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푸투이마(Douglas Futuyma)의 『Evolution』에 나와 있는 진화의 기본 원리(Fundamental principles of evolution)을 번역했다. 그리고 일부 문장에는 시덥지 않은 주석도 붙여 봤다. 보면 알겠지만, 정말 시덥지 않고 알맹이도 없다. 사실 이 부분은 현대 진화 종합(Modern evolutionary synthesis)와 관련된 내용인데, 자세한 사항은 우리의 친구 위키피디아를 참조하거나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의 『진화란 무엇인가?(What Evolution Is)』 등을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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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phenotype (observed characteristics) is different from the genotype (the set of genes in an individual’s DNA); phenotypic differences among individual organisms may be due partly due to genetic differences and partly to direct effects of the environment.

표현형(phenotype, 表現型)(관찰되는 특징)은 유전형(genotype, 遺傳型)(개체 DNA에 있는 유전자 세트)과 다르다. 왜냐하면, 개체(individual 또는 individual organism, 個體) 사이의 표현형 차이는 부분적으로 유전형 차이로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환경의 직접적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생명체의 유전 정보는 DNA라 불리는 물질로 암호화되어 있다. 암호화된 유전 정보는 매우 복잡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단백질로 최종 변환되어 물질대사 과정 등의 생명 현상에 작용한다. (어떤 경우에는 RNA라는 물질이 효소 또는 조절 인자로서 생명 현상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최근 들어 RNA 자체를 기반으로 한 생명 조절 현상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쏟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복잡한 유전자 발현의 다양한 조합이 개체 사이의 표현형 차이를 나타내는 일차적인 원인이 된다. 그런데 원칙만 그렇다. 똑같은 유전자형을 보유한 독립적인 두 개체라 할지라도 자라온 환경이 다르면 표현형도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사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분명한 사실은, 일차적으로 유전자의 중요성은 명확하지만, 여기에 생명체 주변 환경의 영향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Environmental effects on an individual’s phenotype do not affect the genes passed on to its offspring. In other words, acquired characteristics are not inherited.

개체의 표현형에 대한 환경의 영향이 그 자손(子孫)으로 전해지는 유전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획득 형질(acquired characteristics 또는 acquired traits, 獲得形質)은 유전되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가 소위 라마르크 유전(Larmarkian inheritance)라 부르며 알게 모르게 폄하(貶下)하는 “후천적으로 획득한 조상 형질의 후대로의 유전”은 (많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꼬마선충(nematode 또는 학명으로 Caenorhabditis elegans)은 후천적으로 획득한 RNAi 형질을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더불어, 후성 유전(epigenetics, 後生遺傳)도 라마르크 유전이 적용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아마도 열렬한 다윈주의자의 농간[弄奸]이 상당히 작용했다고 추측하지만) 저평가(低評價)를 받고 있는 라마르크에 대한 재평가가 (역사적 측면과 아울러 학술적 측면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다. 물론, 한국에서 어떤지는 나도 잘 모른다.


3. Hereditary variations are based on particles—genes—that retain their identity as they pass through the generations; they do not blend with other genes. This is true of both discretely varying traits (e.g., brown vs. blue eyes) and continuously varying traits (e.g., body size, intensity of pigmentation). Genetic variation in continuously varying traits is based on several or many discrete, particulate genes, each of which affects the trait slightly (“polygenic inheritance”).

유전적 변이(hereditary variation, 遺傳的變異)는 세대를 거치면서 전달되는 그들의 독자성(獨自性)을 존속(存續)시키는 입자(粒子), 즉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다. 왜냐하면,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와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연속적으로 변화하는 형질(예를 들면, 갈색 눈과 파란색 눈),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형질(예를 들면, 몸 크기, 피부색) 모두에 대해서 사실이다. 연속적으로 변하는 형질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genetic variation, 遺傳子變異)는 몇몇 또는 많은 불연속적인 입자 유전자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이들 각각은 그러한 형질에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 (다원 유전[多源遺傳]).


4. Genes mutate, usually at a fairly low rate, to equally stable alternative forms, known as alleles. The phenotypic effect of such mutations can range from undetectable to very great. The variation that arises by mutation is amplified by recombination among alleles at different loci.

