식자는 불가사리류와 [껍질에 싸인 두족류로 오징어와 연관된 연체동물류인] 앵무조개류였다. 산호초는 두 종류의 산호 집단으로 형성되었으며, 여기에는 해면동물, 태형동물 그리고 시아노박테리아의 기여도 있었다. 오르도비스기는 비례적인 의미에서 지구 역사를 통틀어 두 번째로 가장 컸던 대멸종으로 막을 내렸다. 이것은 아마도 온도와 해수면의 하강이 원인으로 추측되는데, 왜냐하면 이 시기에 대륙의 극지방에 빙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 5.12 고생대 말 이전에 멸종했던 극피동물류의 강(綱). (A) 에드리오아스테로이데아(Edrioasteroidea) (B) 헬리코플라코이데아(Helicoplacoidea) (C) 파라크리노이데아(Paracrinoidea) (D) 호모이오스텔레아(Homoiostelea). [A, C, D from Broadhead and Waters 1980; B after Moore 1966.]















그림 5.13 멸종한 고생대의 척추동물류 강(綱). (A) [턱이 없는 척추동물인] 무악류(無顎類) 헤테로스트라키강(class Heterostraci)인 데본기의 프테라스피스(Pteraspis) (B) [턱이 있는 척추동물인] 악구류(gnathostomes, 顎口類)의 한 종류로 아칸토디아이강(class Acanthodii)인 데본기의 클리마티우스(Climatius). (C). 판피류(placoderms, 板皮類)인 데본기의 보트리올레피스(Bothriolepis). [A after Romer 1966; B after Romer and Parsons 1986; C after Carroll 1988.]



오르도비스기 때 출현해 대멸종에서 살아남았던 분류군은 그다음 환경에서 번성해서 다양해졌다. 헤테로스트라키강(class Heterostraci)처럼 강화된 표피를 가지며 물고기를 닮은 척추동물인 무악류는 턱이 없고 쌍지느러미를 가진다 [그림 5.13A]. [4억 3천9백만~4억 8백만 년 전의] 실루리아기 동안 턱이 없는 무악류는 턱과 쌍지느러미를 가진 해양 척추동물로 알려진 최초의 악구류(gnathostomes, 顎口類)와 함께 존재했다 [그림 5.13BC]. 이들 분류군은 실루리아기에서 [4억 8백만~3억 5천4백만 년 전의] 데본기라는 진화 역사의 극적인 기간 동안 계속 번성했다. 같은 기간에 앵무조개류(nautiloids)에서 멸종한 동물 중 가장 다양한 분류군 가운데 하나인 껍질을 가진 두족류(頭足類)인 암모나이트류(ammonoids)가 출현했다 [그림 5.14].



그림 5.14 암모나이트류와 앵무조개류. 껍질이 두족류 연체동물인 오징어를 닮은 몸을 감싼다. (A~C) 다양한 암모나이트 껍질 형태 중 세 가지. (A) 미세소라고둥(microconch)인 [쥐라기 후기의] 아울라코스테파누스(Aulacostephanus). (B) 특이한 나선 양식이 나타내는 [백악기 후기의] 노스트로케라스(Nostroceras). (C) [백악기 후기의] 마오리테스(Maorites). 이 화석은 남극에서 발견됐다. (D) 오늘날 앵무조개속(genus Nautilus)과 같은 분류군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수직원뿔 형태의 앵무조개. 이 동물은 나선 모양의 껍질을 가지지 않는다. [Photos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경골어상강(superclass Osteichthyes, 硬骨魚上綱)에 속하는] 경골어류의 아강(亞綱) 두 종류가 데본기 후기에 최초로 출현했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폐어류와 리피디스티아류(rhipidistians)를 포함하는 총기어류(lobe-finned fishes, 總鰭魚類)인 육기아강(subclass Sarcopterygii, 肉鰭亞綱)와 [4장 참조] 훗날 현대 어류의 가장 큰 분류군인 경골어류로 다양해진 조기어류(ray-finned fishes, 條鰭魚類)인 조기강(class Actinopterygii, 條鰭綱)이 포함된다.


5.5.2 육상 생명체



그림 5.15 육상식물 그리고 [녹조식물문(division Chlorophyta, 綠祖植物門)인] 녹조류(綠藻類) 가운데 육상식물과 가장 가까운 근연종의 주요 분류군에 대한 계통과 고생대 화석기록. 두꺼운 막대는 화석기록에서 각 분류군이 분포했던 시기를 나타낸다. [녹조류의 두 분류군인] 콜레오케탈레스목(order Coleochaetales)과 윤조목(order Charales, 倫藻目), 우산이끼류(liverworts), 이끼류(mosses), 석송류(club mosses, 石松類), 부처손목(order Selaginellales), 물부추목(order Isoetales), 속새류(horsetails), 양치류(ferns), 그리고 종자식물(seed plant, 種子植物)은 현존하는 대표 식물이다. [After Kenrick and Crane 1997a.] *


* [용어설명] class Marchantiopsida, 우산이끼강; division Anthoceratopsida, 안토케라톱시다문; hornworts, 뿔이끼류; Aglaophyton, 아글라오피톤; class Rhyniopsida, 리니옵시다강; order Drepanophycales, 낫나무목; order Protolepidodendrales, 고생인목목(古生鱗木目); spike mosses, 부처손류; quillworts, 물부추류; class Zosterophyllopsida, 조스테로필롭시다강; Psilophyton, 프실로피톤; class Sphenopsida, 속새강; embryophytes, 유배식물류(有胚植物類); tracheophytes, 관속식물류(管束植物類) 또는 관다발식물류(管-植物類).



이끼류, 우산이끼류, 관속식물류(tracheophytes, 管束植物類) 등을 포함하는 육상식물은 녹조식물문(division Chlorophyta, 綠祖植物門)인 녹조류(綠藻類)에서 진화한 단계통군이다 [그림 5.15; Kenrick and Crane 1997a, b]. 육지 생활은 물이 투과하지 못하는 외부 표면과 포자(胞子), 구조적 지지, 식물체 내에서 물을 운반하는 관다발 조직, 그리고 식물체 내부로 들어간 생식기관 등이 필요했는데, 이 모든 것은 건조를 막기 위해서였다. 최초의 알려진 육상 생명체는 오르도비스기 중기의 포자와 포자낭(sporangia, 胞子囊)이라는 포자를 가진 구조물이 있는 매우 작은 식물이었는데, 이들은 오늘날 우산이끼류와 계통적으로 명백히 연관되었다 [Wellman et al. 2003]. 짧고 잎이 없는 두 줄기로 갈라진 가지 끝에 포자낭을 가지며 진정한 뿌리가 없는 10cm 이하 크기의 작은 관속식물류가 실루리아기 중기쯤부터 있었다 [그림 5.16]. 데본기 말부터 육상식물이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양치식물류, 석송류 [그림 5.16B] 그리고 속새류가 있었는데 [그림 5.16C], 이중 일부는 대형 나무였다. 가장 초기 관속식물의 생활사에서 난자와 정자를 생산하는 [배우체(gametophyte, 配偶體)라 불리는] 반수체(haploid, 半數體) 시기는 감수분열로 반수체 포자를 만드는 [포자체(sporophyte, 胞子體)라 불리는] 이배체(diploid, 二倍體) 시기만큼이나 복잡했다. 이후의 식물에서 배우체는 이들의 생활사에서 작고 눈에 잘 안 띄는 부분으로 축소되었다. 데본기 말에 최초의 종자식물(種子植物)이 포자를 가진 식물에 합류했다 [그림 5.15그림 5.16D].



그림 5.16 서로 다른 척도로 그려진 고생대의 관속식물류. (A) 데본기에 출현한 아글라오피톤(Aglaophyton)은 키가 10cm 미만이다. (B) 석탄기의 거대 석송인 인목(Lepidodendron, 鱗木). (C) 페름기 속새류 나무(sphenopsid tree)의 줄기 일부. (D) 데본기 종자식물인 아케오스퍼마(Archaeosperma)의 생식 구조. [A from Kidston and Lang 1921; B, D from Stewart 1983; C from Boureau 1964.] *


* [용어설명] dichotomous branches, 두 줄기로 갈라진 가지; lycopsid, 석송식물(石松植物); lycopsid tree, 석송 나무; telome, 관속식물의 구조적 단위인 “텔롬”; ovule, 밑씨; megaspore, 대포자(大胞子).



가장 초기의 육상 절지동물류는 데본기 초기부터 알려졌다. 이들은 두 개의 주요 분류군으로 나뉘는데, 둘 다 바다에서 살았던 조상을 가진다. 데본기의 협각류(chelicerates, 鋏角類) 곤충에는 거미, 진드기, 전갈 등과 같은 분류군이 포함된다. 가장 초기의 대악류(mandibulates, 大顎類) 곤충에는 생명체가 배출한 유기 폐기물을 먹고 사는 데본기 초기에 출현한 노래기류 곤충, 포식성 지네류, 날개 없는 원시 곤충 등이 포함된다.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이며 최초의 사지동물인 익티오스테가 양서류는 데본기 후기 때 총기어류에서 진화했다 [4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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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0 캄브리아기 해저 광경. 버제스 셰일(Burgess Shale)에서 발견된 화석을 재구성한 이 예술가의 연출은 5억 년 전 생명의 드라마를 상상하고 있다 [5장 4절 참조]. 여기에서 묘사된 종에는 포식성 발톱을 가진 절지동물인 아노말로카리스(Anomalocaris)와 굴을 파는 척삭동물인 피카이아(Pikaia)가 포함된다. “가시가 돋친” 할루시게니아(Hallucigenia)와 컵 모양의 마렐라(Marrella)가 해저에 그려져 있다. [Art © John Sibbick/NHMPL.]



생명이 시작한 시기인 35억 년 전 지구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단지 세균과 비슷한 세포만 볼지도 모른다. 이들 세포 가운데 우리의 가장 먼 조상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자신과 다를지 모른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를 거쳐 현재로 향하는 시간여행을 한다면, 우리는 한 편의 드라마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욱 웅장하고 화려하게 우리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볼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떤 작가의 상상보다도 더욱 놀라운 특징과 기능을 가진 수백만에 수백만을 더한 종(種)이 출현하고, 연기하며, 대개 죽는 수많은 장면으로 이루어진 행성의 무대다.


이 장에서는 생명의 웅장한 역사에서 몇 가지 중요한 지점, 특히 주요 생물군의 기원, 다양화 그리고 멸종을 설명한다. 이런 소재 대부분은 지질학적∙고생물학적 증거를 다루지만, 현존하는 생명체의 계통연구 또한 매우 중요한 정보를 밝혀왔다.


이 장에는 여러분이 기억하고 싶은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정보가 있다. 여러분은 이 장을 대체로 정보의 원천으로 여기거나, 시대를 초월한 가장 위대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에 대한 개요를 읽는 것으로 단순하게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주요 사건이나 다른 중요한 지점 대다수는 이탤릭체로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잘 훈련 받은 생물학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장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양식의 사례에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


  1. 기후 그리고 해양과 대륙의 분포가 오랫동안 변해왔으며, 생명체의 지리적 분포에 영향을 미쳤다.
  2. 생물상(biota, 生物相)의 분류학적 조성은 새로운 형태가 비롯하고 다른 형태가 멸종하면서 계속 변해왔다.
  3. 몇몇 시기에 [소위, 대멸종(mass extinction, 大滅種) 때문에] 멸종속도가 특히 높았다.
  4. 특히, 대멸종 이후에 상위 분류군의 다양화는 종종 상대적으로 빨랐다.
  5. 상위 분류군의 다양화에는 종 숫자의 증가 그리고 이들의 형태 및 생태적 습성(ecological habit)의 다양화 증가도 포함된다.
  6. 멸종한 분류군은 때때로 계통적으로 연관해 있지는 않지만, 생태적으로 비슷한 분류군으로 대체되었다.
  7. 계통적으로 연관된 상위 분류군의 조상 구성원은 종종 형태적으로 서로 더 비슷하며, 이들의 후손보다 생태적으로도 더 일반화되어 있다.
  8. 먼 과거에 존재했던 상위 분류군의 다양한 형태 가운데 보통 소수만이 오랫동안 지속했다.
  9. 많은 분류군의 지리적 분포가 엄청나게 변화했다. 10. 오랫동안 생물상의 조성은 점점 오늘날을 닮아갔다.


5.1 생명이 시작하기 전


대부분 물리학자는 현재 우주가 한없이 밀도가 높은 지점에서 [“빅뱅”(big bang)이라는] 대폭발로 약 140억 년 전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빅뱅 이후 곧바로 소립자(elementary particle, 素粒子)가 수소를 형성했고, 이 수소에서 결국 다른 원소가 출현했다. 약 100억 년 전에 못 미쳐 “먼지”와 기체로 이루어진 구름의 붕괴로 우리 은하계가 형성되었다. 우주 역사를 통틀어 특히 [초신성(supernova, 超新星)이라는] 항성 폭발(stellar explosion, 恒星爆發) 중에 물질이 성간 공간(interstellar space, 星間空間)으로 방출되어 2세대와 3세대 별로 응축되었는데, 태양도 그 중 하나다. 운석(隕石)과 월석(月石)의 방사성 연대 측정에 따르면 우리 태양계는 약 46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 지구도 태양계와 같은 나이지만, 지각의 섭입(subduction, 攝入)과 같은 지질작용 때문에 [그림 4.1 참조],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암석은 지구보다는 나이가 어린 약 38억 년 전부터 시작한다. 지구는 아마도 수많은 작은 천체(天體)의 충돌과 응집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며, 이때의 충돌로 엄청난 열이 발생했다.


초기 지구가 식으면서 단단한 지각이 형성되었으며, 이때 수증기는 있어도 산소는 거의 없었던 기체를 방출했다. 지구가 식으면서 액체 수분 상태의 해양이 아마도 약 45억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곧바로 오늘날 대양의 염도(鹽分)에 다다랐다. 40억 년 전쯤에는 아마도 여러 개의 작은 시원대륙(protocontinent, 始原大陸)이 있었을 테지만, 그로부터 약 10억 년 뒤에 커다란 대륙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5.2 생명의 출현


“살아 있다”고 설명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존재는 분자의 복잡한 집합체로 발달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집합체는 어떤 화석기록도 남기지 않았으므로, 이들의 존재는 화학과 수학 이론,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실험, 그리고 우리가 생명 출현의 모형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희망하는 가장 단순하다고 알려진 살아 있는 형태에서 추정한 결과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생명을 정의하기란 어렵지만, 만일 주변 환경에서 에너지를 포획하고, 자신을 복제하는 데 그 에너지를 사용하며, 이를 통해서 진화할 수 있다면, 분자의 모임이 “살아 있다”고 말하는 데 일반적으로 동의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있는 존재에서 이러한 기능은 정보를 복제하고 지니는 핵산(nucleic acid, 核酸)과 핵산을 복제하고, 에너지를 변환하며, 표현형을 생성하고 [부분적으로 표현형을 구성하는] 단백질로 수행된다. 이들 요소는 인지질 막으로 둘러싸인 세포라는 구획 안에 함께 모여 있다.


생명체 또는 반생명체(半生命體)가 한 번 이상 비롯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우리가 아는 한 임의적인 특정 형질을 공유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이 단일 공통조상에서 생겨났음을 매우 확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명체는 단백질 구성 요소로 오직 L형 광학이성질체(L optical isomer)인 아미노산만을 합성하고 사용한다. 사실, L형과 D형 이성질체는 무생체합성(abiotic synthesis, 無生體合成)에서 같은 확률로 형성되지만, 기능 단백질은 오직 한 종류로만 만들어진다. D형 이성질체도 마찬가지로 잘 작동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다소 임의적인 유전자 암호(genetic code)와 단백질 합성 기구의 보편성은 모든 생명체의 단계통적 기원을 암시하는 여러 가지 특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알려진 생명체에서 오직 핵산만이 복제를 하지만, 이 과정에 핵산으로 암호화된 단백질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런저런 장애물이 있음에도, 생명의 기원에 관한 가능한 단계 일부를 이해하는 데서 진전이 있었다 [Orgel 1994; Maynard Smith and Szathmáry 1995; Rasmussen et al. 2004].



그림 5.1 초기 지구의 대기 상태를 모의 실험하기 위해 사용된 스탠리 밀러의 실험 기구. 이 실험에서 가열과 응축의 연속적인 순환으로 생명체 발생 이전의 유기 화합물이 생성됐다.



첫째, 복잡한 유기 분자의 구성 요소인 단순 유기 분자가 무생물 화학반응으로 생성될 수 있다.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는 그의 유명한 실험에서 메탄(CH4), 암모니아(NH3), 수소 기체(H2), 그리고 수증기(H2O)로 구성된 대기에 전기를 방전(放電)하면 아미노산과 사이안화수소(hydrogen cyanide, HCN),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 H2CO) 같은 화합물이 만들어지며, 반응이 더욱 진행될수록 당(sugar, 糖), 아미노산, 퓨린 염기(purine base), 피리미딘 염기(pyrimidine base) 등이 합성됨을 발견했다 [그림 5.1].


그러한 단순 분자 일부가 복제 가능한 중합체(重合體)를 형성했음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의] 중합 반응(重合反應)은 이들 물질이 점토 입자에 흡착(吸着)하거나 증발에 따른 농축(濃縮)으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가장 그럴싸한 초기 복제자(replicator, 複製者)로 짧은 RNA [또는 RNA와 비슷한] 분자가 있었다. RNA에는 자기복제(self-replication, 自己複製)를 포함한 촉매 특성이 있다. [라이보자임(ribozyme) 같은] 일부 RNA 서열은 다른 종류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를 자르고, 이어 붙이고, 길게 늘일 수 있으며, 짧은 RNA 주형 서열(template sequence, 鑄型序列)은 자유로운 단분자 형태의 염기로부터 상보적 서열의 형성을 자기촉매(self-catalysis, 自己觸媒) 과정으로 촉진할 수 있다. 최근 실험에서 표면 위에 RNA가 흡착된 점토 입자가 지질막(脂質膜) 형성을 촉진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결국 아미노산이 짧은 단백질로 중합하는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나타났다. 따라서 자기복제성 RNA를 포함한 초기 세포의 중요한 요소 일부를 가진 집합체는 오로지 화학 공정만으로 형성될 수 있다.


자연선택과 진화는 복제 분자로 이루어진 무생물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졸 슈피겔만(Sol Spiegelman)이 RNA, [Qβ 파지(phage Qβ)라는 바이러스에서 분리한] RNA 중합효소(RNA polymerase, -重合酵素), 그리고 핵산 염기를 무세포 배지(cell-free system, 無細胞培地)에 넣었을 때, 다른 종류의 RNA 서열이 서로 다른 속도로 중합효소에 의해 복제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존재 비율도 변화했다 [Spiegelman 1970]. [바이러스 같은] 생명 체계로부터 분리한 복제 효소를 사용했으므로 이 실험이 생명 기원의 가장 첫 단계와 관련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실험은 복제하는 거대분자 체계가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긴 RNA 서열은 돌연변이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효과적으로 복제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 이상의 짝지어진 각각의 거대분자가 복제를 서로 촉진한다면, 더 큰 유전체가 진화할 수도 있다. 복제는 아마도 느리고 원래 부정확했으며, 오늘날 생명체가 나타내는 정확도는 단지 훨씬 나중에 획득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서로 다른 많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의심할 바 없이 자신을 복제할 수 있었으리라. 단백질이 진화하기 전에는 표현형(phenotype, 表現型)은 없었으며 단지 유전형(genotype, 遺傳型)만 있었다. 그래서 최초 “유전자”는 특정 염기쌍 서열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회의론자가 자주 제기하는 [50bp의 서열이 만들어질 확률은 450분의 1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특정 핵산 서열의 조립이 매우 일어나기 어렵다는 논쟁은 불필요하다.



그림 5.2 단백질 합성과 유전자 암호의 기원에 관한 가설. mRNA의 조상인 [초록색으로 표시된] RNA 라이보자임은 [AA로 표시된] 아미노산과 짧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보조인자에 결합해 있으며, 이 보조인자는 원시 암호(primitive code)에 따라 특정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아미노산에 연결하는 [R1으로 표시된] 다른 라이보자임과 연결해 있다. 이 체계는 오늘날 리보솜의 조상인 라이보자임 R2가 아미노산을 연결하는 체계로 진화했다. [After Maynard Smith and Szathmáry 1995.]



단백질 효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아마도 가장 풀리지 않는 문제일 것이다. 외르스 싸트마리(Eörs Szathmáry)는 이 과정이 짧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서열에 연결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보조인자(cofactor, 補助因子)가 RNA 라이보자임의 자기복제 과정을 도우면서 시작했다고 제안했다 [Szathmáry 1993] [그림 5.2]. 오늘날 많은 조효소(coenzyme, 助酵素)는 뉴클레오타이드 요소를 가진다. 다음 단계는 몇몇 그러한 아미노산-뉴클레오타이드 보조인자가 서로 연결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라이보자임은 리보솜(ribosome)으로, 보조인자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요소는 전달 RNA(transfer RNA 또는 tRNA)로, 그리고 아미노산으로 연결된 줄은 촉매 단백질로 진화했다. 비록 다른 많은 특징이 그 단계와 우리가 아는 세포 사이에서 진화했겠지만, 지질막 내에 포장된 그러한 거대분자의 앙상블은 최초 세포의 전구체(前驅體)였을 것이다.


5.3. 선캄브리아기 생명체


5.3.1 원핵생명체


약 25억 년 이전의 시생누대(Archean eon, 始生累代)와 25억 년에서 5억 4천2백만 년 전 사이의 원생누대(Proterozoic eon, 原生累代) 모두를 통틀어 선캄브리아 시기(Precambrian time)라고 부른다.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약 38억 년 된] 암석은 생명체가 존재했음을 가리키는 탄소 퇴적물을 포함한다. 생명체가 존재했음을 가리키는 최초의 꽤 확실한 증거는 약 35억 년 전부터 시작하는데, 이들은 박테리아를 닮은 미화석(microfossil, 微化石)과 오늘날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라는 남조균(藍藻菌)이 따뜻한 바다의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하는 층진 봉우리(layered mount)인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와 같은 구조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림 5.3].



그림 5.3 현존하는 시아노박테리아에 의해 형성된 오스트레일리아 샤크 만(Shark Bay)의 스트로마톨라이트. 비슷한 구조물이 시생누대의 암석에서도 발견된다. [저자가 찍은 사진.]



초기의 대기는 일반적으로 산소가 거의 없었다고 여겨지므로, 가장 초기 생명체는 혐기성(嫌氣性)이었을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와 다른 세균에서 광합성이 진화하면서 산소가 대기로 방출되었다. 산소의 대기 농도는 아마도 상당량의 유기물을 땅속으로 매장해 이 물질의 산화(酸化)를 막았던 지질작용 때문에 약 22억 년 전에 급격히 증가했을 것이다 [Knoll 2003]. 산소가 대기 중에 더 많아지면서, 많은 생명체가 세포를 산화작용으로부터 보호하는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산소호흡 능력도 진화시켰다.



그림 5.4 생명의 나무의 기저 분지: 세 역(域) 사이와 역 내의 몇몇 혈통 사이의 계통관계에 대한 현재 가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진정세포 혈통에서 기원했음에 주목하라. 점선은 초기 진핵생물 혈통과의 내부공생적 연관성을 가리킨다. [After Knoll 2003 and other sources.] *


* [용어설명] diplomonads, 중복편모충류(重複鞭毛蟲類); slime molds, 점균류(粘菌類); ciliates, 섬모충류(纖毛蟲類); fungi, 곰팡이류 또는 진균류(眞菌類); Sulfolobus, 술폴로부스; Thermoproteus, 써모프로테우스; methanogen, 메탄생성균류; Thermoplasma, 써모플라즈마; Halobacteria, 할로박테리아; flexibacteria, 플렉시박테리아류; green sulfur bacteria, 녹색 유황 세균.



오늘날 현존하는 생명체는 [모든 진핵생명체가 포함되는] 진핵생물류(Eucarya, 眞核生物類) 그리고 고세균류(Archaea, 古細菌類)와 진정세균류(Bacteria, 眞正細菌物)로 분류되는 두 가지 원핵생명체(prokaryotes, 原核生命體) 집단과 같은 세 가지 역(empire 또는 domain, 域)으로 분류된다 [그림 2.1 참조]. 생명의 역사 절반 이상인 약 20억 년 동안 두 원핵생명체 역(prokaryotic empires)은 지구에서 유일한 생명 형태였다. 오늘날 많은 고세균류는 혐기성이며 온천 같은 극한 환경에서 서식한다. [그러한 종 가운데 하나가 현대 분자생물학과 기술의 많은 부분에서 기초가 되는 PCR 반응에 사용되는 DNA 중합효소인 Taq 중합효소(Taq polymerase)의 원천이다.] 진정세균류의 물질대사 능력은 매우 다양하며, 많은 수가 광합성을 한다. 원핵생명체의 분자계통연구와 진핵생명체 핵 유전자(nuclear gene)의 분자계통분석은 고세균류와 진핵생물류가 진정세균류보다 서로 더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5.4]. 그러나 몇몇 DNA 서열 연구에서 이들 역(域) 사이와 역 내에 관한 계통관계에 관한 모순되는 증거가 나타나는데, 이것은 명확히 통합된 유전체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을 무렵인 생명의 역사 초기 동안에 상당한 측면 유전자 이동(lateral gene transfer, 側面遺傳子移動)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Woese 2000]. 훨씬 후에야 세포가 더 복잡해지고 통합되어 외래 DNA(foreign DNA)를 삽입하는 것이 그들의 기능성을 줄였을지도 모른다.


5.3.2 진핵생명체


생명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는 진핵생명체의 기원으로, 세포 골격 및 뚜렷한 염색체와 방추체(mitotic spindle, 紡錐體)를 가지는 핵과 같은 특징으로 구별된다. 진핵생명체 대부분은 고도로 조직화된 재조합과 유성생식의 근간인 감수분열을 한다. 거의 모든 진핵생명체가 미토콘드리아를 가지며, 많은 수가 엽록체를 가진다. 기생체며 장편모충(腸鞭毛蟲)의 한 종류인 지아르디아(Giardia) 같은 일부 진핵생물성 원생생물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없다. 그러나 이들의 핵 염색체는 다른 진핵생명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와 상동인 유전자를 가지는데, 이것은 이들의 조상이 미토콘드리아를 가졌음을 뜻한다. [미토콘드리아에서 핵으로 유전자가 전달되는 것은 잘 알려진 현상으로, 심지어 효모의 실험 개체군에서도 기록되어 있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초기 진핵생명체에 먹혔다가 나중에 내부공생체(endosymbiont, 內部共生體)가 된 세균에서 유래했다 [Margulis 1993; Maynard Smith and Szathmáry 1995] [그림 5.4 참조]. 이들 세포 소기관은 초미세구조(超微細構造)와 DNA 서열 모두에서 세균과 비슷하다. 미토콘드리아는 [대장균의 한 분류군인] 홍색 세균에서 파생했다. 엽록체는 진핵생명체의 몇몇 갈라진 분기군에서 발생했는데, 이것은 이들이 적어도 여섯 차례에서 아홉 차례에 걸쳐 시아노박테리아에서 출현했음을 가리킨다. 게다가, 켈프류(kelps), 규조류(珪藻類) 그리고 일부 다른 진핵생명체는 2차 심지어 3차 엽록체를 가진다. 그리고 이들 생명체는 진핵생물성 내부공생체의 후손을 포함하며, 여기에는 시아노박테리아에서 파생한 엽록체가 있다.



그림 5.5 몇몇 원생누대 화석. (A) 약 15억 년 전의 시아노박테리아 에엔토피살리스(Eoentophysalis) 군집. (B)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의 15억 년 된 지층에서 발굴된 단세포성 진핵생명체로 [분류상 어디에 속하는지 확실치 않은 해산(海産) 화석 단세포 생명체인] 애크리태크(acritach) 조류(藻類)인 타파니아(Tappania). (C) [약 5억 9천만 년 전의] 원생누대 후기 다세포성 홍조류(紅藻類). [Photograph courtesy of A. H. Knoll.]



그림 5.6 DNA 서열로 추론한 진핵생명체 주요 혈통 일부에 관한 최근 계통추정. 이들 혈통 가운데 단지 소수만이 전통적인 분류에서 “계”(system, 系)로 인식된다.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며 단세포성 기생체인 파라바살리아강(class Parabasalia)과 중복편모충목(order Diplomonadida, 重複鞭毛蟲目)의 위치는 불확실하다. [After Baldauf et al. 2000 and McGrath and Katz 2004.] *


* [용어설명] division Microsporidia, 미포자충목(微胞子蟲目); choanoflagellates, 깃편모충류; infraphylum Mycetozoa, 동균하문(動菌下門) 또는 점균하문(粘菌下門); acellular slime molds, 비세포성 점균류; subphylum Lobosa, 엽상위족아문(葉狀僞足亞門); division Chlorophyta, 녹조문(綠藻門); division Rhodophyta, 홍조문(紅藻門); class Phaeophyceae, 갈조강(褐藻綱); oomycetes, 난균류(卵菌類); water molds, 수생 균류 또는 물 곰팡이류; phylum Ciliophora, 섬모충문(纖毛蟲門); phylum Apicomplexa, 정단복합체충문(頂端複合體蟲門); phylum Euglenozoa, 유글레노조아문.



화학적 증거는 진핵생명체가 약 27억 년 전 무렵에 진화했었다고 시사하지만, 가장 초기의 진핵생명체 화석은 약 15억 년 전의 것이다 [그림 5.5]. 진핵생명체는 아마도 질소의 이용 가능성이 늘어나면서 빠른 다양화를 겪었을 것이다. 진핵생명체에는 이 책보다 더 오래된 교과서 대부분에서 인용하는 다섯 가지 계(kingdom, 系)보다 훨씬 더 많은 혈통이 있다. “조류”(藻類)와 “원생동물”(protozoan, 原生動物)에 속하는 많은 혈통은 식물계(kingdom Plantae, 植物界), 균계(kingdom Fungi, 菌界) 그리고 동물계(kingdom Animalia, 動物界) 사이만큼이나 서로 멀리 연관되어 있다 [그림 5.6]. 동물계와 균계는 진핵생명체의 다른 주요 혈통보다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었다고 나타난다.


이들 생명체가 기원한 뒤에 거의 수십억 년 동안 거의 모든 진핵생명체는 단세포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며, 많은 혈통이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생명의 역사에서 주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는 몇몇 혈통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한 다세포 생명체의 진화다. 다세포성(multicellularity, 多細胞性)은 커다란 몸과 정교한 기관계(器官系)가 발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조직과 기관의 진화는 서로 다른 세포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식인 유전자 조절의 진화가 필요했다.


5.3.3 원생누대 생명체



그림 5.7 에디아카라 동물상의 구성원. (A) 확실하진 않지만, Mawsonites spriggi는 말미잘의 자포동물 근연종일 것이다. (B) 벌레를 닮은 Dickinsonia costata와 이후 동물과의 실제 계통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 [A ©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B © Ken Lucas/Visuals Unlimited.]



가장 오래된 다세포 동물 화석은 약 6억 4천만 년 전의 것이다. 최초의 동물 화석 가운데 [약 6억 년 전인] 원생누대 후기와 고생대 캄브리아기 초기의 에디아카라 동물상(Ediacaran fauna)이라 알려진 생명체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몸이 부드러우며, 골격이 없고, 해저 바닥 위를 기거나 서 있는 평평한 모양의 생명체였다 [그림 5.7]. 이후 동물을 참조해 이들 생명체를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몇몇은 자포동물문(phylum Cnidaria, 刺胞動物門)과 좌우대칭동물(Bilateria, 左右對稱動物)의 줄기군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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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1)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2)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3)


4.5 진화적 추세



그림 4.16 말과(family Equidae)의 신체 질량 진화. (A) 지질시대에 대해 도표로 나타낸 40종에 달하는 말의 추정된 신체 질량. 말과의 진화 역사를 통틀어 소형 종이 일부 출현했더라도 평균 몸 크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가했다. (B) 지질학적 절(age, 節) 사이의 중앙점에 대해 도표로 나타낸 조상 말과 후손 말의 여러 쌍 사이에서 나타나는 신체 질량의 속도와 방향. 대부분 혈통은 질량이 증가했지만 [붉은색 원], 일부는 감소했다 [검은색 원]. [After MacFadden 1986.]



