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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29 연구할 시간이 없는 과학자
Nature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자가 그랜트 확보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연구할 시간이 없다. 다들 이게 문제인 줄은 알지만, 뾰족이 해결할만한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해결하면 안 될까?"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뭘 하든 (심지어 자는 것까지도) 돈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연구하기 위해서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은 돈이 필요하다. microarray라도 하나 할라치면 한 번 할 때마다 몇백만 원 쓰는 것은 예사일 뿐더러, antibody 같은 것은 거의 소모품 수준이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제작하지 않는 한, 대부분 상당히 비싼 비용으로 구입해야만 한다.

잘 모르는 사람은 그런 것 정도는 직접 만들어서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직접 만드는 거 정말 어렵다. 어떤 경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때도 있다. 특히, antibody 만드는 것은 하늘에서 점지해주지 않는 한 제작에 성공할 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또한, antibody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불어, 이런 것들을 제작하는 데도 또한 돈이 들고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래서 돈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연구자 간의 경쟁이 (한국의 대학 입시만큼이나) 심한 때는 자본력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오히려 아이디어는 부차적일 경우가 많다. Cell, Nature 그리고 Science―연구자들이 흔히 CNS(앞의 세 논문을 central nerve system에 빗댄 표현)라 부르는 과학잡지에 게재된 논문을 한 번 보라. 정확히 산출할 수는 없어도, 그 논문을 위해 엄청난 액수의 돈이 들어갔는지 눈에 선할 정도다. 가끔은 Figure 하나하나에 돈 냄새가 풍기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든지, 이윤에 눈이 먼 기업의 후원을 받든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혹시라도 있다면) 자신의 전 재산을 털거나 어디 마음씨 좋은 키다리 아저씨라도 한 명 섭외해서 돈을 마련해야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윤이 발생할지도 불투명한 연구 따위에 선뜻 돈을 내어줄 부자는 배포가 큰 없다. 따라서, 내 연구는 이윤이 발생한다고, 당신의 탐욕을 채워줄 수 있다고 끊임없이 선전해야만 한다.

그렇게 연구계획서를 쓰는데 시간을 소진하고 나면, 과학자에게 연구할 시간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연구는 엉망진창이고 내가 왜 연구를 하는지 소명의식도 희미해진다.

돈 걱정 없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그날이 과연 올 것인가?



사진출처: NATURE (The image from the Nature Journal)




 
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