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2)
[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3)
[번역] 『Evolution』 Ch. 5.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 - (4)



그림 5.0 캄브리아기 해저 광경. 버제스 셰일(Burgess Shale)에서 발견된 화석을 재구성한 이 예술가의 연출은 5억 년 전 생명의 드라마를 상상하고 있다 [5장 4절 참조]. 여기에서 묘사된 종에는 포식성 발톱을 가진 절지동물인 아노말로카리스(Anomalocaris)와 굴을 파는 척삭동물인 피카이아(Pikaia)가 포함된다. “가시가 돋친” 할루시게니아(Hallucigenia)와 컵 모양의 마렐라(Marrella)가 해저에 그려져 있다. [Art © John Sibbick/NHMPL.]



생명이 시작한 시기인 35억 년 전 지구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단지 세균과 비슷한 세포만 볼지도 모른다. 이들 세포 가운데 우리의 가장 먼 조상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자신과 다를지 모른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를 거쳐 현재로 향하는 시간여행을 한다면, 우리는 한 편의 드라마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욱 웅장하고 화려하게 우리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볼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떤 작가의 상상보다도 더욱 놀라운 특징과 기능을 가진 수백만에 수백만을 더한 종(種)이 출현하고, 연기하며, 대개 죽는 수많은 장면으로 이루어진 행성의 무대다.


이 장에서는 생명의 웅장한 역사에서 몇 가지 중요한 지점, 특히 주요 생물군의 기원, 다양화 그리고 멸종을 설명한다. 이런 소재 대부분은 지질학적∙고생물학적 증거를 다루지만, 현존하는 생명체의 계통연구 또한 매우 중요한 정보를 밝혀왔다.


이 장에는 여러분이 기억하고 싶은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정보가 있다. 여러분은 이 장을 대체로 정보의 원천으로 여기거나, 시대를 초월한 가장 위대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에 대한 개요를 읽는 것으로 단순하게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주요 사건이나 다른 중요한 지점 대다수는 이탤릭체로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잘 훈련 받은 생물학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장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양식의 사례에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


  1. 기후 그리고 해양과 대륙의 분포가 오랫동안 변해왔으며, 생명체의 지리적 분포에 영향을 미쳤다.
  2. 생물상(biota, 生物相)의 분류학적 조성은 새로운 형태가 비롯하고 다른 형태가 멸종하면서 계속 변해왔다.
  3. 몇몇 시기에 [소위, 대멸종(mass extinction, 大滅種) 때문에] 멸종속도가 특히 높았다.
  4. 특히, 대멸종 이후에 상위 분류군의 다양화는 종종 상대적으로 빨랐다.
  5. 상위 분류군의 다양화에는 종 숫자의 증가 그리고 이들의 형태 및 생태적 습성(ecological habit)의 다양화 증가도 포함된다.
  6. 멸종한 분류군은 때때로 계통적으로 연관해 있지는 않지만, 생태적으로 비슷한 분류군으로 대체되었다.
  7. 계통적으로 연관된 상위 분류군의 조상 구성원은 종종 형태적으로 서로 더 비슷하며, 이들의 후손보다 생태적으로도 더 일반화되어 있다.
  8. 먼 과거에 존재했던 상위 분류군의 다양한 형태 가운데 보통 소수만이 오랫동안 지속했다.
  9. 많은 분류군의 지리적 분포가 엄청나게 변화했다. 10. 오랫동안 생물상의 조성은 점점 오늘날을 닮아갔다.


