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2)
[번역] 『Evolution』 Ch. 6. 진화의 지리학 - (3)



그림 6.0 구대륙 원숭이와 신대륙 원숭이. [왼쪽의] 콜로부스(Colobus) 같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원숭이는 협비원소목(parvorder Catarrhini, 狹鼻猿小目) 분류군에 속한다. [아래쪽의] 짖는원숭이(howler monkey)인 Alouatta palliata 같은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의] 신대륙 원숭이는 아주 다른 분류군인 광비원소목(parvorder Platyrrhini, 廣鼻猿小目)에 속한다. [Colobus © Charles McRae/Visuals Unlimited; Alouatta © Roy P. Fontaine/Photo Researchers, Inc.] *


* 목(order, 目)은 범주의 크기에 따라 큰 순서대로 ["large", "great", "important"를 뜻하는 라틴어 magnus에서 파생한] 대목(magnorder, 大目), ["above"를 뜻하는 라틴어 접두어 super-를 붙인] 상목(superorder, 上目), (order, 目), ["under"를 뜻하는 라틴어 접두어 sub-를 붙인] 아목(suborder, 亞目), ["below"를 뜻하는 라틴어 접두어 infra-를 붙인] 하목(infraorder, 下目), ["small" 또는 "unimportant"를 뜻하는 라틴어 접두어 parv-를 붙인] 소목(parvorder, 小目)으로 나타낼 수 있다. 1998년에 말콤 맥켄나(Malcolm C. McKenna), 수잔 빌(Susan K. Bell), 조지 심슨(George Gaylord Simpson)이 『Classification of Mammals: Above the Species Level』이란 책에서 상목(上目)과 목(目) 사이에 크기 순서대로 ["large"를 뜻하는 라틴어 grand에서 파생한] "grandorder"와 ["wonderful" 또는 "strange"를 뜻하는 라틴어 mirus에서 파생한] "mirorder"를 고안했지만,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인류는 어디에서 기원했으며 어떤 경로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을까? 왜 캥거루는 호주에서만 발견되고, 왜 설치류는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가? 왜 온대림(溫帶林)보다 열대림(熱帶林)에 훨씬 더 많은 종의 나무, 곤충, 조류 등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생명체의 지리적 분포를 연구하는 생물지리학(biogeography, 生物地理學)이 풀고자 하는 문제다. 동물지리학(zoogeography, 動物地理學)과 식물지리학(phytogeography, 植物地理學)은 각각 동물과 식물의 분포를 연구하는 생물지리학의 세부 연구 분야다. 생명체의 분포에 관한 진화 연구는 지질학, 고생물학, 계통분류학, 생태학 등과 밀접하게 연관해 있다. 예를 들어, 대륙 분포와 기후의 역사에 관한 지질학 연구는 때때로 생명체 분포의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반대로, 생명체의 분포는 종종 지질학적 사건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 사실, 생명체의 지리적 분포는 지질학자가 대륙이동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동의하기 오래전에 일부 과학자에게 대륙이동의 증거로 사용됐다.


몇몇 사례에서 어떤 분류군의 지리적 분포는 역사적 정황으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오늘날 작용하는 생태적 요인이 최선의 설명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생물지리학 분야는 대략 역사적 생물지리학(historical biogeography)과 생태적 생물지리학(ecological biogeography)으로 세분할 수 있다. 지리적 분포에 관한 역사적∙생태적 해석은 상호보완적이며 둘 다 중요하다 [Brown and Lomolino 1998; Myers and Giller 1988; Ricklefs and Schluter 1993].


