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Evolution』 Ch. 7. 생물다양성의 진화 (1)



7.2 현생누대를 아우르는 분류학적 다양성



그림 7.3 (A) 현생누대 동안 존재한 골격이 있는 해양동물 과(科)의 분류학적 다양성. [지질학의 기(period, 紀)를 세분한 것으로 대부분이 5백만~6백만 년인] 지질학적 조(stage, 組) 각각에 [자료 분석을 위해] 입력된 분류군 수는 이들의 알려진 존속 시기가 바로 그 조(組)를 포함하는 모든 분류군을 포괄한다. 파란색 곡선은 드물게 보존된 과(科)를 포함하며, 검은색 곡선은 더욱 신뢰할만한 화석기록을 가진 과(科)만 나타낸다. 화석으로 드물게 보존된 것을 포함해 약 1천9백 종류에 달하는 해양동물 과(科)가 오늘날 생존해 있다. (B) 둘 이상의 조(組) 사이의 경계를 가로질러 존재하는 것만을 집계한 25,049가지의 골격이 있는 해양동물 속(屬)에 대한 분류학적 다양성. 단일 조(組)에서만 존재했던 속(屬)은 배제했다. 검은색 곡선은 [현세에도 출현했다고 알려진 속은 제외하고] 오직 화석으로만 대표되는 속의 다양성을 나타낸다. [A after Sepkoski 1984; B after Foote 2000a]. *


* 그림의 지질시대 약자는 다음과 같다. Є, 캄브리아기; O, 오르도비스기; S, 실루리아기; D, 데본기; C, 석탄기; P, 페름기; Tr, 삼첩기; J, 쥐라기; K, 백악기; T, 제3기; Q, 제4기.



가장 완전한 화석기록은 [껍질이나 골격처럼] 딱딱한 부분을 가진 해양동물이 남겼다. 잭 셉코스키(Jack Sepkoski)는 현생누대의 5억 4천2백만 년 동안을 통틀어 존재했던 골격을 가진 해양동물 과(科) 4천 종류 이상과 해양동물 속(屬) 2만 종류 이상의 층서 범위(stratigraphic range, 層序範圍)에 관한 자료를 고생물학 문헌에서 수집했다 [Sepkoski 1984; Sepkoski 1993]. 셉코스키가 만든 현생누대에 살았던 과(科)의 다양성을 나타낸 도표를 보면 전체적으로 캄브리아기와 오르도비스기에 다양성이 빠르게 증가했고, 고생대 나머지 시기에는 안정적이었으며, 중생대와 신생대를 통틀어서는 꾸준히 증가했는데, 신생대 제4기 후기 때 다양성이 정점에 달했다 [그림 7.3A]. 이러한 양식은 대멸종 사건으로 비롯된 다양성의 감소로 중단된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하나의 조(組)에 기록된 분류군과 현세(現世) 분류군 때문에 발생하는 편향 효과에 대해 자료를 보정한다면, 전체적인 양식은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그림 7.3B]. 편향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충분히 고려됐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일부 연구자는 고생대의 다양성이 셉코스키의 자료가 가리키는 것보다 고생대 이후 수준과 더 비슷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Alroy et al. 2001]. 이러한 질문은 계속해서 왕성한 연구 주제가 되고 있다.



그림 7.4 (A) 곤충류 과(科) 숫자의 변화, (B) 육상 관다발식물류의 종 수의 변화, 그리고 (C) 바다에서 살지 않는 사지 척추동물류 과 수의 변화. [A after Labandeira and Sepkoski 1993; B and C after Benton 1990.]



육지에서도 또한 다양성은 증가해왔다. 곤충류의 과(科) 수는 페름기 이후로 줄곧 꾸준히 증가했지만 [그림 7.4A], 현화식물류, 조류, 포유류 등의 다양화는 백악기 중기 이후 관다발식물과 [그림 7.4B] 육상 척추동물의 [그림 7.4C] 다양성이 극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7.2.1 출현속도와 멸종속도



그림 7.5 현생누대의 107개 조(組)에서 발견되는 해양동물 속(屬)의 출현속도를 백만 년 당 하나의 속에서 기원하는 새로운 속의 수로 나타냈다. 조(組) 사이의 경계를 가로질러 출현한 분류군만 집계했다. [After Foote 2000a].



그림 7.6 현생누대 동안 존재했던 해양동물 과(科)의 멸종속도를 백만 년 당 과의 수로 나타냈다. 굵은 회귀선(regression line, 回歸線)은 파란색 점에 잘 들어맞는데, 이 점은 백만 년당 8번 이하의 멸종을 나타낸다. 배후집단(背後集團)에서 상당히 벗어난 붉은색 점은 (1) 오르도비스기, (2) 데본기, (3) [페름기 말 멸종으로 잘 알려진] 페름기, (4) 삼첩기 그리고 (5) [K/T 멸종으로 알려진] 백악기 등의 각 지질시대 말엽에 일어났던 다섯 번의 주요 대멸종 사건을 나타낸다. [After Raup and Sepkoski 1982.]



삼첩기 이후 해양동물 분류군의 출현속도는 멸종속도보다 컸으며 그 결과로 중생대와 신생대 동안 다양성이 증가했지만, 두 속도는 현생누대의 역사를 통틀어 변동해왔다. 새로운 과(科)의 출현속도는 동물진화가 처음으로 기록된 캄브리아기와 오르도비스기, 그리고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 삼첩기 초기 때 최고조에 달했다 [그림 7.5]. 멸종속도는 극적일 정도로 달랐다. 그러한 차이는 대멸종(大滅種)이라 불리는 수많은 분류군이 예외적으로 멸종했던 사건과 “일반적인” 멸종 또는 배경멸종(background extinction, 背景滅種)이라 불리는 시기 사이에 있다 [그림 7.6]. 오르도비스기 말, 데본기 후기, [페름기 말 멸종이라 불리는] 페름기/삼첩기(Permian/Triassic 또는 P/Tr) 경계, 삼첩기 말, 그리고 [K/T 멸종이라 불리는] 백악기/제3기(Cretaceous/Tertiary 또는 K/T) 경계에 일어났던 다섯 번의 대멸종이 일반적으로 알려졌지만, 이 밖에도 상당이 높은 멸종속도를 나타냈던 사건이 일부 있었다.


식물과 동물 모두에서 높은 출현속도를 [또는 종분화속도를] 보이는 분류군은 또한 높은 멸종속도를 나타낸다 [Niklas et al. 1983; Stanley 1990]. 즉, 이들 분류군은 높은 회전율(turnover rate, 回轉率)을 가진다. 예를 들어, 출현속도 S와 멸종속도 E는 복족류(腹足類)나 쌍각류(雙殼類)보다 암모나이트류와 삼엽충류에서 더 높다. 멸종속도와 출현속도 사이의 이러한 상관관계에 대한 가능한 몇 가지 이유가 다음과 같이 제시되었다 [Stanley 1990; 16장 참조].

  1. 생태적 분화 정도. 생태적으로 분화된 종은 일반적인 종보다 환경변화에 더 취약할 수 있다 [Jackson 1974]. 이들 종은 일반적인 종보다 더욱 드문드문 분포해 있으므로 종분화가 더욱 잘 일어날 수 있으며, 새롭게 형성된 종은 서로 다른 자원에 대해 특화되어 다른 종과의 경쟁을 피함으로써 더 잘 존속할 수 있다.
  2. 개체군 동태(population dynamics, 個體群動態). 개체군 크기가 작거나 변동을 거듭하는 종은 특히 멸종하기 쉽다. 일부 학자는 작거나 변동이 심한 개체군 크기로 종분화가 심화된다고 믿지만, 이러한 가설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3. 지리적 범위. 지리적으로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종은 한 지역의 환경변화로는 절멸하지 않으므로 멸종의 위험성이 더욱 낮은 경향이 있다. 이러한 종은 종분화속도 또한 낮은데 [Jablonski and Roy 2003], 아마도 이들의 확산 능력이 매우 높기 때문일 것이다.