5.1 생명이 시작하기 전


대부분 물리학자는 현재 우주가 한없이 밀도가 높은 지점에서 [“빅뱅”(big bang)이라는] 대폭발로 약 140억 년 전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빅뱅 이후 곧바로 소립자(elementary particle, 素粒子)가 수소를 형성했고, 이 수소에서 결국 다른 원소가 출현했다. 약 100억 년 전에 못 미쳐 “먼지”와 기체로 이루어진 구름의 붕괴로 우리 은하계가 형성되었다. 우주 역사를 통틀어 특히 [초신성(supernova, 超新星)이라는] 항성 폭발(stellar explosion, 恒星爆發) 중에 물질이 성간 공간(interstellar space, 星間空間)으로 방출되어 2세대와 3세대 별로 응축되었는데, 태양도 그 중 하나다. 운석(隕石)과 월석(月石)의 방사성 연대 측정에 따르면 우리 태양계는 약 46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 지구도 태양계와 같은 나이지만, 지각의 섭입(subduction, 攝入)과 같은 지질작용 때문에 [그림 4.1 참조],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암석은 지구보다는 나이가 어린 약 38억 년 전부터 시작한다. 지구는 아마도 수많은 작은 천체(天體)의 충돌과 응집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며, 이때의 충돌로 엄청난 열이 발생했다.


초기 지구가 식으면서 단단한 지각이 형성되었으며, 이때 수증기는 있어도 산소는 거의 없었던 기체를 방출했다. 지구가 식으면서 액체 수분 상태의 해양이 아마도 약 45억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곧바로 오늘날 대양의 염도(鹽分)에 다다랐다. 40억 년 전쯤에는 아마도 여러 개의 작은 시원대륙(protocontinent, 始原大陸)이 있었을 테지만, 그로부터 약 10억 년 뒤에 커다란 대륙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5.2 생명의 출현


“살아 있다”고 설명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존재는 분자의 복잡한 집합체로 발달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집합체는 어떤 화석기록도 남기지 않았으므로, 이들의 존재는 화학과 수학 이론,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실험, 그리고 우리가 생명 출현의 모형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희망하는 가장 단순하다고 알려진 살아 있는 형태에서 추정한 결과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생명을 정의하기란 어렵지만, 만일 주변 환경에서 에너지를 포획하고, 자신을 복제하는 데 그 에너지를 사용하며, 이를 통해서 진화할 수 있다면, 분자의 모임이 “살아 있다”고 말하는 데 일반적으로 동의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있는 존재에서 이러한 기능은 정보를 복제하고 지니는 핵산(nucleic acid, 核酸)과 핵산을 복제하고, 에너지를 변환하며, 표현형을 생성하고 [부분적으로 표현형을 구성하는] 단백질로 수행된다. 이들 요소는 인지질 막으로 둘러싸인 세포라는 구획 안에 함께 모여 있다.


생명체 또는 반생명체(半生命體)가 한 번 이상 비롯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우리가 아는 한 임의적인 특정 형질을 공유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이 단일 공통조상에서 생겨났음을 매우 확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명체는 단백질 구성 요소로 오직 L형 광학이성질체(L optical isomer)인 아미노산만을 합성하고 사용한다. 사실, L형과 D형 이성질체는 무생체합성(abiotic synthesis, 無生體合成)에서 같은 확률로 형성되지만, 기능 단백질은 오직 한 종류로만 만들어진다. D형 이성질체도 마찬가지로 잘 작동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다소 임의적인 유전자 암호(genetic code)와 단백질 합성 기구의 보편성은 모든 생명체의 단계통적 기원을 암시하는 여러 가지 특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알려진 생명체에서 오직 핵산만이 복제를 하지만, 이 과정에 핵산으로 암호화된 단백질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런저런 장애물이 있음에도, 생명의 기원에 관한 가능한 단계 일부를 이해하는 데서 진전이 있었다 [Orgel 1994; Maynard Smith and Szathmáry 1995; Rasmussen et al. 2004].



그림 5.1 초기 지구의 대기 상태를 모의 실험하기 위해 사용된 스탠리 밀러의 실험 기구. 이 실험에서 가열과 응축의 연속적인 순환으로 생명체 발생 이전의 유기 화합물이 생성됐다.