6.1 진화의 생물지리학적 증거


다윈(Charles Darwin)과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는 둘 다 생물지리학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월리스는 그의 훗날 연구 대부분을 이 주제에 헌신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동물지리학의 주요 양식을 기술했다. 생명체의 분포는 다윈에게 진화가 일어났었다는 영감(靈感)과 증거를 제공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생물지리학의 특정 사실에 관한 이유는 매우 자명하므로 거의 언급할만한 것이 못 된다. 만일 누군가가 우리에게 하와이 제도에는 왜 코끼리가 살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당연히 코끼리는 거기에 도달할 수 없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러한 대답은 코끼리는 섬이 아닌 다른 곳, 즉 대륙에서 기원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다윈과 월리스가 맞서 싸우고 있었던 신에 의한 특수창조(特殊創造)라는 관점인 진화 이전 세계의 관점에서 그러한 대답은 유효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창조주가 각각의 종을 곳곳에 또는 동시에 많은 지역에 배치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창조주가 어떤 종을 열대림처럼 그 종에게 적합한 서식지가 나타나는 장소라면 어디에나 배치했다고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일지도 모르겠다.


다윈은 만일 어떤 종이 (1) 한정된 위치 또는 지역에서 기원해, (2) 확산으로 더 널리 퍼졌으며, (3) 이들이 이주한 다양한 지역에서 변형되어 자손 종이 출현했다면, 특수창조설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많은 생물지리학적 사실이 매우 잘 들어맞음을 보이기 위해, 『종의 기원』 두 장(章)을 할애했다. [다윈의 시대에는 대륙이 움직였다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오늘날, 대륙의 이동도 분포의 특정 양식을 설명한다.] 다윈은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했다.



그림 6.1 사막식물에서 나타나는 수렴적인 성장형태. 광합성을 하는 줄기를 가지며 잎이 없는 다육성(多肉性)인 이들 식물 모두는 계통적으로 서로 멀리 연관된 세 과(科)에 속한다. (A) [선인장과(family Cactaceae, 仙人掌科)에 속하는] 북아메리카 선인장. Lophocereus schottii라는 이 종은 바하 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의 토착종이다. (B) 협죽도과(family Apocynaceae, 夾竹桃科)의 스타펠리아(Stapelia)에 속하는 시체꽃(carrion flower). 파리에 의해 수분(受粉)되는 이들 다육성 식물은 남아프리카와 동인도에 걸쳐 발견된다. (C)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Namib Desert)에 서식하며 대극과(family Euphorbiaceae, 大戟科)의 대극(Euphorbia, 大戟)에 속하는 종. [A~C © Photo Researchers, Inc. A by Richard Parker; B by Geoff Bryant; C by Fletcher and Baylis.] *, **


* carrion flower 또는 corpse flower는 우리말로 시체꽃이라 불리며 꽃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

** Baja California는 영어로 “바하 캘리포니아”라고 읽지만, 멕시코 지명이므로 원어를 그대로 살려 “바하 칼리포르니아”라고 번역했다.


첫 번째로, 다윈은 “다양한 지역에 서식하는 생명체 사이의 유사성(類似性)과 비유사성(非類似性) 어느 것도 기후와 물리적 조건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막과 열대림 같은 비슷한 기후와 서식지는 신대륙과 구대륙 모두에서 나타나지만, 이곳에서 서식하는 생명체는 계통적으로 연관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선인장과(family Cactaceae, 仙人掌科)의 선인장은 신대륙에 국한되어 있지만, 구대륙 사막의 선인장을 닮은 식물은 다른 과(科)에 속하는 구성원이다 [그림 6.1]. 신대륙에 있는 모든 원숭이는 하나의 거대 분류군인 광비원소목(parvorder Platyrrhini, 廣鼻猿小目)에 속하지만, 모든 구대륙 원숭이는 다른 분류군인 협비원소목(parvorder Catarrhini, 狹鼻猿小目)에 속한다. 심지어, 이 장 서두에서 보인 짖는원숭이와 콜로부스원숭이처럼 서로 비슷한 서식지와 먹이를 가질지라도 말이다.


