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1)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3)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4)
[번역] 『Evolution』 Ch. 3. 진화 양식 - (5)


3.3 계통분류학으로 추론된 몇 가지 진화적 변화 양식


진화의 많은 중요한 양식과 원리는 지난 1세기 이상 동안 연구된 계통분류연구에 근거해왔다. 실제로, 현존하는 생명체에 관한 계통분류연구는 진화의 실재(實在)에 관한 방대한 양의 증거를 제공했다 [Box 3A]. 이 절에서는 계통분류연구를 발전시킨 비교형태학의 전통에서 주로 도출된 사례를 바탕으로 진화 양식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 장에서도 살피겠지만, 이들 원리 가운데 많은 경우가 생화학 또는 분자 수준에서도 설명될 수 있다.


Box 3A 진화의 증거


계통분류학자는 항상 생명체 사이의 특성을 비교함으로써 생명체를 분류한다. 초기 계통분류학자는 『종의 기원』의 출판 이전에도 방대한 양의 비교 연구 정보를 축적했다. 그들의 자료는 공통조상에서 유래한다는 다윈의 이론에 비추었을 때 불현듯 설명하기 쉬워졌다. 실제로, 다윈은 진화가 일어났다는 그의 주장에 대한 증거를 이 정보에 많이 의지했다. 다윈 시대 이후, 비교 연구 정보의 양은 엄청나게 증가했으며, 오늘날에는 형태학과 발생학의 전통적 영역뿐만 아니라 세포생물학,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얻은 자료도 이러한 증거에 포함된다.


이러한 모든 정보는 살아있는 생명체는 공통조상에서 유래했다는 다윈의 가설과 일치한다. 진실로, 생명체가 마치 진화했던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독단, 엉뚱함, 그리고 기만적 의도가 초자연적 존재에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많은 생물학적 관찰은 종이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개별적으로 창조되었다는 대안 가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계통분류학자가 축적한 비교 연구 자료를 통해 우리는 진화의 역사적 실재를 확정하며 진화가 일어났어야만 이치에 맞는 몇 가지 양식을 찾아낼 수 있다.