첫째, 복잡한 유기 분자의 구성 요소인 단순 유기 분자가 무생물 화학반응으로 생성될 수 있다.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는 그의 유명한 실험에서 메탄(CH4), 암모니아(NH3), 수소 기체(H2), 그리고 수증기(H2O)로 구성된 대기에 전기를 방전(放電)하면 아미노산과 사이안화수소(hydrogen cyanide, HCN),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 H2CO) 같은 화합물이 만들어지며, 반응이 더욱 진행될수록 당(sugar, 糖), 아미노산, 퓨린 염기(purine base), 피리미딘 염기(pyrimidine base) 등이 합성됨을 발견했다 [그림 5.1].


그러한 단순 분자 일부가 복제 가능한 중합체(重合體)를 형성했음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의] 중합 반응(重合反應)은 이들 물질이 점토 입자에 흡착(吸着)하거나 증발에 따른 농축(濃縮)으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가장 그럴싸한 초기 복제자(replicator, 複製者)로 짧은 RNA [또는 RNA와 비슷한] 분자가 있었다. RNA에는 자기복제(self-replication, 自己複製)를 포함한 촉매 특성이 있다. [라이보자임(ribozyme) 같은] 일부 RNA 서열은 다른 종류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를 자르고, 이어 붙이고, 길게 늘일 수 있으며, 짧은 RNA 주형 서열(template sequence, 鑄型序列)은 자유로운 단분자 형태의 염기로부터 상보적 서열의 형성을 자기촉매(self-catalysis, 自己觸媒) 과정으로 촉진할 수 있다. 최근 실험에서 표면 위에 RNA가 흡착된 점토 입자가 지질막(脂質膜) 형성을 촉진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결국 아미노산이 짧은 단백질로 중합하는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나타났다. 따라서 자기복제성 RNA를 포함한 초기 세포의 중요한 요소 일부를 가진 집합체는 오로지 화학 공정만으로 형성될 수 있다.


자연선택과 진화는 복제 분자로 이루어진 무생물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졸 슈피겔만(Sol Spiegelman)이 RNA, [Qβ 파지(phage Qβ)라는 바이러스에서 분리한] RNA 중합효소(RNA polymerase, -重合酵素), 그리고 핵산 염기를 무세포 배지(cell-free system, 無細胞培地)에 넣었을 때, 다른 종류의 RNA 서열이 서로 다른 속도로 중합효소에 의해 복제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존재 비율도 변화했다 [Spiegelman 1970]. [바이러스 같은] 생명 체계로부터 분리한 복제 효소를 사용했으므로 이 실험이 생명 기원의 가장 첫 단계와 관련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실험은 복제하는 거대분자 체계가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긴 RNA 서열은 돌연변이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효과적으로 복제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 이상의 짝지어진 각각의 거대분자가 복제를 서로 촉진한다면, 더 큰 유전체가 진화할 수도 있다. 복제는 아마도 느리고 원래 부정확했으며, 오늘날 생명체가 나타내는 정확도는 단지 훨씬 나중에 획득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서로 다른 많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의심할 바 없이 자신을 복제할 수 있었으리라. 단백질이 진화하기 전에는 표현형(phenotype, 表現型)은 없었으며 단지 유전형(genotype, 遺傳型)만 있었다. 그래서 최초 “유전자”는 특정 염기쌍 서열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회의론자가 자주 제기하는 [50bp의 서열이 만들어질 확률은 450분의 1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특정 핵산 서열의 조립이 매우 일어나기 어렵다는 논쟁은 불필요하다.



그림 5.2 단백질 합성과 유전자 암호의 기원에 관한 가설. mRNA의 조상인 [초록색으로 표시된] RNA 라이보자임은 [AA로 표시된] 아미노산과 짧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보조인자에 결합해 있으며, 이 보조인자는 원시 암호(primitive code)에 따라 특정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아미노산에 연결하는 [R1으로 표시된] 다른 라이보자임과 연결해 있다. 이 체계는 오늘날 리보솜의 조상인 라이보자임 R2가 아미노산을 연결하는 체계로 진화했다. [After Maynard Smith and Szathmáry 1995.]



