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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1)
[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2)


6.5 계통지리학


계통지리학(phylogeography, 系統地理學)은 특히 동일 종 내에서 그리고 계통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종 사이에서 유전자 혈통의 지리적 분포를 좌우하는 과정에 관한 기술(記述)과 분석이다 [Avise 2000]. 이러한 과정은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명체의 확산을 포함하므로, 계통지리학은 과거에 있었던 종의 이동과 이들이 현재의 분포를 이루게 된 역사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 계통지리학은 종 내의 다양한 유전자의 계통분석, 즉 유전자 계보를 추론하는 데 상당히 의존한다 [2장 참조].


예를 들어, 많은 북반구 종이 홍적세 빙하기 동안 현재의 분포보다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출현했으며, 빙하가 후퇴한 이후에 이들이 북쪽으로 이동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5장 참조]. 화석, 특히 꽃가루 화석은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에 대한 정보 일부를 제공하지만, 그 기록이 불완전하다. 더욱이, 서로 다른 종은 서로 다른 빙하기 피난처를 차지했으며 서로 다른 경로로 움직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종이 자신들의 이동 경로에 대한 화석흔적을 남기지 않았지만, 계통지리학 분석은 이들의 이동 경로를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Taberlet et al. 1998; Hewitt 2000].



그림 6.15 Chorthippus parallelus라는 메뚜기가 빙하기 피난처로부터 유럽으로 다시 이주한 경로를 유전자 변이 양식으로 추론했다. (A) [약 1만 2천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최고조였을 동안의 유럽. (B) 오늘날 메뚜기 개체군 사이의 유전적 관계. 선분의 길이는 단상형 사이의 돌연변이 차이 개수와 해당 지역이 가리키는 개체군 사이의 단상형 비율 차이 모두를 반영한다. (C) 화살표는 빙하가 녹아 후퇴한 뒤에 Chorthippus parallelus의 추론된 확산을 나타낸다. [A after Taberlet et al. 1998; B after Cooper et al. 1995; C after Hewitt 2000.]


꽃가루 화석은 가장 최근의 빙하기 동안 유럽에서는 낙엽성 식생(落葉性植生)의 빙하기 피난처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Iberian Peninsula), 이탈리아, 발칸 반도(Balkan Peninsula) 일대였으며 [그림 6.15A], 발칸 반도에 있던 식생이 빙하가 후퇴하면서 가장 빠르게 확장했음을 보여준다. 유럽 전역에서 채집된 Chorthippus parallelus라는 메뚜기 가운데 이베리아 반도와 이탈리아 채집된 개체는 독특한 단상형을 가지지만, 중유럽과 북유럽에서 발견되는 메뚜기의 단상형은 발칸 반도에 서식하는 메뚜기와 계통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그림 6.15B]. 따라서 이들 초식성 메뚜기는 자신들의 분포영역을 주로 발칸 반도로부터 확장했지만,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피레네(Pyrenees) 산맥을 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알프스 산맥을 넘지 못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림 6.15C]. 이와는 대조적으로, Erinaceus europaeusErinaceus concolor라는 고슴도치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분석 결과에서는 이들 식충포유류(食蟲哺乳類)가 세 군데의 모든 피난지역으로부터 북유럽으로 퍼져 그곳에 정착했다고 나타났다.


계통지리학은 우리 인류의 분포에도 적용된 적이 있다. 우리는 4장에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약 백만 년 전쯤에 아프리카와 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광범위하게 분포했으며, 약 3십만 년 전 무렵에는 “고대 호모 사피엔스”(archaic Homo sapiens)로 진화했었음을 알았다. 이러한 고대 개체군이 오늘날의 서로 다른 인류 개체군과 계통적으로 어떻게 연관해 있는지는 줄곧 논란이 많은 문제였다 [Relethford 2001; Klein and Takahata 2002; Templeton 2002].



그림 6.16 현대 인류의 기원에 관한 두 가지 가설. (A) 다지역 기원설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와 유럽 일대로 호모 에렉투스가 단 한 차례 퍼져 나갔으며, 그 후손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B) 대체설은 아프리카 조상에서 파생된 호모 에렉투스에서 고대 사피엔스가 출현했지만, 현대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이주해 나와 두 번째 정착을 시작했을 때 고대 사피엔스의 아시아∙유럽 개체군이 멸종했다고 시사한다.



