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는 말

이 글은 2007년 『Biochimica et Biophysica Acta』라는 학술저널(research journal)에 게재된 인간 프리온 병(human prion disease)에 관한 소개 논문(review article)이다. 논문의 제목은 「Update on human prion disease」이며, 저자는 영국 University of College London의 Jonathan Wadsworth와 John Collinge이다. 글이 좀 긴 관계로 한번에 모든 번역 내용을 올리지 않고, 시간이 나는 대로 몇 차례 나눠서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다. 의학과 생물학과 관련된 전문 용어가 많아서, 각 용어는 "괄호 ()" 안에 영어와 한자로 같이 표기했다. 본문 안에 [숫자]로 표시한 부분은 논문 원본에 기재된 참고문헌 번호이며, <숫자>로 표시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번역하면서 추가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따로 주석처리한 것이다(물론 지금은 번역하느라 바빠서 하나도 없다. 나중에 주석을 달 예정이다. 나중에 ... 나중에 ... 나중에 ...). 혹시라도 이 글을 인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원 논문 <Wadsworth JDF, and Collinge J. 2007. Update on human prion disease. Biochim Biophys Acta 1772: 598-609>을 참조했음을 명시하기 바란다. [링크] 그리고 내 번역이 도움되었다면 "나의 번역이 도움되었음"을 표현해주는 것도 고맙긴 하겠다. 난 개인적으로 연구저작물에는 '저작권'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누가 저작권 가지고 딴지를 건다면 ... 저작권은 ... 저작권은 ... 저작권은 .... 저작권은 .... 나도 잘 모르겠다.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겠다.

어쨌든, 나는 생물학(그것도 바이러스학) 전공이기는 하지만, 프리온[영어권에서는 프라이언이라고 발음하는 것 같은데, '프라이언'인지 '프라이온'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난 미국인이 아니니까]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다. 그래서 광우병과 관련된 의학적·생물학적 지식을 습득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작업을 계획했고, 나 혼자만 알기엔 좀 아쉬운 감이 있어서 내가 번역한 논문 내용을 블로그에 공개하기로 했다. 나도 모르는 부분이 많으므로 번역에 미흡한 점이 많겠지만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앞으로 이 논문은 계속 업데이트될 것이다. 특히 용어와 관련된 부분은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앞으로 주석을 계속 덧붙일 예정이다. 참고로, 번역 #2[링크], 번역 #3[링크], 번역 #4[링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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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Introduction)

프리온 병(prion disease)은 치명적인 불치성 신경변성질환(incurable neurodegenerative disease, 不治性神經變性疾患)으로 인간에게 발병하는 것으로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 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 게르스트만-슈트로이슬러-샤인커 병(Gerstmann–Straüssler–Scheinker disease, GSS),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fatal familial insomnia, FFI), 변형 CJD(variant CJD, vCJD), 쿠루(Kuru) 등이 있다 [1, 2]. 이 질병의 주요 특징(central feature)은 체내에서 인코딩(encoding)하는 세포 단백질인 PrPC가 비정상적인 이소형(isoform)인 PrPSc로 번역 후 전환(post-translational conversion)하는 것이다 [1, 2] 이러한 전이(transition, 轉移)는 분자 수준에서 나타나는 공유결합 수정(covalent modification)보다는 단지 형태 변화(conformational modification)로 나타나며, 그 결과로 PrPC에 단백질 효소 분해(proteolytic degradation)에 대한 부분적인 저항성(resistance, 抵抗性)과 세제 불용성(detergent insolubility, 洗劑不溶性)이 나타난다. 인간 프리온 병은 (1) 생식세포 수준에서 프리온 유전자(PRNP)에 돌연변이(mutation, 突然變異)가 발생해 후대에 유전되어(inherited) 나타나거나, (2) 프리온에 감염된 조직이 접종(inoculation, 接種)이나 음식물 섭취(dietary exposure)를 통한 감염(infection, 感染), (3) PrPSc를 만드는 보기 드물게 산발적인 사건 때문에 발병한다 [2, 3, 4]. 유일하지는 않지만, 비정상적인 PrP 이소형이 전염성 감염 인자(transmissible infectious agent) 혹은 프리온의 주요 성분(principal components)임을 지지하는 많은 증거가 있다 [1, 2, 5, 6]. 뇌에 PrPSc 축적을 수반하는 신경변성의 메커니즘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지만 [7], 단백질 분해효소 복합체(proteasome)의 기능 저해에 관여하는 세포 자살 메커니즘(apoptotic mechanism)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많은 증거가 있다. [8] 프리온의 종류(strain, 種類)와 분리주(isolates, 分離株)가 많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프리온 증식(prion propagation)에 대한 단백질 유일 모델(protein-only model)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떻게 단백질 유일 감염 인자(protein-only infectious agent)가 사람에게 개별적인 질병 표현형(disease phenotype, 疾病表現型)을 나타낼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프리온 계통 다양성(prion strain diversity)은 PrP 자체 내에서 인코딩되며, 인간 프리온의 표현형 다양성(phenotypic diversity, 表現型多樣性)은 비정상적인 PrP 이소형의 물리화학적 성질(physicochemical property)을 달리하는 것과 관계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실험적 증거가 현재 많이 제시되고 있다 [9-18].

