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1)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2)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4)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5)


3.3.3 형질의 진화속도는 다르다


서로 다른 형질은 다른 속도로 진화하는데, 이것은 어떤 두 종이라도 일부 형질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다른 형질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단순한 관찰로 명백해진다. 종종 보존형질(conservative character, 保存形質)이라 불리는 일부 형질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어떤 조상의 많은 후손 사이에서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된다. 예를 들어, 사람은 초기 양서류에서 처음 진화한 다섯 손/발가락이 있는 사지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림 3.4 참조], 모든 양서류와 파충류는 두 개의 대동맥궁을 가지고 모든 포유류는 오직 왼쪽 대동맥궁만 가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몸 크기는 빠르게 진화했는데 포유류의 목 내에서는 몸 크기가 적어도 100배 차이가 날 정도로 다양하다. 앞장에서 살폈듯이, DNA 서열의 진화속도는 유전자 사이, 유전자 내 구획 사이, 그리고 코돈(codon)이라 불리는 아미노산 정보를 암호화한 세 염기의 위치 사이에서도 다양하다.


한 혈통 안에서 서로 다른 형질이 다른 속도로 진화하는 것을 모자이크 진화(mosaic evolution)라고 한다. 이것은 진화의 가장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로, 종이 전체적으로 진화하는 게 아니라 단편적으로 진화함을 뜻한다. 실제로 많은 형질이 준 독립적으로 진화한다. [중요한 예외가 있다. 예를 들어, 함께 기능하는 형질은 일제히 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생명체 몸 전체가 아니라 개별 형질이나 심지어 그러한 형질을 뒷받침하는 개별 유전자의 변화에 관하여 진화를 분석하는 진화 메커니즘에 관한 이론이 대체로 옳음을 보여준다.


모자이크 진화 때문에 어떤 현생종이 다른 종보다 더 “진보”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못해 심지어 틀렸다. 개구리류로 이어지는 양서류 혈통은 포유류의 목이 다양해지기 전에 포유류로 이어지는 혈통과 갈라졌기 때문에, 분지 순서 면에서 개구리류는 소와 사람보다 더 오래된 분지다. 이런 점에서, 개구리류는 더 원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고생대의 양서류와 비교했을 때, 개구리류는 [예를 들어, 뒷발의 다섯 발가락과 아래턱을 구성하는 많은 뼈라는] “원시적” 형질과 [아래턱에 이빨이 없는] 진보된 형질 모두를 가진다. 게다가, 개구리 종 사이의 수많은 차이가 가까운 과거에 진화했다. 예를 들어, 어떤 개구리 속은 올챙이 단계 없이 곧바로 [성체로] 발달하며, 다른 속은 살아 있는 유생을 낳는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손과 발의 다섯 가락과 아래턱의 이빨 같은] “원시적” 형질과 개구리와 비교할 때 [예를 들어, 하나로 된 아래턱뼈처럼] “진보된” 형질 모두를 가진다.


3.3.4 진화는 때때로 점진적이다


다윈은 진화가 큰 “도약”인 격변(saltation, 激變)보다는 점진주의(gradualism, 漸進主義)라는 연속한 작은 변화로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진화가 항상 점진적인지는 모르지만, 이 쟁점은 아직도 논쟁 중이다 [21장 참조]. [예를 들어, 동물 문, 곤충류와 포유류의 많은 목처럼] 먼 과거에 분기한 많은 상위 분류군은 서로 매우 다르며 현생종 사이에서 또는 화석기록에서 중간형태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4장에 나와 있는 것처럼 화석기록에는 몇몇 상위 분류군의 진화에 나타나는 중간형태가 기록되어 있다.



그림 3.9 도요새과(family Scolopacidae)인 도요새류 사이에서 나타나는 부리 길이와 형태의 변이. 도요새의 부리 형태를 세 개의 수직 열에 축척(scale, 縮尺)에 따라 그렸고 [아래쪽 가운데의] 18mm에서 [오른쪽 위의] 166mm까지 범위 안에서 부리 길이 차이에 대응하도록 배치했다. 부리의 곡률(curvature, 曲率)과 길이 모두에 단계적 변화가 있음을 주목하라. 이들 종 사이의 계통관계는 잘 풀리지 않았지만, 서로 매우 다른 부리가 작은 변화를 통해서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 이 변이에 잘 나타나 있다. [After Hayman et al. 1986.]



현존하는 종 사이의 단계적 변화는 흔하며 점진적 진화를 지지한다. 예를 들어, 도요새 부리의 길이와 형태는 이들 종 사이에서 매우 다르지만, 가장 극단적인 형태라도 중간형태의 부리를 가진 종으로 연결된다 [그림 3.9; 초파리과 동물의 예는 그림 3.21에 나와 있다].