화석표본의 형태에 근거하여 다지역 기원설(multiregional hypothesis, 多地域起源說)을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모든 고대 사피엔스 개체군이 현대 사피엔스로 진화했으며, 현대적인 형질이 유전자 확산으로 다양한 개체군 사이에 퍼졌다고 주장한다 [그림 6.16A]. 이 가설에 따르면 거의 백만 년 전의 에렉투스와 고대 사피엔스 개체군 사이에서 발생했던 유전적 차이에서 유래한 유전적 차이가 현대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시아인 사이에서도 존재해야만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체설(replacement hypothesis, 代替說) 또는 아프리카 기원설(out-of-Africa hypothesis)은 고대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진 후에 아프리카의 고대 사피엔스에서 진화한 현대 사피엔스가 제2차 확장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각 지역에 존재하던 고대 사피엔스 개체군과 그 어떤 이종교배도 없이 이들을 대체했다고 주장한다 [그림 6.16B]. 즉, 아프리카의 고대 사피엔스에서 진화한 현대 사피엔스는 유라시아에 분포하던 고대 사피엔스와 생식적으로 격리되었으며, 이들은 서로 별개의 생물종이란 뜻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전 세계에 분포했던 고대 사피엔스의 개체군 대부분은 경쟁으로 멸종했으며, 오늘날 개체군의 유전자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퍼져 나간 개체군이 보유한 유전자에서 유래했다.



그림 6.17 전 세계의 인간 개체군에서 얻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전체 서열에 근거한 유전자 계통수. [초록색 배경에 있는] 아프리카의 개체군에서 얻은 단상형은 사람 종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음을 고려할 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계통적으로 기저이며, [분지 길이로 나타낸 것처럼] 높은 서열 다양성을 보인다. 이들 개체군이 규모가 작은 조상 개체군에서 최근에 파생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노란색 배경에 있는] 아프리카 이외의 전 세계에 분포하는 개체군에서 얻은 단상형은 [짧은 분지로 나타낸 것처럼] 매우 비슷한 단상형의 단일 분기군을 형성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일부 개체군은 하나 이상의 개체로 대표된다. 숫자는 부트스트랩 값을 나타낸다 [2장의 Box 2B 참조]. [After Ingman et al. 2000.]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Templeton 2002], 많은 유전학 연구 결과가 대체설을 지지한다 [Nei 1995; Jorde et al. 1998; Underhill et al. 2001]. 그러한 것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된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서열 다양성을 이용했다 [Cann et al. 1987; Vigilant et al. 1991].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한 보다 광범위한 연구는 다양한 지리적 기원을 가진 53종류의 인류 집단에서 얻은 미토콘드리아 전체 서열을 사용했으며, 침팬지를 외군으로 사용했다 [Ingman et al. 2000]. 이러한 계통분석에서 아프리카 단상형의 몇몇 기본 분기군, 그리고 아프리카 단상형 일부와 더불어 전 세계에 분포한 비(非)아프리카 개체군 모두를 포함하는 파생 분기군이 나타났다 [그림 6.17]. 더욱이, 비아프리카 단상형의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은 아프리카 단상형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다양성이 떨어졌다. 이러한 관찰은 대체설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다지역 기원설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오늘날 일부 아시아 개체군이 고대 호모 사피엔스의 토착 개체군에서 [그리고 토착 호모 에렉투스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수백만 년 전으로 이어지는 별개의 가계(家系)를 가진다면, 우리는 이들의 유전자 일부에서 오늘날 관찰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돌연변이 차이가 축적했다고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네안데르탈인 화석에서 얻은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은 현대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과 매우 다르다 [Ovchinnikov et al. 2000]. 따라서 현대 인류는 아프리카의 고대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진화해서 단지 약 2십만~3만 년 전 사이에 전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 정착했으며 [10장 참조], 이종교배 없이 해당 지역에 존재하고 있었던 고대 사피엔스를 대체했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인류의 지리적 개체군 사이에 존재하는 그러한 유전적 차이가 매우 최근에 발생했으며, 사람 종은 전 세계를 통틀어 유전적으로 동일함을 뜻하므로 가장 중요한 결론이다.