  1. 생명체의 계층적 조직(hierarchical organization). 린네 이전에도 종을 분류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초기 체계는 유용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어떤 연구자는 종을 복잡한 다섯 범주로 분류하려고 시도했지만, 생명체는 단순히 다섯 가지 분류군으로 나뉘지 않는다. 그러나 생명체는 린네가 설명한 분류군 내 분류군의 계층적 체계로 “자연스럽게” 나뉜다. 분지와 분기의 역사 과정은 계층적으로 배열될 수 있는 대상을 낳을 수 있지만, 다른 과정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따라서 언어는 계층적 방식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원소와 광물은 그럴 수 없다.
  2. 상동. 기능의 차이가 있음에도 구조가 유사한 이유는 생명체의 특성이 그들 조상의 특성에서 변형되었다는 가설로부터 도출되는데, 이것은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 知的設計)의 가설과는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지적 설계에서는 동일한 경골 요소(硬骨要素)가 영장류 손의 뼈대, 두더지의 땅 파는 앞다리, 박쥐, 새, 프테로사우리아 익룡(pterosaur, 翼龍)의 날개, 그리고 고래와 펭귄의 물갈퀴를 형성할 필요가 없다 * [그림 3.4 참조]. 설계가 아닌 기존 구조의 변형으로 왜 말벌과 꿀벌의 침이 변형된 산란관이며, 왜 암컷에게만 침이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D-형 광학 이성질체(D-optical isomer)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이 [효소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모든 단백질은 “L-형” 아미노산(L-amino acid)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의 공통조상이 L-형 아미노산을 채택하고 난 이후로 그 후손은 무조건 그것을 따라야 했는데, D-형 아미노산의 도입은 영국에서 오른쪽 차선으로 운전하거나 미국에서 왼쪽 차선으로 운전하는 것만큼 불리할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거의 보편적이고 임의적인 유전 부호도 오직 공통계보의 결과일 때만 이치에 맞는다 [8장 참조].
  3. 발생의 유사성. 상동형질로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몇몇 형질이 포함되지만, 생명체의 발생이 조상의 개체발생이 변형된 것이 아니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개미핥기 태아의 턱에서는 이빨의 원시세포(primordium, 原始細胞)가 나타났다가 곧 사라지고, 몇몇 육상 개구리류와 도롱뇽류는 알 속에서 수중 유생(aquatic larva)의 전형적 특징을 보이며 유생 단계를 거치지만, 육상생활에 적합한 상태로 부화한다. 발생 초기에 사람의 배아에서는 물고기 배아의 아가미구멍과 비슷한 아가미 주머니가 잠깐 나타난다.
  4. 흔적형질. 생명체의 적응은 오랫동안 그리고 여전히 창조론자에 의해 창조자의 지혜로운 은혜의 증거로 인용되지만, 조상에서는 기능이 있었으면서도 후손 종에서는 더는 그렇지 않은 형질에 대해서는 그런 주장을 펼칠 수 없다. 동굴에 사는 어류와 동물은 모든 퇴화 단계에서 눈이 나타난다. 날지 못하는 딱정벌레는 흔적 날개를 가지는데, 일부 종에서는 날개를 펼칠 이유가 있어도 그럴 수 없는 융합된 겉날개 아래에 감춰져 있다. 『인간의 유래(The Descent of Man)』에서 다윈은 사람의 몸에 있는 10여 가지 흔적형질 목록을 작성했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흔치 않은 변이로서만 나타난다. 여기에는 맹장(盲腸), [네 개가 융합된 꼬리 척추뼈인] 꼬리뼈, 귀나 두피(頭皮)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일부 사람의 흔적 근육, 많은 사람에서 나오지 않거나 비정상적으로 돋는 사랑니 등이 있다. 분자 수준에서 모든 진핵생명체의 유전체에는 위유전자를 포함한 기능이 없는 수많은 DNA 서열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유전자는 기능이 있는 조상 유전자와 서열이 비슷함에도 기능이 정지했으며 전사되지 않는다 [19장 참조].
  5. 수렴. 기능적으로 비슷한 형질이 구조는 실제로 매우 다른 예가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척추동물과 두족류 연체동물(cephalopod mollusk, 頭足類軟體動物)의 눈이다 [그림 3.5 참조]. 어떤 구조가 서로 다른 조상의 다른 형질에서 변형되었다면 그런 차이는 예상할 수 있지만, 최적의 설계를 고수해야만 하는 창조자가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생각은 이러한 부분과 일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진화 역사는 덩굴식물이 기어오를 수 있게 하는 여러 변형된 구조처럼 같은 기능에 대해서도 생명체마다 매우 다른 구조를 사용하는 사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창조론은 그렇지 않다] [그림 3.10 참조].
  6. 차선적 설계. 진화 역사의 “사건”은 그 어떤 지적 설계자도 설계하지 않았으리라 예상되는 수많은 형질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을 포함한 육상 척추동물의 인두(pharynx, 咽頭)의 음식물과 공기가 지나는 통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음식 때문에 질식할 위험이 있다. 사람의 눈에는 시선이 향하는 방향의 좌우 약 45에 “맹점”(blind spot, 盲點)이 있다. 이것은 망막세포의 축삭돌기가 기능적으로 무의미하게 배열되었기 때문인데, 이러한 축삭돌기는 눈을 지나 시신경에 수렴하며, 시신경은 망막의 뒤쪽을 거쳐 뇌로 향하기 때문에 망막을 가로막는다 [그림 3.5 참조].
  7. 지리적 분포. 계통분류학 연구에는 종과 상위 분류군의 지리적 분포가 포함된다. 생물지리학(biogeography, 生物地理學)으로 알려진 이 주제는 6장에서 다룬다. 많은 분류군의 분포는 공통조상에서 유래하지 않았다면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예를 들어, 유대류와 같은 많은 분류군은 남반구 대륙에 걸쳐 분포하는데, 중생대 때 갈라지기 시작한 하나의 남반구 땅덩어리에 걸쳐 분포했던 공통조상에서 이들 생명체가 출현했다면 이런 분포는 쉽게 이해된다.
  8. 중간형태. 연속적인 작은 변화로 진화한다는 가설로 종과 상위 분류군 사이에서 특성이 서서히 다양해지는 수많은 사례를 예측할 수 있다. 조류의 현생종 사이에서 우리는 부리의 단계적 변화를 볼 수 있으며, 일부 뱀에서는 골반대(骨盤帶)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다른 뱀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분자 수준에서 DNA 서열 차이는 계통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종 사이에서는 거의 없거나 더 멀리 연관된 종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처럼 다양하다.