다윈의 두 번째 강조점은 “어떤 종류의 장벽이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장애물은 다양한 지역의 생명체 사이에서 드러나는 차이와 밀접하고 중요한 방식으로 관련 있다”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다윈은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과 서해안에 서식하는 해양 종(種)이 서로 매우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다윈의 “세 번째 위대한 사실”은 종 자체는 비록 장소마다 서로 다를지라도 같은 대륙이나 바다에 서식하는 생명체는 계통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윈은 [뉴트리아(coypu 또는 nutria)와 카피바라(capybara) 같은] 남아메리카의 수생(水生) 설치류를 예로 들었는데, 이들은 [비버(beaver)와 사향쥐 같은] 북반구의 수생 설치류가 아니라 산과 초원에서 서식하는 북아메리카 설치류와 연관해 있다.


다윈은 “우리는 이러한 사실로부터 시공을 통틀어 같은 지역의 땅과 물에서 물리적인 조건과는 무관한 어떤 심오한 유기적 결합을 본다. … 그러한 결합은 [공통가계(common ancestry, 共通家系)처럼] 단순히 유전되는 것으로, 우리가 분명히 아는 한 유일하게 단독으로 서로 매우 닮은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다윈에게는 종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창조된 게 아니라 단일 기원지(起源地)에서 비롯했음을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섬에 서식하는 생명체로부터 특히 주목할만한 증거를 끌어냈다. 첫째, 멀리 떨어진 바다의 섬에는 일반적으로 장거리 확산(long-distance dispersal) 능력이 있는 바로 그러한 종류의 생명체가 있으며, 그런 능력이 없는 생명체는 서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많은 섬의 토착 포유류로는 박쥐가 유일하다. 둘째, 식물과 동물의 수많은 대륙 종(種)이 사람을 통해 운반되어 바다 위의 섬에서 번성했다. 따라서 다윈은 “각각의 독립된 종이 창조되었다는 교리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최적으로 적응한 식물과 동물 가운데 아주 많은 수가 바다의 섬을 위해 창조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셋째, 섬에서 서식하는 종 대부분은 가장 가까운 본토에 사는 종과 계통적으로 분명히 연관해 있는데, 이것은 대륙 종이 섬으로 유입했음을 암시한다. 다윈이 말한 대로, 이것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거의 모든 조류와 식물에 해당하는 사례다. 넷째, 어떤 섬에 사는 고유종(固有種)의 비율은 그 섬으로의 확산 기회가 낮을 때 특히 높다. 다섯째, 섬에 서식하는 종(種)은 종종 대륙에 사는 조상의 특징을 지닌다. 예를 들어, 다윈은 씨앗 표면의 갈고리는 포유류를 통한 확산에 적응한 것이지만, 포유류가 없는 바다 위의 섬에서도 많은 토착식물이 갈고리가 난 씨앗을 가짐에 주목했다.


거의 한 세기 반에 걸친 연구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들 다섯 가지 핵심 모두는 바로 다윈의 지식과 통찰에 대한 증거다. 화석기록과 대륙이동 및 해수면 변화와 같은 지질학적 사건에 관한 지식의 더 많은 확장으로 생물지리학에 관한 우리의 이해가 늘어났지만, 다윈이 지적한 다섯 가지 주요 핵심 가운데 어느 것도 지금껏 부정되지 않았다.


6.2 분포의 주요 양식


거의 모든 종의 지리적 분포는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으며, 많은 상위 분류군 역시 어떤 특정한 지리적 지역에 한정되어 나타난다 [또는 고유하다(endemic)]. 예를 들어, 도롱뇽 속(屬)인 플레토돈(Plethodon)은 북아메리카에 국한되어 있으며, Plethodon caddoensis은 오직 아칸서스(Arkansas) 서부의 카도 산맥(Caddo Mountains)에서만 서식한다. 비둘깃과(family Columbidae) 같은 일부 상위 분류군은 거의 전 세계에 분포하지만, [뉴질랜드에 국한된 키위과(family Apterygidae)처럼] 일부는 국소적으로 나타난다 [그림 6.13 참조].



