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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8 다세포의 출현, 실험적으로 재현하다 2



세포막을 가진 유기 생명체는 약 34억 년 전 고시생대(Paleoarchean, 古始生代)에 단세포성(unicellularity, 單細胞性) 형태로 처음 출현했다 [1] [그림 1, 위쪽]. 그러나 늦어도 약 21억 년 전 고원생대(Paleoproterozoic, 古原生代) 리야시아기(Rhyacian) 때 다세포성(multicellularity, 多細胞性)이라는 새로운 진화적 경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림 1, 아래쪽] [2]. 어떻게 보면 독립생활을 영위하던 단일 세포가 다세포 생명체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독립적인 개체가 하나의 닫힌 울타리 안에서 유기적 연합을 구축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포 다수가 하나의 덩어리(cluster)를 이루면서 새로운 생물학적 구조와 기능이 나타났고 생물학적 복잡성(biological complexity, 生物學的複雜性) 또한 커져 갔다. 이 때문에, 새로운 생명 형태에 주어진 자연 선택이라는 엄격한 규범은 세포 사이의 치밀하고 끈끈한 “상호 협력”을 요구했다. 다시 말하자면, 독립생활을 영위했던 단일 세포는 다세포 생명체의 구성 세포가 되는 대신에 자신을 희생해야만 했으며, 심한 경우엔 자신의 소멸로 그 대의(大義)를 증명해야만 했다.



그림 1. (위쪽)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스트렐리 풀(Strelley Pool) 지층의 암석에서 발견된 산소 대신에 황을 물질대사(metabolism, 物質代謝) 과정에 사용한 원시 세포의 흔적 [1] [출처: Nature Geoscience]. (아래쪽) 아프리카 가봉에서 발견된 다세포 생명체 화석. 산소 호흡을 했다고 추측되는 평균 수 센티미터에서 최대 12 센티미터 크기의 평면형 다세포 생명체가 암석에 뚜렷이 나타나 있다 [2] [출처: Nature].



단일 세포 형태에서 다세포 형태로


단일 세포 형태에서 다세포 생명체로의 진화를 (그리고 왜 다세포 생명체가 출현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 모든 과정은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먼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에서 든 예처럼 고대 다세포 생명체의 흔적이 간혹 발견되긴 하지만 [그림 1, 아래쪽], 그것이 최초 형성 과정을 반영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으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화석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다. 결과적으로, 초기 다세포 생명체의 생리학적∙생태학적 특징과 그 진화 과정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만한 결정적 증거는 전무(全無)한 실정이다.


다세포 생명체는 많은 세포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단세포-다세포 전환 과정의 첫 단계는 독립적으로 있기보다는 한 덩어리로 있으려는 유전적 경향을 지닌 세포의 첫 출현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세포의 집결체인 바이오필름(biofilm) 같은 형태인지 아니면 모세포(mother cell, 母細胞)의 세포 분열로 형성된 딸세포(daughter cell, -細胞)가 분열 후 떨어져 나가지 않고 한 데 뭉쳐서 나타났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생물학적 상식을 기반으로 각각의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는 있다.


우선, 단순한 세포 덩어리가 출현하자마자 다세포 덩어리 사이에서의 선택(selection among multicelled clusters)이 본질적으로 덩어리 내 단일 세포 사이의 선택(selection among single cells within clusters)보다 우세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애당초 유전적으로 다른 독립생활 세포의 응집(aggregation, 凝集)은 내부적으로 어떤 생물학적 불화(不和)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형성조차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즉, 유기체 덩어리 하나가 정체성을 나타내는 다세포 생명체의 특성상 유전적으로 불균일한 유기체 덩어리는 적응과 경쟁에서 불리했으리라. 따라서 유전적으로 다른 단일 세포가 하나의 집단을 형성해 다세포 생명체로 진화하기란 처음부터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세포 생명체 출현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전적 동일성을 확보 방법에 어떤 것이 있을까? 최선은 모세포에서 딸세포가 세포 분열을 한 다음 분리되지 않은 채 뭉치는 것, 즉 분열 후 유착(post-division adhesion, 分裂後癒着)이다. 이 방법이라면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가 하나의 다세포 생명체를 이룰 수 있으며, “유전적으로 우리는 하나다”란 확고한 동족 의식(同族意識) 또한 공유할 수 있다.