이들 각각의 증거에 대해 수백 또는 수천의 사례가 현생종 연구로부터 인용될 수 있다. 심지어 화석기록이 없더라도 현생종에서 얻은 증거만으로도 진화의 역사적 실재, 즉 모든 생명체는 공통조상에서 변형되어 유래했음을 입증하는데 충분하고도 넘친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단 하나의 생명체 원형에서 유래했음을 우리는 다윈보다 더 확신할 수 있으며 주장할 수 있다.


* pterosaurs 그리고 pterodactyls 모두 한국어로는 익룡류(翼龍類)로 번역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들 두 단어는 서로 다른 대상을 가리킨다. 즉, pterosaurs는 [2억 2천2백만 년 전에서 6천5백만 년 전 사이인] 삼첩기 후기에서 백악기 말엽까지 살았던 프테로사우리아목(order Pterosauria)의 익룡류에 속하는 동물 전체를 일컫는 말이며, pterodactyls는 프테로사우리아목의 프테로닥틸리데과(family Pterodactylidae)에 속하는 프테로닥틸루스속(Pterodactylus)의 구성원인 익룡을 뜻한다. 따라서 pterodactyls는 좀더 좁은 의미로 국한된 익룡류를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된다.


3.3.1 생명체의 형질 대부분은 기존 형질에서 변형했다



그림 3.4 일부 사지 척추동물류의 앞다리 골격. 초기 양서류에서 나타나는 “기본 설계”와 비교했을 때, [예를 들어, 말과 새에서는] 뼈가 소실 또는 융합하거나 상대적 크기와 형태가 변형되었다. 수영을 위한 변형은 돌고래와 어룡(ichthyosaur, 魚龍)에서 진화했고, 비행을 위한 변형은 새, 박쥐 그리고 프테로사우리아 익룡에서 진화했다. 그림에 나와 있는 모든 뼈는 두더지(mole)와 익룡의 종자골을 제외하고는 이들 사이에서 상동인데, 이 뼈는 사지 골격의 나머지와는 발생 기원이 서로 다르다. [After Futuyma 1995.] *


* [용어설명] humerus, 위팔뼈; ulna, 자뼈; radius, 노뼈; carpals, 손목뼈; metacarpals, 손바닥뼈; sesamoid (bone), 종자골(種子骨); cartilage bone, 연골뼈; digit, 손/발가락; flipper, 물갈퀴; flight membrane, 비행막(飛行膜).



진화의 가장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는 생명체의 형질은 거의 항상 조상의 기존 형질에서 진화한다는 것인데, 어떤 형질도 무(無)에서 새롭게 출현하지 않는다. 조류, 박쥐 그리고 프테로닥틸루스 익룡류(pterodactyl)의 날개는 변형된 앞다리로 [그림 3.4], 아마도 이들 동물의 조상은 비행을 위해 변형될 수 있는 어깨 구조가 없었으므로 [천사처럼] 어깨에서 날개가 발생하지 않는다. 4장에서 우리는 포유류의 중이골이 파충류 턱뼈에서 진화했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19장에서는 조상 단백질에서 변형해 새로운 기능을 획득한 단백질의 예를 접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계통관계가 있는 생명체는 공통조상의 대응하는 기관에서 물려받은 [그리고 때때로 변형된] 상동형질(homologous character, 相同形質)을 가진다. 종 사이에서 때때로 상당한 분기를 겪을지라도, 상동형질은 일반적으로 비슷한 유전적∙발생적 토대를 가진다 [20장 참조].