그림 6.2 생물지리권. 월리스가 인정한 생물지리권은 구북권(Palearctic realm, 舊北圈), 에티오피아권(Ethiopian realm, -圈), 동양권(Oriental realm, 東洋圈), 오스트레일리아권(Australian realm, -圈), 신북권(Nearctic realm, 新北圈), 신열대권(Neotropical realm, 新熱帶圈)이다. 일부 연구자는 남아메리카 남부의 일부 지역, 아프리카, 뉴질랜드를 남극권(Antarctic realm, 南極圈)로 간주한다. *


* [용어설명] Tropic of Cancer, 북회귀선(北回歸線); Tropic of Capricorn, 남회귀선(南回歸線); Wallace's Line, 월리스 선; Equator, 적도(赤道).



월리스를 비롯한 초기 생물지리학자는 많은 상위 분류군이 대략 비슷한 분포를 나타내며, 생물상의 분류학적 조성이 지역 사이보다 지역 내에서 더욱 일정하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러한 관찰에 근거하여 월리스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널리 인정되는 육상 및 민물 생명체에 대한 몇몇 생물지리권(biogeographic realm, 生物地理圈)을 지정했다 [그림 6.2]. 여기에는 [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온대 및 열대를 포괄하는] 구북권(Palearctic realm, 舊北圈), [북아메리카의] 신북권(Nearctic realm, 新北圈),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의] 신열대권(Neotropical realm, 新熱帶圈),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일대인] 에티오피아권(Ethiopian realm),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인] 동양권(Oriental realm, 東洋圈),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뉴질랜드 그리고 인근 섬을 포괄하는] 오스트레일리아권(Australian realm)이 있다. 이들 생물지리권은 오늘날 기후 또는 육지 분포보다는 지구 역사로 나타난 결과다. 예를 들어, 월리스 선(Wallace’s line)은 가까운 위치와 비슷한 기후가 나타남에도 동물상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 섬을 구분한다. 이들 섬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서로 인접한 두 지각판(lithospheric plate, 地殼板) 위에 있으며, 각각 동양권과 오스트레일리아권이라는 서로 다른 두 생물지리권에 할당되었다.



그림 6.3 신열대권의 생물지리권에 고유한 분류군의 예. (A) 이절상목(superorder Xenarthra, 異節上目)인 아르마딜로. (B) 이절상목인 개미핥기. (C) 신열대권에서 아명금류의 엄청난 진화방산을 대표하는 개미잡이새과(family Formicariidae)에 속하는 개미때까치. (D) 남아메리카에 국한된 민물 메기류의 수많은 과(科) 가운데 하나인 칼릭티이대과(family Callichthyidae)의 갑주메기. [A, B after Emmons 1990; C after Haverschmidt 1968; D after Moyle and Cech 1983.]



그림 6.4 조류의 분포 양식에 근거한 오스트레일리아의 고유성 지역 또는 지방. 다른 척추동물의 분포도 비슷한 양식을 형성한다. [After Cracraft 1991.]



각각의 생물지리권에는 그 어느 곳보다 해당 영역에서 훨씬 더 다양하거나 심지어 그곳에만 국한된 수많은 상위 분류군이 서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의] 신열대권에 서식하는 고유 분류군에는 [개미핥기와 그 근연종인] 이절상목(superorder Xenarthra, 異節上目), [거미원숭이와 마모셋(marmoset) 같은] 광비원류(platyrrhines, 廣鼻猿類) 등의 영장류, 벌새류, 딱새와 개미잡이새 같은 아명금류(suboscines, 亞鳴禽類)의 거대한 집합체, 수많은 메기류의 과(科), 파인애플과(family Bromeliaceae) 같은 식물의 과(科) 등이 있다 [그림 6.3; 이 장 서두의 그림 참조]. 각각의 생물지리권 내에서 개별 종(種)은 더욱 제한된 분포를 나타내는데, 서식지가 두드러지게 다르거나 산맥과 같은 장벽으로 분리된 지역은 다소 다른 종의 집합을 나타낸다. 따라서 어떤 생물지리권은 종종 동식물구(faunal and floral provinces, 動植物區) 또는 고유성 지역으로 나뉠 수 있다 [그림 6.4].


