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1)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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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최대 파시모니법


고유 파생형질상태로 단계통군을 정의할 수 있다는 헤니히의 원리(Hennig’s principle)에는 두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첫째, 어느 형질상태가 파생되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둘째, 고유 파생형질상태인지 불계적 상동형질상태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림 2.4에 나와 있는 가설계통(hypothetical phylogeny, 假設系統)에서 우리는 상태 0이 조상상태이고 g1이 두 번 진화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러한 정보가 미리 주어지지 않으므로 우리가 그것을 결정해야 한다. 화석기록으로 무엇이 조상형질인지 알 수 있다고 가정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살피게 될 것처럼 현생종(living species, 現生種) 사이의 계통관계와 마찬가지로 화석과 현생종 사이의 계통관계도 해석해야 한다. 더불어, 4장에 나타낸 대로 생명체 대다수는 매우 불완전한 화석기록을 가진다.



그림 2.6 고래류의 계통관계에 관한 두 가지 가능한 가설. (A) 등지느러미 공유를 근거로 고래류는 참치 같은 어류와 가까운 계통관계에 있음을 상정(想定)하는 가설계통. (B) 고래류가 다른 포유류와 가장 가까운 계통관계에 있다는 오늘날 인정되는 계통. 눈금선은 각 계통에서 발생한 몇몇 형질의 변화를 나타낸다. 형질 2~5는 사지동물류의 고유 공유파생형질로 여겨지며, 형질 6~9는 포유류의 공유파생형질로 간주한다. 오늘날 인정되는 계통은 (A)에 나타난 계통보다 더 적은 진화적 변화가 필요하므로 더욱 파시모니한 가설이다. *


* [용어설명] dorsal fin, 등지느러미; pectoral girdle, 흉대(胸帶); limb skeleton, 사지 골격; cervical vertebrae, 경추(頸椎); thoracic vertebrae, 흉추(胸椎); aortic arch, 대동맥궁(大動脈弓); dentary jawbone, 치골 턱뼈; 4-chambered heart, 네 구역으로 나뉜 심장.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고안된 방법 가운데 일부가 파시모니(parsimony) 개념을 토대로 한다. 적어도 14세기 무렵부터 시작하는 파시모니는 최소한의 증거 없는 가정을 필요로 하는 가장 단순한 설명이 증거가 빈약한 많은 가정을 필요로 하는 매우 복잡한 가설을 해결하는데 적합하다는 원리다. 파시모니에 기초한 방법은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계통분석의 가장 단순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계통분석에서 파시모니 원리는 한 무리의 분류군에서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계통수 가운데 실제 계통에 대한 최상의 추정은 가장 적은 진화적 변화를 가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고래류와 참치 같은 어류가 등지느러미를 가지기 때문에 하나의 단계통군을 형성하고, 고래류를 제외한 나머지 포유류가 또 다른 단계통군을 이룬다고 가정하자 [그림 2.6A]. 이 계통은 [어떤 증거도 없이] 고래류와 도마뱀 같은 다른 사지동물류가 공유하는 [사지동물류의 사지 구조와 폐 같은] 많은 형질뿐만 아니라 고래류와 다른 포유류가 공유한 [예를 들어, 네 구역으로 나뉜 심장, 젖, 단일 대동맥궁(aortic arch, 大動脈弓) 같은] 많은 형질이 각각 두 번 진화했다고 가정하라고 요구한다. 반대로, 고래류와 다른 포유류가 같은 조상에서 유래했다고 가정한다면 이들 각각의 특징은 한 번 진화했으며, [체형(體型) 같은 몇 가지 특징과 더불어] 단지 등지느러미만이 두 번 진화했다고 나타난다 [그림 2.6B]. 제안된 계통에서 가정해야 할 “추가적인” 진화적 변화는 한 번 이상 출현했다고 가정해야 하는 불계적 상동 변화(homoplasious change)다. 따라서 파시모니에서 가장 좋은 계통가설은 가장 적은 불계적 상동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림 2.7 최대 파시모니법에 따른 계통추론. DNA 서열의 [a부터 g까지] 일곱 군데 위치에 대한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의] 형질상태가 행렬에 나타나 있다. 종 1, 2, 3의 가능한 계통관계를 대표하는 세 계통수에 파생형질상태로 변화한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세 계통수의 길이[L]를 비교했을 때 계통수 1이 가장 짧은데 [L=8], 이것은 이 계통수에 가장 적은 형질변화가 있음을 뜻한다.



종 1, 2, 3 사이의 계통관계를 결정한다고 가정하자. 확실히 이들 종은 분류군 4와 5에 대해 상대적으로 단계통군을 형성하며, 분류군 4와 5는 이들 종보다는 순서대로 더 멀리 연관되었다. 계통관계를 추론하고자 하는 종의 단계통적 집합인 내군(ingroup, 內君)에 상대적으로 멀리 연관된 이들 분류군을 외군(outgroup, 外君)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종 1, 2, 3은 영장류 종이고, 종 4는 설치류 종이며, 종 5는 캥거루 같은 유대류(marsupials, 有袋類) 종이다. 이전의 많은 증거를 바탕으로 했을 때, 다양한 영장류가 계통적으로 서로 연관된 것보다는 설치류와 유대류는 확실히 영장류와 더 멀리 연관되어 있다.] 그림 2.7에서 나타났듯이 세 개의 내군 종 사이에는 [계통수 1~3과 같은] 세 가지 가능한 분지관계(branching relationship, 分枝關係)가 있다. 가장 가까운 근연종은 종 1과 2, 종 1과 3, 또는 종 2와 3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자료 행렬은 각 종(種)의 상동 DNA 서열(homologous DNA sequence)에서 7개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를 나타낸다.


우리의 임무는 어느 계통수 구조가 형질이 진화적으로 가장 적게 변화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태변화의 개수를 최소화하면서 각각의 형질이 변화했던 위치를 각 계통수에 도표로 표시함으로써 이러한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우선, 계통수 1을 살피고 종 사이에 나타난 형질 a의 변이를 조사하자. 종 1, 2, 3이 상태 A를 공유하고 종 4와 5가 상태 C를 공유하는 사실에 대한 가장 단순한 해석은 상태 C가 내군의 공통조상에서 상태 A로 대체되었고, 하나의 변화가 계통수를 상태 A를 가지는 종과 상태 C를 가지는 종으로 나눴다는 것이다. 상태 A가 조상형질상태였다면 종 4와 5의 진화에서 상태 A에서 C로 독립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가정해야 하므로, 그러한 변화는 A에서 C가 아니라 그 반대로 발생했다고 추론한다. 하지만 이러한 양식은 파시모니하지 않다.


각각의 형질에 대해 개별적으로 같은 과정을 따를 때 계통수 1에서 종 1과 2의 조상이 가진 형질 c와 d의 진화적 변화를 도표로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들 두 종이 [어떤 분류군과도 공유하지 않는 공통조상에서 파생된 분류군인] 자매군(sister group, 姉妹群)이라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형질 e는 수렴진화임이 분명하며, T에서 A로 두 번 진화했다. 만일 이 계통수가 실제 분지 역사(branching history, 分枝歷史)라면 단 한 번의 변화로 종 3과 5와 같은 형질상태를 가질 방법은 결코 없다. 형질 f와 g는 단독파생형질이며 오직 종 3과 5에서만 각각 변화했다. 이들은 가능한 다른 계통수에서 정확히 같은 위치에 있으며 분지 순서에 관한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같은 과정이 가능한 다른 모든 계통에도 적용된다. [이런 매우 지루한 과정은 실제 계통분석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지며, 보통 더 많은 종과 훨씬 더 많은 형질을 다룬다.] 계통수 2의 위상(topology, 位相)은 형질 e가 불계적 상동이 아니라 이 계통수에서 자매 분류군(sister taxon, 姉妹分類群)인 종 1과 3의 공통조상에서 T에서 A로 진화했다고 암시한다. 그러나 형질 c와 d 모두 이 경우에는 수렴진화를 했었음이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계통수 3에서도 형질 c와 d가 수렴적으로 진화했으며 형질 e가 T에서 A를 거쳐 다시 T가 되는 역진화를 겪었다고 나타난다.


만일 세 가지 가능한 모든 분지하는 계통수에 이 과정을 적용함으로써 [각 계통수의 “길이”(length)로 나타낸] 형질상태의 변화 개수를 계산한다면, 계통수 1이 가장 짧으며 가장 적은 형질상태의 변화가 있어야 함을 발견할 수 있다. 더욱이, 계통수 1에서 더 많은 형질이 종 1과 3 또는 종 2와 3 사이보다는 종 1과 2 사이에서 단계통성(monophyly, 單系統性)이 나타남을 지지한다. 따라서 파시모니 기준에 따르면 계통수 1이 분지 역사를 가장 잘 추정한 “실제 계통수”이다. 물론, 어떤 실제 상황에서라도 우리는 가장 파시모니한 계통수와 다른 가능한 계통수 사이의 길이 차이가 우리가 추정에 확신하기 전에 훨씬 더 크길 원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설명한 최대 파시모니(maximum parsimony)는 계통관계를 추론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며, 비록 이것이 계통관계 설명에 가장 쉽고 사용하기에 가장 단순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일반적으로 가장 신뢰할만한 방법은 아니다. 흔히 사용되는 몇 가지 다른 방법을 Box 2B에 소개했다.


Box 2B 다양한 계통분석법


계통추론을 위해 많은 방법이 제시되었으며 장단점이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분석되었다 [Felsenstein 2004]. 이 가운데 자료에서 단일 계통수를 계산하는 “알고리즘법”(algorithmic method)이 있다. 여기에서 혈통 사이의 DNA 서열 진화속도가 같지 않다고 가정하는 이웃 연결법(neighbor-joining method)이 가장 자주 쓰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연구자 대부분은 일부 분류군을 위해서조차도 될 수 있으면 엄청나게 많은 표본 사이로부터 상당히 많은 수의 계통수 표본을 비교하는 “계통수 검색법”(tree-searching method)을 선호한다. 이들 방법은 자료에 적합한 가장 짧은 계통수를 찾을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컴퓨터화 된 “검색” 경로를 사용한다.