[“발가락”과 같은] 형질이 종 사이에서 상동일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발가락의 개수처럼] 주어진 형질상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다섯 발가락 상태는 사람과 악어에서 상동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이들 두 종에는 그들의 공통조상까지 멀리 거슬러 올라갈 만큼 끊어지지 않은 오지 상태(pentadactyly, 五指狀態)의 역사가 있다], 기니피그(guinea pig)와 코뿔소의 세 발가락 상태는 다섯 발가락 조상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이들 형질상태는 상동이 아니다.


만약 어떤 형질이 [또는 형질상태가] 공통조상에서 파생했다면 두 종에서 상동(相同)으로 정의되지만, 상동을 규명하는 것, 즉 두 종의 형질이 상동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종 사이의 해부 형질(anatomical character, 解剖形質)이 상동이라고 가정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몸의 다른 부분에 대해 상대적인 위치와 [복잡한 형질로 구성된 부분인] 구조의 일치다. 형태나 기능의 일치는 상동을 규명하는 데 유용한 기준이 아니다 [두더지와 독수리의 앞다리를 생각하라]. 발생학 연구는 상동을 가정하는 데 종종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류의 뼈 상당수는 발달 과정이 진행되면서 융합하므로 새와 악어의 뒷다리 사이의 구조적 일치는 성체보다 배아에서 더욱 명백하다. 그러나 어떤 형질이 종 사이에서 상동인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른 형질에 근거한] 계통수에서 형질 분포가 그들의 공통조상에서 후손으로 계속해서 유전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3.3.2 불계적 상동은 흔하다



그림 3.5 (A) 척추동물과 (B) 두족류 연체동물의 눈은 수렴진화의 놀라운 예다. 이들 사이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지만, 척추동물에는 두족동물에는 없는 시신경에 의한 망막의 중단(中段)을 포함한 몇 가지 차이가 있음에 주목하라. 척추동물에서 망막세포의 축삭돌기는 [또는 신경섬유는] 망막 표면을 가로지르고 시신경에 모여 “맹점(盲點)”을 형성한다. 두족류에서 축삭돌기는 망막세포의 기저에서 시신경절로 직접 들어간다. [From Brusca and Brusca 1990.] *


* [용어설명] retina, 망막(網膜); optic nerve, 시신경(視神經); eyelid, 눈꺼풀; iris, 홍채(虹彩); pupil, 동공(瞳孔); (eye) lens, 수정체(水晶體); cornea, 각막(角膜); ciliary muscle, 모양체근(毛樣體筋); cartilage, 연골; optic ganglion, 시신경절(視神經節).



서로 다른 분류군에서 형질 또는 형질상태의 독립적 진화를 일컫는 불계적 상동(homoplasy, 成因的相同)에 수렴진화와 역진화가 포함됨을 2장에서 언급했다. 많은 연구자는 수렴진화와 평행진화를 구별한다.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 또는 convergence, 收斂進化)에서 겉보기에 비슷한 형질은 서로 다른 발달 경로로 형성된다 [Lauder 1981]. 척추동물과 [오징어 그리고 문어 같은] 두족류 연체동물의 눈은 수렴진화의 한 예다 [그림 3.5]. 이들 동물은 둘 다 수정체와 망막을 갖고 있지만, 이들 두 동물의 눈은 많은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두 동물의 눈이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두족류에서는 망막세포의 축삭돌기가 세포 기저(cell base, 細胞基底)에서 나오지만, 척추동물에서는 세포 정점(cell apex, 細胞頂點)에서 나온다. 따개비류의 해부와 계통분류의 사상 최고 권위자였던 다윈은 두 종류의 따개비속에 있는 여섯 판 껍질(six-plate shell)이 조상상태인 여덟 판 껍질(eight-plate shell)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파생했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Darwin 1854]. 조무래기따개비속(Chthamalus)에서는 여덟 판 가운데 두 개가 발달하지 않지만, 발라누스속(Balanus) 따개비는 여덟 판 가운데 두 개가 세 번째 판과 융합한다 [그림 3.6; 그림 4.17 참조].



그림 3.6 따개비 껍질을 구성하는 판(plate, 板)의 개수가 조상상태인 여덟 개로부터 후손 속인 조무래기따개비속(Chthamalus)과 발라누스속(Balanus)에서 여섯 개로 줄어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방식에 대한 다윈의 설명. 이 그림은 껍데기의 횡단면을 나타내고 있다. [After Darwin 1854.]



