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Das Kapital』독일어판을 한국어로 번역한 강 교수(이하 강 교수)의 『자본』과 두 가지 영어 번역판인 Sonnenschein판(이하 SS)과 Penguin Classics의 Ben Fowkes 번역판(자본론 1에 해당, 이하 BF), 그리고 David Fernbach 번역판(자본론 2 및 3에 해당, 이하 DF2DF3로 각각 표기)을 참조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MIA(Marxists Internet Archive)에 있는 독일어 원본(이하 DK)을 참조했다. 여기에 나와 있는 내용은 『자본I-1』 66~69쪽에 해당한다.



제3판에 부쳐

마르크스는 이 제3판의 인쇄를 스스로 마무리 지을 수 없었다. 이제는 그의 적들까지도 그 위대함에 고개를 숙이는 이 뛰어난 사상가는 1883년 3월 14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으로 나는 40년 동안 가장 훌륭하고 믿음직했던 친구를, 그리고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빚을 진 친구를 잃었으며 이제 나에게는 이 제3판의 출간과 아직 초고상태로 남겨진 제2권의 출간을 담당해야 할 의무가 주어져 있다. 이제 나는 여기에서 그 첫 번째 의무인 제3판의 출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설명하고자 한다.



마르크스는 원래 제1권의 본문을 대부분 고쳐 쓰는 것은 물론 많은 이론적 부분들을 더욱 세밀하게 다듬고 새롭게 덧붙이고 또한 역사적인 자료나 통계적인 자료를 최근의 것들로 보완할 생각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병세가 계속 좋지 않았던 데다 제2권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 때문에 그는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다. 단지 꼭 필요한 부분들만이 수정되었고 그 사이에 출간된 프랑스어판(Le Capital. Par Karl Marx, Paris, Lachâtre, 1873)에 이미 새롭게 추가된 부분들만 덧붙여졌을 뿐이다.



그가 남긴 유고 속에는 군데군데 수정을 가하고 프랑스어판을 참고하라고 지시해둔 독일어판이 한 권 있었고 그가 해당되는 부분을 자세하게 표시해둔 프랑스어판도 한 권 있었다. 이렇게 수정되고 첨가된 부분은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책의 마지막 부분, 즉 '자본의 축적과정' 편에 대한 것들이었다. 제2판에서 이편의 앞부분은 완전히 새롭게 고쳐 쓴데 반해 이편은 원래의 초고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따라서 문체에서 이편은 훨씬 생생하고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덜 다듬어지고 영어식의 특유한 말투가 뒤섞인 채로 있었으며 군데군데 불분명한 부분도 많았다. 그리하여 논리적인 전개과정에서도 군데군데 빈틈이 드러나고 있었는데, 이는 논리전개에서 중요한 몇몇 계기가 단지 암시되는 데 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체와 관련하여 마르크스는 스스로 여러 절을 근본적으로 수정했는데, 이렇게 수정된 부분들과 마르크스 스스로 여러 곳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암시들을 통해서 나는 영어식의 기술적인 표현과 말투를 어느 정도까지 없애버려도 될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만일 마르크스가 살아 있었다면 추가된 부분과 보완된 부분도 좀 더 손을 보았을 것이고 매끄러운 프랑스어도 그 자신의 간결한 독일어로 바꾸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들 부분을 원래의 본문에 최대한 적합하게 번역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하였다.