유전자는 대개 매우 낮은 비율로 대립 유전자(allele, 對立遺傳子)로 알려진 동일하게 안정한 대체 형태로 돌연변이를 한다. 그러한 돌연변이의 표현형적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고 매우 클 수도 있다. 돌연변이로 발생한 변이는 다른 유전자 좌(locus 또는 loci, 遺傳子座)에 위치한 대립유전자 사이의 재조합(再組合)으로 증폭된다.


5. Evolutionary change is a populational process: it entails, in its most basic form, a change in the relative abundances (proportions or frequencies) of individual organisms with different genotypes (hence, often, with different phenotypes) within a population. One genotype may gradually replace other genotypes over the course of generations. Replacement may occur within only certain populations, or in all the populations that make up a species.

진화적 변화는 집단적인 과정이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개체군(個體群) 내에서 다른 유전자형(이 때문에 종종 다른 표현형을 가지는)을 가지는 개체의 상대적 양(비율[proportion, 比率] 또는 빈도[frequency, 頻度])의 변화를 수반(隨伴)한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하나의 유전자형은 점점 다른 유전자형을 대체(代替)할 것이다. 대체는 오직 어떤 개체군 내 또는 임의의 종을 구성하는 모든 개체군에서 일어날 수 있다.


오직 한 개체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그것이 표현형으로 극명히 드러났다 해서 진화가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의 진화에서 “변화”의 주체(主體)는 개체가 아니라, 개체군이다.


6. The rate of mutation is too low for mutation by itself to shift a population from one genotype to another. Instead, the change in genotype proportions within a population can occur by either of two principal processes: random fluctuations in proportions (genetic drift), or nonrandom changes due to the superior survival and/or reproduction of some genotypes compared with others (i.e. natural selection).

돌연변이율(突然變異率)은 돌연변이 그 자체가 어떤 개체군을 한 유전자형에서 다른 유전자형으로 바꾸기에는 매우 낮다. 대신, 임의의 개체군 내 유전자형 비율 변화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로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은 유전자형 비율의 무작위(無作爲)적 변동(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遺傳的浮動]), 또는 다른 유전자형과 비교했을 때 몇몇 유전자의 우세한 생존(生存) 그리고/또는 생식(生殖)에 기인(基因)하는 작위(作爲)적인 변화(즉,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 自然選擇])이다.


7. Even a slight intensity of natural selection can (under certain circumstances) bring about substantial evolutionary change in a realistic amount of time. Natural selection can account for both slight and great differences among species, as well as for the earliest stages of evolution of new traits. Adaptations are traits that have been shaped by natural selection.

경미(輕微)한 강도(强度)의 자연 선택이라 할지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상당한 진화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자연 선택은 새로운 형질이 진화하는 초기 단계뿐만 아니라 종 사이의 작고 큰 차이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 적응(adaptation, 適應)은 자연 선택이 빚어낸 형질이다.


진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시간”이다. 어떤 이는 우리 자신만의 시간 관념이라는 편협한 잣대로 진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거나 또는 부정하는데, 인간의 시간은 기껏해야 100년이지만 우주의 시간은 약 140억 년 지구의 시간은 약 46억 년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한 장구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날과 같은 종의 다양성을 만끽할 수 있다.


8. Natural selection can alter populations beyond the original range of variation by increasing the frequency of alleles that, by recombination with other genes that affect the same trait, give rise to new phenotypes.

자연 선택은, 동일한 형질에 영향을 주는 다른 유전자와의 재조합으로, 새로운 표현형을 낳는 유전자 좌의 빈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변이의 원래 범위 이상으로 개체군을 변화시킬 수 있다.


9. Natural populations are genetically variable, and so can often evolve rapidly when environmental conditions change.

자연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다양해서, 환경 조건이 변할 때 종종 빠르게 진화할 수 있다.


10. Populations of a species in different geographic regions differ in characteristics that have a genetic basis.

다른 지리적 위치에 서식(棲息)하는 어떤 종의 개체군은 임의의 유전적 기반을 나타내는 특징에서 차이가 난다.


11. The differences between different species, and between different populations of the same species, are often based on differences at several or many genes, many of which have a small phenotypic effect. This pattern supports the hypothesis that the differences between species evolve by rather small steps.