최대 파시모니에 근거한 방법과 같은 일부 계통수 검색법 프로그램은 찾아낸 가장 짧은 계통수가 마찬가지로 거의 짧은 다른 계통수와 비교할 수 있도록 조사된 많은 계통수를 저장한다. 그리고 가장 짧은 계통수가 [또는 그 안에 있는 특정 분류가] 신뢰할 만한지 또는 그것이 단지 우연히 짧은 다른 계통수와 차이가 있는지 관심을 둔다. 이러한 통계적 문제는 [예를 들어, 뉴클레오타이드 위치와 같은] 형질에 대한 많은 임의 부표본(subsample, 副標本)이 계통분석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부트스트랩(bootstrap)이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종종 다뤄진다. 만일 이러한 분류가 [부트스트랩 표본이라는] 이들 서로 다른 자료 집합을 사용했을 때에도 한결같이 나온다면, 특정 분류의 신뢰도에 대한 확신은 더욱 커진다. 관계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셋 이상의 분류군 무리는 종종 다분지(polytomy, 多分枝)라 불리는 셋 이상의 노드로 표시된다. 따라서 합의된 계통수(consensus phylogenetic tree)는 확신할 수 있는 계통관계와 “밝혀지지 않은” 관계를 나타내는 다분지를 둘 다 묘사한다.


몇몇 강력하고 각광받는 계통수 검색법 중에 최대우도법(maximum likelihood method 또는 ML, 最大憂度法)과 베이스법(Bayesian method)이 있다. 이들 방법은 너무 복잡해서 여기서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 둘 다 [주로 DNA 서열과 같은] 자료에 대한 진화 모델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모델은 [“단일 매개변수 모델”(one-parameter model)처럼] 모든 염기쌍 치환이 동일하게 나타나며 일정한 치환속도가 자료로부터 추정될 수 있다고 가정하거나, [“기무라 두 매개변수 모델”(Kimura’s two-parameter model)처럼] 다른 종류의 치환이 특징적인 다른 속도로 일어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모델과 가능한 계통수가 주어졌을 때, 최대우도법은 결과 관찰의 우도(likelihood, 憂度)를 계산한다. 계통에 관한 가장 좋은 추정은 이러한 우도를 최대화하는 계통수다. 더 최근에 개발되어 날로 인기가 높아지는 베이스법은 모델과 자료를 줬을 때 특정 계통수를 관찰할 가능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최대우도법과 차이가 있다. [겉보기에 미묘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차이임에 주목하라.] 최대우도법과 달리 베이스법은 일련의 계통수를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각각의 확률을 제공하고 계산한다 [Huelsenbeck et al. 2001].


2.2.4. 계통분석의 예


고전적인 분류에서 영장목의 사람상과(superfamily Hominoidea)는 긴팔원숭이(gibbon)가 속하는 긴팔원숭잇과(family Hylobatidae), 사람과(family Hominidae), 그리고 대형 유인원인 성성잇과(family Pongidae)의 세 과로 구성된다. 대형 유인원에는 동남아시아의 오랑우탄(Pongo pygmaeus), 아프리카의 고릴라(Gorilla gorilla),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판속(genus Pan)의 침팬지 두 종이 있다. 사람상과는 하나의 단계통군이며, 긴팔원숭잇과는 사람상과에 속하는 다른 종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사람상과의 구성원과 더욱 멀리 연관되어 있다는 믿음이 해부학적 증거를 근거로 아주 오랫동안 받아들여졌다. *


*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면서 호미닌, 호미니드, 호미노이드, 호미나인과 같은 용어를 자주 접할 것이다. (1) 호미닌(hominin)은 사람아과(subfamily Homininae)의 사람족(tribe Hominini)에 속하는 구성원으로 사람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인 파니니족(tribe Panini)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속(genus Homo)과 지금은 멸종한 사람 분기군의 다른 구성원을 포함한다. (2) 호미니드(hominid)는 사람과(family Hominidae)에 속하는 [침팬지와 고릴라 같은] 판속(genus Pan), 고릴라속(genus Gorilla), [오랑우탄 같은] 퐁고속(genus Pongo), 사람속을 포함하는 영장류 분류군의 구성원을 가리키는 집합적 용어다. 하지만 이 용어는 침팬지보다 사람에 더 가까운 [지금은 멸종한] 사람의 근연종과 더불어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3) 호미노이드(hominoid)는 사람상과(superfamily Hominoidea)에 속하는 구성원을 가리키는 용어로 최근의 호미니드, 긴팔원숭이 그리고 성성잇과 유인원과 [신생대 중신세에 살았던 멸종한 원시 아프리카 영장류인 프로콘술(Proconsul)과 중신세와 선신세에 걸쳐 살았던 원시 아프리카 영장류인 드리오피테쿠스아속(subgenus Dryopithecus) 등의] 조상형을 포함한다. (4) 호미나인(hominine)은 사람아과에 속하는 구성원을 가리키는 용어로 성성잇과가 분리된 이후 독립적으로 진화한 모든 계통을 가리키는데, 여기에는 고릴라속, 판속, [멸종한 사람의 근연종을 포함한] 사람속이 포함된다.



그림 2.8 영장목 사람상과(superfamily Hominoidea)의 구성원. (A) 긴팔원숭잇과(family Hylobatidae)에 속하는 흰손긴팔원숭이(white-handed gibbon)인 힐로바테스 라르(Hylobates lar). (B) 오랑우탄(Pongo pygmaeus). (C) 아프리카 저지대 고릴라(lowland gorilla)인 고릴라 고릴라(Gorilla gorilla). (D) 침팬지(Pan troglodytes). 이밖에 현존하는 사람상과의 한 종인 보노보(bonobo, 학명: Pan paniscus)와 사람(학명: Homo sapiens)은 그림에 나타내지 않았다. [Photo: A © Steve Bloom/Alamy Images; B © Shaun Cunningham/Alamy Images; C, D © Gerry Ellis/DigitalVision.]



물리적으로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는 사람보다는 서로 더 비슷해 보인다 [그림 2.8]. 그러므로 전통적 관점은 성성잇과는 단계통군이며 사람속이 최초로 분지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 자료는 사람과 침팬지가 서로 가장 가까운 근연종이라고 확실히 보여준다 [Ruvolvo 1997]. 이러한 결론으로 이끈 많은 DNA 분석 연구 중에는 모리스 굿맨(Morris Goodman)과 그의 동료가 수행한 연구가 있는데, 여기에서 이들은 영장류 진화 초기에 헤모글로빈(hemoglobin) 유전자의 중복(duplication, 重複)으로 파생된 기능이 없는 DNA 서열인 헤모글로빈 위유전자(pseudogene, 僞遺傳子)를 포함하는 1만 개 이상의 DNA 절편(切片)을 분석했다 [Goodman et al. 1989; Bailey et al. 1991] [8장 참조]. 이들이 분석에 사용한 외군은 사람상과의 먼 친족인 아텔레스속(Ateles, -屬) 아메리카 거미원숭이(spider monkey)와 거미원숭이보다는 상대적으로 사람상과에 계통적으로 좀 더 연관된 긴꼬리원숭잇과 마카카속인 붉은털원숭이다.



표 2.1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Ψη-글로빈 위유전자의 DNA 서열 사이의 분기. [자료: Bailey et al. 1991.] 두 사람 사이의 염기서열 분기를 오른쪽 아래 칸에 백분율(百分率)로 나타냈다. 사람과 다른 종 사이 분기는 이들 두 서열의 평균을 사용해 계산했다. 값은 다중치환(multiple substitution, 多重置換)에 대해 보정하지 않았다.



그림 2.9 ψη-글로빈 위유전자를 토대로 한 영장류 사이 계통관계에 대한 증거. (A) 영장류 여섯 종의 DNA 서열 일부. 마카카속(genus Macaca) 붉은털원숭이와 아텔레스속(genus Ateles) 아메리카 거미원숭이는 사람상과와 관련하여 순서대로 더 멀리 연관된 외군이다. 표시된 부분을 제외하고 염기서열은 모두 동일하다. 아텔레스속과 마카카속을 외군으로 사용했을 때, 3913번, 6375번, 8468번 위치는 다른 네 속의 공유파생형질이며, 8230번 위치는 고릴라속, 판속, 사람속의 공유파생형질로 나타난다. 판속과 사람속의 공유파생형질로는 5365번, 6367번과 8224번 위치에서 발생한 염기쌍 치환, 3903~3906번과 8469~8474번 위치에서 발생한 결실이 포함된다 [붉은색 별표]. [비공유 파생상태인] 단독파생형질에는 [마카카속은] 3911번과 3913번, [퐁고속은] 9230번, [고릴라속은] 6374번, [판속은] 5361번, 그리고 [사람속은] 6374번 위치가 포함된다. (B) 아텔레스속을 외군으로 사용해 ψη-글로빈 서열을 토대로 작성한 가장 파시모니한 계통. 최소 변화 개수는 각각의 분지 위에 표시했다. 사람속-판속-고릴라속으로 나뉘는 계통수는 65단계가 더 길며, 사람속과 판속으로 나뉘는 계통수는 8단계 더 길다. 이 그림에는 사람과 유인원 분류를 위해 제안된 몇 가지 가운데 하나가 포함되었다 [Delson et al. 2000]. [A after Goodman et al. 1989; B after Shoshani et al. 1996.] *


* [용어설명] tribe Hominini, 사람족; tribe Gorillini, 고릴라족; superfamily Homininae, 사람아과; superfamily Ponginae, 성성이상과; family Hominidae, 사람과; family Cercopithecidae, 긴팔원숭잇과; family Cebidae, 꼬리감는원숭잇과; superfamily Hominoidea, 사람상과; superfamily Ceboidea, 꼬리감는원숭이상과.