그림 6.18 약 5만~1만 년 전 사이에 있었던 인간 개체군의 이동. (A) Y 염색체에 관한 유전자 계통수는 10가지 주요 “집단”을 가진다. 세계의 각 지역에 고유한 주요 집단은 플러스 기호로 표시했다. (B) Y 염색체와 같은 유전적 자료에 근거해 과거 몇몇 시기에 있었던 인간 개체군의 확산에 대한 일부 경로가 가정되었다. [After Underhill et al. 2001.]



인류 개체군 사이의 유전적 유사성과 차이는 훗날 있었던 이동을 추적하는 데 또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직 남자만이 가지는 Y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군(遺傳子群)에서 나타나는 서열 변이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연구된 적이 있다 [Underhill et al. 2001]. 개체군은 서로 다른 단상형의 비율 모두와 이들 단상형이 서로 간에 DNA 서열에서 얼마만큼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 둘 다 달랐다. 그러한 자료의 해석은 부분적으로 개체군 사이에서 사람의 이동이 이주의 원래 과정으로부터 형성되었던 유전적 양식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호하게 할 수 있으므로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그림 6.18A에 나와 있는 집단 I과 집단 II 같은] 유전자 계보에서 기저에 위치한 Y 염색체 단상형의 두 집단은 아프리카에 국한해 있는데, 이것은 대체설을 지지한다. 비아프리카 개체군은 유전자 계통수의 나머지에 위치하는 단상형을 가지는 특징을 나타내는데, 이들은 각각 어떤 지역보다는 특정 지역에서 더 중점적으로 나타나는 일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집단 V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서 발견되는데, 이들의 조상은 다른 인류가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던 시기인 약 5만 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했다 [그림 6.18B]. 다른 단상형 집단은 유럽과 시베리아를 포함한 아시아의 다양한 지역에서 분화했으며, 잇따른 개체군 이동으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시베리아 개체군에서 발견되는 단상형에서 유래한 집단 X의 단상형은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모두에서 살고 있는 아메리카의 토착 개체군에서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던 일부 개체군이 아마도 1만 5천~1만 2천 년 전에 시작해 서로 다른 시기에 북아메리카로 확산했을 수 있다 [Santos et al. 1999]. [여기에서 설명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Y 염색체가 시사하는 역사는 이전에 다른 종류의 유전자 자료에서 이끌어냈던 추론을 지지한다. 개체군 사이의 유전적 관계는 어느 정도 이들의 언어 관계와 유사한데, 이것은 유전자와 언어 모두 격리로 말미암아 분기했다는 공통된 역사를 가짐을 나타낸다 [Cavalli-Sforza et al. 1994].


6.6 생물지리학에 대한 생태학적 접근


계통분류학자는 어떤 분류군의 분포를 있게 한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종종 진화 역사를 우선으로 고려하지만, 생태학자는 지금 작용하거나 가장 최근 과거에 영향을 미쳤던 요인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 또는 생태적 전망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적합한지는 당면한 특정 문제와 연구하고 있는 생명체가 분포하는 공간적인 범위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계통 역사는 선인장이 아메리카 대륙에만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지만, 사와로 선인장(saguaro cactus 또는 Carnegiea gigantea)이 왜 소노라 사막(Sonoran Desert)의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강우와 기온에 대한 사와로 선인장의 내성이나, 아마도 경쟁자, 초식동물, 병원체 등의 영향과 같은 생태적 요인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서 이 종의 분포 영역이 평형상태에 있다고 [즉,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선택적으로, 사와로 선인장이 여전히 빙하기 피난처로부터 확장 중이라는 진술인 비평형설(nonequilibrium hypothesis, 非平衡說)을 고려할 수 있다. 어떤 종이 분포하는 영역 한계가 이들의 현재 생리적 내성 때문에 단기(短期)적인 평형에 도달할 수 있지만, 이들의 내성이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면 진화적 평형상태에 도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6.6.1 섬 생물지리학의 이론


