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Callaway E. 2015. Language origin debate rekindled. Nature 514: 284-285.


언어 기원 논쟁이 다시 불붙다


유라시아 스텝 지대가 인도-유럽어족(語族) 발생지로 유력해지다.


By Ewen Callaway


아이슬란드인에서 스리랑카인을 위시한 약 30억 명의 사람이 인도-유럽어족(語族)에 속하는 400여 종류 이상의 언어와 방언(方言)을 구사한다. 최근 발표된 두 논문—하나는 고인류(古人類) DNA를 연구한 논문이며, 다른 하나는 새로 구축한 언어 가계도(genealogical tree of languages)에 관한 논문—은 이들 주요 어족의 기원지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일대의 스텝 지대를 지목했는데, 이 때문에 오래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학자들은 오랫동안 고대 산스크리트어와 같은 남아시아 아대륙(亞大陸)의 언어뿐만이 아니라 독일어, 슬라브어, 라틴어를 포함하는 인도-유럽어군을 인식해왔다. 하지만 이들 어족의 기원은 논란에 휩싸여있다.


몇몇 연구자는 약 8,000-9,500년 전에 초기 인도-유럽어가 중동 지역에서 살았던 농부에 의해 퍼져나갔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스텝 지대(Steppe in time)’를 볼 것]. 이와 같은 생각을 대변하는 ‘아나톨리 가설(Anatolian hypothesis)’은 이 지역 출신의 농부가 유럽으로 이주해 그 지역의 수렵채집인 원주민을 대체하거나 이들과 교배했다는 잘 입증된 사실로 뒷받침된다. 2012년, 뉴질랜드(New Zealand) 오클랜드 대학(the University of Auckland)의 진화생물학자인 퀜튼 앳킨슨(Quentin Atkinson)이 이끄는 연구팀은 인도-유럽어의 계보도를 작성했는데, 마찬가지로 이들의 연구도 8,000년보다 더 오래된 시기에 인도-유럽어가 아나톨리 지방에서 기원했음을 시사했다.


아나톨리 가설과 경쟁하는 이론의 경우, 말의 가축화와 바퀴 달린 운송수단의 발명으로 양치기가 자신의 영역을 재빨리 넓히는 게 가능해졌을 때인 약 5,000-6,000년 전 즈음에 인도-유럽어가 유라시아 스텝 지대에서 출현했다고 가정한다. ‘스텝 가설(steppe hypothesis)’ 지지자는 초기 인도-유럽어를 복원했을 때 바퀴 달린 운송수단과 연관된 언어가 포함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데, 이것은 중동 지역에 거주하던 농부가 유럽에 도착하고 난 뒤 한참 지나서도 발명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에 있는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the 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 소속 언어학자인 파울 헤가르티(Paul Heggarty)는 “언어학자 대부분이 스텝 가설을 지지해왔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스텝 가설을 향한 비판 가운데 하나가 이 시기에 유라시아 스텝 지대에서 유럽으로 대단위 이주가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2월 10일경에 bioRxiv.org의 프리프린트(preprint) 서버에 게재된 고인류 DNA에 대한 연구 결과가 그러한 간극을 메운다 (W. Haak et al. http://doi.org/z9d; 2015). 미국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의 보스턴(Boston)에 위치한 하버드 의대(Harvard Medical School) 소속 진화유전학자이자 집단유전학자인 데이빗 라이히(David Reich)의 연구팀은 8,000년에서 3,000년 전 사이에 유럽 지역에 걸쳐 살았던 94명의 몸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8,000년에서 7,000년 전 사이에 당시 중동 지역 출신의 농부가 유럽 지역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 결과에서 첫 번째 이주가 일어났던 시기에서 몇 천 년이 흐른 뒤에 두 번째 이주가 시작됐다는 증거도 또한 밝혀졌다. 약 5,000년 전에 오늘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일대에서 살았던 얌나야인(Yamnaya)이라 불리는 스텝 지대의 양치기로부터 채취한 DNA가 오늘날 독일 지역에서 발굴한 4,500년 전의 사람들로부터 채취한 DNA와 상당히 일치했는데, 이들은 북유럽 대부분을 아우르는 새김무늬토기 문화(the Corded Ware culture)로 알려진 집단의 구성원이었다. 이러한 유사성을 근거로 “동쪽 변방으로부터 유럽 중심부로의 대단위 이주”가 있었음을 뜻한다고 연구팀은 논문에 기술했다.


얌나야인의 혈통은 현대 유럽인의 유전체에서 살아남았는데, 노르웨이인, 스코틀랜드인, 그리고 리투아니아인과 같은 북유럽인이 그러한 유전적 관계를 가장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얌나야인이 지리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이주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연구자들은 중동 출신의 이주자가 당시 유럽 지역, 적어도 오늘날 독일 지역에 존재하던 집단을 완전히 대체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 이주자가 사용한 언어를 알기란 불가능하지만, 스텝 지대에 위치한 얌나야인의 고향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UC 버클리(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역사 언어학자인 앤드류 개럿(Andrew Garrett)은 “이 연구는 적어도 인도-유럽어족의 다양화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스텝 모델의 일부분에 관해서는 매우 잘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앳킨슨 연구팀이 2012년 인도-유럽어족 가계도로부터 얻은 결과를 개럿 연구팀이 고대 인도-유럽어의 대략적인 연령을 고려하면서 재분석했을 때, 그들은 인도-유럽어족의 기원이 약 6,000년 전이라고 추정했는데, 이것은 스텝 가설의 주장과 일치한다 (W. Chang, et al. Language; in the press).


그러나 앳킨슨은 개럿 연구팀의 분석이 라틴어와 고대 아일랜드어와 같은 고대어(古代語)가 공통조상어(共通祖上語)에서 갈라져 나온 분지어(分枝語)가 아니라 현대어의 직접 조상이라고 가정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가정은 이들 언어가 실제보다 더 빨리 진화했던 것처럼 만들어 가장 최근 공통언어(more-recent common language)에 관해 부정확한 주장을 펼칠지도 모른다고 그는 언급한다.


헤가르티는 라이히의 고인류 DNA 연구가 스텝 가설에 대한 최종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얌나야인이 훗날 슬라브어, 독일어 등과 같은 북유럽어로 발전하는 언어를 사용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얌나야인의 언어가 모든 인도-유럽어의 조상이라는 것에는 의문을 품는다. “내게 있어서 이 결과는 스텝 지대의 고인류 집단이 인도-유럽어의 분지어로 말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라이히의 연구팀은 모든 인도-유럽어의 기원이 얌나야인의 이주의 결과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인도와 이란처럼 훨씬 동쪽에서 발굴한 표본에서 얌나야인의 유전적 특징을 발견하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의 진화생물학 연구소(the Institute of Evolutionary Biology) 소속 진화생물학자인 까를레스 랄루에자-폭스(Carles Lalueza-Fox)는 중동과 남아시아의 기후가 고(古) DNA 보존에 좋지 않다고 언급한다. “해당 시간대의 좋은 표본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림 출처: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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