굿맨과 그의 동료는 서로 짝지어진 사람상과 구성원 사이에서 ψη-글로빈(ψη-globin) 위유전자의 DNA 서열 일치 정도가 매우 높으며, 특히 사람속과 판속에서는 염기쌍 차이가 단지 2% 이하임을 발견했다 [표 2.1]. 그러나 두 종은 일부 염기쌍 치환(base substitution, 鹽基雙置換), 짧은 삽입(insertion, 揷入), 염기결실(base deletion, 鹽基缺失) 등에서 차이가 있다 [그림 2.9]. 그림 2.9A의 8230번과 같은 위치 일부에서 오랑우탄은 침팬지, 고릴라 그리고 사람과 차이가 있다. [여기와 그리고 다른 예에서 단지 DNA 한 가닥만을 그림에 표시했는데, 다른 가닥은 이 서열과 상보적이다.] 그리고 8460~8474번 위치와 같은 짧은 서열의 결실을 포함한 14개의 공유파생형질로 침팬지와 사람이 자매군으로 묶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 그림에서는 나와 있지 않은] 단지 세 곳만이 침팬지와 고릴라가 가장 가까운 근연종이라는 가설을 지지할 뿐이다.


침팬지와 사람이 가장 가까운 근연종이고 고릴라는 이들 쌍의 자매군이라고 말하는 그림 2.9B의 계통은 침팬지와 사람을 구분 짓는 계통수보다 진화적 변화에서 8단계가 더 짧다. 게다가, 다른 많은 분자생물학 자료 집합도 이러한 결론을 지지한다. 따라서 이런 계통연구의 결과로 분류학자는 결국 3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영장류와 인류의 분류를 바꾸게 되었다.


2.2.5. 계통가설의 평가


계통추론의 타당성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특정 자료 집합에서 얻은 계통수 추정은 [다른 과학적 진술과 마찬가지로] 잠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계통가설(phylogenetic hypothesis, 系統假設)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자료로 우리는 그 가설을 수정하거나 포기하거나 더욱 지지할 수 있다. 계통가설을 확정하는 주요 방법은 그것이 독립적으로 얻은 자료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형태적 특징과 DNA 서열은 상당히 대체로 독립적으로 진화하므로 독립적인 계통정보를 제공한다 [다음 내용과 19장 참조]. 일부 예외가 있지만, 이들 두 가지 자료는 대개 계통에 대한 비슷한 추정치를 내놓는다 [Paterson et al. 1993]. 예를 들어, DNA 서열에 기초한 척추동물 상위 분류군 사이의 계통관계는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형태적 특징으로 추정한 것과 동일하다 [그림 2.10].



그림 2.10 [그림 왼쪽의] 형태적 특징과 [그림 오른쪽의] DNA 서열로 추정한 척추동물 주요 분류군 사이의 계통관계. 전체적으로 이들 두 정보를 통해 계통에 대한 비슷한 추정치를 얻을 수 있다. 분자생물학 자료에서는 형태적 자료에 대하여 계통 위치에 [거북이류 같은] 단지 하나의 뚜렷한 변화와 [단공류(monotreme, 單孔類)/유대류 관계처럼] 하나의 가능한 변화를 요구한다 [회색으로 표시한 가지]. 두 계통수 사이에 차이가 나는 불명확한 관계와 DNA 서열 자료로 제시된 대안 가능한 관계는 점선으로 나타냈다. [After Meyer and Zardoya. 2003.] *


* [용어설명] gnathostomes, 악구류(顎口類)로 턱이 있는 척추동물인 악구하문(infraphylum Gnathostomata, 顎口下門)에 속하는 동물; agnathans, 무악류(無顎類)로 턱이 없는 척추동물인 무악상강(superclass Agnatha, 無顎上綱)에 속하는 동물; choanates, 코아나타류; ray-finned fishes, 조기류(條鰭類) 또는 조기어류(條鰭漁類); tetrapods, 사지동물류; lobe-finned fishes, 총기류(總鰭類) 또는 총기어류(總鰭漁類); lepidosaurs, 인룡류(鱗龍類)로 인룡상목(superorder Lepidosauria, 鱗龍上目)에 속하는 동물; archosaurs, 조룡류(祖龍類); squamates, 유린류(有鱗類)로 유린목(order Squamata, 有鱗目)에 속하는 비늘이 있는 파충류; Amphioxus, 활유어(蛞蝓魚)의 한 속(屬); hagfish, 먹장어; lamprey, 칠성장어; chimaeras, 은상어류; bichirs, 다기류 또는 다기어류; sturgeons, 철갑상어류; gars, 인골류(鱗骨類) 또는 인골어류(鱗骨魚類); teleosts, 경골어류(硬骨魚類); coelacanth, 실러캔스; lungfishes, 폐어류; caecilians, 무족영원류; monotremes, 단공류(單孔類); marsupials, 유대류; eutherians, 진수류(眞獸類).



우리는 또한 계통분석법을 잘 알려진 계통에 적용함으로써 그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는 컴퓨터를 이용해 진화 과정의 다양한 모델에 따라 컴퓨터로 생성되는 혈통(computer-generated lineage)이 분지하고 이들의 형질이 변화하도록 진화를 모의 실험했다. [예를 들어, 형질은 다른 평균속도로 무작위로 변하거나 공통조상에서 파생된 두 종 가운데 하나가 다른 것보다 빨리 진화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에 연구자는 이들 혈통의 정확한 분지 역사를 내놓기 위해 다양한 계통분석법이 이들의 최종 특성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아마도 회의론자(懷疑論者)에게 더욱 설득력 있는 것은 연구자에 의해 개별 혈통으로 분리되어 [인위적 분지 사건 또는 마디 또는 노드(node)를 생성하면서] 진화하도록 허용된 실제 생명체의 실험 집단에 계통분석법이 적용된 몇몇 연구일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데이비드 힐리스(David Hillis)와 그의 동료가 수행한 실험으로, 이 연구팀은 T7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혈통을 연속적으로 세분화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에 이들 박테리오파지를 노출해서, 300세대 동안 박테리오파지의 DNA 서열 차이가 빨리 발생해 누적하도록 했다 [Hillis et al. 1992; Cunningham et al. 1998]. 그런 다음에 이 연구팀은 8개 혈통의 서열 차이를 기록하고 그 자료에 대한 계통분석을 수행했다 [그림 2.11]. 이 많은 개체군 가운데 135,135개가 [각각의 혈통이 서로 다른 두 혈통으로 분지하는] 이분지성 계통수(bifurcating phylogenetic tree, 二分枝性系統樹)지만, 연구자가 사용한 계통분석은 정확히 단 한 개의 실제 계통수만 찾아냈다.




그림 2.11 힐리스와 그의 동료가 연구한 T7 박테리오파지 실험 개체군의 실제 계통. 실험의 마지막에 얻은 박테리오파지 개체군 사이의 서열 차이를 근거로 추정한 계통은 실제 계통과 정확히 일치했다. [After Hillis et al.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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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계통 역사의 추론


2.2.1. 유사성과 공통가계


종이 점진적으로 서로 더욱 달라졌다는 다윈의 가정이 옳다면 종의 유사성과 차이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다른 분류군이 출현하는 분지(branch, 分枝)의 역사를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먼저 진화 역사를 추론하는 이러한 방법이 간단한 사례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고, 그러고 나서 몇몇 중요한 복잡한 사례를 검토할 것이다.



그림 2.3 갈라파고스 군도(Galápagos archipelago)의 여러 섬에서 서식하는 자이언트 거북(giant tortoise)은 등 껍질 형태와 목 길이가 다르지만, 이들 모두 Geochelone elephantophus라는 종에 속한다. (A) 과거 후드 섬(Hood Island)이라 불렸던 오늘날 에스파뇰라 섬(Española Island)에서 서식하는 안장(saddleback, 鞍裝) 모양의 등 껍질을 가진 자이언트 거북(G. e. hoodensis). (B) 이사벨라 섬(Isabela Island)에서 사는 돔(dome) 모양의 등 껍질을 가진 자이언트 거북(G. e. vandenburghi). [Photo © François Gohier/Photo Researchers, Inc.]



생명체 사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는 특성 또는 형질(character, 形質)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다윈이 갈라파고스 군도(Galápagos archipelago)에서 맞닥뜨렸던 거북이 몇 종류는 몸 크기, 목 길이, 그리고 등 껍질의 모양과 같은 특징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림 2.3]. 다양한 생명체의 계통분석에 유용하다고 판명된 표현형 형질(phenotypic character, 表現型形質)에는 외적∙내적인 형태적 특징뿐만 아니라 행동, 세포 구조, 생화학 그리고 염색체 구조의 차이도 포함된다. 분자생물학 지식과 기술로 무장한 오늘날 생물학자는 종종 DNA 서열을 사용하는데, 서열 내 특정 위치에 존재하는 [A, T, C 또는 G와 같은]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 정체성(正體性)은 하나의 형질로 간주할 수 있다. 각각의 형질은 뉴클레오타이드 A 대 C, 짧은 목 대 긴 목, 둥근 등 껍질 대 안장 모양의 등 껍질 등과 같은 서로 다른 가능한 형질상태(character state, 形質常態)를 가질 수 있다.


첫 단계로, 눈여겨볼 만한 다양한 형질 10가지[형질 a~j]를 보유한 일련의 네 종[종 1~4]을 살펴보자 [그림 2.4]. 여기에서 우리의 과제는 어떤 종이 최근 파생했고, 어떤 종이 가장 오래된 공통조상에서 파생했나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그림 2.4A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이들을 하나의 계통수로 정리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각각의 분지점(branch point 또는 node, 分枝點)은 두 혈통의 공통조상을 나타낸다. 단순하게, 각각의 형질은 0과 1로 표시된 두 가지 형질상태에 놓일 수 있으며, 상태 0은 이 무리의 공통조상인 조상 1에서 발견되는 조상상태(ancestral state, 祖上狀態)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상태 1은 조상상태에서 진화한 파생상태(derived state, 派生狀態)라고 가정하자. [예를 들어, 하나 이상의 후손 분류군이 진화하는 동안 조상상태 A가 파생상태 C로 대체되거나, 조상상태인 붉은 눈이 파생상태인 노란색 눈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형용사 PLESIOMORPHICAPOMORPHIC은 때때로 “선조(ancestral)”와 “파생(derived)”이란 뜻으로 각각 사용되기도 한다. 종 사이의 계통관계를 추론하기 위해 형질상태에 관한 자료를 사용하도록 하자.