화석기록은 진화적 추세에 대한 많은 예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말과(family Equidae)의 구성원 사이에서 평균 몸 크기는 거의 5천만 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그림 4.16A]. 흔히, 일부 혈통은 전반적인 경향에 반하는 역전을 겪는데, 일부 말과 혈통의 몸 크기에서도 이런 사례가 나타난다 [그림 4.16B]. 어떤 진화적 변화는 절대 역전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모르가누코돈 이후 줄곧 포유류는 하나의 아래턱뼈를 가졌으며 조상상태인 많은 뼈로 이루어진 아래턱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진화적 변화는 절대 역전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있더라도, 역진화가 불가능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일부 형질은 단순히 이득이 되거나 필요했으므로 역전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타조나 펭귄 같은 날지 못하는 새조차도 단열 효과(斷熱效果)와 성적∙사회적 과시 행동을 위한 사용 때문에 깃털을 가진다. 대부분의 척추동물에서 척삭(脊索)은 초기 배아 발달 과정에서 나타난 이후 퇴화하지만, 중추 신경계 발달을 유도하기 때문에 배아에서 유지된다. 루퍼트 리들(Rupert Riedl)은 발달과 적절한 기능을 위해 [타조와 펭귄의 날개, 그리고 척추동물의 척삭 같은] 그러한 형질에 의존하는 다른 형질이 (burden)이 되어 이들을 바로 그 형질이 떠안는다고 제안했다 [Riedl 1978]. 물론, 일부 변화는 몇몇 형질의 발생적 토대가 진화 과정 중에 사라졌기 때문에 실제로 비가역적일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복잡한 형질은 한 번 사라지면 되찾을 가능성이 희박한데, 이러한 원리를 돌로의 법칙(Dollo’s law)이라고 한다.



그림 4.17 평행적 추세(parallel trend, 平行的趨勢). 신생대 동안 발라노모프 따개비(balanomorph barnacle)의 몇몇 독립적인 혈통에서 껍질 판 수의 감소가 나타난다 [그림 3.5 참조]. 세로축은 시간이 아니라 구조의 등급(grade of organization)[즉, 껍질 판의 개수]를 나타낸다. 이 그림은 찰스 다윈의 따개비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에서 발췌했다. [After Palmer 1982; drawings by G. Sowerby, from Darwin 1854.]



화석기록에 담긴 많은 분류군은 평행적 추세(parallel trend, 平行的趨勢)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말과는 평균 몸 크기가 증가했던 많은 동물 분기군 중 하나일 뿐인데, 이러한 일반화를 코프의 법칙(Cope’s rule)이라고 한다. 많은 혈통은 종종 등급(grade)이라 불리는 비슷한 단계를 거쳐 진화한다. 예를 들어, 백악기에 처음 출현한 발라노모프 따개비(balanomorph barnacle)는 조금씩 겹치는 많은 판으로 이루어진 원추형 골격으로 둘러싸여 있다. 조상형은 여덟 판의 형태지만, 신생대 들어서 발라노모프 따개비가 다양화함에 따라 여덟 판을 가진 속(屬)의 비율은 점자 감소하고 더 적은 수의 판을 가진 따개비의 비율이 증가했다. 몇몇 혈통은 독립적으로 여섯 판, 네 판, 그리고 심지어 단일 판의 등급을 거쳐 진화했다 [그림 4.17] 따라서 더 적은 판을 가진 껍질과 그 결과로 나타난 판 사이의 취약한 연결선의 감소 덕분에 포식자 달팽이에 대한 보호가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다 [Palmer 1982].


4.6 단속평형


비록 여기에서는 중간상태를 거치는 점진적 변천의 고생물학적 예를 설명했지만, 이러한 종류의 변천이 화석기록에서 결코 보편적으로 발견되지는 않는다. 많은 상위 분류군의 진화에서 중간단계는 아직 안 알려졌으며 화석기록의 가까이 연관된 많은 종은 더 작지만 뚜렷한 간극으로 분리된다. 많은 고생물학자는 다윈의 의견처럼 이러한 간극이 화석기록의 엄청난 불완전함 때문에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런데 닐스 엘드리지(Niles Eldredge)와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1972년에 좀 더 복잡하고 더더욱 논쟁적인 설명인 소위 단속평형(punctuated equilibrium, 斷續平衡)을 제안했다 [Eldredge and Gould 1972]. 그들의 가설은 상위 분류군이 아니라 계통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종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적용된다.



그림 4.18 가상적인 화석 집합에 적용된 세 가지 진화 모델. (A) 서로 다른 시기에 기록된 화석 형질에 대한 가상의 수치. 이 자료는 B~D에 나와 있는 어떤 모델과도 들어맞을 수 있다. (B) 전통적인 “계통적 점진주의” 모델. (C) 새로운 종에서 형태 변화가 나타나는 엘드리지와 굴드의 “단속평형” 모델. 비록 빠르긴 하지만, 삽화에 나타낸 대로 형태 진화는 여전히 점진적이다. 맘그렌(Malmgren)과 그의 동료가 제시한 “단속 점진주의” 모델. [Malmgren et al. 1983.]



“단속평형”은 화석기록에 나타난 변화의 양식과 진화과정에 관한 가설 모두를 언급한다. 엘드리지와 굴드에 따르면, 공통적인 진화 양식은 어떤 종이 아주 오랫동안 미미하거나 전혀 변하지 않는 상태에 있다가 그러한 “평형” 상태가 다른 상태로 빨리 변화함으로써 중단되는 상황인데, 이러한 상태를 빠른 변화로 “단속되는”(punctuated) 정체(stasis, 停滯)라고 부른다 [그림 4.18A]. 그들은 느리게 점차 증가하는 변화라는 전통적 관점을 계통적 점진주의(phyletic gradualism, 系統的漸進主義)라 부르면서 이 관점을 자신들이 제시한 단속평형적 진화 양식과 대조시켰다 [그림 4.18B].



그림 4.19 계통적 점진주의: 초식성 들쥐인 미모미스속(Mimomys)의 어금니에서 나타나는 변화. 풀은 어금니 표면을 닳게 하므로 에나멜질[분홍색]과 백악질(cement, 白堊質)[갈색]로 이빨 표면에 연마융선(硏磨隆線)을 형성해 이빨을 길게 하는 것이 이롭다. 이들 몇 가지 형질에서 나타나는 변화 지수는 1백50만 년 이상 동안에 걸쳐 일어난 이빨 길이의 점진적 변화를 나타낸다. 가로 막대는 수직 눈금으로 표시된 평균 근처의 변이를 나타낸다. 에나멜질, 백악질 그리고 이빨 길이는 모두 증가했다. [After Chaline and Laurin 1986.]





그림 4.20 단속평형: 태형동물류(笞刑動物類)의 한 혈통인 메트라답도토스속(Metrarabdotos)의 계통과 시간적 분포. 점 사이의 수평 거리는 표본 사이의 형태적 차이의 정도를 나타낸다. 새롭지만 다소 안정된 형태로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양식이다. [After Cheetham 1987; photos courtesy by Alan Cheetham.]



화석기록은 점진적 양식과 단속적 양식 모두에 대한 예를 제공한다. 계통적 점진주의로 특별히 잘 기록된 예는 선신세 후기와 홍적세에 걸쳐 살았던 초식성 들쥐(Mimomys occitanus) 혈통에서 나타나는 어금니 변화다 [그림 4.19]. 이 설치류의 몇몇 어금니 형질은 유럽 전역에서 지향적으로 변화했는데, 이것은 개체군 사이의 유전자 확산(gene flow, 遺傳子擴散)으로 전체 종에서 이빨 높이가 증가하는 선택이 전체적으로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Chaline and Laurin 1986].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끼동물”(bryozoan 또는 moss animal)로도 알려진] 중신세 태형동물류(ectoprocts, 笞刑動物類)의 속(屬)인 메트라랍도토스(Metrarabdotos)는 명백히 단속평형 양식을 나타낸다 [그림 4.20; Cheetham 1987]. 종은 수백만 년 동안 별 변화 없이 지속하지만, 새로운 종이 명백한 중간형태 없이도 갑자기 출현한다.


엘드리지와 굴드가 소개했던 가설은 형질은 주로 실제 종분화(speciation, 種分化), 즉 조상 종이 두 종으로 분지하는 것과 맞물려 진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림 4.18C]. 그들의 가설은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가 1954년에 제안한 “창시자 효과 종분화”(founder-effect speciation) 또는 “근소적 종분화”(peripatric speciation)로 알려진 모델에 기초했는데, 마이어의 모델은 16장에서 살피도록 하겠다. 그 모델의 요지는 어떤 종이 조상 종과 분리된 작은 개체군에서 진화해서 완전히 형성되고 난 다음에 이들에 대한 화석 표본이 발견되는 지역으로 이주했기 때문에 새로운 종이 화석기록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 종이 겪은 진화적 변화는 점진적일 수도 있지만, 변화는 빨랐고 “무대 밖에서” 일어났다.



그림 4.21 유공충 혈통인 글로보로탈리아속(Globorotalia)의 껍질 형태 진화로 설명되는 “단속 점진주의”. [위쪽] 홍적세 후기, [가운데] 선신세 초기, 그리고 [아래쪽] 중신세 후기의 글로보로탈리아 표본의 측면과 가장자리 모습이 오른쪽에 나와 있다. 그래프에서 형태의 수학적 지표를 화석 표본의 연대에 따라 도표로 나타냈다. 이 혈통에서 종분화가 일어났다는 증거는 없다. [After Malmgren et al. 1983; photos courtesy of B. Malmgren.]



종분화를 겪고 있는 개체군을 제외하면 형태적 형질은 일반적으로 내적인 유전적 “제약” 때문에 진화할 수 없다고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엘드리지와 굴드의 가설은 그렇게 논란이 많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제의는 현존하는 종의 개체군에서 얻은 상당한 증거와 모순되므로 [9장과 13장 참조], 진화적 변화에는 종분화가 있어야 한다는 엘드리지와 굴드의 가설은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더욱이, 화석기록에는 종분화를 겪지 않는 개체군의 오랫동안 안정한 상태 사이에서도 형질은 진화할 수 있다고 나타난다 [그림 4.18D]. 단속 점진주의(punctuated gradualism, 斷續漸進主義)라고 불렸던 이러한 양식은 유공충류(foraminiferans, 有孔蟲類)라고 불리는 껍질을 가지는 풍부한 원생생물의 자세한 화석기록으로 설명된다 [그림 4.21]. 단속(punctuation, 斷續)과 정체가 화석기록에서 가장 흔한 양식인지 [Gould and Eldredge 1993] 또는 아닌지는 [Levinton 2001]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4.7 진화의 속도



그림 4.22 (A) 이상적인 정규 빈도 분포에서 표준편차[s]는 전체 개체군의 68%가 평균[x]의 ±1s 내에 위치하는 값이다. 평균을 기준으로 개체군의 95%는 ±2s 내에 위치하며, 99.7%는 ±3s 내에 위치한다. (B) “원래” 빈도 분포의 표준편차가 주어졌을 때 [검은색 곡선], 붉은색 선으로 표시된 분포는 ±0.25s에 위치하고 파란색 선으로 나타낸 분포는 ±0.5s에 위치하며, 각각의 평균은 원래 빈도 분포의 평균에서 떨어져 위치한다. 이러한 평균의 변화가 단지 한 세대에 동안 일어난다면, 평균 형질의 진화속도는 각각 0.25홀데인 또는 0.5홀데인이 될 것이다.



진화적 변화의 속도는 형질 사이에서, 진화하는 혈통 사이에서, 그리고 같은 혈통 내에서 시간에 따라 다양하다. 누군가는 말의 이빨 길이가 백만 년 당 몇 밀리미터(mm)로 변한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이빨 길이가 50밀리미터일 때보다 5밀리미터일 때 1밀리미터의 증가는 훨씬 더 큰 변화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진화속도는 원래 측정값의 척도보다는 그 수치의 로그 값을 사용함으로써 절대적이 아닌 비례적인 변화 측면에서 보통 설명된다. 진화 종합(evolutionary synthesis, 進化綜合)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존 홀데인(John Burdon Sanderson)은 백만 년 당 [자연로그의 밑인] 2.718배만큼의 변화로 정의되는 다윈(darwin)이라 명명한 진화속도의 측정 단위를 제안했다. 그러나 다윈에는 몇 가지 약점이 있으므로 요즘은 고생물학자인 필립 징거리치(Philip Gingerich)가 홀데인(holdane)이라고 명명한 단위인 세대마다 변하는 형질 평균의 표준편차로 진화속도를 측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표준편차는 개체군 내 변이의 양에 대한 척도다. 그림 4.22A와 9장의 Box 9B를 참조하라.]



그림 4.23 말과 초기 구성원인 시신세 히라코테리움속의 첫째 어금니 크기 [또는 표면적] 진화. (A) 측정점은 암석의 층위 단면도(stratigraphic section, 層位斷面圖)의 깊이에 대해 도표로 나타낸 개별 표본의 형질 값을 나타낸다. [더 짙은 점은 같은 측정값을 나타내는 많은 종을 가리킨다.] H. grangeri는 약 65만 년 동안 [1,520m에서 1,760m의 지층까지] 펼쳐져 있으며, 다른 종인 H. aemulor로 분류될 만큼 아주 다른 형태로 갑작스럽게 진화했다. (B) 한 세대의 시기를 2년으로 가정했을 때, 어금니 크기의 진화속도를 시간 간격 범위로 구분되는 측정점에 대해 계산하고, [홀데인으로 표시된] 이 속도의 로그 값을 로그 간격에 따라 도표로 나타냈다. 더 긴 시간 간격에 대해 계산한 속도일수록 크기는 더 작으며, [짙은 영역으로 나타낸 신뢰 구간을 가진] 이러한 관계의 기울기에서 한 세대의 진화적 변화에 대한 속도가 -0.648로그 홀데인 또는 0.225홀데인임을 알 수 있다. [After Gingerich 1993.]



형질의 진화속도가 연대 측정된 화석의 조상-후손 순서에 대해 측정되었을 때, 가장 놀라운 결과는 평균 진화속도가 대개 매우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신세 초기에 살았던 말인 Hyracotherium grangeri의 첫째 어금니 크기가 조금씩 변동을 거듭할지라도 전체적인 어금니 크기는 지난 6만 5천 년 동안 매우 조금 변화했다 [그림 4.23A]. 어금니 크기 진화속도의 중앙값은 [한 세대당 2년이라고 가정한다면 약 11만 3천 세대의 중앙값 간격 동안] 약 0.0000057홀데인이다. 최대 진화속도는 [6,745세대 간격 동안] 0.00030홀데인이다 [Gingerich 1993].


이것은 매우 낮은 진화속도지만, 화석기록에서 얻은 대부분 자료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는 평균변화속도다. 이러한 장기적인 평균속도는 [예를 들어, 변화 없는 오랜 기간이 한바탕 빠른 변화와 번갈아 나타나는 것처럼] 진화속도가 변동을 거듭하거나, 형질이 빠르게 변동을 거듭해도 알짜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면 [실제로 있었던] 빠른 진화속도를 은폐할 수 있다. 속도와 방향에서 나타나는 그러한 변화는 그림 4.4에 묘사된 큰가시고기 자료와 같이 세분화해 배열한 화석기록에서 정말로 명백히 드러난다. 따라서 측정치가 짧은 시간 간격에 걸쳐 얻어졌다면 우리는 더 빠른 진화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림 4.23B]. 그러므로 진화속도를 비교하기 위해 시간 간격에 대한 속도를 도표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금니 크기는 13,500세대를 거치는 동안 Hyracotherium grangeri에서 Hyracotherium aemulor로 0.00024홀데인의 속도로 진화했다 [그림 4.23A]. 이것은 같은 시간 간격에서 Hyracotherium grangeri 사이에서 나타나는 최대 속도보다도 더 크다 [그림 4.23B]. 이 혈통의 역사는 단속평형의 양식에 대한 예가 된다.


화석기록의 진화적 변화를 오랜 시간 간격에 걸쳐 평균으로 나타낸 알짜 변화는 몇 세기 [또는 그 이하] 동안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했거나 인간 때문에 촉발된 환경 변화로 영향받은 종에서 관찰된 속도보다 거의 변함없이 훨씬 더 낮은 속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유럽으로부터 유입된 북아메리카 집참새에서는 약 100세대를 거치면서 날개와 부리 길이가 0.024홀데인까지 변화했으며, 무환자나무 벌레(soapberry bug)는 새로 유입된 식물을 먹는 데 적응하면서 이 벌레의 부리 길이는 0.010~0.024홀데인의 속도로 증가했다 [Hendry and Kinnnison 1999; 그림 13.3 참조]. 이들 속도는 히라코테리움 종 사이의 빠른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빨의 진화속도보다 [100배로] 두 자릿수가 더 크다. 만일 특성이 수천 수백만 년 동안 한 방향으로 진화했다면, 앞에서 언급한 속도보다 더 느리다 할지라도 생명체는 지금보다 엄청나게 서로 달라졌을 것이고, 이런 측면에서 생쥐는 훨씬 전에 가장 큰 공룡[이 커진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커졌다. 진화적 변화는 매우 빠를 수 있지만, 빠른 속도가 오랫동안 유지되지는 않는다.


4.8 요약

  1. 지질학적∙생물학적 증거 모두를 통틀어 화석기록이 매우 불완전함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많은 진화 역사가 잘 알려졌다.
  2. 대개, 개별 종 내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세부 기록은 형질이 종종 점진적으로 진화하거나, 전반적인 변화가 거의 없이 빠르게 변동을 거듭하거나, 또는 다소 빨리 변화할 수 있음을 보인다.
  3. 양서류, 조류, 포유류, 고래류 그리고 사람속 같은 일부 상위 분류군의 기원은 화석기록에 잘 나타나 있다. 이러한 예는 개별 형질에서 모자이크 진화와 점진적 변화 둘 다 수반하는 점진적 진화를 나타낸다. 중간형태의 화석을 어떤 분류군으로 분류할지 결정하는 것은 때때로 임의적이다.
  4. 형질 형태의 변화는 때때로 기능의 주요 변화와 관계되어 있다.
  5. 계통분석으로 추론한 분류군 기원의 상대적 시기는 화석기록에 나타나는 상대적 시기와 종종 상응한다.
  6. 때때로 자연선택으로 말미암은 진화적 추세는 화석기록에서 뚜렷이 나타나지만, 그러한 추세는 연관된 혈통에서 역전될 수 있다.
  7. 종은 오랫동안 변화를 안 나타내기도 하고 [정체], 새로운 표현형으로 재빨리 변화하기도 한다. “단속평형”이라는 용어는 형태 변화는 새로운 종의 진화와 [즉, 종분화와] 연관해 나타난다는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설과 앞에서 언급한 진화 양식 모두와 관련된 것이다.
  8. 진화속도는 매우 다양하다. 개별 형질은 오랜 기간으로 평균을 냈을 때 전형적으로 느린 진화속도를 나타내지만, 좀 더 세분된 화석기록은 형질에서 단기간 동안 빠른 변동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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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1)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2)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4)


4.3. 호미닌 화석기록


DNA 서열 차이는 침팬지와 사람 혈통이 5백만 년에서 6백만 년 전 사이에 분기했음을 시사한다 [2장 참조]. 침팬지 화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 호미닌 화석은 6백만 년에서 7백만 년 사이의 중신세 후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호미닌”이란 용어는 침팬지의 자매군인 호미니드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여왔다.] 호미닌 화석기록은 뇌 크기의 척도인 뇌용량 같은 많은 형질이 일반적으로 거의 단일 지향적 추세로 진화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제공한다 [그림 4.12]. 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오늘날 인류가 해부적 측면에서 유인원을 닮은 조상에서 시작해 많은 중간 단계를 거쳐 진화해왔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인류 진화에 관한 폭넓은 범위가 멋들어지게 기록되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별개의 호미닌 종과 속이 있는지에 관해서 의견 차이가 있는데 [Wood and Collard 1999], 부분적으로는 화석 표본이 너무 적고 시공간적으로 너무 광범위하게 떨어져 있어서 종 사이의 변이와 비교했을 때 종 내의 변이를 특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양한 호미닌 사이의 차이는 정량적[즉, 정도의 차이]이고 때때로 다소 경미하므로, 가장 초기의 특정 개체군이 나중 개체군에 대해 조상인지 또는 실제 조상 혈통의 방계친족(collateral relatives, 傍系親族)인지 결정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진화의 전반적인 양식이 분명할지라도 호미닌 분류군 사이의 특정 계통관계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호미닌 화석기록에 관한 유용한 요약은 Ciochon and Fleagle 1993Strait et al. 1997에서 찾을 수 있다; 더불어 Begun 2004도 참조].


* 침팬지 화석은 치아뿐이지만 2005년도에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그림 4.12 호미닌 화석으로 추정한 몸무게[그림 (A)]와 뇌 부피[그림 (B)]. 몸 크기는 지난 2백만 년 동안 매우 많이 증가하지 않았더라도 뇌 부피는 꾸준한 그리고 상당이 점진적인 증가를 나타냈었다. 화살표는 현대인의 평균치를 가리킨다. [After Jones et al. 1992.]



모든 초기 호미닌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다. 가장 초기의 호미닌 화석으로 서아프리카 차드(Chad)에서 발굴된 두개골이 근래에 연구됐다 [Brunet et al. 2002].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로 명명된 이 호미닌 화석은 6백만 년에서 7백만 년 전 사이 중신세 후기에서 비롯했다고 여겨진다. 작은 뇌와 같은 많은 측면 때문에 차덴시스는 가장 원시적인 호미닌으로 알려졌지만, 또한 훨씬 더 후대의 호미닌을 닮은 작은 송곳니와 다소 평평한 얼굴 같은 파생형질을 가졌다. 이들은 거의 확실히 [두 발로 걷는] 이족보행을 했다.


차덴시스보다 좀 더 후기에 살았던 호미닌으로는 케냔트로푸스 플라티오프스(Kenyanthropus platyops)라고 명명된 3백5십만 년 된 두개골과 더불어 두개골 파편, 턱뼈, 이빨 그리고 다리뼈와 팔뼈로 대표되는 약 6백만 년 전의 오로린 투게넨시스(Orrorin tugenensis), 5백2십만 년에서 5백8십만 년 전 사이의 아디피테쿠스 카다바(Ardipithecus kadabba), 약 4백4십만 년 전의 아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 4백2십만 년에서 3백9십만 년 전 사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Australopithecus anamensis) 같은 최근에 밝혀진 몇몇 형태가 있다. 가장 광범위하고 유용한 정보가 담긴 초기 화석으로는 약 3백5십만 년 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가 있었다 [이 장의 첫머리에 소개한 사진을 참조하라].


이들에게서 “원시적” 또는 조상형질이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러한 형태가 사람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플라티오프스는 좀 덜하지만] 이들은 얼굴 아래쪽이 눈보다 더 돌출해 있고, 상대적으로 큰 송곳니에, 다리보다 상대적으로 긴 팔, [약 400cc 용량의] 작은 뇌, 그리고 [이들이 나무에 기어 올라갔음을 시사하는] 손가락과 발가락의 굽은 뼈를 가졌다. 하지만 골반과 뒷다리의 구조는 아나멘시스와 아파렌시스가 이족보행을 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사실, “화석화된” 발자국이 탄자니아(Tanzania)의 아파렌시스가 발견된 장소 근처에서 화산재로 형성된 암석 위에서 발견되었다.



그림 4.13 화석기록에 나타난 명명된 호미닌 분류군의 대체적인 존재 시기. 시간 범위는 연대 측정된 화석의 시간 범위 또는 소수 표본으로 알려진 분류군의 추정 시기의 범위를 가리킨다. [After Wood 2002.]



선신세(Pliocene epoch, 鮮新世) 후기와 홍적세(Pleistocene epoch, 洪積世) 초기에 살았던 아파렌시스 이후에 출현한 호미닌 종의 수와 이들 사이의 계통관계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림 4.13]. 이 분야의 권위자 대부분은 호미닌 종이 당시 매우 다양했다는 데 동의한다. 파란트로푸스(Paranthropus) 같은 “강인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 원인 혈통으로 알려진 세 종의 명명된 호미닌은 커다란 어금니와 작은 어금니 그리고 강력한 씹기에 적합한 여러 형질을 가졌는데, 이들은 아마도 덩이줄기나 단단한 식물을 먹었으리라 추측된다. 강인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 원인은 석기(石器)를 만들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석기가 2백6십만~2백30만 년 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날 인류의 계보에 아무 기여도 못한 채 멸종했다. 좀 더 날렵한 형태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는 일반적으로 아파렌시스에서 유래했다고 생각되었지만, [약 450cc 정도의] 더 큰 뇌용량을 가지는데 이것은 이들 아프리카누스가 아파렌시스보다 더 큰 뇌를 가졌음을 뜻한다 [그림 4.14B4.14C]. 아프리카누스의 파생형질 가운데 일부는 강인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 원인과 닮았으므로, 이들 호미닌은 현대 인류의 직접적 계보 선상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림 4.14 침팬지와 일부 호미닌 화석 두개골의 전면과 측면을 재구성한 그림. (A) 침팬지인 Pan troglodyte. 커다란 송곳니, 낮은 이마, 돌출된 얼굴, 그리고 [눈 위의 뼈가 융기한 부분인] 눈두덩에 주목하라. (B)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침팬지와 같은 형질이 일부 뚜렷하게 나타난다. (C)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는 더 작은 송곳니와 높은 이마를 가졌다. (D) 호모 하빌리스. 이전 형태보다 얼굴 돌출이 줄었고 두개골이 더 둥글어졌다. (E) 호모 에렉투스. 훨씬 더 수직으로 된 얼굴과 둥근 이마에 주목하라. (F)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 두개골 뒤쪽이 호모 에렉투스보다 더 둥글고 뇌용량이 더 커졌다. [A, B after Jones et al. 1992; C~F after Howell 1978.]



사람속(genus Homo)으로 흔히 지정되는 가장 초기의 화석은 [선신세 후기와 홍적세 초기에 해당하는] 1백9십만 년에서 1백5십만 년 전 사이의 호미닌 화석이다. 원래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라고 불린 호미닌은 몇몇 연구자가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르가스터(Homo ergaster), 호모 루돌펜시스(Homo rudolfensis) 같이 둘 또는 심지어 세 종으로 지정할 정도로 매우 다양하다. [넓은 의미에서] 호모 하빌리스는 재발견된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의 전형(典型)이지만 [그림 4.14D],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으로 지정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Wood and Collard 1999]. 가장 오래된 표본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와 매우 비슷하며, 좀 더 최근 것이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초기 형태와 가깝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비교했을 때 호모 하빌리스는 [610cc에서 거의 800cc에 달하는] 더 큰 뇌용량, 더 평평한 얼굴, 더 짧아진 치열(齒列) 등에서 오늘날 인류와 거의 상당히 닮았다. 팔다리에는 나무타기 능력이 있었으리라 추측되는 유인원과 비슷한 부분이 남아 있었지만, 다리와 발 구조는 이들의 이족보행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 원인보다는 사람에 거의 가까움을 가리킨다. 호모 하빌리스는 [올두완 기술(Olduwan technology)로 언급되는] 석기와 연관되어 있으며 잘린 흔적이 있는 동물 뼈와 호미닌 활동의 다른 징후와도 관련되어 있다 [Potts 1988].


1백6십만 년에서 약 20만 년 전 사이의 후기 호미닌 화석은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로 불린다. 연구자 대부분은 하빌리스, 에렉투스 그리고 사피엔스가 단일 진화 혈통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측면에서 홍적세 중기 이후의 에렉투스는 두개골, 후두개(喉頭蓋)의 해부 구조, 그리고 이들의 행동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에서 확실히 오늘날 인류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진다. 두개골은 둥글고, 얼굴은 초기 형태보다 덜 돌출했으며, 이빨은 더 작고, 뇌용량은 더욱 커져서 평균 1,000cc에 달하며, 이러한 형질은 시간이 흐르면서 명백히 증가하고 있다 [그림 4.14E]. 적어도 1백만 년 전에 [아마도 1백7십만 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시기에]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퍼져, 중국과 자바(Java)를 향해 동쪽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들이 활동하던 전 영역에 걸쳐서 에렉투스는 호모 하빌리스의 올두완 도구보다 더욱 다양하고 정교한 아슐리안 문화(Acheulian culture)라 불리는 석기와 관련되어 있다. 불의 사용은 50만 년 전에 널리 퍼졌다.


호모 에렉투스는 40만 년에서 30만 년 전 사이에 시작된 일반적으로 “고대 호모 사피엔스” 라 불렸던 형태로 분류된다. 사피엔스의 역사 동안 평균 뇌용량은 20만 년 전의 1,175cc에서 오늘날 평균인 1,400cc로 증가했다. 홍적세 중기의 “고대 사피엔스”는 홍적세 후기에 출현한 “해부학적인 현대 사피엔스”와 상대적으로 일부 측면에서만 차이가 있다. 고대 호모 사피엔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개체군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으로, 일부 학자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neanderthalensis)라는 별개의 종으로 구분한다. 네안데르탈인은 밀도가 큰 뼈, 두꺼운 두개골, 그리고 돌출된 눈썹을 가졌다 [그림 4.14F]. 하지만 구부정한 짐승이라는 오늘날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은 확실히 똑바로 서서 걸었고, 현대 인류의 뇌만큼 크거나 또는 [최대 1,500cc에 달하는] 더 큰 뇌를 가졌으며, [무스테리안 문화(Mousterian culture)라 불리는] 다양한 석기를 포괄하는 매우 정교한 문화를 가졌고, 아마도 죽은 자를 위한 의례적인 매장을 치렀으리라 생각된다. 이들의 유물은 약 12만 년에서 30만 년 전에 걸쳐 널리 나타난다.


해부학적으로 오늘날 인류와 사실상 구분할 수 없는 “현대 사피엔스”(modern sapiens)는 다른 곳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약 17만 년 전에 최초로 출현했다. 오늘날 인류의 활동 지역은 역사를 통틀어 시기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중동 지역에서 네안데르탈인과 겹치지만, 약 4만 년 전 “현대 사피엔스”는 유럽에서 갑자기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했다. 6장에서 살피겠지만, 현대 사피엔스가 이종교배(interbreeding, 異種交配) 없이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한] 고대 사피엔스를 대체했다는 증거, 즉 이들 두 혈통이 별개의 생물학적 종이었다는 증거가 있다. * 1만2천 년 전 또는 그보다 더 이른 시기쯤에는 오늘날 인류는 동북아시아에서 베링육교(Bering Land Bridge)를 거쳐 북아메리카 북서부로 퍼져 나갔으며, 빠르게 아메리카 전역으로 이동했다.


* 사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Denisovan) 같은 호미닌 유전체 분석 연구로 이들 고대 인류와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 이종교배가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상부 구석기” 문화(Upper Paleolithic culture, 上部舊石器文化)는 약 4만 년 전에 출현했다. 유럽에서 연속적으로 출현한 몇몇 문화 “스타일” 가운데 가장 초기 형태인 오리냐크 문화(Aurignacian culture)는 무스테리안 문화보다 더욱 다양하고 정교한 석기가 특징이다. 더욱이, 이 문화는 단순히 실용적인 것 그 이상이었는데, 예술, 자기 장식(self-adornment), 그리고 신화적∙종교적 믿음이 3만 5천 년 전 이후부터 점점 뚜렷해졌다. 엄청나게 증가한 인구밀도(人口密度)의 원인이자 인간 활동으로 지구를 변모케 한 농업은 약 1만 1천 년부터 있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만일 있다면] 이러한 문화적 진보가 이성, 상상력 그리고 의식 능력에서 일어난 유전적 변화와 연관되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이것이 뇌 크기의 증가나 다른 해부학적 변화와 함께하지는 않는다.


호미닌 진화를 통틀어 서로 다른 호미닌 형질은 [“모자이크” 진화로서] 서로 다른 속도로 진화했다. 평균적으로 뇌 크기는 [또는 뇌용량은] 일정한 속도는 아니지만 호미닌 역사를 통틀어 증가했으며, 아파렌시스, 아프리카누스, 에렉투스, 사피엔스를 거치면서 이빨, 얼굴, 골반, 손 그리고 다리와 같은 많은 다른 형질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있었다. 명명된 형태 사이의 분류학적 구분이 매우 모호하다는 사실은 호미닌 형질의 모자이크 진화와 점진적 진화를 증명한다. 많은 쟁점이 아직 미해결 상태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확실히 기록되어 있다. 바로, 오늘날 인류는 유인원과 유사한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


왜 이런 변화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제공하는 이점은 무엇인지는 많은 추정이 필요하지만, 증거는 매우 적다 [Lovejoy 1981; Fedigan 1986]. 현재 존재하는 증거는 간접적이며, 다른 영장류, 오늘날의 문화 그리고 해부학과 유물을 연구해서 얻은 추론으로 대부분 이루어졌다.