생물지리권 [또는 지방] 사이의 경계는 일부 분류군이 인접한 지역의 경계를 넘어 두 권역(圈域)에 다양한 정도로 퍼져있으므로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의] 신북권에서 들소, 송어, 자작나무 같은 일부 종은 구북권의 분류군과 계통적으로 연관해 있다. 그러나 신북권의 다른 종은 신열대권의 종과 계통적으로 연관해 있거나 이들로부터 파생되었는데, 일례로 아르마딜로, 주머니쥐, 남아메리카의 나무에 붙어서 자라는 파인애플과 식물인 스페인 이끼(Spanish moss 또는 Tilandsia usneoides) 등을 들 수 있다.


일부 분류군은 격리분포(disjunct distribution, 隔離分布)를 나타내는데, 즉 이들의 분포에 틈새가 있다. 격리되어 분포하는 상위 분류군은 이들이 서식하는 각 지역에서 전형적으로 서로 다른 대표 종을 가진다. 예를 들어, 주금류(ratites, 走禽類)로 알려진 전혀 날지 못하는 조류에는 아프리카의 타조, 신열대권의 레아(rhea),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의 에뮤(emu)와 화식조(cassowary, 火食鳥), 뉴질랜드의 키위와 최근에 멸종한 모아(moa)가 있다 [그림 6.13 참조]. 폐어류, 유대류, 시클리드어류 [그림 6.12 참조], [Nothofagus라는] 남부 자작나무 등과 같은 다른 많은 분류군이 둘 이상의 남반구 대륙 사이에서 또한 공유된다 [Goldblatt 1993]. 일반적인 다른 격리 양식은 악어(Alligator), 앉은부채(skunk cabbage 또는 Symplocarpus), 튤립나무(Liriodendron) 등으로 설명되는데, 이들은 북아메리카 동부와 동아시아의 온대지역 모두에서 발견되는 많은 속(屬) 사이에 있지만, 두 지역 사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Wen 1999]. 우리는 이번 장 후반부에서 이러한 양식이 나타나는 이유 가운데 일부를 살필 것이다.


6.3 지리적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요인


어떤 분류군의 지리적 분포는 당대와 역사적 요인 모두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한 종의 분포에 대한 한계는 그 종이 한 번도 횡단한 적이 없는 지질학적 장벽이나 적응하지 않은 생태적 조건으로 결정될 수 있다. 이 절에서 우리는 분류군의 오늘날 분포를 있게 한 역사적 과정인 멸종, 확산 그리고 분단분포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어떤 종의 분포는 일부 개체군의 멸종으로, 어떤 상위 분류군의 분포는 일부 대륙 종의 멸종으로 감소했던 적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말과(family Equidae)는 북아메리카에서 기원해 다양해졌지만, 훗날 그곳에서는 멸종했다. 다만, 아프리카 얼룩말 그리고 아시아의 야생 나귀와 야생마만은 생존했다. [말은 유럽계 식민지 이주민이 북아메리카 대륙에 다시 도입했다.] 마찬가지로, 멸종은 동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동부에 서식하는 계통적으로 연관된 분류군 사이에서 나타나는 분리의 원인이다. 신생대 제3기 초기 동안 많은 식물과 동물이 북아메리카 북부 지역과 유라시아 전역으로 펴졌다. 이들의 확산은 따뜻하고 습한 기후 그리고 북아메리카와 유럽-시베리아 사이의 육지를 통한 연결로 촉진됐다. 이들 분류군 가운데 많은 수가 북아메리카 서부에서는 신생대 제3기 때 발생한 산맥의 융기(隆起)와 더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멸종했으며, 유라시아에서는 홍적세 빙하기 때문에 멸종했다 [Wen 1999; Sanmartín et al. 2001].



그림 6.5 1896년 유럽찌르레기(Sturnus vulgaris)가 뉴욕 시에 유입한 이후 나타난 영역확장의 역사. [After Brown and Gibson 1983.]



그림 6.6 앨라배마(Alabama)에서 젖소와 함께 있는 황로(Bubulcus ibis). 이 왜가리는 신대륙과 구대륙 양쪽에서 풀을 뜯는 우제류에 놀라 뛰어오르는 곤충을 먹고 산다. [Photo A. Morris/Visuals Unlimited.]