반면에 평행진화(parallel evolution 또는 parallelism, 平行進化)는 [비슷한 발생 메커니즘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때때로 계통적으로 밀접히 연관된 생명체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유사한 발생 변형(developmental modification, 發生變形)과 관련된다고 생각된다. 굉장히 멋진 예로 턱다리(maxilliped)이라 불리는 갑각류(crustaceans, 甲殼類)의 섭취 구조 진화가 있다. 몇몇 다양한 갑각류 혈통에서 섭취 구조는 이들 동물의 입틀(mouthpart)이 있는 머리마디(head segment)가 아니라 조상 대대로 다리가 있는 가장 앞쪽의 가슴마디(thoracic segment)에서 한 쌍에서 많게는 세 쌍까지 발생한다. 마이클 에이버로프(Michael Averoff)와 니팜 페이틀(Nipam Patel)은 [21장에서 자세히 논하게 될 Hox 유전자라는] 두 가지 “주요” 조절 유전자(master regulatory gene)의 발현 차이를 연구했다 [Averoff and Patel 1997]. 이들이 연구한 Ultrabithorax(Ubx)와 abdominal A(abdA)라 불리는 두 유전자는 갑각류와 곤충류를 포함한 모든 절지동물류(arthropods, 節肢動物類)에서 각 마디가 어떻게 발생할지를 결정한다. 이들 두 유전자는 [입틀이 있는] 머리마디에서는 발현이 안 되지만, [다리가 있는] 가슴마디에서는 발현된다.



그림 3.7 평행진화. 갑각류의 가슴다리가 턱다리(maxilliped)라는 섭취 구조로 변하는 진화는 UbxabdA 유전자의 발현이 가슴마디에서 동시에 줄거나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박갑목(order Leptostraca, 薄甲目)의 파라네발리아속(Paranebalia)이 있는] 위쪽 사진에는 머리마디 H3에 [MxII로 표시된 턱인] 입틀이 있고, 가슴마디 T1과 T2에 [각각 En과 Ex로 분지한] 다리가 있는 조상상태가 나와 있다. 곤쟁이목(order Mysida)의 미시디움속(Mysidium)에서 가슴마디 T3는 [노란색으로 표시된 En 분지인] 정상 다리를 가지지만, T2와 [특히] T1에 붙어 있는 부속지(appendage, 附屬肢)에는 [녹색과 붉은색으로 표시된] En 분지의 턱을 닮은 변형이 나타난다. [그림에 없는] 요각아강(subclass Copepoda, 橈脚亞綱)의 요각류(copepods, 橈脚類)인 메소시클롭스속(Mesocyclops)의 유전자 발현과 형태에서도 비슷한 변형이 나타난다. [After Averoff and Patel 1997.] *


* [용어설명] class Branchiopoda, 새각강(鰓脚綱); class Maxillopoda, 소악각강(小顎殼綱); order Anostraca, 무갑목(無甲目).



에이버로프와 페이틀은 갑각류 다리가 턱다리로 바뀌는 모든 진화적 변형은 가슴마디의 UbxabdA 유전자 발현의 소실과 정확히 일치함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계통적으로 멀리 연관된 목인 요각류 메소시클롭스속(Mesocyclops)과 낭하류 미시디움속(Mysidium)에서 이들 두 유전자는 첫 번째 가슴마디에서 발현하지 않으므로, 여기에서 턱다리가 발생한다 [그림 3.7]. * 이러한 진화적 변형의 유전적∙발생적 토대는 두 분류군이 같으며 일부 다른 갑각류 혈통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 낭하류(peracarids, 囊蝦類)는 낭하상목(superorder Peracarida, 囊蝦上目)에 속하는 동물을 총칭한다.


역진화(evolutionary reversal, 逆進化)는 “진보한” 또는 파생된 형질상태가 더욱 “원시적인” 또는 조상형질상태로 되돌아감을 뜻한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개구리는 아래턱에 이빨이 없지만, 개구리는 이빨을 가진 조상에서 유래했다. 개구리의 한 속인 암피그나토돈속(Amphignathodon)에서는 아래턱에서 이빨이 “다시 진화했다” [Noble 1931]. 암피그나토돈속의 직전 조상은 이빨이 없으므로 이 속에 이빨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더 먼 조상상태로 되돌아가는 불계적 상동성 역진화(homoplasious reversal)가 일어났음을 뜻한다.


