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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02 사랑은 떠나가도 허피스는 남는다



"사랑은 끝나도 허피스는 영원하리라!"


허피스 바이러스(Herpesvirus)는 한 번 감염되면 죽을 때까지 몸 안에서 계속 생존하는 감염체로, 숙주의 면역 체계가 약해지면 잠복기(latent phage)에서 벗어난다. 이때 허피스는 여타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자기증식을 시작하면서 그 여파로 숙주의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데, 보통은 입술 등 감염 부위에 발진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에는 극심한 두통도 선사하는 아주 골치 아픈 녀석이다.


그런데 허피스 바이러스가 잠복기에서 벗어나 어떻게 활성화 상태로 진입하는지 그 메커니즘에 관한 단서를 제공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 논문에서 제시하는 허피스의 "잠복기-활성기" 전환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2].


(1) 어떤 미생물이 숙주 몸 안에 침투할 때, 이 미생물을 막기 위해 면역 체계가 가동한다.
(2) 이 과정에서 허피스 바이러스에 대한 memory T cell의 수가 줄어든다. 즉, 허피스 바이러스를 막는 면역 체계가 약화된다.
(3) 이때를 틈타 허피스 바이러스는 잠복기에서 벗어나 자기증식을 시작한다.
(4) 그리고 감염자는 발진이나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5) 외부 감염원 제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숙주는 허피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체계를 다시 작동한다.
(6) 그리고 허피스 바이러스는 잠복기에 접어들며 다음 기회를 노린다.


"잠복기-활성기" 전환 과정이 오로지 미생물 등의 새로운 외부 감염으로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생물학적 과정이 적어도 허피스 바이러스의 생활 주기에 영향을 준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어쨌거나, 사랑은 저 멀리 떠나가도 아픈 추억은 죽을 때까지 몸에 각인되니, 이런 의미에서 허피스 바이러스는 진정한 생물학적 기회주의자임이 분명하다. 아니, 진정한 사랑의 아픔(?)이라고 해야 적당한 표현일까?


[티스토리 에디션에 표시된 사진 출처: Natalie Dee archives]


참고 문헌
[1] Campbell J, et al. 2012. Transient CD8-memory contraction: a potential contributor to latent cytomegalovirus reactivation. J Leuk Bio. in press. [링크]
[2] 「How and Why Herpes Viruses Reactivate to Cause Disease」. ScienceDaily. 31 Oct 2012. [링크]






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