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1)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3)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4)
[번역] 『Evolution』 Ch. 2. 생명의 나무: 분류와 계통 - (5)


2.2. 계통 역사의 추론


2.2.1. 유사성과 공통가계


종이 점진적으로 서로 더욱 달라졌다는 다윈의 가정이 옳다면 종의 유사성과 차이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다른 분류군이 출현하는 분지(branch, 分枝)의 역사를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먼저 진화 역사를 추론하는 이러한 방법이 간단한 사례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고, 그러고 나서 몇몇 중요한 복잡한 사례를 검토할 것이다.



그림 2.3 갈라파고스 군도(Galápagos archipelago)의 여러 섬에서 서식하는 자이언트 거북(giant tortoise)은 등 껍질 형태와 목 길이가 다르지만, 이들 모두 Geochelone elephantophus라는 종에 속한다. (A) 과거 후드 섬(Hood Island)이라 불렸던 오늘날 에스파뇰라 섬(Española Island)에서 서식하는 안장(saddleback, 鞍裝) 모양의 등 껍질을 가진 자이언트 거북(G. e. hoodensis). (B) 이사벨라 섬(Isabela Island)에서 사는 돔(dome) 모양의 등 껍질을 가진 자이언트 거북(G. e. vandenburghi). [Photo © François Gohier/Photo Researchers, Inc.]



생명체 사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는 특성 또는 형질(character, 形質)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다윈이 갈라파고스 군도(Galápagos archipelago)에서 맞닥뜨렸던 거북이 몇 종류는 몸 크기, 목 길이, 그리고 등 껍질의 모양과 같은 특징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림 2.3]. 다양한 생명체의 계통분석에 유용하다고 판명된 표현형 형질(phenotypic character, 表現型形質)에는 외적∙내적인 형태적 특징뿐만 아니라 행동, 세포 구조, 생화학 그리고 염색체 구조의 차이도 포함된다. 분자생물학 지식과 기술로 무장한 오늘날 생물학자는 종종 DNA 서열을 사용하는데, 서열 내 특정 위치에 존재하는 [A, T, C 또는 G와 같은]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 정체성(正體性)은 하나의 형질로 간주할 수 있다. 각각의 형질은 뉴클레오타이드 A 대 C, 짧은 목 대 긴 목, 둥근 등 껍질 대 안장 모양의 등 껍질 등과 같은 서로 다른 가능한 형질상태(character state, 形質常態)를 가질 수 있다.


첫 단계로, 눈여겨볼 만한 다양한 형질 10가지[형질 a~j]를 보유한 일련의 네 종[종 1~4]을 살펴보자 [그림 2.4]. 여기에서 우리의 과제는 어떤 종이 최근 파생했고, 어떤 종이 가장 오래된 공통조상에서 파생했나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그림 2.4A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이들을 하나의 계통수로 정리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각각의 분지점(branch point 또는 node, 分枝點)은 두 혈통의 공통조상을 나타낸다. 단순하게, 각각의 형질은 0과 1로 표시된 두 가지 형질상태에 놓일 수 있으며, 상태 0은 이 무리의 공통조상인 조상 1에서 발견되는 조상상태(ancestral state, 祖上狀態)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상태 1은 조상상태에서 진화한 파생상태(derived state, 派生狀態)라고 가정하자. [예를 들어, 하나 이상의 후손 분류군이 진화하는 동안 조상상태 A가 파생상태 C로 대체되거나, 조상상태인 붉은 눈이 파생상태인 노란색 눈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형용사 PLESIOMORPHICAPOMORPHIC은 때때로 “선조(ancestral)”와 “파생(derived)”이란 뜻으로 각각 사용되기도 한다. 종 사이의 계통관계를 추론하기 위해 형질상태에 관한 자료를 사용하도록 하자.



그림 2.4 세 가지 자료 집합에 적용된 계통분석의 예. 각각의 계통수에서 종 1~4는 계통수 위쪽에 표시되어 있고 공통조상은 아래쪽에 표시되어 있다. a에서 j까지 10가지 형질 각각에 대한 [0 또는 1로 표시된] 형질상태가 조상 1과 현존하는 종에 표시되어 있다. 가지 위의 가는 눈금선은 형질상태의 진화적 변화를 나타낸다. 각 계통수의 오른쪽에 있는 위쪽 행렬은 각각 쌍을 이루는 종 사이의 공유형질상태 전체 개수를 나타내며, 아래쪽 행렬은 가지를 따라 발생한 상태변화를 뜻하는 공유파생형질을 나타낸다. (A) 상대적으로 일정한 진화속도의 불계적 상동이 없는 계통수. (B) 다른 가지보다 조상 3에서 종 2로 가는 가지에서 진화속도가 더 빠르다. (C) 세 가지 형질이 불계적 상동으로, 형질상태 g1과 h1 모두가 독립적으로 두 번 진화했고, 형질 j는 j1에서 조상상태인 j0로 되돌아가는 역진화를 겪었다. 모든 경우에서 종 4는 다른 모든 종과 더욱 멀리 연관된 외군이라고 가정한다.