높은 출현속도와 멸종속도를 나타내는 구성 종을 가진 분류군은 매우 “불안정해서” 다양성의 변동이 심하고, 결과적으로 멸종하기도 쉽다. 그러한 많은 종의 초기 멸종은 현생누대를 통틀어 나타나는 출현속도와 멸종속도의 장기적인 감소와 같은 완전히 설명되지 않은 현상의 이유를 밝히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Foote 2000b; 그림 7.57.6 참조].


출현속도와 멸종속도는 종 사이의 상호작용이 다양성을 안정시키는 경향이 있었다는 근거의 원천이 된다. 마이크 푸트(Mike Foote)는 한 조(組)에서 다른 조(組)로 넘어갈 때 단위 출현속도 S와 단위 멸종속도 E변화와 관련된 현생누대 퇴적층 기록인 107가지 조(組) 각각에 나타나는 해양동물의 다양성 변화를 조사했다 [Foote 2000b]. 그는 출현속도 S가 증가할 때 다양성이 더욱 증가하며, 멸종속도 E가 증가할 때 다양성이 더욱 감소함을 발견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고생대 동안에는 멸종이 출현보다 다양성 변화에 더 심오한 영향을 미쳤지만, 중생대와 신생대 동안에는 새로운 종의 출현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림 7.7 쥐라기 중기에서 신생대까지 지질학적 조(組)의 다양성 D와 기원속도의 변화 ΔS 및 멸종속도의 변화 ΔE 사이의 상관성. 각 점은 두 상관관계를 나타내는데, 이들 각각은 [“직접적인” 상관관계로 값이 0보다 큰] 양의 상관관계 또는 [“역”(逆)의 상관관계로 값이 0보다 작은] 음의 상관관계일 수 있다. 높은 다양성은 멸종속도의 증가와 [다양성 증가의 다양성 의존적 감소에 대한 증거인] 출현속도의 감소와 관련해 있다. [After Foote 2000b].







그러고 나서 푸트는 매 지질시대가 시작할 때의 다양성과 그 시기와 이전 시기 사이의 출현속도와 멸종속도의 변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만일 이들 속도의 변화가 다양성 의존적이라면, 다양성이 출현속도와는 음의 상관관계에 있으며 멸종속도와는 양의 상관관계에 있음을 기대할 수 있다. 예상한 관계가 발견되었으며, 이러한 결과는 종 사이의 경쟁과 같은 다양성 의존적 요인이 평형상태 근처에서 다양성을 안정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가설을 강력히 지지했다 [그림 7.7].




그림 7.8 해양 화석기록에 나와 있는 세 가지 “진화적 동물상”의 다양성에 관한 역사로, 주요 형태를 나타낸 그림이 포함되었다. [세 가지 다양성 개요가 합쳐져 그림 7.3A의 전체적인 다양성 개요를 낳는다.] [After Sepkoski 1984.] *


* [용어설명] class Trilobita, 삼엽충강(三葉蟲綱); class Inarticulata, 무관절강(無關節綱); class Hyolitha, 히올리타강(-綱); superclass Monoplacophora, 단판상강(單板上綱); class Eocrinoidea, 에오크리노이데아강(-綱); class Stenolaemata, 협후강(狹喉綱); class Stelleroida 또는 class Stelleroidea, 불가사리강(-綱); class Articulata, 유관절강(有關節綱); class Crinoidea, 바다나리강(-綱); class Anthozoa, 산호충강(珊瑚蟲綱); class Cephalopoda, 두족강(頭足綱); class Bivalvia, 이매패강(二枚貝綱), class Echinoidea, 성게강(-綱); class Gastropoda, 복족강(腹足綱); subphylum Crustacea, 갑각아문(甲殼亞門); superclass Osteichthyes, 경골어상강(硬骨魚上綱).



같은 맥락에서 셉코스키는 현생누대 동안 바다를 우점(優占)했던 분류학적으로 서로 다른 주요 “진화적 동물상”을 통계적으로 구분했다 [Sepkoski 1984; 그림 7.8]. 마치 이들이 세 종의 개체군인 것처럼 이들 동물상 사이에서의 경쟁을 모델링 함으로써 셉코스키는 세 동물상 각각에 속하는 과(科) 다양성의 증가와 감소가 다양성 의존적인 경쟁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관찰 결과는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왜 출현속도와 멸종속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까? 다양성 의존적 요인이 다양성을 안정화하는 경향이 있다면 왜 다양성은 페름기 말 멸종 이후 꾸준히 증가할 수 있었나? 생명의 역사에서 대멸종이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생명체의 멸종과 출현을 자세히 살핀다면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으리라.


7.2.2 멸종의 원인


멸종은 한때 생존했던 거의 모든 종(種)의 운명이었지만, 그 특정 원인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생물학자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 실패가 멸종의 원인이라는 데 동의한다. 현존 개체군과 종(種)에 관한 생태학적 연구는 멸종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단연코 서식지 파괴를 지목했으며, 외부에서 유입된 포식자, 질병, 경쟁자 등 때문에 멸종이 일어난 몇몇 사례가 기록되었다 [Lawton and May 1995].


어떤 종이 서식하는 환경이 나빠지면 일부 개체군은 멸종할 수 있으며, 만일 이전에 생존에 적합하지 않았던 장소가 그 지역에 정착한 종이 새로운 개체군을 형성하기에 적합해지지 않다면 그 종이 분포하는 지리적 범위는 축소된다. 환경변화가 개체군 감소의 원인이라면, 이들 개체군의 [그리고 아마도 전체 종의] 생존은 적응적인 유전자 변화에 달려 있다. 이러한 유전자 변화가 멸종을 막기에 충분한지는 환경이 [고로 최적의 표현형이] 형질이 진화하는 속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에 좌우된다. 진화속도는 돌연변이가 유전자 변이를 제공하는 속도와 개체군 크기에 좌우될 수 있는데, 작은 개체군일수록 돌연변이가 덜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체군 크기를 줄이는 환경변화는 그러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도 또한 줄인다 [Lynch and Lande 1993]. 온도와 같은 한 가지 환경 요인의 변화는 군집의 종 구성과 같은 다른 요인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종의 생존은 소수 또는 많은 형질의 진화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무생물적·생물적 변화 모두가 의심할 바 없이 멸종을 일으켰다. 예를 들어, 선신세 동안 쌍각류와 복족류의 멸종속도는 주로 북반구 바다에서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는 멸종의 개연성 있는 원인인 기온의 저하와 일치한다 [Sepkoski 1996b]. 우리는 이 장 후반부에서 멸종에 대한 경쟁의 역할을 논할 것이다.


7.2.3 멸종속도의 감소


생명체의 혈통이 환경에 더 잘 적응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멸종에 대해 더욱 저항성을 띈다고 기대하는 것은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자연선택으로 말미암아 종이 환경변화에 대비할 수 없으므로 진화이론은 이러한 일을 반드시 예측하지 않는다. 만일 멸종을 일으킬만한 환경변화의 가짓수가 많다면, 한 변화에서 다른 변화로 “멸종 저항성”이 많이 이어지길 기대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어떤 시간 t에서 어떤 종이 [또는 상위 분류군이] 멸종할 확률은 그것이 오래되었든 [즉, 시간 t보다 오래전에 출현했든] 또는 오래되지 않았든 [즉, 시간 t에서 얼마 안 된 시기에 출현했든] 상관없이 우리는 동일하다고 기대해야 한다.