유전적으로 같은 세포라도 한 데 뭉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독립생활 세포는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것을 혼자서 한다. 번식조차도 자신의 일부를 (다소 정교한 방법으로) 떼어내기만 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단일 세포가 한 덩어리로 모이면 영양분과 같은 자원 분배와 번식 문제 같은 생물학적 이해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탈, 즉 오늘날의 암과 같은 이단(異端)이 출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탈을 막는  것은 다세포 생명체가 성공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며, 결과적으로도 다세포 생명체는 그러한 일탈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사실일까? 단지 우리의 상상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까?


이 같은 설명은 논리적으로 개연성은 있지만, 과학 대부분이 그렇듯 어떤 식으로든 증명되지 않으면 단순한 허구(虛構)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우리의 논리적 상상에서 비롯된 가설이 실험적으로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과거에 전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유기체 덩어리가 형성될 수 있었던 생태적 조건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실제 과정 자체를 재현하기 위한 시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2012년에 「다세포성의 실험적 진화(Experimental evolution of multicellularity)」란 제목으로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된 논문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이 논문을 「Ratcliff, et al.」이라 부르겠다) [3].


문제 해결은 의외의 곳에서 나올 수 있다


가설을 증명하려면 정교하게 고안된 실험을 준비해야 한다.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변인(variable, 變因)을 통제해야 하며, 대조군(control group, 對照群)과 실험군(experimental group, 實驗群)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통계 분석법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이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어떻게 증명하느냐” 이다. 이 세상의 모든 자연 현상 가운데 진화만큼 증명하기 어려운 것도 흔치 않다. 왜냐하면, 인간 수명은 고작 80~100년이지만, 진화 대부분―바이러스와 미생물의 단기적 진화는 예외로 하자―은 적어도 몇천몇만 년이 지나야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억 년의 세월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단세포-다세포 진화를 실험적으로 재현(再現)하려는 시도는 어떻게 보면 무모해 보일 지경이다. 그럼에도, 어떤 때에는 정말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Ratcliff, et al.」도 그런 연구 가운데 하나다 [3, 4].


실험 연구자의 눈에 이들의 방법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실제 진화가 일어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연구팀이 선택한 생명체는 흔하디흔한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 또는 Baker’s yeast, 酵母)였다. 자연 상태의 효모는 단세포로 존재한다. 영양분이 매우 부족할 때 군집을 이루기도 하지만,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 미련 없이 서로 결별할 준비가 되어 있다. 모든 실험이 그렇지만, 이들의 실험도 지루하고 단순하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실험 기구도 원심분리기(centrifuge, 遠心分離機), 세포 배양기(incubator, 細胞培養機) 그리고 현미경이 전부였다. 약간의 화학 약품을 제외하면 오늘날의 그 어떤 첨단 연구 기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의 실험 과정을 살펴보자.


(1) 효모를 세포 배양액(media, 培養液)이 담긴 플라스크(flask)에 주입해 세포 배양기 안에서 일정 시간 동안 (길어봐야 반나절 정도) 키운다. (2) 세포 분열로 수가 늘어난 효모가 담긴 플라스크를 꺼내 약 45분간 그대로 놔둔다 (또는 원심분리기로 아주 잠시 돌린다). (3) 바닥에 가라앉은 소량의 배양액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다 (이 소량의 배양액 안에 연구팀이 원하는 다세포성 효모가 존재한다). (4) 바닥에 남아 있는 소량의 배양액을 새로운 배양액이 담긴 플라스크에 주입해 세포 배양기 안에서 일정 시간 동안 키운다. (5) (2)~(4)의 과정을 최대 60번 반복한다.


지루하고 단순한 실험이지만, 이 모든 과정의 핵심은 바닥에 가라앉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효모를 골라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다세포성 진화를 촉진하는 일종의 “자연 선택”으로 가정했는데, 실제 진화 과정에서 이런 식의 자연 선택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다세포성 생명체 진화의 실질적 원인이라고 보기도 무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연구팀이 (실제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더라도) 다세포성 진화를 위해 어떤 “선택압(selection pressure, 選擇壓)”을 줬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선택압”으로 어떤 진화적 변화, 특히 다세포성이 나타났다면, 그것은 다른 종류의 “선택압”이 주어졌더라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유추할 수도 있다.


