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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6 지구 온난화는 장기적으로 생물 다양성을 늘린다 1



적도(赤道)를 기준으로 지구 온도는 극지방으로 올라갈수록 낮아진다. 마찬가지로, 생물 다양성(biodiversity, 生物多樣性)도 이와 비슷하게 위도(latitude, 緯度)가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온도와 생물 다양성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음을 뜻한다. 즉,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일수록 종의 다양성은 증가하고 낮을수록 감소함을 말한다 [1]. 그렇다면 지구 역사를 통틀어 온도와 생물 다양성의 변화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을까?



그림 1. 시간에 따른 지구 온도의 상대적 변화. 그래프 위쪽의 약어(略語)는 각각의 지질학적 시간대를 나타낸다. [고생대] Cm(캄브리아기), O(오르도비스기), S(실루리안기), D(데본기), C(석탄기), P(페름기); [중생대] Tr(트라이아스기), J(쥐라기), K(백악기); [신생대] Pal(팔레오세), Eo(시신세), Ol(점신세), Pliocene(선신세), Pleistocene(홍적세), Holocene(완선세). 고생대 캄브리아기부터 신생대 홍적세 초기까지의 시간은 백만 년 단위로 표시했으며, 신생대 홍적세 중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시간은 천 년 단위로 나타냈다. 고생대와 중생대 사이에 있었던 빙하기(glacial period, 氷河期)는 파란색 박스로 표시되어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지구 온도는 약 5억 4천2백만 년 전 고생대(Paleozoic, 古生代) 캄브리아기(Cambrian)부터 (사실은 그 지구가 형성되고 난 뒤부터 계속) 전체적으로 낮아지다가 약 1만 년 전 신생대(Cenozoic, 新生代) 완신세(Holocene, 完新世)에 접어들면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림 1]. 더불어, 고생대 오르도비스기(Ordovician)와 실루라인기(Silurian) 사이, 고생대 석탄기(Carboniferous)와 페름기(Permian) 사이 그리고 신생대(Cenozoic, 新生代) 점신세(Oligocene, 漸新世) 사이에 매우 광범위한 빙하기(glacial period, 氷河期)가 적어도 크게 세 차례 있었고, 중생대(Mesozoic, 中生代) 쥐라기(Jurassic)와 백악기(Cretaceous) 사이에 빙하기는 아니어도 빙하기에 버금갈 정도로 전반적인 온도의 저하가 있었으며, 신생대 선신세(Pliocene, 鮮新世)와 홍적세(Pleistocene, 洪積世) 사이에도 빙하기와 간빙기 (interglacial period, 間氷期)가 주기적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기후의 격변(激變)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오랜 시간에 걸친 지구 온도의 급격한 저하는 생물 종의 전체적인 감소를 뜻하는 대멸종(mass extinction, 大滅種)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림 2. 지질학적 시간과 위도에 따른 해양 무척추동물의 다양성 추이(推移). 검은색 선은 열대 지역 해양 무척추동물의 생물 다양성(tropics로 표기) 변화를 뜻하며, 회색 선(summed로 표기)은 전(全) 지구적인 생물 다양성의 변화를 나타낸다 [4] [출처: Paleobiology].



하지만 이러한 대멸종의 시기가 있었음에도 생물 다양성, 특히 해양 무척추동물(marine invertebrate, 海洋無脊椎動物)의 생물 다양성은 과거 고생대 캄브리아기부터 신생대 완신세 (Holocene, 完新世)인 현재까지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2, 3, 4] [그림 2]. 이것은 생명체 멸종이 거의 배제된 상태에서 새로운 종의 지속적 출현으로 나타난 양상(樣相)이라기보다는, 급격한 환경적 변화로 기존에 존재하던 생물 종의 멸종 비율(extinction rate, 滅種比率)이 높아짐과 동시에 새로운 종의 출현 비율(origination rate, 出現比率)도 동반 상승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3]. 특히, 화석 자료 등에서도 대멸종 이후에 (실제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어쨌든) 새로운 종의 출현 빈도가 급격히 늘어났음을 뜻하는 증거가 잘 드러난다 [3].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은 해양 무척추동물의 전체적인 생물 다양성은 전반에 걸쳐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열대에서 서식하는 해양 무척추동물의 다양성은 큰 변화가 없다고 나타난다 [그림 2, 검은색 선과 회색 선 비교]. 특히 2008년도에 보고된 지구 온도 변화와 해양 무척추동물의 종 다양성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논문에서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5].