그림 2.4A에는 네 종이 조상 1의 후손이라는 가설관계(hypothetical relationship, 假設關係)가 묘사되어 있다. 형질상태 a0에서 형질상태 a1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각각의 진화적 변화는 이 그림에서 굵은 가지 위에 가는 눈금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어떤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파생된 종의 집합을 단계통군(monophyletic group, 單系統群)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그림 2.4A에는 종 2+3, 종 1+2+3, 종 1+2+3+4와 같은 세 가지 단계통군이 존재한다. 그림 2.4A가 진실로 네 종의 실제 계통을 대표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이 자료에서 이러한 계통을 추론하거나 추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각각 짝지은 후손 종이 공유하는 형질상태 개수로 이들의 유사성을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 1과 2 모두는 그림 2.4A의 공유형질상태(shared character state, 共有形質常態) 행렬에 나와 있는 대로 형질상태 a0, b0, c1 그리고 j0를 가진다. 종 2와 3이 서로 가장 비슷하며, 가장 최근 공통조상인 조상 3에서 진화했다. 종 1은 [종 1~3을 포괄하는] 모든 종의 가장 먼 공통조상인 조상 1을 공통조상으로 공유하는 종 4보다는 조상 2를 공통조상으로 공유하는 종 2 및 종 3과 더 비슷하다. 이처럼 유사성 정도는 공통가계(common ancestry, 共通家系)의 최신성(最新性)에 대한 신뢰할만한 지표며, 이들 종의 계통이 단계통군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가상의 사례에서, 우리는 어느 형질상태가 조상형이고 어느 것이 파생형인지 알고 있다고 가정했다. 유사성을 측정할 때, 우리는 그 어떤 두 종의 조상형질(ancestral character, 祖上形質)에서도 진화하지 않은 공유형질(shared character, 共有形質)과 [예를 들면, 종 1과 2가 공유하는 조상상태 a0] 두 종에서 모두 진화가 일어난 공유형질[이 경우에는 c1]을 모두 포함해 계산했다. 만일 우리가 진화하지 않은 공유되고 파생된 형질상태만을 고려한다면, 종 2와 3이 가장 비슷하고 종 1이 종 4보다 나머지 종과 유사하다는 또 다른 행렬을 얻게 된다. 이렇게 공유되고 파생되는 형질상태를 때때로 공유파생형질(synapomorphy, 共有派生形質)이라고 한다.


2.2.2. 계통추론의 복잡한 사례


그림 2.4A에서 형질상태의 변화 개수는 이 집단의 조상 1에서 각각의 후손 종에 이르기까지 대략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진화속도가 혈통 사이에서 어느 정도 같다. 그러나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다. 그림 2.4B에서 우리는 조상 3과 종 2 사이의 진화속도가 계통수의 다른 곳보다도 크다고 가정했다. 아마도 이러한 차이는 종 2에서 DNA 서열의 염기쌍 치환(base pair substitution, 鹽基雙置換)이 다른 종보다 더 자주 발생했음을 나타낸다. * 이제 공유형질상태 행렬은 종 1과 3이 가장 비슷하다고 가리킨다. 그러므로 우리는 설령 그렇지 않을지라도 이들이 계통적으로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종이라고 잘못 판단하게 된다. [계통관계의 정도(程度)는 유사성이 아니라 공통가계의 상대적 최신성을 뜻함을 명심하라.] 여기에서 유사성은 이들 관계의 적절한 지표가 아니다. 그러나 공유된 파생형질상태의 개수는 가장 가까운 근연종(close relative, 近緣種)이 종 2와 3이라고 분명히 가리키며, 이것은 계통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 염기쌍 치환(base substitution, 鹽基雙置換)은 개체군이나 종 전체에서 [예를 들어, A-T 염기쌍 같은] 하나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쌍이 [예를 들어, G-C 염기쌍과 같이] 다른 것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늘 그렇지는 않지만, 이러한 치환은 유전자 암호(genetic code, 遺傳子暗號)로 지정되는 아미노산(amino acid)을 변화시키는데, 여기에 관해서는 8장에 자세히 나와 있다.


