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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29 헤겔 철학의 'Moment(계기)'에 대한 참고 자료 하나 2


얼마전에 마르크스 『Das Kapital Band I』을 읽던 중,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Moment"란 단어를 발견해, 이 부분에 대한 번역이 "계기"가 아니라 고전역학의 "모멘트"가 아닐까라는 을 한 번 풀었다 [링크]. 그런데 EM님께서 이 부분이 헤겔 철학의 "계기(Moment)"와 관련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조언을 해주셔서 한 번 찾아보았다. 본문의 굵은 글씨와 따옴표는 내가 임의로 표시한 것이다.


계기(契機)[Moment]

어떤 것이 그것의 대립자와 통일되어 이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때 그것은 이 통일 내지 관계의 "계기"라고 말해진다. 이와 같은 관계 안에 있는 것은 대립자로 이행하고 그로부터 자기로 귀환하는 반성의 구조를 지니는 것이자 반성된 것(ein Reflektierts)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의해 그것은 또한 지양된 것으로 된다. 그것은 그 직접성을 폐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면적으로 부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레에서는 무게라는 실재적인 면과 중심으로부터의 거리 내지 선분이라는 관념적인 면이 결합되어 일정한 작용이 생겨나지만, 각자의 크기는 달라도 양자의 곱과 같다면 같은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양자는 상보적인 동시에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바, 지레를 성립시키는 계기라 불리는 것이다[『논리의 학』 5. 114].

― 야마구치 마사히로(山口祐弘)

『헤겔 사전』 도서출판 b. 20쪽.


직업병이라서일까? 지레에 비유해 '계기'란 헤겔 철학 용어를 설명하는 마지막 문단이 유달리 내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은 "힘의 모멘트"(the moment of force) 아니던가! 결국 내가 이해한 방향은 헤겔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으니, 어떤 것으로 번역해도 궁극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럴수가!! 역시 사람은 공부해야 한다 (먼산).


그런데 생각보다 "moment" 혹은 "momentum"의 개념 형성은 고대 그리스를 시작으로 해서 꽤 오랫동안 여러 논쟁을 거치면서 이루어져왔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지성사(history of thoughts)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흔히 과학혁명의 시기라 불리우는 17세기 무렵―16세기 무렵 코페르니쿠스에 의한 우주론의 대전환을 제1차 혁명이라고 한다면 뉴턴에 의해 고전역학의 기틀이 완성된 이 시기, 즉 17세기를 제2차 과학혁명이 일어난 때라고 할 수 있다―이지만 [링크], 이 말의 어원은 대략 14세기 중엽부터이다 [링크]. 이런 과학사적 언어학적 흐름도 있거니와, 헤겔 본인도 뉴튼의 고전 역학을 꽤나 비판적으로 수용(?)했으니까 헤겔이 그의 철학에서 "Moment"란 용어를 쓰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당대 과학과 철학에 관련된 흑역사를 들춰보면 더 재미난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흑역사가 원래 재미있지. 암. 뉴턴의 흑역사, 누턴의 흑역사 ... 헤겔의 흑역사 ... 헤겔의 흑역사 ....


헤겔 사전에 나와 있는 뉴턴편을 한 번 살펴보자.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굵은 글씨체는 내가 임의로 한 것이다.


뉴턴 시대의 영국에서는 실험과학이 '뉴턴 역학'이라고도 불렸다. 특히 헤겔은 영국 경험론의 실험주의에서 기계론적인 사상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프란시스 베이컨과 로크 그리고 뉴턴 등의 '실험과학' 학풍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적이었다.
헤겔 자연철학은 절대관념론의 형이상학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뉴턴이 그의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1687)에 대한 '일반적 주해'에 덧붙인 "나는 가설을 세우지 않는다 ..."는 주장과 형이상학적인 것은 물리학 안에서 어떠한 장소도 지니지 않는다는 선언은 헤겔 철학체계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헤겔은 확실히 물리학에서의 지각과 경험의 가치를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경험적 물리학이 자연의 범주들과 법칙에 따라서 사유한다는 정당한 권리까지는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의 일이다. 왜냐하면 물리학은 "그 범주들과 법칙들을 다만 사유에 의해서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반성개념의 이의성(die Amphibolie der Reflexionsbegriffe)을 논하고, 그러한 개념의 맞짝들로서 동일과 차이 및 일치와 반대 등의 대립을 들었다. 헤겔은 더 나아가 본지의 개념들을 모두 반성개념으로 간주하고 두 개념이 서로 다른 규정을 반조(반성)하는 관계에 있을 때 그 개념들을 반성규정들(Reflexionsbestimmungen) 또는 반성개념들(Reflexionsbegriffe)이라고 불렀다. 헤겔은 물리학(역학)이 그 개념들을 단초의 근거로 드러내기 전에 그 개념들을 드러내기에 이르는 반성과 추론이야말로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뉴턴 물리학의 공적을 반성개념으로서의 힘들(인력·척력·구심력·원심력 등)에서 인정한다. "뉴턴은 현상들의 법칙 대신에 힘들의 법칙을 세운 점에서 과학을 반성의 입장으로 나아가게 했다"는 점에서 찬양되는 것이다(파올루치[Henry Paulucci]).

― 혼다 슈로(本多修郞)

『헤겔 사전』 도서출판 b. 76쪽.



뉴턴 본인의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이론에 대해서는 꽤나 신중하고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간혹 과학사를 읽다보면 뉴턴은 꽤나 음흉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물론 그의 편집증적이며 신비주의적인 면도 요즘 들어서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이래나 저래나 반대자와 추종자가 극단적으로 많았다그렇게나 음흉(?!)하면서 말을 아끼는 뉴턴도 자신의 이론에 대해서는 한치 오차―정확히 말하자면 그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경험적으로 얻게 되는 모든 현상의 아름다운 결론(혹은 방정식)에 "관념"이 끼어드는 것이 뉴튼에게는 참을 수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또 다른 글로 쓰기로 하고, 오늘 공부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이래나 저래나 EM님의 매우 유익한 코멘트 덕분에 공부할 꺼리가 또 생겼다. EM님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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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