생태적 생물지리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지역 또는 서식지 사이에서 나타나는 종 다양성의 변화다. 예를 들어, 무엇이 섬에서 종의 숫자를 결정하는가? 섬은 전형적으로 대륙에 있는 동일한 넓이의 지역보다 더 적은 종을 가진다. 전통적인 비평형설은 대륙 종 대부분이 아직 그 섬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종은 그곳에 도달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림 6.19 섬 생물지리학의 이론. (A) 새로운 종의 이주속도(移住速度)와 거주 종의 멸종속도를 주어진 시기에 섬에 서식하는 종의 숫자에 대해 도표로 나타냈다. 섬에 정착한 생명체가 원래 존재했던 지역과의 거리와 섬의 규모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 이주속도와 멸종속도의 차이는 서로 다른 평형상태를 낳는다. (B) 서인도 제도에 서식하는 양서류 종과 파충류 종의 숫자를 섬 면적에 대해 로그-로그 도표로 나타냈다. 더 큰 섬이 항상 더 많은 수의 종을 부양한다. [After MacArthur and Wilson 1967.]



대신에, 로버트 맥아더(Robert MacArthur)와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은 평형설(平衡說)을 제안했다 [MacArthur and Wilson 1967; 그림 6.19A]. 어떤 섬에 서식하는 종의 숫자는 새로운 이주(移住)로 증가하지만, 멸종으로 감소한다. 새로운 이주의 속도가 증가하는 동안 종의 숫자는 증가하지만, 이주속도와 멸종속도가 같아질 때 종의 숫자가 더는 변하지 않으며, 평형상태가 된다. 맥아더와 윌슨은 개체군이 작을수록 멸종을 겪을 가능성이 크므로 섬의 규모가 작을수록 멸종속도는 더 크다고 제안했다. 섬 생물지리학의 이러한 이론은 섬의 면적과 토착종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 6.19B].


6.6.2 생태적 군집의 구조와 종 다양성



림 6.20 종이 서로 무작위적으로 대체하는 “서양 장기판” 형태의 분포. 뉴기니의 다양한 산악지역 사이에 알파벳 문자 O, R, B로 표시된 꿀빨이새인 멜리덱테스(Melidectes) 세 종이 한 쌍씩 분포해 있다. 각각의 쌍은 포개진 글자로 표시한 대로 상호배타적인 고도범위(高度範圍)를 나타낸다. 세 종은 어떤 산악지역에서도 절대 공존하지 않는다. [After Diamond 1975.]


생태학자는 많은 군집에 속한 종의 숫자가 평형상태에 있는지 논쟁해왔다. 일관된 군집구조를 낳는다고 추정되는 주요 요인은 종 사이의 상호작용, 특히 경쟁이다. 경쟁은 자원 사용이 매우 비슷한 종의 공존(共存)을 막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는 일관된 방식으로 자원을 나누는 동지역종(同地域種)의 일관된 숫자다. 매우 비슷한 자원을 필요로 하는 계통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종은 상호 배타적인 분포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뉴기니의 산맥에는 꿀을 먹고 사는 꿀빨이새 세 종이 있지만, 각각의 산악지역에는 단지 두 종만이 있으며 이들 두 종은 상호배타적인 고도분포(高度分布)를 보인다. 어느 종이 산악지역에서 빠지는지는 순전히 우연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림 6.20].


6.6.3 군집수렴


개별 분류군의 수렴진화에 관한 많은 예가 알려졌다. 예를 들어, 전 세계 많은 지역에 분포하는 사막식물에서는 비슷한 형태적 형질이 독립적으로 진화했으며 [그림 6.1 참조], 일부 조류군(鳥類群)은 길고 가느다란 부리처럼 꿀을 먹고 살기에 적합한 형질을 독립적으로 진화시켜왔다 [그림 3.8 참조]. 그렇다면, 이러한 개별 사례는 전체 군집의 수렴진화에 관한 더 큰 양식의 일부분일까? 만일 두 지역이 서식지와 자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면, 앞의 사례와 같은 방식으로 이들을 사용하고 배분하도록 종이 진화할까? 만일 그렇다면, 군집은 진화적 평형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림 6.21 서인도 제도의 아놀도마뱀에서 나타나는 수렴형태 또는 “생태형”. (A) 자메이카 섬의 Anolis lineatopus. (B) 히스파니올라 섬의 Anolis strahmi. A. lineatopusA. strahmi 모두는 나무 몸통 아래쪽과 땅 위에서 서식하는 데 적합한 독립적으로 굳센 머리와 몸, 긴 뒷다리, 짧은 꼬리 등을 진화시켰다. (C) 자메이카 섬의 Anolis valencienni. (D) 히스파니올라 섬의 Anolis insolitus. A. valencienniA. insolitus모두는 더욱 날렵한 머리와 몸통, 더 짧은 다리, 긴 꼬리를 수렴적으로 진화시켰다. [Photographs by K. DeQueiroz and R. Glor, courtesy of J. Losos.]