그림 2.4 세 가지 자료 집합에 적용된 계통분석의 예. 각각의 계통수에서 종 1~4는 계통수 위쪽에 표시되어 있고 공통조상은 아래쪽에 표시되어 있다. a에서 j까지 10가지 형질 각각에 대한 [0 또는 1로 표시된] 형질상태가 조상 1과 현존하는 종에 표시되어 있다. 가지 위의 가는 눈금선은 형질상태의 진화적 변화를 나타낸다. 각 계통수의 오른쪽에 있는 위쪽 행렬은 각각 쌍을 이루는 종 사이의 공유형질상태 전체 개수를 나타내며, 아래쪽 행렬은 가지를 따라 발생한 상태변화를 뜻하는 공유파생형질을 나타낸다. (A) 상대적으로 일정한 진화속도의 불계적 상동이 없는 계통수. (B) 다른 가지보다 조상 3에서 종 2로 가는 가지에서 진화속도가 더 빠르다. (C) 세 가지 형질이 불계적 상동으로, 형질상태 g1과 h1 모두가 독립적으로 두 번 진화했고, 형질 j는 j1에서 조상상태인 j0로 되돌아가는 역진화를 겪었다. 모든 경우에서 종 4는 다른 모든 종과 더욱 멀리 연관된 외군이라고 가정한다.



그림 2.4A에는 네 종이 조상 1의 후손이라는 가설관계(hypothetical relationship, 假設關係)가 묘사되어 있다. 형질상태 a0에서 형질상태 a1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각각의 진화적 변화는 이 그림에서 굵은 가지 위에 가는 눈금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어떤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파생된 종의 집합을 단계통군(monophyletic group, 單系統群)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그림 2.4A에는 종 2+3, 종 1+2+3, 종 1+2+3+4와 같은 세 가지 단계통군이 존재한다. 그림 2.4A가 진실로 네 종의 실제 계통을 대표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이 자료에서 이러한 계통을 추론하거나 추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각각 짝지은 후손 종이 공유하는 형질상태 개수로 이들의 유사성을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 1과 2 모두는 그림 2.4A의 공유형질상태(shared character state, 共有形質常態) 행렬에 나와 있는 대로 형질상태 a0, b0, c1 그리고 j0를 가진다. 종 2와 3이 서로 가장 비슷하며, 가장 최근 공통조상인 조상 3에서 진화했다. 종 1은 [종 1~3을 포괄하는] 모든 종의 가장 먼 공통조상인 조상 1을 공통조상으로 공유하는 종 4보다는 조상 2를 공통조상으로 공유하는 종 2 및 종 3과 더 비슷하다. 이처럼 유사성 정도는 공통가계(common ancestry, 共通家系)의 최신성(最新性)에 대한 신뢰할만한 지표며, 이들 종의 계통이 단계통군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가상의 사례에서, 우리는 어느 형질상태가 조상형이고 어느 것이 파생형인지 알고 있다고 가정했다. 유사성을 측정할 때, 우리는 그 어떤 두 종의 조상형질(ancestral character, 祖上形質)에서도 진화하지 않은 공유형질(shared character, 共有形質)과 [예를 들면, 종 1과 2가 공유하는 조상상태 a0] 두 종에서 모두 진화가 일어난 공유형질[이 경우에는 c1]을 모두 포함해 계산했다. 만일 우리가 진화하지 않은 공유되고 파생된 형질상태만을 고려한다면, 종 2와 3이 가장 비슷하고 종 1이 종 4보다 나머지 종과 유사하다는 또 다른 행렬을 얻게 된다. 이렇게 공유되고 파생되는 형질상태를 때때로 공유파생형질(synapomorphy, 共有派生形質)이라고 한다.


2.2.2. 계통추론의 복잡한 사례


그림 2.4A에서 형질상태의 변화 개수는 이 집단의 조상 1에서 각각의 후손 종에 이르기까지 대략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진화속도가 혈통 사이에서 어느 정도 같다. 그러나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다. 그림 2.4B에서 우리는 조상 3과 종 2 사이의 진화속도가 계통수의 다른 곳보다도 크다고 가정했다. 아마도 이러한 차이는 종 2에서 DNA 서열의 염기쌍 치환(base pair substitution, 鹽基雙置換)이 다른 종보다 더 자주 발생했음을 나타낸다. * 이제 공유형질상태 행렬은 종 1과 3이 가장 비슷하다고 가리킨다. 그러므로 우리는 설령 그렇지 않을지라도 이들이 계통적으로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종이라고 잘못 판단하게 된다. [계통관계의 정도(程度)는 유사성이 아니라 공통가계의 상대적 최신성을 뜻함을 명심하라.] 여기에서 유사성은 이들 관계의 적절한 지표가 아니다. 그러나 공유된 파생형질상태의 개수는 가장 가까운 근연종(close relative, 近緣種)이 종 2와 3이라고 분명히 가리키며, 이것은 계통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 염기쌍 치환(base substitution, 鹽基雙置換)은 개체군이나 종 전체에서 [예를 들어, A-T 염기쌍 같은] 하나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쌍이 [예를 들어, G-C 염기쌍과 같이] 다른 것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늘 그렇지는 않지만, 이러한 치환은 유전자 암호(genetic code, 遺傳子暗號)로 지정되는 아미노산(amino acid)을 변화시키는데, 여기에 관해서는 8장에 자세히 나와 있다.


종 1과 3은 [c1처럼] 하나의 파생형질상태뿐만 아니라 [a0, b0, g0, h0, i0, j0과 같은] 여섯 개의 조상형질상태(ancestral character state, 祖上形質狀態)도 공유한다. 종 2는 종 3이 공유하지 않은 [g1, h1, i1 그리고 j1과 같은] 진화적 변화를 네 번 겪었으므로, 비록 종 2가 종 3과 더욱 가깝게 연관해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종 2는 종 1과 더 비슷하다. 이들이 조상형질상태나 파생형질상태를 공유하기 때문에 분류군이 서로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공유파생형질처럼] 오직 분류군 사이에서 공유된 파생된 형질상태만이 단계통군을 가리키며 성공적으로 계통을 추론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종 3에서 j1과 같은 상태와 같이] 단일 혈통에 제한된 때때로 단독파생형질(autapomorphy, 單獨派生形質)이라 불리는 파생형질상태는 다른 혈통과의 계통관계에 대해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는다.


이전 예에서 각 형질은 계통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번만 변화했다. 그러므로 어떤 형질상태를 공유한 모든 분류군은 공통조상으로부터 아무 변화 없이 형질을 물려받았다. 그러한 형질을 공유하는 모든 분류군에 존재하는 형질상태를 “상동”(homology, 相同)이라고 부른다. [상동형질상태(homologous character state, 相同形質狀態)와 상동형질(homologous character, 相同形質) 모두를 언급하고 있음에 주목하라.]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것이 모든 경우에 통용되지는 않는다. 만일 형질상태가 두 번 이상 독립적으로 진화해서 고유한 기원을 갖지 않는다면 그러한 형질상태는 불계적 상동(homoplasy, 不系的相同)이라고 부른다. 그러한 형질을 공유한 분류군은 공통조상에서 모든 형질을 물려받지 않았다. 그림 2.4C에는 세 가지 불계적 상동형질(homoplasious character, 成因的相同形質)이 나와 있다. 상태 g1은 종 1과 3에서 g0로부터 독립적으로 진화했고, h1은 종 1과 2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이들 두 불계적 상동은 둘 이상의 분류군에서 파생형질상태가 독립적으로 기원한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 收斂進化)의 한 예다. 반대로, 형질 j는 조상 2의 진화에서 j0로부터 j1으로 진화했고, 종 2에서는 j0역진화(evolutionary reversal, 逆進化)했다.


수렴진화나 역진화를 겪는 불계적 상동형질은 계통연구를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그림 2.4C에서 형질 g와 j 때문에 종 1과 3을 가장 가까운 근연종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으며, 형질 h는 종 1과 2가 단계통군이라는 그릇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한다. 따라서 공유된 파생형질상태는 단지 그들이 고유한 기원에서 파생되었을 때만 단계통군임을 확증할 수 있는 유효한 증거가 된다.



그림 2.5 척추동물 일부 분류군의 계통. 단 한 번 진화한 파생형질상태를 공유한 [사지동물류, 양막류(amniotes, 羊膜類), 조류와 같은] 구성원의 단계통군을 예로 들고 있다. *


* [용어설명] Actinopterygian bony fishes, 조기강(class Actinopterygii, 條鰭綱)에 속하는 경골어류.



오늘날 많은 계통분류학자가 사용하는 계통관계를 추정하는 방식은 독일 곤충학자인 빌리 헤니히(Willi Hennig)가 1966년에 발표했던 원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Hennig 1996]. 헤니히는 분류군이 (1) 고유한 파생형질상태, (2) 조상형질상태, (3) 불계적 상동형질상태(homoplasious character state, 成因的相同形質狀態)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비슷하며, 오직 고유한 파생형질상태로 말미암은 유사성만이 계통수를 구성하는 한 데 묶인 단계통군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사지동물의 팔다리, 양막(amnion, 羊膜) 및 깃털은 각각 한 번씩만 진화했다고 확신한다. [지느러미 대신에 사지(四肢)를 가진 척추동물인] 모든 사지동물류는 하나의 단계통군을 형성한다는 게 일반적인 정설이다 [그림 2.5]. 사지동물류 내에서 양막류(amniotes, 羊膜類)는 하나의 단계통군을 이룬다. * 양막류 내에서 [조류처럼] 깃털을 가진 모든 동물은 다시 하나의 단계통군을 이룬다. 그러나 이것은 깃털 없는 모든 척추동물이 단일 분지를 형성한다고 뜻하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도 그렇지 않다. 따라서 깃털의 부재(不在)는 깃털 없는 동물 모두가 조류보다 서로 더 가깝게 계통적으로 연관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없는 조상형질상태다. [어류, 도마뱀류 그리고 개구리류는 모두 깃털이 없지만, 모든 무척추동물도 마찬가지로 깃털이 없다.]