그림 7.9 분류학적 생존 곡선. 각 곡선 또는 일련의 점은 분류군이 출현한 지질시대와 상관없이 주어진 시기 동안 화석기록에 존속하는 분류군의 수를 나타낸다. (A) 가설 생존 곡선. 멸종할 확률이 일정하면 반(半)로그도표(semilogarithmic plot)에서 곡선은 직선이다. 멸종할 확률이 분류군의 연령에 따라 감소하면, 적응으로 멸종의 장기간 확률이 낮춰졌을 때 나타나는 것처럼 곡선은 오목해진다. (B) 암모나이트류 과(科)와 속(屬)의 분류학적 생존 곡선. [B after Van Valen 1973.]



화석기록에 나타난 분류군의 멸종은 서로 다른 기간에 생존한 부분을 [즉, 이들이 멸종한 연령을] 도표에 나타냄으로써 분석할 수 있다. 멸종할 확률이 연령에 좌우되지 않는다면, 연령이 점점 오래될수록 생존하는 분류군의 비율은 [마치, 방사성 붕괴에서 “살아남은” 모원자(母原子) 비율처럼]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다 [그림 4.2 참조]. 이러한 경향을 로그도표로 나타냈을 때, 곡선은 직선이 된다. 만일 분류군이 오래되면서 멸종의 원인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진화가 일어난다면, 로그도표는 위쪽으로 볼록해지며 길게 이어질 것이다 [그림 7.9A].


리 반 밸런(Leigh Van Valen)이 이런 식으로 분류군의 생존을 분석했을 때 다소 직선 형태의 곡선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멸종할 확률이 대략 일정함을 의미한다 [Van Valen 1973; 그림 7.9B]. 생명체가 계속해서 새로운 환경변화의 공격을 받고 각각이 멸종의 위험을 안고 있다면, 이것은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반 밸런이 제시한 가능성 가운데 하나는 어떤 분류군이 놓인 환경이 다른 분류군의 진화 때문에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붉은 여왕 가설(Red Queen hypothesis)을 제안했으며, 이 가설은 루이스 캐롤(Lewis Carroll)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처럼 각각의 종(種)이 단지 같은 장소에 계속 머무르려면 [즉, 생존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달려야 하는데 [즉, 진화해야 하는데], 그 이유가 이들의 경쟁자, 포식자, 기생자 등도 계속 진화하기 때문이라고 서술한다. * 그렇게 하는 게 실패할 수 있다는 대략 일정한 기회가 항상 있다.


* 루이스 캐롤(Lewis Carrol)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의 속편이다.


멸종에 대한 저항성이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해서 진화한다고 기대하지 않는다면, 현생누대 동안 나타난 배경멸종속도의 감소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림 7.6 참조]? 한 가지 가설은 과(科)당 평균적인 종(種) 수가 오랫동안 증가해왔다는 관찰을 토대로 한다. 규모가 작은 과보다는 규모가 큰 과에서 모든 종이 멸종에 굴복하는 데 아마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이러한 증가는 멸종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Flessa and Jablonski 1985]. 또 다른 가능성은, 우리가 앞서 살펴보았듯이, [확산 능력이나 서식지처럼] 특징적인 형질 때문에 본질적으로 멸종하기 더 쉬운 상위 분류군이 현생누대 초기에 제거되었다는 것이다. [갯나리 등의] 바다나리류와 [개맛(lamp shell) 등의] 완족류 같은 고생대 동물상을 우점(優占)했던 분류군 대부분은 고생대 이후를 우점했던 [대합조개 등의] 쌍각류와 [달팽이 등의] 복족류 같은 다른 종류의 분류군과 비교했을 때 높은 멸종속도와 회전율을 특징적으로 보였다 [Erwin et al. 1987].


7.2.4 대멸종



그림 7.10 페름기 말 대멸종 (A) 직전과 (B) 그 이후의 고대 해저를 재구성한 그림. 천공성(穿孔性), 표생성(表生性), 유영성(遊泳性) 생명체로 구성된 풍부한 동물상이 거의 완전히 절멸했다. [Artwork © J. Sibbick.]



멸종의 역사는 앞에서 열거한 다섯 번의 대멸종으로 두드러진다. 페름기 말 멸종이 가장 극적이었는데 [그림 7.10], 해양생물 과(科)의 약 54%, 해양생물 속(屬)의 약 84%, 그리고 해양생물 종(種)의 약 80~90%가 사라졌다 [Erwin 1993]. 육지에서는 식물군에서 주요 변화가 일어났고, 몇몇 곤충 목(目)이 멸종했으며, 페름기 이전까지 지구를 지배하던 양서류와 수궁류(獸弓類)가 [포유류의 조상을 포함하는] 수궁류의 새로운 분류군과 [공룡의 조상을 포함하는] 이궁류(二弓類)로 대체됐다. 영향을 받은 분류군의 비율 측면에서 봤을 때 두 번째로 가장 격렬했던 대멸종은 오르도비스기 말에 일어났다. 덜 격렬했지만 훨씬 더 유명한 것으로 K/T 멸종 또는 백악기 말 멸종이 있는데, 이 사건은 [조류를 제외한] 공룡을 포함한 많은 해양·육상 동식물의 죽음이 특징이다.


대멸종의 원인. K/T 멸종은 소행성이나 커다란 운석과 같은 외계 물체의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다는 월터 앨바레즈(Walter Alvarez)와 그의 동료가 처음 제안한 실로 극적인 가설 때문에 유명하다 [Alvarez et al. 1980]. 이들은 외계 물체가 대기권에 자욱한 먼지를 드리울 정도로 충분히 강력한 힘으로 지구를 강타했고, 이 때문에 하늘은 어두워지고 기온이 떨어져, 광합성을 줄였다고 가정했다. 오늘날 지질학자는 그러한 충돌이 일어났다는 데 동의하며, 더불어 충돌 지점인 칙술루브 분화구(Chicxulub Crater)가 멕시코 유카탄 반도(Yucatán Peninsula) 해변가에서 발견됐다. 고생물학자 대부분은 이 충돌이 K/T 경계에서 대멸종을 일으켰다는 데 동의하지만, 일부 학자는 다양한 분류군의 멸종 사건이 시기상으로 넓게 퍼져 있어 모든 멸종이 이러한 재앙으로 일어났다고 보기엔 어려우며, 이 충돌은 K/T 멸종이 일어나도록 상호작용했던 몇몇 환경변화 가운데 단지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MacLeod 1996].


이제껏 가장 맹렬했던 대멸종은 페름기 말 멸종이다. 지금까지 이 멸종에 대해 가능한 많은 원인이 제시되었다. 최근에 대량의 화산분출이 원인이었다는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Benton and Twitchett 2003]. 페름기 말 멸종은 거의 순식간에 일어났으며, 이것은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이라 불리는 지층구조로] 유럽 전역과 맞먹는 러시아 동부 지역을 뒤덮을 만한 양의 용암을 분출했던 화산분화와 동시에 일어났다. 이러한 화산분출로 비롯된 지구 온난화로 해수순환(海水循環)이 변해 심해의 산소가 거의 완전히 소실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지구 온난화는 또한 방대한 양의 메탄이 방출되게 함으로써 2억 5천1백만 년 전에 지구의 생명을 “거의 완전한 절멸로” 이끈 지구 온난화를 양성 피드백의 악순환으로 더욱 강화시켰다 [Benton and Twitchett 2003].


