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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창세기?

2012. 1. 15. 14:31 from 잡글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가 쓴 『왜 다윈이 중요한가』(Why Darwin Matters)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었다. 마이클 셔머, 그는 누구인가? 내가 일일이 찾아서 쓰긴 귀찮고 하니 알라딘의 작가소개를 인용하기로 하자.

리처드 도킨스, 故 스티븐 제이 굴드 등과 함께 과학의 최전선에서 사이비 과학, 창조론, 미신에 맞서 싸워온 인물이다. 1954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페퍼다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실험심리학 석사,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에서 과학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20년 동안 교수로 있으면서 옥시덴탈대학,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글렌데일대학에서 심리학과 진화론, 과학사를 강의했다.
1992년 과학저널 『스켑틱(Skeptic)』을 창간해 현재까지 발행인을 맡고 있으며, 1997년 과학주의 운동의 본거지로 회의론자 학회(Skeptics Society)를 설립해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사이언티픽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고 있고,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 경제학 부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모든 사물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회의론을 전파하고자 강연 및 저술, 대중 매체 활동을 벌이면서, 대중을 현혹하는 심령술사와 창조론자, 사이비 역사학자와 컬트 집단을 고발하는 데 앞장서왔다. 과학과 이성, 나아가 인류를 위협하는 세력들에 정면으로 맞서며 대중을 선도해온 과학계의 전사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故 스티븐 제이 굴드는 그를 일컬어 “이성의 힘으로 인간의 품위를 지켜내는 행동가이자, 대중에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저술활동도 활발히 하는 그는 이미 여러 권의 저작을 선보였는데, ‘믿음의 3부작’이라 불리는 대표작 가운데 ‘사이비 과학과 미신, 그 밖에 우리를 미혹케 하는 것들’에 관한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Why People Believe Weird Things)》를 필두로, ‘종교의 기원과 사람들이 신을 믿는 이유’를 주제로 한 《우리는 어떤 식으로 믿는가(How We Believe)》, ‘도덕성의 진화적 기원’을 다룬 《선악의 과학(The Science of Good and Evil)》이 있으며, 이 외에도 ‘어떻게 마음이 작동하고 우리의 사고가 오류를 범하는지’ 파헤친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 ‘과학과 사이비 과학 사이의 애매모호한 공간’을 말하는 《과학의 변경 지대(The Borderlands of Science)》, ‘찰스 다윈과 자연선택 이론을 공동으로 발견한 앨프레드 월리스’의 평전 《다윈의 그늘에서(In Darwin's Shadow)》, ‘과학과 종교의 공존’을 제시한 《왜 다윈이 중요한가(Why Darwin Matters)》 등이 있다.


『왜 다윈의 중요한가』란 책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은 서로 다른 것인가? 아니면 같은 것인가? 그들은 왜 과학이 아닌가? 그렇다면 종교는 진화론과 양립할 수 있는가? 이런 물음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인(!) 어투로 독자에게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면서 마지막에 그는 "성경의 창세기를 현대 과학의 언어로 재해석해 쓴다면 이런 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글을 마쳤다. 그 글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번역판이 재미있으니 원문으로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태초에 구체적으로 말해서 기원전 4004년 10월 23일 정오에 하느님께서 양자 거품의 요동으로부터 빅뱅을 창조하셨으며, 우주 인플레이션과 팽창하는 우주가 뒤를 이었다. 깊은 위에는 어둠이 있었다. 하느님께서 쿼크들을 창조하셨고, 쿼크들로 수소 원자들을 창조하셨다. 그리고 수소 원자들이 융합하여 헬륨 원자가 되라고, 융합 과정에서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라고 명령하셨다. 빛을 내는 그것을 태양이라 부르셨고, 그 과정을 행융합이라 부르셨다. 하느님께서는 빛을 흐뭇하게 보였다. 왜냐하면 이제 당신쎄서 하시는 일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지구를 창조하셨다. 이렇게 저녁이 가고 아침이 되어 첫째 날이 지나갔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니, 융합으로 빛을 내는 것들이 하늘에 많이 있으라 하셨다. 융합으로 빛을 내는 것들 중 일부를 무리지어 은하계라고 부르셨는데, 지구에서 보기에 이 은하계들이 수백만 광년, 심지어 수십억 광년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무슨 말이냐면, 기원전 4004년에 일어난 첫 창조보다 은하계들이 먼저 창조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이것이 혼란스러워서, 하느님께서는 힘 잃은 빛을 창조하셨다. 그렇게 해서 창조 이야기는 보존되었다. 그리고 적색 거성, 백색 왜성, 퀘이사, 펄사, 초신성, 웜홀, 심지어 아무것도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 같은 진기하고 다채로운 것들을 많이 창조하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무엇에도 구속될 수 없기 때문에, 블랙홀에서 정보가 탈출할 수 있는 호킹 복사를 창조하셨다. 이것을 만드시느라 하느님께서는 힘 잃은 빛보다 더 녹초가 되셨다. 이렇게 저녁이 가고 아침이 되어 둘째 날이 지나갔다. … (후략)


이후에도 셋째 날에서 일곱 째 날까지 현대 과학의 언어로 창세기에서 지구 탄생에 대한 그 순간을 재해석했는데, 정말 재미있다. 직접 책을 읽어보시거나 아니면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보시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원문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이클 셔머가 도킨스나 굴드 만큼이나 글을 상당히 잘 쓴다는 소문이 있다.)





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