불계적 상동형질(homoplasious character, 成因的相同形質)은 때때로 [그러나 자주는 아닌] 비슷한 환경조건에 대한 서로 다른 혈통의 적응이다. 사실, 서로 다른 분류군의 특정 불계적 상동형질과 이들 생명체가 서식하는 환경 또는 적소(niche, 適所)에서 나타나는 특징 사이의 연관성은 종종 그러한 형질의 적응 의의(adaptive significance)에 대한 가장 좋은 첫 증거다. 예를 들어, 길고 가는 부리는 꿀을 섭취하는 새 가운데 적어도 서로 다른 여섯 혈통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이들 새는 그러한 부리를 사용해,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긴 관 모양의 꽃 바닥에 모인 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림 3.8].



그림 3.8 비슷한 부리 형태가 꿀 섭취에 대한 적응으로써 독립적으로 진화한 네 가지 조류 분류군. (A) 풍금조과(family Thraupidae, 風琴鳥科)인 남아메리카 꿀먹이새(Cyanerpes caeruleus). (B) 되새과(family Fringillidae)에 속하는 하와이 꿀먹이새 중 하나인 Iiwi vestiaria coccinea. 하와이 꿀먹이새는 적응방산으로 잘 연구된 사례다. (C) 벌새과(family Trochilidae)인 벌새. 그림에 나와 있는 남미산 보라색 벌새인 Campylopterus hemileucurus는 코스타리카(Costa Rica)에서 산다. (D) 태양새과(family Nectariniidae)의 태양새. 붉은가슴태양새라 불리는 Nectarinia pulchella는 아프리카 대륙의 거대 호수가 위치한 지역 근처에서 서식하는 토착종이다. [A, photo © fotolincs/Alamy Images; B, Photo Resource Hawaii/Alamy Images; C, Anthony Mercieca/Photo Researchers, Inc.; D, Photo Resource Hawaii/Alamy Images.]



한 종의 형질이 다른 종의 형질을 닮도록 특이적으로 진화한 상태인 의태(mimicry, 擬態)는 수렴진화의 흥미롭고 특별한 예를 보여준다. 가장 흔한 의태 두 종류로 베이츠 의태(Batesian mimicry)와 뮬러 의태(Müllerian mimicry)가 있는데, 이 용어는 이들 현상을 처음 연구한 박물학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이들 두 의태는 포식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다. 베이츠 모방자(Batesian mimic)는 [모방모델로서] 맛없거나 위험한 동물을 닮도록 진화한 맛있거나 위험하지 않은 동물로, 무해한 많은 파리는 말벌을 닮은 밝은 노랑과 검정 무늬를 가지며 몇몇 맛있는 나비 종은 독이 있는 다른 나비 종과 매우 많이 닮았다 [그림 18.23 참조]. 따라서 기분 나쁜 경험 때문에 모방모델을 피하도록 학습한 포식자는 모방자를 공격하는 것 역시 피하려 할 것이다.


뮬러 의태에서는 둘 이상의 맛없거나 위험한 종에서 비슷한 특성이 진화했는데, 이런 경우에 한 종의 형질을 기분 나쁜 경험과 연관 짓는 포식자는 두 종 모두 공격하기를 피하려고 할 것이다. 같은 색 무늬를 공유하는 [베이츠 모방자인] 맛있는 나비와 나방뿐만 아니라 [그림 18.24에 나와 있는 뮬러 모방자인] 계통적으로 멀리 연관된 몇몇 맛없는 나비 종이 관련된 의태 “고리”(ring)의 많은 예가 있다. 베이츠와 뮬러 의태의 양 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중간 상태를 포함해 의태의 진화에는 복잡한 사례가 많이 있다 [Mallet and Joron 1999]. 의태 연구는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이바지를 했으며, 의태는 이 책의 여러 장에서 논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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