2. 인간 프리온 병의 병인(etiology, 病因)과 임상적인 특징(clinical features)

인간 프리온 병은 발병원인에 따라 (1) 유전성(inherited), (2) 산발성(sporadic), (3) 후천성(acquired)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2]. 뚜렷한 병인(distinct etiologies)을 보이는 인간 프리온 병은 개별적 질병단위(disease entities, 疾病單位)라기보다, 지금은 임상병리학적 증후군(clinico-pathological syndromes, 臨床病理學的症候群)으로 나타나는 넓은 범위의 임상증상(clinical presentations 혹은 clinical symptoms)과 연관해 있다 [3, 4, 19].

3. 산발성 CJD(sporadic CJD, sCJD)

인간 프리온 병으로 보고된 사례(case, 事例) 가운데 약 85% 정도가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CJD이며,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백만 명당 1-2명꼴로 남녀 동등한 빈도로 발생한다 [20, 21]. sCJD 발병 원인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체세포 내 PRNP 유전자 돌연변이(somatic PRNP mutation)로 인한 발병과 [20, 22, 23] 매우 드문 확률적 사건(rare stochastic event)으로 PrPC가 자발적으로 PrPSc로 전환해서 발병한다는 가설이 제안되었다 [22]. PrP 단백질의 129번 위치에서 나타나는 다형성(polymorphism, 多形性)[여기에 메티오닌(methionine, 약어로 M)이나 발린(valine, 약어로 V)이라는 아미노산이 위치한다]은 프리온 병에 대한 감수성(susceptibility, 感受性)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21, 24-28]. 약 38%의 유럽인이 메티오닌 대립 형질(allele, 對立形質)에 대해 동형 접합자(homozygote, 同型接合子)며[MM형이라고 부른다], 11%가 발린에 대한 동형 접합자[VV형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머지 51%가 이형 접합자(heterozygote, 異型接合子)다. PRNP 유전자 129번 코돈(codon)의 동형 접합성(homozygosity, 同型接合性)은 sCJD와 후천성 CJD로 발병할 가능성을 높인다. [21, 24-28] 대부분의 sCJD는 이러한 다형성에 대해 동형 접합성을 보이는 사람에게 발생한다. 이런 감수성 인자(susceptibility factor, 感受性仁慈)는 후천성 CJD와도 관계가 있는데,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연구된 임상 사례에서 vCJD는 PRNP 유전자의 129번 코돈에서 메티오닌에 대한 동형 접합성[즉, MM형]이었다. 또한, PRNP 유전자 감수성 단상형(PRNP susceptibility haplotype, -感受性單相型)이 확인되었는데, 이것은 PRNP 유전자좌(locus, 遺傳子座) 혹은 그 주변에 sCJD에 대한 또 다른 유전적 감수성(genetic susceptibility)이 있음을 뜻한다 [29, 30].