희생자, 생존자 그리고 결말. 대멸종은 일부 분류군이 다른 분류군보다 생존할 가능성이 좀 더 컸다는 점에서 “선택적”이었다. 페름기 말 멸종을 통틀어 복족류 가운데 넓은 지리적·생태적 분포를 나타내는 종(種)과 많은 종으로 구성된 속(屬)에게 더 적합했다 [Erwin 1993]. 섭식 방식과 같은 여러 가지 특성에 대하여 멸종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선택성의 양식은 배경멸종 시기 동안만큼은 매우 같았으며, 이때 복족류를 포함해 넓은 지리적 분포를 보이는 다른 분류군은 좁은 지역에 분포하는 분류군보다 더 낮은 멸종속도를 보였다 [Boucot 1975]. 그러나 백악기 말 대멸종 동안 생존 양식은 “일반적인” 시기의 멸종과 달랐다 [Jablonski 1995]. 배경멸종의 시기 동안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쌍각류와 복족류 중에 [해류로 확산되는 유생(幼生)으로] 플랑크톤성 발달을 하는 분류군과 [만일 넓은 지리적 범위에 분포했었다면] 수많은 종으로 구성된 속(屬)이 생존에 더 적합했다. 반대로, 백악기 말 대멸종 동안 플랑크톤성과 비플랑크톤성 분류군은 같은 멸종속도를 보였으며, [넓은 지역에 분포함으로 말미암아 높아졌지만] 속(屬)의 생존은 이들의 종 풍부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생존과 상관관계에 놓인 특성은 “일반적인” 시기 동안의 특성과 차이가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대멸종 사건 동안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최상의 적응력을 가졌을 분류군이 이들이 처한 환경에서 멸종으로부터 구해줬을지도 모를 중요한 형질을 우연히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멸종에 굴복했다. “일반적인” 시기에 시작된 진화적 추세는 멸종 초기 단계에서 끝난다. 예를 들어, 쌍각류의 껍질을 뚫어 그 안에 담긴 동물을 섭식하는 능력은 삼첩기 복족류 혈통에서 진화했지만, 이 혈통이 삼첩기 말 대멸종으로 멸종했을 때 자취를 감췄다 [Fürsich and Jablonski 1984]. 똑같은 형질이 1억 2천만 년이 지나 다양한 오이스터드릴(oyster drill)이라는 복족류를 낳은 다른 혈통에서 다시 진화했다. 삼첩기의 주요 적응방산을 이끌었던 새로운 적응은 말하자면 요람에 매여 있었다.


물리적 그리고 생물적 환경조건 모두는 아마도 대멸종 이전보다 이후에 매우 달랐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분류군이 주요 멸종 사건 이후 오랫동안 계속 줄어들었겠지만 [Jablonski 2002], 이전에 종종 아우점군(亞優占群)이었던 어떤 분류군의 구성원은 다양해졌다. 다양성의 완전한 회복에는 수백만 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페름기 말 재앙 후에는 1억 년 정도가 걸렸다.


대멸종 사건, 특히 페름기 말과 K/T 멸종은 상당한 정도로 과거의 실수를 청산하고 새 출발 하도록 했으므로 훗날 생명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사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적 변화의 “단계”가 있으며, 전체 진화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각 단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Gould 1985]. 첫 번째 단계는 개체군과 종 내에서의 소진화적 변화다. 두 번째 단계는 “일반적인” 지질학적 시기 동안 일어나는 차등적인 종(種)의 번식과 멸종을 가리키는 “종선택”(species selection, 種選擇)으로, 이것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혈통의 상대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친다 [11장 참조]. 세 번째 단계는 대멸종으로 비롯된 생물상의 형성으로, 이것은 다양한 분류군을 멸종시키고 새로운 진화방산(進化放散)을 위한 단계를 다시 짤 수 있으므로, 더 이전의 것과는 상당히 분리된 진화 역사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림 7.11 현생누대 동안 세 가지 기능적 기준에 따라 분류한 해양동물 속(屬)의 비율 변화. [점선으로 표시된] 이 비율은 대멸종 사이에서 대체로 안정적이었지만, [검은색 선으로 표시된] 오르도비스기 말, 페름기 말, 그리고 백악기 말에 일어난 대멸종 사건 이후에는 갑자기 새로운 안정상태로 변했다. (A) 운동성 동물 대 비운동성 동물. (B) 생리적으로 완충(緩衝)된 동물 대 완충되지 않은 동물. “완충된” 분류군은 항상성 조절을 더 잘하는 [아가미와 순환계 같은] 생리적 체계를 갖춘 생물군이다. (C) 포식자 대 비포식자. [After Bambach et al. 2002.]



리처드 밤바흐(Richard K. Bambach)와 그의 동료가 수행한 연구 결과는 굴드의 생각을 일부 지지한다 [Bambach et al. 2002]. 이들은 현생누대의 해양동물 속(屬)을 세 가지 기능적 기준으로 분류했는데,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따개비처럼 비운동성(非運動性)이어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가 또는 [운동성(運動性)이 있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가? [갑각류처럼 잘 발달된 아가미와 순환계를 가지고 있어서] 생리적으로 “완충”(緩衝)되었는가 또는 [극피동물류처럼] 그렇지 못한가? 그리고 이들 분류군이 포식자인가? 세 가지 종류의 모든 기능적 분류에 대해서, 해양동물상(海洋動物相)의 전체 다양성과 분류학적 조성은 엄청나게 변했을지라도 대안적 특성을 지닌 분류군의 비율은 2억 년 정도의 시기 동안 안정적이었다 [그림 7.11]. 하나의 안정적 구성이 다른 것으로 바뀌는 일은 오르도비스기 말, 페름기 말, 그리고 백악기 말의 대멸종과 관련되었으며, 이것은 오랫동안 널리 퍼져 있던 [또는 존재했던] 분류군의 멸종이 새로운 군집구조의 출현을 가능케 했음을 뜻한다.


어떤 분류군의 멸종이 다른 분류군의 개화(開花)를 가능케 한다는 이러한 관찰은 대멸종 사건의 가장 중요한 영향 가운데 하나를 설명하며, 생명체의 출현과 다양화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주요 주제다.


7.2.5 출현과 다양화


이제부터는 왜 다양성의 증가가 어떤 혈통이 다른 혈통보다 더 컸는지, 특정 시기에 더 크게 나타났었는지 그리고 왜 다양성은 페름기 말 멸종 이후로 줄곧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는지에 관한 문제로 눈을 돌리자. 다양화를 증진하는 주요 요인 중에는 경쟁으로부터의 해방, 생태적 분기, 공진화 그리고 지역고유성이 있다 [Signor 1990; Benton 1990].



그림 7.12 하와이 제도의 포식성 나방 애벌레인 유피테시아(Eupithecia)가 매우 긴 다리로 포획한 초파리를 잡고 있다. 포식행위는 인시목(order Lepidoptera, 鱗翅目)에서 극히 드물다. [Photo by W. P. Mull, courtesy of W. P. Mull and S. L. Montgomery.]







경쟁으로부터의 해방. 현존하는 생명체와 멸종한 생명체 모두를 연구하면, 다른 종(種)이 점유하지 않은 소위 “생태적 공간(ecological space)” 또는 “비어 있는 적소(niche, 適所)”라 불리는 생태적 기회가 주어졌을 때 혈통은 종종 가장 빨리 다양해졌다고 나타났다. 격리된 많은 섬과 수역(水域)에서 단지 소수였던 고유 정착종(定着種)의 후손이 다양해져서, 다른 곳에서는 계통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종으로 점유된 생태적 적소를 채워왔다. 그러한 적응방산으로는 동아프리카 대호수의 시클리드어류, 하와이 제도의 꿀먹이새, 갈라파고스 군도의 다윈의 핀치 등이 있다 [그림 3.22 참조]. 분류학적으로 빈약한 생물상을 나타내는 섬과 같은 서식지에서는 특이하며 새로운 생활방식을 진화시킨 생명체가 전형적으로 산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나방과 나비의 애벌레는 초식성이지만, 하와이 제도에서 서식하는 유피테시아(Eupithecia) 나방의 애벌레는 포식성(捕食性)이다 [그림 7.12; Montgomery 1982]. 아마도 이러한 드문 생명 형태는 이들 생명체가 초기 새로운 생활방식에 적응하는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단계에서 같은 수만큼의 포식자와 상대적으로 우세한 경쟁자를 만나지 않아 종 다양성이 감소한 곳에서 더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화석기록은 생명체의 한 분류군의 감소나 멸종에 뒤이어 생태적으로 비슷한 생물군의 급증이 나타나든지 또는 이러한 사건과 함께 수반하는 많은 사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침엽수와 같은 여러 겉씨식물은 [현화식물인] 속씨식물이 다양해짐에 따라 감소했고, 포유류는 백악기 후기에 비조류성 공룡이 멸종한 이후에 방산(放散)했다.