따라서 제3판에서는 마르크스 자신이 수정하려고 했다는 것을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을 말고는 하나도 수정되지 않았다. 독일 경제학자들이 흔히 잘 사용하는 항간의 은어들, 즉 예를 들어 현금을 지불하는 대신 타인으로 하여금 노동을 제공하도록 하는 사람을 노동수여자(Arbeitgeber), 이 사람에게 임금의 대가로 자신의 노동을 빼앗기는 사람을 노동수취자(Arbeitnehmer)이라고 일컫는 그런 조리에도 닿지도 않는 용어들을 『자본』에 끌어들이는 일 따위는 내게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프랑스에서도 노동(travail)은 일상생활에서 '일'(Beschäftigung)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만일 자본가를 donneur de travail(노동수여자), 노동자를 receveur de travail(노동수취자)라고 부르려는 경제학자가 있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당연히 그 사람을 돌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본문 속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는 영국의 화폐단위나 도량형단위도 나는 독일의 최근 화폐단위나 도량형단위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7.1] 초판이 발간될 당시 독일에는 일 년 365일만큼이나 제각각인 도량형단위들이 있었고, 게다가 화폐단위로는 두 종류의 마르크(Mark)(당시 제국마르크는 1830년대 말에 그것을 창안한 죄트베르[Adolf Soetbeer]의 머릿속에서만 통용되고 있었다)와 두 종류의 굴덴(Gulden) 그리고 최소한 세 종류의 탈러(Taler)가 있었으며, 탈러 가운데 하나는 '노이에 츠바이드리텔(neue Zweidrittel: '새로운 '3분의 2'라는 뜻-옮긴이)을 단위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7.2.] 자연과학에서는 미터법이, 그리고 세계시장에서는 영국의 도량형단위들이 통용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실제 사례를 거의 영국의 산업상황에 의존해야만 했던 이 책으로서는 영국의 단위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인데, 그것은 세계시장에서 쓰이는 도량형단위가 오늘날에도 별로 변함이 없고 특히 핵심적인 산업들—철과 면화—에서는 영국의 도량형단위들이 거의 전적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7.1.
(SS) Nor have I taken the liberty to convert the English coins and moneys, measures and weights used throughout the text to their new-German equivalents.
(BF) Nor have I taken the liberty of converting the English coins and money, weights and measures used throughout the text in their new German equivalents.
(DK) Ebensowenig habe ich mir erlaubt, das im Text durchweg gebrauchte englische Geld, Maß und Gewicht auf seine neudeutschen Äquivalente zu reduzieren.
DK를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본문 전체에 사용한 영국 화폐와 도량형을 최근 독일 것으로 바꾸는 것을 나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것을 의역하면 "나는 본문 전체에 사용한 영국 화폐와 도량형을 최근 독일 것으로 바꾸지 않았다." 정도가 될 것이다. 강 교수 번역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깔끔하지 않다.
7.2.
(SS) When the first edition appeared there were as many kinds of measures and weights in Germany as there are days in the year. Besides there were two kinds of marks (the Reichsmark existed at the time only in the imagination of Soetbeer, who had invented it in the late thirties), two kinds of gulden and at least three kinds of taler, including one called neues Zweidrittel. In the natural sciences the metric system prevailed, in the world market — English measures and weights.
(BF) When the first edition appeared there were as many kinds of weights and measures in Germany as there are days in the year. Apart from this, there two kinds of mark (the Reichsmark only existed in the time in the imagination of Soetbeer, who had invented it in the late thirsties), two kinds of guilder, and at least three kinds of thaler, including one called the neues Zweidrittel.
(DK) Als die erste Auflage erschien, gab es in Deutschland so viel Arten von Maß und Gewicht wie Tage im Jahr, dazu zweierlei Mark (die Reichsmark galt damals nur im Kopf Soetbeers, der sie Ende der dreißiger Jahre erfunden), zweierlei Gulden und mindestens dreierlei Taler, darunter einer, dessen Einheit das "neue Zweidrittel" war.
DK의 한 문장을 SS와 BF는 두 문장으로 나눴다.

