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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29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짧지 않은 단상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온갖 포털사이트를 뒤덮고 있다 (관련 대표 기사:평창의 63표, 역대 올림픽 최다 득표 "경쟁은 없었다"). 지금까지 국가가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해온 서울 올림픽, 아시안 게임, 한일 월드컵 등과 같은 국제경기와는 다르게 평창(혹은 강원도)이라는 특정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올림픽 유치를 위한 로비를 진행해왔다고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도 이전과 비슷하게 국가주도의 국제경기 유치와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저 가카께서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어눌한 영어를 써가며 발 벗고 나서지 않았는가?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성공도 강원도라는 지방자치단체가 성사시켰다기보다는 늘 그래 왔듯, 국가적 유치로비의 한 성공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빙상인의 시각에서 살펴보자. 오랫동안 한국 내 빙상스포츠의 활성화를 꿈꿔왔던 빙상인에게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빙상스포츠 저변의 확대, 즉 빙상시설 인프라 구축과 빙상스포츠를 즐기는 인구의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갑고 행복한 소식일 수도 있다. 어찌저찌 하다 보면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처럼 빙상분야에서도 미국의 NHL 등의 상업화된 빙상스포츠처럼 한국 빙상스포츠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업화된 스포츠, 즉 프로리그(그게 무엇일지는 불확실하지만)를 꿈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언론에서 보도하는 올림픽 개최에 대한 초미의 관심사는 동계올림픽 개최가 가져다줄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가 지난 2008년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경우, 서울 올림픽의 네 배, 한일 월드컵의 두 배를 뛰어넘는 약 20조 원의 직접 혹은 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현대경제연구원도 이와 비슷한 수치를 내놓고 있다. 또한, 그들은 여기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액도 만만치 않으리라고 전망하고 있다(관련기사: <평창2018> 동계올림픽 개최의 경제효과는). 더불어 아시아경제신문과 같은 곳에서는 이번 올림픽대회 유치가 65조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진다는 그 근거도 불확실한 장밋빛 전망에 대한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관련기사:[동계올림픽 유치]'64조원+α' 경제효과 따냈다).

정도야 어떻든 간에, 많은 이들이 아직 개최하지도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개최 당사자인 강원도민으로서는 삼수 끝에 개최유치에 성공한 것이니만큼 기쁨도 클 것이고, 불확실한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10년이 넘게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으니, 강원도 입장에서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은 강원도의 엄청난 재정적자를 한 번에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정치권으로서도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은 자신들이 관여 여부를 떠나 그동안 보여줬던 여러 가지 정치적 실책을 올림픽이라는 거창한 국제적 이벤트 유치 성공으로 단번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올림픽만큼 세간의 시선을 돌릴만한 화젯거리가 어디 있겠는가?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이 손해 볼 일은 없고 어떤 경로로든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대회개최를 거부할 리는 없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 두팔 벌려 올림픽 개최를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 유치가 그렇게 기뻐할 만한 일일까? 올림픽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엄청난 선전을 보면서 과거의 일이 하나 생각났다. 바로 G20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진실이다.

그 당시 G20의 한국개최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최대 450조 원이었다. G20 개최가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을 줄 수는 있다. 어쨌든, G20을 개최하려면 회의장 청소하는 용역이라도 필요할 테니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G20이 단기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G20의 '성공적인 개최'가 한국의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 것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오히려 G20 개최와는 무관하게 그동안 한국경제의 내적 상황은 계속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다. 이건 수출증대 등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G20의 성공적 개최로 수출시장은 좋아졌을 수도 있지만,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노동자의 현실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많은 이가 회사의 이익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해고되고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는 언제 해고돼도 이상하지 않은 비정규직으로 세상에 태어나고 있으며,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오늘 내일 굶주리며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G20은 자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뿐,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부자들의 잔치였고 그 잔치에서 거렁뱅이에게라고 떨어지는 떡고물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G20의 현실이었다.

G20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G20이 한국경제의 질적 측면, 특히 노동자의 삶에 도움이 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본다. 사실, 모든 국제적 대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G20 및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치러져 온 국제대회가 한국 및 한국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좋은 점을 부여하여 이것 때문에 수출이 증대될 수는 있어도, 그 이익은 노동자의 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부는 오직 자본에게 향한다. 가치가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오직 자본가에게만 흘러들어 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그 어느 것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국제대회의 개최로 파이는 커질 수 있겠지만, 파이 조각의 수가 더 늘어나진 않는다.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는 파이 조각의 크기뿐만 아니라 그 수도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올림픽 개최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가까운 예를 보더라도 아시안 게임 개최를 위해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을 보라. 세계적 자동차 경주대회를 개최하려다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전남을 보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사례는 장밋빛 꽃다발을 우리 가슴에 안겨주는 대신, 다 시들고 썩어버려 들고 있기조차 어려운 지푸라기만 보여줄 뿐이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분명하다. 현재 강원도의 재정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만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유치를 위해 국가에서는 올림픽 인프라 구축이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강원도에 쏟아부을 것이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올림픽 유치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파급효과 20조 원이라는 것의 정체가 향후 국가가 강원도에 투입해야 할 최소한의 예산총액일 것이고, 4대강공사 예에서 보듯 20조 원이란 예산은 스스로 번식하여 그 주인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것이고, 결국 길러준 주인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잡아먹는 어마어마한 식인괴물로 변해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와 강원도는 20조 원이란 예산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재원마련을 위해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게 된다면 그 주체가 누구이든 간에 엄청난 조세저항에 직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므로, 직접세의 성격이 강한 세금은 신설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조세저항이 덜한 간접세 항목을 신설을 통해 재원을 확보함으로써 올림픽 개최를 위한 지원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며, 한편으로는 기존 예산(특히, 복지 및 교육관련)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올림픽 개최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래저래 피를 보는 것은 노동자를 위시한 일반 국민이다. 모든 돈은 노동자의 주머니에서 국가로, 그리고 자본가의 탐욕스러운 입안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다.

올림픽 유치는 분명히 국가적 행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동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국민 다수를 위한 것도 아니다. 올림픽은 우리에게 민족의 승리라는 대리만족을 줄 수 있을 지언정, 우리의 주린 배를 채워주진 않을 것이며, 억압 받는 우리의 현실도 바꿔주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2011/07/07 15:28 이글루스에서 작성한 글




 
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