그림 7.13 경쟁적 치환과 대체 모델. 각 도표에서 “방추”의 폭은 종 수를 나타낸다. (A) 경쟁적 치환에서 분기군 2의 다양성 증가는 직접적인 경쟁적 배제로 분계군 1의 감소를 일으킨다. (B) 점유자 교체(incumbent replacement)에서 분기군 1의 멸종으로 분기군 2가 다양해질 수 있다. [After Sepkoski 1996a.]



몇몇 가설로 이러한 양식을 설명할 수 있다 [Benton 1996; Sepkoski 1996a]. 이러한 가설 가운데 둘은 두 분기군에 속한 종 사이의 경쟁과 관련이 있다. 한편으로는, 나중에 출현한 분기군이 처음에 출현한 분기군의 멸종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을 경쟁적 치환(competitive displacement)이라 부른다 [그림 7.13A]. 반면에, 기존 분류군이 생태적으로 비슷한 다른 분류군이 다양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기존 분류군의 멸종은 “생태적 적소 공간”을 공동화함으로써, 두 번째 분류군의 방산을 가능하게 한다 [그림 7.13B]. 마이클 로젠즈윅(Michael L. Rosenzweig)과 로버트 맥코드(Robert D. McCord)가 점유자 교체(incumbent replacement)라고 명명한 이 과정은 두 번째 분류군이 더 뛰어난 적응형질을 가지고 있다 해서 기존 분류군을 경쟁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Rosenzweig and McCord 1991]. 셉코스키는 두 분기군에 속하는 종의 수가 경쟁하는 두 종의 개체군에 존재하는 개체의 수와 비슷한 방식으로 경쟁에 의해 영향받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Sepkoski 1996a]. 이러한 로지스틱 “개체군 성장” 모델에서 두 분기군의 종 다양성 변화는 치환과 점유자 교체 모두를 반영한다.


종 사이의 경쟁이 다양성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믿을만한 좋은 이유가 있다 [Sepkoski 1996a]. 다양성의 증가속도는 다른 시기보다 다양성이 이례적으로 낮았던 시기, 즉 캄브리아기 동안과 대멸종 사건 이후에 훨씬 더 컸었고, [고생대 후기처럼] 다양성이 매우 안정적이었던 2억 년 이상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경쟁이 어떻게 다양성 변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림 7.14 백악기 화석표본에 나타난 관다발식물 주요 분류군의 (A) 다양성과 (B) 종 풍부도 변화. 현화식물의 다양성과 종 풍부도의 증가는 [고사리류처럼] 포자를 가진 식물과 [침엽수와 같은] 겉씨식물의 다양성 및 종 풍부도 감소라는 두 측면으로 반영된다. 이러한 양식은 경쟁적 치환과 일치한다. [After Lupia et al. 1999.]



그림 7.15 쌍각류에 의한 완족류의 개연성 있는 경쟁적 치환. (A) 심각한 멸종 사건으로 한 분기군의 다양성이 다른 하나보다 줄어들 때까지 경쟁 관계에 있는 두 분기군이 로지스틱하게 성장하는 모델. 멸종 사건 이후 분기군 1의 증가로 분기군 2의 감소가 일어난다. (B) 현생누대를 통틀어 각 지질학적 조(組)에 존재하던 완족류와 쌍각류 속(屬)의 수. 완족류의 다양성이 페름기 말 멸종 사건으로 줄어든 이후에 쌍각류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완족류는 결코 이전 다양성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양식은 이 모델의 곡선에 잘 들어맞으며, 그러한 변화가 경쟁적 치환과 일치함을 보인다. [After Sepkoski 1996a.]



경쟁적 치환은 비교적 드물게 일어날 수 있다 [Benton 1996]. 만일 초기 분류군과 후기 분류군이 동시에 같은 지역에서 살았다면, 이들이 같은 자원을 이용했다면, 초기 분류군이 대멸종 사건 때문에 대량으로 죽지 않았다면, 그리고 후기 분류군의 다양성과 종 풍부도가 초기 분류군이 감소하면서 증가했다면, 대체의 양식은 경쟁적 치환과 일치한다 [Lupia et al. 1999]. 공간과 빛에 대해 확실히 경쟁하는 관다발식물은 백악기 동안 정확히 이러한 양식을 나타냈는데, 이 시기에 비현화식물, 특히 양치식물류와 같은 포자를 가진 식물이 감소하면서 현화식물의 다양성과 종 풍부도는 증가했다 [그림 7.14]. 이것과 비슷한 경쟁적 치환의 다른 예로, 특히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 엄청나게 증가한 쌍각류의 다양성이 생태적으로 비슷한 완족류의 감소를 수반했음을 들 수 있는데, 그러한 양식은 경쟁적 치환의 이론적 모델에 잘 들어맞는다 [그림 7.15; Sepkoski 1996a].



그림 7.16 잠경아목(suborder Cryptodira, 潛頸亞目)과 곡경아목(suborder Pleurodira, 曲頸亞目)에 속하는 거북류는 기존의 앰퍼컬리디아아목(suborder Amphichelydia, -亞目)에 속하는 거북류를 대체했는데, 이 거북류는 완전히 멸종했다. (A) 가장 초기에 존재했다고 알려진 거북이인 상부 삼첩기(Upper Triassic) 지층에서 발굴한 Proganochelys quenstedti의 골격을 재구성해 나타낸 앰퍼컬리디아 거북은 방어를 위해 목을 움츠려 머리를 껍질 안으로 집어넣을 수 없었다. (B) 뉴기니 뱀목거북인 Chelodina novaeguineae는 좌우로 굽히는 목을 가진 곡경아목에 속하는 거북이다. (C) Apalone spinifera라는 학명의 가시자라(spiny softshell turtle)는 목을 수직으로 굽혀 머리를 껍질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곡경아목에 속하는 거북이다. [A courtesy of E. Gaffney,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B © Cliff and Dawn Frith/ANTPhoto.com; C © William Flaxington.]



아마도 점유자 교체가 경쟁적 치환보다 더 흔히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신생대 초기 태반 포유류의 대방산(大放散)은 최후의 비조류성 공룡과 같은 대형 “파충류”의 K/T 멸종 덕분으로, 이들은 경쟁과 포식 모두를 통해 포유류를 압박했었다. 아마도 되풀이되는 교체는 더 좋은 증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북류의 “기반군”인 앰퍼컬리디아아목(suborder Amphichelydia, -亞目)에 속하는 거북류는 머리와 목을 움츠려 껍질 안으로 집어넣을 수 없었다 [그림 7.16]. 목을 안쪽이나 아래로 구부려 자신을 보호하는 오늘날 거북류의 두 분류군은 전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네다섯 번에 걸쳐, 특히 K/T 멸종 사건 동안 앰퍼컬리디아 거북류를 대체했다. 오늘날 거북류는 앰퍼컬리디아류가 멸종하고 나서야 분명히 방산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체가 서로 다른 지역과 시기에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은 그러한 일이 경쟁에서 벗어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예임을 가리킨다 [Rosenzweig and McCord 1991].