직립자세와 이족보행은 인간의 조건으로 향하는 첫째로 중대한 기록된 변화이다. 이에 대한 그럴듯한 가설은 이족보행이 손을 자유롭게 해서 음식을 사회적 단위, 특히 개체의 배우자와 자손에게 음식을 건넬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음식 공유는 모처가족(matrilocal family, 母處家族)와 “우정” 등을 포함한 복잡한 사회 구조를 가진 침팬지에서도 나타난다. 침팬지 또한 견과류를 깰 때 사용하는 돌과 나무 망치와 흰개미 둥지에서 개미를 낚는데 사용하는 잔가지 같은 다양한 단순한 도구를 만들고 사용한다. 더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더 큰 지성과 뇌 크기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윈을 비롯한 많은 연구자는 양육을 어떻게 하는지 배우고, 다른 집단 구성원과의 협력적 연락을 형성하고, 사회적 교환에서 사기꾼을 가려내고, 집단 내 또는 집단 사이에서 자원에 대해 경쟁하는 것과 같은 사회 작용이 지능, 학습 그리고 의사소통에 선택적 이점을 부여했고, 따라서 더 높은 지능과 더 큰 뇌를 선택하게 했음을 강조했다.


4.4 계통과 화석기록


현존하는 분류군 사이의 계통관계를 추론할 때 우리는 특정 분류군이 다른 것보다 가장 최근 공통조상을 공유한다고 결론 내린다. 만일 그러한 진술이 옳다면 계통분석으로 추론한 분류군 기원의 상대적 시기와 화석기록에 나타난 이들 분류군의 상대적 출현 시기 사이에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화석기록의 불완전함 때문에 이러한 일치가 불완전하다고 예상할 수 있는데, 먼 과거에 기원한 어떤 분류군이 단지 최근 퇴적층에서만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혈통이 초기에 분지해 떨어져 나갔지만, 먼 훗날까지도 이들 사이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는 형질을 획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단궁류 분기군은 다른 파충류에서 분기하고 나서 훨씬 이후까지도 포유류의 특징적 형질을 획득하지 않았다.



그림 4.15 돌좀목(order Archaeognatha)의 현존하는 좀벌레. 현존하는 곤충 목 가운데 좀벌레는 조상 절지동물류의 걷는 다리에서 파생한 배마디의 배쪽 면에 나 있는 흔적 다리 같은 가장 원시적인 특징을 가진다. [After CSIRO 1991.]



그럼에도, 계통 분지 순서와 화석기록에서 이들 분류군이 출현하는 순서는 전체적으로 매우 일치한다. 단지 현생종을 계통분석함으로써 우리는 포유류의 서로 다른 목의 공통조상, 포유류와 “파충류”의 공통조상, 이들 분류군과 양서류의 공통조상, 그리고 모든 사지동물류와 [육기아강(subclass Sarcopterygii, 肉鰭亞綱)의 구성원인] 육기어류의 공통조상이 순서대로 더 오래되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이들 분류군이 화석기록에 출현하는 순서는 계통과 잘 들어맞는다. 이러한 놀라운 일치의 예가 바로 조상 곤충의 기본 “신체 설계”를 대표한다고 오랫동안 간주된 날개 없는 곤충인 돌좀목(order Archaeognatha)의 구성원인 좀벌레(bristletail)다 [그림 4.15]. 최근에 화석 좀벌레가 데본기 초기 퇴적층에서 발견됐다. 이것은 알려진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 곤충으로 좀벌레는 다른 곤충 목보다 계통적으로 훨씬 기본형이라고 가정할 수 있을 만큼 오래되었다.


계통관계는 멸종한 종에서 얻은 정보로 종종 명료해질 수 있다 [Donoghue et al. 1989]. 일부 형질은 많이 변형되어 있어서 진화적 변형을 추적하거나 심지어 상동을 결정하기조차도 어렵다. 화석은 중요한 잃어버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몇몇 연구자는 포유류와 조류가 자매 분류군이라고 가정했지만, 포유류를 닮은 파충류와 공룡을 닮은 조류의 화석기록으로 이러한 가정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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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1)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3)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4)


4.2 화석기록


어떤 지역에서는 화석기록의 일부 단편으로 자세한 진화 역사를 알 수 있으며, 딱딱한 껍질을 가진 풍부한 플랑크톤성 원생생물(原生生物) 같은 생물군 일부는 예외적으로 좋은 화석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화석기록은 대체로 매우 불완전하다 [Jablonski et al. 1986]. 결과적으로 많은 종과 상위 분류군의 기원은 [화석으로] 잘 기록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그러한 기원을 발견할 가능성도 매우 낮아서 유익한 기록을 얻기 위해서는 어쨌든 운이 좋아야 한다.


그러한 기록이 드문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연약하거나, 단단한 부분이 없거나, 부패가 빨리 일어나는 습한 삼림 같은 환경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좀처럼 화석화되기 어려운 종이 많이 있다. 둘째, 퇴적층은 일반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아주 가끔 형성되므로 전형적으로 이 퇴적층에는 그 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식했던 종 가운데 일부만 포함된다. 셋째, 화석이 발견되려면 화석을 포함한 퇴적물은 먼저 바위로 굳어져야 하며, 이 바위는 침식, 변성 또는 섭입을 겪지 않고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해야 하며, 나중에 노출되어 고생물학자가 접근 가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진화적 변화가 해당 시기에 형성된 지층이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그 지역 이외 어딘가에서 새로운 특성을 진화시킨 어떤 종이 그 지역으로 이주하고 난 다음, 완전히 형성된 그 지역의 화석기록에 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 2만 5천 개의 연구된 화석 종은 과거에 살았던 종의 1%도 대표하지 못한다. (1) 많은 지질학적 시기가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단지 소수의 퇴적층으로만 대표되고, (2) 많은 혈통이 매우 긴 시기에 걸쳐 존재했을지라도 단지 매우 폭넓게 구분된 [지질학적] 시간 간격에서만 대표될 뿐이며, (3) 멸종한 거대하고 눈에 잘 띄는 멸종한 생명체의 종(種)만 단지 하나 또는 소수 표본으로 알려지고, (4) 새로운 화석 분류군이 꾸준한 속도로 발견되는 이유를 근거로 우리는 화석기록이 매우 불완전함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은 많은 생명체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우리가 화석기록에 묻는 가장 기초적인 질문 두 가지는, 첫째, 그것이 변형된 유래라는 진화적 변화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는가, 둘째, 다윈이 제안한 것처럼 진화는 점진적인가이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예에서 나타나듯이 명백히 “그렇다”이다. 그러나 화석기록이 점진적 변화에 대한 많은 예를 제시한다고 해도, 우리는 어떤 특성이 광범위한 불연속적 변화로 진화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2.1 종 내에서의 진화적 변화



그림 4.3 여덟 혈통의 삼엽충류에서 늑골의 평균 개수 변화. 불규칙적이지만 대체적으로 점진적인 변화가 대부분 혈통에서 보인다. [After Sheldon 1987.]



상세하고 연속적인 퇴적층 기록은 단지 짧은 지질학적 시간 범위 동안만 있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런 기록 가운데 일부는 하나의 진화하고 있는 혈통, 즉 단일 종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역사를 보존해왔다. 그러한 많은 경우에서 형질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Levinton 2001]. 예를 들어,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period)의 삼엽충류 여덟 혈통은 외골격의 등 뒷부분에 있는 늑골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4.3; Sheldon 1987].



그림 4.4 Gasterosteus doryssus라는 큰가시고기 화석에서 나타나는 형질의 평균치 변화. 다섯 가지 형질 가운데 등지느러미줄(dorsal fin ray) 수[그림에서 (A)]를 포함한 세 가지 형질에서 독립적이며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척주(dorsal spine, 脊柱)의 개수[그림에서 (B)]는 갑작스러운 값의 변화를 나타내는 두 형질 가운데 하나다. 값은 11만 년의 기간을 5천 년 간격으로 나눠 표시이다. [After Bell et al. 1985; photo courtesy of M. Bell.]



마이클 벨(Michael Bell)과 그의 동료는 11만 년 동안 해마다 쌓인 층에서 발견된 큰가시고기의 일종인 Gasterosteus doryssus의 중신세(Miocene epoch, 中新世) 화석을 매우 상세히 연구했다 [Bell et al. 1985]. 그들은 평균 5천 년 단위로 나눈 층에서 표본을 채취했다. 그들이 연구한 형질 가운데 세 가지가 대체로 독립적이며 점진적으로 변했다 [그림 4.4A]. 이들 형질 가운데 두 가지가 또한 어느 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변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개체군의 멸종, 그리고 명백히 다른 종인 서로 다른 형질을 가진 새로운 개체군의 유입으로 발생했다 [그림 4.4B]. 표본 사이의 5천 년 간격은 정상적인 인간 기준으로는 긴 시간이지만, 지질시대 기준으로는 몹시 세밀한 척도다.


4.2.2 상위 분류군의 기원


이 절에서는 지질시대의 오랜 기간 동안 나타난 상위 분류군의 기원과 같은 몇 가지 대진화적 변화 사례가 소개된다. 이러한 예는 2장에서 소개한 상동, 기능에 따른 구조의 변화, 모자이크 진화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원리를 설명한다. 게다가, 이러한 예시는 화석기록이 대진화를 기록할 수 없다는 반진화론자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준다. 생물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예로 그 주장을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 4.5 화석은 진화가설을 확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 호박 안에서 화석화된 Sphecomyrma freyi는 오늘날 개미와 개미의 기원이라고 생각되는 말벌 사이의 틈을 잇는 백악기 중기의 개미다. (B) 스페코미르마(Sphecomyrma)의 형질과 일치하는 이전에 가정된 개미 조상의 형질. [A courtesy of E. O. Wilson; B after Wilson et al. 1967.] *


* [용어설명] extrusible sting, 사출 가능한 침; metapleural gland, 후늑막분비선(後肋膜分泌腺); double tibial spurs, 이중 경골돌기(二重硬骨突起); tarsal claws toothed, 톱니 모양의 발톱; tripartite trunk, 세 분절의 몸통.



일부 사례를 보면 시간에 따른 일련의 분류군에서 많은 형질의 변화가 있었음이 나타난다. 다른 사례에서는 오직 하나 또는 소수의 핵심적인 중간형태만 존재한다. 그러한 경우라도 조상형질상태와 파생형질상태에 대한 계통적 이해를 근거로 몇몇 중요한 형질은 예측 가능하므로, 심지어 화석이 발견되기 전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중간화석을 분류군의 기원에서 전이단계로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윌슨(E. O. Wilson), 카펜터(F. M. Carpenter), 브라운(W. L. Brown) 등은 현존하는 개미의 원시 종(種) 및 이들과 계통적으로 연관된 말벌 과(科)를 비교한 것에 기초하여 개미의 조상이 어떤 형질을 가졌어야 했는지를 가정했다. 그들의 가설이 발표된 후 몇 년 뒤에 이전에 알려진 화석 개미보다도 더 오래된 백악기의 개미가 호박 안에 보존된 채로 발견되었는데, 이 화석 개미의 모든 형질은 예측된 형질과 맞아떨어졌다 [그림 4.5].


양서류의 기원. 육기아강(subclass Sarcopterygii, 肉鰭亞綱) 또는 총기어류(lob-finned fishes, 總鰭漁類)는 약 4억 8백만 년 전인 데본기(Devonian period) 초기에 출현했다. 여기에는 리피디스티아(Rhipidistia) 같은 멸종한 생물군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일부 생명체인 폐어와 실러캔스도 포함되어 있다 [그림 4.6A~C]. 리피디스티아류는 몇 개의 큰 뼈로 골격을 이루는 두툼한 쌍지느러미뿐만 아니라 꼬리지느러미를 가졌다 [그림 4.6A]. 두개(頭蓋)는 두 개의 움직일 수 있는 단위로 구성되며 측선관(側線管)을 가진 진피골(眞皮骨)로 둘러싸였다 [그림 4.6C]. 몇몇 두개골 뼈와 아래턱을 이루는 몇 개의 뼈에서 솟아난 이빨은 독특한 내부 구조를 가졌다. 리피디스티아류는 아가미와 폐를 모두 가졌다.



그림 4.6 (A~C) 사지동물류의 기원인 총기어류 [또는 리피디스티아류] 분류군의 구성원인 유스테노프테론(Eusthenopteron). (A) 골격과 재구성된 윤곽. (B) 배지느러미(pelvic fin)와 골반대(pelvic girdle, 骨盤帶)의 골격. (C) 두개골 배면도. 점선은 측선계(側線系)와 연관된 관(canal, 管)이다. (D~F) 데본기 미치양서류(labyrinthodont amphibians, 迷齒兩棲類)인 익티오스테가(Ichthyostega). [그림 (E)에서] 이 양서류의 다리와 골반대가 잘 발달하였더라도, [그림 (F)에 나와 있는] 두개골 특징과 같은 많은 형질이 리피디스티아류와 매우 비슷하다. 익티오스테가의 주둥이가 상대적으로 더 길며, [그림 (C)에서 “o”로 표기한 뼈처럼] 리피디스티아의 덮개뼈(opercular bone 또는 operculum) 대부분이 이 양서류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두 동물의 두개골은 매우 비슷하다. 비교를 위해 표시된 뼈는 다음과 같다: j, 광대뼈; l, 눈물뼈; o, 덮개뼈; p, 마루뼈; pm, 앞위턱뼈; po, 후안와뼈(後眼窩-); pp, 뒷마루뼈; prf, 앞이마뼈; qj, 방협골(方頰骨); sq, 측두린(squamosal, 側頭鱗); st, 위관자뼈; t, 판상골(tabular 또는 osspleniale, 板狀骨). [A, B after Andrews and Westoll 1970; C after Moy-Thomas and Miles 1971; D after Jarvik 1955; E after Coates and Clack 1990; F after Jarvik 1980.] *


* [용어설명] radial, 방사골(放射骨); pelvic girdle, 골반대(骨盤帶); pectoral girdle, 흉대(胸帶); intermedium, 중간골(中間骨); fibula, 종아리뼈; femur, 넓적다리뼈; tibia, 정강이뼈; fibulare, 비부골(腓附骨).



데본기 후기 무렵의 그린란드(Greenland)에서 출현한 최초의 거의 완벽한 양서류는 [예를 들어, 그림 4.6D~F의 익티오스테가(Ichthyostega) 같은] 익티오스테가류다. 거의 모든 면에서 이 동물은 꼬리지느러미, 두개, 진피성 두개골의 뼈와 측선관(側線管), 이빨의 구조와 분포 등에서 리피디스티아류와 같은 형질을 가졌다. 주요 차이점은 이들 양서류가 더 큰 흉대와 골반대를 가졌으며 [그림 4.6A4.6E 비교], 충분히 발달한 사지동물의 팔다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익티오스테가류의 몸쪽 사지뼈는 리피디스티아류와 직접적으로 상동이며 형태가 비슷하지만 [그림 4.6A4.6E를 비교], 거의 완벽한 손발가락을 가졌다. 익티오스테가류는 수상생활을 했으며, 다섯 개 이하의 손발가락을 가진 거의 모든 후기 사지 척추동물류와는 달리 다양하고 더 많은 손발가락을 가졌다 [Clack 2000a]. 익티오스테가류와 후기 양서류를 연결하며 땅 위를 걷는 데 더 적응한 다섯 발가락의 발을 가진 육상 생명체가 익티오스테가류가 발견된 퇴적층보다 약 1천3백만 년 더 늦은 퇴적층에서 발견되었다 [Clack 2000b]. 익티오스테가류는 [양서강(class Amphibia, 兩棲綱)과 사지동물상강(superclass Tetrapoda, 四肢動物上綱) 또는 네 다리를 가진 포유동물 같은] 주요 상위 분류군의 기원에 관한 매우 좋은 예를 제공한다. 리피디스티아류에서 익티오스테가류로의 전환은 [두개골과 이빨보다 더 빨리 진화한 팔다리 같은] 모자이크 진화와 [이 동물의 다리가 총기어류와 후기 양서류의 중간형태라는 점에서] 개별 형질의 점진적 변화로 두드러진다.


조류의 기원. 오늘날에는 조류의 기원을 연구한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조류가 공룡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얼마 전에도 [최근까지 조류강에 놓였던] 조류는 깃털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발견된 놀라운 많은 화석 때문에 조류와 공룡 사이의 구분은 모호해졌다 [Chiappe and Dyke 2002; Xu et al. 2003].



그림 4.7 깃털 달린 공룡에서 조류로. (A) 약 1억 4천 년 전 백악기 초기에 살았던 깃털 달린 공룡인 Microraptor gui. 이 표본은 공룡 조상에서 조류로의 진화에 관한 우리의 지식 확장에 최근 지대한 도움이 된 중국의 화석 동물상에서 발굴했다. 앞다리와 뒷다리 뒤쪽의 긴 깃털에 주목하라. (B) 날개 깃털과 양쪽의 깃털 달린 긴 꼬리를 가진 조류의 초기 예로 잘 보존된 시조새 표본인 Archaeopteryx lithographica. 이 화석은 독일에서 발굴되었다. [A from X. Xu et al. 2003; B photo © Tom Stack/Painet, Inc.]



그림 4.8 (A) 아케오프테릭스, (B) [비둘기 같은] 현대 조류, (C) 수각류 공룡인 데이노니쿠스(Deinonychus)의 골격 특징. 아케오프테릭스와 비교했을 때, 오늘날의 새는 (1) 융합된 뼈로 이루어진 확장된 두개(頭蓋), (2) 손의 손가락이 융합해서 세 손가락으로 감소, (3) 골반뼈와 척추뼈가 단일 구조로 융합, (4) 꼬리 척추뼈가 감소하고 몇몇은 융합함, (5) 매우 확장된 용골형 가슴뼈(keeled sternum, 龍骨型-), 그리고 (6) 흉곽(胸廓)을 튼튼하게 지지하는 수평돌기(水平突起)와 같은 특징을 가진다. 수각류 공룡은 아케오프테릭스와 많은 형질을 공유하는데, 아마도 다리 구조가 이 그림에서는 가장 분명할 것이다. [A, B after Colbert 1980; C after Ostrom 1976.]



그림 4.9 아케오프테릭스와 후기 조류 사이의 가설관계 그리고 [연속적으로 파생된 분기군의 숫자와 이름으로 표시된] 파생형질 일부의 기원을 나타낸 수각류 공룡 일부 분류군의 계통. (1) 수각아목의 속이 텅 빈 긴 뼈, 세 발가락 손, 위로 올라간 첫 번째 발가락; (2) 네오테타누래(Neotetanurae)의 초승달 모양 손목뼈; (3) 실루로사우리아(Coelurosauria)의 확장된 가슴뼈; (4) 실루로사우루스류인 시노사우로프테릭스(Sinosauropteryx)의 작은 외피 깃털 [열린 원으로 표시]; (5) 일부 마니랍토라(Maniraptora)에서 나타나는 날개형 깃털; (6) 4날개를 가진 Microraptor gui와 같은 드로매오사우루스류(dromaeosaurs)를 포함한 파라베스(Paraves)의 발에 있는 낫 모양의 발톱; (7) 아케오프테릭스와 같은 조류의 마주 잡을 수 있는 [첫 번째] 뒷발가락; (8) 더욱 “발전된” 조류인 오르니투래(Ornithurae)의 융합된 척추가 있는 짧은 꼬리. (9) “진정한” 조류인 유오르니테스(Euornithes)의 가슴 용골(breast keel)과 이빨 및 발톱의 최종 소실. 두꺼운 선은 화석기록이 풍부함을 뜻한다. [After Sereno 1999; Chiappe and Dyke 2002; Prum 2003.]



역대 가장 유명한 비소실 고리(non-missing link) 가운데 하나로 최초로 발견된 중간형태는 시조새로 알려진 아케오프테릭스(Archaeopteryx)로 독일의 상부 쥐라기 층(Upper Jurassic strata)에서 발견되었다 [그림 4.7B]. 아케오프테릭스는 비행에 적합한 오늘날 조류 골격의 많은 변형 가운데 단지 일부만을 가졌다 [그림 4.8A4.8B]. 대신, 이 동물은 비행이 가능한 깃털을 가진 소형 수각류 공룡을 매우 많이 닮았다 [그림 4.8C].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발견된 화석에는 몸이 작은 깃털로 뒤덮인 수각류 공룡인 시노사우로프테릭스(Sinosauropteryx), 손과 꼬리에 길고 [비행을 위한?] 넓은 깃털을 가진 코디프테릭스(Caudipteryx), 그리고 팔다리에 날개깃을 가진 기이한 4날개 공룡인 Microraptor gui가 포함되어 있다 [그림 4.7A]. 아케오프테릭스와 조류의 독특한 공유파생형질은 더 이상 깃털이 아니라 단지 이들의 마주 보는 뒷발가락이다 [그림 4.9의 7]! 속이 텅 빈 사지뼈처럼 오늘날 조류의 깃털 일부는 아케오프테릭스가 출현하기 오래전에 수각류에서 진화했으며 [그림 4.9의 1], 꼬리 척추뼈의 융합 같은 다른 형질은 [그림 4.9의 8에 나와 있는 콘푸키우소르니스(Confuciusornis)처럼] 나중에 진화했다. 나중에, 조류의 한 아군(subgroup, 亞群)에서 현생 조류의 전형인 용골형 가슴뼈, 이빨의 소실, [그림 4.9의 9처럼] 손에서 발톱이 소실한 것과 같은 형질이 진화했다.


수각류의 속이 텅 빈 뼈나 [아마도 깃털에 단열(斷熱) 기능이 있더라도] 시노사우로프테릭스의 몸 깃털이 적응 기능인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히 이들 깃털은 변형된 형태에서 나중에 비행에 유용하게 되었다. [속이 빈 뼈는 하중을 줄이며 일부 깃털은 날개 모양으로 변형되었다.] 이러한 형질은 기능의 진화적 변화와 훗날 우연히 다른 유용한 역할을 하게 된 형질의 획득이라는 “전적응”(前適應)의 예를 제공한다 [11장 참조].


포유류의 기원. 가장 초기의 양막류로부터 포유류의 출현은 주요 분류군의 진화에서 가장 충분히 화석으로 기록된 예 가운데 하나다 [그림 2.4 참조; Kemp 1982; Sidor and Hopson 1998]. 비록 털과 젖샘 같은 현존하는 포유류의 일부 형질이 화석화되지 않더라도, 포유류는 확인 가능한 골격 특징을 가진다. 예를 들어, 파충류의 아래턱은 몇 개의 뼈로 이루어졌지만, 포유류의 턱은 치골(齒骨)이라는 한 개의 뼈로만 이루어졌다. 수궁류 공룡의 턱관절이 관절뼈와 방형골(方形骨) 사이에 있는 것과는 달리, [가장 초기의 포유류를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포유류의 초창기 턱관절은 치골과 측두린골(側頭鱗骨) 사이에 존재한다. 초기 양막류는 소리를 전달하는 하나의 등자뼈를 가졌지만, 포유류는 중이(中耳)에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 이렇게 세 개를 가진다. 사지동물류 대부분은 뾰족돌기가 하나 있는 가지런한 이빨을 가졌지만, 포유류의 이빨은 앞니, 송곳니 그리고 뾰족돌기가 여럿 난 작은 어금니와 어금니로 분화되었다. 대부분의 포유류와 파충류를 구별 짓는 다른 형질에는 확장된 두개, 눈구멍 뒤쪽의 확장된 측두창(側頭窓), 그리고 구강(口腔)과 호흡 통로를 나누는 2차구개(二次口蓋)가 있다.



그림 4.10 초기 단궁류에서 초기 포유류로 진화하는 일부 단계에서 나타나는 두개골. (A) 반룡(pelycosaur, 盤龍)인 합토두스(Haptodus). 측두창[f], 아래턱의 많은 뼈, 뾰족돌기가 하나 있는 이빨, 그리고 관절뼈/방협골[art/q]의 턱관절에 주목하라. (B) 초기 수궁류인 비아르모수쿠스(Biarmosuchus). 확장된 측두창에 주목하라. (C) 초기 견치동물(cynodont, 犬齒動物)인 프로시노수쿠스(Procynosuchus). 두개(頭蓋)의 세로 방향 쪽과 광대뼈[j]와 측두린[sq]에 의해 형성된 외측궁(lateral arch, 外側弓) 사이에서 측두창이 공간을 형성한다. 확장된 치골[d]에 주목하라. (D)후기 견치동물인 트리낙소돈(Thrinaxodon). 뾰족돌기가 여러 군데 있는 뒤쪽 어금니, 커다란 위아래 송곳니, 강한 턱 근육이 붙어 있으며 수직으로 매우 확장된 치골에 주목하라. (E) 진보한 견치동물인 프로바이노그나투스(Probainognathus). 어금니에 뾰족돌기가 여러 군데 있으며, 아래턱은 관절뼈[art], 각하골(surangular, 角下骨)[sa] 그리고 치골의 후부돌기에 의해 측두린과 연결됐다. (F) 모르가누코돈(Morganucodon)은 거의 포유류다. [안쪽의 뾰족돌기를 포함해] 뾰족돌기가 여러 군데 난 어금니와 치골 관절구(dentary condyle, 齒骨關節丘)[dc]와 측두린[sq]을 관절로 잇는 아래턱의 이중 관절에 주목하라. [After Futuyma 1995; based on Carroll 1988 and various sources.] *


* [용어설명] single-cusped (single-point) teeth, 뾰족돌기가 하나 있는 이빨; maxilla bone, 턱뼈; braincase, 두개(頭蓋); temporal fenestra, 측두창(側頭窓), dentary, 치골(齒骨); cusp, 뾰족돌기; squamosal, 측두린(側頭鱗); articulation, 관절(關節).



첫 양막류가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 石炭紀) 때 출현한 이후 곧바로 눈구멍 뒤쪽의 열린 측두창을 특징으로 하는 분류군인 단궁강(class Synapsida, 單弓綱)이 출현했는데, 이 해부적 구조는 수축할 때 확장된 턱 근육이 확대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림 4.10A]. 측두창은 후기 단궁류(synapsids, 單弓類)에서 더욱 확장되었다 [그림 4.10B~D].


수궁목(order Therapsida, 獸弓目)인 페름기(Permian period) 단궁류는 커다란 송곳니를 가지며 [그림 4.10] 구개(口蓋) 중앙이 오목하게 들어갔는데, 이것은 호흡 통로가 부분적으로 구강과 분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뒷다리는 파충류보다는 포유류와 비슷하게 다소 수직으로 되어 있다.


페름기 후기에서 삼첩기(Triassic period, 三疊紀) 후기까지 살았던 견치수궁류(cynodont therapsids, 犬齒獸弓類)는 포유류의 몇 단계를 대표한다. 두개골 뒤쪽은 눌려있어서 개와 비슷한 외모가 되었으며 [그림 4.10C4.10D], 치골은 아래턱의 다른 뼈보다 상대적으로 확장되었고, 어금니의 뾰족돌기가 하나의 열을 이뤘으며, 경골성 판(bony shelf, 硬骨性板)이 일부 견치류에서는 불완전했지만 다른 견치류에서는 완전한 2차구개를 형성했다. 방형골은 이전 형태보다 더 작고 더 느슨했으며 측두린의 구멍에 있었다.


삼첩기 중기와 후기에 살았던 진보된 견치류에서 어금니의 뾰족돌기가 일렬로 배열했을 뿐만 아니라, 어금니의 안쪽에도 뾰족돌기가 있었다 [그림 4.10E]. 이것은 포유류 어금니에 복잡한 뾰족돌기 양식 역사의 시작이었으며, 이러한 어금니는 서로 다른 혈통에서 서로 다른 먹이를 씹도록 변형되었다. 아래턱에서는 두개골이 예전의 관절뼈/방형골과 관절로 연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치골과 측두린 사이도 관절로 연결되었다. 이것은 조상 조건과 포유류 상태 사이의 중요한 변이를 알리는 전조다.


삼첩기 후기와 쥐라기(Jurassic period) 초기에 걸쳐 살았던 모르가누코돈(Morganucodon)은 이빨은 전형적인 포유류였다 [그림 4.10F]. 모르가누코돈은 약한 관절뼈/방형골 경첩 그리고 치골과 측두린 사이의 충분히 발달된 포유류 관절을 가진다. 관절뼈와 방형골은 귀 쪽으로 함입해 등자뼈와 함께 내이(內耳)로 소리를 전달하는 오늘날 포유류의 조건에 매우 근접했다.


쥐라기 초기의 화석으로 최근에 연구된 하드로코디움(Hadrocodium)은 모르가누코돈에서 포유류기로 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Luo et al. 2001]. 이 아주 작은 동물은 모르가누코돈과 매우 비슷하지만, 관절뼈와 방형골이 턱관절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중이에 박혔으며, 아래턱은 완전히 치골로만 구성되었다. 하드로코디움은 계통적으로 약 4천5백만 년 전 쥐라기 후기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포유류의 진정한 자매군이다.


따라서 화석기록은 [예를 들어, 자세, 이빨의 분화, 턱 근육조직과 관련된 두개골 변화, 2차구개, 중이골이 되는 요소의 감소 같은] 가장 포유류적인 형질이 점진적으로 진화했음을 나타낸다. 진화는 서로 다른 형질이 다른 속도로 “발전하는” 모자이크식이다. 어떤 새로운 뼈도 무(無)에서 진화하지 않았으며, 포유류의 모든 뼈는 “파충류” 기반군의 뼈에서 [결국, 양서류와 심지어 총기어류의 뼈에서] 변형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관절뼈와 방형골로 이것들은 다른 사지동물류에서 턱관절 역할을 하지만, 포유류에서는 소리를 전달하는 중이골이 되었다. 지난 1억 3천만 년 동안 단궁류는 점진적으로 포유류로 진화했으므로, 포유류를 인식할 수 있는 구분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포유강”(class Mammalia)의 정의는 임의적이다.


고래목의 기원. 전통적으로 고래목(order Cetacea)으로 분류되는 고래류와 돌고래류는 육상 조상에서 진화했다. 현존하는 포유류 가운데 이들과 가장 가까운 근연종은 분자 계통분석에 근거했을 때 하마로 나타난다 [Gatesy et al. 1999]. 따라서 고래류(cetacean)는 낙타, 돼지 그리고 소와 영양과 같은 반추동물류(ruminants, 反芻動物類)과 함께 짝수 발가락의 말굽을 가진 우제목(order Artiodactyla, 偶蹄目)에 포함된다.


기본적인 포유류와 비교할 때 현존하는 고래류는 수상생활에 대한 적응 때문에 매우 엄청나게 변형되었다. 모든 고래류는 귀를 감싸는 독특한 모양의 고실 소골(鼓室小骨), 두개골 위 맨 뒤쪽에 있는 콧구멍, 노(櫓) 모양의 지느러미발 안에 감싸진 뻣뻣한 팔꿈치와 손목 그리고 손가락 관절, 척주(脊柱)와 분리되었으며 [종종 뒷다리 흔적 기관과 연관된] 흔적 골반, 그리고 융합되고 분화된 [등 아래에 있는] 육상 포유류의 천추골(薦椎骨)이 없다는 점 등을 공유한다. 이빨고래의 경우에는 지방으로 된 소리 전달판이 있는 아래턱뼈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



그림 4.11 육상 우제류 조상으로부터 고래류의 진화 단계 재구성. (A) 하마를 닮은 점신세(Oligocene epoch, 漸新世)의 우제류인 엘로메릭스(Elomeryx)는 고래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는 조상 분류군을 대표한다. (B) 양서류인 암불로세투스(Ambulocetus). (C) 시신세 중기의 프로토세투스류인 로도세투스(Rodhocetus)는 독특한 우제류의 발목뼈를 가졌지만, 상당히 많은 고래 형질을 가졌다. (D) 시신세 중기와 후기 사이에 번성했던 도루돈(Dorudon)은 기능을 하지 않은 골반과 뒷다리가 오늘날 고래류보다는 더 컸지만, 오늘날 고래류의 형질 대부분을 가졌다. (E) 쥐돌고래(harbor porpoise)라고도 불리는 오늘날 생존해 있는 이빨고래인 Phocoena phocoena. 분수공(噴水孔)을 형성하는 콧구멍은 머리 위 훨씬 뒤쪽으로 후퇴했는데, 이것은 고래 두개골이 특별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A~D after Gingerich 2003 and de Muizon 2001; E art by Nancy Haver.]



