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평화롭게 수액을 빨아 먹고 있는 진딧물 [출처: 위키피디아].



몇몇 생명체는 광합성(photosynthesis, 光合成)을 할 수 있는 미생물 또는 식물과 공생 관계(symbiosis, 共生關係)로 묶여 있다. 어떻게 보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양분을 스스로 합성할 수 있는 식물과 같은 독립 영양 생물(autotroph, 獨立營養生物)과 다른 생명체를 통해 영양분을 획득해 생체 에너지를 합성할 수 있는 종속 영양 생물(heterotroph, 合成從屬營養體)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러므로 넓은 의미에서 모든 생명체는 어떤 식으로든 다른 생명체와 일종의 공생 관계를 형성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그러한 철학적 사유를 배제한 채 과학적 엄밀성을 바탕으로 우리의 시야를 매우 좁게 한정한다면 공생 관계에 놓여 있는 생명체는 일부로 국한할 수 있다.


여느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겠지만, 이들 공생 생명체가 광합성 작용을 할 수 있는 독립 영양 생명체와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사는 이유는 정말 단순하다. 바로 생 화합물 또는 에너지의 원천을 확보하기 위해선데, 종속 영양 생명체인 이들 더부살이도 스스로 영양분을 합성해 낼 그 어떤 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식물도 조류(algae, 藻類)도 미생물도 아닌 임의의 다세포 생명체가 빛 에너지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바로 사용 가능한 생체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면 믿을 텐가?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리 상식적(?)이지 않으며 때로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매직쇼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놀라운 깜짝쇼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바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진딧물(aphid, 학명: Acyrthosiphon pisum)이다 [그림 참조].


일반적으로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라는 색소는 물속에서 사는 조류(algae, 藻類)와 몇몇 미생물 그리고 곰팡이류에 흔히 존재하는 물질로 보통 노란색에서 주황색을 띠는데, 특정 단백질이 이 물질에 결합하면 녹색 또는 갈색으로 색깔이 변한다. 특히 카로티노이드는 광합성 과정에서 엽록소와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빛 에너지를 포획하는 역할을 하는데, 바로 그 카로티노이드가 진딧물 몸 안에 꽤 많이 존재한다. 그것도 외부에서 무엇인가를 섭취했기 때문에 카로티노이드가 몸 안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진딧물 몸 안에 카로티노이드를 생합성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진실로, 진딧물은 현재까지 알려진 곤충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카로티노이드를 합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니스 대학(the University of the Nice)의 마리아 카포빌라(Maria Capovilla) 박사 연구팀은 카로티노이드를 합성할 수 있는 진딧물에 빛을 쪼였을 때 주요 생체 에너지인 ATP (adenosine triphosphate) 합성이 증가하지만, 카로티노이드가 없는 돌연변이 진딧물은 빛을 아무리 쪼여도 ATP 합성이 증가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카포빌라 박사 연구팀은 진딧물에 광합성 작용과 비슷한 어떤 메커니즘이 있으리라 추론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진딧물에 유사 광합성 과정이 있는 게 아니라, 대신 빛의 유입으로 생체 내 ATP 합성이 활성화되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어떤 메커니즘이 있는 게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유사 광합성 과정이든 아니든 흥미로운 것은 빛 에너지가 동물(여기서는 진딧물이라는 곤충이지만)의 생체 에너지 합성에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인데, 이들 진딧물은 어떻게 해서 카로티노이드를 합성하는 유전자를 획득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떤 자연 선택과 진화의 흐름을 거쳐서 마치 광합성 과정과 유사한 생체 메커니즘을 구축하게 되었을까? 자연은 정말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온갖 파노라마를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아직 이 논문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런 분야도 연구해보면 꽤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자연은 언제나 연구할 가치가 크다.


참고 문헌


[1] Valmalette JC, et al. 2012. Light-induced electron transfer and ATP synthesis in a carotene synthesizing insect. Sci Rep. 2: 579. [링크]
[2] Aphids may be first photosynthesising animal. New Scientist.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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