생태적 분기. 핵심적응(key adaptation, 核心適應)은 생명체가 종종 새로운 자원이나 서식지를 이용함으로써 대체로 새로운 생태적 적소(適所)를 점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적응의 일종이다. 이 용어는 적응이 어떤 분류군의 다양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암시한다. 이러한 분류군은 비슷한 생태적 적소의 묶음인 적응대(adaptive zone, 適應帶)를 차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충성(食蟲性) 박쥐와 과일을 먹는 많은 종의 야행성(夜行性) 박쥐는 식충성 및 과일을 먹고 사는 주행성(晝行性) 조류가 차지한 곳과는 다른 두 적응대를 점유한다. 생태공간(ecological space, 生態空間)이란 용어는 적응대의 묶음과 대략 같은 뜻이다.



그림 7.17 성게류의 다양성은 중생대와 신생대 동안 증가했으며, 이것은 아마도 본문에서 묘사한 핵심적응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성게상목(superorder Echinacea)의] 성게류, [악구하문(infraphylum Gnathostomata)의] 연잎성게류, 그리고 [어텔로스토마타상목(superorder Atelostomata)의] 염통성게류의 다양화로 성게류의 다양성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각 분류군의 대칭 개요의 폭은 연속한 시기에 존재하던 각 분류군의 과(科) 수를 나타낸다. [After Bambach 1985.] *


* [용어설명] order Bothriocidaroida, 보트리오시더로이다목(-目); order Echinocystitoida, 에커너시스터토이다목(-目); order Palechinoida, 팰러커노이다목(-目); superorder Diadematacea, 다이에더머테이시아상목(-上目); superorder Echinacea, 성게상목(-上目); infraphylum Gnathostomata, 악구하문(顎口下門); superorder Atelostomata, 어텔로스토마타상목(-上目).



새로운 자원이나 서식지를 사용하는 능력의 진화는 오랫동안 다양성의 증가에 분명히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Niklas et al. 1983; Bambach 1985]. 예를 들어, [성게강(class Echinoidea)의] 성게류 중에 세 목(目)은 중생대 초기에 들어서면서 다양성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림 7.17]. 성게상목(superorder Echinacea, -上目)은 더욱 다양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더 강한 턱을 진화시켰지만, [어텔로스토마타상목(superorder Atelostomata, -上目)의] 염통성게류와 [악구하문(infraphylum Gnathostomata, 顎口下門)의] 연잎성게류는 모래 속을 파고들어 갈 수 있도록 특화되었는데, 이들 성게류는 이곳에서 미세한 입자형태의 유기침전물을 먹고 산다. 이렇게 서식지와 먹이의 중대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응에는 납작한 체형과 미세입자를 포획해 입안에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매우 변형된 다양한 관족(tube feet, 管足)이 포함된다. 현생누대를 통틀어 나타나는 해양동물 다양성이 증가에 관한 역사 상당수는 연잎성게류의 예처럼 진화적 혁신으로 성취된 생태공간 점유의 증가로 설명될 수 있다 [Bambach 1985]. 새로운 서식지와 섭식 습성으로의 확대는 개구리류, 뱀류, 조류 등과 같은 사지 척추동물류 과(科) 대부분의 다양화를 설명한다 [Benton 1996].


연잎성게류처럼 때때로 어떤 분기군의 다양화는 그럴듯하게 핵심적응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양성은 다른 원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단일 사례로 핵심적응을 증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만일 다양화가 일어나는 속도가 많은 수의 서로 다른 분기군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던 특정 종류의 형질에 대해 상관관계를 나타낸다면, 더욱 강력한 증거가 제시된다. 그러한 검증은 주로 현존하는 생명체에 적용해왔다. 새로운 형질을 가진 많은 분기군의 다양성은 조상형질상태를 유지해온 자매군의 다양성과 비교될 수 있다. 자매 분류군은 같은 [진화적] 나이를 먹었으므로, 종 수에서 나타나는 이들 사이의 차이는 나이가 아니라 다양화속도의 차이에서 비롯했음이 분명하다. 만일 수렴적으로 진화한 형질이 높은 다양성과 한결같이 연관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이 더 큰 다양화속도의 원인이었다는 가설을 지지할 수 있다.



그림 7.18 초식성 곤충 분기군과 동물, 곰팡이 또는 유기폐기물을 먹고 사는 자매 분기군 사이의 두 가지 모사(模寫)된 자매군 비교 결과. [Data from Mitter et al. 1988.] *


* [용어설명] cucujoid beetle, 머리대장과(family Cucujidae, -科)에 속하는 딱정벌레; weevil, 바구미; leaf beetle, 잎벌레; caddisfly, 날도래.



찰스 미터(Charles Mitter)와 그의 동료는 복제된 자매군 비교(replicated sister-group comparison)라 불리는 방법을 초식성 곤충과 식물에 적용했다 [Mitter et al. 1988; Farrell et al. 1991]. 녹색 식물의 영양 조직(營養組織)을 먹고 사는 습성은 대개 포식성 또는 유기폐기물을 먹고 사는 조상에서 비롯한 곤충에서 약 50번 정도 진화했다. 계통연구로 13종류의 초식성 분기군에 대한 비초식성 자매군을 밝혀냈다. 이들 사례 가운데 11가지에서 초식성 혈통이 그 자매군보다 더 많은 종을 가지고 있다 [그림 7.18]. 이 중요한 연관성은 초식성 적응대로의 진입이 다양화를 촉진했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그래서 이들 연구자는 초식성 곤충의 공격을 저지하는 역할을 하는 [박주가리 등에서 분비되는] 고무 유액(乳液) 또는 [소나무 등에서 분비되는] 송진(松津)을 진화시킨 16가지 식물 분기군의 종 다양성을 조사했다. 이들 분기군 가운데 열셋은 유액이나 송진이 없는 자매군보다 더 많은 종을 가진다. 이러한 방어 형질은 다양화를 촉진했을 수 있다.


오늘날 생명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부터, 우리는 많은 다양성이 자원 이용의 미묘한 차이를 통해 다른 종과의 경쟁을 줄이는 계통적으로 연관된 많은 수의 종에서 비롯됨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섬에서 공존하는 아놀도마뱀류는 서로 다른 미소서식지에서 먹이를 찾는다 [그림 6.21 참조]. 일반적으로 지역 군집의 기록을 보여주는 개별 화석층(化石層)은 이전 지질학적 시기보다는 후대에 존재하는 종을 더 많이 포함하므로 일부 고생물학자는 적소(適所)의 세분화(細分化)가 오랫동안 증가했었다고 제안했다 [Benton 1990]. 종 수의 증가는 주요 성장 형태나 적응대의 다양성 증가보다 더 큰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한때 더 많은 수의 종이 비슷한 자원을 더욱 세밀히 분배함으로써 공존했음을 암시한다.


공진화. 종(種) 사이의 상호작용은 여러모로 다양성의 진화를 촉진했다고 생각된다. 종은 다른 종을 위한 자원으로 사용되므로, 한 생물군의 다양화는 다른 생물군의 다양화를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700종 이상의 무화과류 각각은 이들 식물의 꽃가루를 매개하는 무화과말벌에게 유일한 자원이며, 종 특이성이 있는 선충류(線蟲類)가 이 말벌에 기생한다.