필립 징거리치(Philip Gingerich), 한스 테위센(J. G. M. Hans Thewissen), 그리고 이들의 동료는 최근에 파키스탄에서 약 5천만 년부터 3천5백만 년 전까지 동안 살았던 고래류의 진화 역사를 밝혔던 시신세(Eocene epoch, 始新世) 화석을 다량 발견했다 [그림 4.11; Gingerich et al. 2001; Thewissen and Bajpai 2001; Thewissen and Williams 2002]. 이들 가운데 [5천3백만~4천8백만 년 전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파키세투스(Pakicetus)는 고래류만의 독특한 고실 소골을 가진 [아마도 물가에서 살았던] 육상동물이었다. [4천8백만~4천7백만 년 전에 살았던] 좀 더 최근의 암불로세투스(Ambulocetus)은 얕은 연안수(沿岸水) 생활에 적응했다. 이 동물은 뒷다리가 짧지만, 작은 발굽의 분리된 발가락이 있는 큰 발을 가졌다. 하악공(下顎孔)은 파키세투스류보다 컸으며, 점점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암불로세투스는 긴 턱과 다소 줄어든 돌출돌기가 있는 이빨을 가진 포식자였다. [예를 들어, 로도세투스(Rodhocetus)처럼] 4천9백만~3천9백만 년 전에 살았던 [프로토세티데과(family Protocetidae)의] 프로토세투스류는 천추골 사이의 융합이 줄어들었고, 이빨 형태는 더 단순해졌으며, 콧구멍은 주둥이 끝으로부터 훨씬 더 뒤쪽에 있었다. 프로토세투스류는 우제류의 복사뼈와 함께 발가락 끝의 작은 발굽을 가졌지만, 일부 수생 프로토세투스류의 골반과 뒷다리는 너무 작고 약해서 무게를 지탱할 수 없었다. 수상생활에 대한 완전한 적응은 약 3천5백만 년 전에 살았던 도루돈류에 속하는 [바실로사우리데과(family Basilosauridae)의] 바실로사우루스류에서 나타나는데, 이빨이 훨씬 더 단순해졌고, 콧구멍은 더 뒤로 후퇴했으며, 앞다리는 잘 구부러지지 않는 손목과 팔꿈치를 가진 노와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골반과 뒷다리는 기능이 완전히 사라졌다. 작은 골반은 척주와 분리되었고 뒷발과 뒷다리는 몸 표면에 간신히 튀어나온 형태였다. 도루돈류는 아마도 [고래의 갈라진 꼬리 같은] 수평 꼬리지느러미를 가졌으며 진실로 오늘날 고래류에서 한 발짝 물러선 단계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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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2)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3)
[번역] 『Evolution』 Ch. 4. 화석기록에 나타난 진화 - (4)



그림 4.0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의 유골. “루시”(Lucy)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유명한 표본은 유달리 완전하다. 루시 같은 화석을 연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사람 혈통의 진화 역사를 기록할 수 있다. [Photo ©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일부 진화 역사는 현존하는 생명체로부터 추론할 수 있지만, 오직 화석기록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자만이 진화 역사의 직접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다양한 현존하는 영장류 해부 구조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관찰하고,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으며, 이러한 관찰을 통해 사람 혈통에서 발생했던 변화를 추정할 수 있지만, 사람 또는 호미닌(hominin) 혈통이 대형 유인원 혈통에서 분기한 진화 역사의 세부사항을 기록하기 위해 화석을 연구해왔다. *


* 호미닌, 호미니드, 호미노이드, 호미나인과 같은 용어의 차이에 대해서는 2장에서 이미 살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앞으로 사람족(tribe Hominini)의 구성원은 호미닌(hominin), 사람과(family Hominidae)의 구성원은 호미니드(hominid), 사람상과(superfamily Hominoidea)의 구성원은 호미노이드(hominoid), 사람아과(subfamily Homininae)의 구성원은 호미나인(hominine)이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화석기록은 현존하는 후손을 남기지 않은 수많은 생명체의 존재, 멸종과 다양화에 관한 위대한 일화, 그리고 대륙과 생명체의 이동이 어떻게 이들의 현재 분포를 있게 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오직 이러한 기록을 통해서만 생명체가 출현하는 환경 조건에 대한 증거뿐만 아니라 진화적 사건에 대한 절대 시간 척도(絶對時間尺度)를 얻을 수 있다.


화석기록은 특히 중요한 두 가지 주제, 즉 오랜 시간 동안 일어난 특정 혈통의 표현형 변형과 생물다양성의 변화에 관한 증거를 제공한다. 이 가운데 첫 번째가 이 장의 주요 주제다.


4.1 지질학의 기본 원칙


4.1.1 암석 형성


지표면의 암석은 지구 내부 깊숙한 곳에서 분출되는 마그마(magma)라 불리는 용융 물질에서 비롯한다. 이러한 분출물 일부는 화산을 거쳐 발생하지만, 암석 대부분은 새로운 지각이 중앙 해령(mid-oceanic ridge, 中央海嶺)에서 형성되는 동안 발생한다 [그림 4.1 참조]. 이렇게 만들어진 암석을 [“from fire”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인] 화성암(igneous rock, 火成巖)이라고 한다. [“settle” 또는 “sink”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인] 퇴적암(sedimentary rock, 堆積岩)은 대개 더 오래된 암석의 분해 또는 물에 녹아 있는 무기물의 침전으로 형성되는 퇴적물의 퇴적과 응고로 만들어진다.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이들 화성암과 퇴적암은 변형되어 [“changed form”이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인] 변성암(metamorphic rock, 變成岩)이 된다.


화석 대부분은 퇴적암에서 발견되고, 화성암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으며, 변성암에서는 보통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된다. 일부 화석은 다른 상황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곤충이 [화석화된 식물성 수지(樹脂)인] 호박(琥珀)에서 발견되며, 일부 매머드는 빙하기 때 형성된 만년설에서 언 채로 발견되기도 한다.



그림 4.1 판 구조 형성 과정. 중앙 해령에서 마그마 분출로 새로운 암석권이 형성되며 기존의 판은 양옆으로 밀린다. 움직이는 암석권의 판이 서로 만날 때, 섭입 해구에서 한쪽이 다른 한쪽 밑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지진과 조산 운동이 자주 일어난다. 더불어, 섭입으로 발생한 열은 암석권을 녹여 화산 활동을 일으킨다. *


* [용어설명] lithosphere, 암석권(岩石圈); asthenosphere, 암류권(岩流圈); oceanic crust, 해양 지각(海洋地殼); continental crust, 대륙 지각(大陸地殼); subduction trench, 섭입 해구(攝入海溝).



4.1.2 판 구조론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가 대륙이동(大陸移動)에 대한 생각을 처음 말한 때는 1915년이었지만, 그 증거와 이론적 메커니즘의 실재(實在)를 지질학자 대부분이 확신하게 된 때는 1960년대부터였다. 이때부터 판 구조론(plate techtonics, 板構造論)이라는 이론은 지질학에 혁명을 일으켰다.


대륙과 해저 지각을 포함한 지구 바깥쪽 딱딱한 층인 암석권(lithosphere, 岩石圈)은 상대적으로 고밀도에 가소성(可塑性)이 큰 암류권(asthenosphere, 岩流圈) 위를 움직이는 여덟 개의 주요 판(plate, 板)과 다수의 작은 판으로 이루어졌다. 지구 핵에서 발생하는 열은 암류권 내에서 대류환(對流環)이 일어나도록 촉발한다. 대서양 바닥 아래를 경도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중앙 해령 같은 어떤 지역에서는 암류권에서 분출된 마그마가 표면으로 솟아올라 냉각되어 넓게 퍼짐으로써 새로운 지각을 형성하는데, 이 때문에 기존 판이 옆으로 밀려난다 [그림 4.1]. 판은 연간 5~10cm의 속도로 움직인다. 두 판이 서로 만나는 부분에서 [섭입(subduction, 攝入)이라고 알려진 현상으로] 두 판 가운데 하나의 앞 끄트머리가 다른 판 아래로 밀려들어 가서 암류권과 합쳐진다. 이러한 충돌의 압력은 조산 운동(造山運動)의 주요 원인이다. 판이 마그마가 암류권으로부터 분출하는 장소인 “열점”(熱點)을 향해 천천히 움직일 때, 화산이 솟거나 대륙이 갈라질 수 있다. 동아프리카의 거대 호수가 그런 열곡(裂谷)에 위치하며, 하와이 제도는 태평양판이 열점을 향해 움직인 결과로 형성된 일련의 화산섬이다 [6장 참조].


4.1.3 지질시대


천문학자는 우주가 약 140억 년 전에 있었던 “대폭발”(big bang)로 비롯되었으며, 그 후로 중심점에서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를 축적해왔다. 지구와 태양계 나머지의 나이는 약 46억 년 정도 되었지만,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암석은 약 38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생명체는 약 35억 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동물이 살았다는 첫 증거는 약 8억 년 전의 것이다 [5장 참조].


우리가 그러한 시간 범위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비유하자면, 지구 나이를 일 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첫 생명체는 3월 말에 출현했고, 최초 해양동물은 10월 말에 첫선을 보였으며, 공룡이 멸종하고 포유류가 다양해진 시기는 12월 26일이고, 사람과 침팬지 혈통은 12월 31일 자정이 되기 13시간 전에 분기했으며, 예수는 자정이 되기 13초 전에 태어났다.



그림 4.2 방사성 연대 측정. 모 원자(parent atom)의 소실과 딸 원자(daughter atom)의 축적은 일정한 속도로 일어난다. 각 원소의 특이적 시간 단위인 반감기 동안 남아 있는 모 원자의 절반은 딸 원자로 붕괴한다. 두 원자의 상대적 개수로 얼마나 많은 반감기가 지났는지 알 수 있다. [After Eicher 1976.]



지질학적 사건의 “절대” 연대는 종종 화성암에 형성된 무기물 안의 특정 방사성 원소의 붕괴를 측정하는 방사성 연대 측정(radiometric dating, 放射性年代測定)으로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라늄-235(U-235)가 납-207(Pb-207)로 붕괴하는 것처럼] 방사성 모 원자가 안정한 딸 원자로 붕괴하는 속도는 일정하므로, 각각의 원소는 고유한 반감기(half-life, 半減期)를 가진다. 예를 들어, U-235의 반감기는 약 7억 년으로, 매 7억 년을 주기로 U-235의 초기 양 절반이 붕괴하여 Pb-207이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암석 표본에 남아 있는 모 원자 대 딸 원자의 양적 비율로 우리는 암석 연령을 추정할 수 있다 [그림 4.2]. 오직 화성암만 방사성 연대 측정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화석이 담긴 퇴적암을 [퇴적암보다 상대적으로] 최근 생성된 화성암과 더 오래된 화성암 사이에 넣음으로써 연대 측정을 해야 한다.


방사능이 발견되기 오래전에 다윈 시대 이전의 지질학자는 최근 퇴적물이 좀 더 오래된 퇴적물 위에 쌓인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퇴적암 형성의 [즉, 더 빠르냐 대 더 느리냐에 관한] 상대적 연대를 규명했다. 이렇게 다른 시기에 쌓인 퇴적물 층을 지층(stratum, 地層)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지층은 다른 특성을 나타내며 때때로 짧은 시간 동안 존재했던 종의 독특한 화석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들 생명체가 살았던 시기의 특징이 된다. 그러한 증거를 이용해서 지질학자는 다른 곳에 있는 동시대 지층을 맞출 수 있다. 많은 지역에서 퇴적물의 퇴적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퇴적암은 침식되곤 하므로, 어떤 한 지역은 보통 매우 간헐적인 지질학적 기록만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지질학적 절(age, 節)이 오래될수록 화석기록은 잘 나타나지 않는데, 침식(浸蝕)과 변성(變成)으로 화석이 손상될 기회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


* [지질시대의 연대를 연구하는 학문인] 지질연대학(geochronology, 地質年代學)에서 누대(eon 또는 aeon, 累代), (era, 代), (period, 紀), (epoch, 世), (age, 節), 크로노존(chronozone)이라 부르는 단위를 [지층의 분포•상태•역사•화석 등을 연구함으로써 지층의 시공간적 관계 및 발달사를 밝히는 과학 분야인] 연대층서학(chronostratigraphy, 年代層序學)에서는 각각 누대층(eonothem, 累代層), 대층(erathem, 代層), (system, 系), (series, 統), (stage, 組), 크론(chron)이라고 부른다.


4.1.4 지질연대


지질연대(geological time scale, 地質年代)의 대부분은 다윈 시대 이전에 진화에 관한 생각을 품지 않았던 지질학자에 의해 명명되고 순서가 정해졌다 [표 4.1]. 이러한 지질학적 대와 기는 과거에도 그렇고 오늘날에도 기꺼이 독특한 화석 분류군에 의해서 실제로 구별된다. 대멸종 사건(mass extinction event, 大滅種事件)의 결과로 나타난 동물상(動物相) 구성의 엄청난 변화로 이들 연대 사이의 경계 대부분이 구분된다. 이러한 경계의 절대시간은 단지 근사치일 뿐이므로 더 많은 정보가 축적되면서 약간씩 수정된다. [다양한 동물의 첫 출현이 특징인] 현생누대(Phanerozoic eon, 顯生累代)는 세 개의 (era, 代)로 나뉘며, 이들 각각은(period, 紀)로 나뉜다. 우리는 이러한 구분과 신생대(Cenozoic era, 新生代)의 기를 구성하는 세(epoch, 世)를 자주 참조할 것이다. *, ** 진화를 공부하는 모든 학생은 고생대(Paleozoic era, 古生代)의 [그리고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의] 시작[인 542 Mya], 중생대(Mesozoic era, 中生代)의 [그리고 삼첩기(Triassic period, 三疊紀)의] 시작[인 251 Mya], 신생대의 [그리고 신생대 제3기(Tertiary period, 第三期)의] 시작[인 65.5 Mya], 그리고 홍적세(Pleistocene epoch, 洪積世)의 시작[인 1.8 Mya]과 같은 몇몇 중요한 지질학적 연대뿐만 아니라 대와 기의 순서를 외워야 한다. ***


* 현생누대(Phanerozoic eon, 顯生代) 이전을 보통 선캄브리아누대(Precambrian eon)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는 오래된 순서대로 크게 태고누대(Hadean eon, 太古代), 시생누대(Archean eon, 始生代) 그리고 원생누대(Proterozoic eon, 原生代)로 구분할 수 있다. 본문에도 나와있듯이 현생누대는 고생대(Paleozoic era, 古生代), 중생대(Mesozoic era, 中生代), 신생대(Cenozoic era, 新生代)의 세 대로 구분된다.

** 신생대는 제3기(Tertiary period, 第三紀)와 제4기(Quaternary period, 第四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특히 제3기는 고제3기(Paleogene period, 古第三紀)와 신제3기(Neogene period, 新第三紀)로 세분할 수 있다.

*** Mya는 “million years ago”, 즉 “백만 년 전”을, 그리고 Gya는 “billion years ago”을 나타내는 단위다.



표 4.1 지질연대 [출처] 국제 층위 도표(International Stratigraphic Chart)에서 얻은 자료 [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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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계통분석은 진화적 추세를 입증한다



그림 3.21 초파리과(family Drosophilidae) 자이고트리카속(Zygothrica) 디스파르 아군(subgroup dispar) 수컷 머리의 정면도. 종 사이, 그리고 프로디스파르(prodispar) 아군, 디스파르(dispar) 아군 및 엑수베란스(exuberans) 아군 사이에서 머리와 눈 형태의 단계적 변화에 주목하라. 많은 형태적 형질에 근거한 계통분석에서 지적한 대로 이러한 단계적 변화는 좁은 얼굴에서 넓은 얼굴로 변하는 계통연속(phylogenetic series, 系統連續)을 이룬다. [After Grimaldi 1987.]



진화적 추세(evolutionary trend, 進化的趨勢)라는 용어는 단일 혈통 내 또는 독립적으로 많은 혈통에서 형질이 같은 방향으로 잇따라 변화하는 것과 관련 있다. 예를 들어, 지고트리카속(Zygothrica) 초파리 내에서는 수컷 초파리의 머리가 넓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이 계통분석을 통해 밝혀졌는데 [그림 3.21], 이것은 적어도 초파리의 세 분기군에서 일어난 진화적 변화다. 현화식물 중 많은 분류군에서는 염색체 수와 DNA 양이 증가하고, [예를 들어, 수술이나 심피에서] 꽃의 구성요소가 줄어들며, 갈라진 꽃이 합쳐진 꽃으로 변하고, 꽃이 방사대칭(放射對稱)에서 좌우대칭(左右對稱)으로 변하며, 동물 수분(動物受粉)에서 풍매 수분(風媒受粉)으로 변하고, 목질구조(木質構造)에서 초질구조(草質構造)로 변하는 경향이 독립적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21장에서 진화적 추세의 유형과 원인을 분석할 것이다.


3.5 많은 분기군에서 적응방산이 나타난다



그림 3.22 갈라파고스 군도와 코코스 섬(Cocos Island)에서 서식하는 다윈의 핀치(finch)의 적응방산. 이들 종의 부리는 다양한 섭식 습성에 적응했다. [After Schluter 2000; Burns et al. 2002.]



앞장에서 살핀 대로 진화방산(evolutionary radiation, 進化放散)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계통적으로 서로 연관된 수많은 혈통이 분기하는 진화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이들 혈통은 다른 생활양식을 위해 변형되기 때문에, 진화방산은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 適應放散)으로 불린다 [Schluter 2000]. 진화방산의 특성에는 보통 어느 한 방향으로 가려는 지향적 경향성이 없다. 지속적이고 지향적인 진화적 경향보다는 진화방산이 장기적 진화에서 아마도 가장 흔한 양식일 것이다.


몇 가지 적응방산이 광범위하게 연구되었으며 많은 진화생물학 서적에 인용되었다. 가장 유명한 예는 갈라파고스 군도에 서식하는 다윈의 핀치(Darwin’s finches)에서 나타나는 적응방산이다. 남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이주해 갈라파고스 군도에 정착한 단일 조상에서 유래한 이들 핀치는 부리 형태가 저마다 다른데, 이것은 먹이에 따른 적응을 보여준다. 지오스피자속(Geospiza)의 여러 종은 크기와 단단함이 저마다 다른 씨앗을 먹는다. 핀치의 다른 속으로는 나무에서 곤충을 파먹는 카마린쿠스속(Camarhynchus)과, 꿀과 벌레를 먹고 사는 체르티데아속(Certhidea), 틈 사이에 있는 곤충을 빼내기 위해 선인장 가시를 도구로 사용하는 습성을 가진 종이 있는 칵토스피자속(Cactospiza)이 있다 [그림 3.22].



그림 3.23 다른 성장형태를 나타내는 하와이 은검초 군단(alliance, 群團)의 일부 구성원. (A) [그림에 나와 있는 모습처럼] 꽃이 필 때를 제외하곤 줄기가 없는 장미 모양의 식물인 Argyroxiphium sandwicense. (B) 줄기가 있는 장미 모양 식물인 Wilkesia hobdyi. (C) 작은 관목인 Dubautia menziesii. [A, photo by Elizabeth N. Orians; B, photo by Gerald D. Carr; C, photo by Noble Procter/Photo Researchers, Inc.]



비교적 적은 종류의 동물과 식물이 하와이 제도(Hawaiian Islands)로 이주했지만, 그 가운데 많은 것들이 적응방산을 했다. 예를 들어, 800종 이상의 초파리과 곤충이 하와이 제도에서 발생했다. 형태와 성행동에서 이들 초파리는 전 세계에 분포해 있는 나머지 모든 초파리과 곤충을 합한 것보다 더욱 다양하다 [Carson and Kaneshiro 1976]. 많은 종이 색다른 짝짓기 행동과 관련된 특이하게 변형된 입틀, 다리, 더듬이 등을 가진다. 식물 중에는 하와이 은검초(Hawaiian silversword)와 이 식물의 근연종으로 해바라기과에 속하는 계통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세 가지 속은 노출된 용암석부터 습한 산림 지역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서식하며, 이들 식물의 성장형태는 관목(灌木), 덩굴, 나무, 바닥을 뒤덮는 매트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림 3.23]. 이런 큰 차이가 있음에도, 이들 식물 대부분은 교배했을 때 번식 가능한 잡종을 낳을 수 있다 [Carlquist et al. 2003].



그림 3.24 아프리카 대륙의 거대 호수에서 서식하는 시클리드과(family Cichlidae) 어류의 다양한 머리 형태의 표본. 머리 형태의 차이는 먹이와 섭식 방법의 차이와 관련 있다. [After Fryer and Iles 1972.]



아프리카 동부의 거대 호수에서 서식하는 시클리드어류는 극적인 적응방산을 겪었다 [Kornfield and Smith 2000]. 빅토리아 호(Lake Victoria)에서는 200종 이상, 탕가니카 호(Lake Tanganyika)에서는 적어도 140종, 그리고 말라위 호(Lake Malawi)에서는 500종에서 많게는 대략 1,000종의 시클리드어류가 살고 있다. 각 호수에서 서식하는 종은 색, 체형, 이빨과 턱 모양이 매우 다르며 [그림 3.24], 여기에 대응해 섭식 습성도 다르다. 게다가, 곤충, 유기물 쓰레기, 바위 표면을 뒤덮고 있는 조류(algae, 藻類), 식물성 플랑크톤, 동물성 플랑크톤, 연체동물, 어린 물고기, 커다란 물고기 등 다양한 먹이에 대해 특화된 시클리드가 있다. 어떤 종은 다른 어류의 비늘을 먹으며, 어떤 종에는 다른 어류의 눈을 뽑아버리는 섬뜩한 습성이 있다. 계통적으로 확실히 가깝게 연관된 어떤 종의 이빨은 몇몇 다른 과의 어류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보다도 더 많이 다르다. 각 호수에 서식하는 종은 단계통군이며 매우 빠르게 다양해졌다.


3.6 요약


  1. 대다수 전통적인 생명체 분류는 분지[계통]와 표현형 분기 모두를 반영하도록 고안되었다. 오늘날 많은 계통분류학자는 분류가 계통관계를 명확히 반영해야 하고 모든 상위 분류군은 단계통적이어야 한다는 “분기학적 자세”를 취한다.
  2. 계통분석은 생명의 분지 역사를 설명하는 것 이외에도 많이 유용하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 하나는 다른 자료에서 파생된 계통에 형질상태의 변화를 파시모니하게 “배치”함으로써 관심 있는 특성의 진화 역사를 추론하는 것이다. 이런 계통분류학 연구는 형질진화의 공통된 양식과 원리에 관한 정보를 낳았다.
  3. 새로운 형질은 거의 항상 기존 형질에서 진화한다.
  4. 진화에서 흔한 불계적 상동은 때때로 서로 다른 혈통에서 유사한 적응으로 나타난 결과다. 여기에는 수렴진화, 평행진화, 역진화가 포함된다.
  5. 대체로 서로 다른 형질은 다른 속도로 조금씩 진화한다. 보존형질은 오랫동안 변화가 거의 없이 유지되며, 다른 형질은 빨리 진화하고 폭넓게 변한다. 이런 현상을 모자이크 진화라고 한다.
  6. 계통적으로 연관된 종 사이의 차이는 큰 차이가 작은 단계를 거쳐 종종 점진적으로 진화함을 보여준다. 이런 양식은 흔하지만 보편적이지 않을 수 있다.
  7. 구조의 변화는 흔히 형질의 기능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서로 다른 구조가 다른 혈통에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변형될 수도 있다.
  8. 형태적 형질의 진화는 발생의 변화와 관계되어 있다. 이런 진화적 변화에는 반복된 구조의 개별화, 발달 과정에서 시기[이시성]나 위치[이소성]의 변화, 그리고 구조 복잡성의 증가와 감소 등이 있다. 이시성은 상대성장 때문에 때때로 형질 형태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9. 형질진화의 추세는 계통분석으로 뒷받침될 수 있다. 진화적 추세는 혈통 내에서나 서로 다른 혈통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10. 적응방산으로 계통적으로 연관된 수만은 혈통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기에 출현하며, 다른 서식지나 생활양식에 적응하면서 많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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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형질의 진화속도는 다르다


서로 다른 형질은 다른 속도로 진화하는데, 이것은 어떤 두 종이라도 일부 형질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다른 형질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단순한 관찰로 명백해진다. 종종 보존형질(conservative character, 保存形質)이라 불리는 일부 형질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어떤 조상의 많은 후손 사이에서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된다. 예를 들어, 사람은 초기 양서류에서 처음 진화한 다섯 손/발가락이 있는 사지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림 3.4 참조], 모든 양서류와 파충류는 두 개의 대동맥궁을 가지고 모든 포유류는 오직 왼쪽 대동맥궁만 가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몸 크기는 빠르게 진화했는데 포유류의 목 내에서는 몸 크기가 적어도 100배 차이가 날 정도로 다양하다. 앞장에서 살폈듯이, DNA 서열의 진화속도는 유전자 사이, 유전자 내 구획 사이, 그리고 코돈(codon)이라 불리는 아미노산 정보를 암호화한 세 염기의 위치 사이에서도 다양하다.


한 혈통 안에서 서로 다른 형질이 다른 속도로 진화하는 것을 모자이크 진화(mosaic evolution)라고 한다. 이것은 진화의 가장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로, 종이 전체적으로 진화하는 게 아니라 단편적으로 진화함을 뜻한다. 실제로 많은 형질이 준 독립적으로 진화한다. [중요한 예외가 있다. 예를 들어, 함께 기능하는 형질은 일제히 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생명체 몸 전체가 아니라 개별 형질이나 심지어 그러한 형질을 뒷받침하는 개별 유전자의 변화에 관하여 진화를 분석하는 진화 메커니즘에 관한 이론이 대체로 옳음을 보여준다.


모자이크 진화 때문에 어떤 현생종이 다른 종보다 더 “진보”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못해 심지어 틀렸다. 개구리류로 이어지는 양서류 혈통은 포유류의 목이 다양해지기 전에 포유류로 이어지는 혈통과 갈라졌기 때문에, 분지 순서 면에서 개구리류는 소와 사람보다 더 오래된 분지다. 이런 점에서, 개구리류는 더 원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고생대의 양서류와 비교했을 때, 개구리류는 [예를 들어, 뒷발의 다섯 발가락과 아래턱을 구성하는 많은 뼈라는] “원시적” 형질과 [아래턱에 이빨이 없는] 진보된 형질 모두를 가진다. 게다가, 개구리 종 사이의 수많은 차이가 가까운 과거에 진화했다. 예를 들어, 어떤 개구리 속은 올챙이 단계 없이 곧바로 [성체로] 발달하며, 다른 속은 살아 있는 유생을 낳는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손과 발의 다섯 가락과 아래턱의 이빨 같은] “원시적” 형질과 개구리와 비교할 때 [예를 들어, 하나로 된 아래턱뼈처럼] “진보된” 형질 모두를 가진다.


3.3.4 진화는 때때로 점진적이다


다윈은 진화가 큰 “도약”인 격변(saltation, 激變)보다는 점진주의(gradualism, 漸進主義)라는 연속한 작은 변화로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진화가 항상 점진적인지는 모르지만, 이 쟁점은 아직도 논쟁 중이다 [21장 참조]. [예를 들어, 동물 문, 곤충류와 포유류의 많은 목처럼] 먼 과거에 분기한 많은 상위 분류군은 서로 매우 다르며 현생종 사이에서 또는 화석기록에서 중간형태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4장에 나와 있는 것처럼 화석기록에는 몇몇 상위 분류군의 진화에 나타나는 중간형태가 기록되어 있다.



그림 3.9 도요새과(family Scolopacidae)인 도요새류 사이에서 나타나는 부리 길이와 형태의 변이. 도요새의 부리 형태를 세 개의 수직 열에 축척(scale, 縮尺)에 따라 그렸고 [아래쪽 가운데의] 18mm에서 [오른쪽 위의] 166mm까지 범위 안에서 부리 길이 차이에 대응하도록 배치했다. 부리의 곡률(curvature, 曲率)과 길이 모두에 단계적 변화가 있음을 주목하라. 이들 종 사이의 계통관계는 잘 풀리지 않았지만, 서로 매우 다른 부리가 작은 변화를 통해서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 이 변이에 잘 나타나 있다. [After Hayman et al. 1986.]



현존하는 종 사이의 단계적 변화는 흔하며 점진적 진화를 지지한다. 예를 들어, 도요새 부리의 길이와 형태는 이들 종 사이에서 매우 다르지만, 가장 극단적인 형태라도 중간형태의 부리를 가진 종으로 연결된다 [그림 3.9; 초파리과 동물의 예는 그림 3.21에 나와 있다].


3.3.5 형태 변화는 때때로 기능 변화와 상관관계에 있다



그림 3.10 서로 다른 식물 분류군에서 덩굴로 기어오르기 위해 변형된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기능을 위해 어떤 구조가 변형될 수 있으며 동일한 기능 획득을 목표로 하는 서로 다른 진화적 경로가 다양한 분류군에서 나타날 수 있음을 잘 나타낸다. [After Hutchinson 1969.] *


* [용어설명] family Passifloraceae, 시계꽃과; family Bignoniaceae, 능소화과; family Ranunculaceae, 미나리아재비과; family Rubiaceae, 꼭두서니과; stipule, 턱잎; tendril, 덩굴손; leaflet, 소엽(小葉) 또는 작은 잎; sucker, 흡지(吸枝); tripartite leaf, 세 갈래 잎; inflorescence, 화서(花序) 또는 꽃차례; petiole, 잎꼭지.



상동형질이 분류군 사이에서 서로 매우 많이 다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능이 변화하면서 형태가 진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말벌과 꿀벌의 침은 막시목(order Hymenoptera, 膜翅目)의 다른 구성원이 식물이나 절지동물 숙주에 알을 넣는 데 사용하는 산란관(ovipositor, 産卵管)이 변형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직 암컷 말벌과 꿀벌만 침을 쏜다.] 덩굴처럼 기어오르는 습성이 독립적으로 진화한 많은 식물군에서 뿌리, 잎, 잎사귀, 턱잎, 꽃차례 등과 같은 구조가 덩굴 기관(climbing organ)으로 변형되었다 [그림 3.10].


3.3.6 종 사이 유사성은 개체발생을 통틀어 변한다


때때로 종은 성체보다 배아에서 더 유사하다. 1828년에 카를 에른스트 폰 베어(Karl Ernst von Baer)는 [척추동물아문(subphylum Vertebrata, 脊椎動物亞門) 같은] 더욱 포괄적인 분류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형질은 종종 [목이나 과 같은] 하위 수준의 분류군에서 특정 형질이 나타나기 전에 개체발생(ontogeny, 個體發生) 단계에서 출현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이러한 일반화는 폰 베어의 법칙(von Baer’s law)으로 알려졌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아마도 사지 척추동물 강(綱)이나 과(科)에 속하는 구성원의 전형적 특징이 명확해지기 전에 이들 배아에서 나타나는 아가미구멍, 척삭(脊索), 난할(卵割), 노 모양(paddle-like)의 지아(limb bud, 肢芽) 등의 유사성일 것이다 [그림 3.11].



그림 3.11 그림의 현미경 사진을 보면 서로 다른 발달 단계의 몇몇 척추동물 배아 사이에 유사성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이들 배아는 서로 다른 단계와 크기에서 이러한 구조를 갖지만, 모두 비슷한 기본적 구조로부터 시작한다. 배아가 발달하면서 이들은 서로 점점 달라진다. [Adapted from Richardson et al. 1998; photo courtesy of M. Richardson.]