* 양막류(amniote, 羊膜類)는 파충류, 조류 그리고 포유류처럼 육상생활에 주로 적응한 척추동물로, 단단한 껍질을 가진 양막성 알(amniotic egg), [장막(chorion, 漿膜)과 양막 같은] 보호용 배막(protective embryonic membrane), 그리고 배의 배설물을 저장하는 [요막(allantois, 尿膜) 같은] 막 주머니(membraneous sac)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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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2)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3)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4)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5)



그림 2.0 생명체는 어떻게 분류되는가? 다리가 없는 이 동물은 뱀이 아니라 동부 풀도마뱀(eastern glass lizard: Ophisaurus ventralis)이다. 이 동물은 무족도마뱀과(family Anguidae, 無足-科)에 속하는 약 80종의 풀도마뱀 가운데 하나로 이 과에 속하는 종 상당수는 다리가 있다. 몸 측면을 따라 나 있는 홈(groove)은 이 과의 특징이다. 대조적으로, 뱀은 매우 다른 비늘, 두개골 그리고 내부 특징을 가진다. [Photo © John Cancalosi / AGE Fotostock.]



약 20억 년 전 우리의 장(intestine, 腸) 안에서 사는 대장균(Escherichia coli, 大腸菌)과 다를 바 없는 어떤 세균이 다른 유사 세균 생명체(bacterial-like organism) 안에서 둥지를 틀었다. 이들 동반자는 명백히 서로에게 생화학적 편익(便益)을 제공했으므로, 이러한 관계는 번창했다. 이러한 동반자 관계에서 “주인”은 오늘날의 핵, 염색체와 방추사를 개발했지만, “손님”인 세균은 그 안에서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on)로 진화했다. 이러한 조상 진핵생명체(ancestral eukaryote, 祖上眞核生命體)에서 다양한 단세포 후손이 출현했다. 그러한 후손 가운데 일부는 체세포 분열로 생성한 세포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채 서로 붙어 있게 되었을 때 훗날 다세포 생명체가 되었으며, 이들 세포 집단에서 다양한 조직(組織)과 기관(器官)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이 진화했다. 이러한 혈통(lineage, 血統) 가운데 하나는 녹색 식물의 조상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곰팡이와 동물의 선조가 되었다.


약 10억 년 전에서 6억 년 전 사이에 어떤 단일 동물 종(species, 種)에서 매우 놀라울 정도로 서로 다른 두 동물군(動物群)의 조상이 되었던 두 가지 종이 출현했다. 하나는 불가사리류, 성게류 그리고 극피동물류(echinoderms, 棘皮動物類)로 진화했으며, 다른 하나는 척추동물류(vertebrate, 脊椎動物類)를 포함한 척삭동물류(chordates, 脊索動物類)로 진화했다. 가장 초기의 척추동물에서 파생한 종 대부분은 어류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네 발 달린 척추동물인 사지동물류(tetrapods, 四肢動物類)의 조상이 되었다. 최초의 육상 사지동물이 진화하고 약 1억 5천만 년이 흐른 뒤에 그 후손 가운데 일부는 포유류 시대의 목전에 다가가 있었다. 약 1억 2천5백만 년이 더 흐른 뒤에 포유류는 나무 위 생활에 적응한 최초 영장류(primates, 靈長類)를 포함한 많은 분류군으로 다양해졌다. 일부 영장류는 몸집이 작아졌고, 일부는 물체를 잡을 수 있는 꼬리를 진화시켰으며, 어떤 것은 몸집이 크고 꼬리가 없는 유인원(ape, 類人猿)의 조상이 되었다. 약 1천4백만 년 전에 그러한 유인원 가운데 하나에서 한편으로는 아시아 오랑우탄이 출현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후손이 출현했다. 아프리카 후손은 고릴라와 다른 종으로 나뉘었다. 약 6백만에서 8백만 년 전에 그 종은 결국 오늘날의 침팬지가 될 혈통과 자세, 발, 손, 뇌 등에서 빠른 진화를 겪은 다른 혈통, 바로 우리의 최근 조상으로 나뉘었다.



그림 2.1 생명의 나무. 주요 분지(branch, 分枝) 사이의 계통관계에 관한 추정은 대부분 DNA 서열, 특히 리보솜 RNA(ribosomal RNA 또는 rRNA)가 암호화된 유전자의 DNA 서열을 토대로 했다. 생명체의 역(empires 또는 domain, 域) 세 가지 가운데 고세균계(Archaea, 古細菌界)와 진핵생물계(Eucarya, 眞核生物界)는 가장 최근 공통조상(the most recent common ancestor 또는 MRCA)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생명의 나무에서 분류군 대부분은 단세포다. [After Baldauf et al. 2004.]



은유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사람 종이 거대한 생명의 나무(the great Tree of Life)에 있는 잔가지 하나에서 발달했다는 것으로, 우리의 진화 역사에서 중요한 지점 일부에 관해 현재까지 가장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5장과 7장에서 이 역사를 더욱 자세히 살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종은 “분지”(branch)할 수 있는데, 그 결과로 이들의 특징 가운데 일부가 달리 변형하도록 진화한 두 종이 출현할 수 있다. 그러한 종은 분지해서 결국 그 후손은 더욱더 변할 수도 있다. 수백만 년 동안 셀 수 없이 반복되는 이러한 분지와 변형의 과정으로 수백만 가지의 생명체가 생명의 나무 아래 바로 그 토대 또는 뿌리에 있는 어떤 단일 조상 생명체에서 진화했다 [그림 2.1].


진화생물학자는 [어떤 종이 최근 공통조상(common ancestor, 共通祖上)을 공유하고, 어떤 종이 더 먼 조상을 공유하며, 어떤 종이 훨씬 더 먼 조상을 공유하는가와 같이] 생명체 사이의 계통관계(phylogenetic relationship, 系統關係) 또는 계보관계(genealogical relationship, 系譜關係) 관계를 추정하는 방법, 즉 생명의 나무를 “재구성”(reconstructing) 또는 “조립”(assembling)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러한 관계를 설명하는 결과는 그 자체로도 매혹적일 뿐만 아니라 [여러분은 자신이 불가사리, 나비, 버섯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다양한 특성이 진화했던 경로와 같은 진화 역사의 많은 측면을 이해하는 데 또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


우리는 진화 역사를 직접 관찰할 수 없으므로 셜록 홈스(Sherlock Holmes)가 범행 과정을 재구성하듯이 연역논리(演繹論理)로 그 과정을 추론해야 한다. 인류의 기원에 관한 간략한 개요에서 특정 사건이 발생한 시기와 같은 중요한 지점 몇 군데는 화석기록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 대부분은 화석이 아니라 현존하는 생명체를 연구함으로써 밝혀졌다. 이 장에서 우리는 계통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접하고, 그러한 관계에 대한 이해가 생명체 분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다음 장에서 우리는 이러한 접근법의 도움으로 분명해진 몇몇 보편적 진화 양식을 조사할 것이다.


2.1. 분류


종 사이의 계통관계를 연구하는 계통분석(phylogenetic analysis, 系統分析)은 생명체를 분류(分類)하고 명명(命名)하는 분류학(taxonomy, 分類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분류와 명명은 둘 다 계통분류학(systematics, 系統分類學) 분야의 일에 속한다.