포식자와 먹이의 공진화 또한 다양성을 늘릴 수 있다. 중생대 해양 변혁(Mesozoic marine revolution) 동안 분류학적 다양성 그리고 포식자와 먹이 모두의 형태적 다양성이 엄청나게 증가한 적이 있었다 [Vermeij 1987]. 갑각류와 어류는 연체동물의 껍질을 부수거나 찢을 수 있는 많은 방법을 진화시켰으며, 연체동물류는 이 새로운 포식자에 대항하기 위해 가시나 더 두꺼운 껍질 같은 많은 방어법을 진화시켰다 [그림 7.10 참조].


지역고유성. 전 세계의 생물상이 지리적 지역 사이에서 분할되는 정도를 지역고유성(provinciality, 地域固有性)이라 부른다. 동물구(faunal province, 動物區) 또는 식물구(floral province, 動植區)는 독특하고 국지적인 분류군을 다수 포함하는 지역이다 [6장 참조]. 오늘날 전 세계의 동식물상은 생명의 역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구(province, 區)로 나뉜다.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분류군부터 더 국지적인 분류군까지라는 추세는 중생대와 신생대의 많은 시기를 통틀어 지속되었으며, 이 시기 동안 전 지구적인 다양성이 증가한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으리라고 많은 고생물학자는 생각한다 [Valentine et al. 1978; Signor 1990].


해양동물 사이에서 동물구의 수는 고생대의 많은 시기를 통틀어 상대적으로 낮았고, 삼첩기 초기 때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 시기는 페름기 말 대멸종에서 살아남았던 상위 분류군 대부분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었으므로, 고생물학자는 그 시기 동안 오직 하나의 전 세계적인 동물구만 있었다고 간주한다. 쥐라기와 백악기 동안 그리고 특히 신생대 제3기 동안, 해양동물은 대서양과 태평양 지역 모두에서 위도를 따라 배열된 점차 증가하는 동물구에 분포했다. 비슷하게, 육상 척추동물 사이에서도 뚜렷한 동물상이 중생대 후기와 신생대 동안 주요 대륙에서 각각 발전했고, 공룡과 같은 중생대 생물군의 넓은 위도 분포(latitudinal distribution)는 오늘날 척추동물의 훨씬 더 좁은 위도 분포로 바뀌었다.


판 구조 운동으로 말미암은 대륙 분포의 변화가 이러한 추세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삼첩기 때 팡게아 대륙이 갈라진 이후 대륙은 궁극적으로 지구 역사에서 그 이전 어느 때보다 더 넓은 위도 범위를 따라 거의 세계 도처에 배열됐다. 이러한 대륙의 배치로 인도양-태평양 그리고 대서양이라는 두 개의 해양 체계가 점차 분리되었으며, 이전보다도 더욱 심한 위도에 따른 온도구배(temperature gradient, 溫度句配)를 형성했던 해수순환의 양식이 수립됐다 [Valentine et al. 1978]. 대륙의 분열은 환경의 다양성을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분기진화(分岐進化)를 가능하게 했으며, 경쟁이나 포식으로 다양성을 낮출 수 있는 종 사이의 교체를 막았다.


7.2.6 환경변화의 역할



그림 7.19 북아메리카에서 신생대 포유류의 분류학적 다양성 변화. (A) 추정된 다양성 역사. (B) [붉은색 곡선으로 표시된] 기온변화와 비교한 [검은색 곡선으로 나타낸] 새로운 혈통이 출현하는 비율의 변동. 기온변화는 멸종속도와 관련이 없는 듯 보이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A)에 눈에 띄게 나타나는 다양성의 감소와 일치한다. [After Alroy et al. 2000.]



기후와 같은 여러 가지 환경 요인의 변화가 출현속도와 멸종속도에 영향을 미쳤던 방법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기후의 주요 변화는 멸종의 증가 및 서식지와 식생(植生) 유형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분류군 분포의 주요 변화를 촉진했고 종종 다양화를 이끌기도 했다 [Rothschild and Lister 2003]. 그러한 시기에 새로운 적응력을 가진 새로운 분류군의 출현은 기후변화 그 자체보다는 이러한 생물상의 변화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약 5천만~4천만 년 전 시신세 중기 때 기후가 더 춥고 건조해졌고, 아열대림(亞熱帶林)은 온대의 여러 지역에서 사바나로 폭넓게 대체되었으며, 대형 초식동물의 다양성이 증가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영장류와 같이 나무 위에서 서식하는 포유류의 다양성은 줄어들었다 [Janis 1993]. 그러나 신생대 제3기 동안 나타난 포유류의 출현속도와 멸종속도의 변화는 기온변화와 대체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그림 7.19]. 핵심적인 혁신과 생물의 상호작용과 같은 요인과 견주었을 때, 기후변화가 다양성의 진화에서 상대적으로 지니는 중요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Alroy et al. 2000].


7.3 생물다양성의 미래


이제껏 살폈듯이, 경쟁과 같은 다양성 의존적 요인이 다양성을 평형상태에 있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 실제로, 다양성은 지구 역사의 몇몇 시기에 장기간 지속된 안정상태 또는 평형상태에 도달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해양과 육상의 다양성 모두는 삼첩기에서 선신세에 이르기까지 장대하면서도 다소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러한 관찰이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틀린 것도 아니다. 조건이 변하면 하나의 체계가 어떤 평형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한다. 적어도 세 종류의 변화가 생명체를 위한 조건을 바꿔놨다. 첫째, 지역고유성을 늘리는 것을 포함한 변화가 물리적 환경에서 발생했다. 둘째, 대멸종 이후 우점하게 된 분류군이 이전에 우세했던 분류군과 다르다면, 경쟁과 같은 상호작용의 새로운 양식으로 인해 다양성이 서로 다른 평형 수준에 도달한다고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다양성이 포유류일 때와 공룡일 때가 서로 같다고 기대할 이유가 없다. 셋째로, 분류군은 새로운 자원과 서식지를 이용하도록 진화해왔으며, 이런 식으로 행성의 자원이 부양할 수 있는 전체 종의 수를 변화시켜왔다.


생명체의 다양성이 가능한 최대치에 도달한 적이 있던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가장 좋은 기록을 제공하는 해양동물의 다양성은 선신세 때가 그 이전보다도 더 컸으며 [Sepkoski 1996b], 그때 이후의 시기는 너무 짧아서 다양성이 정체상태에 도달했는지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생물학적 다양성의 훗날 과정이 어떻든 간에, 인간이 지구를 지배함으로써 더 나쁘게 변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차기 대멸종을 시작했으며 [Box 7A], 강력하고 빠른 대응을 취하지 않는다면, 현존하는 세상의 장엄한 다양함은 마치 또 다른 소행성이 지구로 격돌해 다시 죽음의 장막을 드리우는 것처럼 빠르게 절멸할지도 모른다.


Box 7A 차기 대멸종: 그것은 지금 일어나고 있다.


과거의 대멸종 가운데 어떤 것도 단일 종의 활동이 원인이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오늘날 일어나고 있다. 향후 수세기 이내에 생명의 다양성은 이전 어느 때보다도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 거의 확실하다. 지구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간의 위협은 이전보다도 더욱 강력한 기술과 2004년 중반에 64억 명에 도달했고 대략 매년 7천6백만 명씩 증가하고 있는 세계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말미암아 꾸준히 가속되었다. 인구증가의 단위 증가율은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높으며, 이들 국가는 주로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있지만, 전 세계 환경에 미치는 단위 영향력은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에서 가장 크다. 예를 들어, 평균적인 미국인은 평균적인 케냐인보다 140배 정도 더 많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은 미국이 [전 세계에서 생산된] 자원과 [노천광(露天鑛)과 기름 유출부터 살충제까지의 범위에서 영향력을 가지며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생산하는] 에너지를 엄청나게 낭비하기 때문이다.