종은 [개체군의 이동과 같은] 확산(dispersal, 擴散)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힌다. 일부 연구자는 대략 연속하며 생존에 적합한 서식지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영역확장(range expansion, 領域擴張)과 장벽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도약확산(jump dispersal, 跳躍擴散)이라는 두 종류의 확산으로 구별한다 [Myers and Giller 1988]. 일부 식물과 동물은 자신들의 서식 범위를 매우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지난 2백 년 동안 사람을 따라 유럽으로부터 우연히 건너온 많은 식물 종이 뉴욕과 뉴잉글랜드로부터 북아메리카 전역에 걸쳐 확장했으며, 찌르레기(Sturnus vulgaris)와 집참새(Passer domesticus) 같은 일부 조류는 한 세기도 안 되어 마찬가지 방식으로 동부 전역에 퍼졌다 [그림 6.5]. 어떤 종은 스스로 주요 장벽을 가로지른 적도 있다. 황로(Bubulcus ibis, 黃鷺)는 약 75년 전까지 오직 구대륙의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만 발견되었지만, 사람의 도움 없이 남아메리카에 분명히 도달했다 [그림 6.6]. 그 이후에 황로는 신대륙의 온난한 지역 전체로 퍼졌다.


확산을 막는 장벽이 사라질 때 많은 종이 대략 동시에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게 되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확산에 대해 상관관계가 있는 양식을 낳는다 [Lieberman 2003]. 예를 들어, 선신세 무렵에 파나마 지협(the Isthmus of Panama)이 형성되었을 때 많은 식물과 동물이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대륙 사이를 이동했으며 [5장 참조], 신생대 제3기 초기 때는 많은 생명체가 대서양 횡단 육교(trans-Atlantic land bridge)를 건너 유럽과 북아메리카 대륙 사이를 이동했다 [Sanmartín et al. 2001].


분단분포(vicariance, 分斷分布)는 지질, 기후 또는 서식지 변화로 발생한 장벽 때문에 널리 분포하는 종의 개체군이 분리됨을 말한다. 분리된 개체군은 분기하여, 종종 서로 다른 아종(亞種), 종(種), 또는 상위 분류군이 된다. 예를 들어, 수많은 물고기, 새우, 그리고 다른 해양동물군에서 파나마 지협의 태평양 쪽에 서식하는 종의 가장 가까운 근연종은 파나마 지협의 카리브 해 쪽에서 사는 종이다. 이러한 양식은 널리 분포하던 조상 종이 선신세 때 파나마 지협의 출현으로 찢어져서 개체군이 분기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Lessios 1998]. 분단분포는 때때로 격리된 지역에 서식하는 계통적으로 연관된 분류군의 존재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림 6.7 북반구의 북부와 산악 지역에 서식하는 범의귀(saxifrage 또는 Saxifraga cernua)의 격리분포. 빙하기 때 거주한 남쪽 지역으로부터 이 종이 후퇴했을 때, 잔존 개체군은 고지대에서 계속 살아남았다. [After Brown and Gibson 1983; photo © courtesy of Egil Michaelsen and the Norwegian Botanical Association.]



확산과 분단분포는 모두 중요한 과정이며, 어느 것도 종의 분포에 관한 선험적인 단일 해석으로 가정할 수 없다. 많은 경우에 확산, 분단분포 그리고 멸종은 모두 어떤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홍적세 빙하기 동안 종(種)이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함으로써 자신들의 영역을 옮기는 것을 살폈다 [그림 5.29 참조]. 북반구의 추위에 적응한 종 일부는 멀리 남쪽까지 분포하게 되었다. 기후가 더욱 따뜻해졌을 때, 추운 산 정상에서 생존했던 일부 종을 제외하곤 남쪽 개체군은 멸종하게 되었다 [그림 6.7]. 이러한 경우에 생존하기 어려운 중간 서식지의 형성으로 개체군의 분단분포적 분리는 멸종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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