단백질 효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아마도 가장 풀리지 않는 문제일 것이다. 외르스 싸트마리(Eörs Szathmáry)는 이 과정이 짧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서열에 연결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보조인자(cofactor, 補助因子)가 RNA 라이보자임의 자기복제 과정을 도우면서 시작했다고 제안했다 [Szathmáry 1993] [그림 5.2]. 오늘날 많은 조효소(coenzyme, 助酵素)는 뉴클레오타이드 요소를 가진다. 다음 단계는 몇몇 그러한 아미노산-뉴클레오타이드 보조인자가 서로 연결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라이보자임은 리보솜(ribosome)으로, 보조인자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요소는 전달 RNA(transfer RNA 또는 tRNA)로, 그리고 아미노산으로 연결된 줄은 촉매 단백질로 진화했다. 비록 다른 많은 특징이 그 단계와 우리가 아는 세포 사이에서 진화했겠지만, 지질막 내에 포장된 그러한 거대분자의 앙상블은 최초 세포의 전구체(前驅體)였을 것이다.


5.3. 선캄브리아기 생명체


5.3.1 원핵생명체


약 25억 년 이전의 시생누대(Archean eon, 始生累代)와 25억 년에서 5억 4천2백만 년 전 사이의 원생누대(Proterozoic eon, 原生累代) 모두를 통틀어 선캄브리아 시기(Precambrian time)라고 부른다.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약 38억 년 된] 암석은 생명체가 존재했음을 가리키는 탄소 퇴적물을 포함한다. 생명체가 존재했음을 가리키는 최초의 꽤 확실한 증거는 약 35억 년 전부터 시작하는데, 이들은 박테리아를 닮은 미화석(microfossil, 微化石)과 오늘날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라는 남조균(藍藻菌)이 따뜻한 바다의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하는 층진 봉우리(layered mount)인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와 같은 구조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림 5.3].



그림 5.3 현존하는 시아노박테리아에 의해 형성된 오스트레일리아 샤크 만(Shark Bay)의 스트로마톨라이트. 비슷한 구조물이 시생누대의 암석에서도 발견된다. [저자가 찍은 사진.]



초기의 대기는 일반적으로 산소가 거의 없었다고 여겨지므로, 가장 초기 생명체는 혐기성(嫌氣性)이었을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와 다른 세균에서 광합성이 진화하면서 산소가 대기로 방출되었다. 산소의 대기 농도는 아마도 상당량의 유기물을 땅속으로 매장해 이 물질의 산화(酸化)를 막았던 지질작용 때문에 약 22억 년 전에 급격히 증가했을 것이다 [Knoll 2003]. 산소가 대기 중에 더 많아지면서, 많은 생명체가 세포를 산화작용으로부터 보호하는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산소호흡 능력도 진화시켰다.



그림 5.4 생명의 나무의 기저 분지: 세 역(域) 사이와 역 내의 몇몇 혈통 사이의 계통관계에 대한 현재 가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진정세포 혈통에서 기원했음에 주목하라. 점선은 초기 진핵생물 혈통과의 내부공생적 연관성을 가리킨다. [After Knoll 2003 and other sources.] *


* [용어설명] diplomonads, 중복편모충류(重複鞭毛蟲類); slime molds, 점균류(粘菌類); ciliates, 섬모충류(纖毛蟲類); fungi, 곰팡이류 또는 진균류(眞菌類); Sulfolobus, 술폴로부스; Thermoproteus, 써모프로테우스; methanogen, 메탄생성균류; Thermoplasma, 써모플라즈마; Halobacteria, 할로박테리아; flexibacteria, 플렉시박테리아류; green sulfur bacteria, 녹색 유황 세균.