다른 종 사이의 차이와 동일 종인 개체군 사이의 차이는 종종 몇 가지 또는 많은 유전자에 있는 차이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작은 표현형적 영향을 나타낸다. 이러한 양상(樣相)은 종 간 차이는 다소 작은 (변화) 단계를 거쳐 진화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12. Differences among geographic populations of a species are often adaptive, and thus are the consequence of natural selection.

어떤 종의 지리학적 개체군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때때로 적응적이고, 그러므로 (그것은) 자연 선택의 결과이다.


13. Phenotypically different genotypes are often found in a single interbreeding population. Species are not defined simply by phenotypic differences. Rather, different species represent distinct “gene pools”; that is, species are groups of interbreeding or potentially interbreeding individuals that do not exchange genes with other such groups.

표현형이 다른 유전자형은 때때로 단일 이종교배(interbreeding, 異種交配) 개체군에서 발견된다. 종은 단순히 표현형 차이로 정의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종은 뚜렷이 다른 “유전자 풀(gene pool)”을 대표한다; 즉, 종은 이종교배를 하거나, 또는 다른 집단과 유전자를 교환하지 않는 잠재적으로 이종교배할 수 있는 개체의 집단이다.


“종”은 매우 임의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생명체를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종”의 개념도 천차만별이며, 심지어는 “진화생물학” 또는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라 할지라도 세부적으로 받아들이는 종의 개념 또는 기준에 있어서도 (극명한 또는 매우 지엽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즉, 우리가 진화생물학에서 사용하는 분류의 기준은 학문적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정립한 가변적인 개념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개념을 적재적소에 명확히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4. Speciation is the origin of two or more species from a single common ancestor. Speciation usually occurs by the genetic differentiation of geographically segregated populations. Because of the geographic segregation, interbreeding does not prevent incipient genetic differences from developing.

종 분화(speciation, 種分化)는 어떤 단일 공통 조상(common ancestor, 共通祖上)으로부터 둘 또는 그 이상의 종이 기원하는 것이다. 종 분화는 보통 지리적으로 격리된 개체군의 유전적 분화(differentiation, 分化)로 발생한다. 지리적 격리 때문에, 이종교배는 막 시작된 유전적 차이가 진행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


15. Among living organisms, there are many gradations in phenotypic characteristics among species assigned to the same genus, to different genera, and to different families or other higher taxa. Such observations provide evidence that higher taxa arise by the prolonged, sequential accumulation of small differences, rather than by the sudden mutational origin of drastically new “types.”

생명체 사이에는 같은 속(genus, 屬), 다른 속 그리고 다른 과(family, 科), 또는 다른 상위 분류군(taxon 또는 taxa, 分類群)으로 배정된 종(species, 種) 사이의 표현형적 특징에는 많은 단계적 차이가 있다. 그러한 관찰은 상위 분류군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갑작스러운 돌연변이가 기원이 된 것이 아니라 작은 차이가 지속적이며 연속적으로 축적(蓄積)해 생겨났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16. The fossil record includes many gaps among quite different kinds of organisms. Such gaps may be explained by the incompleteness of the fossil records. But the fossil record also includes examples of gradations from apparently ancestral organisms to quite different descendants. These data support the hypothesis that the evolution of large differences proceeds incrementally. Hence the principles that explain the evolution of populations and species may be extrapolated to the evolution of higher taxa.

화석 기록에는 매우 다른 종류의 생명체 사이의 불연속이 존재한다. 그러한 불연속은 화석 기록의 불완전함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화석 기록에는 명백히 조상 생명체부터 매우 다른 자손까지의 점진적인 변화에 대한 사례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는 큰 차이의 진화는 (그 자체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그러므로 개체군과 종의 진화를 설명하는 원리(原理)로 상위 분류군의 진화를 추정(推定)할 수 있다.


발췌 및 정리를 위한 참고 서적


『Evolution』. Douglas J. Futuyma. Sinauer Associates Inc. 2005. pp.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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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란 무엇인가?