단세포, 다세포가 되다



 

그림 2. (왼쪽) 「Ratcliff, et al.」에서 찾아낸 새로운 형태의 효모 생명체. 맨 윗줄 왼쪽 그림(Ancestor라고 표기)은 자연 상태의 효모이며, 나머지는 실험적 선택으로 나타난 눈송이 효모 덩어리(Snowflake-like yeast cellular cluster)이다. (오른쪽)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자연 상태의 효모와 눈송이 효모 덩어리의 반응. 왼쪽 두 사진은 자연 상태의 효모이며 오른쪽 두 사진은 눈송이 효모 덩어리이다. 윗줄은 영양 상태가 좋을 때이며, 아랫줄은 영양 상태가 안 좋을 때이다 [3] [출처: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단세포 형태의 효모가 지루한 실험적 선택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관찰된 적 없는 “전체적으로 둥글고 눈송이 같은” 효모 덩어리로 진화했다 (앞으로 이 생명체를 “눈송이 효모 덩어리”라고 부르겠다 [3] [그림 1, 왼쪽]. 그리고 그 효모 덩어리의 크기는 배양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커져만 갔다. 눈송이 효모 덩어리가 생존에 있어서 단세포 형태의 효모보다 딱히 불리하지도 않았다. 즉, 자연 상태의 효모만큼 이 새로운 생명체도 영양 상태의 좋고 나쁨과 관련 없이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눈송이 효모 덩어리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즉, 최초의 효모에서 세포 분열로 생성된 딸세포가 모세포에서 분리되지 않은 채로 분열을 반복하면서 눈송이 덩어리 형태를 만들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다세포 생명체 기원의 가설 가운데 하나인 분열 후 유착 과정이 실제 다세포 생명체 출현에 중요했음을 암시한다. 더불어, 이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자연 상태의 효모에서 흔히 관찰되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유사 균사 형태(pseudohyphal form, 類似菌絲形態)와도 확연히 달랐다 [3] [그림 2, 오른쪽]. 물론, 주변 영양분이 부족하면 눈송이 효모 덩어리를 이루는 구성 세포의 모양도 어느 정도 변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다세포성을 해치진 않았다. 이들에게 한 번 동지는 영원한 동지였다.



그림 3. (위쪽) 눈송이 효모 덩어리의 시간에 따른 분열 과정 [3] [출처: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새로운 형태의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번식 방식도 달랐다. 자연 상태의 효모는 이분법으로 번식한다. 하지만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제아무리 커 봤자 부모의 절반도 안 되는 전구 과립체(progranule, 前驅顆粒體) 형태를 자손으로 낳을 뿐이었다 [3] [그림 3].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간 전구 과립체는 부모 개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계속 성장했다. 그리고 이 전구 과립체도 어느 정도 성장하면 자기 부모처럼 전구 과립체 형태의 자손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과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과정과 많이 닮았다. 바로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세포 생명체가 겪는 유아기(juvenile phase, 幼兒期)와 성년기(adult phase, 成年期)라는 세대에 따른 주기적 순환이다.


세포, 분업을 시작하다


단세포가 다세포성을 띄었다 하더라도 단순히 세포 덩어리 그 자체로만 존재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 인간을 포함한 생물학적 복잡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거대 생명체가 오늘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사실은 최초 다세포성 생명체에 어떤 기능적 변화가 나타났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물학적 복잡성이 나타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세포의 분업(division of labor, 分業)이다. 더불어 세포 분업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생물학적 과정인 세포 분화(cellular differentiation, 細胞分化)도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세포 분화로 단순한 유기체 덩어리는 몸의 부위에 따라 고유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외형적으로는 다세포성을 나타내는 「Ratcliff, et al.」의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실질적으로 오늘날 다세포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분업 체계 또는 이러한 분업 체계를 가능케 하는 세포 분화 과정을 획득했을까?