오늘날 현존하는 생명체는 [모든 진핵생명체가 포함되는] 진핵생물류(Eucarya, 眞核生物類) 그리고 고세균류(Archaea, 古細菌類)와 진정세균류(Bacteria, 眞正細菌物)로 분류되는 두 가지 원핵생명체(prokaryotes, 原核生命體) 집단과 같은 세 가지 역(empire 또는 domain, 域)으로 분류된다 [그림 2.1 참조]. 생명의 역사 절반 이상인 약 20억 년 동안 두 원핵생명체 역(prokaryotic empires)은 지구에서 유일한 생명 형태였다. 오늘날 많은 고세균류는 혐기성이며 온천 같은 극한 환경에서 서식한다. [그러한 종 가운데 하나가 현대 분자생물학과 기술의 많은 부분에서 기초가 되는 PCR 반응에 사용되는 DNA 중합효소인 Taq 중합효소(Taq polymerase)의 원천이다.] 진정세균류의 물질대사 능력은 매우 다양하며, 많은 수가 광합성을 한다. 원핵생명체의 분자계통연구와 진핵생명체 핵 유전자(nuclear gene)의 분자계통분석은 고세균류와 진핵생물류가 진정세균류보다 서로 더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5.4]. 그러나 몇몇 DNA 서열 연구에서 이들 역(域) 사이와 역 내에 관한 계통관계에 관한 모순되는 증거가 나타나는데, 이것은 명확히 통합된 유전체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을 무렵인 생명의 역사 초기 동안에 상당한 측면 유전자 이동(lateral gene transfer, 側面遺傳子移動)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Woese 2000]. 훨씬 후에야 세포가 더 복잡해지고 통합되어 외래 DNA(foreign DNA)를 삽입하는 것이 그들의 기능성을 줄였을지도 모른다.


5.3.2 진핵생명체


생명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는 진핵생명체의 기원으로, 세포 골격 및 뚜렷한 염색체와 방추체(mitotic spindle, 紡錐體)를 가지는 핵과 같은 특징으로 구별된다. 진핵생명체 대부분은 고도로 조직화된 재조합과 유성생식의 근간인 감수분열을 한다. 거의 모든 진핵생명체가 미토콘드리아를 가지며, 많은 수가 엽록체를 가진다. 기생체며 장편모충(腸鞭毛蟲)의 한 종류인 지아르디아(Giardia) 같은 일부 진핵생물성 원생생물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없다. 그러나 이들의 핵 염색체는 다른 진핵생명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와 상동인 유전자를 가지는데, 이것은 이들의 조상이 미토콘드리아를 가졌음을 뜻한다. [미토콘드리아에서 핵으로 유전자가 전달되는 것은 잘 알려진 현상으로, 심지어 효모의 실험 개체군에서도 기록되어 있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초기 진핵생명체에 먹혔다가 나중에 내부공생체(endosymbiont, 內部共生體)가 된 세균에서 유래했다 [Margulis 1993; Maynard Smith and Szathmáry 1995] [그림 5.4 참조]. 이들 세포 소기관은 초미세구조(超微細構造)와 DNA 서열 모두에서 세균과 비슷하다. 미토콘드리아는 [대장균의 한 분류군인] 홍색 세균에서 파생했다. 엽록체는 진핵생명체의 몇몇 갈라진 분기군에서 발생했는데, 이것은 이들이 적어도 여섯 차례에서 아홉 차례에 걸쳐 시아노박테리아에서 출현했음을 가리킨다. 게다가, 켈프류(kelps), 규조류(珪藻類) 그리고 일부 다른 진핵생명체는 2차 심지어 3차 엽록체를 가진다. 그리고 이들 생명체는 진핵생물성 내부공생체의 후손을 포함하며, 여기에는 시아노박테리아에서 파생한 엽록체가 있다.



그림 5.5 몇몇 원생누대 화석. (A) 약 15억 년 전의 시아노박테리아 에엔토피살리스(Eoentophysalis) 군집. (B)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의 15억 년 된 지층에서 발굴된 단세포성 진핵생명체로 [분류상 어디에 속하는지 확실치 않은 해산(海産) 화석 단세포 생명체인] 애크리태크(acritach) 조류(藻類)인 타파니아(Tappania). (C) [약 5억 9천만 년 전의] 원생누대 후기 다세포성 홍조류(紅藻類). [Photograph courtesy of A. H. Knoll.]