군집 수준에서 수렴진화의 대표적인 예는 서인도 제도에서 서식하는 아놀도마뱀(anole 또는 Anolis)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부터 기술됐다 [Williams 1972; Losos 1990, 1992; Losos et al. 1998]. 아놀도마뱀은 주로 나무 위에서 사는 신열대권 식충도마뱀으로 수많은 종이 존재한다 [그림 6.21]. 서로 다른 아놀도마뱀이 먹이를 두고 경쟁한다고 알려졌으며, 이러한 경쟁은 아놀도마뱀의 군집구조에 영향을 미쳤다. 소앤틸리스 제도(Lesser Antilles)에 속하는 여러 작은 섬에는 한 종 또는 두 종의 아놀도마뱀이 서식한다. 한 종이 홀로 서식하는 경우에는 도마뱀이 일반적으로 중간 크기이지만, 규모가 더 큰 섬에는 작은 종과 큰 종이 크기가 다른 곤충을 먹이로 삼으며 또한 각 종을 위한 미소서식지(microhabitat, 微小棲息地)가 다르므로, 이들은 이 섬에서 서로 공존할 수 있다. 여러 섬에 서식하는 작은 종은 단계통군이며, 큰 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각 섬은 작은 크기와 큰 크기의 분기군에서 온 한 쌍의 종을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쿠바(Cuba), 히스파니올라(Hispaniola), 자메이카(Jamaica),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와 같은] 대앤틸리스 제도(Greater Antilles)를 구성하는 커다란 섬에서는 엄청난 수의 아놀도마뱀 종이 서식한다. 이들 각각의 섬에 서식하는 아놀도마뱀의 서로 다른 종은 수관(樹冠), 잔가지, 나무 몸통과 같은 특정 미소서식지에서 거주한다. 서로 다른 미소서식지를 차지하고 있는 생태형(ectomorph, 生態形)이라 불리는 생명체는 일관된 적응형태를 가진다 [그림 6.21 참조]. 이들 생태형은 반복적으로 진화해왔는데, 왜냐하면 어떤 섬에서 서식하는 종이 생태적∙형태적으로 다른 섬에 서식하는 종과 비슷한 종으로 적응방사를 했던 단계통군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군집구조와 다양성이라는 매우 극단적인 진화는 마치 특정 숫자의 “적소”(niche, 適所), 또는 자원을 나누는 방법이 있고 이들 모두가 충족된 것처럼 평형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모든 군집이 종으로 포화한 것처럼 보이진 않으며, 아놀도마뱀에서 나타나는 그런 일관된 구조는 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사례는 종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기본 원리가 진화와 생태에 동일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함을 시사한다.


6.7 오늘날 다양성 양식에 대한 진화 역사의 영향


종(種) 수의 지리적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경쟁을 비롯해 오늘날 일어나는 다른 형태의 생태적 과정은 분명히 어떤 역할을 하지만, 장기간의 진화적 사건 또한 오늘날의 다양성 양식에 영향을 미쳤다 [Ricklefs and Schluter 1993]. 북반구 온대지방에 분포하는 나무의 종 다양성은 중요한 예를 제공한다 [Latham and Ricklefs 1993]. 습한 온대림은 주로 유럽, 북아메리카 동부,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발견된다. 이들 지역에 존재하는 나무 종 숫자의 비율은 1:2:6으로, 단연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종이 나타난다. 이러한 종 다양성의 차이는 상위 분류군 수준에서도 비슷하다. 유럽이나 아메리카보다는 아시아에서 더 많은 비율의 분류군이 주로 열대생물군에 속했다. 이러한 차이는 오늘날 기후 양식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림 6.22 백악기 말의 난대성((warm temperate, 暖帶性), 냉대성(cool temperate, 冷帶性), 습윤열대성(wet tropic, 濕潤熱帶性) 생물군계(biome, 生物群系) 분포. 습윤열대성 식생의 회랑지대가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동부보다는 동아시아에서 남쪽으로 더 멀리 확장됐는데, 이 식생은 주요 열대지역으로부터 분리되었다. [After Latham and Ricklefs 1993.]