그림 3. 지질학적 시간대와 온도 변화에 따른 해양 무척추동물의 생물 다양성의 변화. 검은색 원과 점선은 온도의 변화를 뜻하며, 흰색 원과 실선은 종 다양성을 의미하고, 이중 원은 대멸종이 있었던 시기를 나타낸다. 시간 단위는 백만 년이다 [5] [출처: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2008년에 「화석 기록에 나타난 전 세계적인 온도와 생물 다양성 그리고 종 출현과 멸종 사이의 장기적 연관성(A long-term association between global temperature and biodiversity, origination and extinction in the fossil record)」이란 제목으로 피터 메이휴(Peter J. Mayhew) 박사 연구팀이 『왕립 학회 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온도 변화와 생물 다양성의 크기에 역(逆)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 즉, 온도(특히 바닷물 온도)가 높았던 시기에는 종의 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는 반면에 온도가 낮아지면 종의 수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5] [그림 3]. 더불어, 온도가 높은 시기에는 종의 출현 비율과 멸종 비율이 동시에 높게 나타나는데 [5], 이러한 현상은 빙하기처럼 온도가 급감(急減)하는 지질학적 시기에 많은 멸종이 있었다는 지구 진화 역사의 전반적 경향성과 생물 다양성은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는 일반적인 현상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온도 변화가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온도 변화가 생물 다양성에 중요하지만, 그러한 결론을 과학적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에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생물학적 그리고 비생물학적 변수를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해양 무척추동물의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물학적 변수로는 종 사이의 생존 경쟁(competition, 競爭)과 포식자-피포식자 사이의 상대적인 개체 수 변화를 들 수 있으며, 비생물학적 변수로는 기후 변화와 더불어 해수면 높이(sea level, 海水面)의 변화, 해수로 유입되는 영양분의 양과 이로 인한 외부 화학 조성의 변화, 지각 변동, 화산 활동, 그리고 운석의 충돌 등을 들 수 있다 [1]. 따라서 이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단순히 지질학적 시간에 따른 온도 변화만으로 생물 다양성의 변화 추이를 파악하려는 것은 실제 온도 변화가 줄 수 있는 어떤 어떤 영향에 대해 잘못된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온도와 생물 다양성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negative correlation, 陰-相關關係)가 있음을 주장한 2008년도 메이휴 박사 연구팀의 결과는 “전 지역에 걸쳐 발견된 해양 무척추동물이 시간에 따른 생물 다양성 변동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도출되었다 [1, 5]. 하지만 화석은 기본적으로 퇴적층(堆積層)에서 형성되므로, 퇴적암(堆積岩)이 많이 분포하는 지역일수록 화석 발견 가능성은 타 지역보다 매우 높으며, 결과적으로 지역에 따른 화석 분포에 과도한 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 [1]. 다시 말해, 어떤 지역의 생물 다양성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화석 형성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면, 화석을 중심으로 한 생물 다양성 평가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적도를 중심으로 위도가 커질수록 온도가 높아짐을 상기(想起)한다면 각 지역에서 발굴된 화석에서 드러나는 동물상(fauna, 動物相)은 곧 온도에 다른 생물 다양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많은 화석이 발굴된다면 실제와는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가 있다.