3.3.5 형태 변화는 때때로 기능 변화와 상관관계에 있다



그림 3.10 서로 다른 식물 분류군에서 덩굴로 기어오르기 위해 변형된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기능을 위해 어떤 구조가 변형될 수 있으며 동일한 기능 획득을 목표로 하는 서로 다른 진화적 경로가 다양한 분류군에서 나타날 수 있음을 잘 나타낸다. [After Hutchinson 1969.] *


* [용어설명] family Passifloraceae, 시계꽃과; family Bignoniaceae, 능소화과; family Ranunculaceae, 미나리아재비과; family Rubiaceae, 꼭두서니과; stipule, 턱잎; tendril, 덩굴손; leaflet, 소엽(小葉) 또는 작은 잎; sucker, 흡지(吸枝); tripartite leaf, 세 갈래 잎; inflorescence, 화서(花序) 또는 꽃차례; petiole, 잎꼭지.



상동형질이 분류군 사이에서 서로 매우 많이 다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능이 변화하면서 형태가 진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말벌과 꿀벌의 침은 막시목(order Hymenoptera, 膜翅目)의 다른 구성원이 식물이나 절지동물 숙주에 알을 넣는 데 사용하는 산란관(ovipositor, 産卵管)이 변형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직 암컷 말벌과 꿀벌만 침을 쏜다.] 덩굴처럼 기어오르는 습성이 독립적으로 진화한 많은 식물군에서 뿌리, 잎, 잎사귀, 턱잎, 꽃차례 등과 같은 구조가 덩굴 기관(climbing organ)으로 변형되었다 [그림 3.10].


3.3.6 종 사이 유사성은 개체발생을 통틀어 변한다


때때로 종은 성체보다 배아에서 더 유사하다. 1828년에 카를 에른스트 폰 베어(Karl Ernst von Baer)는 [척추동물아문(subphylum Vertebrata, 脊椎動物亞門) 같은] 더욱 포괄적인 분류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형질은 종종 [목이나 과 같은] 하위 수준의 분류군에서 특정 형질이 나타나기 전에 개체발생(ontogeny, 個體發生) 단계에서 출현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이러한 일반화는 폰 베어의 법칙(von Baer’s law)으로 알려졌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아마도 사지 척추동물 강(綱)이나 과(科)에 속하는 구성원의 전형적 특징이 명확해지기 전에 이들 배아에서 나타나는 아가미구멍, 척삭(脊索), 난할(卵割), 노 모양(paddle-like)의 지아(limb bud, 肢芽) 등의 유사성일 것이다 [그림 3.11].



그림 3.11 그림의 현미경 사진을 보면 서로 다른 발달 단계의 몇몇 척추동물 배아 사이에 유사성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이들 배아는 서로 다른 단계와 크기에서 이러한 구조를 갖지만, 모두 비슷한 기본적 구조로부터 시작한다. 배아가 발달하면서 이들은 서로 점점 달라진다. [Adapted from Richardson et al. 1998; photo courtesy of M. Richardson.]






다윈의 가장 열성적 지지자 가운데 한 사람인 독일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은 개별 생명체의 발생은 그 조상이 갖고 있던 성체 형태의 진화 역사를 반복한다는 뜻으로 “개체발생이 계통을 반복한다”는 뜻으로 그러한 양식을 재해석했다. 따라서 헤켈은 발생학 연구를 하면 종의 계통 역사를 읽을 수 있으므로 생명체 사이의 직접적인 계통관계를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생물 발생 법칙”(biogenetic law, 生物發生法則)으로 알려진] 헤켈의 언명(言明)이 절대로 유효하지 않다는 점은 19세기 말에 와서 이미 명백해졌다 [Gould 1977]. 포유류와 “파충류” 배아의 아가미구멍과 새궁(branchial arch, 鰓弓)은 결코 성체 어류의 전형적 형태를 획득하지 못한다. 게다가, 다양한 형질은 조상보다 후손에서 서로 다른 상대속도로 발달하고, 배아와 유아 단계는 [배아의 양막처럼] 각 단계에서 자신만의 특이적인 적응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생물 발생 법칙은 계통 역사에 대한 오류 없는 안내자가 확실히 아니다. 하지만 배아발생의 유사성에서 다윈은 진화의 가장 중요한 증거 가운데 일부를 얻었으며, 이런 유사성은 진화 과정에서 특성이 어떻게 변형했는지 밝히는 데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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