2012. 8. 14. 16:42 from 공부 관련


진화(evolution, 進化)란 용어는 17세기 무렵 “말려 있는 것을 펼치다(an opening of what was rolled up)”란 뜻의 라틴어 명사 'evolutionem' 또는 '책 등을 펼치다(unrolling [of a book])'란 뜻의 라틴어 동사 'evolvere'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진화라는 용어는 사전적으로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하여 감”을 뜻하는데, 여기에는 어떤 대상이 ‘변화’, ‘발달’, ‘향상’ 등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말은 매우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실제로 ‘진화’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다. 바로 ‘변화’다. 우리는 진화를 다루는 데 있어서 오직 이 한 가지 사실만은 머릿속에 반드시 담아두어야 한다. 진화란 용어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천체물리학에서는 별과 같은 개별적 대상의 변화를 묘사하는 데 진화란 말을 사용하며, 뭔가 잘못된 길로 빠진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에서 비롯한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 社會進化論)에서 진화는 어떤 사회의 변화와 모습을 해석하기 위해 진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생명과학이라고 해서 진화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어떤 특별함이 있지는 않다. 다만, 용어가 가리키는 구체성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생명과학에서는 진화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생물학적 진화(biological evolution) 또는 유기적 진화(organic evolution)란 여러 세대(generation, 世代)를 경과하는 동안에 생물집단(biological population, 生物集團)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변화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진화의 주체가 개체(individual, 個體)가 아닌 집단 또는 개체군(population, 個體群)이란 사실이다. 생명과학에서 개별 생명체의 발달(development, 發達) 또는 개체발생(ontogeny, 個體發生)은 진화로 간주하지 않는다. 더불어 단순히 한 개체에 어떤 유전적 또는 형질 변화가 단기적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자면, 생물학적 진화에서 개체는 진화하지 않으며 오직 개체군이라 불리는 특정 집단만이 진화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다윈의 말을 빌리자면, 개체군이라 불리는 생명체 집단만이 "변형이 수반된 혈통" 또는 "변형의 대물림"(descent with modification)이라는 과정을 겪는다. 사실, 진화의 오랜 과정을 겪는 동안 개체군은 몇 개로 나뉠 수도 있으며, 몇몇 개체군은 공통조상 개체군(common ancestral population, 共通祖上個體群)에서 파생(派生)한다. 만일 그 몇몇 개체군에서 어떤 다른 변화가 발생한다면, 그 개체군은 분기(divergence, 分岐)한다. 이런 식으로 생명체는 (적어도 오늘날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하나의 균일한 또는 균일하다고 여겨지는 어떤 개체군에서 현재와 같은 셀 수 없이 다양한 종의 풍요로움을 갖추게 되었다.


진화로 간주할 수 있는 개체군 내 변화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유전물질(genetic material, 遺傳物質)을 통해 전달된다. 오늘날 생명체에서는 DNA라 불리는 물질이 이러한 유전물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생물학적 진화는 때로는 사소할 수도 있고 본질적일 수도 있다. 이것은 어떤 개체군 내에서 유전자 형태 차이와 같은 표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매우 작은 변화에서부터 최초의 생명체에서 공룡, 꿀벌, 참나무 그리고 인간에 이르게 되는 다양한 변화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명의 진화를 단기간에 관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어떤 변이(variation, 變異)가 누적해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새로운 종(species, 種)으로 분기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進化生物學)은 그런 장구한 시간의 역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비록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진화의 점진적 과정을 실험실에서 구현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진화를 관찰할 방법이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다.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耐性), 가끔 보고되는 새로운 종의 갑작스러운 발견(또는 출현), 인간의 시간관념으로도 측정할 수 있고 이해 가능한 (그래도 어느 정도 긴 시간이 흘러야 하는) 진화의 단편적 결과물,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화석 등등. 어떤 면에서 자연은 인간이 자신의 역사를 알지 못하도록 세월의 풍화작용(風化作用) 속에 자신의 일대기를 엄격하게 봉인하기도 했지만, 다른 측면에서 시간의 역사는 인간 또는 인간과 비슷한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가 한시라도 빨리 자신을 발견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것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학 아닐까?


발췌 및 정리를 위한 참고문헌


[1] 『진화학』. 더글라스 푸투이마(Douglas J. Futuyma) 저 / 김상태 외 8인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08년. 1~2쪽.
[2] 『Evolution』. Douglas J. Futuyma. Sinauer Associates Inc. 2005. p.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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