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란 무엇인가?

2012. 8. 14. 16:42 from 공부 관련


진화(evolution, 進化)란 용어는 17세기 무렵 “말려 있는 것을 펼치다(an opening of what was rolled up)”란 뜻의 라틴어 명사 'evolutionem' 또는 '책 등을 펼치다(unrolling [of a book])'란 뜻의 라틴어 동사 'evolvere'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진화라는 용어는 사전적으로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하여 감”을 뜻하는데, 여기에는 어떤 대상이 ‘변화’, ‘발달’, ‘향상’ 등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말은 매우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실제로 ‘진화’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다. 바로 ‘변화’다. 우리는 진화를 다루는 데 있어서 오직 이 한 가지 사실만은 머릿속에 반드시 담아두어야 한다. 진화란 용어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천체물리학에서는 별과 같은 개별적 대상의 변화를 묘사하는 데 진화란 말을 사용하며, 뭔가 잘못된 길로 빠진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에서 비롯한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 社會進化論)에서 진화는 어떤 사회의 변화와 모습을 해석하기 위해 진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생명과학이라고 해서 진화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어떤 특별함이 있지는 않다. 다만, 용어가 가리키는 구체성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생명과학에서는 진화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생물학적 진화(biological evolution) 또는 유기적 진화(organic evolution)란 여러 세대(generation, 世代)를 경과하는 동안에 생물집단(biological population, 生物集團)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변화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진화의 주체가 개체(individual, 個體)가 아닌 집단 또는 개체군(population, 個體群)이란 사실이다. 생명과학에서 개별 생명체의 발달(development, 發達) 또는 개체발생(ontogeny, 個體發生)은 진화로 간주하지 않는다. 더불어 단순히 한 개체에 어떤 유전적 또는 형질 변화가 단기적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자면, 생물학적 진화에서 개체는 진화하지 않으며 오직 개체군이라 불리는 특정 집단만이 진화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다윈의 말을 빌리자면, 개체군이라 불리는 생명체 집단만이 "변형이 수반된 혈통" 또는 "변형의 대물림"(descent with modification)이라는 과정을 겪는다. 사실, 진화의 오랜 과정을 겪는 동안 개체군은 몇 개로 나뉠 수도 있으며, 몇몇 개체군은 공통조상 개체군(common ancestral population, 共通祖上個體群)에서 파생(派生)한다. 만일 그 몇몇 개체군에서 어떤 다른 변화가 발생한다면, 그 개체군은 분기(divergence, 分岐)한다. 이런 식으로 생명체는 (적어도 오늘날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하나의 균일한 또는 균일하다고 여겨지는 어떤 개체군에서 현재와 같은 셀 수 없이 다양한 종의 풍요로움을 갖추게 되었다.


진화로 간주할 수 있는 개체군 내 변화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유전물질(genetic material, 遺傳物質)을 통해 전달된다. 오늘날 생명체에서는 DNA라 불리는 물질이 이러한 유전물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생물학적 진화는 때로는 사소할 수도 있고 본질적일 수도 있다. 이것은 어떤 개체군 내에서 유전자 형태 차이와 같은 표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매우 작은 변화에서부터 최초의 생명체에서 공룡, 꿀벌, 참나무 그리고 인간에 이르게 되는 다양한 변화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명의 진화를 단기간에 관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어떤 변이(variation, 變異)가 누적해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새로운 종(species, 種)으로 분기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進化生物學)은 그런 장구한 시간의 역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비록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진화의 점진적 과정을 실험실에서 구현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진화를 관찰할 방법이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다.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耐性), 가끔 보고되는 새로운 종의 갑작스러운 발견(또는 출현), 인간의 시간관념으로도 측정할 수 있고 이해 가능한 (그래도 어느 정도 긴 시간이 흘러야 하는) 진화의 단편적 결과물,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화석 등등. 어떤 면에서 자연은 인간이 자신의 역사를 알지 못하도록 세월의 풍화작용(風化作用) 속에 자신의 일대기를 엄격하게 봉인하기도 했지만, 다른 측면에서 시간의 역사는 인간 또는 인간과 비슷한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가 한시라도 빨리 자신을 발견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것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학 아닐까?


발췌 및 정리를 위한 참고문헌


[1] 『진화학』. 더글라스 푸투이마(Douglas J. Futuyma) 저 / 김상태 외 8인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08년. 1~2쪽.
[2] 『Evolution』. Douglas J. Futuyma. Sinauer Associates Inc. 2005. p.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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