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O과 박사과정 OOO입니다.

요새 여러 가지 일로 학교가 시끄럽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다사다난하고 시끌벅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제(2011년 11월 15일) 접한 소식은 어떻게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바로 25대 총학생회장이 전교 학생에게 공지한 "학생의료공제회(이하 의료공제)가 2012학년도부터 폐지될 예정이라는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더불어 그러한 결정이 오늘에서야 처음 그 존재를 알게 된 "OOO 의료공제회 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구구절절한 설명 다 빼고 핵심만 간추려서 말해보겠습니다. 왜 학교는 '의료공제' 폐지를 주장하는가? 학교 측에서 내놓은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다양한 의료 관련 보험이 존재하므로 '의료공제'의 운영의미가 미미하다. (2) '의료공제' 운영이 편향적이다. 즉, 모든 학생이 의료공제비를 내지만 오직 일부만이 그 혜택을 본다. (3) '의료공제' 운영비가 현재 적자인데, 의료공제 회비 인상 시 학생의 저항(혹은 불만)이 있을 것이다.

'의료공제'는 OOO대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적용되는 일종의 안전망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인간은 ‘오늘’을 살아가지 ‘내일’을 살지는 않습니다. 이 말은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만 적확하게 직시할 수 있을 뿐,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미래라는 불확실성을 안고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을 개인의 건강과 결부한다면, 오늘은 별 탈 없이 살아도 내일은 질병이나 육체적 손상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는 경험적 진리로 귀결할 수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예기치 못한 일로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개인이 받아야만 하는 '의료 서비스'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의료 서비스’의 그 수준과 내용에 따라서 환자 개인이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런데 소득 원천이 없거나 혹은 매우 미미한 학생에게 ‘의료 서비스’ 구매 시 지출하는 비용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어떤 식으로든 금전적 부담으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의료공제’는 ‘의료 서비스’ 구매 시 짊어지는 학생 개인의 금전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완충’ 혹은 ‘해소’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의료공제'의 최초 시행 이유가 "지역의료보험 및 국민건강보험 전국민 의무가입 시행 이전에 미가입 학생들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라는 학교 측 설명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2011년도 제1차 의료공제회 이사회 안건> 참조). 그런데 여기서 학교 측의 논리는 이상합니다. “대학과 학생 개인별 의료사고에 대비한 보험가입이 활발해짐에 따라 학생의료공제회 운영의미가 미미함"을 ‘의료공제’ 폐지의 근거로 내걸고 있습니다. 학교는 왜 이런 결론을 내린 걸까요? 과거와는 다르게 오늘날 다양한 의료보험이 대학 내외로 확충되었다고 해서 실제 학생 개인에게 돌아가는 의료비 부담이 과거에 비해 충분히 완화되었고, 이 때문에 실제로 짊어지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금전적 부담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현재 국민건강보험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확대 시행되었다 하더라도 실제 '의료 서비스'의 모든 부분이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이 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보험적용 대상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료 서비스’ 사용에 대한 비용 지출이 발생하며, 이러한 비용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따라서, 소득 원천이 전무한 학생에게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의료비 지출은 서비스의 종류를 떠나서 금전적 부담이 되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것이 단 돈 몇천 원이더라도 말이죠.

(2)번 사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1년도 제1차 의료공제회 이사회 안건>을 보면 '의료공제'가 편향적으로 운영된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학부생의 의료비 수혜비율이 22.55% 그리고 외국인 학생을 포함한 대학원생의 의료비 수혜비율이 77.45%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통계자료만 본다면 대학 측의 근거는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의료공제'라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망'에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의료공제'가 편향적으로 운영된다고 언급하는 것은 '의료공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 성격인 '최소한의 보편적 복지 시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출된 결론이라고 봅니다.

