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작물(Genetically modified crop 또는 GM crop)은 오늘날 많은 사람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유전자 변형 작물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밥상 위에 올라오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그 관심을 더욱 커져만 간다. 이 때문에 그러한 관심 대부분은 “이들 작물이 우리 건강에 정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가”에 쏠려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이들 유전자 변형 작물이 우리 건강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학자 대부분은 어느 정도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 반기를 든 연구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질레스 에릭 세랄리니(Gilles-Eric Séralini) 박사 주도로 진행된 연구로, 「라운드업 제초제와 라운드업 제초제에 내성을 갖는 유전적으로 조작된 옥수수의 장기적 독성(Long term toxicity of a Roundup herbicide and a Roundup-tolerant genetically modified maize)」이란 제목으로 『식품과 화학 독성학(Food and Chemical Toxicology)』이란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1].


이 연구는 라운드업(Roundup)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 변형 옥수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것으로, 라운드업 제초제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지 않은 제초제 내성 옥수수 또는 0.1 ppb(parts-per-billion, 또는 10억분의 1)로 물에 희석한 라운드업 제초제를 쥐에게 2년간 먹힌 후 상태 변화를 주기적으로 측정했다 [1]. 그 결과, 연구팀은 GM 작물 또는 제초제를 먹인 쥐가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옥수수를 먹인 쥐인 대조군과 비교해서 호르몬 불균형을 더 많이 겪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방암이라든지 간 이상의 빈도 또한 대단히 높았는데, 요약하자면 “GM 작물은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가 이들의 주장이다 [1]. 그런데 실제로 이들의 주장이 정말 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일단의 비판적 전문가―아마도 다국적 농작물 회사를 위해 일하는 연구자―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2].


이 연구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전문가의 의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 전문은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이 발견이 신뢰할만한가? : 그렇지 않다. 이들이 실험에 사용한 쥐는 유방암에 걸리기 쉬운 실험용 생명체다. 따라서 먹이를 무제한 공급하거나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는 곰팡이로 오염된 옥수수를 먹여도 암이 잘 발생한다. 그리고 이 쥐는 오래 살아도 암이 잘 발생한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대로 “GM 작물 섭취가 암 발생 빈도를 높인다”라고 주장하려면 이런 가능성을 배제해야 하는데, 이들은 이를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GM 옥수수 섭취가 암 발생의 원인인지는 이들의 주장처럼 확신할 수 없다.


(2) 하지만 GM 옥수수를 먹인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더 아프지 않았는가? : 일부가 그렇기는 하다. 그러나 20마리의 대조군 쥐 가운데 25 퍼센트에 해당하는 5마리 쥐도 마찬가지로 암에 걸려 죽었다. 그리고 GM 옥수수를 섭취한 실험군 쥐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대조군보다 더 건강했다. 따라서 그들이 주장이 신뢰성을 얻으려면 엄밀한 통계 분석을 거쳐야 하는데, 그들은 (특히 수명 관련 자료 분석에서) 그 흔하디흔한 표준 편차 분석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이 연구팀은 복잡하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통계 분석(complicated and unconventional analysis)으로 연구 결과의 정당성을 입증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이것은 “통계를 이용한 낚시질(statistical fishing trip)일 뿐이다.” 더불어, 실험군 수와 비교했을 때 대조군 수가 너무 적다.


(3) 통계 분석 말고도 다른 문제는 없는가? : 이 연구팀은 자신들의 연구가 동물 전체 수명을 통틀어 GM 작물의 유해성을 파악한 첫 사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전에도 더욱 철저하게 계획된 연구가 있었으며, 이 연구에서는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독성 연구는 2년 동안 진행된다. 그리고 이 연구도 2년 동안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연구 방법에서도 특별한 점이 없다. 더욱이, 연구팀은 라운드업을 먹었을 때와 GM 옥수수를 먹였을 때 똑 같은 독성 효과가 관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GM 옥수수는 제초제를 처리하지도 않았다. 제초제와 그 제초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발현하는 작물이 동일한 병리학적 증상을 나타낸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는 일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4)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이 일이 실제로 근거 없는가? : 꼭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 연구 결과에서 쥐가 얼마만큼의 작물 또는 제초제를 먹든 간에 동일한 암 발생 효과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어떤 물질이 병리학적 원인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처리량이 증가함에 따라 그 발생 빈도 또한 커져야만 한다. 그런데 이들 연구는 전혀 그렇지 않다.