다윈의 가장 열성적 지지자 가운데 한 사람인 독일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은 개별 생명체의 발생은 그 조상이 갖고 있던 성체 형태의 진화 역사를 반복한다는 뜻으로 “개체발생이 계통을 반복한다”는 뜻으로 그러한 양식을 재해석했다. 따라서 헤켈은 발생학 연구를 하면 종의 계통 역사를 읽을 수 있으므로 생명체 사이의 직접적인 계통관계를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생물 발생 법칙”(biogenetic law, 生物發生法則)으로 알려진] 헤켈의 언명(言明)이 절대로 유효하지 않다는 점은 19세기 말에 와서 이미 명백해졌다 [Gould 1977]. 포유류와 “파충류” 배아의 아가미구멍과 새궁(branchial arch, 鰓弓)은 결코 성체 어류의 전형적 형태를 획득하지 못한다. 게다가, 다양한 형질은 조상보다 후손에서 서로 다른 상대속도로 발달하고, 배아와 유아 단계는 [배아의 양막처럼] 각 단계에서 자신만의 특이적인 적응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생물 발생 법칙은 계통 역사에 대한 오류 없는 안내자가 확실히 아니다. 하지만 배아발생의 유사성에서 다윈은 진화의 가장 중요한 증거 가운데 일부를 얻었으며, 이런 유사성은 진화 과정에서 특성이 어떻게 변형했는지 밝히는 데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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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계통분류학으로 추론된 몇 가지 진화적 변화 양식


진화의 많은 중요한 양식과 원리는 지난 1세기 이상 동안 연구된 계통분류연구에 근거해왔다. 실제로, 현존하는 생명체에 관한 계통분류연구는 진화의 실재(實在)에 관한 방대한 양의 증거를 제공했다 [Box 3A]. 이 절에서는 계통분류연구를 발전시킨 비교형태학의 전통에서 주로 도출된 사례를 바탕으로 진화 양식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 장에서도 살피겠지만, 이들 원리 가운데 많은 경우가 생화학 또는 분자 수준에서도 설명될 수 있다.


Box 3A 진화의 증거


계통분류학자는 항상 생명체 사이의 특성을 비교함으로써 생명체를 분류한다. 초기 계통분류학자는 『종의 기원』의 출판 이전에도 방대한 양의 비교 연구 정보를 축적했다. 그들의 자료는 공통조상에서 유래한다는 다윈의 이론에 비추었을 때 불현듯 설명하기 쉬워졌다. 실제로, 다윈은 진화가 일어났다는 그의 주장에 대한 증거를 이 정보에 많이 의지했다. 다윈 시대 이후, 비교 연구 정보의 양은 엄청나게 증가했으며, 오늘날에는 형태학과 발생학의 전통적 영역뿐만 아니라 세포생물학,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얻은 자료도 이러한 증거에 포함된다.


이러한 모든 정보는 살아있는 생명체는 공통조상에서 유래했다는 다윈의 가설과 일치한다. 진실로, 생명체가 마치 진화했던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독단, 엉뚱함, 그리고 기만적 의도가 초자연적 존재에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많은 생물학적 관찰은 종이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개별적으로 창조되었다는 대안 가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계통분류학자가 축적한 비교 연구 자료를 통해 우리는 진화의 역사적 실재를 확정하며 진화가 일어났어야만 이치에 맞는 몇 가지 양식을 찾아낼 수 있다.


  1. 생명체의 계층적 조직(hierarchical organization). 린네 이전에도 종을 분류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초기 체계는 유용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어떤 연구자는 종을 복잡한 다섯 범주로 분류하려고 시도했지만, 생명체는 단순히 다섯 가지 분류군으로 나뉘지 않는다. 그러나 생명체는 린네가 설명한 분류군 내 분류군의 계층적 체계로 “자연스럽게” 나뉜다. 분지와 분기의 역사 과정은 계층적으로 배열될 수 있는 대상을 낳을 수 있지만, 다른 과정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따라서 언어는 계층적 방식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원소와 광물은 그럴 수 없다.
  2. 상동. 기능의 차이가 있음에도 구조가 유사한 이유는 생명체의 특성이 그들 조상의 특성에서 변형되었다는 가설로부터 도출되는데, 이것은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 知的設計)의 가설과는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지적 설계에서는 동일한 경골 요소(硬骨要素)가 영장류 손의 뼈대, 두더지의 땅 파는 앞다리, 박쥐, 새, 프테로사우리아 익룡(pterosaur, 翼龍)의 날개, 그리고 고래와 펭귄의 물갈퀴를 형성할 필요가 없다 * [그림 3.4 참조]. 설계가 아닌 기존 구조의 변형으로 왜 말벌과 꿀벌의 침이 변형된 산란관이며, 왜 암컷에게만 침이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D-형 광학 이성질체(D-optical isomer)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이 [효소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모든 단백질은 “L-형” 아미노산(L-amino acid)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의 공통조상이 L-형 아미노산을 채택하고 난 이후로 그 후손은 무조건 그것을 따라야 했는데, D-형 아미노산의 도입은 영국에서 오른쪽 차선으로 운전하거나 미국에서 왼쪽 차선으로 운전하는 것만큼 불리할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거의 보편적이고 임의적인 유전 부호도 오직 공통계보의 결과일 때만 이치에 맞는다 [8장 참조].
  3. 발생의 유사성. 상동형질로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몇몇 형질이 포함되지만, 생명체의 발생이 조상의 개체발생이 변형된 것이 아니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개미핥기 태아의 턱에서는 이빨의 원시세포(primordium, 原始細胞)가 나타났다가 곧 사라지고, 몇몇 육상 개구리류와 도롱뇽류는 알 속에서 수중 유생(aquatic larva)의 전형적 특징을 보이며 유생 단계를 거치지만, 육상생활에 적합한 상태로 부화한다. 발생 초기에 사람의 배아에서는 물고기 배아의 아가미구멍과 비슷한 아가미 주머니가 잠깐 나타난다.
  4. 흔적형질. 생명체의 적응은 오랫동안 그리고 여전히 창조론자에 의해 창조자의 지혜로운 은혜의 증거로 인용되지만, 조상에서는 기능이 있었으면서도 후손 종에서는 더는 그렇지 않은 형질에 대해서는 그런 주장을 펼칠 수 없다. 동굴에 사는 어류와 동물은 모든 퇴화 단계에서 눈이 나타난다. 날지 못하는 딱정벌레는 흔적 날개를 가지는데, 일부 종에서는 날개를 펼칠 이유가 있어도 그럴 수 없는 융합된 겉날개 아래에 감춰져 있다. 『인간의 유래(The Descent of Man)』에서 다윈은 사람의 몸에 있는 10여 가지 흔적형질 목록을 작성했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흔치 않은 변이로서만 나타난다. 여기에는 맹장(盲腸), [네 개가 융합된 꼬리 척추뼈인] 꼬리뼈, 귀나 두피(頭皮)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일부 사람의 흔적 근육, 많은 사람에서 나오지 않거나 비정상적으로 돋는 사랑니 등이 있다. 분자 수준에서 모든 진핵생명체의 유전체에는 위유전자를 포함한 기능이 없는 수많은 DNA 서열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유전자는 기능이 있는 조상 유전자와 서열이 비슷함에도 기능이 정지했으며 전사되지 않는다 [19장 참조].
  5. 수렴. 기능적으로 비슷한 형질이 구조는 실제로 매우 다른 예가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척추동물과 두족류 연체동물(cephalopod mollusk, 頭足類軟體動物)의 눈이다 [그림 3.5 참조]. 어떤 구조가 서로 다른 조상의 다른 형질에서 변형되었다면 그런 차이는 예상할 수 있지만, 최적의 설계를 고수해야만 하는 창조자가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생각은 이러한 부분과 일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진화 역사는 덩굴식물이 기어오를 수 있게 하는 여러 변형된 구조처럼 같은 기능에 대해서도 생명체마다 매우 다른 구조를 사용하는 사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창조론은 그렇지 않다] [그림 3.10 참조].
  6. 차선적 설계. 진화 역사의 “사건”은 그 어떤 지적 설계자도 설계하지 않았으리라 예상되는 수많은 형질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을 포함한 육상 척추동물의 인두(pharynx, 咽頭)의 음식물과 공기가 지나는 통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음식 때문에 질식할 위험이 있다. 사람의 눈에는 시선이 향하는 방향의 좌우 약 45에 “맹점”(blind spot, 盲點)이 있다. 이것은 망막세포의 축삭돌기가 기능적으로 무의미하게 배열되었기 때문인데, 이러한 축삭돌기는 눈을 지나 시신경에 수렴하며, 시신경은 망막의 뒤쪽을 거쳐 뇌로 향하기 때문에 망막을 가로막는다 [그림 3.5 참조].
  7. 지리적 분포. 계통분류학 연구에는 종과 상위 분류군의 지리적 분포가 포함된다. 생물지리학(biogeography, 生物地理學)으로 알려진 이 주제는 6장에서 다룬다. 많은 분류군의 분포는 공통조상에서 유래하지 않았다면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예를 들어, 유대류와 같은 많은 분류군은 남반구 대륙에 걸쳐 분포하는데, 중생대 때 갈라지기 시작한 하나의 남반구 땅덩어리에 걸쳐 분포했던 공통조상에서 이들 생명체가 출현했다면 이런 분포는 쉽게 이해된다.
  8. 중간형태. 연속적인 작은 변화로 진화한다는 가설로 종과 상위 분류군 사이에서 특성이 서서히 다양해지는 수많은 사례를 예측할 수 있다. 조류의 현생종 사이에서 우리는 부리의 단계적 변화를 볼 수 있으며, 일부 뱀에서는 골반대(骨盤帶)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다른 뱀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분자 수준에서 DNA 서열 차이는 계통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종 사이에서는 거의 없거나 더 멀리 연관된 종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처럼 다양하다.

이들 각각의 증거에 대해 수백 또는 수천의 사례가 현생종 연구로부터 인용될 수 있다. 심지어 화석기록이 없더라도 현생종에서 얻은 증거만으로도 진화의 역사적 실재, 즉 모든 생명체는 공통조상에서 변형되어 유래했음을 입증하는데 충분하고도 넘친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단 하나의 생명체 원형에서 유래했음을 우리는 다윈보다 더 확신할 수 있으며 주장할 수 있다.


* pterosaurs 그리고 pterodactyls 모두 한국어로는 익룡류(翼龍類)로 번역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들 두 단어는 서로 다른 대상을 가리킨다. 즉, pterosaurs는 [2억 2천2백만 년 전에서 6천5백만 년 전 사이인] 삼첩기 후기에서 백악기 말엽까지 살았던 프테로사우리아목(order Pterosauria)의 익룡류에 속하는 동물 전체를 일컫는 말이며, pterodactyls는 프테로사우리아목의 프테로닥틸리데과(family Pterodactylidae)에 속하는 프테로닥틸루스속(Pterodactylus)의 구성원인 익룡을 뜻한다. 따라서 pterodactyls는 좀더 좁은 의미로 국한된 익룡류를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된다.


3.3.1 생명체의 형질 대부분은 기존 형질에서 변형했다



그림 3.4 일부 사지 척추동물류의 앞다리 골격. 초기 양서류에서 나타나는 “기본 설계”와 비교했을 때, [예를 들어, 말과 새에서는] 뼈가 소실 또는 융합하거나 상대적 크기와 형태가 변형되었다. 수영을 위한 변형은 돌고래와 어룡(ichthyosaur, 魚龍)에서 진화했고, 비행을 위한 변형은 새, 박쥐 그리고 프테로사우리아 익룡에서 진화했다. 그림에 나와 있는 모든 뼈는 두더지(mole)와 익룡의 종자골을 제외하고는 이들 사이에서 상동인데, 이 뼈는 사지 골격의 나머지와는 발생 기원이 서로 다르다. [After Futuyma 1995.] *


* [용어설명] humerus, 위팔뼈; ulna, 자뼈; radius, 노뼈; carpals, 손목뼈; metacarpals, 손바닥뼈; sesamoid (bone), 종자골(種子骨); cartilage bone, 연골뼈; digit, 손/발가락; flipper, 물갈퀴; flight membrane, 비행막(飛行膜).



진화의 가장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는 생명체의 형질은 거의 항상 조상의 기존 형질에서 진화한다는 것인데, 어떤 형질도 무(無)에서 새롭게 출현하지 않는다. 조류, 박쥐 그리고 프테로닥틸루스 익룡류(pterodactyl)의 날개는 변형된 앞다리로 [그림 3.4], 아마도 이들 동물의 조상은 비행을 위해 변형될 수 있는 어깨 구조가 없었으므로 [천사처럼] 어깨에서 날개가 발생하지 않는다. 4장에서 우리는 포유류의 중이골이 파충류 턱뼈에서 진화했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19장에서는 조상 단백질에서 변형해 새로운 기능을 획득한 단백질의 예를 접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계통관계가 있는 생명체는 공통조상의 대응하는 기관에서 물려받은 [그리고 때때로 변형된] 상동형질(homologous character, 相同形質)을 가진다. 종 사이에서 때때로 상당한 분기를 겪을지라도, 상동형질은 일반적으로 비슷한 유전적∙발생적 토대를 가진다 [20장 참조].


[“발가락”과 같은] 형질이 종 사이에서 상동일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발가락의 개수처럼] 주어진 형질상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다섯 발가락 상태는 사람과 악어에서 상동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이들 두 종에는 그들의 공통조상까지 멀리 거슬러 올라갈 만큼 끊어지지 않은 오지 상태(pentadactyly, 五指狀態)의 역사가 있다], 기니피그(guinea pig)와 코뿔소의 세 발가락 상태는 다섯 발가락 조상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이들 형질상태는 상동이 아니다.


만약 어떤 형질이 [또는 형질상태가] 공통조상에서 파생했다면 두 종에서 상동(相同)으로 정의되지만, 상동을 규명하는 것, 즉 두 종의 형질이 상동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종 사이의 해부 형질(anatomical character, 解剖形質)이 상동이라고 가정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몸의 다른 부분에 대해 상대적인 위치와 [복잡한 형질로 구성된 부분인] 구조의 일치다. 형태나 기능의 일치는 상동을 규명하는 데 유용한 기준이 아니다 [두더지와 독수리의 앞다리를 생각하라]. 발생학 연구는 상동을 가정하는 데 종종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류의 뼈 상당수는 발달 과정이 진행되면서 융합하므로 새와 악어의 뒷다리 사이의 구조적 일치는 성체보다 배아에서 더욱 명백하다. 그러나 어떤 형질이 종 사이에서 상동인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른 형질에 근거한] 계통수에서 형질 분포가 그들의 공통조상에서 후손으로 계속해서 유전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3.3.2 불계적 상동은 흔하다



그림 3.5 (A) 척추동물과 (B) 두족류 연체동물의 눈은 수렴진화의 놀라운 예다. 이들 사이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지만, 척추동물에는 두족동물에는 없는 시신경에 의한 망막의 중단(中段)을 포함한 몇 가지 차이가 있음에 주목하라. 척추동물에서 망막세포의 축삭돌기는 [또는 신경섬유는] 망막 표면을 가로지르고 시신경에 모여 “맹점(盲點)”을 형성한다. 두족류에서 축삭돌기는 망막세포의 기저에서 시신경절로 직접 들어간다. [From Brusca and Brusca 1990.] *


* [용어설명] retina, 망막(網膜); optic nerve, 시신경(視神經); eyelid, 눈꺼풀; iris, 홍채(虹彩); pupil, 동공(瞳孔); (eye) lens, 수정체(水晶體); cornea, 각막(角膜); ciliary muscle, 모양체근(毛樣體筋); cartilage, 연골; optic ganglion, 시신경절(視神經節).



서로 다른 분류군에서 형질 또는 형질상태의 독립적 진화를 일컫는 불계적 상동(homoplasy, 成因的相同)에 수렴진화와 역진화가 포함됨을 2장에서 언급했다. 많은 연구자는 수렴진화와 평행진화를 구별한다.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 또는 convergence, 收斂進化)에서 겉보기에 비슷한 형질은 서로 다른 발달 경로로 형성된다 [Lauder 1981]. 척추동물과 [오징어 그리고 문어 같은] 두족류 연체동물의 눈은 수렴진화의 한 예다 [그림 3.5]. 이들 동물은 둘 다 수정체와 망막을 갖고 있지만, 이들 두 동물의 눈은 많은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두 동물의 눈이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두족류에서는 망막세포의 축삭돌기가 세포 기저(cell base, 細胞基底)에서 나오지만, 척추동물에서는 세포 정점(cell apex, 細胞頂點)에서 나온다. 따개비류의 해부와 계통분류의 사상 최고 권위자였던 다윈은 두 종류의 따개비속에 있는 여섯 판 껍질(six-plate shell)이 조상상태인 여덟 판 껍질(eight-plate shell)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파생했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Darwin 1854]. 조무래기따개비속(Chthamalus)에서는 여덟 판 가운데 두 개가 발달하지 않지만, 발라누스속(Balanus) 따개비는 여덟 판 가운데 두 개가 세 번째 판과 융합한다 [그림 3.6; 그림 4.17 참조].



그림 3.6 따개비 껍질을 구성하는 판(plate, 板)의 개수가 조상상태인 여덟 개로부터 후손 속인 조무래기따개비속(Chthamalus)과 발라누스속(Balanus)에서 여섯 개로 줄어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방식에 대한 다윈의 설명. 이 그림은 껍데기의 횡단면을 나타내고 있다. [After Darwin 1854.]



반면에 평행진화(parallel evolution 또는 parallelism, 平行進化)는 [비슷한 발생 메커니즘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때때로 계통적으로 밀접히 연관된 생명체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유사한 발생 변형(developmental modification, 發生變形)과 관련된다고 생각된다. 굉장히 멋진 예로 턱다리(maxilliped)이라 불리는 갑각류(crustaceans, 甲殼類)의 섭취 구조 진화가 있다. 몇몇 다양한 갑각류 혈통에서 섭취 구조는 이들 동물의 입틀(mouthpart)이 있는 머리마디(head segment)가 아니라 조상 대대로 다리가 있는 가장 앞쪽의 가슴마디(thoracic segment)에서 한 쌍에서 많게는 세 쌍까지 발생한다. 마이클 에이버로프(Michael Averoff)와 니팜 페이틀(Nipam Patel)은 [21장에서 자세히 논하게 될 Hox 유전자라는] 두 가지 “주요” 조절 유전자(master regulatory gene)의 발현 차이를 연구했다 [Averoff and Patel 1997]. 이들이 연구한 Ultrabithorax(Ubx)와 abdominal A(abdA)라 불리는 두 유전자는 갑각류와 곤충류를 포함한 모든 절지동물류(arthropods, 節肢動物類)에서 각 마디가 어떻게 발생할지를 결정한다. 이들 두 유전자는 [입틀이 있는] 머리마디에서는 발현이 안 되지만, [다리가 있는] 가슴마디에서는 발현된다.



그림 3.7 평행진화. 갑각류의 가슴다리가 턱다리(maxilliped)라는 섭취 구조로 변하는 진화는 UbxabdA 유전자의 발현이 가슴마디에서 동시에 줄거나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박갑목(order Leptostraca, 薄甲目)의 파라네발리아속(Paranebalia)이 있는] 위쪽 사진에는 머리마디 H3에 [MxII로 표시된 턱인] 입틀이 있고, 가슴마디 T1과 T2에 [각각 En과 Ex로 분지한] 다리가 있는 조상상태가 나와 있다. 곤쟁이목(order Mysida)의 미시디움속(Mysidium)에서 가슴마디 T3는 [노란색으로 표시된 En 분지인] 정상 다리를 가지지만, T2와 [특히] T1에 붙어 있는 부속지(appendage, 附屬肢)에는 [녹색과 붉은색으로 표시된] En 분지의 턱을 닮은 변형이 나타난다. [그림에 없는] 요각아강(subclass Copepoda, 橈脚亞綱)의 요각류(copepods, 橈脚類)인 메소시클롭스속(Mesocyclops)의 유전자 발현과 형태에서도 비슷한 변형이 나타난다. [After Averoff and Patel 1997.] *


* [용어설명] class Branchiopoda, 새각강(鰓脚綱); class Maxillopoda, 소악각강(小顎殼綱); order Anostraca, 무갑목(無甲目).



에이버로프와 페이틀은 갑각류 다리가 턱다리로 바뀌는 모든 진화적 변형은 가슴마디의 UbxabdA 유전자 발현의 소실과 정확히 일치함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계통적으로 멀리 연관된 목인 요각류 메소시클롭스속(Mesocyclops)과 낭하류 미시디움속(Mysidium)에서 이들 두 유전자는 첫 번째 가슴마디에서 발현하지 않으므로, 여기에서 턱다리가 발생한다 [그림 3.7]. * 이러한 진화적 변형의 유전적∙발생적 토대는 두 분류군이 같으며 일부 다른 갑각류 혈통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 낭하류(peracarids, 囊蝦類)는 낭하상목(superorder Peracarida, 囊蝦上目)에 속하는 동물을 총칭한다.


역진화(evolutionary reversal, 逆進化)는 “진보한” 또는 파생된 형질상태가 더욱 “원시적인” 또는 조상형질상태로 되돌아감을 뜻한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개구리는 아래턱에 이빨이 없지만, 개구리는 이빨을 가진 조상에서 유래했다. 개구리의 한 속인 암피그나토돈속(Amphignathodon)에서는 아래턱에서 이빨이 “다시 진화했다” [Noble 1931]. 암피그나토돈속의 직전 조상은 이빨이 없으므로 이 속에 이빨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더 먼 조상상태로 되돌아가는 불계적 상동성 역진화(homoplasious reversal)가 일어났음을 뜻한다.


불계적 상동형질(homoplasious character, 成因的相同形質)은 때때로 [그러나 자주는 아닌] 비슷한 환경조건에 대한 서로 다른 혈통의 적응이다. 사실, 서로 다른 분류군의 특정 불계적 상동형질과 이들 생명체가 서식하는 환경 또는 적소(niche, 適所)에서 나타나는 특징 사이의 연관성은 종종 그러한 형질의 적응 의의(adaptive significance)에 대한 가장 좋은 첫 증거다. 예를 들어, 길고 가는 부리는 꿀을 섭취하는 새 가운데 적어도 서로 다른 여섯 혈통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이들 새는 그러한 부리를 사용해,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긴 관 모양의 꽃 바닥에 모인 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림 3.8].



그림 3.8 비슷한 부리 형태가 꿀 섭취에 대한 적응으로써 독립적으로 진화한 네 가지 조류 분류군. (A) 풍금조과(family Thraupidae, 風琴鳥科)인 남아메리카 꿀먹이새(Cyanerpes caeruleus). (B) 되새과(family Fringillidae)에 속하는 하와이 꿀먹이새 중 하나인 Iiwi vestiaria coccinea. 하와이 꿀먹이새는 적응방산으로 잘 연구된 사례다. (C) 벌새과(family Trochilidae)인 벌새. 그림에 나와 있는 남미산 보라색 벌새인 Campylopterus hemileucurus는 코스타리카(Costa Rica)에서 산다. (D) 태양새과(family Nectariniidae)의 태양새. 붉은가슴태양새라 불리는 Nectarinia pulchella는 아프리카 대륙의 거대 호수가 위치한 지역 근처에서 서식하는 토착종이다. [A, photo © fotolincs/Alamy Images; B, Photo Resource Hawaii/Alamy Images; C, Anthony Mercieca/Photo Researchers, Inc.; D, Photo Resource Hawaii/Alamy Images.]



한 종의 형질이 다른 종의 형질을 닮도록 특이적으로 진화한 상태인 의태(mimicry, 擬態)는 수렴진화의 흥미롭고 특별한 예를 보여준다. 가장 흔한 의태 두 종류로 베이츠 의태(Batesian mimicry)와 뮬러 의태(Müllerian mimicry)가 있는데, 이 용어는 이들 현상을 처음 연구한 박물학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이들 두 의태는 포식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다. 베이츠 모방자(Batesian mimic)는 [모방모델로서] 맛없거나 위험한 동물을 닮도록 진화한 맛있거나 위험하지 않은 동물로, 무해한 많은 파리는 말벌을 닮은 밝은 노랑과 검정 무늬를 가지며 몇몇 맛있는 나비 종은 독이 있는 다른 나비 종과 매우 많이 닮았다 [그림 18.23 참조]. 따라서 기분 나쁜 경험 때문에 모방모델을 피하도록 학습한 포식자는 모방자를 공격하는 것 역시 피하려 할 것이다.


뮬러 의태에서는 둘 이상의 맛없거나 위험한 종에서 비슷한 특성이 진화했는데, 이런 경우에 한 종의 형질을 기분 나쁜 경험과 연관 짓는 포식자는 두 종 모두 공격하기를 피하려고 할 것이다. 같은 색 무늬를 공유하는 [베이츠 모방자인] 맛있는 나비와 나방뿐만 아니라 [그림 18.24에 나와 있는 뮬러 모방자인] 계통적으로 멀리 연관된 몇몇 맛없는 나비 종이 관련된 의태 “고리”(ring)의 많은 예가 있다. 베이츠와 뮬러 의태의 양 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중간 상태를 포함해 의태의 진화에는 복잡한 사례가 많이 있다 [Mallet and Joron 1999]. 의태 연구는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이바지를 했으며, 의태는 이 책의 여러 장에서 논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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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2)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3)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4)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5)



그림 3.0 건조한 환경에 대한 다양한 적응.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서식하는 식물의 적응으로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물을 저장하며 잎이 없는 두툼한 줄기, 빛을 반사함으로써 열부하(熱負荷)를 줄이도록 빽빽이 모인 가시, 작은 잎, 가끔 내리는 빗물을 빨아들이도록 넓게 퍼진 뿌리, 짧은 계절성 개화(開花). 이러한 적응은 계통관계가 먼 많은 식물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Photo © J. A. Kraulis/Materfile.]



생명체를 분류하기 위해 계통분류학자는 이들의 특성을 비교한다. 이러한 비교는 진화에 관한 많은 토대를 제공한다. 특히, 앞장에서 소개한 계통분석법과 결합했을 때 이것은 다양한 생물군(生物群)의 진화 역사를 추론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기초가 되는데, 그러한 역사는 때때로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다양한 조류, 식물 또는 진균류 사이의 계통관계는 이들 생명체에 관한 흥미와 지식을 지속해서 확대해왔던 사람에게는 매혹적이며, 지난 20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우리 자신의 기원을 조사하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 3.1 참조].



그림 3.1 생명의 나무에서 모든 생명체의 범(汎) 공통조상으로부터 사람까지의 진화 경로를 추적하기. 진화 역사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 일부를 형질변화로 계통수 위에 배치해 나타냈다. 그러한 진화 역사는 때때로 본질적으로 매력적이다. *


* [용어설명] tunicates, 피낭동물류(被囊動物類); multicellularity, 다세포성(多細胞性); digestive cavity, 소화강(消化腔); deuterostomes, 후구동물류(後口動物類); blastopore, 원구(原口); chordates, 척삭동물류(脊索動物類); dorsal nerve cord, 배신경삭(背神經索); middle earbone, 중이골(中耳骨); binocular vision, 쌍안시(雙眼視); arboreality, 수상생활(樹上生活) 또는 나무에서 살기; anthropoid apes, 유인원(類人猿).



그런데 계통은 단지 분류군 사이의 분지관계 그 이상을 알려준다. 화석기록이 없을 때조차도 생명체의 특성에 나타나는 변화의 역사를 꽤 확실히 추론할 수 있다. 사실, 계통은 DNA 서열, 생화학적 경로 및 행동과 같은 화석 흔적을 거의 또는 전혀 남기지 않는 형질의 진화 역사를 추론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계통연구와 계통분류연구로 우리는 지리적 분포, 서식지 연관성, 그리고 서로 다른 종 사이의 생태적 상호작용과 연관된 변화뿐만 아니라 유전자, 유전체, 생화학적∙생리학적 특징, 발생과 형태, 그리고 생활사와 행동 등에서 나타나는 과거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 그림 3.1은 뼈, 양막(羊膜), 중이골(中耳骨), 쌍안시(雙眼視) 그리고 이족보행(二足步行)과 같은 중요한 형질을 우리 조상이 획득한 순서를 나타낸다. 많은 종류의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그러한 변화를 추론함으로써 우리는 여기서 공통 주제, 즉 진화 양식(pattern of evolution, 進化樣式)을 발견할 수 있다.


생명체는 매우 다양하므로 물리학에서 알려진 것과 같은 종류의 보편적인 생물학 법칙이 거의 없다 [Mayr 2004]. 그러나 우리는 어떤 종류의 진화적 변화가 일반적이었는지 일반화할 수 있는데, 그런 일반적인 진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과학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다. 게다가, 일반적인 변화 양식은 진화생물학이 설명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 [DNA 양인] 유전체 크기가 종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만일 한 종의 유전체가 다른 종보다 더 크다는 것만을 알기보다는 많은 분기군(分岐群)에서 유전체가 진화적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반적으로 점점 더 커졌음을 알게 된다면, 유전체 크기에 대한 설명을 찾는 일이 [아마도 더욱 쉽고] 더욱 흥미로워질 수 있다.


따라서 계통연구와 비교연구는 진화의 거의 모든 측면에 관한 통찰을 제공하며 때때로 진화과정의 이해를 돕는다 [Futuyma 2004]. 이 장에서는 생명체 수준에서 형태적 특징 등에 집중함으로써 계통분류학적 분석과 계통분석의 오랜 역사에서 출현한 가장 중요한 진화 양식 몇 가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다음 장에서 우리는 유전체와 행동의 진화 같은 다른 주제에 대한 계통적 통찰과 마주칠 것이다.


3.1 진화 역사와 분류


공통조상으로부터 변형을 수반한 유래라는 다윈의 가설은 실제 진화 역사의 결과로서 종 사이의 유사성을 설명했기 때문에 생명체를 분류하는 데 과학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래서 많은 분류학자는 분류는 진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진화와 생물다양성의 장기적인 양식을 논의할 때, 척삭동물문(phylum Chordata, 脊索動物門), 척추동물아문(subphylum Vertebrata, 脊椎動物亞門), 포유강(class Mammalia, 哺乳綱) 또는 사람속 같은 명명된 분류군을 언급해야 하므로 분류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분류가 진화를 반영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리고 정말 그런가?


진화에는 두 가지 주요 특징이 있는데, 어떤 혈통이 둘 이상의 후손계통으로 분지하는 [“branch”를 뜻하는 그리스어 clados에서 유래한] 분기진화(cladogenesis, 分岐進化)와 다른 하나는 각각의 후손에서 다양한 특성의 진화적 변화를 뜻하는 [“up”을 뜻하는 그리스어 ana에서 유래했으며 지향(指向)적 변화를 나타내는] 향상진화(anagenesis, 向上進化)다. 공룡의 앞다리에서 새의 날개가 진화하는 것과 같은 일부 진화적 변화는 특히 놀랍고 적응적으로 중요하다. 전통적인 많은 분류는 분기진화와 향상진화를 둘 다 전달하도록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조류는 날개와 비행에 대한 적응 때문에 [조류강(class Aves)처럼] 다른 양막 척추동물류와는 다른 강에 놓이며, 인간은 직립자세(直立姿勢), 커다란 뇌, 그리고 자기 본위성(egocentricity, 自己本位性) 때문에 [사람과(family Hominidae)처럼] 다른 영장류와는 다른 과에 놓인다. 하지만 하나의 분류에 분기진화와 향상진화 모두를 반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림 2.9B에 나와 있는 사람상과 구성원의 계통을 고려했을 때, 사람을 대형 유인원과는 다른 과에 놓는 것이 사람의 뇌 크기와 다른 특징의 엄청난 분기를 반영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사람이 고릴라보다 침팬지에 계통적으로 더 가깝게 연관해 있다는 사실은 모호해진다.



그림 3.2 단계통군, 측계통군 그리고 다계통군. 측계통군과 다계통군이 오늘날 분류학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계통분류학자 대부분은 단계통군을 선호한다.



계통관계를 근거로 [명명된 생물군인] 분류군은 단계통적, 다계통적 또는 측계통적일 수 있다 [그림 3.2]. 앞서 지적한 대로 단계통적 분류군(monophyletic taxon)은 단일 공통조상에서 유래한 알려진 모든 후손의 집합이다. 예를 들어, 조류강의 조류, 딱정벌레목(phylum Coleoptera)의 딱정벌레, 속씨식물문(division Angiospermae)의 현화식물(顯花植物)은 단계통군으로 여겨진다. 다계통적 분류군(polyphyletic taxon)은 다른 분류군에 놓인 종과 계통적으로 더욱 밀접한 연관이 있으면서 자신이 현재 속해 있는 분류군과는 계통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혈통을 포함한다. 오늘날 계통분류학자는 다계통군을 부적절한 분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래류는 어류와 공유하지 않는 [예를 들면, 가장 초기의 사지동물이나 가장 초기의 포유동물과 같은] 조상에서 유래했으므로 고래류를 어류에 포함하는 분류군은 다계통적이다 [그림 2.6 참조]. 측계통적 분류군(paraphyletic taxon)은 공통조상의 후손 일부가 다른 분류군에 놓여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단계통적 분류군이다.