2012년에 「생물 다양성은 오랜 시간 동안 온도를 뒤쫓는다(Biodiversity tracks temperature over time)」이란 제목으로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한 메이휴 박사 연구팀의 분석 결과는 자신들이 2008년도에 내놓았던 결론을 뒤집고 있다 [1]. 특히, 이번 연구는 과거의 불완전한 분석법과 편향적인 자료 대신에 좀 더 개선된 분석법과 자료를 이용해 온도 변화의 해양 무척추동물 생물 다양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했는데, 결론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림 4. 온도 변화와 해양 무척추동물 다양성 사이의 상관관계. 검은색 원과 실선은 온도 변화를 뜻하고, 흰색 원과 점선은 생물 다양성을 나타내며, 회색 원은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던 시기를 가리킨다 [1] [출처: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08년도 분석 결과인 그림 3과 2012년도 분석 결과인 그림 3의 “온도 변화에 따른 생물 다양성의 변화 추이”를 비교해보자. 2008년도 분석 결과가 이들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면 [5] [그림 3], 2012년도 분석 결과에서는 온도와 해양 무척추동물 생물 다양성 사이에 확실한 양의 상관관계(positive correlation, 陽-相關關係)가 나타난다 [1] [그림 4]. 이것은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생물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통설(通說)과 분명히 일치한다. 더불어 이들 연구팀은 온도가 낮아지면 곧바로 종의 멸종 비율이 높아지고 뒤이어 새로운 종의 출현 비율이 높아지는 양상을 확인했다 [1].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기온(氣溫)과 수온(水溫) 상승으로 대표되는 전 세계적인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地球溫暖化) 현상과 같은 지구 온도의 점차적인 상승은 단기적으로 생물 다양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적어도, 해양 무척추동물의 생물 다양성은 그런 식의 경향성을 보이며, 이를 확대 해석하면 대부분의 생명체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성이 드러난다고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도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더불어) 인간에 의해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 현상은 해마다 많은 수의 생물 종을 멸종의 길로 이끌고 있으며, 그 결과 지구에 존재하는 다세포 생물 종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요약하면, 지구 온도의 상승은 현존하는 종의 멸종 비율을 가속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구 온도의 상승은 종의 멸종 비율뿐만 아니라 새로운 종의 출현 빈도 또한 높일 수 있다. 적어도 메이휴 박사 연구팀의 2012년도 연구 결과에서 해양 무척추동물의 생물 다양성 변화는 그런 식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은 다른 종류의 생물 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구 역사에서도 잘 드러나 있듯이 지구 온도의 상승은 궁극적으로 생물 종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고, 결국 이러한 과정이 대진화(macroevolution, 大進化)라고 일컫는 장시간에 걸친 생물학적 도약을 딛게 하는 원동력임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온도 변화와 생물 종 다양성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 대해 간략히 살펴봤다.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전 지구적 온난화 현상은 분명히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이 연구를 통해 주목해야 할 점은 지구 온난화가 지구 역사의 한 축인 생명 진화의 과정에서 생명의 역사에 종지부(終止符)를 찍을 정도로 파괴적이지는 않으며 오늘날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생물 종 다양성의 감소도 지구 역사에서 늘 있었던 과정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장과는 별개로 우리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는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지구 상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매우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행위가 과거 수많은 생명체가 겪어야만 했던 절멸(絶滅)의 길로 우리 자신을 인도할 수 있음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참고 문헌
[1] Mayhew PJ, et al. 2012. Biodiversity tracks temperature over time. Proc Natl Acad Sci USA. 10.1073/pnas.1200844109. [링크] : 현재 이 논문은 정식으로 출판되기 전에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되었다.
[2] Alroy J, et al. 2008. Phanerozoic trends in the global diversity of marine invertebrates. Science. 321:97–100. [링크]
[3] Alroy J. 2008. Dynamics of origination and extinction in the marine fossil record. Proc Natl Acad Sci USA. 105: 11536–11542. [링크]
[4] Alroy J. 2010. Geographical, environmental and intrinsic biotic controls on Phanerozoic marine diversification. Palaeontology. 53: 1211–1235. [링크]
[5] Mayhew PJ, et al. 2008. A long-term association between global temperature and biodiversity, origination and extinction in the fossil record. Proc Biol Sci. 275:47–53. [링크]


이 연구를 소개한 다른 글
[1] Mole BH. September 5, 2012. Warming Drives Biodiversity? : Global climate change may have long-term benefits for the world’s marine flora and fauna. The Scientist. [링크]
[2] Science News. September 3, 2012. Research reveals contrasting consequences of a warmer Earth. ScienceDaily.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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