종 1과 3은 [c1처럼] 하나의 파생형질상태뿐만 아니라 [a0, b0, g0, h0, i0, j0과 같은] 여섯 개의 조상형질상태(ancestral character state, 祖上形質狀態)도 공유한다. 종 2는 종 3이 공유하지 않은 [g1, h1, i1 그리고 j1과 같은] 진화적 변화를 네 번 겪었으므로, 비록 종 2가 종 3과 더욱 가깝게 연관해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종 2는 종 1과 더 비슷하다. 이들이 조상형질상태나 파생형질상태를 공유하기 때문에 분류군이 서로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공유파생형질처럼] 오직 분류군 사이에서 공유된 파생된 형질상태만이 단계통군을 가리키며 성공적으로 계통을 추론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종 3에서 j1과 같은 상태와 같이] 단일 혈통에 제한된 때때로 단독파생형질(autapomorphy, 單獨派生形質)이라 불리는 파생형질상태는 다른 혈통과의 계통관계에 대해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는다.


이전 예에서 각 형질은 계통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번만 변화했다. 그러므로 어떤 형질상태를 공유한 모든 분류군은 공통조상으로부터 아무 변화 없이 형질을 물려받았다. 그러한 형질을 공유하는 모든 분류군에 존재하는 형질상태를 “상동”(homology, 相同)이라고 부른다. [상동형질상태(homologous character state, 相同形質狀態)와 상동형질(homologous character, 相同形質) 모두를 언급하고 있음에 주목하라.]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것이 모든 경우에 통용되지는 않는다. 만일 형질상태가 두 번 이상 독립적으로 진화해서 고유한 기원을 갖지 않는다면 그러한 형질상태는 불계적 상동(homoplasy, 不系的相同)이라고 부른다. 그러한 형질을 공유한 분류군은 공통조상에서 모든 형질을 물려받지 않았다. 그림 2.4C에는 세 가지 불계적 상동형질(homoplasious character, 成因的相同形質)이 나와 있다. 상태 g1은 종 1과 3에서 g0로부터 독립적으로 진화했고, h1은 종 1과 2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이들 두 불계적 상동은 둘 이상의 분류군에서 파생형질상태가 독립적으로 기원한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 收斂進化)의 한 예다. 반대로, 형질 j는 조상 2의 진화에서 j0로부터 j1으로 진화했고, 종 2에서는 j0역진화(evolutionary reversal, 逆進化)했다.


수렴진화나 역진화를 겪는 불계적 상동형질은 계통연구를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그림 2.4C에서 형질 g와 j 때문에 종 1과 3을 가장 가까운 근연종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으며, 형질 h는 종 1과 2가 단계통군이라는 그릇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한다. 따라서 공유된 파생형질상태는 단지 그들이 고유한 기원에서 파생되었을 때만 단계통군임을 확증할 수 있는 유효한 증거가 된다.



그림 2.5 척추동물 일부 분류군의 계통. 단 한 번 진화한 파생형질상태를 공유한 [사지동물류, 양막류(amniotes, 羊膜類), 조류와 같은] 구성원의 단계통군을 예로 들고 있다. *


* [용어설명] Actinopterygian bony fishes, 조기강(class Actinopterygii, 條鰭綱)에 속하는 경골어류.



오늘날 많은 계통분류학자가 사용하는 계통관계를 추정하는 방식은 독일 곤충학자인 빌리 헤니히(Willi Hennig)가 1966년에 발표했던 원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Hennig 1996]. 헤니히는 분류군이 (1) 고유한 파생형질상태, (2) 조상형질상태, (3) 불계적 상동형질상태(homoplasious character state, 成因的相同形質狀態)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비슷하며, 오직 고유한 파생형질상태로 말미암은 유사성만이 계통수를 구성하는 한 데 묶인 단계통군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사지동물의 팔다리, 양막(amnion, 羊膜) 및 깃털은 각각 한 번씩만 진화했다고 확신한다. [지느러미 대신에 사지(四肢)를 가진 척추동물인] 모든 사지동물류는 하나의 단계통군을 형성한다는 게 일반적인 정설이다 [그림 2.5]. 사지동물류 내에서 양막류(amniotes, 羊膜類)는 하나의 단계통군을 이룬다. * 양막류 내에서 [조류처럼] 깃털을 가진 모든 동물은 다시 하나의 단계통군을 이룬다. 그러나 이것은 깃털 없는 모든 척추동물이 단일 분지를 형성한다고 뜻하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도 그렇지 않다. 따라서 깃털의 부재(不在)는 깃털 없는 동물 모두가 조류보다 서로 더 가깝게 계통적으로 연관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없는 조상형질상태다. [어류, 도마뱀류 그리고 개구리류는 모두 깃털이 없지만, 모든 무척추동물도 마찬가지로 깃털이 없다.]


* 양막류(amniote, 羊膜類)는 파충류, 조류 그리고 포유류처럼 육상생활에 주로 적응한 척추동물로, 단단한 껍질을 가진 양막성 알(amniotic egg), [장막(chorion, 漿膜)과 양막 같은] 보호용 배막(protective embryonic membrane), 그리고 배의 배설물을 저장하는 [요막(allantois, 尿膜) 같은] 막 주머니(membraneous sac)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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