측계통적 분류군에는 독특한 적응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분류군에 놓였던 종이 보통 빠져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성성잇과는 오랑우탄, 고릴라 그리고 침팬지로 구성해 있지만, 침팬지의 가장 가까운 근연종인 사람이 성성잇과가 아니라 사람과에 놓여 있으므로, 성성잇과는 측계통적이다. 공룡과 악어류가 파충강(class Reptilia, 爬蟲綱)에 놓이고 조류가 그 독특한 비행에 대한 적응 때문에 조류강에 놓인다면, “파충강”은 측계통적이다. “파충류”같은 전통적인 분류군을 언급하는 것도 때때로 유용하지만, 이 명칭이 오늘날 공식적인 분류에서 사용되지 않음을 명시하기 위해 인용부호로 묶을 필요가 있다.


점점 더 많은 계통분류학자는 모든 분류군은 단계통적이어야 하므로 공통조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 빌리 헤니히의 분류 철학을 받아들였다. 헤니히와 그 추종자는 “Pongidae”와 “Reptilia” 같은 측계통적 분류군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헤니히는 첫째로 진화 역사의 실제 분지 양식을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그림 2.4 참조], 그리고 둘째로 분류 기준에 대한 의견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계통분류학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 서로 다른 두 제안은 하나로 합쳐져 분기학(cladistics, 分岐學)으로 알려졌다. 이런 측면에서 분기학적 방법으로 구성된 분지 도표를 때때로 분기도(cladogram, 分岐圖)라고 하며, 이때 단계통군은 분기군(clade, 分岐群)으로 불린다.


정확한 [실제] 계통을 추정한다 할지라도, 분류의 어떤 측면은 여전히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진화 역사 초기에 [포유류를 닮은 파충류인 수궁목(order Therapsida, 獸弓目)과 같이 기반군(stem group, 基盤群)이라 불리는] 어떤 종의 멸종한 분류군에서 [포유강(class Mammalia, 哺乳綱)와 같이 정상군(crown group, 頂上群)이라 불리는] 뚜렷한 파생형질을 가진 후기 분류군의 출현을 종종 발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군을 배제한 기반군의 어떤 이름도 분류의 불만족스러운 요소인 측계통적 분류군을 가리킬 수 있다. 이러한 예로 [보통 조류강에 놓이는] 정상군인 조류로 진화한 공룡인 수각아목(suborder Theropoda, 獸脚亞目)이 있다.


더욱이, 단계통군의 구성원을 몇 가지 분류군으로 나눠야 할지 또는 하나의 분류군으로 합쳐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임의적이다. 예를 들어, 그림 2.9에 나타난 계통처럼 오랑우탄을 성성잇과에 놓고 고릴라, 침팬지, 사람을 사람과 같이 다른 과에 두거나, 또는 이들 종 모두를 사람과에 놓음으로써 우리는 단계통적인 과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림 2.9B에 나와 있는 것처럼] 후자에서 언급한 분류가 나중에 널리 채택되었는데, 사람과 대형 유인원을 포함하는 단일 과(科) 내에서 사람아과(subfamily Homininae) 는 아프리카 유인원과 사람을 포함하며, 사람족(tribe Hominini)은 [통칭 “호미닌”(hominin)이라고 불리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와 멸종한 여러 가지 사람의 근연종으로 구성된 분기군을 가리킨다. 일부 연구자는 [판속의] 침팬지와 보노보를 사람족에 포함한다. *


* 사람과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2장의 각주를 참조하라.


3.2 형질의 진화 역사 추론하기


계통정보의 가장 중요한 용도 가운데 하나는 형질상태의 위치를 계통수 위에다가 “지정”(mapping)하고 파시모니 원리를 사용해 각 공통조상의 형질상태를 추론함으로써 관심이 있는 특성의 진화적 변화에 관한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2장 참조]. 즉, 우리는 독립적인 증거가 결여된 가장 적은 불계적 상동의 진화적 변화를 가정하는 데 필요한 형질상태를 조상에 할당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언제 [계통의 어느 분지 또는 부분에서] 형질변화가 발생했는지 추론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이들의 역사를 추적할 수 있다.



그림 3.3 사람상과에서 마주 잡을 수 있는 발가락 대 마주 잡을 수 없는 발가락 형질변화에 대한 두 가지 가능한 역사. [O: 오랑우탄; C: 침팬지; H: 사람]. (A) [열린 원으로 표시된] 마주 잡을 수 없는 발가락이 침팬지와 사람의 공통조상인 A3에 있다고 가정하면, [가는 눈금 선으로 표시된] 두 가지 가능한 형질상태도 가정해야 한다. (B) 만일 마주 잡을 수 있는 발가락이 A3에 있다고 가정하면, 단 한 번의 변화만 가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람이 마주 잡을 수 있는 발가락을 가진 조상에서 진화했다고 결론짓는 것이 가장 파시모니하다.



예를 들어,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는 [우리의 엄지손가락처럼] 마주 잡을 수 있는 엄지발가락을 가졌지만, 사람은 마주 잡을 수 없는 엄지발가락을 갖고 있다. 그림 3.3에서 두 가지 가능한 진화 역사를 고려해보자. 최근 공통조상이 나중에 오도록 공통조상을 A1, A2, A3으로 표시했다. 그림 3.3A에서 A1과 A2는 마주 잡을 수 있는 엄지발가락을 가지고 침팬지와 사람의 직전 공통조상인 A3가 마주 잡을 수 없는 엄지발가락이 가진다고 가정하면 [그림 3.3A], 침팬지가 조상상태로 역진하는 것을 포함해 두 번의 변화가 있었다고 가정해야 한다. 하지만 A1과 A2와 마찬가지로 A3가 마주 잡을 수 있는 엄지발가락을 가진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사람 혈통에서 마주 잡을 수 없는 발가락으로 변하는 단 한 번의 진화적 변화만 추론하면 된다. 이것이 가장 파시모니한 가설이므로 사람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은 마주 잡을 수 있는 엄지발가락을 가졌다는 것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최상의 추정이다.


이것은 단지 형질진화를 추론할 수 있는 논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제시한 지극히 단순하고 심지어 명확하기까지 한 예다. 더욱 흥미롭고 도전적인 사례가 수렴진화와 관계된다. 예를 들어, 뱀과 [겉보기에 지렁이를 닮은 양서류인] 무족영원류(caecilians, 無足-類)는 둘 다 다리가 없다. 따라서 그림 2.10에 나와 있는 척추동물류의 계통은 이들 생명체의 무족 상태가 사지동물 조상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뜻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계통수에서 진화적 추론을 하는 많은 예와 마주칠 것이다. 이들은 분자진화 연구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데 [19장 참조], 조상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과 기능의 추론에도 이용된 적이 있으며, 나중에 실험적으로 합성되기도 했다. 분자생물학자 닐스 에이디(Niles Adey)와 그의 동료는 L1이라 불리는 역전위인자(retrotransposon, 逆轉位因子)를 이용해 그런 실험을 했다 [Adey et al. 1994]. 포유류 유전체에는 역전위인자와 비슷한 바이러스를 닮은 유전자 요소의 복사본이 많이 있는데, 이들 유전자는 자신을 복사해 유전체의 어떤 위치에라도 삽입할 수 있다 [역전위인자와 다른 종류의 전이인자(transposable element, 轉移因子)는 8장에서 더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L1 역전위인자에는 자신의 RNA 전사물(transcript, 轉寫物)을 DNA 복사본으로 전사할 수 있는 역전사 효소(reverse transcriptase, 逆轉寫酵素)에 대한 유전정보가 있는데, 이때 복제된 DNA는 유전체 안으로 삽입된다. 전사(transcription, 轉寫)는 L1 내의 A로 표시된 위쪽 프로모터(upstream promoter)에서 시작하는데, 쥐에서 L1의 복사본 일부는 F로 표시된 비활성 프로모터(inactive promoter)를 가진다. 대략 200개의 염기쌍 서열로 구성된 F 프로모터의 염기서열은 복사본마다 다른데, 이것은 약 6백만 년 동안 발생한 다양한 돌연변이 때문에 비활성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에이디와 그의 동료는 비활성 F 프로모터 서열의 기원인 기능 있는 조상 프로모터의 “부활”에 착수했다. 30개의 서로 다른 F 프로모터의 서열에 관한 계통분석을 이용하면서 이들은 조상 서열에 대한 최상의 추정을 구축하기 위해 파시모니 원리를 사용했다. 그다음에 이 서열을 합성해서 “보고 유전자”(reporter gene, 報告遺傳子)에 부착했는데, 만일 이 프로모터가 보고 유전자의 전사가 일어날 수 있게 한다면 단백질 생성물을 검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재조합 유전자를 조직 배양(tissue culture, 組織培養)으로 키운 쥐 세포 안에 집어넣었다. 실험은 완전히 성공했다. 합성 프로모터의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단백질량이 원래 활성화된 A 프로모터에 부착된 대조군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양과 같았다. 결과적으로 이 실험은 비활성 L1 복사본이 기능 있는 서열에서 진화했다는 가설을 지지하며, 과거를 재구성할 수 있는 계통분석의 힘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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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1)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2)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3)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4)


2.5 계통분석의 어려움



그림 2.15 화석기록에 근거해 가장 최근 공통조상 이후 흐른 시간에 대하여 도표로 나타낸 짝지은 척추동물 종 사이에서 차이가 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COI의 DNA 서열의 염기쌍 비율. 서열 차이는 코돈(codon)의 세 번째 염기 위치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했고, 두 번째 염기 위치에서 가장 느리게 진화했다 [8장 참조]. 세 번째 염기 위치에서 발생한 분기는 처음 공통조상이 출현한 이후로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증가했지만, 같은 위치에서 발생한 다중치환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었다. 따라서 이들 위치에서는 7천5백만 년 전에 분기한 분류군에 대해선 그 어떤 계통정보도 얻을 수 없다. 이 분석에 사용한 종은 잉어목(order Cypriniformes)에 속하는 두 종, 개구리류 한 종, 조류 한 종, 유대류 한 종, 설치류 두 종, 바다표범류 두 종, 수염고래류 두 종, 그리고 사람속이다. [After Mindell and Thacker 1996.]



실제로 분류군 사이의 계통관계를 푸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계통관계를 풀기 위해 개발된 그러한 방법에 관한 내용은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서지만, 여기에서는 그러한 어려움 가운데 몇 가지를 언급하도록 하자. 그럼에도, 계통분석을 어렵게 하는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우리는 이런 상황을 매우 자주 마주칠 것이다.


  1. 형질을 기록하는 것은 어렵다. 계통분석을 위한 기본 자료를 얻을 때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부 형질은 계통분류학에 중요하며 멸종한 생명체에 대해서 전형적으로 이용 가능한 유일한 자료다. 생명체가 같은 형질상태를 갖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상세하고 광범위한 해부학적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쉽거나 사소한 일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독립형질이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만일 어떤 포유류의 턱에 앞니 두 개, 송곳니 한 개, 앞어금니 세 개, 그리고 어금니 네 개가 있는데, [예를 들어, 개미핥기와 같은] 다른 포유류에는 이빨이 전혀 없다면, 이것은 [이빨이 전혀 없는 것과 같은] 한 가지 형질의 차이를 나타낼까? 아니면 [네 종류의 이빨이 없는 것과 같은] 네 가지 차이를 뜻할까? 아니면 열 가지 차이를 뜻할까? DNA 서열의 여러 위치에서 동시 다발로 돌연변이가 발생했어도 생물학적 기능은 유지하도록 진화가 일어났다면 DNA 서열을 분석하는데 있어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rRNA 구조는 “줄기”(stem)를 형성할 때 반드시 쌍을 이뤄야 하는 짧은 RNA 서열을 가지는데, 이들 서열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독립적이지 않다.
  2. 불계적 상동이 매우 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자료 집합에서는 똑같이 좋거나 거의 비슷한 정도로 괜찮은 몇몇 서로 다른 계통추정을 얻을 수도 있다. 다른 계통가설이 단지 몇 개의 추가적인 진화적 변화만을 암시한다면 특정 계통추정에 의존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대신, 이런 때에는 [다른 형질에 관한 자료와 같은] 더 많은 자료를 얻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3. 진화과정은 가끔 앞선 진화 역사의 흔적을 지운다. 연구 중인 어떤 분류군이 아주 오래전에 분기했거나 매우 빠르게 진화했다면, 그들의 특성 가운데 많은 부분이 상당히 많이 분기해서 상동형질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빨은 많은 포유류 사이의 계통관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특징을 제공하지만, 이빨이 없는 개미핥기 사이의 계통관계를 평가할 때에는 사용할 수 없다. DNA 서열에서 다중치환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같은 위치에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초기 공유파생형질을 없앨 수 있다. 어떤 위치에서 발생한 A에서 C로의 돌연변이는 그 위치에서 더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한에서만 공유파생형질을 나타낸다. 그러나 후손 분류군에서 C가 G로 대체되거나 A로 역진한다면, 공통가계의 증거는 사라진다. 더욱이,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치환이 서로 다른 혈통에서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그러므로 수렴진화와 [“다중타격”(multiple hits, 多重打擊)”인] 연속적 치환 때문에 분류군 사이의 서열이 분기하는 양이 줄어들어 결국 변동이 상쇄되어, 느리게 진화하는 서열보다는 빨리 진화하는 서열에서 더 빨리 안정기에 도달한다 [그림 2.15]. 이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빠르게 진화하는 DNA 서열은 최근 분기한 분류군의 계통분석에 유용하지만 [그림 2.16], 늦게 진화하는 서열은 먼 과거에 분기한 분류군 사이의 계통관계를 평가하는데 적합하다.
  4. 어떤 혈통이 너무 빠르게 분기하면 각각의 단계통군의 조상에서 뚜렷한 공유파생형질이 진화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림 2.17]. 진화방산(evolutionary radiation, 進化放散)라 불리는 단기간 동안 많은 혈통이 “폭발”하듯 분기하는 현상은 때때로 각각의 혈통이 서로 다른 적응을 획득하기 때문에 종종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 適應放散)이라고도 불린다. 예를 들어, 명금류(songbirds, 鳴禽類)의 많은 과는 단시간에 다양해진 것처럼 보이므로 이들의 계통관계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5. 정확히 추정된 유전자 계통수도 잘못된 종 계통을 내포할 수 있다. 이것은 도전적인 개념이지만, 몇몇 중요한 점을 내포하고 있다 [11장과 16장 참조]. 두 번의 연속적인 분지 사건의 발생으로 처음에 종 A가 출현하고 나중에 종 B와 C가 나타났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종 A, B, C를 낳은 조상 종이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다형성(polymorphism, 多形性)인] 유전자의 서로 다른 두 가지 단상형을 가진다고 가정하자. 단지 우연으로 단상형 1이 종 A에 고정되고 [즉, 다른 단상형은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遺傳的浮動)으로 그 종에서 소실되었다; 10장 참조] 단상형 2는 B와 C의 공통조상에 고정된다면, 유전자 계통수는 그러한 종의 계통수를 반영할 것이다 [그림 2.18A]. 그러나 분기하고 있는 종으로 그러한 단상형이 분류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즉, 유전자 혈통의 불완전 정렬(incomplete sorting, 不完全整列)이 있다면] B와 C의 공통조상은 다형성이며, 따라서 그러한 단상형은 가장 가깝게 연관된 종은 같은 단상형을 물려받지 않는 방식으로 우연히 세 종에 고정될 것이다 [그림 2.18BC]. 그러므로 이들 단상형에 근거한 계통은 종 사이의 잘못된 계통관계를 내포할 것이다. 그림 2.19는 이러한 실제 예가 보여주는데, 여기에서 시클리드어류(chiclids)와 가깝게 연관된 종 일부는 미토콘드리아 DNA 단상형의 유전자 계통수의 여러 위치에 나타나는데, 이것은 이들 종 각각이 다른 종과 함께 공통조상으로부터 몇몇 유전자 혈통을 상속받았음을 의미한다.



그림 2.16 서열의 진화속도에 차이가 있는 유전자는 계통분석에 이용할 때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엽록체 유전자인 ndhFrbcL을 토대로 한 계통추정이 가지과(family Solanaceae, 茄子科)에 속하는 토마토(Lycopersicon), 후추(Capsicum), 담배(Nicotiana) 등의 몇몇 속에 대하여 나타나 있다. ndhF 유전자는 rbcL 유전자보다 더 빨리 진화했다. 그림에 묘사된 [연속한 이분지 보다는 같은 지점에서 다양한 분지가 출현하는] 다분지로 미루어 봤을 때, rbcL로는 상대적으로 어린 많은 속 사이의 계통관계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더욱 빨리 진화하는 유전자와는 달리 rbcL은 샐피글로시스 (Salpiglossis), 피튜니아(Petunia), 그리고 피튜니아속의 자매군 사이에서 더 오래전에 발생한 분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After Olmstead and Sweere 1994.]



그림 2.17 빠른 진화방산. 파생형질상태가 이들 분류군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거의 진화하지 못할 정도로 분류군 W, X, Y, Z 모두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분기했으므로 이들 사이의 계통관계를 결정할 수 없다.












그림 2.18 [붉은색 선으로 나타낸] 유전자 계통수는 [바깥쪽을 감싸고 있는 부분인] 그 유전자를 표본 조사한 종의 계통을 반영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종 A, B, C는 두 번의 연속적인 분지 사건으로 출현했다. (A) 다른 자료로 추정한 실제 계통. 단상형 2와 3은 [굵은 눈금선인] 공유 염기쌍 치환(shared base pair substitution, 共有鹽基雙置換) 두 개로 표시된 단계통군을 형성하며, 유전자 계통수로 나타난 종 계통은 종의 실제 계통과 일치한다. 가는 눈금선은 그림에서 세 가지 단상형을 구분 짓는 돌연변이를 의미한다. (B) 단상형 1과 2는 단계통군을 형성하지만, 종 A와 B가 자매군으로 잘못 나타난다. 왜냐하면, 종 B와 C의 공통조상이 [단상형 2와 3인] 두 유전자 혈통에 대해서 다형성이기 때문이다. 자매군 B와 C에 고정된 유전자 혈통은 자매 혈통이 아니다. (C) 종 B와 C의 공통조상이 유전자 혈통 2와 3에서 다시 다형성이지만, 이들 유전자의 고정(固定)은 그림 B를 뒤집은 것이다. 유전자 계통수에 종 A와 C가 가장 밀접하게 연관해 있다고 잘못 나타나 있다. [after Maddison 1995.]



그림 2.19 동아프리카 말라위 호(Lake Malawi)의 시클리드어류 32종에서 채취한 표본의 미토콘드리아 단상형 계보 [또는 유전자 계통수]. 각각의 분지는 하나 이상의 종에서 발견될 수 있는 단상형을 나타낸다. 그러한 단상형이 발견되는 서로 다른 종은 세 글자로 된 머리글자로 표시했다. 색을 입힌 세 글자 이름표로 표시된 종은 αβ 혈통 모두에서 단상형이 다형성인데, 이것은 그들의 공통조상 또한 다형성임을 뜻한다. 많은 종이 하나 이상의 단상형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이들 종이 매우 최근에 기원했음을 뜻한다. 분명히, 유전자 계통수는 이들 종이 출현한 분지 순서를 나타내지 않는다. [After Moran and Kornfield 1993.]



2.6 교잡 및 수평 유전자 이동


많은 식물 종과 몇몇 동물 종은 두 조상 종 사이의 교잡(hybridization, 交雜)으로 [또는 이종교배(interbreeding, 異種交配)로] 출현했다 [16장 참조]. 그런 경우에 계통 일부는 엄격하게 분지하기보다는 망상형(reticulation 또는 netlike, 網狀型)이 되며, 잡종 개체군의 유전자 일부가 두 가지 다른 종 혈통의 각각에 존재하는 유전자와 계통적으로 가장 밀접히 연관될 수 있다 [그림 2.20]. 즉, 서로 다른 유전자에 근거한 종 계통이 달라질 수 있다.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러한 불일치는 비록 그것이 다른 이유로 발생할 수 있더라도 망상진화(reticulate evolution, 網狀進化)로 알려진 교잡에 의한 진화의 잠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유전체(genome, 誘電體) 대부분이 관여하는 교잡과는 대조적으로 수평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 水平遺傳子移動)이나 측면 유전자 이동(lateral gene transfer, 側面遺傳子移動)에서는 단지 한 종의 유전자 몇 개가 다른 종의 유전체 안으로 유입한다. [이 용어는 부모에서 자손으로 유전자가 “수직적”으로 이동하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반대된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바이러스 유전자”는 오직 고양이의 근연종 한 분류군과 긴꼬리원숭잇과의 원숭이에게서만 발견된다. 이 유전자는 이들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보다는 긴꼬리원숭이와 더 가까이 연관해 있음을 뜻하므로 이것은 다른 유전자가 가리키는 계통과는 명백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림 2.21]. 이 유전자는 바이러스를 통해 원숭이에서 고양이로 전달되었을 것이다. 측면 유전자 이동은 세균의 진화에 매우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유전자는 박테리오파지에 의한 감염이나, 죽은 세포에서 방출한 노출된 DNA를 박테리아가 흡입하거나, 박테리아 간의 접합(conjugation, 接合) 등으로 멀리 연관된 종 사이로 이동할 수 있다 [Ochman et al. 2000]. 실제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유전자, 숙주에 침입해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온천과 같은 극한 환경의 적응과 관련된 유전자가 측면 유전자 이동으로 다양한 세균에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계통적 불일치와 몇 가지 다른 일련의 증거로 잘 알려졌다.



그림 2.20 교잡과 망상진화. (A, B) 서로 다른 두 유전자의 서열을 토대로 한 종 A, B, C 그리고 외군(O)의 계통. (C) 종 B는 종 A와 C 사이의 교잡으로 출현했다는 사실과 이 분류군의 역사를 망상진화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음을 이 그림에 나와 있는 계통관계의 불일치를 통해 알 수 있다. [After Sang and Zhong 2000.]



그림 2.21 몇몇 긴꼬리원숭잇과인 구대륙원숭이와 고양잇과(family Felidae) 동물의 계통. 구대륙원숭이와 [파란색 분지로 표시한] 고양이의 한 분류군이 매우 비슷한 서열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가지므로, 이들 원숭이의 조상에서 고양이의 조상으로 바이러스 유전자가 수평 이동했다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해석이다. [After Li and Graur 1991.]



2.7 요약


  1. 계통은 종 또는 분류군이 공통조상에서 연속적으로 기원한 역사다. 이것은 계통수로 나타낼 수 있는데, 계통수의 각 분지점은 조상 종이 두 혈통으로 분리됨을 나타낸다. 가까이 연관된 종은 멀리 연관된 종보다 더 최근 공통조상을 가진다. 특정 공통조상에서 유래한 종의 분류군은 단계통군이며, 계통수는 단계통군이 포함된 집합을 나타낸다. 분류군의 특징으로 추정된 계통수는 진화관계를 나타내며, 진화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하는 뼈대를 제공한다.
  2. 생명체 사이의 전체적인 유사성이 계통관계를 가장 잘 반영하진 않는다. 어떤 두 종은 [제3의 종이 분기했던 것과는 달리] 조상형질상태를 유지하고 있거나, [불계적 상동처럼] 비슷한 형질상태가 독립적으로 진화했거나, 공통조상에서 진화한 파생형질상태를 공유하기 때문에 제3의 종보다 서로 더 비슷할 수 있다. 오직 유일하게 공유된 파생형질상태만이 계통관계의 증거가 된다. 따라서 단계통군은 분류군 구성원이 공유한 유일한 파생형질상태로 특징지을 수 있다.
  3. 계통관계는 혈통 사이의 서로 다른 진화속도와 불계적 상동으로 모호해질 수 있다. 몇 가지 방법이 이들 잘못된 특징에 직면하며 계통을 추정하는 데 사용된다. 최대 파시모니법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 방법에 따르면 계통에 대한 최상의 추정은 종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적은 진화적 변화를 가정한 계통수다. 때때로 이외의 다른 방법이 더 신뢰할만하다.
  4. 계통수는 진화관계에 관한 서술이며, 모든 과학적 서술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가설이다. 서로 다른 형질과 같은 새로운 자료가 가설을 지지할 때 우리는 가설의 타당성을 확신할 수 있다. 많은 분류군 사이의 계통관계에 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잘 입증되는 계통 또한 많이 있다.
  5. 형태적 자료와 분자 자료 모두가 계통분석에 사용된다. DNA 서열의 진화속도는 어떤 경우에는 [“분자시계”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일정하게 나타나는데, 이때 서로 다른 혈통의 서열은 대략 일정한 속도로 분기한다. 이 같은 경우에 전체적인 유사성 정도가 계통관계를 가리킬 수 있다. 몇몇 혈통의 화석이 알려졌다면 서열의 절대진화속도는 때때로 보정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속도는 분류군의 기원과 같은 몇몇 진화적 사건이 일어난 절대적 시기를 추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6. 진화과정이 계통관계의 추론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유된 파생형질상태는 DNA 서열의 같은 위치에서 염기쌍 치환이 연속적으로 발생했을 때처럼 연속적인 진화로 지워질 수 있다. 만일 다양한 혈통이 짧은 시간 안에 어떤 공통조상에서 기원한다면, 연속적인 분지 사건 사이에서 파생형질상태가 진화할 정도로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 사이의 계통관계를 밝히기 어려울 수 있다. 서로 다른 종으로부터 얻은 유전자로 [또는 DNA 서열로] 정확하게 추정된 계통은 그 종의 실제 계통과 다를 수 있다. 충분한 자료가 있을 때만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7. 어떤 종이 서로 다른 조상 종 사이의 교잡으로 기원했거나 서로 다른 혈통 사이에 수평[측면] 유전자 이동이 있었다면, 계통분석을 위해 반드시 하나 이상의 분지 양식을 고려해야 한다. 만일 서로 다른 유전자가 서로 다르게 분지한 계통을 나타낸다면 그러한 상황을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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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1)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2)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3)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5)


2.3 분자시계


진화가 오로지 분기로만 일어났고 [즉, 불계적 상동이 없고], 모든 혈통이 일정한 같은 속도로 진화했다면, 두 종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의 개수는 공통조상에서 분기한 이후 지난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림 2.12]. 이때 우리는 [그림 2.4A처럼] 단순히 분류군 쌍 사이의 차이 정도에 따라 계통, 즉 분지의 상대적 순서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림 2.12 (A) 분기가 거의 일정한 속도로 일어난다면 혈통 분기의 상대적 시간은 분류군 사이의 [유사성 또는] 전체적 차이로 결정할 수 있고, 따라서 분류군의 계통을 추정할 수 있다. (B) 진화가 거의 일정한 속도로 일어나 분류군 사이의 차이를 추정할 수 있는 가설계통. 가는 눈금선은 새로운 형질상태의 진화를 나타낸다.



초기 분자계통학 연구에 따르면 DNA 서열은 진실로 일정한 속도로 진화하며 분기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형태적 특징에서는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 이 개념은 분자시계(molecular clock, 分子時計)라고 불렸다 [Zuckerkandl and Pauling 1965]. 정확한 분자진화시계(molecular evolutionary clock, 分子進化時計)가 존재하므로 계통을 추정하는 방법이 간단해질 수 있다. 또한, 분자시계가 얼마나 빨리 “똑딱거리는지” 결정할 수만 있다면 서로 다른 분류군이 분기한 이후 지난 절대시간도 추정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고려했던 계통수는 분지가 일어난 절대시간이 아니라 단지 분류군의 분지 순서와 그 상대적 시기만을 묘사할 뿐임을 명심하라.]


분자진화속도를 추정하기 위하여 우리는 각각의 변화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그림 2.4그림 2.7에서처럼] 우리가 추정한 계통에 도표로 파시모니하게 작성함으로써 공통조상에서 기원한 쌍을 이루는 종 사이에서 누적된 차이의 개수를 [예를 들어, 염기쌍 돌연변이로 누적된 차이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그림 2.9B에서 사람속과 판속의 공통조상 사이에서는 [6374번 위치와 같은] 76개의 변화가 나타나고, 그 공통조상과 고릴라속 분지 사이에서는 [5365번 위치와 같은] 14개의 변화가 나타나며, 퐁고속 분지와의 사이에서는 [8230번 위치와 같은] 70개의 변화가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 사람상과의 구성원이 [붉은털원숭이인 마카카속으로 대표되는 긴꼬리원숭잇과에 속하는] 구대륙원숭이로 이어지는 혈통에서 분기한 이후, 사람속으로 이어지는 혈통에서 76+14+70+150=310개의 염기쌍 변화가 있었다.


만일 분기가 일어난 절대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면 어떤 혈통에서 발생한 염기쌍 치환의 평균속도도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긴꼬리원숭이류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2천5백만 년(25 My)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를 통해서 붉은털원숭이와 사람상과 구성원 사이에서 분기가 일어난 후 흐른 시간을 최소한 추정할 수 있다. * 붉은털원숭이 혈통에서 백만 년 당 각 염기쌍이 치환된 개수는 457/10,000개의 분석된 염기쌍/25 My=1.83 x 10-3개/My 또는 연간 1.83 x 10-9개다. 그리고 공통조상에서 사람속까지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평균속도는 310/10,000/25=1.24 x 10-3개/My였다. 따라서 각각의 혈통에서 치환이 발생한 평균속도는 r = (457+310)/383.5/10,000/25 My 또는 1.534 x 10-3개/My다.


* My는 Mega year, 즉 백만 년의 약자다.


이런 식으로 어떤 분류군이 분기한 절대시간에 대한 화석기록에서 얻은 정보는 분자시계를 보정하는 데 [즉, 그 속도를 보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좋은 화석기록을 남기지 않은 다른 분류군의 분기 시간을 추정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영장류 종의 ψη-글로빈 위유전자 서열 사이에서 차이가 나는 염기쌍 비율이 0.0256이라고 가정하자. 분자시계를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한다고 가정하자.


D = 2rt


이 식에서 D는 두 서열 사이에서 차이가 나는 염기쌍의 비율이고, r은 My 당 단위 염기쌍이 분기하는 속도며, t는 종의 공통조상 이후로 경과한 [My 단위의] 시간이며, 상수 2는 분기한 두 혈통을 나타낸다. 그림 2.9에서 추정했듯이 D=0.0256이고 r=0.001534라면 t=D/2r=8.3이므로, 두 종이 공통조상에서 분기한 시기는 8.3 My 전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림 2.13 분자진화속도가 대략 일정함을 보여주는 염기쌍 치환 대 분기 이후 경과한 시간. 각 점은 화석증거를 토대로 했을 때 x축 위에 표시된 시기에 가장 최근 공통조상이 출현한 현생 포유류 종의 쌍을 나타낸다. y축은 7가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에 나타난 두 종 사이의 차이로 추론한 염기쌍 치환의 개수를 나타낸다. 네 개의 초록색 원은 영장류 종의 쌍을 대표한다. [After Langley and Fitch 1974.]



찰스 랭글리(Charles Langley)와 월터 핏치(Walter Fitch)는 분자시계 가설을 검증하는 데 화석에서 얻은 자료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Langley and Fitch 1974]. 7가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amino acid sequence)로 이들은 그들은 짝 지은 포유류 종 사이의 서로 다른 뉴클레오타이드 서열 개수를 추정했다. [8장에서 이것을 어떻게 하는지 배울 것이다]. 랭글리와 핏치는 분자 수준에서 차이가 나는 개수와 분기 이후 경과한 시간 사이에 강하지만 부정확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그림 2.13]. 그들의 “시계”는 정교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계통을 추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열분기속도가 이 예만큼 거의 항상 일정하지는 않다 [Mindell and Thacker 1996; Smith and Peterson 2002]. 화석기록에서 얻은 분지 시간에 대한 정보 없이도 서열의 진화가 분자시계를 따르는지 알아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상대속도 검증(relative rate test, 相對速度檢證)이다 [Wilson et al. 1977]. 우리는 어떤 공통조상으로부터 [즉, 계통수의 어떤 분지점(分枝點)으로부터] 그 조상에서 파생한 현생종 각각에 이르는 데 경과한 시간이 정확히 같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혈통이 일정 속도로 분기했다면, 하나의 후손 종에서 공통조상을 거쳐 다른 종에 이르는 계통수의 모든 경로를 따라 존재하는 [때때로 유전적 거리(genetic distance, 遺傳的距離)라 불리는] 변화의 개수는 대략 같아야 한다 [그림 2.14]. 사람상과 구성원의 예에서 [그림 2.9B 참조] 붉은털원숭이와 다양한 사람상과 구성원 사이에 나타나는 차이의 개수는 [오랑우탄에 대해서는] 806개부터 [사람에 대해서는] 767개까지 범위 안에 들어간다. 사람 혈통이 다소 느린 것처럼 보이더라도, 서로 비슷한 이 숫자는 이들이 상당히 일정한 속도로 분기 분기했음을 가리킨다.