(3)번 사항도 들여다볼까요? '의료 서비스'라는 것이 획일화되어 있지 않고 저마다 겪을 수 있는 질병이 다르므로, 환자 개인이 받아야 하는 '서비스'의 종류 및 가짓수와 소요 비용의 정도 또한 다르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매 학기 등록금 납부와 동일한 시기에 일정하게 거둬들이는 '의료공제’ 회비로는 다양한 종류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실제로도 대학은 <이사회 안건>에서 "2011학년도 의료공제 회비 수입 및 지출 현황"에서 수입 136,660천원 지출 146,294천원으로 전체 9,634천원, 다시 말하자면 약 천만 원 가량의 적자가 났음을 명기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이 '의료공제'를 폐지를 뒷받침하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비용적 측면이 부담된다면 이를 보완해나갈 방법을 강구하면 될 것입니다. 또한 ‘의료공제’ 운영은 기본적으로 대학의 금전적인 지원이 없이 전액 학생들이 납부한 회비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대학이 제시한 '의료공제회비'의 지출현황에는 '전년도 미지급 이월지급'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공제 회비 인상 시 학생 개인의 부담 증가와 불만표출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폐지한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학생 개인에게 의료공제’ 회비 인상이 부담되는지 물어봤습니까? 공청회라도 열었습니까? 아무런 의견 수렴의 노력이 없었는데도, 대학은 어떻게 해서 학생에게 불만이 표출될지 예상할 수 있습니까? 혹시 ‘학생은 학교의 결정 사안에 대해 불만을 품기 마련이다’라는 편견이 대학 측의 사고방식에 은연중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학교 입장에서는 사소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학생에게는 절실한 것도 있습니다. 일례로 ‘의료공제’와 같은 사안입니다. 일방적 결정은 언제나 그에 비례하는 저항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문제는—학교의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정책 결정 및 진행—어떻게 보면 이것이 많은 학생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는 핵심적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의료공제 폐지'라는 'OOO대 구성원의 이해'와 밀접히 결부된 중요 사안이라면 의료공제회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구성원의 생각이 어떤지 알아보는 게 올바른 순서 아니었을까요? 특히 총학생회와 대학원생 대표는 이사회 의결 이전에 이를 전체 구성원에게 알리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판단합니다만, 저를 포함한 학내 구성원 다수는 이사회 의결 전까지, 즉 총학생회 회장이 교내 게시판을 통해 알리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심각한 절차상의 문제입니다. 학생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학생의 대표자 ‘총학생회’가 중차대한 의사결정 사항에 있어 학생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 것은 학생 대표자(들)이 내놓은 표결 결과였습니다. ‘의료공제 폐지안’에 대해 반대가 한 표고 나머지는 찬성 혹은 기권이었습니다. 대표자들의 결정은 학생의 의견을 반영한 것입니까? 아니면 개인의 의견입니까? 학생 대표자는 ‘의료 서비스’를 전혀 받을 필요 없는 ‘유령 학생’이라도 대변하는 겁니까?

'총학'이 선거라는 공적인 과정을 통해 구성되고 이 때문에 학생 전체를 대의한다는 공식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착각입니다. 학생은 '총학'에게 대변할 수 있는 권한을 선거를 통해 한시적으로 부여한 것이지, 중요 사안에 대한 '일방적 결정권'을 합법적으로 허락한 게 아닙니다. 위임이라는 것에는 대표자 개인의 의사가 투영되어서는 안 됩니다. 거기에는 언제나 구성원 전체의 의견과 뜻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이 일은 총학생회장이 오늘(11월 16일) 낸 사과문으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명백히 현 총학생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의료공제’와 관련된 중대 사안은 2011년도 총학생회로 넘겨야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고민도 없이 중대 사안을 마음대로 결정했다는 것은 분명한 잘못입니다. 총학생회장은 모든 질책은 자신이 받겠다며 혼자 총대를 메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일은 총학생회장 본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집행부 전체의 문제입니다. ‘의료공제 폐지’에 대한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집행부끼리라도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습니까? 집행부는 총학생회장에게 이번 ‘의료공제’ 폐지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제기했습니까?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이건 총학생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집행부 전체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미 이사회에서 본인들의 손으로 직접 결정한 사항을 사후대책이랍시고 이제서야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정녕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이런 식의 정책 진행은 명백한 ‘소 읽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안이함 그 자체입니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여쭙겠습니다. 소득 원천이 없는 학생에게 ‘OOO 의료공제’가 정말 무의미하다고 보십니까? 최소한의 안전망적 성격이 강한 ‘의료공제’가 대학원생이 높은 비율로 수혜를 입는다고 해서 그것이 ‘편향적’이라 판단하십니까? 더불어 ‘의료공제’ 운영이 적자를 본다고 해서 다른 해결 방안은 찾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십니까? 그게 최선입니까? 마지막으로 총학생회 및 대학원 대표를 포함한 학생 자치 기구에게 당부 드리겠습니다.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은 십분 공감합니다. 학생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반적 절차—즉 여론 수렴의 과정—를 거치지 않는 파행적인 의사결정은 총학생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비록 ‘2012년도 의료공제 폐지’가 이사회에서 결의되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이에 대한 제반 사항을 원점부터 다시 짚어 봐야 합니다. 사회적 차원에서의 의료보험 시행과 운영의 편향성 그리고 비용적 문제를 고려한다고 해도, ‘의료공제’가 내포하고 있는 실체적 의미를 일방적으로 폐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의료공제’에 관한 여러 사항이 2012년도 이후 총학에서 논의되어야 함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며,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OOO대의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의견 다수가 충분히 수렴되고 논의되어 “의료공제”라는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기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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