전형적인 sCJD(classical sCJD)는 간대성 근경련증(myoclonus, 間代性筋痙攣症)을 동반한 급진행형 다초점성 치매(rapidly progressive multifocal dementia, 急進行形多焦點性癡呆) 증상을 보인다. 보통 45-75세 연령대에서 병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86세의 중위연령(median age, 中位年齡)에서 사망한다 [21]. 발병 몇 주 후에 무운동 함구증(akinetic mutism, 無運動緘口症)으로 발전하며 5개월의 중위 지속기간(median disease duration, 中位持續期間)을 거친다 [21]. 사례의 대략 3분의 1에서 나타나는 전구증상적 특징(prodromal features, 前驅症狀的特徵)으로 피로(fatigue), 불면증(insomnia), 우울(depression), 체중감소(weight loss), 두통(headaches), 전신권태(general malaise), 불분명한 통증지각(ill-defiend pain sensations, -痛症知覺) 등이 나타난다. 의식저하(mental deterioration, 意識低下) 및 간대성 근경련증과 함께 추체외로 징후(extrapyramidal signs, 錐體外路徵候), 소뇌실조(cerebellar ataxia, 小腦失調), 추체로 징후(pyramidal signs, 錐體路徵候), 피질맹(cortical blindness, 皮質盲)과 같은 부수적인 신경학적 특징(neurological features)도 자주 나타난다. CJD에만 특이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14-3-3 단백질, 신경에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에놀라제(neuronal-specific enolase, NSE), 그리고 S-100이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腦脊髓液)에 많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적절한 임상 상황(clinical context)에서는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1, 31-36]. 심전도(electroencephalogram, EEG, 心電圖) 검사를 통해서도 진단에 도움이 될 만한 특징적인 유사주기성의 가파른 파동 활동(pseudoperiodic sharp wave activity)이 측정될 수 있지만, 전체 임상 사례의 약 60%에서만 나타난다 [21].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확산강조 자기공명영상(diffusion-weighted magnetic resonance imaging, diffusion-weighted MRI)에서 측정한 피질 신호 변화(cortical signal changes)는 CJD 진단에 매우 도움이 된다 [37-42]. CJD에 대한 신경병리학적 확인(neuropathological confirmation)은 해면체 변화(spongiform change, 海綿體變化), 신경손실(neuronal loss, 神經損失), 그리고 별아교세포증(astrocytosis, -牙細胞症)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PrP 아밀로이드 반점(amyloid plaques, - 斑點)은 보통 CJD에서 나타나지 않지만 [43], 면역조직화학법을 이용한 PrP 검사(PrP immunohistochemistry) 결과는 거의 항상 양성(positive, 陽性)으로 나온다 [43-45].

sCJD의 비정형적 형태(atypical forms, 非定型的形態)는 잘 알려졌다. CJD 사례의 10%가 2년 이상 지속하는 장기간 임상 경로(prolonged clinical course)을 보인다 [46]. CJD 사례의 약 10%에서 인지장애(cognitive impairment, 認知障碍)보다는 소뇌실조(cerebellar ataxia, 小腦失調)가 나타나는데, 이런 경우는 운동실조성 CJD(ataxic CJD)라고 부른다 [47]. CJD의 하이덴하인 변종(Heidenhain’s variant of CJD)은 후두엽(occipital lobes, 後頭葉)의 중증병발(severe involvement, 重症竝發)을 동반한 피질맹(cortical blindness, 皮質盲)이 우세하게 나타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일본에서 주로 임상 사례가 보고된 CJD의 범뇌염형(panencephalopathic type, 汎腦炎形)은 회백질(gray matter, 灰白質)의 해면체 공포형성(spongiform vacuolation, 海綿體空胞形成)을 동반한 대뇌백질(cerebral white matter, 大腦白質)의 광범위한 변성(extensive degeneration)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47-49]. CJD의 근위축성 변종(amyotrophic variants, 筋萎縮性變種)은 발병 초기에 중증 근육쇠약(muscle wasting, 筋肉衰弱)이 나타난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근위축증(amyotrophy, 筋萎縮症)을 동반한 치매(dementia, 癡呆) 사례 대부분은 실험적으로 전염되지 않았으며, CJD와 관련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50,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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