그림 2.14 분자분기(molecular divergence, 分子分岐)의 속도가 일정함을 보여주는 상대속도 검증. 서열은 현생종 A와 B 및 외군인 종 E에서 얻었다. Y와 X는 조상 종을 나타낸다. 이탤릭체 소문자는 각각의 분지를 따라 발생하는 차이의 개수를 [예를 들어, 뉴클레오타이드의 변화 개수를] 나타낸다. A와 E 사이의 유전적 거리는 DAE=a+c+d이고, B와 E 사이의 유전적 거리는 DBE=b+c+d이다. 만일 염기쌍 치환 속도가 일정하다면, a=b이므로 DAE=DBE이다. 일정한 속도가 계통을 통틀어 유지된다면, 종 X를 공통조상으로 가진 짝지어진 종 사이의 유전적 거리는 어떤 종의 다른 쌍과도 같을 것이다.



다양한 생명체에서 얻은 DNA 서열 자료에 적용된 상대속도 검증은 서열의 진화속도가 상당히 가깝게 연관된 분류군 사이에서 종종 매우 비슷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멀리 연관된 분류군은 때때로 다소 다른 진화속도를 나타냈다 [Li 1997]. 예를 들어, 설치류의 서열 진화속도는 영장류보다 두세 배 빠르다.


분류군 사이의 계통관계를 추정하기 위해 분자시계를 가정할 필요는 없으므로, 분자시계가 계통분석에 사용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분자시계는 때때로 대략적인 분기 시기를 추정하는데 유용하므로 우리는 이 책 후반부에서 분자시계를 이용한 많은 사례를 접할 수 있다.


2.4 유전자 계통수


지금까지 우리는 종의 계통수를 추론하는 데 관심을 뒀다. 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우리는 단상형(haplotype, 單相型) 유전자의 다양한 DNA 서열 사이의 역사적 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 때때로 유전자 계통수(gene tree, 遺傳子系統樹) 또는 유전자 계보(gene genealogy, 遺傳子系譜)라 불리는 유전자의 계통은 어떤 단일 종이나 한 종 이상에서 기원한 서로 다른 단상형을 포함한다.


[단상형인] 하나의 DNA 서열에서 다른 형태가 돌연변이 때문에 출현한다 [8장 참조]. 가장 간단한 종류의 돌연변이는 어떤 단일 위치에서 하나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쌍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화하는 일련의 가설적 단상형을 고려해보자.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일련의 염기쌍 돌연변이로 발생한 7가지 단상형을 가정하자.


여기에서 단상형 3은 단상형 2의 7번 위치가 C에서 T로 치환해 발생했다. [그 역도 가능하다]. 새로운 단상형 3은 개체군 내 서로 다른 개체가 보유하는 유전자의 많은 복사본 가운데 오직 하나의 변화만으로 출현했으므로, 조상인 단상형 2는 적어도 당분간은 계속 존재한다.


이제 생명체 표본에서 7가지 단상형 모두를 찾는다고 상상해보자. 근소한 차이가 있는 서열이 가장 가까운 조상-후손 관계를 나타낸다고 가정함으로써 우리는 이들 생명체를 근절 유전자 계통수(unrooted gene tree, 根絶遺傳子系統樹)에 정확히 배열할 수 있다. 즉, 계통적으로 가장 밀접히 연관된 단상형은 가장 적은 가능한 돌연변이 개수에 따라 서로 연결된다. 단상형 1을 다른 단상형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돌연변이가 필요하므로 단상형 1은 단상형 2와 4 사이에 있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가장 파시모니한 [전혀 나무처럼 보이지 않는] 근절 유전자 계통수를 찾을 수 있다.



이 계통수는 뿌리가 없는데, 이것은 진화의 방향이 어떤지를 [즉, 어느 서열이 그들 모두의 공통조상과 가장 가까운지를] 알 수 없음을 뜻한다. 더욱이, 표본에서 단지 단상형 2에서 7만을 발견한다고 가정하자. 단상형 1은 [9번과 13번 위치에서 발생한] 두 개의 돌연변이로 서로 달라진 단상형 2와 4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단계이므로, 우리는 단상형 1이 현재 존재하거나 과거에 존재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같은 개별 유전자에서 돌연변이 두 개가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단상형 4가 단상형 2에서 직접 발생했을 개연성은 별로 없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단상형 1은 가설적 중간자(hypothetical intermediate, 假設的中間者) 또는 가설조상(hypothetical ancestor, 假設祖上)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어떻게 진화의 방향을 추론할 수 있을까? 단상형 4, 5, 6, 7이 종 A에서 발견되고 단상형 2와 3이 가깝게 연관된 종 B에서 발견된다고 가정하자. 단상형 4~7이 근연종인 것처럼 단상형 2와 3이 근연종임을 우리는 근절 계통수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역자: 여기서 사용한 근연종은 유전자 사이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용어일 뿐이다]. 가장 파시모니한 추론은 두 종의 공통조상이 그 두 종의 단상형 두 무리가 출현한 [단상형 1과 같은] 어떤 단상형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상의 순서를 밝힘으로써 우리는 아래와 같이 계통수의 뿌리를 결정할 수 있다.



단상형 1을 조상 단상형으로 가정했으므로 단상형의 진화 순서는 종 A에서 4→5→6→7이며 종 B에서는 2→3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만일 우리가 어느 한 종에서 [또는 둘 다에서] 단상형 1을 찾을 수 있다면 마찬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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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찾으러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마시모 피글리우치(Massimo Pigliucci)라는 과학철학자가 저술한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이라 불리는 비과학의 함정(Nonsense on Slits: How to Tell Science from Bunk)』이란 책을 발견했다. 책일 빌릴까 잠깐 고민하다가, 도서 대여가 돈 드는 일도 아니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대출 신청을 했다. 사실, 이 책이 번역되어 출판되었다는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곧바로 접하지 않은 이유는 이 책을 “그저 흔하디흔한 과학철학서”나 “시중에 많이 나도는 사이비 과학 폭로서”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판단이 근거라곤 전혀 없는 개인적 편견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정말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출처: 알라딘]



이 책은 연성 과학(soft science, 軟性科學)과 경성 과학(hard science, 硬性科學)의 특징을 살피면서 카를 포퍼(Karl Popper)라는 고집스러운 과학철학자 할아범이 오래전에 제기한 과학의 경계 문제(the Problem of demarcation, 境界問題)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오늘날 과학으로 인정되거나 스스로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다양한 과학에 관해 고찰하면서, 이들을 진짜 과학(real science), 거의 과학(almost science) 그리고 사이비 과학(pseudo-science)으로 분류했다. 영광스런 무대 위에 오른 후보는 다음과 같다.


(1) 철학보다 더욱 철학적이 되어버린 현대 물리학의 다채로운 우주론(cosmology, 宇宙論), (2) 진화생물학 이론을 받아들였지만 진정한 과학인지는 진실로 의심되는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進化心理學), (3) 한때 미국을 풍미했던 외계 지적 생명체에 관한 대대적 탐사 프로젝트인 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4) 진정한 과학인 진화생물학과 사이비과학의 전형(典型)인 너무나도 끈질기고 병적으로 집요한 창조론(creationism, 創造論)과 그 적자(嫡子)인 지적설계론(intelligent design, 知的設計論), (5) 과학이 아니라고 오래전에 판명되었지만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점성술(astrology, 占星術) 등등. 진화심리학에 관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저자는 진화심리학을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 (인간을 다루지 않는) 사회생물학은 엄연한 (거의) 과학이라고 판단한다.


저자는 언론에 의해 조장되거나 왜곡된 과거와 오늘날 과학의 현주소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피면서, 비과학적 주제가 언론을 통해서 어떻게 과학적으로 포장되는지, 과학적 사실이 어떻게 해서 과학적 사실이 아닌 것처럼 인식되어버리는지, 그리고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과학을 어떤 식으로 교묘하게 왜곡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더불어, 저자는 유명한 과학자나 지식인이라 할지라도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그리고 과거와 오늘날의 지식인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씽크 탱크(Think Tank)가 불리는 집단의 사례를 분석해 이들이 어떤 식으로 과학을 왜곡하는 데 앞장서는지 보였다.


과학 진영과 비과학 진영의 충돌이라는 역사적 사건도 이 책에서 다루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지적 사기(intellectual impostures, 知的詐欺)라 불리는 물리학자 앨런 소칼(Alan Sokal)의 짓궂은 장난(?)으로 시작된 과학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봄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과학을 오해하는지 설명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파울 파이어벤트(Paul Feyerabend)라는 괴팍하면서도 걸출한 철학자의 과학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적 오해의 실체를 파헤쳤다. 이와 함께, 저자는 과학을 교조적 선언으로 받드는 과학주의(scientism, 科學主義)도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피글리우치는 과학이 발전하는 원리에 관해서도 고찰했다. 실제로, 그는 책에서 토마스 쿤(Thomas Kuhn)의 유명한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일이 과학 발전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인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물리학에서는 그런 측면이 있지만, 생물학 같은 분야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진실로, 이 책은 정말 잘 쓰인 책이다. 과학철학자이면서도 식물학과 유전학을 전공한 저자의 경험 덕분인지는 몰라도 이 책의 내용은 실험 생물학을 전공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크게 와 닿는다. 덧붙여, 이 책은 그 어떤 대중적 과학철학/과학사회학 도서보다도 재미있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숨넘어갈 정도로 낄낄거리며 웃은 적도 있다. 그만큼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촌철살인(寸鐵殺人) 그 이상의 의미와 유머로 가득하다. 과학이 무엇인가, 과학철학이 무엇인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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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막을 가진 유기 생명체는 약 34억 년 전 고시생대(Paleoarchean, 古始生代)에 단세포성(unicellularity, 單細胞性) 형태로 처음 출현했다 [1] [그림 1, 위쪽]. 그러나 늦어도 약 21억 년 전 고원생대(Paleoproterozoic, 古原生代) 리야시아기(Rhyacian) 때 다세포성(multicellularity, 多細胞性)이라는 새로운 진화적 경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림 1, 아래쪽] [2]. 어떻게 보면 독립생활을 영위하던 단일 세포가 다세포 생명체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독립적인 개체가 하나의 닫힌 울타리 안에서 유기적 연합을 구축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포 다수가 하나의 덩어리(cluster)를 이루면서 새로운 생물학적 구조와 기능이 나타났고 생물학적 복잡성(biological complexity, 生物學的複雜性) 또한 커져 갔다. 이 때문에, 새로운 생명 형태에 주어진 자연 선택이라는 엄격한 규범은 세포 사이의 치밀하고 끈끈한 “상호 협력”을 요구했다. 다시 말하자면, 독립생활을 영위했던 단일 세포는 다세포 생명체의 구성 세포가 되는 대신에 자신을 희생해야만 했으며, 심한 경우엔 자신의 소멸로 그 대의(大義)를 증명해야만 했다.



그림 1. (위쪽)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스트렐리 풀(Strelley Pool) 지층의 암석에서 발견된 산소 대신에 황을 물질대사(metabolism, 物質代謝) 과정에 사용한 원시 세포의 흔적 [1] [출처: Nature Geoscience]. (아래쪽) 아프리카 가봉에서 발견된 다세포 생명체 화석. 산소 호흡을 했다고 추측되는 평균 수 센티미터에서 최대 12 센티미터 크기의 평면형 다세포 생명체가 암석에 뚜렷이 나타나 있다 [2] [출처: Nature].



단일 세포 형태에서 다세포 형태로


단일 세포 형태에서 다세포 생명체로의 진화를 (그리고 왜 다세포 생명체가 출현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 모든 과정은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먼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에서 든 예처럼 고대 다세포 생명체의 흔적이 간혹 발견되긴 하지만 [그림 1, 아래쪽], 그것이 최초 형성 과정을 반영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으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화석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다. 결과적으로, 초기 다세포 생명체의 생리학적∙생태학적 특징과 그 진화 과정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만한 결정적 증거는 전무(全無)한 실정이다.


다세포 생명체는 많은 세포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단세포-다세포 전환 과정의 첫 단계는 독립적으로 있기보다는 한 덩어리로 있으려는 유전적 경향을 지닌 세포의 첫 출현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세포의 집결체인 바이오필름(biofilm) 같은 형태인지 아니면 모세포(mother cell, 母細胞)의 세포 분열로 형성된 딸세포(daughter cell, -細胞)가 분열 후 떨어져 나가지 않고 한 데 뭉쳐서 나타났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생물학적 상식을 기반으로 각각의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는 있다.


우선, 단순한 세포 덩어리가 출현하자마자 다세포 덩어리 사이에서의 선택(selection among multicelled clusters)이 본질적으로 덩어리 내 단일 세포 사이의 선택(selection among single cells within clusters)보다 우세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애당초 유전적으로 다른 독립생활 세포의 응집(aggregation, 凝集)은 내부적으로 어떤 생물학적 불화(不和)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형성조차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즉, 유기체 덩어리 하나가 정체성을 나타내는 다세포 생명체의 특성상 유전적으로 불균일한 유기체 덩어리는 적응과 경쟁에서 불리했으리라. 따라서 유전적으로 다른 단일 세포가 하나의 집단을 형성해 다세포 생명체로 진화하기란 처음부터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세포 생명체 출현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전적 동일성을 확보 방법에 어떤 것이 있을까? 최선은 모세포에서 딸세포가 세포 분열을 한 다음 분리되지 않은 채 뭉치는 것, 즉 분열 후 유착(post-division adhesion, 分裂後癒着)이다. 이 방법이라면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가 하나의 다세포 생명체를 이룰 수 있으며, “유전적으로 우리는 하나다”란 확고한 동족 의식(同族意識) 또한 공유할 수 있다.


유전적으로 같은 세포라도 한 데 뭉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독립생활 세포는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것을 혼자서 한다. 번식조차도 자신의 일부를 (다소 정교한 방법으로) 떼어내기만 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단일 세포가 한 덩어리로 모이면 영양분과 같은 자원 분배와 번식 문제 같은 생물학적 이해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탈, 즉 오늘날의 암과 같은 이단(異端)이 출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탈을 막는  것은 다세포 생명체가 성공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며, 결과적으로도 다세포 생명체는 그러한 일탈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사실일까? 단지 우리의 상상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까?


이 같은 설명은 논리적으로 개연성은 있지만, 과학 대부분이 그렇듯 어떤 식으로든 증명되지 않으면 단순한 허구(虛構)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우리의 논리적 상상에서 비롯된 가설이 실험적으로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과거에 전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유기체 덩어리가 형성될 수 있었던 생태적 조건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실제 과정 자체를 재현하기 위한 시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2012년에 「다세포성의 실험적 진화(Experimental evolution of multicellularity)」란 제목으로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된 논문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이 논문을 「Ratcliff, et al.」이라 부르겠다) [3].


문제 해결은 의외의 곳에서 나올 수 있다


가설을 증명하려면 정교하게 고안된 실험을 준비해야 한다.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변인(variable, 變因)을 통제해야 하며, 대조군(control group, 對照群)과 실험군(experimental group, 實驗群)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통계 분석법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이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어떻게 증명하느냐” 이다. 이 세상의 모든 자연 현상 가운데 진화만큼 증명하기 어려운 것도 흔치 않다. 왜냐하면, 인간 수명은 고작 80~100년이지만, 진화 대부분―바이러스와 미생물의 단기적 진화는 예외로 하자―은 적어도 몇천몇만 년이 지나야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억 년의 세월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단세포-다세포 진화를 실험적으로 재현(再現)하려는 시도는 어떻게 보면 무모해 보일 지경이다. 그럼에도, 어떤 때에는 정말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Ratcliff, et al.」도 그런 연구 가운데 하나다 [3, 4].


실험 연구자의 눈에 이들의 방법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실제 진화가 일어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연구팀이 선택한 생명체는 흔하디흔한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 또는 Baker’s yeast, 酵母)였다. 자연 상태의 효모는 단세포로 존재한다. 영양분이 매우 부족할 때 군집을 이루기도 하지만,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 미련 없이 서로 결별할 준비가 되어 있다. 모든 실험이 그렇지만, 이들의 실험도 지루하고 단순하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실험 기구도 원심분리기(centrifuge, 遠心分離機), 세포 배양기(incubator, 細胞培養機) 그리고 현미경이 전부였다. 약간의 화학 약품을 제외하면 오늘날의 그 어떤 첨단 연구 기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의 실험 과정을 살펴보자.


(1) 효모를 세포 배양액(media, 培養液)이 담긴 플라스크(flask)에 주입해 세포 배양기 안에서 일정 시간 동안 (길어봐야 반나절 정도) 키운다. (2) 세포 분열로 수가 늘어난 효모가 담긴 플라스크를 꺼내 약 45분간 그대로 놔둔다 (또는 원심분리기로 아주 잠시 돌린다). (3) 바닥에 가라앉은 소량의 배양액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다 (이 소량의 배양액 안에 연구팀이 원하는 다세포성 효모가 존재한다). (4) 바닥에 남아 있는 소량의 배양액을 새로운 배양액이 담긴 플라스크에 주입해 세포 배양기 안에서 일정 시간 동안 키운다. (5) (2)~(4)의 과정을 최대 60번 반복한다.


지루하고 단순한 실험이지만, 이 모든 과정의 핵심은 바닥에 가라앉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효모를 골라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다세포성 진화를 촉진하는 일종의 “자연 선택”으로 가정했는데, 실제 진화 과정에서 이런 식의 자연 선택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다세포성 생명체 진화의 실질적 원인이라고 보기도 무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연구팀이 (실제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더라도) 다세포성 진화를 위해 어떤 “선택압(selection pressure, 選擇壓)”을 줬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선택압”으로 어떤 진화적 변화, 특히 다세포성이 나타났다면, 그것은 다른 종류의 “선택압”이 주어졌더라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유추할 수도 있다.


단세포, 다세포가 되다



 

그림 2. (왼쪽) 「Ratcliff, et al.」에서 찾아낸 새로운 형태의 효모 생명체. 맨 윗줄 왼쪽 그림(Ancestor라고 표기)은 자연 상태의 효모이며, 나머지는 실험적 선택으로 나타난 눈송이 효모 덩어리(Snowflake-like yeast cellular cluster)이다. (오른쪽)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자연 상태의 효모와 눈송이 효모 덩어리의 반응. 왼쪽 두 사진은 자연 상태의 효모이며 오른쪽 두 사진은 눈송이 효모 덩어리이다. 윗줄은 영양 상태가 좋을 때이며, 아랫줄은 영양 상태가 안 좋을 때이다 [3] [출처: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단세포 형태의 효모가 지루한 실험적 선택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관찰된 적 없는 “전체적으로 둥글고 눈송이 같은” 효모 덩어리로 진화했다 (앞으로 이 생명체를 “눈송이 효모 덩어리”라고 부르겠다 [3] [그림 1, 왼쪽]. 그리고 그 효모 덩어리의 크기는 배양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커져만 갔다. 눈송이 효모 덩어리가 생존에 있어서 단세포 형태의 효모보다 딱히 불리하지도 않았다. 즉, 자연 상태의 효모만큼 이 새로운 생명체도 영양 상태의 좋고 나쁨과 관련 없이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눈송이 효모 덩어리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즉, 최초의 효모에서 세포 분열로 생성된 딸세포가 모세포에서 분리되지 않은 채로 분열을 반복하면서 눈송이 덩어리 형태를 만들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다세포 생명체 기원의 가설 가운데 하나인 분열 후 유착 과정이 실제 다세포 생명체 출현에 중요했음을 암시한다. 더불어, 이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자연 상태의 효모에서 흔히 관찰되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유사 균사 형태(pseudohyphal form, 類似菌絲形態)와도 확연히 달랐다 [3] [그림 2, 오른쪽]. 물론, 주변 영양분이 부족하면 눈송이 효모 덩어리를 이루는 구성 세포의 모양도 어느 정도 변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다세포성을 해치진 않았다. 이들에게 한 번 동지는 영원한 동지였다.



그림 3. (위쪽) 눈송이 효모 덩어리의 시간에 따른 분열 과정 [3] [출처: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새로운 형태의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번식 방식도 달랐다. 자연 상태의 효모는 이분법으로 번식한다. 하지만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제아무리 커 봤자 부모의 절반도 안 되는 전구 과립체(progranule, 前驅顆粒體) 형태를 자손으로 낳을 뿐이었다 [3] [그림 3].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간 전구 과립체는 부모 개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계속 성장했다. 그리고 이 전구 과립체도 어느 정도 성장하면 자기 부모처럼 전구 과립체 형태의 자손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과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과정과 많이 닮았다. 바로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세포 생명체가 겪는 유아기(juvenile phase, 幼兒期)와 성년기(adult phase, 成年期)라는 세대에 따른 주기적 순환이다.


세포, 분업을 시작하다


단세포가 다세포성을 띄었다 하더라도 단순히 세포 덩어리 그 자체로만 존재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 인간을 포함한 생물학적 복잡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거대 생명체가 오늘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사실은 최초 다세포성 생명체에 어떤 기능적 변화가 나타났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물학적 복잡성이 나타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세포의 분업(division of labor, 分業)이다. 더불어 세포 분업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생물학적 과정인 세포 분화(cellular differentiation, 細胞分化)도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세포 분화로 단순한 유기체 덩어리는 몸의 부위에 따라 고유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외형적으로는 다세포성을 나타내는 「Ratcliff, et al.」의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실질적으로 오늘날 다세포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분업 체계 또는 이러한 분업 체계를 가능케 하는 세포 분화 과정을 획득했을까?


세포 분화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세포 소멸(apoptosis, 細胞消滅)이라는 세포 자살 메커니즘이다. 분화 과정에는 다양한 세포가 참여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분화 과정 초기에 필요할 수도 있고, 일부는 나중에 필요할 수 있으며, 일부는 전 과정 통틀어 참여할 수도 있다. 어떤 세포는 임무가 끝나면 올바른 분화를 위해 바로 사라져야 하지만, 어떤 것은 나중을 위해서라도 계속 존재할 필요가 있다. 개중에 어떤 세포는 분열 과정 중에 손상을 입어 폐기처분 해야 한다. 이때 폐기처분 해야 하는 세포 가운데 상당수는 세포 소멸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분해된다. 따라서 분화 과정 중에 세포 소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개체 성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그만큼 세포 소멸은 다세포 생명체에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림 4. 눈송이 효모 덩어리에서 세포 사멸이 일어나는 부분이 노란색 또는 주황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곳은 대부분 과립 전구체가 모체로부터 떨어져 나갈 부분이다 [3] [출처: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물론, 이러한 세포 소멸 메커니즘이 꼭 다세포 생명체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자연 상태의 효모에게도 세포 소멸은 일어난다 [5]. 그러나 자연 세포 상태의 효모에서 발생하는 세포 소멸의 최종 결과가 주로 자신에게 국한된다면, 다세포 생명체에서의 세포 소멸은 자신이 아닌 다세포 생명체의 존속을 위한 자기희생의 결정체(結晶體)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눈송이 효모 덩어리에서 일어나는 세포 사멸은 다세포 생명체 일반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연속적인 배양 과정을 통해 독자적으로 진화한 눈송이 효모 덩어리에서 오늘날 다세포 생명체의 소화 기관 또는 신경계 같은 어떤 특별한 생물학적 분화가 일어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엔 우리의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구조적으로 너무 단순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생명체는 분명히 자연 상태의 효모와 다르며, 앞에서 언급한 번식 방법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특히, 모체에서 전구 과립체가 분리될 때, 두 개체의 접지 부분에서만 세포 소멸 과정이 매우 특이적으로 발생한다 [3] [그림 4]. 다시 말하면, 다세포 생명체가 자손을 번식하는 과정에서 일부 세포가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다세포 생명체에서 흔히 나타나는 생물학적 분업은 시험관 안에서 이루어진 인위적인 진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재현되었으며, 「Ratcliff, et al.」의 실험에서 진화한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진정 원시적 다세포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맺음말


지금까지 웬만해서는 관찰도 재현도 어려운 진화의 과정, 특히 다세포 생명체의 출현에 관한 실험적 재구성에 관한 연구를 소개했다. 이 실험이 실제 진화 과정에서 일어났을 다세포 생명체의 기원을 반영한다고 백 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적어도 어떤 “선택압”이 단세포 생명체에 주어졌을 때, 그 단세포 생명체가 독립생활이라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벗어 던지고 “다세포성”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이번에 다세포성 진화의 실험적 재구성이 가능함을 확인한 상황에서 필자의 기대는 커져만 갔다. 앞으로 어떤 진화 과정을 실험실에서 재구성할 수 있을까? DNA/RNA 고분자 생명체의 출현, 세포의 출현, 아니면 이것보다도 더 어려운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운) 진화의 과정들? 앞으로도 기대가 크다.



참고 문헌
[1] Wacey D, et al. 2011. Microfossils of sulphur-metabolizing cells in 3.4-billion-year-old rocks of Western Australia. Nat Geosci. 4: 698-702. [링크]
[2] El Albani A, et al. 2010. Large colonial organisms with coordinated growth in oxygenated environments 2.1 Gyr ago. Nature. 466: 100-104. [링크]
[3] Ratcliff WC, et al. 2012. Experimental evolution of multicellularity. Proc Natl Acad Sci USA. 109: 1595-1600. [링크]
[4] Dybas C, and Rinard P. January 16, 2012. Biologists Replicate Key Evolutionary Step in Life on Earth. The National Science Foundation. [링크] : 이 기사는 꼭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본문에 잠깐 언급했지만, 과학적 아이디어는 농담 따먹기 식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번뜩이는 재치가 튀어나올 수 있다.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실험만 밤새 한다고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아이디어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과학적 해결의 실마리는 언제나 끊임없는 생각과 동료 과학자와의 논의 가운데 나올 가능성이 크다.
[5] Madeo F, et al. 2004. Apoptosis in yeast. Curr opin Microbiol. 7: 655-660.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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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는 예외 없이 DNA(deoxyribonucleic acid)와 RNA(ribonucleic acid)를 유전 물질(genetic material, 遺傳物質)로 사용한다. 특히, 바이러스를 제외한 대부분 생명체는 DNA를 유전 정보 저장에 사용되며, 그 안에 담긴 유전 정보를 RNA 형태—특히 전령 RNA(messenger RNA 또는 mRNA, 傳令-)—로 복사해 단백질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에 사용한다. 그런데 이것이 RNA 안에 내재된 기능 전부는 아니다. 유전 정보 물질인 RNA는 상황에 따라 라이보자임(ribozyme)이라는 일종의 효소(enzyme, 酵素)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세포 내 거대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좀(ribosome) 복합체(complex, 複合體)의 핵심 구성 분자인 rRNA(ribosomal RNA 또는 rRNA)를 들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RNA는 그 자체로 유전 물질이며 효소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좀 과장해서 말하면) 다재다능(多才多能)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RNA 세상 상상도. 구글링(googling)을 하다가 발견했다. 원시 지구 지표면에서는 끊임없이 화산 폭발이 일어나고, 원시 바다에서는 초기 생명체가 RNA 형태로 물리화학 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효소 반응과 자기 복제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치면서, 초기 생명체에는 미세한 변화가 끊임없이 누적되었고, 결국 오늘날과 같은 생명체가 탄생하게 되었다 [출처: NASA].



앞에서 언급한 RNA의 특징을 바탕으로 “초기 생명체는 RNA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진화가 거듭되면서 생물학적 기능에 일종의 분업화가 발생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는 “RNA 세상 가설(RNA world hypothesis)”이 제안되었고 오늘날에도 이 가설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림 1] [1]. 그렇다면 생물학자는 왜 RNA를 초기 생명체의 형태로 주목했을까?


생명 현상은 유전자의 연속적 흐름으로 부모의 형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손에게 어떤 식으로든 전해짐을 뜻한다. 물론 부모 형질(또는 유전 정보)이 자손에게 그대로 또는 변형되어 전달되거나 완전히 단절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수준에서 유전 정보의 흐름에는 방향이 있으며, 오늘날 생명체는 그 수단으로 DNA와 RNA를 사용한다. 더불어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외부에서 영양분을 흡수 또는 섭취하며 체내에서 다양한 유기 물질을 합성한다. 특히, 이러한 유기 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물질을 우리는 효소라고 부르며, 효소 대부분은 사실상 단백질이다. 효소를 통해서만, 생명체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물질을 분해하거나 합성할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생명체는 “RNA 세상”의 존재 가능성을 방증(傍證)할만한 증거 또는 흔적—생명체가 사용하는 주요 에너지 형태인 ATP(adenosine triphosphate), 단백질 효소의 다양한 조효소(coenzyme, 助酵素),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효소로 기능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이보자임—을 갖고 있다.




그림 2. TNA 구조 [출처: Nature Chemistry].



최근에 RNA 세상 가설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연구가 「Darwinian evolution of an alternative genetic system provides support for TNA as an RNA progenitor」이란 제목으로 『네이쳐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란 학술지에 발표되었다 [2]. 이 연구에서는 RNA와 DNA보다 구조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생물•화학적으로 RNA와 유사한 (3’,2’)-α-L-throse nucleic acid 또는 TNA라 부르는 물질에 초점을 맞췄다 [그림 2]. 특히, 연구팀이 (실제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관심을 둔 것은 "TNA라는 물질이 진화적으로 RNA를 대체할 수 있는가?" 또는 "TNA가 RNA가 출현하기 이전의 유전 물질일 가능성이 있는가?"이다.


TNA는 구조적으로 RNA와 유사하면서도 상당히 다른데, 일반적으로 RNA는 리보스 당(ribose sugar, -糖)을 뼈대(backbone)로 갖지만, TNA는 트레오스(threose)란 물질을 뼈대로 삼는다 [그림 2]. 이 때문에 TNA가 RNA보다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은 편이며 상대적으로 더 안정하다. 게다가 TNA는 RNA를 대신해 유전 물질로 사용될 수도 있으며 (실제로 생명체가 TNA를 유전 물질로 사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라이보자임처럼 작용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이 논문의 핵심인데,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TNA와 같은 물질이 RNA 이전에 초기 생명체가 주로 사용했던 유전 물질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만일, RNA보다 구조적으로 단순하며 RNA 같은 양면성(兩面性) 물질이 자연 상태에 존재한다면 생명의 기원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증거로 이것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없으리라.