(5) 왜 과학자가 이런 일을 하며 이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단체는 누구인가? : 이 연구팀은 오래전부터 GM 작물을 반대해 왔고, 2010년에도 GM 작물에 독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동료 독성학자들은 이 결과에 매우 회의적인 편이다. 더불어, 이 연구는 파리에 거점을 둔 Committee for Research and Independent Information on Genetic Engineering 또는 CRIIGEN라 불리는 기관의 후원을 받는다. 그리고 이 기관의 과학 자문 팀장이 바로 이 논문의 교신 저자인 세랄리니 박사다.


난 개인적으로 유전자 변형 작물에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그것이 세랄리니 박사 연구팀의 주장처럼 “임상적·의학적 안정성" 자체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유전자 변형 작물도 초창기에는 몇 가지 (어떻게 보면 매우 심각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 안정성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많은 향상이 있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비판적 입장에 서 있는 자들의 비판 또한 백 퍼센트 타당하며 순수하게 과학적이며 학술적이라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연구 대상이 바로 유전자 변형 생명체이므로 세랄리니 박사와 같은 격렬한 반대자가 자신의 밥줄에 엄청나게 초를 치는 행위도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며, 더불어 유전자 변형 생명체를 직접 연구하는 과학자 다수는 어떤 식으로든 다국적 농작물 회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로써도 "유전자 변형 작물 연구 자체를 부정한다고도 여겨질 수 있는" 세랄리니 박사의 주장은 매우 심각한 위협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과는 별개로, 필자를 포함한 일부 과학자는 유전자 변형 작물이 환경에 장기적으로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점에서 내가 우려하고 비판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1) 생태학적 문제, 즉 이들 유전자 변형 작물이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 그리고 (2) 유전자 변형 작물이 본래 의도(사실은 이것도 정말 진정한 대의라는 게 있었느냐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와는 다르게 더욱 자본주의 사회의 정교한 상품이 되어간다는 현실이다. (1)번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현재로서는 어떤 결론도 명확히 내리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2)번 문제의 경우엔, 분석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명확하다. 최근 미국에서도 몬산토 같은 거대 기업에 대한 식물 종자 의존도가 커지고 있으니까 말 다했다. 이들 연구팀이 비판적으로 연구한 "라운드업 제초제 내성 유전자 변형 옥수수"와 "라운드업 제초제"도 하나의 완전한 자본주의적 패키지 상품으로 자신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사실, 이런 패키지 상품은 이것 하나만도 아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으리라.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과학자는 거대 다국적 농산물 기업의 횡포는 외면한 채 유전자 변형 작물의 대의만 줄기차게 주장하는데, 이건 뭐 눈 가리고 아웅도 아닌, 일종의 현실 도피나 마찬가지다. 유전자 변형 작물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까지는 좋다. 과학에 선악이 어디 있는가? 다만, 과학도 인간 활동의 산물이니만큼 자기 연구 결과를 누가 어떤 식으로 사용하고 앞으로 어떤 사회적·환경적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결과를 가져올지 확실히 인지해야 하는데, 이것은 과학자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러한 비판과 문제의식이 유전자 변형 작물 연구자 사이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모양새니 상황이 좀 암울하긴 하다. 어쨌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떻게 보면 정치성이 지나치게 짙게 드리워진) 이 소모적 논쟁은 앞으로도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참고 문헌
[1] Séralini GE, et al. 2012. Long term toxicity of a Roundup herbicide and a Roundup-tolerant genetically modified maize. Food Chem Toxicol. 50: 4221-4231. [링크]
[2] MacKenzie D. 19 Sep 2012. Study linking GM crops and cancer questioned. New Scientist. [링크]
[3] [특집] GMO 안전성 과연 문제없나 ― 하정철 박사. 한겨레. [링크] : 한겨레 사이언스온에 올라온 기사인데, 한 번 읽어보시길.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