어떤 종은 사냥이나 남획(濫獲)으로 위협받으며, 어떤 종은 인간이 도입한 외래종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멸종의 단연코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파괴다. 북미 민물 어류의 29%가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멸종했고, 국제 조류 보존 회의(International Council for Bird Preservation, ICBP)에 따르면 전 세계 조류 가운데 약 10%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되는 것이 대체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라질지도 모를 종의 수는 열대림에서 가장 많은데, 이 지역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이 말한 것처럼, “1989년에 살아남은 열대림은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의 48개 주를 합친 면적과 맞먹는데, 매년 플로리다 주 크기의 숲이 줄어들고 있다.” [Wilson 1992]. 일부 연구자는 열대우림(熱帶雨林)에 서식하는 종(種) 가운데 10~25%가—이것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종 다양성의 5~10%에 달한다—앞으로 30년 이내에 멸종하리라 추정했다. 여기에 종이 풍부한 산호초의 파괴, 해양 서식지의 오염, 매우 많은 고유종이 서식하는 마다가스카르(Madagascar)와 남아프리카 케이프 주(Cape Province)와 같은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는 서식지 파괴 등으로 말미암아 멸종한 종이 포함되어야 한다.


결국,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훨씬 더 큰 원인은 엄청나게 증가하는 화석연료 소비와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로 비롯된 지구 온난화일 것이다. 지구의 기후는 지난 세기 동안 평균 0.6℃씩 온도가 상승했으며, 온난화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역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의 하강을 겪을 수 있다], 적설(積雪), 빙하, 극지방의 만년설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일부 열대 지역은 더욱 건조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에 있었던 대부분 기후변화보다 훨씬 더 빠르다. 어떤 종은 유전적 변화를 통해 적응하겠지만, 많은 종이 서식지를 바꿀 것이라는 증거가 이미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동은 많은 산꼭대기와 북극과 같은 지역에서 서식하는 종에게는 이들의 서식지와 이들이 확산할 수 있는 경로에 있는 서식지 “회랑지대”가 이미 파괴되었기 때문에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온난화속도와 종(種)의 확산 능력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앞으로 50년 이내에 종의 18~35%가 “멸종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하는데, 즉 이들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릴지도 모른다 [Thomas et al. 2004].


과거에는 대멸종이 자연적으로 일어났다면, 왜 우리는 이리도 걱정해야만 할까? 실용주의자, 심미주의자, 그리고 신앙심이 깊은 사람까지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식품부터 시작해 섬유, 한약 그리고 향신료에 걸친, 오늘날 인류가 사용하는 수천 종을 들먹인다. 다른 사람은 생태관광의 경제적 가치와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는 탐조(探鳥)의 굉장한 인기를 인용한다. 생물학자는 수천 종이 [이미 알려진 많은 종처럼] 해충 조절 인자 또는 약재나 산업적으로 가치 있는 물질의 원천으로써 유용함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척추동물이나 관다발식물처럼 잘 알려진 소수의 생물군을 제외한 종 대부분은 연구조차 된 적도 없으며, 이들 대부분의 생태적 또는 가능하다면 사회적 가치에 관한 연구도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나 실용적인 측면은 생물다양성을 보존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 중 일부에 불과하다. [저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미래 세대가 호랑이, 바다거북, 마코앵무새(macaw) 등을 빼앗길 것으로 생각하니 견딜 수 없어 한다. 미래 세대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있는 곳에서 수백만 가지의 종(種)과 영혼의 깊은 회복을 나눈다. 여전히 어떤 사람은 우리와 지구를 공유한 종(種)이 영원히 멸종하는 일이 어떤 의미에서 우주적으로 부당하다고 느낀다.


보존은 지극히 복잡한 주제며, 다른 종에 관한 관심뿐만 아니라 깨끗한 숲을 제거하고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이용하는 데 의존하는 생활을 하는 자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에 대한 연민과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는 생물학뿐만 아니라 국제·지역 경제 및 정치, 그리고 여성의 지위, 전 세계인과 이들이 속한 국가의 반응, 그리고 엘리트주의적인 서구 사상처럼 보이는 것에 이르는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환경보전에서 어떤 일을 착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복잡한 문제 가운데 일부를 상대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작지만 도움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즉,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기, [확실히 모든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인구성장을 줄여야 할 필요성을 다른 이에게 설명함으로써 영향력을 미치기, 환경보전 단체를 지원하기,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회사에서 만든 상품을 애용하기, 오늘날 환경문제에 관해 알고 있기, 우리의 관심을 모든 정부 부처의 선거로 뽑힌 공직자와 의견을 나누기 등등. 전 세계의 깨어 있는 시민의 작은 활동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7.4 요약

  1. 화석기록에서 다양성을 분석하는 일은 화석기록의 불완전함으로 일어날 수 있는 편향을 보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 골격이 있는 해양생물의 기록에 따르면 캄브리아기가 시작할 때 다양성이 아주 빠르게 증가했고, 그 후로 더 느리게 증가해 페름기 말 대멸종이 일어나기 전 고생대의 약 3분의 2 동안 지속된 평형상태에 대략 도달했으며, 중생대에 들어선 이후 [몇 번의 중단과 더불어] 다양성이 증가했으며, 신생대에 가속되었다고 나타난다. 육상식물과 척추동물은 이들의 다양성이 중생대의 상당 시기 동안 비교적 안정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해양동물과 비슷한 양식을 나타낸다. 선신세에 이르러 여러 생명체의 과(科)와 하위 분류군의 다양성은 지구 역사의 그 이전 어느 시기보다도 명백히 더욱 컸다.
  3. [대멸종 사이에 일어난] “배경멸종”의 속도는 현생누대 동안 감소했던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아마도 멸종에 특히 취약했던 상위 분류군이 초기에 멸종했기 때문인 듯하다.
  4. 높은 멸종속도를 나타낸 잘 알려지지 않은 몇몇 멸종 사건뿐만 아니라 [오르도비스기 말, 데본기 말, 페름기 말, 삼첩기 말, 그리고 백악기 말에 발생했던] 다섯 번의 주요 대멸종이 한때 일어난 적이 있었다. 백악기 말 대형 외계 물체의 충돌은 비조류성 공룡의 마지막 혈통을 포함한 수많은 분류군의 멸종을 초래했을지도 모른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파괴적인 페름기 말 멸종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엄청난 양의 용암을 내놓은 화산분출로 시작된 극심한 지구 온난화가 급격히 발생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5. “일반적인” 조건에 적응하는 것보다 넓은 지리적·생태적 분포가 분류군이 대멸종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인다.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많은 혈통의 다양화는 아마도 비슷한 적응대를 점유했던 다른 분류군의 멸종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다양해진 분류군은 직접적인 경쟁적 배제를 통해 때때로 다른 분류군을 치환했지만, 기존 분류군이 멸종한 이후 이들을 대체하는 것이 더욱 일반적이다.
  6. 오랫동안 일어진 다양성의 증가는 종종 핵심적응이 진화한 결과로써 나타나는 비어 있는 또는 충분히 이용되지 않은 [“생태공간”이라 불리는] 생태적 적소에 대한 적응, 그리고 중생대와 신생대 때 일어난 대륙의 분리와 그 결과 나타난 위도에 따른 기후의 더욱 급격해진 변화 덕분인 [서로 다른 지리적 지역의 생물상 분화를 가리키는] 지역고유성의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공진화 또한 다양성 증가에 이바지했으리라 보인다.
  7. 분류군의 멸종속도와 출현속도는 모두 다양성 의존적이었다. 그러한 관찰은 다양성이 평형상태로 가려는 경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평형상태는 기후변화, 대륙의 재배치, 그리고 생명체가 서식지와 자원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진화시키므로, 지질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8. 차기 대멸종은 아마도 전례 없는 속도로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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