그림 5.6 DNA 서열로 추론한 진핵생명체 주요 혈통 일부에 관한 최근 계통추정. 이들 혈통 가운데 단지 소수만이 전통적인 분류에서 “계”(system, 系)로 인식된다.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며 단세포성 기생체인 파라바살리아강(class Parabasalia)과 중복편모충목(order Diplomonadida, 重複鞭毛蟲目)의 위치는 불확실하다. [After Baldauf et al. 2000 and McGrath and Katz 2004.] *


* [용어설명] division Microsporidia, 미포자충목(微胞子蟲目); choanoflagellates, 깃편모충류; infraphylum Mycetozoa, 동균하문(動菌下門) 또는 점균하문(粘菌下門); acellular slime molds, 비세포성 점균류; subphylum Lobosa, 엽상위족아문(葉狀僞足亞門); division Chlorophyta, 녹조문(綠藻門); division Rhodophyta, 홍조문(紅藻門); class Phaeophyceae, 갈조강(褐藻綱); oomycetes, 난균류(卵菌類); water molds, 수생 균류 또는 물 곰팡이류; phylum Ciliophora, 섬모충문(纖毛蟲門); phylum Apicomplexa, 정단복합체충문(頂端複合體蟲門); phylum Euglenozoa, 유글레노조아문.



화학적 증거는 진핵생명체가 약 27억 년 전 무렵에 진화했었다고 시사하지만, 가장 초기의 진핵생명체 화석은 약 15억 년 전의 것이다 [그림 5.5]. 진핵생명체는 아마도 질소의 이용 가능성이 늘어나면서 빠른 다양화를 겪었을 것이다. 진핵생명체에는 이 책보다 더 오래된 교과서 대부분에서 인용하는 다섯 가지 계(kingdom, 系)보다 훨씬 더 많은 혈통이 있다. “조류”(藻類)와 “원생동물”(protozoan, 原生動物)에 속하는 많은 혈통은 식물계(kingdom Plantae, 植物界), 균계(kingdom Fungi, 菌界) 그리고 동물계(kingdom Animalia, 動物界) 사이만큼이나 서로 멀리 연관되어 있다 [그림 5.6]. 동물계와 균계는 진핵생명체의 다른 주요 혈통보다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었다고 나타난다.


이들 생명체가 기원한 뒤에 거의 수십억 년 동안 거의 모든 진핵생명체는 단세포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며, 많은 혈통이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생명의 역사에서 주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는 몇몇 혈통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한 다세포 생명체의 진화다. 다세포성(multicellularity, 多細胞性)은 커다란 몸과 정교한 기관계(器官系)가 발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조직과 기관의 진화는 서로 다른 세포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식인 유전자 조절의 진화가 필요했다.


5.3.3 원생누대 생명체



그림 5.7 에디아카라 동물상의 구성원. (A) 확실하진 않지만, Mawsonites spriggi는 말미잘의 자포동물 근연종일 것이다. (B) 벌레를 닮은 Dickinsonia costata와 이후 동물과의 실제 계통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 [A ©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B © Ken Lucas/Visuals Unlimited.]



가장 오래된 다세포 동물 화석은 약 6억 4천만 년 전의 것이다. 최초의 동물 화석 가운데 [약 6억 년 전인] 원생누대 후기와 고생대 캄브리아기 초기의 에디아카라 동물상(Ediacaran fauna)이라 알려진 생명체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몸이 부드러우며, 골격이 없고, 해저 바닥 위를 기거나 서 있는 평평한 모양의 생명체였다 [그림 5.7]. 이후 동물을 참조해 이들 생명체를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몇몇은 자포동물문(phylum Cnidaria, 刺胞動物門)과 좌우대칭동물(Bilateria, 左右對稱動物)의 줄기군이었을 것이다.






Posted by met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