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Evolution』 Ch. 7. 생물다양성의 진화 (2)



그림 7.0 오늘날 생물다양성. 열대 산호초는 종이 가장 풍부한 해양 환경으로, 이곳에서 수백 종이 살고 있다. 이 그림에 나와 있는 필리핀 산호초에는 [자포동물문(phylum Cnidaria, 刺胞動物門)에 속하는] 다양한 산호류와 말미잘류, [극피동물문(phylum Echinodermata, 棘皮動物門)에 속하는] 깃털 모양의 바다나리류(crinoids), [척추동물문인] 어류가 있다. [Photo © Photo library.com.]






생물학적 다양성 또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 生物多樣性)은 생물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왜 영장류보다 설치류 종이 더 많고, 고사리류보다 현화식물류(顯花植物類)의 종이 더 많을까? 왜 온대지역 같은 곳보다 열대지역 같은 곳에 더 많은 종이 있을까? 왜 종 다양성은 진화적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할까? 다양성은 끊임없이 증가할까? 또는 한계에 다다랐을까? 너무 많은 요인이 종 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질문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답하기 쉽지 않다.


생물다양성은 생태학과 진화 역사의 상호보완적인 관점에서 연구될 수 있다 [Ricklefs and Schluter 1993]. 생태학자는 단기간에 작용해 현지 서식지 또는 지역 내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진화처럼 더 긴 기간에 작용하는 요인 또한 다양성에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화석연료 소모가 거의 확실한 원인인 지구 온난화는 지난 50여 년 동안 많은 종의 지리적 분포를 현저히 변화시켰다 [Parmesan et al. 1999; Root et al. 2003]. 멸종, 적응, 종분화, 기후변화, 지질학적 변화 등은 수백만 년을 단위로 매우 다른 종의 구성을 이룰 수 있는 잠재성을 창출한다. 이 장에서 우리는 수백만 년을 단위로 나타나는 분류군의 출현과 멸종으로 말미암은 다양성의 장기간 변화 양식을 살필 것이다. 오늘날 종에 관한 생태적∙진화적 연구는 이러한 고생물학적 양식을 해석하는 데 종종 유용하다.


7.1 분류학적 다양성의 추정


과학의 모든 자료처럼 화석기록에 나타나는 다양성에 관한 자료는 불완전하며, 그 한계를 설명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고생물학자는 다양성 추정에 대한 표본 추출의 영향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Alroy et al. 2001].


7.1.1 다양성의 추정


분류학적 다양성의 가장 간단한 표현법은 단순히 종(種) 수를 세는 일, 즉 종 풍부도(species richness, 種豊富度)를 밝히는 일이다. 장기간 또는 넓은 지역 대한 종 다양성은 많은 연구자가 축적해 놓은 출판물이나 박물관 표본과 같은 기록을 종에 관한 동식물상 목록으로 엮음으로써 종종 추정된다. 다양성에 관한 고생물학 연구 대부분은 과(科) 그리고 속(屬) 같은 상위 분류군의 수를 집계(集計)하는 방법을 이용하는데, 개별 종(種)보다는 이러한 분류군이 일반적으로 더 완전한 화석기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화석기록에서 분류군을 집계하는 일은 부정확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할 수 있으므로, 자료를 분석할 때 보정 계수(correction factor, 補正係數)를 넣을 필요가 있다 [Raup 1972; Signor 1985; Foote 2000a]. 예를 들어, 화석 분류군 기록은 각 지질시대가 나뉘는 조(stage, 組) 수준에서 종종 기술된다. * 그러한 조(組) 대부분은 약 5백만~6백만 년씩 나뉘므로, [어떤 분류군이 화석기록에서 처음과 마지막으로 출현한 때인] 어떤 분류군의 존재가 기록된 기간은 부정확하다. 지질학의 기(period, 紀)와 조(組)는 그 기간이 제각기 다르며, 지질시대가 최근일수록 더 많은 수와 더 많은 지역의 화석을 포함하는 암석으로 대표된다. 그러므로 어떤 분류군이 대표하는 시대와 화석을 포함하는 암석의 양으로 분류군 수의 집계를 반드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 4장에서도 설명했지만, [지질시대의 연대를 연구하는 학문인] 지질연대학(geochronology, 地質年代學)에서 누대(eon 또는 aeon, 累代), 대(era, 代), 기(period, 紀), 세(epoch, 世), 절(age, 節), 크로노존(chronozone)이라 부르는 단위를 [지층의 분포·상태·역사·화석 등을 연구함으로써 지층의 시공간적 관계 및 발달사를 밝히는 과학 분야인] 연대층서학(chronostratigraphy, 年代層序學)에서는 각각 누대층(eonothem, 累代層), 대층(erathem, 代層), 계(system, 系), 통(series, 統), 조(stage, 組), 크론(chron)이라고 부른다.


