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11.02 수면 주기 그리고 알츠하이머병



손예진과 정우성이 출연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수애와 김래원이 열연한 『천일의 약속』,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어쨌든 히구치 카나코(樋口可南子)와 와나나베 켄(渡邊謙)이 나왔다는 『내일의 기억(明日の記憶)』, 그리고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과 레이첼 맥아담스(Rachel McAdams)이 분한 주인공의 애잔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노트북(The Notebook)』.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바로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이다. 관람자의 눈물샘을 자극할 목적으로 이 병을 모티브로 사용했겠지만, 실제로도 이 병은 환자 본인은 물론 주변인도 꽤 힘들게 한다고 알려졌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출처: DAUM 영화], 『천일의 약속』 [출처: DAUM 영화], 『내일의 기억(明日の記憶)』 [출처: DAUM 영화], 『노트북(The Notebook)』 [출처: DAUM 영화]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腦疾患)이자 노년에 주로 나타나는 치매(dementia, 癡簞)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노화(老化) 과정에서 뇌 조직에 문제가 발생해 발병하는 질환이다 [1]. 주요 병리학적 특징으로는 뇌 조직의 전반적 위축(萎縮), 뇌실(腦室)의 확장, 신경 섬유의 다발성 병변(多發性病變), 초로성 반점(初老性半點) 등을 들 수 있으며, 임상적으로는 기억, 판단, 그리고 언어 능력과 같은 지적 기능이 점진적으로 감퇴하여 일상생활 능력이 저하되고 인격과 행동 양상의 퇴행을 보이는 등 기억과 정서 측면에서 심각한 장애가 나타난다. 이 병의 발병 원인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밝혀졌지만, 명확한 치료법은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 불안정 수면 양상(disturbed sleeping pattern)이 알츠하이머 병(Alzheimer’s disease)의 시작을 알리는 징후(徵候)일 수 있다는 보고가 미국 루이지애나(Louisiana)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서 개최된 신경과학 연례 학회(the Annual Meeting of the Society for Neuroscience)에서 발표되었다 [2].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는 일반적으로 발병 초기에 수면 각성 주기(sleep-wake cycle, 睡眠覺醒週期)에 변화가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양상 변화가 알츠하이머병과 어떤 연관―원인이냐 결과냐? 원인이라면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등등―이 있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는 듯하다. 캐나다(Canada) 핼리팩스(Halifax)에 있는 댈하우지 대학(Dalhousie University)의 신경심리학 연구팀은 이러한 수면 교란(sleep disruption, 睡眠攪亂)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과 진짜 관련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50세 이상의 1만 4천6백 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수면 상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매우 흥미로운 양상이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수면 장애를 호소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이러한 증상이 있은 지 2년 이내에 알츠하이머 환자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특히, 수면 장애가 심할수록 알츠하이머병의 증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Futurity]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연구팀의 의견을 따른다면 이러한 교란된 수면 양상은 알츠하이머병의 두드러진 병리학적 증상인 신경 세포 주변의 아밀로이드-베타(amyloid-ß) 단백질의 축적으로 나타나는 비수용성 플라크(insoluble plaque)가 원인이 되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했기 때문에 단순히 불규칙한 수면 주기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가능성도 분명 배제할 수 없는데,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과학자, 특히 미주리(Missouri) 주 세인트루이스(St Louis)에 있는 워싱턴 대학교 의과 대학 소속 신경학자인 데이비드 홀츠만(David Holtzman)의 의견에 따르면 이러한 비정상적 수면 양상이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 속도를 가속할 가능성도 있다. 즉, 알츠하이머병으로 이러한 수면 주기가 나타남은 분명하지만, 이것 때문에 오히려 병의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쨌든, 노년에 비정상적인 수면 주기가 발생하는 경우, 알츠하이머병과의 관련성이 높다는 사실은 밝혀졌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수면 주기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꼭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노년에 자신의 수면 주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면 반드시 병원에 들러 전문의와 상담하기 바란다.


참고 문헌
[1] Alzheimer's disease. Wikipedia. [링크]
[2] Cossins D. 19 Oct 2012. Restless Nights Predict Alzheimer's? The Scientist. [링크]





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