1장에서 살폈듯이, 1700년대 초반에 유럽의 박물학자(博物學者)는 신이 의도한 계획에 따라 종이 창조되었다고 믿었다. 따라서 창조자의 작품을 목록화하고 “본연(本然)의” 진실된 분류를 발견함으로써 “창조 계획”을 발견하는 것은 신에 대한 헌신적 작업이었다. 이러한 목적으로 당시에 채택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하는 분류 방식은 스웨덴 출신 식물학자 카롤루스 린네우스(Carolus Linnaeus, 1707-1778), 즉 린네(Carl von Linné)가 개발했다. 린네는 [Homo sapiens처럼] 속명(genus name, 屬名)과 특정 별칭(epithet, 別稱) 두 가지로 구성된 명명 체계인 이명법(binomial nomenclature, 二名法)을 제시했다. 그는 [과(family, 科) 안에 속(genus, 屬)이 포함되는 것처럼] 더 큰 분류군 안에 다른 분류군을 포함하는 계층분류(hierarchical classification, 階層分類)로 종을 분류하는 체계를 제시했다 [Box 2A]. 계(kingdom, 界), 문(phylum, 門), 강(class, 綱), 목(order, 目), 과(family, 科), 속(genus, 屬) 그리고 종(species, 種)과 같은 분류 단계를 분류학적 범주(taxonomic category, 分類學的範疇)라 하며, 명확한 계층으로 할당된 특정 생물군은 분류군(taxon, 分類群)이다. 따라서 붉은털원숭이(rhesus monkey)는 마카카속(genus Macaca), 긴꼬리원숭잇과(family Cercopithecidae), 영장목(order Primates, 靈長目)에 위치하는데, 마카카, 긴꼬리원숭이, 영장은 각각 분류학적 범주인 속, 과 그리고 목을 나타내는 분류군이다. 때때로 상과(superfamily, 上科)나 아종(subspecies, 亞種)과 같은 몇몇 “중간 단계”의 분류학적 범주가 더욱 친숙하고 일반적인 범주와 더불어 사용된다. [종 준위(準位) 위의 분류군인] 상위 분류군(higher taxon, 上位分類群)에 종을 할당할 때, 린네는 그의 생각에 신의 창조 계획에 나와 있는 유사성을 대표한다고 생각되는 특징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그는 “4개의 가지런한 위쪽 앞니와 2개의 가슴 유두”라는 특징으로 영장목을 정의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진화적 토대가 없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색깔이나 크기가 아니라 이빨로 포유류를 분류하는 데 반대할 근거가 박물학자에게는 없었다.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이 1859년에 출판된 후에 분류는 아주 다른 의미를 띄게 되었다. 1장에서 살펴봤듯이, 다윈은 서로 비슷함에도 구별 가능한 흉내지빠귀(mockingbird)가 갈라파고스 군도(Galápagos Islands)의 저마다 다른 섬에서 살고 있음을 관찰했다. 그는 흉내지빠귀의 서로 다른 형태는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유래했고, 그 과정에서 미세한 차이를 획득했으리라고 의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논리적으로 확장되어 조상 그 자체는 시간상으로 더 과거에 존재한 어떤 조상이 변형된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예를 들어, 다양한 남아메리카 흉내지빠귀처럼] 아주 다른 후손이 출현할 수 있었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어떤 먼 조상은 모든 조류 종의 조상이며, 더 먼 조상은 모든 척추동물의 조상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다윈은 조상 종이 때때로 두 종류의 후손 종으로 갈라질 수 있으며, 이들이 처음에는 매우 비슷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달라지며 분기(divergence, 分岐)한다고 제안했다. 이들 종 각각은 결국 나뉘고 분기해 두 가지 후손 종을 낳게 되며, 그 과정은 유구한 생명의 역사를 거치면서 반복에 반복을 거듭할 것이다. 따라서 다윈은 “가깝게 연관된” 종이라는 개념에 의미를 두었다. 즉, 이들은 상대적으로 최근 공통조상에서 유래했으며, 반면에 연관이 덜 된 종은 더욱 멀리 떨어진 [즉, 시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는] 공통조상에서 유래했다. 모든 척추동물이 척추를 갖는 것처럼 종이 공통으로 갖는 특징은 창조자가 그들 종 각각에 독립적으로 부여한 게 아니라, 그 특징이 처음 진화해 나타난 조상 종으로부터 유전되었다. 대담하게도, 다윈은 매우 놀랍도록 다양한 생명체의 모든 종은 긴 시기를 거치면서 그러한 사건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아마도 [모든 생명체의 보편적 조상인] 단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기원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윈의 말에 따르면, 현존하든 멸종했든 간에 모든 종은 거대한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또는 계통수(phylogenetic tree, 系統樹)를 형성하는데, 인접한 잔가지는 그들의 공통조상에서 단지 최근 파생된 살아 있는 종을 나타내지만 다른 가지에 붙어 있는 잔가지는 더 오래된 공통조상에서 파생된 종을 나타낸다 [그림 2.2]. 그는 이러한 은유(隱喩)를 매우 시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같은 부류의 모든 존재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은 때때로 거대한 나무로 표현되곤 한다. 나는 이 직유(直喩)가 대체로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다. 초록의 싹이 트는 잔가지는 현존하는 종을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만들어진 잔가지는 멸종한 종의 긴 연쇄를 나타낼 것이다. 각 성장기에 자라나는 모든 잔가지는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주변의 잔가지와 큰 가지보다 높이 솟아 이들을 죽이려고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종과 종의 집단은 생명을 위한 거대한 전장에서 항상 다른 종을 압도했다. 거대한 나뭇가지는 큰 가지로, 이것은 더 작은 가지로 나뉘지만, 이들도 한때는 싹이 튼 어린 잔가지였다. 분기하는 가지에 의한 과거와 현재 싹의 이런 연결은 어떤 집단에 종속된 집단에 속한 모든 멸종한 그리고 살아 있는 종을 잘 나타낸다. 나무가 단지 덤불이었을 무렵 번성한 많은 잔가지 가운데, 지금은 큰 가지로 자란 단지 두세 개만이 여전히 생존해 다른 가지를 낳는다. 그렇게, 오래전 지질학적 시기 동안 살았던 종과 함께 극히 일부가 살아 있는 변형된 자손을 남겼다. 그 나무가 처음 성장할 때부터 많은 수의 거대한 나뭇가지와 큰 가지가 썩어 떨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크기의 떨어진 가지는 지금은 그 어떤 살아 있는 대표자도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단지 화석 상태로만 알려진 목, 과 그리고 속 전체를 대표한다. 우리는 여기저기에서 나무 아래쪽 갈라진 부분에서 뻗어 나와 어떤 우연한 기회에 생존에 유리해졌고 여전히 꼭대기에서 살아 있는 가늘고 제멋대로 자라는 가지를 보면서, 그렇게 우리는 약간의 유사성으로 두 개의 큰 생명의 가지를 연결하면서 어떤 안전 지역에 거주함으로써 명백히 치명적인 경쟁에서 살아남았던 오르니토린쿠스(Ornithorhynchus)와 레피도시렌(Lepidosiren)과 같은 동물을 본다. *  새로운 싹의 성장으로 싹이 출현하고 이들이, 만일 건강하다면, 가지를 뻗어 사방으로 많은 허약한 가지 위로 솟으면서, 그렇게 세대를 거치면서 죽거나 부서진 가지로 지표면을 채우며 표면을 영원한 가지 뻗기와 아름다운 분지(分枝)로 뒤덮는 거대한 생명의 나무와 함께 해왔다고 나는 믿는다.


* 오리너구리(duck-billed platypus)인 오르니토린쿠스(Ornithorhynchus)는 원시적이며 알을 낳는 포유류다. 레피도시렌(Lepidosiren)은 현존하는 폐어(lungfish, 肺魚)의 한 속(屬)이고, 사지 척추동물류의 조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고대 화석으로 알려진 분류군이다.



그림 2.2 어떻게 혈통이 공통조상에서 분기하고 멸종한 종과 현존하는 종이 출현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설적 계통관계에 관한 다윈의 설명. 로마숫자 사이의 시간 간격은 수천 세대를 나타낸다. 다윈은 X에서 XIV까지 시간 간격 동안 일어난 세부적 분지는 생략했다. XIV 시기의 현존하는 종은 조상 A, F 그리고 I로부터 추적할 수 있다. 다른 모든 원래 혈통은 멸종했다. 가로축을 따라 표시된 거리는 [예를 들어, 체형의 차이처럼] 분기 정도를 나타낸다. 다윈은 진화속도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이것을 도표에서 다른 각도로 표시했다. 예를 들어, 조상 F에서 파생된 혈통은 본질적으로 변화 없이 살아남았다. [From Darwin 1859.]



다윈의 공통혈통(common descent, 共通血統) 가설에 따르면, 계층분류는 다양한 정도로 가깝거나 멀리 떨어진 실제 계보관계를 가진 생명을 낳는 실제 역사 과정을 반영한다. 같은 과의 다른 속은 이들 각각이 그들의 더욱 먼 공통조상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같은 속 내의 종보다 더 적은 특성을 공유한다. 어떤 목 내의 다른 과는 더욱더 멀리 떨어진 조상에서 기원하며, 공통으로 지니는 특성도 더 적다. 그래서 분류는 어느 정도까지는 실제 진화 역사를 묘사할 수 있다.


Box 2A 분류학 실습과 명명


생명체의 표준 명칭은 과학자 사이의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 명칭의 표준화를 보장하기 위해 분류학에서는 명명(命名) 규칙을 개발했다.


종 대부분은 특정 생물군의 전문가인 분류학자에 의해 명명된다. 새로운 종은 [예를 들어, 깊은 바다에서 저인망으로 잡힌 생명체처럼]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수도 있지만, 무명(無名)의 많은 종이 기재되기를 기다리며 박물관 수집품에서 대기하고 있다. 더욱이, 어떤 단일 종은 세부 연구를 통해 때때로 둘 또는 그 이상의 매우 유사한 종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어떤 분류군을 종합적 분석으로 검토(revision, 檢討)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분류학자는 자주 새로운 종에 이름을 붙인다. 종명(species name, 種名)은 학술지나 대중적으로 이용 가능한 사적 출판물로 간행되면 공인된 지위를 가진다.


종명은 속명(genus name, 屬名)과 특정 별칭(epithet, 別稱)으로 구성되며, 둘 다 라틴어나 라틴어화 된 단어다. 이들 단어는 항상 이탤릭체로 [또는 밑줄로] 표기하고, 속명은 항상 첫 글자가 대문자다. 곤충학 같은 분야에서는 [특정 별칭을 부여한 사람인] 명명자(命名者)를 포함하는 것이 관례다. 예를 들어, 옥수수뿌리벌레(corn rootworm)의 학명은 Diabrotica virgifera LeConte이다.


종명을 정할 때에는 많은 규칙을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속명과 특정 별칭은 문법적 성(gender)이 일치해야 하는데, 갈색쥐(brown rat)의 학명은 Rattus norvegica가 아니라 Rattus norvegicus로 표기해야 한다.] 명칭에 뜻이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예를 들면, 황금날개휘파람새(golden-winged warbler)의 학명은 Vermivora(“벌레를 먹는 존재”) chrysoptera(“황금 날개의”)이며, Rana warschewitschii는 “Warschewitsch의 개구리”란 뜻이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때때로 분류학자는 어떤 사람의 이름을 종명에 사용함으로써 그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한다.


명명법의 첫 번째 규칙은 어떤 두 종의 동물이나 식물도 동시에 같은 이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물 속과 동물 속이 같은 이름을 갖는 것은 허용된다. 예를 들어, Alsophila는 고사리 속과 나방 속의 이름이다. 두 번째는 우선권(priority, 優先權)의 규칙으로, 어떤 분류군의 유효한 이름은 가장 오래전에 적용된 유용 가능한 이름이다. 따라서 두 명의 연구자가 같은 종을 다른 이름으로 독립적으로 기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유효한 이름은 먼저 발표된 것이며, 뒤늦게 발표된 이름은 동의어(synonym, 同義語) 또는 동종이명(同種異名)이 된다. 역으로, 둘 또는 그 이상의 종이 하나의 이름으로 불린다고 판명 날 수도 있다. 이때는 그 이름을 명명자가 기재할 때 사용했던 종에만 적용한다. 이런 식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명한 모호함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자가 지정한 [모식표본(type specimen, 模式標本) 또는 완전모식표본(holotype, 完全模式標本)이라 불리는] 어떤 단일 표본을 “이름 소유자(name-bearer)”로 지정하는 것이 표준적 관행이 되었는데, 이 때문에 훗날 연구자가 몇몇 유사 종 가운데 어떤 것이 타당한 이름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부모식표본(paratype, 副模式標本)이라 불리는] 폭넓은 변이의 예가 되는 다른 표본을 통상 수반하는 완전모식표본은 박물관이나 식물원에 맡겨져 조심스럽게 보존된다.


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분류학에 변화가 발생한다. 그런 변화의 몇 가지 예는 다음과 같다.


  • 선행 연구자가 다른 속으로 분류했던 종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나타난다면 훗날 같은 속으로 묶일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종의 특정 별칭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다른 속으로 바뀌었다면 명명자의 이름이 괄호 안에 기재된다.
  • 어떤 종이 다른 구성원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확인되면 원래 있던 속에서 제외되고 다른 속에 놓일 수 있다.
  • 원래 서로 다른 종으로 묘사된 형태가 같은 종이나 동종이명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 새로운 종이 기재될 수 있다.