신생대 첫 약 4천만 년 동안 지구는 오늘날보다 따뜻했다. 삼림은 아메리카 대륙 북부와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퍼졌고 많은 속(屬)이 오늘날보다 훨씬 더 넓은 지역에 분포했다. 북아메리카 온대 식물상(植物相)은 넓은 해로에 의해 아메리카 열대 식물상과 분리되었고, 유럽 온대 식물상은 아프리카 식물상으로부터 분리되었지만, 북아시아 식물상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시베리아부터 말레이 반도까지 점점 열대 식물상으로 변했다. [그림 6.22]. 따라서 아시아에서는 열대 혈통이 온대기후로 퍼져 나가면서 적응할 기회가 더욱 많았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신생대 제3기 때 동아시아는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동부보다 더 많은 나무 속(屬)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신생대 제3기 말과 제4기에는 전 지구적인 기온 하강이 홍적세 빙하기 때 절정을 이루었으며, 빙하기의 영향이 아시아보다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북부에서 훨씬 더 남쪽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빙하기는 북아메리카와 특히 유럽의 식물상을 완전히 파괴했는데, 유럽 식물상의 남하는 알프스 산맥, 지중해, 사막에서 그 움직임이 막혔다. 그러나 아시아 열대지방으로 이어진 연속한 회랑지대는 아시아 식물상을 위한 피난처를 제공했다. 아시아보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훨씬 더 많은 비율의 속(屬)이 멸종했다. 따라서 이들 지역 사이에서 나타나는 오늘날 다양성의 차이는 두 가지 요인으로 비롯했다고 보이는데, 그것은 바로 확산, 적응, 다양화를 꾀할 기회에 대한 차이라는 신생대의 오랜 역사와 차등적 멸종이라는 최근 역사다.


6.8 요약


  1. 생명체의 지리적 분포는 다윈과 월리스에게 진화의 실재(實在)에 관한 매우 강력한 증거를 제공했다.
  2. 생명체의 지리적 분포를 연구하는 생물지리학은 역사적이며 생태적인 요소 모두를 가진다. 어떤 분포는 장기간 동안 일어난 진화 역사의 결과며, 어떤 것은 오늘날 생태적 요인으로 말미암은 결과다.
  3. 상위 분류군의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과정에는 멸종, 확산 그리고 [장벽의 등장으로 말미암은 연속한 분포의 단편화인] 분단분포가 포함된다. 이러한 과정은 환경변화, 적응, 종분화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동반해 일어날 수 있다.
  4. 확산 또는 분단분포의 역사는 종종 계통자료로부터 추정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식하는 종 사이의 계통관계 양식이 많은 분류군에서 반복해 나타난다면, 분단분포의 공통 역사도 마찬가지로 반복해 나타난다.
  5. 격리분포는 어떤 상황에서는 분단분포가 원인이며, 다른 경우에서는 확산이 원인이다.
  6. 종 내의 유전적 양식, 특히 서로 다른 지리적 분포를 특징짓는 유전자 사이의 계통관계는 종의 분포에서 나타나는 역사적 변화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7. 종의 지역 분포는 환경이라는 비생물적 요소와 경쟁자 및 포식자와 같은 생물학적 특징 모두를 포함한 생태학적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8. 어떤 지역에서 종의 다양성은 평형상태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종(異種)간의 상호작용, 특히 경쟁은 종 다양성을 제한할 수 있으며 비슷한 구조를 가진 서로 다른 군집을 낳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자원을 나누도록 종이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9. 특정 지역에 있는 상위 분류군의 종 다양성은 종종 현재 생태적 요인과 장기간의 진화적 요인 모두에서 비롯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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