마지막으로 일반에 거의 제대로 이해되고 있지 않은 마르크스의 인용방식과 관련해 한마디 덧붙여두고자 한다. 순수한 사실에 대한 언급이나 서술의 경우 인용은, 예를 들어 영국의 청서(淸書)에서 인용한 내용과 같은 것은 말 그대로 단적인 예증으로 사용된 것이다. [8.1] 그러나 다른 경제학자들의 이론적 견해들을 인용한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 경우의 인용은 논리적인 전개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사상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서 처음에 명시적으로 얘기되었는지에 대한 것만을 밝히고 있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문제가 된 경제학적인 견해가 역사에서 의의가 있는 것인지, 또한 그것이 당시의 경제적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적절한 이론적 표현인지의 여부일 뿐이다. [8.2] 그러나 이런 생각이 마르크스의 입장에서 볼 때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어떤 의미가 있는지의 여부나 그것이 이미 과거의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는지의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이들 인용은 본문에 대한 그때그때의 주석으로서 경제학의 역사에서 단지 빌려 온 것들에 지나지 않으며, 경제학 이론에서 몇몇 중요한 진보가 언제 누구에 의해서 이루어졌는지를 밝혀주고 있을 뿐이다. [8.3] 그리고 이들 인용은 학문의 역사가 지금까지 편파적이고 거의 고의적인 무지함에 의해서만 기술되어온 그런 학문의 경우(바로 경제학을 가리킨다-옮긴이) 특히 매우 필요한 것이다. [8.4] 그래서 독자들은 이제 제2판의 후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왜 마르크스가 거의 전적으로 독일의 경제학자들만 인용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8.1.
(SS) When the first edition appeared there were as many kinds of measures and weights in Germany as there are days in the year.
(BF) When they are pure statements of fact or descriptions, the quotations, from the English Blue Books, for example, serve of course as simple documentary proof.
(DK) Bei rein tatsächlichen Angaben und Schilderungen dienen die Zitate, z.B. aus den englischen Blaubüchern, selbstredend als einfache Belegstellen.
강 교수는 '단적인 예증'이라고 번역했는데, SS, BF, DK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 다만 'simple references'에 대응하는 'einfache Belegstellen'만 있을 뿐이다. 'einfache'의 원형은 'einfach'로 'simple'이란 뜻의 형용사다. 'Belegstellen'의 원형은 'Belegstelle'로 'reference'를 뜻하는 명사다. 그러므로 제대로 번역하면 '단순한 참조'가 정확하다.
8.2.
(SS) Here the only consideration is that the economic conception in question must be of some significance to the history of science, that it is the more or less adequate theoretical expression of the economic situation of its time.
(BF) Here the only consideration is that the economic conception in question must be of some significance to the history of the science, that it is the more or less adequate theoretical expression of the economic situation of its time.
(DK) Wobei es nur darauf ankommt, daß die fragliche ökonomische Vorstellung für die Geschichte der Wissenschaft Bedeutung hat, daß sie der mehr oder weniger adäquate theoretische Ausdruck der ökonomischen Lage ihrer Zeit ist.
강 교수는 'es nur darauf ankommt'를 '중요한 것은'이라고 번역했는데,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이라고 서술하는 게 옳다. 'Vorstellung'은 'idea'를 뜻한다. 강 교수는 'die Geschichte der Wissenschaft'를 그냥 '역사'라고 번역했다. '학문(혹은 과학)의 역사'가 옳은 표현이다. 수정 번역해보자. "여기서 단지 고려해야 할 점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경제학적 견해가 학문(혹은 과학)의 역사에 중요성을 가졌는지 이며, 대체로 당시의 경제 상황에 적절한 이론적 수사(修辭)였는지 여부이다."
8.3.
(SS) Hence these quotations are only a running commentary to the text, a commentary borrowed from the history of economic science, and establish the dates and originators of certain of the more important advances in economic theory.
(BF) Hence these quotations are only a running commentary to the text, a commentary borrowed from the history of economic science. They establish the dates and originators of certain of the more important advances in economic theory.
(DK) Zitate bilden also nur einen der Geschichte der ökonomischen Wissenschaft entlehnten laufenden Kommentar zum Text und stellen die einzelnen wichtigeren Fortschritte der ökonomischen Theorie nach Datum und Urheber fest.
BF는 DK의 한 문장을 두 문장으로 나눠서 번역했다. 강 교수의 번역을 다시 번역했다. "그러므로 이들 인용문은 단지 본문에 대한 현재의 주석으로부터 차용(借用)한 경제학의 역사 중 하나이며, 경제학적 이론의 개별적인 중요한 진보가 언제 누구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를 밝힌다."
8.4.
(SS) And that was a very necessary thing in a science whose historians have so far distinguished themselves only by tendentious ignorance characteristic of careerists.
(BF) And that was a very necessary thing in a science whose historians have so far distinguished themselves only by the tendentious ignorance characteristic of place-hunters.
(DK) Und das war sehr nötig in einer Wissenschaft, deren Geschichtschreiber bisher nur durch tendenziöse, fast streberhafte Unwissenheit sich auszeichnen.
DK의 'Wissenschaft, deren Geschichtschreiber …'를 강 교수는 '학문의 역사'라고 번역했는데, 'Geschichtschreiber'(Geschichtsschreiber를 잘못 표기한 것 같다)는 'historian 혹은 historiographer(역사학자 혹은 학자)'를 뜻하므로 '역사가의 학문'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으며, 이는 결국 '경제학자의 학문'을 가리킨다. 다시 번역해보자. "그리고 그것(인용)은 지금까지 자신을 멍청이와 같은 고의적 무지함으로 구분 지었던 역사학자의 학문에 매우 필요한 것이다."

제2권은 아마 1884년 중에 발간될 수 있을 것이다.

1883년 11월 7일, 런던
프리드리히 엥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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