화석은 실제 살았던 생명체 가운데 일부를 나타내는 표본이므로, 분류군은 몇몇 분리된 시간대 사이에서 [연속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시간대에서 띄엄띄엄 기록된다. 따라서 어떤 분류군이 출현하고 멸종한 실제 시기가 이 분류군이 암석에 가장 처음과 나중에 기록된 시기의 전후일 수도 있음을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추론할 수 있다. 즉, 많은 분류군이 실제로 같은 시기에 멸종했다면, [명백한 멸종 시기로 볼 수 있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출현한 기록은 더 이전 시기에도 분포할 것이다. 반대로, 많은 분류군이 실제로 동시에 출현했다면, 이들 가운데 일부는 훗날 출현했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현세(現世)의] 현생종을 집계하는 일은 과거에 살던 종(種)을 집계하는 일보다 [자료의 완성도와 신뢰도 측면에서] 훨씬 더 완전하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분류군은 이들이 화석으로만 기록되었을 때보다 명백히 더 긴 존속 기간과 더 낮은 멸종속도를 가진다. 예를 들면, 현생 분류군의 유일한 화석이 심지어 1천만 년 전에 출현했을지라도, 말하자면 우리는 이들 현생 분류군을 지난 1천만 년을 통틀어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분류군으로 목록화할 수 있다. 어떤 분류군이 오래될수록 여전히 현존할 가능성은 더욱 낮으므로, 다양성은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편향(偏向)을 현세의 견인(pull of the Recent)이라 부른다. 이러한 편향은 각 분류군이 오직 화석으로만 출현하는 수만 집계하고, 이들이 화석으로 출현한 마지막 시기와 현세 사이의 시기에 대해서는 이러한 분류군의 목록을 작성하지 않음으로써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현세의 견인이 다양성의 역사를 추정하는데 그리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Foote 2000a].


어떤 분류군이 하나의 지질학적 조(組) 이상에 걸쳐 오랫동안 살았을지라도, 매우 적절한 보존 조건이나 다른 형태의 우연한 사건 때문에 그 분류군은 오직 하나의 지질학적 조(組)에서만 기록될 수 있다. 그러한 “단독 개체”(singleton)는 표본 추출의 완성도가 떨어져 표본에 편향이 나타날수록 분류군에서 더욱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게다가, 이들 단독 개체는 같은 기간에 출현하고 멸종하는 것처럼 보이므로 출현속도와 멸종속도 사이에서 잘못된 상관관계를 이끌 수 있다. 그러한 단독 개체를 무시하고 오직 한 조(組)에서 다른 조(組)로 [지질시대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오직 그러한 분류군만을 집계함으로써 다양성은 더욱 정확히 추정될 수 있다.


7.1.2 속도


다양성의 변화율은 분류군이 출현하고 멸종하는 속도에 달려 있다. 그러한 변화율을 나타내기 위한 몇몇 수식이 고생물학 문헌에 사용됐다. 그 가운데 하나는 단순히 백만 년마다 [또는 다른 형태의 단위시간마다] 출현하는 [또는 멸종하는] 분류군 수다. 가장 유용한 척도는 단위시간마다 출현하는 [또는 멸종하는] 숫자다 [Foote 2000a].


분류군의 수 N는 [혈통의 분지(分枝)로 말미암은] 출현과 멸종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변한다. 이러한 사건은 개체군에서 개별 생명체의 출생 및 사망과 같으므로, 개체군 성장 모델은 분류학적 다양성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조정될 수 있다. 매시간 간격 Δt에 대해서, S는 이러한 시간 간격이 시작할 때 존재하는 각 분류군당 새롭게 출현하는 분류군 수라고 가정하고, E는 그 시간 간격 동안 원래 존재하던 분류군당 멸종한 분류군 수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N의 변화량인 ΔN은 “출생”한 수인 SN에서 “사망”한 수인 EN을 뺀 것과 같으며, 다양성의 변화율인 다양화속도(diversification rate) ΔN/Δt



으로, 여기에서 R=(S-E)는 단위 증가속도(per capita rate of increase)다. 만일 R > 1이면 분류군 수는 증가한다.