상위 분류군 명명에 관한 규칙은 종명과 속명의 명명 규칙처럼 엄격하지 않다. 동물학에서 [그리고 식물학에서도 점점] 아과, 과 그리고 때때로 목의 이름은 [최초로 묘사된] 속의 형태에서 파생해 형성된다. 식물의 과명(family name, 科名) 대부분은 –aceae로 끝난다. 동물학에서 아과명(subfamily name, 亞科名)은 –inae로 끝나며 과명은 –idea로 끝난다. 따라서 집쥐의 속명인 Mus(라틴어 mus와 muris이며, 영어로 mouse)는 쥣과(family Muridae)와 쥐아과(subfamily Murinae)의 모식속(type genus, 模式屬)이며, 장미의 속명인 Rosa는 장미과(family Rosaceae)의 모식속이다. 과 이상의 분류에서 명칭의 어미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에서는 표준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집참새(house sparrow)인 Passer를 포함한 참새목의 새는 목명(order name, 目名)에 Passeriformes처럼 –formes를 붙인다. 속 준위 이상의 분류군 이름은 이탤릭체로 표기하지 않지만, 항상 첫 글자는 대문자로 쓴다. 이들 명칭을 따서 만든 형용사나 구어체 명사는 대문자로 표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murids나 murid rodents라고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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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는 예외 없이 DNA(deoxyribonucleic acid)와 RNA(ribonucleic acid)를 유전 물질(genetic material, 遺傳物質)로 사용한다. 특히, 바이러스를 제외한 대부분 생명체는 DNA를 유전 정보 저장에 사용되며, 그 안에 담긴 유전 정보를 RNA 형태—특히 전령 RNA(messenger RNA 또는 mRNA, 傳令-)—로 복사해 단백질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에 사용한다. 그런데 이것이 RNA 안에 내재된 기능 전부는 아니다. 유전 정보 물질인 RNA는 상황에 따라 라이보자임(ribozyme)이라는 일종의 효소(enzyme, 酵素)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세포 내 거대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좀(ribosome) 복합체(complex, 複合體)의 핵심 구성 분자인 rRNA(ribosomal RNA 또는 rRNA)를 들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RNA는 그 자체로 유전 물질이며 효소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좀 과장해서 말하면) 다재다능(多才多能)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RNA 세상 상상도. 구글링(googling)을 하다가 발견했다. 원시 지구 지표면에서는 끊임없이 화산 폭발이 일어나고, 원시 바다에서는 초기 생명체가 RNA 형태로 물리화학 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효소 반응과 자기 복제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치면서, 초기 생명체에는 미세한 변화가 끊임없이 누적되었고, 결국 오늘날과 같은 생명체가 탄생하게 되었다 [출처: NASA].



앞에서 언급한 RNA의 특징을 바탕으로 “초기 생명체는 RNA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진화가 거듭되면서 생물학적 기능에 일종의 분업화가 발생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는 “RNA 세상 가설(RNA world hypothesis)”이 제안되었고 오늘날에도 이 가설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림 1] [1]. 그렇다면 생물학자는 왜 RNA를 초기 생명체의 형태로 주목했을까?


생명 현상은 유전자의 연속적 흐름으로 부모의 형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손에게 어떤 식으로든 전해짐을 뜻한다. 물론 부모 형질(또는 유전 정보)이 자손에게 그대로 또는 변형되어 전달되거나 완전히 단절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수준에서 유전 정보의 흐름에는 방향이 있으며, 오늘날 생명체는 그 수단으로 DNA와 RNA를 사용한다. 더불어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외부에서 영양분을 흡수 또는 섭취하며 체내에서 다양한 유기 물질을 합성한다. 특히, 이러한 유기 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물질을 우리는 효소라고 부르며, 효소 대부분은 사실상 단백질이다. 효소를 통해서만, 생명체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물질을 분해하거나 합성할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생명체는 “RNA 세상”의 존재 가능성을 방증(傍證)할만한 증거 또는 흔적—생명체가 사용하는 주요 에너지 형태인 ATP(adenosine triphosphate), 단백질 효소의 다양한 조효소(coenzyme, 助酵素),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효소로 기능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이보자임—을 갖고 있다.




그림 2. TNA 구조 [출처: Nature Chemistry].



최근에 RNA 세상 가설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연구가 「Darwinian evolution of an alternative genetic system provides support for TNA as an RNA progenitor」이란 제목으로 『네이쳐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란 학술지에 발표되었다 [2]. 이 연구에서는 RNA와 DNA보다 구조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생물•화학적으로 RNA와 유사한 (3’,2’)-α-L-throse nucleic acid 또는 TNA라 부르는 물질에 초점을 맞췄다 [그림 2]. 특히, 연구팀이 (실제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관심을 둔 것은 "TNA라는 물질이 진화적으로 RNA를 대체할 수 있는가?" 또는 "TNA가 RNA가 출현하기 이전의 유전 물질일 가능성이 있는가?"이다.


TNA는 구조적으로 RNA와 유사하면서도 상당히 다른데, 일반적으로 RNA는 리보스 당(ribose sugar, -糖)을 뼈대(backbone)로 갖지만, TNA는 트레오스(threose)란 물질을 뼈대로 삼는다 [그림 2]. 이 때문에 TNA가 RNA보다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은 편이며 상대적으로 더 안정하다. 게다가 TNA는 RNA를 대신해 유전 물질로 사용될 수도 있으며 (실제로 생명체가 TNA를 유전 물질로 사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라이보자임처럼 작용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이 논문의 핵심인데,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TNA와 같은 물질이 RNA 이전에 초기 생명체가 주로 사용했던 유전 물질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만일, RNA보다 구조적으로 단순하며 RNA 같은 양면성(兩面性) 물질이 자연 상태에 존재한다면 생명의 기원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증거로 이것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없으리라.


그런데 이 가설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TNA가 유전 물질로 사용되면서 동시에 라이보자임 형태를 취할 수 있다고 해서 TNA가 초기 생명체의 유전 물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3]. 왜냐하면, 원시 지구는 오늘날보다도 더 (어떻게 보면 꽤 난잡한 상태로) 다양한 물질이 혼재(婚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가 그렇게 생각한다), TNA가 유전 물질로서 독보적인 위상(位相)을 구축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TNA와 구조적 또는 기능적으로 유사한 다른 물질이 TNA와 비슷하거나 높은 빈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둘째로, 오늘날 알려진 어떤 생명체도 TNA 또는 이와 유사한 물질을 생명 현상에 사용하지 않는다 [3]. 만약 초기 생명체가 TNA를 유전 물질 등으로 사용했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오늘날 생명체에 그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과거 초기 생명체가 TNA를 유전 물질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셋째로, 원시 지구에 TNA가 실제로 존재했냐는 것이다 [2, 3]. 현재까지 TNA가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오히려 TNA는 실험실에서만 합성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 원시 지구에서는 유전 물질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사족이지만, 국내 일급 과학 전문 언론(솔직히 비꼬는 거다)인 『사이언스 타임즈(The Science Times)』는 TNA가 과거에 실제로 존재한 물질인 것처럼 기술해놨다 [4]. 관련 기사를 쓴 객원 기자라는 사람이 이 논문을 제대로 읽었는지 상당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초기 생명체 진화에 관한 최신 연구를 아주 간략하게 살펴봤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TNA는 구조적으로 단순한 유사(類似) RNA 물질이며 유전 물질과 효소 기능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RNA가 생명 현상의 주류가 되기 전에 사용되었을지 모른다는 주장은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증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현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상황적 증거도 없으므로, 이 주장이 (비록 좋은 논문에 게재되었다 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생명의 기원을 “RNA 세상” 이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는 진정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 문헌
[1] RNA world hypothesis. Wikipedia. [링크]
[2] Yu H, et al. 2012. Darwinian evolution of an alternative genetic system provides support for TNA as an RNA progenitor. Nat Chem. 4: 183-187. [링크]
[3] Marshall. 08 January 2012. Before DNA, before RNA: Life in the hodge-podge world. New Scientist. [링크]
[4] 김형근. 2012년 3월 13일. 「“RNA 형성 전에 TNA가 있었다” 생명체 기원, 생각보다 단순할 수도」. 사이언스타임즈.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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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푸투이마(Douglas Futuyma)의 『Evolution』에 나와 있는 진화의 기본 원리(Fundamental principles of evolution)을 번역했다. 그리고 일부 문장에는 시덥지 않은 주석도 붙여 봤다. 보면 알겠지만, 정말 시덥지 않고 알맹이도 없다. 사실 이 부분은 현대 진화 종합(Modern evolutionary synthesis)와 관련된 내용인데, 자세한 사항은 우리의 친구 위키피디아를 참조하거나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의 『진화란 무엇인가?(What Evolution Is)』 등을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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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phenotype (observed characteristics) is different from the genotype (the set of genes in an individual’s DNA); phenotypic differences among individual organisms may be due partly due to genetic differences and partly to direct effects of the environment.

표현형(phenotype, 表現型)(관찰되는 특징)은 유전형(genotype, 遺傳型)(개체 DNA에 있는 유전자 세트)과 다르다. 왜냐하면, 개체(individual 또는 individual organism, 個體) 사이의 표현형 차이는 부분적으로 유전형 차이로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환경의 직접적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생명체의 유전 정보는 DNA라 불리는 물질로 암호화되어 있다. 암호화된 유전 정보는 매우 복잡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단백질로 최종 변환되어 물질대사 과정 등의 생명 현상에 작용한다. (어떤 경우에는 RNA라는 물질이 효소 또는 조절 인자로서 생명 현상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최근 들어 RNA 자체를 기반으로 한 생명 조절 현상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쏟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복잡한 유전자 발현의 다양한 조합이 개체 사이의 표현형 차이를 나타내는 일차적인 원인이 된다. 그런데 원칙만 그렇다. 똑같은 유전자형을 보유한 독립적인 두 개체라 할지라도 자라온 환경이 다르면 표현형도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사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분명한 사실은, 일차적으로 유전자의 중요성은 명확하지만, 여기에 생명체 주변 환경의 영향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Environmental effects on an individual’s phenotype do not affect the genes passed on to its offspring. In other words, acquired characteristics are not inherited.