그런데 이 가설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TNA가 유전 물질로 사용되면서 동시에 라이보자임 형태를 취할 수 있다고 해서 TNA가 초기 생명체의 유전 물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3]. 왜냐하면, 원시 지구는 오늘날보다도 더 (어떻게 보면 꽤 난잡한 상태로) 다양한 물질이 혼재(婚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가 그렇게 생각한다), TNA가 유전 물질로서 독보적인 위상(位相)을 구축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TNA와 구조적 또는 기능적으로 유사한 다른 물질이 TNA와 비슷하거나 높은 빈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둘째로, 오늘날 알려진 어떤 생명체도 TNA 또는 이와 유사한 물질을 생명 현상에 사용하지 않는다 [3]. 만약 초기 생명체가 TNA를 유전 물질 등으로 사용했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오늘날 생명체에 그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과거 초기 생명체가 TNA를 유전 물질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셋째로, 원시 지구에 TNA가 실제로 존재했냐는 것이다 [2, 3]. 현재까지 TNA가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오히려 TNA는 실험실에서만 합성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 원시 지구에서는 유전 물질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사족이지만, 국내 일급 과학 전문 언론(솔직히 비꼬는 거다)인 『사이언스 타임즈(The Science Times)』는 TNA가 과거에 실제로 존재한 물질인 것처럼 기술해놨다 [4]. 관련 기사를 쓴 객원 기자라는 사람이 이 논문을 제대로 읽었는지 상당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초기 생명체 진화에 관한 최신 연구를 아주 간략하게 살펴봤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TNA는 구조적으로 단순한 유사(類似) RNA 물질이며 유전 물질과 효소 기능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RNA가 생명 현상의 주류가 되기 전에 사용되었을지 모른다는 주장은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증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현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상황적 증거도 없으므로, 이 주장이 (비록 좋은 논문에 게재되었다 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생명의 기원을 “RNA 세상” 이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는 진정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 문헌
[1] RNA world hypothesis. Wikipedia. [링크]
[2] Yu H, et al. 2012. Darwinian evolution of an alternative genetic system provides support for TNA as an RNA progenitor. Nat Chem. 4: 183-187. [링크]
[3] Marshall. 08 January 2012. Before DNA, before RNA: Life in the hodge-podge world. New Scientist. [링크]
[4] 김형근. 2012년 3월 13일. 「“RNA 형성 전에 TNA가 있었다” 생명체 기원, 생각보다 단순할 수도」. 사이언스타임즈.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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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stone tool, 石器)와 같은 정교한 도구 제작과 그것을 사용하는 능력은 초기 호미니드(Hominid) 진화와 고유한 문화 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양상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속(genus, 屬)과 같은 멸종한 호미니드와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호모 아파렌시스(Homo aparensis),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하이델베르크인(Homo heidelbergensis), 네안데르탈인(Neandertal 또는 Homo neanderthalensis), 데니소바인(Denisovan) 그리고 고대 호모 사피엔스(archaic Homo sapiens) 등과 같은 고대 인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라 불리는 현생 인류의 탄생에서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진화사(進化史)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호미니드 역사에 있어서 도구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직립 보행(bipedalism, 直立步行)으로 해방된 두 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불어 점점 커지는 뇌 용적량도 역시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동반 상승효과가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림 1. (왼쪽) 이집트 독수리(Neophron vulture 또는 Egyptian Vulture) [출처: 위키피디아], (가운데) 느시아 제비류 가운데 Cariama cristata라는 학명의 동물 [출처: 위키피디아], (오른쪽) 흰목꼬리감기원숭이(capuchin monkey) [출처: 위키피디아].



도구 사용이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중요했음은 분명하지만, 도구 사용이 꼭 호미니드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 독수리(Neophron vulture 또는 Egyptian Vulture)는 타조 알 같은 크기가 매우 큰 알(egg)을 깨기 위해 (보통 둥근 모양의) 조약돌을 부리에 물고 알에 톡톡 내리치는 과정을 알이 깨질 때까지 반복한다 [5] [그림 1, 왼쪽].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에서 서식하는 검은 다리 세리에마(Red-legged Seriama, 학명: Chunga burmeistrei) 새 같은 느시아 제비(Cariama)류는 먹이인 뱀, 도마뱀, 개구리, 새, 곤충 등을 잡아다 통째로 삼키기 쉽게 하려고 바위에다가 계속 내리친다 [6] [그림 1, 가운데]. 그리고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전역에 분포하는 흰목꼬리감기원숭이와 같은 세부스 속 (genus Cebus) 원숭이는 먹이인 견과류(堅果類)나 게(crabs) 그리고 조개류 등의 단단한 껍질을 깰 때 돌을 사용한다 [7] [그림 1, 오른쪽]. 이러한 사례 외에도 많은 생명체가 먹이를 잡아먹거나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주변에 있는 물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2]. 그러므로 단순히 도구만 사용하는 것이라면 호미니드와 다른 생명체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 무방하다. 그러나 도구의 다양성과 복잡성 그리고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도구를 제작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조성 등을 고려한다면 지구 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명체도 호미니드를 따라올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 2. (왼쪽) 침팬지(chimpanzee, 학명: Pan troglodytes) [출처: 위키피디아], (오른쪽) 보노보 원숭이(bonobo, 학명: Pan paniscus) [출처: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현생 인류와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유연관계에 있는 자매군(sister group, 姉妹群)이며 판 속(genus Pan)에 속하는 유인원(類人猿)인 침팬지(chimpanzee, 학명: Pan troglodytes)와 보노보 원숭이(bonobo, 학명: Pan paniscus)는 어떨까? [그림 2] 약 6백50만 년 전에 현생 인류와의 공통 조상(common ancestor, 共通祖上)에서 분지(divergence, 分枝)한 침팬지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먼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Côte d´Ivoire)에 위치한 고대 침팬지의 유적에서 4천3백 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가 발견되는데, 이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했음을 뜻한다 [8, 9]. 실제로 침팬지는 흰개미를 잡아먹을 때 커다란 막대기를 사용해 땅을 판 다음 작은 막대기로 흰개미를 사냥한다고 알려졌으며, 최근에 아프리카 세네갈(Senegal)에서 서식하는 침팬지가 이빨로 날카롭게 다듬은 창으로 부시베이비(bushbaby)라는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9]. 약 2백만 년 전에 침팬지와의 공통 조상에서 분지한 보노보 원숭이도 감자나 고구마 동과 같은 영양 줄기 식물을 파먹을 때 나뭇가지를 사용하며, 견과류 같은 단단한 먹이를 부술 때도 돌 위에 견과류를 올려놓고 다른 돌로 내리치기도 한다 [1]. 도구 사용의 다양성과 복잡성 측면에서 이들 두 영장류(靈長類)가 앞에서 언급한 다른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 두 영장류가 고대 호미니드의 다른 점은 바로 창조적으로 도구를 제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적어도 그런 모습은 지금까지 관찰된 적이 없다.



 

그림 3. (왼쪽) 보노보 원숭이 칸지(Kanzi)가 석기를 제작하는 모습. (오른쪽) 고대 인류가 사용한 구석기 유물. 올도완 시대의 것이다 [4] [출처: Annual Reviews of Anthropology].



구석기 시대를 연구하는 고고학자(palaeolithic archaeologist)와 인지 심리학자(cognitive psychologist)로 구성된 협동 연구팀은 칸지(Kanzi)란 이름의 12살 된 수컷 보노보 원숭이에게 석기 제작법과 사용법을 1997년부터 1999년까지 2년간 가르쳤다 [3]. 이 연구의 주요 목적은 칸지가 돌을 깨는 방법과 칸지가 만든 석기의 형태를 조사 및 연구하는 것이었다. 연구가 진행되면서 칸지의 석기 제작 능력은 점점 나아졌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칸지가 만든 석기에 고대 호미니드의 석기 유물과 같은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3]. 하지만 이후에도 연구는 계속되었고 보노보 원숭이 칸지는 계속해서 석기 제작을 연마(硏磨)했다. 이 당시 판-바니샤(Pan-Banisha)라는 암컷 침팬지도 같이 교육받았고 칸지와 함께 이번 실험에 참여했으며 그 결과도 같은 논문에 언급되었지만, 필자의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다.


2012년 현재, 30살이 된 칸지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이 사이에 석기 제작법만 배운 게 아니라 언어 교육도 같이 받았다 (인지 심리학자가 참여한 연구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 보자. 1999년 당시 칸지는 밧줄에 매달리거나, 상자에 또는 가죽 안에 담긴 먹이를 획득하기 위해 자신이 배운 석기 제작법으로 도구를 제작했다 [1, 3]. 그런데 칸지가 해결한 문제와 같은 상황은 칸지가 포획되기 전에 살았던 자연 상태에서는 좀처럼 드문 일이었다. 그래서 연구팀은 될 수 있으면 칸지가 과거 살았던 서식지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통나무 상자 안에 먹이를 넣어 쉽게 열지 못하도록 닫아놓거나 다양한 상태의 흙더미 아래에 먹이를 숨겼다. 물론, 연구팀은 먹이를 숨기기 전에 그곳에 먹이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안에서 먹이를 빼내라든지 하는 그 어떠한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다만 칸지가 하는 행동을 관찰할 뿐이었다 [1].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칸지는 연구팀이 숨겨 놓은 먹이를 빼내기 위해 행동을 개시했다. 결과는 꽤 흥미로웠다. 통나무 안에 숨겨진 먹이를 빼내려는 과정에서 칸지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취했다. (1) 통나무를 커다란 돌멩이로 내리쳤다. (2) 통나무를 시멘트 바닥 또는 바위 위에다 내리쳤다. (3) 막대기를 통나무 상자 틈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4) 석기를 제작해 그것으로 드릴처럼 구멍을 뚫거나(drilling), 송곳처럼 찍어 내리거나(wedging), 깎아 내리거나(chopping), 긁거나(scraping), 자르는(cutting) 모습을 보였다. 최후에는 (5) 온 힘을 다해 헐거워진 통나무 상자를 열어 먹이를 꺼냈다 [1]. 통나무 상자 안에서 먹이 꺼내기 실험을 24번 반복하면서 칸지의 문제 해결 능력은 점점 나아졌다. 그 과정 중에 칸지는 무려 156개에 달하는 여러 가지 석기 도구를 제작했는데, 그 가운데 60여 개에 해당하는 것이 어떤 특정 목적(예를 들면, 구멍 뚫기, 긁기, 틈 사이로 집어넣기, 자르기 등)에 사용한 석기 도구였다 [1].



그림 4. 보노보 원숭이 칸지가 통나무 상자를 열기 위해 제작한 다양한 형태의 석기 도구. 1~4는 통나무에 구멍을 낼 때 칸지가 제작하고 사용한 석기 도구이며 5는 통나무 상자를 긁을 때 사용한 석기 도구이다 [1] [출처: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SA].



땅을 파서 먹이를 찾는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이 나타났다. 칸지는 토양 상태에 따라 사용하는 도구를 달리했다. 부드러운 모래에 먹이가 숨겨져 있을 때에는 그냥 손으로 먹이를 파냈지만, 진흙 안에 숨겨져 있을 때에는 나뭇가지로 흙을 파냈으며, 딱딱한 토양 안에 있을 때에는 (실험이 반복되면서) 상황에 맞는 석기를 제작해 땅을 파 먹이를 찾아냈다 [1].


이 연구 결과가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필자는 앞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창조적으로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생명체는 지금까지 호미니드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침팬지와 보노보 원숭이 같은 영장류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창조적으로 제작하는 모습이 지금까지 관찰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실험은 (비록 훈련받긴 하지만) 보노보 원숭이 칸지도 어떤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총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자신이 겪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석기 도구를 제작하는 능력이 있음을 분명히 보였다. 진실로 칸지가 제작한 석기 도구는 지금까지 영장류 사회에서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창조 과정이었다 [1].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바로 칸지가 통나무 상자를 열기 위해 석기로 나무에 낸 생채기 양상이 지금까지 보고된 고대 인간 속이 만들어낸 그것과 매우 유사하단 사실이다 [1]. 고대 호미니드가 자신의 석기 도구로 낸 흔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록은 에티오피아(Ethiopia) 보우리(Bouri)에서 발굴된 약 2백50만 년 된 소뼈에 새겨진 흔적으로, 고대 호미니드가 뼈 안에 든 골수(marrow, 骨髓) 성분을 먹거나 뼈에서 살을 발라내기 위해 도구를 사용했음을 뜻하며 [1, 10], 이런 상황은 어찌 보면 칸지가 도구를 사용해 통나무 상자 안에 있는 먹이를 빼낼 때랑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다 [1] [그림 5]. 그리고 칸지가 제작한 석기 도구들은 전반적으로 2백60만~1백70만 년 전 사이에 있었다고 생각되는 구석기 시대 올도완(Oldowan) 문화에 속하는 석기 양상과 유사하다 [1, 11] [그림 3, 오른쪽; 그림 4]. 칸지가 제작한 석기와 올도완 문화의 것으로 고대 호미니드가 사용한 석기 유물의 모양을 비교해보자.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연구팀은 이런 결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판 속 영장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호모 하빌리스와 비슷한 구부러진 손가락을 갖고 있고 올도완 석기를 제작한 존재라고 알려진 호모 플로렌시엔시스(Homo floresiensis)와 유사한 손목뼈와 두개골 용적을 나타낸다고 했을 때, 칸지가 통나무 상자에 낸 생채기 흔적과 2백50만 년 전 고대 인류가 석기로 낸 흔적 사이의 유사성은 의미 있다. 따라서 우리 연구팀은 판 속 영장류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낸 흔적이 뼛조각 유물에 나타난 초기 생채기 흔적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제안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얻은 연구 결과는 판 속 영장류와 인간 속 영장류의 최근 공통 조상에도 우리 실험에서 관찰된 것과 같은 도구 사용의 발달 과정이 있었으리라 제안한다.” [1, 12]



 

그림 5. (왼쪽) 보노보 원숭이 칸지가 자신이 제작한 석기 도구로 통나무 상자에 낸 생채기 패턴 [1] [출처: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SA]. (오른쪽) 에티오피아 올두완에서 발굴한 소뼈 유물 사진. 그림 아래의 확대한 사진에서 석기 등으로 자국 낸 흔적이 선명히 드러난다 [10] [출처: Science].



물론 연구팀이 내린 “판 속 영장류와 인간 속 영장류의 최근 공통 조상에도 … 도구 사용 발달 과정이 있으리라”는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생명체 진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 收斂進化)의 예처럼 판 속 영장류의 도구 사용과 인간 속 호미니드의 도구 사용은 두 속의 최근 공통 조상에는 없었지만, 두 속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를 진행한 협동 연구팀의 결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심장하며 몇 가지 새로운 화두(話頭)를 던진다. 첫째, 보노보 원숭이 칸지는 자신이 창조적으로 습득한 석기 제작법을 자기 동료—그것이 같은 연구소에서 어느 정도 교육받은 보노보 원숭이든 전혀 교육받지 않은 동족이든 상관없이—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가? 둘째, 칸지가 자손을 낳는다면 자손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줄 수 있는가? 이 두 가지는 문화 전수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한 번쯤 품을 수 있는 생각으로, 몇백만 년이라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고대 호미니드가 자신의 문화를 발전시켜 온 실재적 과정이며, (어찌 보면 본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습성은 오늘날 현생 인류에서도 명백히 (그리고 더욱 정교하게) 드러난다. 어쨌든, 이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는 매우 흥미롭고 어떻게 보면 의미 있는 일이지만, 불행히도 우리가 그런 모습을 바로 목격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몇 년에서 몇십 년 또는 몇백 몇천 년 이상을 요구하는 오랜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 인간도 바로 그런 식으로 진화해 오늘에 이르렀으니까 말이다.


참고 문헌
[1] Roffman I, et al. 2012. Stone tool production and utilization by bonobo-chimpanzees (Pan paniscus). Proc Natl Acad Sci USA. 109: 14500-14503. [링크] : 필자가 이 글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논문이다. 조만간 공공에 무료로 공개되니 관심 있는 사람은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2] Tool use by animals. Wikipedia. [링크]
[3] Schick K, et al. 1999. Continuing investigations into the stone tool-making and tool-using capabilities of a bonobo (Pan paniscus). J Archaeol Sci. 26:821–832. [링크]
[4] Toth N, et al. 2009. The Oldowan: The tool making of early hominins and chimpanzees compared. Annu Rev Anthropol. 38:289–305. [링크] : 초기 호미니드와 침팬지 사이의 도구 제작에 관한 소개 글로 읽어보면 좋다.
[5] Egyptian Vulture. Wikipedia. [링크]
[6] Seriemas. Birds and Beyond. [링크]
[7] Capuchin monkey. Wikipedia. [링크]
[8] Mercader J, et al. 2007. 4,300-Year-old chimpanzee sites and the origins of percussive stone technology. Proc Natl Acad Sci USA. 104: 3043-3048. [링크]
[9] Chimpanzee. Wikipedia. [링크]
[10] de Heinzelin J, et al. 1999. Environment and behavior of 2.5-million-year-old Bouri hominids. Science. 284:625–629. [링크]
[11] Oldowan. Wikipedia. [링크]
[12] “Given that Pan has curved finger phalanges similar to those of australopithecines/Homo habilis and wrist bones and cranial capacity similar to those of Homo floresiensis, makers of Oldowan stone tools, the similarity between the wear patterns observed on KZ’s logs and those seen in early Homo artifacts from 2.5 mya is significant. Our experiments thus suggest that the wear patterns resulting from the various tool uses by Pan can be used to help decipher the earliest wear patterns preserved on bones. Therefore, our results reinforce the evidence for early Homo traits in Pan, and suggest that the potential for the development of the observed tool use existed in the last common ancestor of Pan and Homo.” [1]에서 참조한 논문에서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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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푸투이마(Douglas Futuyma)의 『Evolution』에 나와 있는 진화의 기본 원리(Fundamental principles of evolution)을 번역했다. 그리고 일부 문장에는 시덥지 않은 주석도 붙여 봤다. 보면 알겠지만, 정말 시덥지 않고 알맹이도 없다. 사실 이 부분은 현대 진화 종합(Modern evolutionary synthesis)와 관련된 내용인데, 자세한 사항은 우리의 친구 위키피디아를 참조하거나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의 『진화란 무엇인가?(What Evolution Is)』 등을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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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phenotype (observed characteristics) is different from the genotype (the set of genes in an individual’s DNA); phenotypic differences among individual organisms may be due partly due to genetic differences and partly to direct effects of the environment.

표현형(phenotype, 表現型)(관찰되는 특징)은 유전형(genotype, 遺傳型)(개체 DNA에 있는 유전자 세트)과 다르다. 왜냐하면, 개체(individual 또는 individual organism, 個體) 사이의 표현형 차이는 부분적으로 유전형 차이로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환경의 직접적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생명체의 유전 정보는 DNA라 불리는 물질로 암호화되어 있다. 암호화된 유전 정보는 매우 복잡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단백질로 최종 변환되어 물질대사 과정 등의 생명 현상에 작용한다. (어떤 경우에는 RNA라는 물질이 효소 또는 조절 인자로서 생명 현상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최근 들어 RNA 자체를 기반으로 한 생명 조절 현상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쏟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복잡한 유전자 발현의 다양한 조합이 개체 사이의 표현형 차이를 나타내는 일차적인 원인이 된다. 그런데 원칙만 그렇다. 똑같은 유전자형을 보유한 독립적인 두 개체라 할지라도 자라온 환경이 다르면 표현형도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사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분명한 사실은, 일차적으로 유전자의 중요성은 명확하지만, 여기에 생명체 주변 환경의 영향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Environmental effects on an individual’s phenotype do not affect the genes passed on to its offspring. In other words, acquired characteristics are not inherited.

개체의 표현형에 대한 환경의 영향이 그 자손(子孫)으로 전해지는 유전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획득 형질(acquired characteristics 또는 acquired traits, 獲得形質)은 유전되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가 소위 라마르크 유전(Larmarkian inheritance)라 부르며 알게 모르게 폄하(貶下)하는 “후천적으로 획득한 조상 형질의 후대로의 유전”은 (많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꼬마선충(nematode 또는 학명으로 Caenorhabditis elegans)은 후천적으로 획득한 RNAi 형질을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더불어, 후성 유전(epigenetics, 後生遺傳)도 라마르크 유전이 적용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아마도 열렬한 다윈주의자의 농간[弄奸]이 상당히 작용했다고 추측하지만) 저평가(低評價)를 받고 있는 라마르크에 대한 재평가가 (역사적 측면과 아울러 학술적 측면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다. 물론, 한국에서 어떤지는 나도 잘 모른다.


3. Hereditary variations are based on particles—genes—that retain their identity as they pass through the generations; they do not blend with other genes. This is true of both discretely varying traits (e.g., brown vs. blue eyes) and continuously varying traits (e.g., body size, intensity of pigmentation). Genetic variation in continuously varying traits is based on several or many discrete, particulate genes, each of which affects the trait slightly (“polygenic inheritance”).

유전적 변이(hereditary variation, 遺傳的變異)는 세대를 거치면서 전달되는 그들의 독자성(獨自性)을 존속(存續)시키는 입자(粒子), 즉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다. 왜냐하면,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와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연속적으로 변화하는 형질(예를 들면, 갈색 눈과 파란색 눈),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형질(예를 들면, 몸 크기, 피부색) 모두에 대해서 사실이다. 연속적으로 변하는 형질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genetic variation, 遺傳子變異)는 몇몇 또는 많은 불연속적인 입자 유전자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이들 각각은 그러한 형질에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 (다원 유전[多源遺傳]).


4. Genes mutate, usually at a fairly low rate, to equally stable alternative forms, known as alleles. The phenotypic effect of such mutations can range from undetectable to very great. The variation that arises by mutation is amplified by recombination among alleles at different loci.

유전자는 대개 매우 낮은 비율로 대립 유전자(allele, 對立遺傳子)로 알려진 동일하게 안정한 대체 형태로 돌연변이를 한다. 그러한 돌연변이의 표현형적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고 매우 클 수도 있다. 돌연변이로 발생한 변이는 다른 유전자 좌(locus 또는 loci, 遺傳子座)에 위치한 대립유전자 사이의 재조합(再組合)으로 증폭된다.


5. Evolutionary change is a populational process: it entails, in its most basic form, a change in the relative abundances (proportions or frequencies) of individual organisms with different genotypes (hence, often, with different phenotypes) within a population. One genotype may gradually replace other genotypes over the course of generations. Replacement may occur within only certain populations, or in all the populations that make up a species.

진화적 변화는 집단적인 과정이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개체군(個體群) 내에서 다른 유전자형(이 때문에 종종 다른 표현형을 가지는)을 가지는 개체의 상대적 양(비율[proportion, 比率] 또는 빈도[frequency, 頻度])의 변화를 수반(隨伴)한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하나의 유전자형은 점점 다른 유전자형을 대체(代替)할 것이다. 대체는 오직 어떤 개체군 내 또는 임의의 종을 구성하는 모든 개체군에서 일어날 수 있다.


오직 한 개체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그것이 표현형으로 극명히 드러났다 해서 진화가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의 진화에서 “변화”의 주체(主體)는 개체가 아니라, 개체군이다.


6. The rate of mutation is too low for mutation by itself to shift a population from one genotype to another. Instead, the change in genotype proportions within a population can occur by either of two principal processes: random fluctuations in proportions (genetic drift), or nonrandom changes due to the superior survival and/or reproduction of some genotypes compared with others (i.e. natural selection).

돌연변이율(突然變異率)은 돌연변이 그 자체가 어떤 개체군을 한 유전자형에서 다른 유전자형으로 바꾸기에는 매우 낮다. 대신, 임의의 개체군 내 유전자형 비율 변화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로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은 유전자형 비율의 무작위(無作爲)적 변동(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遺傳的浮動]), 또는 다른 유전자형과 비교했을 때 몇몇 유전자의 우세한 생존(生存) 그리고/또는 생식(生殖)에 기인(基因)하는 작위(作爲)적인 변화(즉,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 自然選擇])이다.


7. Even a slight intensity of natural selection can (under certain circumstances) bring about substantial evolutionary change in a realistic amount of time. Natural selection can account for both slight and great differences among species, as well as for the earliest stages of evolution of new traits. Adaptations are traits that have been shaped by natural selection.

경미(輕微)한 강도(强度)의 자연 선택이라 할지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상당한 진화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자연 선택은 새로운 형질이 진화하는 초기 단계뿐만 아니라 종 사이의 작고 큰 차이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 적응(adaptation, 適應)은 자연 선택이 빚어낸 형질이다.


진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시간”이다. 어떤 이는 우리 자신만의 시간 관념이라는 편협한 잣대로 진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거나 또는 부정하는데, 인간의 시간은 기껏해야 100년이지만 우주의 시간은 약 140억 년 지구의 시간은 약 46억 년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한 장구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날과 같은 종의 다양성을 만끽할 수 있다.


8. Natural selection can alter populations beyond the original range of variation by increasing the frequency of alleles that, by recombination with other genes that affect the same trait, give rise to new phenotypes.

자연 선택은, 동일한 형질에 영향을 주는 다른 유전자와의 재조합으로, 새로운 표현형을 낳는 유전자 좌의 빈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변이의 원래 범위 이상으로 개체군을 변화시킬 수 있다.


9. Natural populations are genetically variable, and so can often evolve rapidly when environmental conditions change.

자연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다양해서, 환경 조건이 변할 때 종종 빠르게 진화할 수 있다.


10. Populations of a species in different geographic regions differ in characteristics that have a genetic basis.

다른 지리적 위치에 서식(棲息)하는 어떤 종의 개체군은 임의의 유전적 기반을 나타내는 특징에서 차이가 난다.


11. The differences between different species, and between different populations of the same species, are often based on differences at several or many genes, many of which have a small phenotypic effect. This pattern supports the hypothesis that the differences between species evolve by rather small steps.

다른 종 사이의 차이와 동일 종인 개체군 사이의 차이는 종종 몇 가지 또는 많은 유전자에 있는 차이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작은 표현형적 영향을 나타낸다. 이러한 양상(樣相)은 종 간 차이는 다소 작은 (변화) 단계를 거쳐 진화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12. Differences among geographic populations of a species are often adaptive, and thus are the consequence of natural selection.

어떤 종의 지리학적 개체군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때때로 적응적이고, 그러므로 (그것은) 자연 선택의 결과이다.


13. Phenotypically different genotypes are often found in a single interbreeding population. Species are not defined simply by phenotypic differences. Rather, different species represent distinct “gene pools”; that is, species are groups of interbreeding or potentially interbreeding individuals that do not exchange genes with other such groups.

표현형이 다른 유전자형은 때때로 단일 이종교배(interbreeding, 異種交配) 개체군에서 발견된다. 종은 단순히 표현형 차이로 정의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종은 뚜렷이 다른 “유전자 풀(gene pool)”을 대표한다; 즉, 종은 이종교배를 하거나, 또는 다른 집단과 유전자를 교환하지 않는 잠재적으로 이종교배할 수 있는 개체의 집단이다.


“종”은 매우 임의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생명체를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종”의 개념도 천차만별이며, 심지어는 “진화생물학” 또는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라 할지라도 세부적으로 받아들이는 종의 개념 또는 기준에 있어서도 (극명한 또는 매우 지엽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즉, 우리가 진화생물학에서 사용하는 분류의 기준은 학문적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정립한 가변적인 개념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개념을 적재적소에 명확히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4. Speciation is the origin of two or more species from a single common ancestor. Speciation usually occurs by the genetic differentiation of geographically segregated populations. Because of the geographic segregation, interbreeding does not prevent incipient genetic differences from developing.

종 분화(speciation, 種分化)는 어떤 단일 공통 조상(common ancestor, 共通祖上)으로부터 둘 또는 그 이상의 종이 기원하는 것이다. 종 분화는 보통 지리적으로 격리된 개체군의 유전적 분화(differentiation, 分化)로 발생한다. 지리적 격리 때문에, 이종교배는 막 시작된 유전적 차이가 진행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


15. Among living organisms, there are many gradations in phenotypic characteristics among species assigned to the same genus, to different genera, and to different families or other higher taxa. Such observations provide evidence that higher taxa arise by the prolonged, sequential accumulation of small differences, rather than by the sudden mutational origin of drastically new “types.”

생명체 사이에는 같은 속(genus, 屬), 다른 속 그리고 다른 과(family, 科), 또는 다른 상위 분류군(taxon 또는 taxa, 分類群)으로 배정된 종(species, 種) 사이의 표현형적 특징에는 많은 단계적 차이가 있다. 그러한 관찰은 상위 분류군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갑작스러운 돌연변이가 기원이 된 것이 아니라 작은 차이가 지속적이며 연속적으로 축적(蓄積)해 생겨났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16. The fossil record includes many gaps among quite different kinds of organisms. Such gaps may be explained by the incompleteness of the fossil records. But the fossil record also includes examples of gradations from apparently ancestral organisms to quite different descendants. These data support the hypothesis that the evolution of large differences proceeds incrementally. Hence the principles that explain the evolution of populations and species may be extrapolated to the evolution of higher taxa.

화석 기록에는 매우 다른 종류의 생명체 사이의 불연속이 존재한다. 그러한 불연속은 화석 기록의 불완전함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화석 기록에는 명백히 조상 생명체부터 매우 다른 자손까지의 점진적인 변화에 대한 사례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는 큰 차이의 진화는 (그 자체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그러므로 개체군과 종의 진화를 설명하는 원리(原理)로 상위 분류군의 진화를 추정(推定)할 수 있다.


발췌 및 정리를 위한 참고 서적


『Evolution』. Douglas J. Futuyma. Sinauer Associates Inc. 2005. pp.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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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tas :

진화란 무엇인가?

2012. 8. 14. 16:42 from 공부 관련


진화(evolution, 進化)란 용어는 17세기 무렵 “말려 있는 것을 펼치다(an opening of what was rolled up)”란 뜻의 라틴어 명사 'evolutionem' 또는 '책 등을 펼치다(unrolling [of a book])'란 뜻의 라틴어 동사 'evolvere'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진화라는 용어는 사전적으로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하여 감”을 뜻하는데, 여기에는 어떤 대상이 ‘변화’, ‘발달’, ‘향상’ 등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말은 매우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실제로 ‘진화’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다. 바로 ‘변화’다. 우리는 진화를 다루는 데 있어서 오직 이 한 가지 사실만은 머릿속에 반드시 담아두어야 한다. 진화란 용어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천체물리학에서는 별과 같은 개별적 대상의 변화를 묘사하는 데 진화란 말을 사용하며, 뭔가 잘못된 길로 빠진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에서 비롯한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 社會進化論)에서 진화는 어떤 사회의 변화와 모습을 해석하기 위해 진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생명과학이라고 해서 진화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어떤 특별함이 있지는 않다. 다만, 용어가 가리키는 구체성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생명과학에서는 진화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생물학적 진화(biological evolution) 또는 유기적 진화(organic evolution)란 여러 세대(generation, 世代)를 경과하는 동안에 생물집단(biological population, 生物集團)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변화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진화의 주체가 개체(individual, 個體)가 아닌 집단 또는 개체군(population, 個體群)이란 사실이다. 생명과학에서 개별 생명체의 발달(development, 發達) 또는 개체발생(ontogeny, 個體發生)은 진화로 간주하지 않는다. 더불어 단순히 한 개체에 어떤 유전적 또는 형질 변화가 단기적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자면, 생물학적 진화에서 개체는 진화하지 않으며 오직 개체군이라 불리는 특정 집단만이 진화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다윈의 말을 빌리자면, 개체군이라 불리는 생명체 집단만이 "변형이 수반된 혈통" 또는 "변형의 대물림"(descent with modification)이라는 과정을 겪는다. 사실, 진화의 오랜 과정을 겪는 동안 개체군은 몇 개로 나뉠 수도 있으며, 몇몇 개체군은 공통조상 개체군(common ancestral population, 共通祖上個體群)에서 파생(派生)한다. 만일 그 몇몇 개체군에서 어떤 다른 변화가 발생한다면, 그 개체군은 분기(divergence, 分岐)한다. 이런 식으로 생명체는 (적어도 오늘날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하나의 균일한 또는 균일하다고 여겨지는 어떤 개체군에서 현재와 같은 셀 수 없이 다양한 종의 풍요로움을 갖추게 되었다.


진화로 간주할 수 있는 개체군 내 변화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유전물질(genetic material, 遺傳物質)을 통해 전달된다. 오늘날 생명체에서는 DNA라 불리는 물질이 이러한 유전물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생물학적 진화는 때로는 사소할 수도 있고 본질적일 수도 있다. 이것은 어떤 개체군 내에서 유전자 형태 차이와 같은 표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매우 작은 변화에서부터 최초의 생명체에서 공룡, 꿀벌, 참나무 그리고 인간에 이르게 되는 다양한 변화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명의 진화를 단기간에 관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어떤 변이(variation, 變異)가 누적해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새로운 종(species, 種)으로 분기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進化生物學)은 그런 장구한 시간의 역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비록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진화의 점진적 과정을 실험실에서 구현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진화를 관찰할 방법이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다.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耐性), 가끔 보고되는 새로운 종의 갑작스러운 발견(또는 출현), 인간의 시간관념으로도 측정할 수 있고 이해 가능한 (그래도 어느 정도 긴 시간이 흘러야 하는) 진화의 단편적 결과물,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화석 등등. 어떤 면에서 자연은 인간이 자신의 역사를 알지 못하도록 세월의 풍화작용(風化作用) 속에 자신의 일대기를 엄격하게 봉인하기도 했지만, 다른 측면에서 시간의 역사는 인간 또는 인간과 비슷한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가 한시라도 빨리 자신을 발견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것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학 아닐까?


발췌 및 정리를 위한 참고문헌


[1] 『진화학』. 더글라스 푸투이마(Douglas J. Futuyma) 저 / 김상태 외 8인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08년. 1~2쪽.
[2] 『Evolution』. Douglas J. Futuyma. Sinauer Associates Inc. 2005. p.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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