그림 7.1 (A) 방정식 Nt=N0Rt에 따른 분류군 수 N의 이론적 증가로, R은 매시간 간격에서 분류군의 증가속도다 [이 예에서 R=2.4]. (B) 변화가 연속적일 때, 분류군 수의 증가. 증가속도 r이 일정하면 분류군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분류군 수가 로지스틱(logistic)하게 증가하면 [즉, 분류군 수의 증가속도가 음의 값을 가지면서 다양성 의존적이면] 분류군 수는 안정된다.



시간 간격의 시작 t0와 끝 t1 사이에서 “개체군”은 개체군의 원래 크기에 단위 증가속도를 곱한 크기인 N1=N0R만큼 커진다. 만일 변화율 SE가 일정하다면, Δt란 시간이 더 흐른 뒤에 개체군 크기는 N2=N1R=N0R2이 된다. 일반적으로, t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에 분류군 수는 단위 출현속도와 단위 멸종속도가 변하지 않는 한 다음과 같다.



이 식은 분류군 [또는 생명체의 개체군] 수의 기하급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을 나타낸다 [그림 7.1A]. 불연속적인 성장보다는 연속적인 성장에 대해서,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식에서 r순간 단위 증가속도(instantaneous per capita rate of increase)이다.


분류군 수와 [알다시피, 출생률과 사망률이 일정하지 않은] 개체군 내 개체 수 사이 유사점을 살펴보자. 혹독한 날씨와 같은 요인은 개체군의 밀도와 관련 없는 비율로 이러한 변화율을 바꿀 수 있다. 반대로, 밀도 의존적 요인(density-dependent factor)은 개체군의 밀도와 더불어 단위 출생률이 감소하고 [또는 감소하거나] 사망률이 늘어나는 원인일 수 있으므로, 개체군 성장이 늦춰지면 개체군 밀도는 안정한 평형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림 7.1B]. 그러한 밀도 의존적 요인에는 먹이 또는 서식지에 대한 경쟁이 포함된다. 밀도 의존적 개체군 성장은 생태학에서 로지스틱 성장(logistic growth)에 관한 다음과 같은 방정식을 통해 모델로 만들어졌는데,



여기에서 K는 평형 개체군 밀도인 “수용력”(收容力)으로, 이 지점에서 개체군 증가가 감소해 0이 된다. 고생물학자는 종의 수가 증가하면서 출현속도나 멸종속도를 늦출 수 있는 다양성 의존적 요인(diversity-dependent factor)이 종 또는 상위 분류군 수의 변화에 비슷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자원에 대한 종 사이의 경쟁이 이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림 7.2 진화적 시간이 흐름에 따라 평형상태에 도달한 종 수에 대한 모델. 단위시간 S당 출현한 종 수는 잠재적 조상의 수와 함께 증가하므로 중간 다양성에서 최대가 되지만, 다양성이 가장 큰 수준일 때 감소해서 자원이 지탱할 수 있는 최대 숫자인 Nmax에서 0으로 떨어진다. 만일 더 많은 종이 있다면, 단위시간당 멸종하는 수는 [또는 단위 멸종속도는] 더 크다. S=E일 때, 즉 종분화속도와 멸종속도가 같을 때, 종 수는 평형상태인 N*에 도달한다. 멸종속도인 선분 E의 기울기가 클수록, 평형상태의 다양성은 낮아진다. [After Walker and Valentine 1984.]



티모시 워커(Timothy Walker)와 제임스 밸런타인(James Valentine)은 수정된 로지스틱 모델을 제시했는데, 이 모델에서 생태계는 최대로 가능한 종 수보다 더 적은 안정한 평형상태에 놓은 종 수를 가질 수 있다 [Walker and Valentine 1984]. 워커와 밸런타인의 모델은 각 종당 멸종속도인 E는 다양성 의존적이지 않지만, 각 종당 새로운 종의 출현속도인 S는 종 수 N이 환경이 지탱할 수 있는 최대치 Nmax에 다다르면서 감소한다고 가정한다 [그림 7.2]. 따라서



인데, 여기서 S0는 가능한 가장 큰 종분화속도다. 그러므로 종 수의 변화율에 대한 방정식은



으로, ∆N/∆t=0일 때 아래와 같은 식으로 표현되는 평형상태에 놓인 종 수 N*를 가진다.


따라서 평형상태에 있는 종 수가 공존할 수 있는 최대 수에 못 미치는 정도는 멸종속도가 종분화속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빠른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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