개체의 표현형에 대한 환경의 영향이 그 자손(子孫)으로 전해지는 유전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획득 형질(acquired characteristics 또는 acquired traits, 獲得形質)은 유전되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가 소위 라마르크 유전(Larmarkian inheritance)라 부르며 알게 모르게 폄하(貶下)하는 “후천적으로 획득한 조상 형질의 후대로의 유전”은 (많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꼬마선충(nematode 또는 학명으로 Caenorhabditis elegans)은 후천적으로 획득한 RNAi 형질을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더불어, 후성 유전(epigenetics, 後生遺傳)도 라마르크 유전이 적용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아마도 열렬한 다윈주의자의 농간[弄奸]이 상당히 작용했다고 추측하지만) 저평가(低評價)를 받고 있는 라마르크에 대한 재평가가 (역사적 측면과 아울러 학술적 측면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다. 물론, 한국에서 어떤지는 나도 잘 모른다.


3. Hereditary variations are based on particles—genes—that retain their identity as they pass through the generations; they do not blend with other genes. This is true of both discretely varying traits (e.g., brown vs. blue eyes) and continuously varying traits (e.g., body size, intensity of pigmentation). Genetic variation in continuously varying traits is based on several or many discrete, particulate genes, each of which affects the trait slightly (“polygenic inheritance”).

유전적 변이(hereditary variation, 遺傳的變異)는 세대를 거치면서 전달되는 그들의 독자성(獨自性)을 존속(存續)시키는 입자(粒子), 즉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다. 왜냐하면,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와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연속적으로 변화하는 형질(예를 들면, 갈색 눈과 파란색 눈),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형질(예를 들면, 몸 크기, 피부색) 모두에 대해서 사실이다. 연속적으로 변하는 형질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genetic variation, 遺傳子變異)는 몇몇 또는 많은 불연속적인 입자 유전자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이들 각각은 그러한 형질에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 (다원 유전[多源遺傳]).


4. Genes mutate, usually at a fairly low rate, to equally stable alternative forms, known as alleles. The phenotypic effect of such mutations can range from undetectable to very great. The variation that arises by mutation is amplified by recombination among alleles at different loci.

유전자는 대개 매우 낮은 비율로 대립 유전자(allele, 對立遺傳子)로 알려진 동일하게 안정한 대체 형태로 돌연변이를 한다. 그러한 돌연변이의 표현형적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고 매우 클 수도 있다. 돌연변이로 발생한 변이는 다른 유전자 좌(locus 또는 loci, 遺傳子座)에 위치한 대립유전자 사이의 재조합(再組合)으로 증폭된다.


5. Evolutionary change is a populational process: it entails, in its most basic form, a change in the relative abundances (proportions or frequencies) of individual organisms with different genotypes (hence, often, with different phenotypes) within a population. One genotype may gradually replace other genotypes over the course of generations. Replacement may occur within only certain populations, or in all the populations that make up a species.

진화적 변화는 집단적인 과정이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개체군(個體群) 내에서 다른 유전자형(이 때문에 종종 다른 표현형을 가지는)을 가지는 개체의 상대적 양(비율[proportion, 比率] 또는 빈도[frequency, 頻度])의 변화를 수반(隨伴)한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하나의 유전자형은 점점 다른 유전자형을 대체(代替)할 것이다. 대체는 오직 어떤 개체군 내 또는 임의의 종을 구성하는 모든 개체군에서 일어날 수 있다.


오직 한 개체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그것이 표현형으로 극명히 드러났다 해서 진화가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의 진화에서 “변화”의 주체(主體)는 개체가 아니라, 개체군이다.


6. The rate of mutation is too low for mutation by itself to shift a population from one genotype to another. Instead, the change in genotype proportions within a population can occur by either of two principal processes: random fluctuations in proportions (genetic drift), or nonrandom changes due to the superior survival and/or reproduction of some genotypes compared with others (i.e. natural selection).

돌연변이율(突然變異率)은 돌연변이 그 자체가 어떤 개체군을 한 유전자형에서 다른 유전자형으로 바꾸기에는 매우 낮다. 대신, 임의의 개체군 내 유전자형 비율 변화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로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은 유전자형 비율의 무작위(無作爲)적 변동(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遺傳的浮動]), 또는 다른 유전자형과 비교했을 때 몇몇 유전자의 우세한 생존(生存) 그리고/또는 생식(生殖)에 기인(基因)하는 작위(作爲)적인 변화(즉,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 自然選擇])이다.


7. Even a slight intensity of natural selection can (under certain circumstances) bring about substantial evolutionary change in a realistic amount of time. Natural selection can account for both slight and great differences among species, as well as for the earliest stages of evolution of new traits. Adaptations are traits that have been shaped by natural selection.

경미(輕微)한 강도(强度)의 자연 선택이라 할지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상당한 진화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자연 선택은 새로운 형질이 진화하는 초기 단계뿐만 아니라 종 사이의 작고 큰 차이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 적응(adaptation, 適應)은 자연 선택이 빚어낸 형질이다.


진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시간”이다. 어떤 이는 우리 자신만의 시간 관념이라는 편협한 잣대로 진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거나 또는 부정하는데, 인간의 시간은 기껏해야 100년이지만 우주의 시간은 약 140억 년 지구의 시간은 약 46억 년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한 장구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날과 같은 종의 다양성을 만끽할 수 있다.


8. Natural selection can alter populations beyond the original range of variation by increasing the frequency of alleles that, by recombination with other genes that affect the same trait, give rise to new phenotypes.

자연 선택은, 동일한 형질에 영향을 주는 다른 유전자와의 재조합으로, 새로운 표현형을 낳는 유전자 좌의 빈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변이의 원래 범위 이상으로 개체군을 변화시킬 수 있다.


9. Natural populations are genetically variable, and so can often evolve rapidly when environmental conditions change.

자연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다양해서, 환경 조건이 변할 때 종종 빠르게 진화할 수 있다.


10. Populations of a species in different geographic regions differ in characteristics that have a genetic basis.

다른 지리적 위치에 서식(棲息)하는 어떤 종의 개체군은 임의의 유전적 기반을 나타내는 특징에서 차이가 난다.


11. The differences between different species, and between different populations of the same species, are often based on differences at several or many genes, many of which have a small phenotypic effect. This pattern supports the hypothesis that the differences between species evolve by rather small steps.

다른 종 사이의 차이와 동일 종인 개체군 사이의 차이는 종종 몇 가지 또는 많은 유전자에 있는 차이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작은 표현형적 영향을 나타낸다. 이러한 양상(樣相)은 종 간 차이는 다소 작은 (변화) 단계를 거쳐 진화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12. Differences among geographic populations of a species are often adaptive, and thus are the consequence of natural selection.

어떤 종의 지리학적 개체군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때때로 적응적이고, 그러므로 (그것은) 자연 선택의 결과이다.


13. Phenotypically different genotypes are often found in a single interbreeding population. Species are not defined simply by phenotypic differences. Rather, different species represent distinct “gene pools”; that is, species are groups of interbreeding or potentially interbreeding individuals that do not exchange genes with other such groups.

표현형이 다른 유전자형은 때때로 단일 이종교배(interbreeding, 異種交配) 개체군에서 발견된다. 종은 단순히 표현형 차이로 정의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종은 뚜렷이 다른 “유전자 풀(gene pool)”을 대표한다; 즉, 종은 이종교배를 하거나, 또는 다른 집단과 유전자를 교환하지 않는 잠재적으로 이종교배할 수 있는 개체의 집단이다.


“종”은 매우 임의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생명체를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종”의 개념도 천차만별이며, 심지어는 “진화생물학” 또는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라 할지라도 세부적으로 받아들이는 종의 개념 또는 기준에 있어서도 (극명한 또는 매우 지엽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즉, 우리가 진화생물학에서 사용하는 분류의 기준은 학문적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정립한 가변적인 개념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개념을 적재적소에 명확히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4. Speciation is the origin of two or more species from a single common ancestor. Speciation usually occurs by the genetic differentiation of geographically segregated populations. Because of the geographic segregation, interbreeding does not prevent incipient genetic differences from developing.

종 분화(speciation, 種分化)는 어떤 단일 공통 조상(common ancestor, 共通祖上)으로부터 둘 또는 그 이상의 종이 기원하는 것이다. 종 분화는 보통 지리적으로 격리된 개체군의 유전적 분화(differentiation, 分化)로 발생한다. 지리적 격리 때문에, 이종교배는 막 시작된 유전적 차이가 진행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


15. Among living organisms, there are many gradations in phenotypic characteristics among species assigned to the same genus, to different genera, and to different families or other higher taxa. Such observations provide evidence that higher taxa arise by the prolonged, sequential accumulation of small differences, rather than by the sudden mutational origin of drastically new “types.”

생명체 사이에는 같은 속(genus, 屬), 다른 속 그리고 다른 과(family, 科), 또는 다른 상위 분류군(taxon 또는 taxa, 分類群)으로 배정된 종(species, 種) 사이의 표현형적 특징에는 많은 단계적 차이가 있다. 그러한 관찰은 상위 분류군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갑작스러운 돌연변이가 기원이 된 것이 아니라 작은 차이가 지속적이며 연속적으로 축적(蓄積)해 생겨났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16. The fossil record includes many gaps among quite different kinds of organisms. Such gaps may be explained by the incompleteness of the fossil records. But the fossil record also includes examples of gradations from apparently ancestral organisms to quite different descendants. These data support the hypothesis that the evolution of large differences proceeds incrementally. Hence the principles that explain the evolution of populations and species may be extrapolated to the evolution of higher taxa.

화석 기록에는 매우 다른 종류의 생명체 사이의 불연속이 존재한다. 그러한 불연속은 화석 기록의 불완전함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화석 기록에는 명백히 조상 생명체부터 매우 다른 자손까지의 점진적인 변화에 대한 사례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는 큰 차이의 진화는 (그 자체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그러므로 개체군과 종의 진화를 설명하는 원리(原理)로 상위 분류군의 진화를 추정(推定)할 수 있다.


발췌 및 정리를 위한 참고 서적


『Evolution』. Douglas J. Futuyma. Sinauer Associates Inc. 2005. pp.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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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