세포 분화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세포 소멸(apoptosis, 細胞消滅)이라는 세포 자살 메커니즘이다. 분화 과정에는 다양한 세포가 참여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분화 과정 초기에 필요할 수도 있고, 일부는 나중에 필요할 수 있으며, 일부는 전 과정 통틀어 참여할 수도 있다. 어떤 세포는 임무가 끝나면 올바른 분화를 위해 바로 사라져야 하지만, 어떤 것은 나중을 위해서라도 계속 존재할 필요가 있다. 개중에 어떤 세포는 분열 과정 중에 손상을 입어 폐기처분 해야 한다. 이때 폐기처분 해야 하는 세포 가운데 상당수는 세포 소멸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분해된다. 따라서 분화 과정 중에 세포 소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개체 성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그만큼 세포 소멸은 다세포 생명체에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림 4. 눈송이 효모 덩어리에서 세포 사멸이 일어나는 부분이 노란색 또는 주황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곳은 대부분 과립 전구체가 모체로부터 떨어져 나갈 부분이다 [3] [출처: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물론, 이러한 세포 소멸 메커니즘이 꼭 다세포 생명체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자연 상태의 효모에게도 세포 소멸은 일어난다 [5]. 그러나 자연 세포 상태의 효모에서 발생하는 세포 소멸의 최종 결과가 주로 자신에게 국한된다면, 다세포 생명체에서의 세포 소멸은 자신이 아닌 다세포 생명체의 존속을 위한 자기희생의 결정체(結晶體)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눈송이 효모 덩어리에서 일어나는 세포 사멸은 다세포 생명체 일반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연속적인 배양 과정을 통해 독자적으로 진화한 눈송이 효모 덩어리에서 오늘날 다세포 생명체의 소화 기관 또는 신경계 같은 어떤 특별한 생물학적 분화가 일어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엔 우리의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구조적으로 너무 단순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생명체는 분명히 자연 상태의 효모와 다르며, 앞에서 언급한 번식 방법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특히, 모체에서 전구 과립체가 분리될 때, 두 개체의 접지 부분에서만 세포 소멸 과정이 매우 특이적으로 발생한다 [3] [그림 4]. 다시 말하면, 다세포 생명체가 자손을 번식하는 과정에서 일부 세포가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다세포 생명체에서 흔히 나타나는 생물학적 분업은 시험관 안에서 이루어진 인위적인 진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재현되었으며, 「Ratcliff, et al.」의 실험에서 진화한 눈송이 효모 덩어리는 진정 원시적 다세포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맺음말


지금까지 웬만해서는 관찰도 재현도 어려운 진화의 과정, 특히 다세포 생명체의 출현에 관한 실험적 재구성에 관한 연구를 소개했다. 이 실험이 실제 진화 과정에서 일어났을 다세포 생명체의 기원을 반영한다고 백 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적어도 어떤 “선택압”이 단세포 생명체에 주어졌을 때, 그 단세포 생명체가 독립생활이라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벗어 던지고 “다세포성”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이번에 다세포성 진화의 실험적 재구성이 가능함을 확인한 상황에서 필자의 기대는 커져만 갔다. 앞으로 어떤 진화 과정을 실험실에서 재구성할 수 있을까? DNA/RNA 고분자 생명체의 출현, 세포의 출현, 아니면 이것보다도 더 어려운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운) 진화의 과정들? 앞으로도 기대가 크다.



참고 문헌
[1] Wacey D, et al. 2011. Microfossils of sulphur-metabolizing cells in 3.4-billion-year-old rocks of Western Australia. Nat Geosci. 4: 698-702. [링크]
[2] El Albani A, et al. 2010. Large colonial organisms with coordinated growth in oxygenated environments 2.1 Gyr ago. Nature. 466: 100-104. [링크]
[3] Ratcliff WC, et al. 2012. Experimental evolution of multicellularity. Proc Natl Acad Sci USA. 109: 1595-1600. [링크]
[4] Dybas C, and Rinard P. January 16, 2012. Biologists Replicate Key Evolutionary Step in Life on Earth. The National Science Foundation. [링크] : 이 기사는 꼭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본문에 잠깐 언급했지만, 과학적 아이디어는 농담 따먹기 식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번뜩이는 재치가 튀어나올 수 있다.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실험만 밤새 한다고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아이디어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과학적 해결의 실마리는 언제나 끊임없는 생각과 동료 과학자와의 논의 가운데 나올 가능성이 크다.
[5] Madeo F, et al. 2004. Apoptosis in yeast. Curr opin Microbiol. 7: 655-660.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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